291. vs 헤지펀드
미리 빌려서 판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하는 공매도 마감일이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헤지펀드 세력에서 이번 공매도를 주도한 헤지펀드 대표들은 엄청나게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3차 NE컨벤션 이전의 MS주가와 현재의 MS주가가 안드로메다 수준으로 벌어져 있었기에.
그리고 지금은 그 주가의 차이=손해인 상황이었다.
원래 3차 NE 컨벤션이 시작하던 시점에서의 MS 주가는 주당 103달러 수준.
그것은 상혁이 회귀하기 전의 2017년 MS 주가보다 무려 30달러 이상 높은 수치였는데, 그것은 8차 콘솔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 MS가 일찍이 승기를 잡은 것과, MS가 2017년 상반기 실적 보고에서 역대급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수익을 크게 낼 수 있기에, 처음에 그들은 MS의 주가가 높은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현재는 고평가 받아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주식.
그러나 곧 확실하게 떨어질 만한 이유를 안고 있는 주식.
그것만큼 공매도 작업을 하기에 좋아보이는 주식은 없었기 때문에.
헤지펀드 세력은 본격적으로 그 시점부터 공매도를 시작하면서 시장에 대량의 MS주식을 ‘빌려 팔기’ 시작했다.
그들이 뛰어다니며 수소문한 루머가 사실이라면, 분명 3차 NE 컨벤션 이후 MS의 주가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분명했으니까.
공매도에 참여한 6개의 헤지펀드 그룹.
그들은 각자의 자금을 합쳐 이번공매도 작업에 총 120억 달러의 거액을 베팅했다.
그것은 2017년 환율로 거의 12조 8천4백억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고, 당시 MS전체의 시가 총액인 7900억 달러의 1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그들은 그 주식을 평균 83달러 수준의 가격으로 미친 듯이 팔아치웠다.
처음에 103달러였던 주가가 순식간에 70달러 후반까지 떨어질 정도로, 엄청난 양의 주식을 빌려서 팔아치운 것이다.
당연히 MS측에서는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며 방어를 시도했지만, 그 노력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3차 NE 컨벤션에서, PTW가 ‘미래를 바꿀 물건’을 SANY 독점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바로 공매도 세력이 기다리던 거대한 ‘기회’였다.
첫날 발표가 미국 시각으로 자정에 시작한 것은 MS에게 불운이었을까 행운이었을까.
확실한 것은 적어도 장이 닫혀있는 시간 동안은 MS의 주가가 내려갈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대신 장이 오픈하는 순간부터 미친 듯이 떨어지는 것이 MS에게 주어진 운명처럼 정해져 있었을 뿐.
그리고 그것은 현실로 일어났다.
장 시작 시점에서 78달러였던 MS의 주식은 윌 게이트 회장이 일본으로 가기 위해 전용기를 타고 날아가는 동안 무려 20달러 이상 폭락하며 58달러까지 떨어졌다.
그 말은 평균가 83달러로 이미 1억 4천 4백만 주 이상을 빌려 판 공매도 세력이, 주식을 갚아야 할 시점에서는 83억 달러 정도만 내고 주식을 사서 갚으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이윤은 MS의 주가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커질 예정이었다.
“아마 마감일까지 40달러 선까지는 붕괴를 희망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저희는 이번 공매도 거래로 단번에 62억 달러 이상을 벌게 되겠죠.”
이번 공매도를 주도한 헤지펀드 매니저 W. 얼 브라운은 자신과 함께 이번 공매도에 동참한 헤지펀드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가 보기에, 이번 MS의 주가 하락은 굳이 자신이 손을 대지 않았어도 필연적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그만큼 그는 PTW가 시장에 내놓는 제품들의 잠재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사실 PTW라는 회사는 MYOM의 글로벌 흥행 이후 연속 히트를 기록하며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전적을 보여준 게임회사죠.
게다가 게임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프로그래머 집단과 게이머용 주변기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하고요.
덕분에 그들이 개발한 코넥트는 우리의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저는 이번에 발표될 PTW의 신제품도 반드시 그런 제품이 될 거라 믿고요.”
“겨우 게임회사를, 그것도 IPO도 하지 않은 회사를 그렇게 고평가하시다니, 브라운 씨가 게이머인 줄은 몰랐는데요?”
“게이머요? 설마요. 그런 건 방안의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이나 하는거죠.
제가 PTW를 높게 평가하는 건, 그들이 실제로 현실의 삶을 바꾸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막강한 힘을 겨우 게임 같은 비생산적인 물건을 만드는데 쓰는 멍청이들이긴 하지만.
어찌됐건 저희에겐 잘된 거죠. 저희는 이번 공매도로 5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수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겁니다.”
그렇게 말한 얼 브라운은 자신의 손에 들린 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러니 축배를 미리 들어도 나쁜 건 아니겠죠.
월가의 거대 펀드가 다시 한번 거둔 거대한 승리에 대해서.”
야심한 밤.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사무실에서 모두가 잔을 들어 올리며 승리의 미주에 취해 있었다.
그러나 그가 몰랐던 것은, 그들이 그 축배를 너무 이른 시기에 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오판은, 그에게 너무나도 뼈아픈 대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
“솔직히 인정하죠. 이제 이건 수익 실현을 논할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이제부터는 데미지 컨트롤의 영역에 들어갔다고 봐야 합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주식시장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초췌한 표정으로, 얼 브라운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잔에 담긴 버번을 홀짝이며 미친 듯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단 며칠.
그 며칠 사이에 브라운은 무려 8KG이 빠지며 수척한 몰골로 정신없이 수습을 위해 뛰어다녀야 했다.
그 모든 것은 MS가 기습 발표한 딥 다이버의 X-BOX지원 때문이었고.
그것은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던 복병이라 할 수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대충의 계산을 마친 얼 브라운이 현재 상황을 보고했다.
그의 보고를 받는 멤버는 이전에 함께 축배를 들었던 헤지펀드의 대표들이었다.
“MS 주가가 발표가 끝난 지 이틀 만에 3배 가까이 뛰었어요.
지금 현재 주가는 최 저점이었던 3차 NE 컨벤션 첫째 날 대비 3.5배 높은 203달러 수준입니다.
그건 저희가 공매도를 시작하기 전이었던 103달러 수준과 비교해도 거의 두 배의 가격이죠.”
연신 손수건을 꺼내 식은땀을 닦으며, 브라운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원래 평소에는 절대 계산기를 쓰지 않고 엄청난 수의 계산을 암산으로 해내는 그였지만, 현재의 그에겐 그런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만약 지금 당장 저희가 공매도했던 주식을 전부 청산한다면 손해액은 172억 달러가 될 겁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순간 헤지펀드 대표 중 한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파랗게 질린 안색으로 욕설을 내뱉으면서.
하지만 브라운의 걱정은 그것이 아니었다.
MS의 주가는, 지금도 상승중이었으니까.
그들이 공매도 청산을 하기 위해 주식 매입에 들어가는 순간, 주가는 다시 폭등할 것이다.
그럼 손해 핵은 얼마가 될지 예측하기조차 끔찍한 수준이 될 것이고.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에서도, MS의 주가가 지금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172억 달러의 손해를 보게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실제로 저희는 이번 공매도에서 1억 4천 400만 주 이상을 공매도로 팔아치웠고, 이제 만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장 시장에서 어떻게 그 많은 양의 MS주식을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군요.”
“이렇게 될 걸 예상하지 못했단 말입니까?”
“공매도는 항상 리스크를 안고 가는 투자 유형입니다.
그리고 누구도, 게이트가 그 발표를 하기 전엔 MS와 SANY가 손을 잡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거고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오?”
다른 대표가 묻자 브라운은 다시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공매도 청산에 필요한 MS의 주식을 저희가 구매할 수 있는 가장 싼 가격에 구매하는 겁니다.
그걸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가 얼마가 되던.”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만기일을 연장하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그것도 방법이긴 합니다만···.”
실제로 공매도는 지정된 날짜에 빌린 주식을 사서 갚아야 하는 의무가 있긴 했지만, 그것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엄청난 이자율을 감당하고 돈을 추가로 지불하면, 주식을 갚아야 하는 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지금 그렇게 만기일을 연장하면 할수록 MS의 주가가 오르는 시간만 더 주는 꼴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브라운은 만기를 연장하자는 다른 대표의 의견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저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만기를 연장하면 할수록 MS의 주가는 더 오를 겁니다.
그럼 저희는 막대한 이율로 프리미엄 비용을 내면서 동시에 더 비싸진 MS주식을 사서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되겠죠.
게다가 기본적으로 주식이란 물건은 흐름을 타는 물건입니다.
이미 상승 흐름에 올라탄 MS의 주가를 보면 더 많은 투자자들이 뛰어들 것이고, 다음 만기일이 도래하면 저희는 돈을 아무리 퍼부어도 주식을 구하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그럼 이대로 손 놓고 있자는 말이오?”
갑갑한 듯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브라운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미, 이번 사태를 수습할 최적의 계획을 세운 상태였기 때문에.
“고긴스 씨. 저희는 이 사태를 수수방관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MS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하지 않았나?”
“저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라는 단서를 달았죠.
거센 물길의 흐름은 쉽게 막을 수 없지만, 물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저희가 쓸 수 있는 모든 자금과 인맥을 동원해서 이번 사태를 수습할 거고요.”
“사태가 수습되더라도 손해액이 너무 커서 펀드 자체가 해체되면 의미가 없는데.
그건 월가의 금융종사자로서 사망선고나 마찬가지야.”
“저도 압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게 두지 않을 겁니다.”
“도대체 무슨 수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MS의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시장에 없는 주식을 만들어서 갚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에게 비교적 합리적 가격으로 저희가 빌린 만큼의 주식을 팔아줄 상대를 찾을 수는 있겠죠.”
“미친 듯이 오르고 있는 주식을 시장가격보다 싼 가격에 우리에게 팔아줄 호구가 있다고? 세상에 그런 미친놈이 어디 있겠나?”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저희가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빼앗을 수 있다면, 그것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남자는 지금 현재 전 세계에서 MS의 주식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남자죠.”
거대 헤지펀드 가스통&고긴스의 대표인 윌턴 고긴스는 브라운의 설명을 듣고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지금 우리가 공매도한 주식을 공매도 당한 본인에게 뜯어내겠다는 건가?”
“맞습니다.”
브라운이 말했다.
“MS의 대표 윌 게이트.
PTW에게 딥 다이버를 얻어내 이번 사태를 일으킨 그에게, 우리가 딥 다이버를 빼앗을 수 있다면, 그는 반드시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게 될 겁니다.”
이번에 이루어진 딥 다이버의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의 배경에는, 그런 헤지펀드 매니저들의 뒷 공작이 깊게 관여하고 있었다.
***
뉴욕 법원에 있는 작은 판사 사무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평소라면 바로 신문 1면에 실릴만한 기업의 대표자들과, 그들을 변호하는 변호인들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판사로 일하고 있는 앨런 가필드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젊은 남자를 바라보며, 그가 이번 사태를 일으킨 주범이라는 사실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세계를 대표하는 거대 게임사의 핵심 임원치고는, 얼굴에 장난기만 가득한 젊은 천재처럼 보이는 인물이 이 모든 사태를 야기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일은 벌어졌고 자신에게는 이 거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었기에, 앨런은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서류를 읽으며 SEC국장인 조지 벤자민을 향해 말했다.
“그러니까 SEC에서는 현재 조사하고 있는 사항이 해결될 때까지 SANY에서 발매한 딥 다이버의 미국 내 판매를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MS에 걸린 혐의 때문에 SANY의 기기를 판매 중단 요청한다고요? 그게 얼마나 황당한 요청인지는 알고 계십니까?”
“하지만 이건 주가 조작과 관련된 의혹입니다.
애당초 SANY의 딥 다이버가 경쟁사인 MS의 콘솔을 지원하는 것이 주가 상승의 원인이기에, 그것을 막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럼 우선 이 사태에 대한 MS 측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군요.”
그러자 MS의 변호인을 맡은 클래시가 CEO인 윌을 대신하여 앞에 나섰다.
아무래도 판사를 대하는 일에 대해서는, 변호사인 자신이 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존경하는 판사님. 저희 MS에서는 모든 혐의를 부인합니다.
애당초 저희는 주가의 고의적 조작을 위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숨긴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그렇게 보이는데요?”
“판사님. 그것은 실제로 주가 조작에 대해 다루는 별도의 재판장에서 논의해야 할 사항이지 이 자리에서 논의할 사항은 아닙니다.
지금 이 장소에서 처리해야 하는 건, SEC측에서 요청한 말도 안 되는 판매 중지 청구에 대한 안건이죠.”
“그건 그렇군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청구에 대해서, MS측은 어떻게 대응하실 겁니까?
일단 딥 다이버의 X-BOX지원 자체가 주가 변동의 원인이라는 SEC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서, 별다른 반박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청구는 받아들여질 겁니다.”
이번엔 상대가 또 무슨 카드를 꺼낼까 긴장되는 마음으로, 벤자민은 클래시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간절히 마음속으로 빌었다.
제발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적어도 그가 생각할 때 지금 폭주하고 있는 MS의 주가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어지는 클래시의 말은, 벤자민으로 하여금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 것이었다.
“존경하는 판사님. 저희는 이번 판매 중지 청구에 대해 특별히 반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자 가필드 판사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클래시를 향해 물었다.
“이거, 정확하게 내용을 알고 계신 거 맞죠?
이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미국 내에서 딥 다이버의 판매나 이용은 그 즉시 불법이 됩니다.
그 말은 MS의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유일한 요소가 사라진다는 거고요.”
“압니다. 판사님. 하지만 굳이 이 자리에서 저희가 저희의 재판 전략에 대해 설명할 이유는 없을 것 같군요.
뭣보다 원고 측인 SEC 국장이 보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 그렇고요.”
“나름의 계획이 있다?”
“그렇습니다.”
“그럼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도록 하죠.
현재 시각 이후로, 미국 내 딥 다이버의 판매 및 유통을 금지합니다.
이것은 향후 MS에 SEC가 제기한 주가 조작 의혹이 해결될 때까지 유효할 것입니다.”
“으아아아아!!!”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벤자민을 보고, 클래시가 씩 웃으며 말했다.
“판사님 앞입니다. 벤자민.”
“하! 나도 압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그쪽의 판단 미스였어요! 이제 MS 주가가 떨어지는 걸 막을 순 없겠죠!
뭐 이해는 합니다. 저희는 이미 오늘 오전에 당신들을 찾아갔을 때부터 이미 이 판매 중지 요청을 준비해놓은 상태였으니까.
갑작스레 들어온 공격이라 대응하기 어려웠겠죠.
어찌됐건 이번 턴은 저희 SEC의 승리군요.”
“과연 그럴까요?”
그렇게 말한 것은, 뒤에서 미소지으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상혁이었다.
“뭐,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보시면 아시겠죠.
우선 저희는 적극적으로 SEC의 요청을 수용할 생각입니다.
사실, 판매 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셨다는 걸 인지한 순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죠.”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까 저희에게 메일을 보낸 직후부터 저희가 미국 내 딥 다이버의 판매를 중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선고가 나기도 전에? 어째서?”
“판매 중지를 요청한 쪽은 SEC지 않습니까? 저희는 조금 더 일찍 움직였을 뿐입니다.
애당초 항소할 생각도 없었으니까.”
이쪽의 공격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오는 상혁의 태도는 역으로 벤자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뭔가의 도화선을 건드린 것이 아닌가 하는, 묘한 불안감을 선사하면서.
그러자 상혁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벤자민의 어깨들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벤자민 씨. 본사가 한국에 있어서 잘 모르시겠지만 PTW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그 말은 지금 굳이 미국에서 딥 다이버를 팔지 않아도, 전 세계에 딥 다이버를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소리죠.
저희는 단지 미국용으로 준비한 딥 다이버의 박스만 갈아서 유럽이나 아시아로 가져가면 끝입니다.
하지만 원래는 넉넉한 초도 물량으로 웃돈을 주지 않아도 구할 수 있었던 딥 다이버가 지금부터는 미국에서만큼은 돈 주고도 못 구하는 장비가 되겠죠.
실제로 구하더라도 저희가 미국용 PS와 X-BOX에서는 딥 다이버를 구동할 수 없도록 락을 걸거고요.
아니, 이미 걸어뒀습니다.
국가 코드에 따라서 사용 불가를 거는 건, 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데 아니니까요.
안 그래도 SANY에서 초기 물량을 2천만대 뽑아놓았는데도 물량 달릴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걸 이렇게 커버를 쳐주시네요.
저흰 유럽에서 장사 잘하겠습니다. 어디 한번 미국 게이머의 분노를 잘 받아보시죠. 저흰 지금부터 SEC 핑계 대고 빠져나갈 테니까.”
상혁의 폭탄 발언에 벤자민은 입만 뻐끔거릴 뿐이었다.
세상에 판매 정지 처분을 받은 상대가 이런 반응을 보이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지만 벤자민은 가까스로 이번 판매 정지의 목적이 PTW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그의 목적은 MS의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었기에.
그로 인해서 PTW가 손해를 보든 보지 않든, 그에겐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벤자민은 그 사실을 깨닫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상혁을 보고 미소지었다.
“뭐, 어찌 되었건 저희의 목적은 MS의 주가 상승을 막는 겁니다.
그리고 PTW가 해외에서 수익 보전을 하든 말든, 물량이 해외에서 풀리든 말든 저희의 목적은 이루어질 것이고요.
그러면 그건 저희의 승리입니다.
목적을 달성한 건 그쪽이 아니라 저희 쪽이니까.
말을 돌려서 능숙하게 빠져나가려 하지 마시고 패배를 인정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상혁은 자신이 뭔가를 잊었다는 듯이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러나 그것은 누가 보아도 만들어진 연기 같은 동작이었다.
마치 상대를 놀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하는 것 같은 어색한 연기로, 상혁은 벤자민을 향해 말했다.
“아! 참! 그게 있었죠!”
그리고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렇게 되나 한번 보자고요. MS 주가가 떨어지나, 아니면 더 오르나.”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판사에게 인사를 한 뒤, 일행을 데리고 나가버렸다.
판사와 단 둘이 남겨진 방 안에서, 벤자민은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그런 벤자민의 귀에 가필드 판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벤자민 국장님?”
“아? 예?! 아. 예.”
“여긴 제 방입니다만.”
“아, 예?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이번 청구를 받아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판사님.”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청구였어요. 저쪽에서 약간의 반박 거리만 제공했어도 전 이번 청구를 받지 않았을 겁니다.”
“애당초 반박할 여유가 없는 타이밍에 판매 중지를 요청한 겁니다. 저들은 제 손에 놀아난 거죠.
저 여유 있는 태도는 단순히 허세(Bluffing)에 불과하고요.”
“글쎄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만, 어찌 되었건 곧 알게 되겠죠. 상대방 손에 놀아나는 게 대체 누구일지.”
그렇게 말한 벤자민은 속으로 생각했다.
‘내일은 오랜만에 조간신문을 사러 가야겠군.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으니까.’
그리고는 상혁의 태도를 생각하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
“허···. 허참, 이런, 미친···.”
출근길에 언제나 SEC 본부 건물 앞의 좌판에서 조간 신문을 사고 베이글과 커피를 구매해 사무실에 올라가는 것이 벤자민의 하루 루틴이었다.
그러나 그는 오늘 10년 넘게 지켜온 그 루틴을 도저히 지킬 수 없었다.
베이글과 커피를 주문하기 전에 그가 구매한 신문 1면의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는 상혁이 어째서 그에게 MS의 주가가 내려가는지 두고 보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상대를 잘못 건드렸다는 것도.
[SANY의 신형 주변기기 딥 다이버. X-BOX전용 게임인 MYOM 지원을 공식 발표.]
상혁이 준비한 카드.
그것은 X-BOX의 대표 게임이자 현재도 수백만의 유저들이 즐기고 있는 모션 인식 게임의 전설.
MYOM을 딥 다이버로 즐길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발표였다.
그리고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MYOM은 MS의 콘솔인 X-BOX 전용 타이틀이었다.
그리고 모든 유저가 생각하기에, 딥 다이버로 즐길 수만 있다면 끝내주게 멋질 것 같은 게임이었고.
“하···. 하하···.”
벤자민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이 발표로 인해 올라갈 MS의 주가를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어서.
그리고 그 뉴스의 기사는, 벤자민에게 한 가지 사실을 더 암시하고 있었다.
무려 미국 증권 시장을 통제하는 SEC의 국장인 그조차도,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될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PTW의 공매도 헤지펀드 세력에 대한 공세는, 이제 겨우 시작되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