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87화 (288/485)

287. 세기의 협상

안타깝게도 유일한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 여객기는 2003년 10월 24일 퇴역했기 때문에, 전용기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미국에서 한국에 오는 과정엔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당 900km의 속도로 날아와도 11시간 17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리고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한 3차 NE 컨벤션은 미국 시각으로 자정에 시작되었다.

그 말은 쇼케이스가 전부 끝난 1시간 후에 미국은 새벽 1시라는 이야기였고, 다른 의미로는 쇼케이스가 끝나자마자 미팅을 결정하고 일본으로 즉시 날아갔어도 그날 오전에 열린 미국 증시에서의 주가 하락은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PTW가 MS를 엿 먹이다.]

일본으로 향하는 자신의 전용기 안에서, MS의 대표 윌 게이트는 불쾌한 표정으로 그날 아침에 올라온 인터넷 기사들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과 함께 전용기에 타고 있는 크리스에게 말했다.

“오늘 자정에 공개된 쇼케이스인데 어떻게 6시간 만에 기사가 올라오는 거지?”

“아마 쇼케이스가 끝나자마자 5시간 동안 급하게 써서 올린 기사겠죠.”

“그럼 오늘 신문 1면에도 이따위 기사가 올라오게 될까?”

“아마도 그렇겠죠.”

“젠장, 현재 MS에 풋옵션(Put Option : 주식·채권·금리·통화 등을 시장 가격과 관계없이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 주가가 하락하면 막대한 이득을 얻는다.)에 배팅 된 금액이 얼마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땐 10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다시 확인해볼까요?”

“아니, 됐어. 헤지펀드들은 아마 쇼케이스를 보고 만세를 불렀겠군.”

“이대로 만기까지 저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렇게 되겠죠.”

“좋아. 그럼 이제부터 우리의 전략을 검토해보도록 하자고.”

윌은 크리스와 SANY와의 협상에 쓸 카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크리스는 자신이 정리한 자료를 윌에게 넘기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회장님.”

“어.”

“이 모든 카드는 PTW가 협상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해준다는 가정 하에서만 유효한 카드라는 건 아시죠?”

“알아.”

“만약 그렇지 않다면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가 10년 가까이 독점하고 있던 코넥트의 이용 권한을 푼다고 해서, SANY는 눈 하나 깜짝 안 할 겁니다.

딥 다이버에 탑재된 모션 인식 수준은 핸드 트래커를 동원한 코넥트의 모션 인식 수준보다 뛰어나고, 코넥트엔 없는 공간 스캔 기술도 들어가 있죠.

솔직히 말하면 코넥트가 오파츠 소리 듣던 시절도 이제 옛날이고요.

지금은 그냥 시대에 맞는 그럭저럭 쓸만한 기기 수준이라고 봐야겠죠.

새 시대의 오파츠를 손에 쥔 SANY가, 겨우 PS에서의 코넥트의 사용권을 받는 대가로 딥 다이버를 MS에 풀어줄까요?

대표님이라면 그 거래에 응하시겠습니까?”

“절대 안 하지. 그 딥 다이버란 물건은 단순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고사시킬 수 있는 무기니까.”

“그런데 협상이 가능할 거라고 보시는 거고요?”

“맞네.”

“어째서죠?”

“그 강력한 힘을 SANY가 독점하면, X-BOX가 죽어버린다는 것을 이상혁 역시 알고 있을 테니까.”

윌이 말했다.

“난 오랜 시간동안 PTW란 회사를 이해하기 어려운 회사라고 생각했지.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회사는 ‘이윤’을 목표로 돌아가게 마련이니까.

그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숭고한 목표나 비전과는 관계없어.

사람이 꿈을 이루는 가장 쉬운 방법은, 먼저 꿈을 이룰 힘을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거기서 나온 힘으로 꿈에 돈을 쏟아붓는 거니까.”

“재단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맞아.”

윌은 유리병에 담긴 양주를 잔에 따랐다.

“솔직히 말하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상혁이 진짜로 게이머를 위한 인생을 살기로 했다고 한다면, 차라기 PTW는 자체 콘솔을 개발하는 게 더 나았을 거야.

솔직히 그 정도 힘이 없는 회사는 아니니까. 하지만 PTW는 한번은 우리 MS에, 그리고 이번엔 SANY측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을 했지.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양대 콘솔 개발사의 중간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거 아닙니까?”

“그건 과정이지 목적이 아니야.”

“흠···. 만일 저희 계획대로 코넥트와 딥 다이버를 양대 콘솔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잠시 생각하던 크리스가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윌에게 말했다.

“MS는 X-BOX전용의 딥 다이버 게임을 개발하기 위하여 막대한 추가 지출을 감수해야겠군요.”

“맞아. 우리가 가져올 수 있는 건 아무리 쳐줘도 딥 다이버의 하드웨어 이용 라이선스에 대한 것이겠지.

3차 NE 컨벤션에서 공개된, 바로 오늘 출시되는 3개의 멋진 신작 게임과 출시 예정인 2개의 게임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리고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저희는 적어도 이번에 공개된 5개의 게임 이상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퍼스트 파티를 구해야 할거고요.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도 저희 게임이 개발되고 출시되는데 시간이 걸리니, 그동안은 PS 진영이 독주하겠죠.”

“그렇지. 그렇게 된다면···.”

윌의 말을 크리스가 이어받았다.

“PTW와 게이머들 가만히 앉아서 최소 10개 정도의 딥 다이버용 블록버스터 게임을 가지게 되겠군요.”

“그렇지. 정작 본인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기로 단 한 개의 게임을 공개했을 뿐이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한수로 PTW는 자사가 개발한 주변기기에 양대 콘솔 개발사가 돈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 거지.

상대를 앞서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상대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몇조 원이 넘는 돈을 퍼붓게 만든 거라는 소리고.”

“그게 전부 의도적인 거라는 겁니까?”

“당연하지. 자네, 워크패스트란 프로그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뜬금없이 윌이 워크패스트에 관해 묻자, 크리스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뭐 일반적으로 불리는 호칭은 ‘황금알을 못 낳는 변비 걸린 거위’아닙니까···.”

“자네 생각이 궁금하네.”

“솔직히 말하면 그건 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당장이라도 유료화하면 매년 수십조는 가볍게 벌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그 황당한 약관 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PTW에서 워크패스트의 업데이트와 유지보수에 들이는 비용도 엄청날 테고요.

요즘은 MBA의 경제학 교과 과정에도 언급된다고 하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약관’이라는 이름으로.

당장의 점유율을 위해서, 수백 수천조의 이득을 포기한 사례라고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

“그 어리석은 약관이, 워크 패스트를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인데 말이지.”

“그렇습니까?”

“크리스. 이 아름다운 세상엔 반독점 법안이란 거 존재한다고. PTW가 그걸로 제소당한 게 몇 번이라고 생각하나?

성장하려는 스타트업이, 업계에 진출하는 것을 무료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막고 독점하고 있다는 소송 말일세.

만약 ‘영구히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는 약관이 없었다면, PTW는 진즉에 과도한 점유율 때문에 반독점 법안에 걸렸을 거야.”

“반독점 법안이라는 게 무료 서비스라는 이유로 피해갈 수 있는 거였습니까?”

“그것 때문에 상혁이 미국 법원에 출두했을 때 했던 증언이 재미있었지.

‘한 기업이 자기 돈으로 바다에서 독점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한다고 해서, 혼자만 쓰레기를 치우는 것을 독점이라고 비난할 순 없다.’라고 했거든.

그런 증언에도 불구하고, 만약 그 약관이 없었다면 워크 패스트는 과도한 시장 점유를 1차 목표로 잡은 기업의 선행투자로 볼 수 있었겠지.

막대한 자금을 등에 업은 대기업이, 무료 서비스로 시장을 독점하면서, 독점 이후의 수익 모델을 위해 경장자의 시장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고 말이야.

하지만 그 약관 덕분에 워크 패스트는 말 그대로 그냥 ‘공짜 서비스’로 인정되었네.

이제는 햇볕이나 소아마비 백신처럼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된 거지.

애당초 PTW가 뭔가를 하는 스타일은 항상 그런식이야.

처음엔 말도 안 되는 투자처럼 보이지만, 항상 그걸로 인해 뭔가가 발생하지.”

“그럼 이번 딥 다이버 사태도 이후엔···.”

“아마도 SANY와 MS가 피터지게 싸우는 동안 딥 다이버는 미친 듯이 팔릴 테고, PTW는 그 딥 다이버의 보급률을 바탕으로 멀티 플랫폼 히트 게임을 내놓겠지.

솔직히 딥 다이버의 성능을 보면 저건 PS 나 X-BOX 원본이 없어도 돌아갈 성능의 물건이야.

게다가 행사에서는 아예 콘솔에 연결도 안하고 내장 프로그램만 가지고 구동시켰는데 그 정도 성능을 보여주었지.

물론 전부 체험판 데이터만 들어있고 본편을 하려면 PS4가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내부 용량을 늘리는 것이 PTW에게 그리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PTW는 일부러 원본 데이터를 PS4 같은 8세대 콘솔에 설치하여 플레이하게 했지.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X-BOX도 끼워달라고 빌어야 하는 상황이고.”

“하지만 이대로 끌려 다니는 건 좋지 않지 않을까요?

대표님 말씀대로 이 모든 것을 PTW에서 기획한 것이라면, 비즈니스 파트너로써는 최악 아닙니까?”

“최악이라도, 받아들여야지.”

그렇게 말한 윌은 지금도 노트북으로 틀어놓은 3차 NE 컨벤션의 행사 동영상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크리스에게 말했다.

“원래 싸움이란 것도 어느 정도 양쪽에 무기가 비슷해야 승부가 되는 거지, 이미 SANY측에서 딥 다이버를 안고 시작한 시점에서 우리가 끌려가는 그림이 되는 건 정해진 운명이었던 거야.

하지만 가장 최악인 케이스는, 애당초 이게 상혁의 그림이 아니었을 때의 시나리오지.

만약 딥 다이버의 생산과 라이선스에 대한 주도권을 PTW가 아닌 SANY가 쥐고 있다면, 우린 협상다운 협상을 진행도 하지 못한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할 테니까.”

“제발 그렇지 않기를 빌어야겠군요.”

그렇게 한숨을 푹푹 쉬는 두 사람을 태운 채, 윌의 전용기는 도쿄를 향해 열심히 날아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번 계약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을 안은 채로.

***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윌의 예상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한대로, 일본의 SANY 본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혁이 보였기 때문에.

현재 2일차로 접어든 NE컨벤션을 뒤로하고 상혁이 SANY본사에 와 있다는 이야기는, SANY에서 딥다이버에 대한 권한을 PTW와의 상의 없이 멋대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아마도 윌이 예측한 것처럼 이 모든 사태가 상혁이 짠 시나리오 위에서 굴러가고 있다는 이야기였고.

윌은 차라리 그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SANY가 주도권을 쥔 시나리오에서는, MS는 딥 다이버란 신문물의 냄새조차도 맡지 못할 것이었기에.

그러나 윌이 모르고 있던 사실은, 사실 이 시나리오를 누구보다 간절이 바라고 있던 것이 상혁이 아닌 SANY 임원진들이라는 것이었다.

상혁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딥 다이버의 양산을 SANY에게 떠넘기면서 SANY에서 지출해야했던 비용은, 당장 MS에서 현금 무더기를 건네주지 않으면 회사 기둥뿌리가 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윌은 자신의 약함을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했고 그것은 SANY임원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세계 콘솔 시장을 대표하는 두 거대기업 회장의 미팅은, 짐짓 여유로워 보이는 대화 속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오랜만이군요. 히라이 CEO.”

“윌 씨도 오랜만입니다. 저는 MS 엔터테인먼트 측에서 올 줄 알았는데, 게이트 씨가 직접 올 줄 몰랐네요.

3차 NE 컨벤션이 MS측에는 꽤 큰 충격이었나 봅니다?”

“뭐, 그 정도는 아니죠. 저희는 이미 8세대 콘솔 시장에서 2배 이상 점유율을 선점하며 지금까지 벌어둔 돈이 꽤 많거든요. SANY와는 다르게 말이죠.”

“괜찮습니다. 이제부터 역전하게 될 테니까요.”

“허허. SNAY보다도 먼저 PTW와  협업해서 주변기기 생산과 보급을 맡았던 건 MS였습니다.

그리고 그때도 저희는 게이밍 용 코넥트 생산에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야 했죠.

그런데 딥 다이버는 누가 봐도 확실하게 코넥트보다 단가가 높아보이는 장비네요. 대당 얼마나 손해 보기로 하셨나요?

100달러? 그걸론 택도 없겠죠? 최소 200달러는 될 것 같은 데, 초도 물량을 1000만대로 잡아도 손해액이···. 어, 휴···.

지금의 SANY에서 감당 가능하시겠습니까?”

겉으로는 여유로워 보이는 대화였지만, 두 대표의 대화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칼날이 회의실 내부 분위기를 난도질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 속에서, 대화의 키를 잡은 것은 역시나 이번 사태를 물밑에서 조장하고 있던 PTW의 CCO.

이상혁이었다.

“두 신 사분께서는 혀끝에 달아둔 칼날을 좀 집어넣으시죠.

저흰 협상하러 모인 거 아닙니까?

아니면 회의실 옆에 링이라도 설치해드릴까요?”

“아닙니다.”

“실례했군요.”

“좋습니다. 여기 모인 분들 중에,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이유를 모르시는 분들은 없겠죠.

그리고 어째서 MS에서 SANY에 요청한 미팅에 PTW가 끼어 들어가 있는지 모르는 분도 없을 테고요.

죄송하지만 PTW는 아직도 3차 NE 컨벤션을 진행하고 있는 도중입니다.

제가 바쁜 관계로 좀 다이렉트하게 회의를 진행하기로 하죠.

서로 필요한 걸 말씀하시고, 제시할 수 있는 패를 까자고요.

숨기지 말고,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한 번에 제시하는 걸로.”

“그건 일반적인 비즈니스 미팅 방식은 아니군요.”

“싫으시면 미국으로 돌아가셔도 되는데요.”

“하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 미팅을 요청하신 MS측에서 먼저 요구사항을 말씀하시죠.”

상혁이 말하자, 윌의 뒤에 있던 크리스가 나섰다.

“저희 MS에서는 X-BOX 계열 콘솔에서도 이번에 발표된 ‘딥 다이버’를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허가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대가로는 뭘 지불하실 수 있죠?”

“X-BOX 콘솔용으로 발매되는 딥 다이버 생산에 들어가는 일체의 비용을 저희가 지급하겠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현재 X-BOX와 PC에서만 사용 가능한 코넥트의 기기 라이선스를 PS진영에도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하죠.”

그러자 히라이 CEO가 크리스를 보며 말했다.

“설마 그걸로 협상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코넥트의 X-BOX독점으로 인해서 SANY측이 잃어버린 점유율에 대해서는 생각 안 하시나요?”

“하지만 저희 입장도 생각해주셔야죠. 저희가 라이선스를 받는다 하더라도, 지금부터 퍼스트 파티를 모집해서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동안 PS진영은 어제 발표된 5게임을 가지고 충분히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겠죠.”

“그건 저희가 투자한 비용에 대한 당연한 보상입니다. MS와는 관계 없죠.

지금 제시한 조건이 전부라면, 저희는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대답한 것은, MS의 수장인 윌 게이트였다.

그리고 그는, 크리스가 낸 조건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인 조건을 제시했다.

“그와 더불어, MS측에서 X-BOX용 딥 다이버 및 PS용 딥 다이버의 생산으로 발생하는 적자에 대한 모든 비용을 지불하겠습니다.”

“그걸···.”

“전부 다 말입니까?”

히라이 뒤에 있던 임원이 황당하다는 듯이 묻자 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얼마든, 저희가 내도록 하겠습니다.”

히라이는 망설였다.

원래 상혁이 약속한 지원 조건은 여기까지였기에.

딥 다이버는 애당초 기기 한 대당 거의 200달러에 가까운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적자덩어리 기기였다.

심지어 PTW에서 개발 라이선스 비용을 완전히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에 들어가는 부속의 비용이라던가 생산 단가가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하더라도 도저히 이윤을 남길 수 없는 구조로 잡혀있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원래 SANY에서는 딥 다이버의 양산에 대한 계획을 포기하려고 했었다.

점유율이 아무리 올라간다고 해도, 그 적자를 감당 못 해서 회사가 망한다면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딥 다이버가 팔리면 팔릴수록 SANY가 막대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SANY에게 상혁이 제안한 것은, MS에서 코넥트의 사용권을 받아옴과 동시에 딥 다이버의 라이선스 권한에 대한 대가로 SANY가 감수해야 할 적자를 MS에서 메꾸게 하는 것이었다.

“그게 가능합니까?”

황당해하는 히라이 사장에게 상혁은 이렇게 말했다.

“가능하냐 안 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들어야죠.”

상혁의 말대로, 3차 NE 컨벤션에서 공개된 딥 다이버는 누가 봐도 MS에 위협적인 물건이 되어 있었다.

게임 업계를 뒤집어 놓을 말도 안 되는 성능의 주변기기.

단지 그것의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콘솔 하나를 무덤으로 보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장비.

상혁은 3차 NE 컨벤션을 통해 딥 다이버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장비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그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 오늘의 미팅이었다.

그리고 그 미팅은 원래대로라면 SANY가 감당해야 할 막대한 손해를, MS가 짊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애당초 딥 다이버의 양산 계획을 잡을 때부터 상혁이 계획한 대로.

‘이 딜을 받아들이면, SANY의 출혈은 0가 된다.’

당연하게도 딥 다이버의 산업용 생산에 대한 권한은 SANY에게 있었고, 거기서는 막대한 흑자가 발생할 예정이었다.

단지 상혁이 계약서에 ‘게임용’기기의 보급을 우선한다는 조항을 넣었기에, 5천만 대 이상을 시장에 보급하고 나서야 산업용 기기의 판매가 가능하다는 게 문제였지만.

5천만 대를 판매하면서 대당 200달러씩 손해를 보게 된다면 SANY에서는 게이밍용 딥 다이버 판매에서만 무려 100억 달러에 가까운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의 SANY는 그 정도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자금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찾아온 MS의 제안.

그것은 이 딜을 무조건 성사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MS와 마찬가지로, SANY 입장에서도 무조건 성사시켜야 하는 딜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결국 히라이 가츠오 SANY CEO는 한숨을 쉬며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PTW와 딥 다이버의 양산협의를 진행할 때, 상혁이 계약서에 명시한 조건이 그것이었으니까.

[MS에서 딥 다이버의 양산 및 보급에 들어가는 적자 보전 및 코넥트의 라이선스 제공을 조건으로 제시하면 SANY는 딥 다이버의 독점 사용권을 포기한다.]

상혁이 그 계약서를 들고 왔을 때, 히라이는 그것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MS가 머리에 총을 맞지 않은 이상, 남의 회사에서 생산하는 주변기기의 적자를 자신들이 감당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상혁은 그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차근차근 현실로 끌어냈다.

딥 다이버의 성능을 더 늘리고, SANY가 가진 자금상의 여유를 없애기 위해 컨소시엄에 참여한 개발사들의 개발비용을 SANY측에 전가하고, MS측에서 도저히 간과할 수 없을 만한 쇼케이스를 준비함으로써.

그러니 지금 히라이가 할 수 있는 것은 MS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MS가 울며 겨자 먹기로 SANY가 감수해야할 적자를 자신들이 감당하겠다고 제시한 것처럼.

만약 그렇지 않으면, 딥 다이버의 양산으로 발생한 적자로 인해 다음 분기 매출표에 천문학적인 마이너스가 기록될 것이었기에.

“결국, 전부 PTW에서 의도한 대로 되는군요.

MS가 독점하던 코넥트의 라이선스도, 그리고 새로 공개된 딥 다이버의 라이선스도, 양대 콘솔 유저들이 모두 즐길 수 있게 될 거고요.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물어보세요.”

“이번 계약으로 인해 SANY는 게이밍 딥 다이버로 인한 적자를 감수하지 않고 산업용 딥 다이버 양산으로 인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되겠죠.

대신 원래 가지고 싶었던 콘솔 시장에서의 독점 사용권은 잃었지만요.

그리고 MS에서는 이번 계약으로 X-BOX 콘솔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고요.

그럼 PTW는 이번 계약으로 뭘 얻은 거죠?”

히라이의 질문에 상혁이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손을 잡은 채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두 CEO에게 말했다.

“글쎄요. 최소한 X-BOX진영에서도 딥 다이버를 쓸 수 있게 된 만큼 저희의 신작 판매량은 늘어날 수 있겠죠.

이번 컨소시엄에 발표된 게임 중에, 유일하게 저희 게임은 PS 독점 타이틀이 아니니까요.”

“예?! 아닙니까?!”

“이번에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 중에, PTW가 SANY에서 개발비를 지원받았던가요?”

“그건 아닙니다만, 전 당연히···.”

“이번에 저희 게임을 제외한 4개 게임이 PS 독점 타이틀이 된 것은, SANY측에서 개발비 전액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그렇게 진행된 겁니다. 그리고 저희는 자체적으로 개발비를 댔죠.

저흰 SANY에게 빚이 없어요.

그러니 X-BOX에서 딥 다이버가 판매되면, 저희 게임은 당연히 양대 콘솔용으로 발매될 거고요.”

히라이는 상혁의 말을 들은 크리스와 윌의 표정이 기쁨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상혁이 방금 한 말은, X-BOX진영에서 딥 다이버를 발매하더라도 전용 게임이 발매되는데 1년 이상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기에.

그리고 단 1개의 타이틀이긴 하지만, PTW의 신작을 X-BOX에서 ‘딥 다이버’를 사용하여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고.

그리고 PTW 입장에서는, 현재 PS보다 점유율이 2배 이상 높은 X박스 진영의 유일한 딥 다이버 전용 타이틀이 자사의 신작 게임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분명 X BOX유저 수가 지금 PS 사용자 수의 두 배 정도 되었죠?

그쪽에서는 적어도 저희 타이틀이 유일한 딥 다이버용 타이틀이 되겠네요.”

“그렇게만 되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기쁨에 찬 목소리로 윌이 말하자, 상혁은 히라이 사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고작 1개 타이틀이죠. 나머지 4개 타이틀은, 여전히 PS 독점입니다.

그리고 저 그 정도면 X-BOX와 비슷한 수준으로 PS 진영이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요.”

“SANY와 손을 잡고 X-BOX진영을 이기려는 게 아니었군요.”

“그건 게이머에게 좋지 않아요.

지금 상황을 보시죠. MS라는 거대 기업에서 기꺼이 유저들이 내야 할 기기 비용을 나누어 내겠다고 하고, 경쟁사에 지지 않기 위해 막대한 개발비를 게임 개발사에 투자하려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거기에 지지 않기 위해서, SANY측도 앞으로 계속 개발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거고요.

저는 딱 그 정도 밸런스가 이상적이라고 봅니다.

물론 경쟁하는 두 분 입장에서는 피곤하겠지만, 게이머는 덕분에 더 좋은 게임을 많이 접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이 모든 게 게이머를 위한 거라는 거군요.”

“PTW는 게임 회사니까요. 저흰 하드웨어 개발업체도 아니고, 업무 솔루션 개발업체도 아닙니다.

저흰 게임 회사고, 게임 회사는 게이머를 기쁘게 하려고 존재하는 회사죠.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그리고 세상에 그런 회사가 더 늘어나길 바랄 뿐이고요.

그러니 두 분께서는 오늘 이 자리에서 협의를 마무리해주셨으면 합니다.

내일 아침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X-BOX에서도 딥 다이버를 쓸 수 있고, PS에서도 코넥트를 쓸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게이머들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내일 아침에요?”

“예. 게이머들의 축제인 NE 컨벤션 마지막 피날레로, 그것보다 좋은 뉴스는 없을 테니까.”

다음 날 아침.

게임 행사의 새 역사를 실시간으로 써 내려가고 있는 3차 NE 컨벤션의 마지막 날에, 양대 콘솔 업체의 계약에 대한 뉴스가 발표되었다.

코넥트와 딥 다이버 중에 고민하던 수많은 MS유저들을 미칠 듯이 기쁘게 만드는 뉴스가.

[PTW의 새 VR 장비 ‘딥 다이버’, X-BOX에서도 사용 가능.]

[SANY와 MS의 극적 협상 타결.

압도적인 주변기기 ‘딥 다이버’ 앞에 무너지는 경쟁의 벽.]

[양대 콘솔 개발사를 손바닥 위에 놓고 주무르는 ‘게임 개발사’ PTW. 그 진정한 힘은?]

VR과 AR이 전달할 수 있는 경험의 정점을 보여준 새로운 기기 ‘딥 다이버’.

그리고 그것을 두고 펼쳐진 두 경쟁사의 극적인 협의.

그 극적인 과정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뉴스거리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마지막까지 게이머 전부를 만족하게 하는 뉴스를 발표하면서, 이전의 기록을 싹 갈아치운 PTW의 3차 NE 컨벤션은 그 대망의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공식 영상의 역대 ‘좋아요’ 수 최다 기록 경신.

역대 게임 쇼 사상 최다 스트리머 중계 방송 숫자 기록 경신.

구글 검색어 숫자 최다 숫자 갱신.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가장 많은 인구가 시청한 이벤트 기록 경신 등의 수많은 기네스 기록을 낳으면서.

이제는 E3나 도쿄 게임쇼, 블리즈컨을 넘어 전 세계 게이머들이 가장 기다리는 행사가 된 NE 컨벤션이 드디어 끝난 것이었다.

전 세계 5 도시에서 3일간, 30만 명의 참가자와 최대 시청자 수 3억 7200만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그 역사적 행사에 참여한 관객들이나, 방에서 인터넷이나 TV로 그 행사를 지켜본 게이머들은 솔직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나머지 게임 쇼들은, 그것이 어떤 게임 쇼이든 간에 NE 컨벤션의 아래 수준에 있는 쇼라는 것을.

그리고 명실공히 PTW가 전세계 콘솔 게임 업체 중에 최고의 업체가 되었다는 것을.

이번 3차 NE 컨벤션은 바로 그것을 증명하는 행사라 할 수 있었다.

누군가 다른 개발사가 더 대단하다고 말하면, 아무말 없이 행사 영상을 틀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닥치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행사.

그것이 이번 3차 NE 컨벤션이었기에.

그리고 그런 NE 컨벤션의 임펙트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반응이었다.

[명불허전: 名不虛傳(이름값을 한다)]

[PTW가 PTW했다.]

[NE 컨벤션은 역시 NE 컨벤션이었다.]

[PTW가 왜 행사 제목을 NE(Next Experience)라고 지었는지 알 것 같았던 행사.]

행사에 참여했던, 혹은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지켜본 유저들이 남긴 감상을 적은 후기들.

그중에 어느 하나도 실망감을 표하는 리뷰가 없다는 것이 이번 행사가 얼마나 게이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주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였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백미인 것은, 자신에게 있어 이번 컨벤션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적어 추천 수 1위를 차지한 한 유저의 글이었다.

[이제 인정하려 한다. 단지 ‘게임회사’가,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 12개 언어로 번역되어 수천만 유저의 추천을 받은 게시글.

그것은 한국의 NE 컨벤션 3일 차에 참가한 한 한국인 유저가 남긴, NE컨벤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PTW라는 회사 자체에 대해 남긴 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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