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85화 (286/485)

285. 게임 체인저

“PTW에서 이번에 발표한 딥 다이브. 이건 확실한 게임 체인저가 되겠네요.”

스튜디오에서 행사를 지켜보던 왓슨이 말하자, 코넌이 물었다.

“게임 업계의 판도를 바꿀 물건이라는 건가요?”

“아뇨. 물론 바뀌긴 할 겁니다. 우선 저 물건의 존재만으로, 당장 SANY의 주가는 3배 이상 뛰겠죠. MS의 주가는 폭락할 거고요.”

“그건 좀 심한 것 같은데요? 저건 단지 게임 주변기기일 뿐입니다.”

“그건 일반인들이 볼 때 그렇게 보일 뿐이죠.

MS가 산업용 코넥트로 1년에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그런가요?”

“기본적으로 PTW에서 개발한 업무용 솔루션인 워크패스트와의 연동을 지원하니까요. 코넥트는 애드온만 깔면 엄청나게 많은 기능을 지원합니다.

전 세계의 보안 업체와 방산업체, 그리고 산업 현장에서 코넥트를 사용하고 있죠. 그것도 산업용 코넥트가 비싸다는 이유로 게임용 코넥트를 가져다 쓰는 현장도 엄청나게 많고요.

그런데 지금 발표한 딥 다이버는···.

맙소사, 저걸로 산업 현장에서 가능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설명하기도 힘들 것 같네요.”

“그렇습니까?”

“예. 우선 간단한 예로, 자동차 조립 현장에서 아예 생산 과정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초짜 직원도 눈 앞에서 가상의 홀로그램을 보며 엔진을 조립하는 순서를 배울 수 있겠죠.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현장 직원과 시야를 공유하며 지시도 가능할 겁니다.

이제 현장에 굳이 나갈 필요가 없어지는 거죠. 전문가는 자기 방에 앉아서 딥 다이버를 쓰고 현장의 직원이 보는 시야를 VR로 공유받으면서 그대로 현장 답사를 할 수 있을 거고요.

모든 기술 지원과 교육, 생산에 필요한 숙련도의 벽이 무너지는 겁니다. 그리고 그 수요는 진짜로 엄청나겠죠.

영화는요?

이제는 배우들이 쫄쫄이를 입고 그린 스크린 앞에서 머릿속으로 화면을 상상하며 연기할 필요가 없겠죠.

딥 다이버를 쓰고 안에 모델링을 재현하기만 하면, 눈앞에 영화에서 실제로 보여야 할 괴물들과 특수 효과가 그대로 보일 테니까요.

솔직히 현실 물건에 가상 모델링을 저정도 해상도로 씌울수 있는 물건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상상하면, SANY가 그걸로 벌어들일 수익이 얼마일지 상상도 하기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건 산업용 딥 다이버에 한정되는 이야기 아닐까요? 게임용은 다를테니까요.”

“그거야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차이는 꽤 있겠죠.

하지만 코넥트의 사례를 보면, 필연적으로 모자란 수요를 채우기 위해서 게임용 딥 다이버가 미친 듯이 산업현장으로 끌려갈겁니다.

애당초 PTW의 게임용 주변기기는 더 원활한 보급을 위해 마진을 마이너스 수준으로 맞추니까요.

아마도 제가 볼 때는, 저 기기가 발매되더라도 향후 2년 동안은 게이머들이 기기 박스도 구경하기 힘들 것 같군요.”

“그런 의미에서는 행사장에 참여한 관객들이 운이 좋다고 봐야겠군요.

지금도 자신들이 사용하고 있는 딥 다이버를, 그대로 집에 가져가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습니다. 그렇지 못한 게이머들이 바랄 수 있는 것은, 단지 SANY측에서 최대한 생산 물량을 늘려서 게이머들에게도 딥 다이버가 보급될 수 있게 하기를 기대하는 것뿐이죠.”

왓슨의 자조섞인 말투는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들 역시, 이전에 코넥트가 발매되었을 때 코넥트를 구하기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심지어 MS에서 공장을 3번이나 확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넥트는 정말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가격이 3배 이상 차이 나는 산업용 코넥트를 게이머들이 구매하여 게임용으로 쓸 정도로.

심지어 현장에서의 용도가 제한되는 코넥트가 그 정도였는데, 왓슨은 이번에 발표된 딥 다이버가 더 범용성 있게 쓰일 물건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즉, 앞으로 딥 다이버를 구매하기 위한 치열한 구매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코넌은 그런 왓슨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그의 의견에 반박했다.

“뭐, 아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PTW가 뭔가의 조처를 할 것이라 생각이 드네요.”

“뭔가라면?”

“그게 뭔지는 몰라도, 뭔가 하긴 하겠죠. 코넥트 사태 때 유저들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그들은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PTW는 유저의 고통을 절대 그냥 보고 있는 회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뭔가 해 줄 겁니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저는 무조건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긴, 다른 회사도 아니고, ‘그’ PTW니까요.”

“그렇죠.”

“그럼 딥 다이버의 구매 트러블에 대한 부분에서는 PTW를 믿고, 이제 다른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죠.

게임은 어때요?”

“좋습니다. 오늘 소개된 게임에 대해 분석할 것들이 너무 많네요.”

“하하!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걸 위해서 왓슨 씨를 부른 거니까요.”

“실망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현장으로 연결해볼까요? 현장의 카메라로 연결 부탁드립니다!”

방송은 그렇게 빠른 템포로 진행되고 있었다.

스튜디오의 ‘전문가들’이 떠드는 것보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더 오늘 공개된 게임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라는 것을, PD들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시각, 전 세계에서 행사 티켓을 구해 자신만의 행사 방송을 진행 중인 스트리머들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여러 가지의 게임이나 행사에 관해 이야기하며 한참 피치를 올리는 중이었다.

“하아하아···. 너무 소리쳐서 목이 아프네.”

한국의 NE 컨벤션 행사장에서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 중인 형진은 행사장이 떠나가라 지르던 환호성을 멈추고는 가방에 있는 음료수 병을 꺼냈다.

그리고는 마시기 전, 딥 다이버의 카메라에 자신이 들고 있는 병을 비추며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이 음료수도 말이죠? PTW에서 준 가방에 들어있던 겁니다. 대단하지 않아요? 소리 지르면 목 아플까 봐 미리 넣어둔 것 같은 이 섬세함?”

-이제 음료수 가지고 감동먹음?-

-ㅋㅋㅋ 병주고 약주는 거 아님?-

-설마 그것까지 예상했을까?-

-그건 모르는 거지. 누가 봐도 감동 먹을 쇼케이스이긴 했음-

-방에서 모니터로 보고 있는 나도 손 떨리네···.-

시야 구석에 떠 있는 채팅창을 보며, 형진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

애당초 이런 식으로 인터넷 방송과 연계하여 게임 스트리밍을 진행하려면, 하드웨어 단에서 해당 방송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했기 때문에.

그러나 지금은 딥 다이버의 스트리밍 기능에 감탄할 때가 아니었다.

어차피 오늘 집에 갈 때 자신은 딥 다이버를 집에 들고 갈 수 있을 것이니, 딥 다이버에 대한 성능 체크는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이 이벤트 회장에서만 확인 가능한 것들을 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자자, 여러분. 어차피 오늘 참가자에게 한정해서 딥 다이버는 배포된 한정판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고 발표 했어요.

그러니 지금은 행사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사항들을 체크하겠습니다.

할 게 너무 많거든요. 발표된 게임이 5개에, 한국 행사장에 준비된 어트렉션도 확인해야죠. 어느 거부터 할까요?”

형진의 질문에 미친 듯이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각자가 이번 3차 NE컨벤션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형진에게 확인시키기 위해서.

-일단 오늘 발매하는 게임들은 빼자. 그건 오늘 행사 끝나고 집에 사가서 방송할 수 있으니까.-

-그건 인정. 맞는 말임.-

-난 그거보다 의자부터 확인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PTW에서 발표한 게이밍 체어-

-발매 예정인 게임 위주로 방송해주세요.-

-의자 확인해 주세요-

-아까 보니까 아머드 코어랑 건담이랑 컨트롤러가 다르던데 두 개 다 의자에 내장되어있는 건지 확인 좀.-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새로 발표한 게이밍 체어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웠기에, 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전까지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시청자들은, 딥 다이버에 내장된 시점 공유 카메라를 통해 형진이 보는 것과 동일한 화면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지금은 조작 패널과 그것을 고정하는 프레임이 전부 의자 안으로 수납되어 있었기에, 의자는 SF틱한 느낌을 가진 게이밍 체어같은 느낌으로 변해 있었다.

“정확히는 내장 수납 공간 때문인지 게이밍 체어보다는 약간 안마의자 같은 인상이네요.”

형진이 말하자 채팅창에도 동의하는 채팅이 올라왔다.

형진은 채팅의 내용을 가볍게 눈으로 훑으며, 의자의 나머지 기능을 살펴보았다.

“여기 딥 다이버 모양이 그려진 버튼이 있는데 눌러볼게요.”

오른손 팔걸이에 달린 버튼을 형진이 누르자, 형진의 시야에 반투명한 게이밍 체어 조작 UI가 등장했다.

그것을 통해 형진은 그것이 의자의 모드를 조정하는 기능임을 알 수 있었다.

홀로그램 형태로 가운데 떠 있는 의자의 옆에 5개의 게임 아이콘이 있었기 때문에.

형진은 순서대로 그것을 눌러보며, 의자가 변화하는 형태를 보았다.

“기본적으로 구란트리스모용 레이싱 표준 세팅이 있고 나머지도 게임 만들 때 의자 세팅을 게임에 미리 넣어둔 것 같아요.

구란트리스모 아이콘을 누르면 의자 다리 부근에서 페달 파츠를 결착할 수 있는 프레임이 발쪽으로 튀어나오고, 등쪽의 프레임이 머리 너머로 내려오면서 핸들 고정 프레임이 나오네요.

팔걸이 부분에서 기어 조정 파츠가 나오고.

근데 나오는 건 프레임 뿐이에요. 나머지는 사서 장착해야 하는 것 같은데?”

의자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형진은 엉덩이 아래쪽의 후방 부분에 수납공간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것을 열어보고는 감탄사를 뱉어냈다.

“아, 여기 전부 있네. 레이싱 핸들용 파츠랑 나머지 게임용 파츠도.”

설치는 어렵지 않았다.

장착 가이드라고 쓰인 허공의 버튼을 터치하자 즉시 눈 앞의 의자를 프로그램이 인식하여 필요한 파츠를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 AR로 가이드 해 주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면서, 형진은 다시 한번 딥 다이버의 AR기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의 가이드가 가능하다면, 초보자가 엔진도 조립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서.

가이드에 따라 차량용 파츠를 프레임에 조립한 형진은 다시 의자에 앉아 구란트리스모를 기동했다.

“일단 30분 정도만 하고 나머지 게임도 순서대로 할게요.”

채팅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

형진은 약속한 대로 30분만에 구란트리스모의 커리어 모드를 끝냈다.

스토리 스포일러를 방지한다며, 웬만한 스토리 이벤트는 전부 스킵하고 게임 플레이 위주로 방송을 진행한 형진은 플레이를 마치자마자 간단한 소감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PTW에서 행사를 위해 준비한 주변기기의 ‘성능’에 대한 것이었다.

“우선 가장 놀라운 점은, 차량이나 노면 상태에 따라서 핸들에 전달되는 반동이 다르다는 거예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건 게임용 핸들 중에서도 꽤 비싼 기종에 적용되는 기능이거든요.

정정하죠. 저가형 모델에도 적용되는 기능이긴 하지만, ‘이 정도 성능’은 고가형 모델에서나 볼 수 있어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지금까지 제가 만져본 레이싱 휠 중에서 가장 현실자동차의 조작감에 가까운 물건입니다.

게다가 기어도 재미있는 물건인데, 이게 차량 모드에 따라 구동법이 바뀌어요. 게임 안에서 오토매틱 차량을 고르면 기어가 상하로만 움직이게 잠기고, 스틱 차량을 고르면 바로 락이 풀리면서 수동 변속기처럼 좌우로 움직이며 조작할 수 있게 바뀝니다.

솔직히 이것만 발표했어도 레이싱 게임 용 주변기기로서는 혁명적인 수준이에요.”

-진짜 아까 차량 변경하고 갑자기 기어봉이 좌우로 움직일 때 개 놀람. 저게 게임회사가 가질 수 있는 기술력인가?-

-애당초 딥 다이버 자체가 외계인 고문해서 만든 물건 아님? 코넥트도 그랬지만 PTW에서 만든 물건은 그게 뭐든지 장인 정신 돋는 물건인 듯.-

-가격이 문제지.-

-지금 방송에서 보여준 것만 해도 직접 구축하려면 수백만 원임. 차 움직일 때 미묘하게 화면 흔들리는 거 봤음?-

-아 나도 그거 궁금하던데 그거 뭐임?-

-나도. 화면이 흔들린 거야? 몸이 흔들린 거야?-

채팅에 올라오는 질문을 본 형준은 작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들으면 놀라시겠지만, 이 의자는 무려 ‘움직’입니다.

변신한다는 의미에서 움직인다고 하는게 아니에요.

실제로 4D 체험용 의자 수준은 아니어도, 가동 범위 안에서 약간의 기울임이나 진동은 충분히 전달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물건이었어요.”

-와 이제 가격이 얼마일지 상상도 안간닼ㅋㅋㅋㅋㅋ.-

-사라고 만든 물건 맞음?ㅋㅋㅋ-

-마진 빼도 저건 100만원 넘겠는데?-

“모르죠. 재미있는 건, 아까 주변기기 확인할 때 봐서 알겠지만 의외로 가동 상태는 괜찮은데 마감 상태는 별로라는 거에요. 그러니까 뭐랄까, 디자인 말고 조작감에 몰빵한 느낌이랄까?

실제로 이게 기어가 움직이는 것도 전자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냥 기계적으로 움직임만 구현되는 거거든요.

나머지는 모션 인식으로 전부 처리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여기 달린 수많은 액세서리 중에, 포스 피드백 기능이 달린 스티어링 휠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그냥 장난감 같은 거라는 거죠.

그걸 감안하면, 가격은 생각보다 얼마 안 할지도 모릅니다.

애당초 이 스티어링 휠도 딥 다이버로 보면 완전 실제 핸들 같은 모양이지만 현실에서 보면 그냥 가죽 씌워진 플라스틱 덩어리 같은 거니까.”

‘의외로 가격이 쌀지도 모른다’라는 형진의 말은 시청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형진은 그것이 이 의자의 포인트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애당초 이 게이밍 체어의 대단함은, 장비의 가격이 얼마이든 간에 그것을 감수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기에.

“문제는 그겁니다. 이 멋진 장비로 게임을 하는 게···. 하아···. 이걸 뭐라고 말해야하나···. 지금 여러분은 모니터 화면으로 보고 계셔서 모르겠지만, 이 딥 다이버란 물건으로 게임을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을 하게 해줘요.

그러니까 아예 내가 게임에 들어가 있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일반적인 VR의 경험을 넘어선 무언가? 제 표현력으로는 그렇게밖에 표현이 안되네요.

진짜로.

제 언어 능력이 이렇게 원망스럽게 느껴진 건 방송 시작하고 처음입니다.

여러분.

게이머 입장에서 게임안에, 그러니까 시야의 빈틈없이 아예 온 시야가 게임 화면으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은, 진짜로 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그런 엄청난 몰입감이 있어요.

내가 지금 행사장 의자에 앉아있는 건지, 아니면 서킷 위의 자동차 위에 앉아있는 건지, 정말로 구별이 안 된다고요.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진짜로 전달하고 싶은데 전달할 수가 없는 게 너무 갑갑합니다.”

-와 형진이 말투 진짜 갑갑한가 보다. 진심으로 억울해하는 게 느껴지네.-

-그냥 좋다! 개 쩐다! 이런 거로 표현 안 되냐?-

-화면으로 봐도 충분히 재미있어보이는데?-

“절대 안 됩니다!”

그러자 채팅을 본 형진이 소리를 질렀다.

그가 방금 체험 한 것,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것은 단순히 그런 표현으로 넘길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냥 좋다고요? 개쩐다고요? 단순히 그런 감정적인 단어로 방금 제가 체험한 감각을 표현할 순 없어요!

하, 진짜로 뭐라고 해야하지? 그냥 게임 안에 들어가있는, 아니 제가 주인공 그 자체가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니까요?”

-형진이 조금만 더하면 울겠다.-

-아니 그러니까 우리도 안다고. VR이니까 그건 당연한 거 아님?-

“그게 그런 느낌이 아니니까 그러는 거죠!”

형진의 목소리에는 격한 감정이 실려있었다.

자신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겪은 ‘느낌’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은 간절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 떨리는 목소리로, 형진은 시청자들이 모니터를 통해 ‘본 것’과 딥 다이버를 통해 자신이 ‘경험’한 것의 차이를 설명하려 했다.

그게 가능할지 아닌지는 몰라도, 어찌 되었건 단순히 굉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 만큼은 전달하고 싶어서.

“이건 검은 공간 앞에 화면 두 개 떠서 정면에 있는 디스플레이로 ‘입체감’만 전달하는 기존 VR과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에요!

만약에 이게 머리에 쓰고 있다는 촉감만 없다면, 아마 이거 쓰는 순간 현실하고 가상하고 구분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건 그 정도로 몰입감이 좋아요. 아니, 몰입감이라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부족하죠. 이건 몰입감을 넘어서, ‘현장감’이 느껴지는 기기입니다.

여러분 혹시 게임 속 주인공 되어보신 적 있어요?

없죠?

없으면 이 감각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저도 제가 상상하던 어떤 느낌하고도 다르다고 생각했으니까.

이건 그냥 플레이어를 게임 속 세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물건입니다!

이건 진짜 미쳤어요. 개 미쳤다고요!

PTW 이 새끼들은 진짜 지하에 외계인을 가두고 있는 게 확실합니다!

제 말이 허풍 같으세요?

5초라도 좋으니까 이걸로 게임 한번 해보세요. 그럼 저랑 똑같이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실 거니까!”

그때 다른 방에서 시청하다 형진의 방으로 넘어온 시청자가 형진이 소리치는 모습을 보고는 채팅을 날렸다.

-저거 뻥 아님. 나 다른 방 스트리머가 방송하던 거 보고 왔는데 걔도 지금 오열하면서 울고 있음.-

-ㅋㅋㅋ 미친 진짜냐?-

-ㄹㅇ임. 걔는 막 ‘오늘부로 인류는 특이점을 넘어섰습니다! 여러분!’이러고 소리 침.

딱히 얘 방만 이런 게 아니라, 다른 방 스트리머들 지금 본격적으로 체험 시작하면서 전부 비슷하게 반응 중.-

-딱 기다려. 딴 방 보고 온다.-

-ㅋㅋ 나도 보러 감.-

순식간에 시청자들이 우수수 빠져나갔지만, 형진은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와 비슷한 수의 시청자들이, 다른 스트리머의 방에서 유입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시청자들이 스트리머들의 말을 듣고 다른 방을 돌아다니는 이유는 매우 명확했다.

딥 다이버로 플레이한 체험의 반응이 너무 격렬해서, 허풍인지를 확인하려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여러 방을 돌아다니던 시청자들은 한국을 넘어 해외 스트리머의 절규까지 듣고 오며 한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모니터로 보면서 그들이 ‘멋지다’고 외친 단어와, 실제로 행사장에서 딥 다이버를 쓰고 게임 한 사람들이 ‘멋지다’라고 외친 단어가, 전혀 다른 의미라는 것을.

그것은 실제로 겪어보지 않고는 알기 어려운, VR의 특이한 경험을 넘어선 딥 다이버만이 제공할 수 있는 ‘현장감’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How the hell did they make this crazy stuff?(대체 무슨 수로 이런 미친 물건을 만든 거지?)”

“Holy mother···(이런 미친.).”

물론 그 스트리머들 역시 아머드 코아와 간담의 쇼케이스에서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 본 상태였다.

그러나 ‘지정된 시퀀스’에 맞춰서 요구되는 플레이를 하는 것과, 자유롭게 자신이 게임기를 가지고 ‘게임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그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단순히 멀리서 모니터를 통해 보는 방송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압도적인 재미를.

하지만 시청자들이라고 그 감각을 완전히 상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플레이하고 감탄하는 스트리머들의 반응 자체가, 그것이 얼마나 뛰어난 지 보여주는 증거였기에.

대신 시청자들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감탄’이 아닌 ‘기대감’이었다.

‘대체 얼마나 미친 물건이길래 해본 사람들이 전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아니, 얼마나 재미있길래 저러는 거야?’ 같은.

그리고 그렇게 소리치는 관객들을 보며, 상혁은 조용히 행사장에서 미소짓고 있었다.

오로지 ‘직접 해봐야 얼마나 멋진지 알 수 있다’는, VR이 가진 한계를 넘어설 방법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에.

“후라이팬이 뜨거운지 알기 위해서, 굳이 직접 손을 대볼 필요는 없지.

그 위에 떨어트린 물방울이 끓어오르는 것을 보면, 그게 얼마나 뜨거운지는 쉽게 알 수 있으니까.”

이전의 NE 컨벤션과는 다르게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허용하고, 일부러 딥 다이버에 방송 송출용 기능까지 넣어 출시한 이유.

그것은 바로 딥 다이버가 가진 ‘멋짐’을 간접적으로라도 전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상혁이 준비한 또 하나의 카드였다.

-미친 반응 보니까 더 하고싶네.-

-바로 다음 게임 가자!-

-PTW 게임도 해 보자고!-

수없이 떠오르는 채팅창의 메시지들.

그것은 이미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딥 다이버’란 물건에 가지는 엄청난 기대감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3차 NE 컨벤션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모두 PTW의 팬은 아니었기에.

축제 분위기의 게이머들과는 반대로, 세상에서 가장 침울한 표정으로 행사 영상을 지켜보는 이들도, 세상엔 존재하고 있었다.

“우린 진짜 X됐네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말을 꺼낸 것은 X-BOX 게임 사업부의 직원들이었다.

눈앞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상 속의 행복한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 가득한 미소가, 자신들이 X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MS의 수장 윌 게이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크리스를 향해 말했다.

“여기까지 봅시다.”

“더 안 보셔도 되겠습니까?”

“더 보면 미쳐버릴지도 몰라요.”

“알겠습니다.”

크리스가 TV의 전원을 끄자, 윌이 직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요. 크리스가 경고한 대로, SANY의 새 주변기기는 괴물 그 자체군요.”

그리고 이 전대미문의 사태를 해결할 방법에 관해 물었다.

“아무라도 좋으니까, 제발 말해봐요. 그게 아무리 황당한 아이디어라도 들어줄 테니까.

부탁입니다. 제발 말해주세요. 저 괴물같은 기기를 이기는 방법을.”

그렇게 말하는 윌의 목소리는, 앞으로의 암울함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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