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74화 (275/485)

274. 어메이징 쇼타임

형진에게는 참 다행스럽게도, 상혁은 이번 3차 NE 컨벤션에서 스트리머의 실시간 방송을 허용하는 시점에서 이미 그를 위한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그것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형진의 앞에 있는 진행요원은 PTW VR을 장착한 채 마치 꿈이라도 꾸는 표정을 하고 있는 관객들을 향해 외쳤다.

“분명 여기 있는 여러분들 중에는 이렇게 생각하고 계시는 스트리머 분들이 계실 겁니다.

‘아,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지?’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신형기기에는, 스트리밍 방송을 위한 기능이 함께 들어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진행요원은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이 생긴 쇼핑백을 들어 안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PTW VR과 같은 흰색으로 된 상자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 상자 표면엔, 마치 자동차의 핸즈프리 거치대를 연상하게 하는 플라스틱 부품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배포해드린 쇼핑백을 보시면 안에 ‘모바일 스트리밍용 보조 장비’라고 쓰여있는 작은 상자가 있을 겁니다.

이걸 이렇게 장비 뒤쪽에 있는 홈에 꽂으시고 들고 계신 휴대폰을 넣으신 뒤 함께 동봉된 케이블로 장비와 연결하시면 휴대폰으로 송출 중인 방송화면이 여러분이 보고 있는 시점과 연동되게 됩니다.”

마치 직접 경험해보라는 듯, 진행 요원은 장비를 어떻게 휴대폰과 연결하는지만 설명하고 그게 실제로 어떻게 바뀌는지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처음으로 보여주는 것은, 이 행사에 참여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이벤트를 중계중인 스트리머들의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형진은 진행요원이 시키는 대로 다급하게 쇼핑백에서 주변기기를 꺼냈다.

그리고는 자신의 휴대폰을 장착한 후, VR기기 뒤편에 달린 홈에 매달고 선으로 두 장비를 연결했다.

그리고 다시 VR장비를 머리에 뒤집어 쓰자, 두 번째 보고 있는 것인데도 여전히 경이로운 로비 내부의 풍경과 함께, 형진의 눈 앞에 반투명한 텍스트가 띄워져 있었다.

[방송 진행 중인 모바일 디바이스를 인식했습니다. 현재의 시각 정보를 방송화면과 동기화하시겠습니까?]

딱 대놓고 허공에 떠 있는 UI를 보며, 형진은 손을 내밀어 허공을 ‘터치’했다.

마치 SF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으로.

그러자 순식간에 연동을 완료한 VR 장비가 형진의 눈앞에 새로운 UI를 출력했다.

그것은 형진에게는 매우 익숙한, 자신이 사용하는 인터넷 방송의 채팅 창이었다.

-오!! 오오!! 이렇게 보이는구나!-

-처음 볼 때는 허접하다고 생각했는데 저 이상한 장비랑 연동돼서 전체 인테리어가 완성되는 거였어!!!-

-와! 완전 우주기지 내부같은 느낌!!?-

-X발 저건 무조건 산다.-

-Shut up and take my money!(닥치고 내 돈 가져가!)-

형진은 채팅 창의 반응을 보고, 현재 자신이 송출하던 모바일 화면이 자신이 보고 있는 것과 같은 광경이 송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현재 자신의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5천 명의 시청자들이, 자신과 함께 같은 감동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형진은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도 확신은 없지만, 분명 PTW가 만든 장비니, 자신의 목소리 역시 함께 방송으로 나갈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여러분, 보고 계십니까? 그리고 느껴지십니까? 제가 보고 있는 지금 이 모습이 전해주는 충격이?

아까 진행요원이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눈앞의 모든 것이 확 변할 때, 저는 진짜로 오줌을 지릴뻔 했습니다!”

-레알. 장난 아니네.-

-눈앞에서 저 허술한 세트가 지금처럼 변하는 걸 봤으면 진짜 마법에라도 걸린 기분이었을 듯.

지금 나도 그런 기분인데.-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이런 게 가능해?-

-코넥트 땐 외계인 고문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번엔 외계인이 쓰는 장비를 통째로 가져온 듯.-

-이걸로 게임 하면 진짜 몰입감 오지겠다.-

-Shut up and take my money!!(닥치고 내 돈 가져가!!)-

“진짜로 고맙게도, PTW에서 방송 송출용 기능을 넣어줬기 때문에 여러분께 이 감동을 전달해줄 수 있다는 게 저는 너무나도 감동입니다.

하지만 안타깝습니다. 화면으로는 100% 전달이 안 될 것 같아서요.

진짜로. 이 장비를 끼고 보는 세상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환상적입니다.”

-아, 개 부럽다.-

-이미 저것 하나만으로도, 티켓값 300만원은 진즉에 건진 듯.-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더 감동적인 건, 지금 이 감동을 전 세계 게이머가 함께 느끼고 있다는 거겠죠.

직접 행사 현장에 참여해서 느끼고 있던, 아니면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서 느끼고 있던, 이 환상적인 경험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감동적인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때, 진행요원이 사람들을 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멋지죠? 모니터를 통해 스트리밍 방송으로 보고 있는 시청자분들도 이제 아셨겠지만,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기능은 저희 PTW의 신형 장비의 AR기능을 활용한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행사 내내, 해당 기능을 활용해서 여러분은 가상의 데이터와 현실이 공간이 함께 어우러져 전달해주는 환상적인 체험을 하게 되실 거고요.

그럼 잠시 다음 관람객 입장을 위하여, 행사 존으로의 입장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모두, 오늘 남은 시간 동안 즐거운 우주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우주여행’이라는 말에 형진은 좌 우측에 있는 거대한 유리벽면을 바라보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는 행사장 외부를 비추고 있던 유리창은, 지금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가스 구름과 반짝이는 별들로 구성된 은하수를 비추고 있었다.

“진짜···. 말이 안 나오네···.”

마치 우주 공간 그 자체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형진은 행사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Shut up and take my money!!!(닥치고 내 돈 가져가!!!)-

아까부터 느낌표를 하나씩 늘려가고 있는, 외국인 시청자의 채팅을 보면서.

***

이동한 행사장 내부는 쇼케이스를 위해 2만 명이 동시 관람 가능한 거대한 중앙 스테이지를 중심으로 체험존과 놀이 공간, 식사 공간 및 포토존 등의 다양한 어트렉션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언제라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편하게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모든 설비는, PTW VR을 착용하고 관람을 해야만 최적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행사장의 아무 곳에서나 고글을 쓰고 벗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공간에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기에 행사에 참여한 관람객들은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장비을 벗었다 썼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이게 진짜 일어나고 있는 일인가를 확인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눈앞에서 자신을 향해 이야기 하고 있는 NPC가, 고글을 벗으면 사라지는 감각은 절대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감각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형진이 기다리는 것은 사방에서 관람객을 유혹하고 있는 미친 듯이 재미있어 보이는 설비들이 아니었다.

그건 잠시 후에 언제든 볼 수 있으니까.

다른 이들처럼 사방을 돌아다니는 대신, 형진은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본격적인 행사의 시작은, 아마도 쇼케이스 이후가 되겠지.’

무대를 보며, 형진은 생각하고 있었다.

나머지 이벤트 에리어로 진입하는 입구가 다 닫혀 있었고, 지금도 자신의 뒤쪽에서 수천 명이 고글을 쓰고 입장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형진의 예상대로, PTW에서는 2만 명의 입장이 모두 완료될 때까지 이벤트 존의 입구를 열지 않았다.

형진은 모여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뭔가 SF에 나올법한 장면이네.’

2만 명의 게이머들이 특이한 모양의 헬멧 형태 고글을 쓰고 한곳에 뭉쳐있는 모습.

그리고 천장에 덜려있는 거대한 가상 유리창을 통해 비치는 광활한 우주의 풍경.

사방에 서서 즐겁게 관객들과 대화 중인 홀로그램 NPC들과, 공간에 떠다니는 가상 드론들은 마치 이 공간이 2017년의 게임 이벤트 행사장이 아니라, 3017년의 알파 센타우리 은하에서 펼쳐지는 우주 콘서트장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형진과 마찬가지로 두근대는 표정으로 쇼케이스의 시작을 기다리는 게이머들의 모습이 있었다.

‘대충 저게 마지막 입장객 무리인 것 같은데···.’

형진은 1000명 단위로 입장한 관객들의 입장수를 카운트하며, 20번째 입장객 무리가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다른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곧 쇼케이스가 시작될 것이라 예상하였다.

지금이라도 무대 저편에서 상혁이 뛰쳐나와,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런 형진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 마법같은 장비에 대한 쇼케이스가 아닌, 불길한 경고음과 함께 이어진 이벤트 연출이었다.

[선견함으로부터 발광 신호.

적 전함 다수 출현! 적 전함 다수 출현!]

그와 동시에, 내부를 밝게 비추고 있던 조명이 꺼지며 붉은 경고등이 동시에 점등했다.

“헐 시발!”

그리고 그와 함께 사방에 배치된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마치 워프 포탈이라도 탄 것처럼 갑자기 허공을 뚫고 나오기 시작한 우주 전함들.

그 장면이 주는 위압감은. 이의 감탄사를 사기에 충분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실별 코드에 의한 적 전함 구분.

S886EFD 기함 ‘크레토스’ 1기!

B442 오테론급 전함 22정!

A451S 실바나스급 구축함 다수!]

[전원 제 1종 전투 배치.]

[확인. 전원 제 1종 전투 배치.]

그와 동시에, 행사장 곳곳에 있던 진행 요원들이 ‘전원 제 1종 전투 배치!’를 복창하며 사방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것은 물론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연출임을 알고 있는 행동이었지만 이 공간이 전달해주고 있는 몰입감과 사방에서 들려오는 효과음으로 마치 진짜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

순간 마치 여러 소리가 압축되어 한번에 들리는 듯한 괴성이 들려왔다.

마치 외계인이 지르는 비명같은 소리가.

[외계 함대로부터 송전.]

[번역하라.]

[테라 연합에 알린다. 너흰 지금 완전히 포위되었다. 워프 포탈은 차단되었으며, 우리의 전력은 너희의 전력을 압도한다.

지금 당장 항복하지 않으면, 전함채로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주겠다.

함장님, 어떻게 회신하겠습니까?]

[테라 연합의 군인은 너희 같은 촉수 덩어리들에게 항복하지 않는다. ‘X까’라고 회신하도록.]

[함장님.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회송 메시지는 ‘X까’. 맞습니까?]

[그렇다.]

[알겠습니다. 적 외계 함대에 회신합니다. ‘X까.’]

순간 사방에 있는 외계 전함에서 동시에 밝은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사람 중에, 그것이 아군 함장의 도발에 빡친 적 함대가 공격을 준비하는 빛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촤아아아앙!!!-

마치 거미줄처럼 사방에서 뻗어오는 광선이 관객들이 있는 로비를 향해 뻗어 나오자, 에너지 쉴드로 보이는 푸른 장막이 광선을 막으며 용접기 스파크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 많은 공격을 막기엔 무리였는지, 순간 무언가가 찢기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폭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제 3 함교 피탄!]

[함내 대 우주 방어 체계 손실]

[적 포격으로 인한 실드 관통. 손상율 32%]

[적 미사일로 인한 이온 폭풍 감지. 실드 제네레이터 손상]

[초 공간 도약장치 이상 발생.]

[23 대기 구역에서 화재 발생.]

다급한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연기와 불꽃은 형진에게 마치 진짜로 공격받고 있는 우주 전함의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함장의 목소리는 이런 아수라장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23 대기 구역 격벽 차단. 산소 공급을 끊어 화재를 진압.

항속 변경. 제 2 전투 속도로.

전 함포 일제 조준 개시.

목표는 적 기함 크레토스!]

[진행 방향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준 목표와 같이 이동. 우린 대장을 잡으러 간다.]

[알겠습니다. 함선 이동 방향 변경. 우상현 120. 제2 전투 속도 전환.]

[실드 배치 변경. 전 실드를 전방에 집중.]

[함교가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수행하라.]

[알겠습니다. 전 탑승자는 피격 시 충격에 대비하십시오.]

창 밖으로 보이는 배경이 급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며, 형진은 아찔함을 느꼈다.

순간 바닥에서 전해지는 진동이 진짜로 함선이 움직이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물론 그것은 상혁이 이번 세트를 설치하며 바닥에 깔아둔 진동 발생장치가 전해주는 감각이었다.

“오, X발···. 오오···. X발···.”

형진이 말로 표현을 못하고 감탄사만 연발하는 사이, 채팅창에서도 미친 듯이 채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미친 지린다.-

-동영상이 아니라 전투 연출을 그대로 까버리네!?-

-Shut up and take my money!!!!!!!(닥치고 내 돈 가져가!!!!!!!)-

-우주 전함이다! 우주 전함!-

거대한 레이저 빔이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는 굉음.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불꽃.

연출인지 진짜인지 묘하게 퍼지고 있는 탄 냄새.

의자를 통해 전달되는 피격시의 충격과 마치 엔진의 떨림처럼 느껴지는 작은 진동까지.

이번 무대를 위해 PTW가 준비한 연출은 PTW VR이 전달해주는 뛰어난 몰입감과 함께 관객이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지금의 감각 자체에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진짜 벗기 싫다.’

형진은 단 0.1초도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이 광경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오로지 방송을 위해서, 형진은 과감하게 휴대폰과 연결되어있는 VR기기의 선을 뽑았다.

-어 시발 뭐야?!?!-

-장비 오류?!!?PTW가?!-

-아 한참 좋을 때인데?!!?-

-야 화면 이상하다고!-

형진은 채팅을 무시하고 휴대폰을 들어 주위를 보여주었다.

사방을 비추고 있던 가득한 외계 전함도, 그리고 헤드셋에서 울려퍼지던 강렬한 소리도 사라진 ‘현실’의 공간을.

그리고는 휴대폰을 통해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장비 오류가 아니라 일부러 잠깐 끈 겁니다.

실제 이 장비를 끄고 보는 모습과 키고 보는 모습의 차이를 보여드리려고요.

보신 것처럼 장비를 끄면 그냥 아무것도 없는 허술한 세트네요.”

-그걸 왜 지금 보여주는데!-

-아 빨리 쓰라고!-

-Shut up and turn it on!!!!(닥치고 전원 도로 켜!!!!)-

혁찬은 머쓱해진 기분으로 다시 장비를 연결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현실의 공간’을 보여주던 방송이, 놀랍게도 ‘가상의 우주’를 다시 비추기 시작했다.

그것이 전해주는 갭에, 시청자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X발 미친 뭘 만든 거야?! PEW 새끼들은?!-

-지금 이거 무선 아냐? 콘솔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이정도 연출이 돌아간다고!?!-

-ㅋㅋㅋ 다른 게임회사는 다 뒤졌닼ㅋㅋㅋㅋㅋ-

“진짜 지리지 않습니까?”

-알았으니까 조용히 하셈. 연출 좀 보게.-

형진도 그 말에 공감했기에 형진은 입을 다물고 PTW가 전해주는 우주전의 긴장감을 그대로 체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왜 적 기함으로 돌진하라고 한 거지?’

그 이유를, 형진은 곧 알 수 있었다.

[전 포문은 적 기함의 워프장 방해장치를 조준!]

[조준 완료.]

[발사!]

[적 기함의 실드 돌파 성공. 워프 방해 전파의 해제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대로 적 기함 방향으로 계속 전진!]

그러자 잠시 후 적 함선의 포격이  점점 뜸해지더니 오퍼레이터의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적 함대의 포격이 중지되었습니다.]

[잘못하면 적 제독이 타고 있는 기함이 맞을 위험을 감수할 간 큰 함장은 없겠지.

군인들 생각하는 건 다 비슷하다니까. 외계인이든, 인간이든.]

‘아,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기관실. 초 공간 도약장치 상태 확인 후 보고 하여라.]

[수리 완료. 하지만 플라이 휠이 나갔습니다. 충전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주포 사격 중지. 스러스트 가동 중지하고 관성 항법으로 전환.

함선의 전 출력을 FTL 장비에 공급하라.]

[확인. 주포 사격 중지. 관성 항법으로 전환합니다.

FTL 워프 드라이브 충전까지 3.2.1···. 충전 완료!]

[워프!]

함장의 목소리가 울리는 찰나의 순간, 형진은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

길게 늘어지던 적 기함의 레이저포도, 벽 저편에서 터져 나오던 불똥도,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적 함선들의 공격도 그 순간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동시에 멈췄기 때문에.

그리고 그 모든 풍경이, 그 순간 마치 그래픽이 깨진 게임 화면처럼 길게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영화나 게임에서 수도 없이 보았던 ‘그 연출’과 함께, 무대 앞에 앉아 있던 2만 명의 관객들은 워프를 통해 다른 공간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들이 있었던 ‘우주 공간’이 아닌.

그들이 살고 있는 ‘현실’의 세계로.

“OK. 여기까지.”

그때 스테이지 앞에서, 현재의 콘솔 게이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방금까지 이 모든 사람을 마법 같은 세계로 끌고 간 PTW의 최고 창조 책임자(CCO : chief creative officer), 이상혁의 목소리였다.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마이크를 든 상혁이 인사를 하자, 2만 명의 시선이 동시에 전방에 있는 무대를 향해 일제히 쏠렸다.

그리고 상혁은, 그런 그들을 향해 그들이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진짜 끝내주게 멋지지 않습니까?”

그것은 이번 3차 NE 컨벤션에서, 전 세계에 있는 수만 명의 관객을 ‘가상의 세계’로 초대한 개발자가 보내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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