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70화 (271/485)

270. 메모리(Memory)

어째서 게임 광고를 미국인만 보는 미식축구 결승전 광고시간에 내보내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인들만의 축제처럼 인식되는 슈퍼볼(SuperBowl) 결승전의 광고는 광고 업계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45%를 넘어서는 평균 시청률, 단일 프로그램으로써는 1억 명을 넘어서는 경이적인 시청자 숫자는 마케터들이 자신의 능력을 한 번의 기회로 보여주기에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슈퍼볼의 광고 단가는 매년 10% 이상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예약이 밀려있는 편이었다.

30초당 광고 단가가 2017년 기준으로 무려 55억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물론 그런 광고 단가를 단 한번의 광고를 위하여 지불할 수 있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역대 슈퍼볼 광고들은 메이저 업체들의 광고 능력 컨테스트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곤 했다.

누가 어떻게 더 기발하고 인상에 남는 광고를 만들 것인가.

그리고 올해 최고의 광고는 무엇이 될까.

전 세계 미식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경기의 결승전은, 다른 의미론 전 세계 마케팅 업체의 최강자를 가리는 무대이기도 했다.

[허먼의 말이 사실이었다!]

[PTW가 이번 슈퍼볼 광고에 참여한다!]

애당초 PTW라는 회사는 유저들에게 뭔가 전달할 게 있으면 그냥 본인들의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회사였다.

운영 초기부터 민준이 뼈대를 만들고 상혁이 기획을 잡은 PTW의 홈페이지는, 그 편리함과 디자인 때문에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콘솔 게이머 커뮤니티 중 하나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일일 방문자나 페이지뷰도 많았고.

그렇기에 허먼이 슈퍼볼 광고 예약 목록에 ‘정체불명의 회사가 있고, 그게 PTW다.’라고 호언장담했을 때 많은 유저들은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애당초 그냥 홈페이지에 올려도 전 세계 팬들이 다 볼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그런 짓을 하겠는가 싶어서.

그리고 그런 유저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미리 정보 알림을 켜둔 유저들에게 PTW는 워크패스트를 통하여 홈페이지에 새 정보가 게시되었음을 알렸다.

그것은 자사의 ‘특별한 정보’에 대한 공지가, 2017년 2월 슈퍼볼 광고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것이라는, 일종의 ‘광고를 알리는 광고’였다.

***

[방금 방송국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현재 올해 슈퍼볼의 시청률이 역대 최고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하! 그건 아마도 슈퍼볼 때문이 아니라 이번에 공개된다는 PTW의 새 광고 때문이겠죠!]

[덕분에 미식축구 팬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카메라가 경기장을 비추고 있군요!]

아나운서의 말대로, 슈퍼볼 결승을 중계하던 카메라가 잠시 관중석을 비췄다.

그리고 거기엔, 누가 봐도 주변과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관객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검은색 바탕에 하얀 글자로 쓰인, ‘WE LOVE PTW’라는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단체로 갖춰 입고서.

[딱 봐도 미식축구 팬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굳이 경기장에서 광고를 보겠다고 이 비싼 결승전 티켓을 구해 온 것을 보면, 아마 이번에 티켓을 구하는 데 실패한 미식축구 팬들이 욕을 할 겁니다.

만일 응원하는 팀이 패배한다면, 저 불쌍한 게임 너드들이 분노한 관중들에게 두들겨 맞을 수도 있어요.]

슈퍼볼 주관 방송사인 CBS의 해설자이자, 명 쿼터백 출신인 토디 로머가 말하자, 같은 해설자인 CBS의 간판 아나운서 짐 넌츠가 답했다.

[토디, 하지만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아마 이 경기장의 절반은 응원하는 팀과 상관없이 저 팬들을 지키기 위해서 함께 싸울 겁니다.

오늘 경기장에 경기를 보러온 팬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광고 1위로 찍은 광고가, 바로 PTW의 광고니까요.]

슈퍼볼 광고는 광고 그 자체를 보기 위해 슈퍼볼을 시청한다는 시청자도 있을 정도로 주목을 많이 받는 요소였기에, 해설자들은 올해 최고의 뉴스거리라 할 수 있는 PTW의 광고에 대한 이야기로 한참을 떠들어댔다.

자신들이 그것에 대해 열심히 떠들수록, 현재 단 하나의 광고 때문에 보고 싶지도 않은 미식 축구 경기를 보고 있는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빠, 광고는?”

LA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러팔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딸이 자신의 옆에서 떠드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맥주를 들고 있지 않은 손으로 사랑스런 딸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말했다.

“곧 나 올 거란다.”

그는 사실 PTW의 팬이 아니라, 미식축구의 팬이었다.

그와는 다르게 올해 12살인 그의 딸은, 미식 축구는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PTW의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였고.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도 PTW의 팬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딸이 좋아하는 PTW의 광고가 슈퍼볼에서 광고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가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의 결승전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그가 가장 사랑하는 딸과 오붓하게 앉아서 경기를 볼 수 있었으니까.

그것은 그에게 마치 꿈같은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현재는 그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중이었고.

기분이 좋아진 러팔로는 문득 자신이 그렇게 함께 보자고 이야기할 때는 매번 거절하던 딸이 슈퍼볼 결승전을 보게 만든 게임 회사에 대해 궁금해졌다.

게임기를 사주긴 했지만, 평소엔 그냥 방에서 가지고 놀게 놓아둔 채 관심을 두지 않았었기 때문에.

그래서 러팔로는 아나운서의 설명을 들으며 딸에게 물었다.

“제나?”

“네?”

“그 광고 하나 때문에 그토록 싫어하던 슈퍼볼 결승을 처음부터 보고 있다니, 그 광고가 그렇게 대단한 광고야?”

“그거야 모르죠. 아직 누구도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럼 내용도 모른다고?”

“네.”

“그런데 그 광고 하나를 보려고 슈퍼볼 결승을 처음부터 보고 있는 거야?”

“아마 PTW 팬들이라면 다들 그렇게 하고 있을걸요? 아, 지금 시작하는 것 같아요!”

딸이 러팔로의 팔을 꽉 쥐자 러팔로는 다시 화면을 향해 눈을 돌렸다.

그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게임이길래, 자신의 딸이 이렇게 푹 빠지게 만들 정도인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그리고 그런 러팔로의 눈에 비친 PTW의 광고는, 적어도 이제까지 매년 슈퍼볼 광고를 지켜보았던 그조차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고였다.

‘어? 이 노래 익숙한데?’

뮤지컬 자체는 본적이 없어도, 살면서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익숙한 노래를 배경으로 PTW의 광고가 시작되고 있었다.

Barbra Streisand의  ‘Memory’.

뮤지컬 ‘캣츠’의 삽입곡인 그 노래와 함께, PTW의 광고는 이전에 진행되었던 역대 NE컨벤션들의 스틸컷을 보여 주었다.

행사에 참여한 관람객들의 즐거운 표정을, 그리고 게임을 하며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을.

Memory,

All alone in the moonlight,

I can dream of the old days.

Life was beautiful then.

I remember the time

I knew what happiness was.

Let the memory live again.

쓸쓸한 달빛에 젖어

더욱 외로워지지만,

나는 지나간 추억을 꿈꾸지.

그때는 모든 것이 아름다웠어.

행복했던 그 시절이

추억 속에 아른거리네.

그 시절이 너무나도 그리워.

‘추억(Memory)’이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노래 가사는 그와 함께 나오는 이미지들과 함께 PTW의 팬들을 추억에 잠기게 했다.

굳이 지금까지 NE컨벤션에 참가할 수 있었던 12만 명의 참가자에 끼지 못했더라도, PTW 팬이라면 누구나 홈페이지에서 역대 NE컨벤션의 행사 영상을 보며 부러움에 빠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PTW의 광고가 비추고 있는 것은 게임이 아니었다.

1초당 2억 원에 가까운 광고비를 쓰면서, PTW는 자신에게 할당된 시간 동안 유저들이 행복감을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의 스틸샷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15초 정도가 지나자, 음악은 스스로 소리를 줄이며 배경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스틸 샷처럼 연출되었던 이미지가 영상으로 변하며, 광고는 다시 한번 유저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행사에 참여했던 과거가 아닌, 현재의 모습으로 진행되는 인터뷰 컷이었다.

-제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

-비할 수 있는 것이 없죠.-

-두 번 다 참석할 수 있다는 게 제 최고의 행운입니다.-

-가장 행복한 기억이요? 제 딸이 태어났을 때, 그리고 아내가 프로포즈를 받아줬을 때, 그리고 NE컨벤션에서 MYOM을 세계 최초로 플레이했을 때입니다.-

러팔로는 아나운서들이 그토록 떠들어대던 PTW라는 회사가, 어째서 저런 식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제품을 광고하던, 브랜드를 광고하던, 기본적으로 광고는 ‘그 광고를 처음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기본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러팔로는 자신의 옆에 앉은 딸이 마치 영혼이라도 빨려 나간 것처럼 화면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 광고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애당초 이 광고가, 오로지 기존의 PTW의 팬들을 위해 제작된 광고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광고는, 이제 중반부를 넘어 후반부로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저는( I )-

-저는( I )-

-우리는(We)-

-원 합니다.(Want)-

빠르게 교차 되는 수많은 팬의 목소리.

그것은 지금까지 PTW의 고객센터를 통해 수없이 전달되었던 유저들의 바램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마디씩 모아서 만들어진 수많은 영상들이, 하나로 합쳐져 짧은 문장을 연출하고 있었다.

-우린 다음을 원한다.(We want next)-

그때 어느새 꺼졌는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꺼진 음악과 함께, 광고는 검어진 화면을 보여주며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는 화면에 하나의 텍스트를 보여주었다.

간절하게 차기작과 3차 NE컨벤션을 원하는 유저들의 메시지에, PTW가 내놓은 답변을.

[We know.(저희도 압니다)]

단 두 개의 단어로 만들어진 문장이었지만, 러팔로는 그것이 오랜 시간을 기다린 팬들에게 주어진 답변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새 자신의 옆에서 TV를 지켜보고 있던 딸이, 손으로 입을 막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뭐, 딸이 좋아하면 됐지.’

어차피 광고다.

러팔로는 이번 슈퍼볼 경기를 딸과 같이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모르고 있던 사실은, 이건 그냥 브랜드 광고가 아닌, PTW의 다음 행사에 대한 홍보 광고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자신의 딸이 그렇게 싫어하던 미식축구를 자신의 옆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도.

[3차 NE 컨벤션 개최 확정]

[2017.8.15.~2017.8.18.]

약 2초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출력되는 텍스트를 보며, 제나는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는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다음 광고를 기다리고 있는 아빠를 향해 말했다.

“아빠?”

“응?”

“저 저기 아빠랑 같이 가고 싶어요.”

그녀가 굳이 광고 때만 불러달라고 아빠에게 부탁해도 충분하지만, 그토록 싫어하던 슈퍼볼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이유.

그것은 오로지 PTW의 광고에 나온 3차 NE컨벤션의 티켓을 아빠에게 부탁하기 위해 제나가 깔아둔 커다란 ‘설계’였을 뿐이었다.

***

[We know.(저희도 압니다)]

아마도 세상의 다른 어떤 회사도, 저런 짧은 문장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상혁은 지금까지 PTW가 유저들을 위해 쌓아온 노력과 그로 인해 형성되어 있는 유저들과의 독특한 ‘유대감’을 믿었다.

적어도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게임 회사인 PTW의 팬들이라면, 저 단순한 문장에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상혁의 계산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혹시 나처럼 슈퍼볼 광고 보다가 운 사람?]

[그게 바로 나다. 티켓 예매 일정 잡으려고 고객센터에 문의를 수백 건 넣었는데 보안 사항이라고 이야기 안 해주더니 저렇게 심장을 때려버리네.]

[오로지 PTW 팬들만 이해할 수 있는 광고였다.

그리고 난 그게 가장 마음에 들었어.]

[그렇지. 내가 원하는 답은 저거 하나였다고.

알면 됐어.]

PTW의 팬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PTW라는 회사를, 그 회사의 게임을 사랑하는지를 회사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속에서, PTW란 회사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면 그것을 반드시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회사였기 때문에.

하지만 팬들을 진정으로 흥분시키는 것은, PTW가 1분이랑 시간 동안 100억이 넘는 비용을 내며 만든 광고의 내용이 아니었다.

물론 오로지 팬들을 위해서 제작한 슈퍼볼 광고도 팬들에게는 충분히 감격스러운 이벤트라 할 수 있었지만, 광고가 올라온 직후 영상과 함께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광고를 받으며 애틋한 감상에 잠겨있던 모든 유저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3차 NE 컨벤션은 5개 게임 개발사가 참가하며 서울, 도쿄, LA, 파리, 시드니의 전 세계 5 도시에서 진행됩니다.]

이제까지 미국에서만 진행되었던 1 2차 행사 때와는 다르게, 무려 전 세계의 5개 도시에서 동시에 3차 NE 컨벤션이 진행된다는 사실은 전 세계의 PTW 팬들을 흥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매번 전 세계의 팬 중 오직 6만 명만 참가할 수 있었던 행사의 입장권이, 이번엔 5배인 30만 장이 된다는 이야기였으니까.

[젠장, 난 미국에 살지만 이번에 NE 컨벤션 티켓 못 구하면 다른 나라 티켓이라도 구해서 간다!]

[이 돼지 같은 욕심쟁이 양키 새끼들! 프랑스 티켓에서 손 떼!

우린 전 유럽의 팬들하고 경쟁해야 한다고!]

[설마 호주까지 날아와서 참가하려는 미친놈은 없겠지?]

[모르지. 이 인간들은 자기 나라 표가 모자라면 아마 호주 거라도 구해서 갈걸?]

그리고 갑자기 5배로 커진 행사의 규모와는 별개로, 행사의 내용 자체도 커뮤니티를 달구는 뜨거운 떡밥 중의 하나였다.

[이제까지도 대박이었지만, 이번엔 진짜 뭔가 거대한 한 방을 날릴 것 같다.]

[참가사 목록 좀 봐라. 이건 게임계의 업벤져스, 겜벤져스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저게 겜벤져스면 간담 개발팀이 후크 아이인 건 확실하네.]

[그럼 저 회사들을 전부 이끄는 PTW가 캡틴 어메리카겠군.]

[다들 뜨거운 와중에 미안하지만, 이번 행사 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지.

전에 주변기기인 코넥트 발표할 때 행사장 참가 인원 전체에게 코넥트를 정가로 살 수 있게 해준 걸 잊지 말라고.

그 이후에 웃돈이 얼마가 붙었고 얼마나 구하기 힘들었는지도 말이야.

무조건 돈 챙겨가라.]

[난 이미 PTW가 신형 주변기기 만든다는 소문 들었을 때부터 적금 들어놨다. 깨기만 하면 됨.]

기대할 만한 떡밥이 너무 많았다.

아직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코넥트의 후속기기.

그리고 이제는 대충 윤곽이 드러난 5개의 개발사 라인 업.

그리고 PTW가 그 정도로 커다란 규모의 이벤트를 5개 국가에서 동시에 진행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인다는 것.

그 모든 정보가 게이머들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떡밥이라 할 수 있었기에, PTW의 커뮤니티는 뜨겁다 못해 데일 정도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상혁이 장담한 대로, 역대 사상 최고치의 기대감을 조성하면서.

“이거, 이 정도쯤 되면 엄청나게 부담되네요. PTW는 매번 이 정도 기대감 속에서 게임을 만들어왔던 겁니까?”

폴리포디 디지털의 대표 미야자키는 슈퍼볼 광고 이후 자신의 회사에 주목되기 시작한 언론의 조명을 언급하며 상혁에게 말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판을 크게 벌리는 것은 물론 홍보에 도움이 되지만 이 정도로 뜨겁게 판을 벌였다가 실망이라도 시키면 뒷감당이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상혁은 그런 미야자키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매번 규모가 성장하니까요. 저희도 이 정도 반응은 처음입니다.

만약 행사가 실망스럽다면 그 자리에서 분노한 팬들의 손에 사지가 찢어질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역사에 남을 조롱거리가 되거나.”

“그 이야기를 들으니 토할 것 같아요.”

5개 협력사 중 게임으로써는 가장 인지도가 낮은 개발팀을 이끄는 칸베가 상혁의 말을 듣고는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말했다.

그러나 상혁은 그런 멤버들의 고민에도 불구하고,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신 역시 이런 유저들의 기대감이 부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습니다. 저희가 개발 중인 게임은 전부 끝내주는 게임들이고, 게다가 이번 NE 컨벤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다크호스도 영입해왔으니까요. 안 그래요? 김기열 교수님?”

그렇게 말하며, 상혁이 회의실 한쪽에 앉아있는 흰 가운을 입은 남자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40대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그 남자는, 상혁의 미소를 받고는 마주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죠. 아마 엄청나게 끝내주는 행사가 될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상혁을 향해 씩 웃어 보인 남자.

그의 정체는 PTW가 천하대에 들어온 이후로 무지막지한 연구비를 퍼부어가며 지원한 교수이자, 그 지원 덕분에 현재 전 세계에서 로봇 공학 관련으로 1인 자로 꼽히고 있는 천하대 로봇 공학과의 전임 교수.

김기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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