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69화 (270/485)

269. 게임기자들의 정보전

OGC의 발매와 연동 기능을 포함한 갤럭틱 M의 발매.

그리고 연말부터 시작된 PTW의 새로운 행보에 대한 정보는 2015년을 기억하는 PTW팬들에게 그 해를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2016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애당초 OGC란 게임이, ‘아무리 해도 질리지 않는 게임’을 모토로 만들어진 게임이었기 때문에.

집에 오자마자 게임기를 켜고 쇼파 앞에 앉으면, 언제나 밝고 즐거운 성격의 AI 친구들이 게이머를 반겨주었다.

그리고는 함께 게임을 하자고 권했다.

비록 탑재된 게임은 4개밖에 없었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4게임 모두, 게임 내용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AI들과 다양한 시츄에이션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임이었기 때문에.

PTW에서 컨테스트까지 열어가며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AI들의 성격은, 정말로 함께 게임을 하는 순간마다 유저를 즐겁게 만드는 것이었다.

게임이 발매된 2015년을 넘어 2016년에 접어든 지금도, 대부분의 콘솔 게이머가 OGC를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OGC가 제공하는 ‘커뮤니티’의 체험이란 그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을 길게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더욱 감탄하게 하는 것은, 단순히 OGC에 탑재된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경악할만한 성능이 아니었다.

오히려 게임을 깊이 플레이 한 유저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것은, AI들이 보이는 다양한 리액션이 아니라 그 리액션을 유도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된 OGC 안의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게임성이라 할 수 있었다.

마피아류 게임인 ‘인스펙터’부터 마지막 라인업으로 공개되며 전 세계 게이머들의 심장을 두근대게 만든 ‘광산 크래프트까지.’

안에 들어있는 게임 중 어느 하나도 파티 플레이의 재미를 살려주지 않는 게임이 없었기 때문에.

상황마다 적절한 재미를 이끌어 내는 강력한 AI와, 그런 AI가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게 만드는 게임성.

그 두 가지가 해를 넘겨 2016년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수많은 플레이어가 패드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강렬한 매력이었다.

그런 OGC의 흥행에 힘입어, 어느 게임 커뮤니티에서 실시한 ‘평생 한가지 게임만 해야 한다면 뭘 할 것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다른 명작게임들을 모두 제치고 OGC가 1등을 차지할 정도로 현재의 PTW가 콘솔 게임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엄청나게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상혁이 순서대로 뿌리는 3차 NE컨벤션에 대한 정보는 유저들의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MS를 긴장하게 만들 정도의 성능을 가진 코넥트의 후속기기.’

‘개발이 중단되었던 아머드 코아 개발팀의 부활과 그 배경에 있는 PTW의 존재.’

‘구란트리스모 스포트의 개발 취소 소식과 새 신작이 정식 넘버링으로 발매될 것이라는 폴리포디의 발표. 그리고 그 배후에 PTW가 있다는 정보.’

‘번다이남코에서 현재 역대급 간담 IP 게임이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알림.’

‘2007년에 마지막 넘버링 작품을 발매하고 외전만 발매했던 스페이드 컴뱃 개발팀도 PTW와 함께 정식 넘버링 작품의 개발에 들어감’

간헐적으로 분산된 정보들은, 일부는 해당 개발사의 담당자가 직접 발표하거나 일부는 유출된 내용에 대한 공식 답변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도 수많은 콘솔 게이머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단순히 해당 개발팀이 정식 시리즈를 차기작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지만, 이번엔 그 뒤에 ‘PTW’라는 존재가 개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명실공히 ‘갓겜 개발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PTW가 타 개발사와 협업한다는 사실은, 그것만으로도 해당 개발사들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재미있는 점은, 상혁이 그렇게 컨소시엄에 참여한 나머지 업체들을 중심으로 정보를 고의적으로 뿌리면서도 정작 자신이 있는 PTW에서는 아무런 정보를 뿌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일부러 다른 업체에게 이목을 돌리려는 것처럼.

상혁은 친분이 있는 기자나 리뷰어의 인터뷰까지 죄다 거절하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거, 저희가 이목을 다 끌어가는 것 같아서 뭔가 죄송스럽네요.”

현재 1순위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는 ‘구란트리스모’의 개발사, 폴리포디 디지털의 미야자키가 상혁에게 말하자, 상혁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괜찮습니다. 의도적인 거니까.”

“그래요? 저희가 주목을 받는 게, 오히려 PTW에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까?”

“그렇죠.”

“어떻게 그렇게 되나요?”

“미야자키 씨는 혹시 레이싱 게임 팬이 아닌 사람들을 타겟으로 구란트리스모를 홍보하려 해보신 적이 있나요?”

“아뇨, 그건 너무 비효율적인 짓이니까요.”

“그렇죠. 애당초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추천한다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보길 원하는 것만 보려고 하니까요.”

상혁이 말했다.

“PTW가 지금 수천만의 유저층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콘솔 게이머 전부가 PTW의 팬인건 아니죠.

아직도 콘솔 게이머들 중에는, PTW의 게임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희가 뭘 하고 있으니 기대를 해 주세요 라는 말은 먹히지 않아요.

그러니 그럴 땐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다른 떡밥을 던져줘야죠.”

“그게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다른 회사들의 게임이란 소리인가요?”

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원래 레이싱 게임만 좋아하던 유저들은 해당 정보만 찾아보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 기사엔 PTW의 이름이 함께 실려 있게 되겠죠.

그리고 실제로 게임기를 구매하고 그 놀라운 경험을 체험하게 되면, 생각할 수밖에 없겠죠.

‘이 개쩌는 기계로 다른 게임을 하면 어떤 느낌일까?’

제가 노리는 것은 각계 각 층에 퍼져있는 다양한 유저층을 하나로 묶는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어차피 저희 팬들은, 저희가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정보를 구하니까요.”

상혁의 말대로, 이제는 게이머들 모임 중에 가장 커다란 집단이 된 PTW팬들은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리고 PTW가 관련된 뉴스라면, 그것이 어느 플랫폼에서 나오는 뉴스던 득달같이 달려가 정보를 모으려 했다.

당연히 시청율이나 조회수에 민감한 게임 언론은 유저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연일 새로운 정보를 게시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협력 업체 관계자의 인터뷰를 섭외하고, 전문가를 불러 현재 논란이 되는 다양한 루머들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그리고 그런 흐름은 콘솔 게임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함께 발전한 TV 게임 쇼에도 이어졌다.

원래는 다양한 콘솔 게임계의 뉴스를 전달하는 미국의 TV 프로에서, 오직 PTW에 대한 정보만을 모은 두 시간짜리 특집 방송을 편성할 정도로.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콘솔 위클리 투나잇!

무려 두 시간짜리 특집 방송으로 여러분과 함께하는 중입니다!

조금 전엔 2016년 상반기의 게임 업계 주요 뉴스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많은 시청자 분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셨을겁니다.

‘게임업계 주요 뉴스라면서 PTW 관련 소식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니 저게 무슨 게임업계 주요 뉴스냐!’라고요.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지금부터 남은 시간 내내, 우린 최고의 게스트들과 함께 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거니까요.

그럼 오늘 이 자리를 위해 특별히 초대한 게스트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이제는 우리 프로의 거의 반고정 게스트라고 볼 수 있는 친숙한 얼굴이죠.

PTW의 영원한 스토커! 허먼 씨입니다!]

[반갑습니다.]

[항상 앉던 그 자리에 앉으시니 기분이 어떠세요?]

[뭔가 쇼파가 제 엉덩이 모양에 맞춰 변한 느낌이네요.]

[하하하! 최근엔 여러 곳에 불려 다니시느라 잠시 저희 프로엔 나오지 않으셨었죠?]

[그렇습니다. 요즘 PTW와 관련해서 괴상한 루머가 돌면서, 그걸 분석하겠다고 여기저기서 찾는 데가 많더군요.]

[그렇군요. 루머가 그렇게 많습니까?]

[루머랄까, 일부 정보는 PTW에서 고의로 흘린 것 같은 정보도 있고, 일부 정보는 그냥 유저들의 희망 사항 같은 느낌의 정보도 있습니다.

어느 게 옳은 정보이고 어느 게 헛소문인지는, 잠시 후 제가 정리한 자료를 보여드리면서 이야기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그거 엄청나게 기대되는군요! 하지만 오늘의 게스트는 한 분이 아닙니다.

최근에 PTW 이슈하면 이분을 빼놓을 수 없겠죠.

바로 얼마 전, 게임업계에 폭탄 같은 기사를 발표하신 화제의 기자분을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게임 전문 언론 ‘코타쿠’의 기자, 제이슨 슈라우더 씨를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

이제는 리뷰어보다는 기자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는 허먼은, 당연히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게임 업체에 호의적인 기사만을 쓴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코타쿠에서, 몇 안 되는 진실된 기사를 쓰는 것으로 유명한 기자가 바로 제이슨 슈라우더였기에.

그리고 그가 쓰는 기사들은, 대체로 그가 기사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만큼 엄청난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대부분이 게임업계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탐사 보도 라는 것이었지만.

허먼은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PTW와 관련된 정보라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파헤치는 자신이라도, 제이슨에 비하면 ‘탐사’에 대한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가슴속에서 치밀어오르는 약간의 라이벌 의식을 느끼면서, 허먼은 자신의 주먹에 힘을 주었다.

‘1주일 전 발표한 기사는 정말 충격적이었지만, 난 깊이보단 양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니까. 절대 밀리지는 않겠지.’

한편, 박수 소리 속에서 천천히 스튜디오로 걸어 나오던 제이슨은 자신을 보고 눈빛을 반짝이는 허먼을 보며 생각했다.

‘저 사람이 그 허먼인가.’

PTW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자료 조사를 하는 내내, PTW 관계자 이름보다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이름이 바로 그 이름이었다.

PTW의 팬 커뮤니티에서는 아예 루머마다 ‘Herman said’ 태그를 붙여 허먼이 ‘가능성 있다’라고 말한 정보만 따로 구분할 정도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유저들의 행동 패턴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허먼이 정리해서 올리는 정보들은 나름의 조사와 근거에 기반한 충실한 정보들이었다.

탐사 보도 외에도 사전 유출의 정확도로 업계에서 유명한 기자인 자신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이번 자리는 아마도 서로가 조사해온 자료를 비교하며 정확도와 그 깊이의 우위를 다루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제이슨은 허먼의 옆에 있는 쇼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며 허먼에게 악수를 청했다.

[코타쿠의 제이슨 슈라우더입니다.]

[저는···.]

[허먼 씨죠. 알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 작성에서 가장 신세를 많이 졌으니까요.]

[남의 정보를 가져가서 기사를 썼다는 걸 굉장히 당당하게 말씀하시네요?]

[힌트로만 삼은 거죠. 검증은 전부 제가 일일이 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사 작성이 불가능할 정도로, 너무 말도 안 되는 정보가 많아서요.

솔직히 말하면, 감탄했습니다.

진짜로 5개국 커뮤니티를 다 돌아보십니까?]

[제이슨 씨가 발로 뛰는 타입이라면, 전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는 타입이니까요.]

[그것도 또 다른 형태의 열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요즘은 개발사에서 뿌린 보도자료만 앵무새처럼 복사 붙여넣기를 하는 기자들이 넘치죠.

오히려 그런 기자들보단, 리뷰어인 허먼 씨의 기사가 더 믿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두 분이 친교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오늘 이 자리는 비즈니스 미팅 자리가 아니라 TV쇼를 위한 자리입니다.

그리고 지금 수많은 시청자가 목이 빠지게 두 분이 정리한 자료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고요.

친목 교류는 방송 끝나면 따로 스튜디오 뒤편에 마련한 테이블에서 차라도 마시면서 하시고, 지금은 현재 게이머들이 가장 기대 중인 ‘그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까?]

호스트의 능숙한 제지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제스쳐를 취했다.

그리고는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누가 먼저 포문을 열 것인가에 대한 의사를 교환했다.

그리고는 먼저 발표를 하기로 한 허먼이 뒤쪽에서 커다란 보드를 꺼내면서, 두 사람의 ‘정보전’이 시작되었다.

[먼저 90%이상 확실한 정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제 첫 번째 정보는, 바로 3차 NE 컨벤션의 구체적인 날짜에 대한 정보입니다.]

[날짜요!?]

[예. 그리고 그 날은 내년인 2017년 8월 13일부터 8월 15일까지일 것입니다.]

[꽤나 구체적인 날짜군요?]

제이슨이 흥미롭다는 말투로 물은 것은 허먼이 그렇게 확신을 가지는 근거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허먼은 그런 제이슨의 질문에 담긴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자신이 그런 결론을 내린 과정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발표하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는 NE컨벤션에 대한 정보는, 생각보다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방법만 안다면 말이죠.]

[그래요?]

그렇게 보안을 심하게 지키는 기업의 행사 날짜를 어떻게 알아내냐는 호스트의 질문에, 허먼은 웃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NE 컨벤션만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죠.

다들 아시다시피, NE컨벤션은 ‘눈보라 컨’처럼 일정 주기마다 정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매번 PTW에서 뭔가 공개할 만한 게임이 있으면, 거기 맞춰서 준비되는 식이죠.

그러니까 그 말은, 바꿔서 말하면 발표할 게 없으면 아예 행사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행사가 있다는 말은, 반드시 유저들을 놀라게 할 만한 무언가를 PTW가 만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 거죠.]

[그거랑 행사 날짜랑 무슨 관련이 있죠?]

[있죠. 가장 중요한 힌트는, PTW는 절대 자신들의 발표 이벤트를 대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거의 놀이공원 수준의 어트렉션과, 발표하는 게임의 테마에 맞춘 음식들, 그리고 참여하는 스텝의 교육, 3일간 6만명 이상이 참여하게 될 행사장의 넓은 부지와 관람객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충분한 주차장을 마련하는 것.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이런 PTW의 행사 진행방식을 돌아보면, 준비 과정을 찾아봄으로써 충분히 행사 날짜에 대한 유추가 가능하죠.

적어도 다른 업체들은, 행사 준비를 위해서 그 넓은 행사 부지를 6개월 넘게 대여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허먼 씨의 말은, 행사가 이루어지는 지역의 장기 임대 상황을 체크하면, NE  컨벤션의 날짜를 알 수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원하는 날짜에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당 부지를 예약해두었을 테니까요.

제가 조사한 것은, LA 근처에 호텔과의 교통이 편리하게 이어지면서, 3차 NE 컨벤션이 진행될 만큼 커다란 공터를 찾아 예약 상황을 체크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내년 2월부터 8월 18일까지, LA근교의 거대한 공터가 예약자 비공개로 예약되어있더군요.

굳이 정체를 숨긴 것까지 감안하면, 그게 PTW라는 것을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한 가지 더 정보를 덧붙이자면, 아마도 PTW의 3차 NE 컨벤션에 대한 일정 발표는 내년 2월에 있을 슈퍼볼 광고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건 또 어째서죠?]

[지난번에 그렇게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같은 광고주 이름으로 내년 슈퍼볼 광고 예약이 걸려있기 때문이죠.]

[미식축구 팬들은 싫어하겠군요. 안 그래도 구하기 힘든 슈퍼볼 티켓이 더 구하기 힘들어질테니까.]

[하지만 시청률은 어마어마하게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허먼은 자신이 해당 정보를 얻게 된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들고나온 패널에 그려진, LA근교에 행사가 가능할 만한 부지의 지도와, 각 부지의 예약 상황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면서.

그것은 한눈에 보기에 다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건 또 엄청난 정보네요! PTW 팬 여러분들은 내년 여름 휴가를 같은 기간에 잡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자, 허먼 씨가 먼저 이렇게 독점적인 정보로 포문을 연 상황에서, 제이슨 씨도 뭔가를 준비해오셨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이번엔 제이슨 씨가 자신이 가진 정보를 내놓으시는 게 어떨까요?]

호스트가 재촉하자, 제이슨은 ‘어떠냐?’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허먼을 보며 씩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자신이 준비한 정보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 정보는, 허먼이 가져온 정보에 비해 절대 소소한 정보라고는 할 수 없는 정보였다.

[제가 준비한 것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대체 코넥트에 이어서 PTW가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게임 주변기기가 무엇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어라? 그건 이미 일주일 전 기사에서 아마도 VR관련 기기일 것이라고 발표하지 않으셨나요?]

설마 TV 쇼까지 나와서 본인 기사를 재탕하려는 것인가에 대해 호스트가 우려를 표하자, 제이슨이 웃으며 말했다.

[그 기사에서는 제가 조사한 근거를 바탕으로 단순히 VR 기기일 것이라는 것만을 이야기했었죠.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구체적인 해당 기기의 모습에 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건 제가 일주일전에 작성한 내용을 부정하는 내용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렇게 말하며, 제이슨이 꺼낸 것은 허먼이 꺼낸 것보다는 작은 패널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사진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제이슨이 꺼낸 패널에 담긴 신형 기기의 모습.

그것이 도저히 VR기기의 외형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형태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아니, 오히려 그것의 형태는 사람들이 기대하던 VR기기 보다는, 뭔가의 SF 영화 소품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저게 진짜입니까?]

황당하다는 투로 물어보는 호스트의 질문에, 제이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확실합니다. 이게 현재 PTW에서 ‘코넥트’의 후속 기기로 개발 중인, 새로운 주변기기의 모습입니다.]

[VR기기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모습이군요.]

[그렇죠? 디스플레이가 없으니까요.

아마도 이건 여기 달린 눈앞의 유리를 통해, 유저에게 반투명한 AR이미지를 보여주는 주변장치일 겁니다.]

[VR기기가 아니라요?]

[디스플레이 없이 그건 무리겠죠. 아무리 노력해도 반투명한 작은 이미지를 시야에 띄우는 것 이상의 기능은 못 할 텐데.]

[이 모델링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현재 해당 기기에 대한 정보 유출 배상액이 엄청나게 걸려있어서, 정보 출처가 밝혀지면 정보를 제공한 분이 수천만 달러를 배상해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는 확실하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현재 이미 양산 설비의 제조가 마무리단계에 들어가 있고, 해당 장비는 SANY의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제조될 예정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 기기를 통해서 PTW가 유저에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경험이란 뭘까요?]

[그건 아마도 보조 디스플레이를 통한 정보 전달이겠죠.

예를 들어 게임 화면에 보이는 몬스터들의 데이터를 AR 느낌으로 보여준다든가 하는 방식일 겁니다.]

[VR기기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많은 유저들은 PTW가 만들 VR기기가 전해줄 경험을 기대하고 있었을 텐데 말이죠.

심지어 풀다이브 MMORPG가 나올 거다는 이야기도 자주 나오는 상황 아닙니까?]

[일단 그 풀 다이브 MMORPG라는건 물리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하니 논외로 치고, 애당초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성능으로 전해줄 수 있는 경험이란 건 다 비슷비슷합니다.

PTW가 아무리 대단한 개발사라도, 물리적 한계의 벽을 뛰어넘을 순 없겠죠.

그리고 만약 VR기기를 개발하는 것이라면, 그건 페이스 북이 인수한 옵큘러스VR과 경쟁하는 꼴이 될 수도 있고요.

현명한 선택은 아니죠.

저는 AR이 적합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최고의 경험을 전달해주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꽤 멋진 경험은 전달해 줄 수 있을 테니까.]

자신이 입수한 기기의 외형으로 파악가능한 정보로, 제이슨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그러나 그런 제이슨의 의견에 반박한 것은, ‘적어도 PTW라면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PTW의 스토커, 허먼이었다.

[죄송하지만 전 제이슨 씨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허먼 씨?]

호스트가 물었지만 허먼은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제이슨을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개발사를 ‘일반적인’ 상식에 맞춰 재단하고 있는 제이슨의 판단에 대한 반박이었다.

[꽤 멋진 경험이요? PTW에서요? 아마 지금 이 말을 듣고 있는 팬들은 다 똑같이 생각할겁니다.

‘개소리 하고 자빠졌네.’ 라고요.]

[허먼 씨, 조금 표현이 거칠군요.]

[거칠 수밖에요. ‘기기의 외형이 이러하니 적당히 이런 식으로 동작할 것이다,’라는 건, PTW에는 통하지 않는 상식입니다.

코넥트를 보세요.

발매된지 몇 년이 지났는지.

그러나 지금 세대에서도 아직까지도 코넥트를 능가하는 모션 인식 장비가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물론 헐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쓰는 수억 원짜리 기기가 있긴 하지만, 누구도 ‘그 가격에’ 그 성능을 내고 있지는 못하죠.

그러니 저는 PTW가 만들고 있는 것이 VR 기기라는데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제가 입수한 정보의 출처는 정확합니다. 100% 이 형태의 기기가 맞고, 이런 형태의 기기로는 VR을 구현할 수 없어요.

디스플레이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뭔가 하겠죠. 하다못해 숨겨진 디스플레이가 접혔다 펴져 나오는 한이 있어도, PTW는 무조건 VR을 개발 중일 겁니다.]

[제 주장엔 기기 디자인이라는 탄탄한 근거가 있습니다. 허먼 씨는 무슨 근거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나요?]

제이슨의 질문에 허먼이 답했다.

한 치의 의심도 없는, 확신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유저들이 그걸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예?]

[전 세계의 PTW팬들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협력사로 공개되어있는 회사들의 게임을, VR로 할 수 있다면 끝내주게 멋질 거라고.

그리고 그런 유저들의 목소리는 PTW에서도 듣고 있겠죠.

모두가 그렇게 기대하는 와중에 ‘어이쿠 사실은 그냥 상태 창 좀 멋지게 띄워주는 AR 기술이었습니다!’라고 한다고요?

그 PTW가? 제이슨 씨. 헛소문이라는 건 그런 걸 헛소문이라고 하는 거겠죠.]

[그럼 내기라도 하시겠습니까? 전 제가 얻은 정보의 정확도를 확신합니다.]

[전 PTW가 지금까지 유저들을 단 한 번도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걸겠습니다.]

[그럼 내기하시죠. 만약 다음 NE컨벤션에서 공개된 기기가 AR기기가 아니라면, 제가 이 방송에 다시 출연해서 허먼 씨에게 공개 사과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반대의 경우라면 제가 사과드리죠.

그런데 제이슨 씨, 그거 아십니까?]

[뭘요?]

제이슨의 질문에 허먼이 씩 웃으며 말했다.

상혁이 자주 짓는 미소를 연상하게 만드는, 장난기가 섞인 미소였다.

[약간 도시 괴담 같은 이야기지만, PTW 관련 내기가 벌어졌을 때, PTW편에 선 사람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징크스가 있다는 사실을.]

[괴담이겠죠. 전 그런 미신은 안 믿습니다.]

[결과를 보면 알겠죠. 과연 그게 단순한 괴담일지, 아니면 진실일지.]

TV쇼를 보고 있던 상혁은 잠시 영상을 정지시켰다.

그리고는 민준을 향해 말했다.

“저 아저씨, 가끔 보면 진짜로 예리한 점이 있다니까?”

“그러게. 날짜도 진짜로 맞추고, 장소도 맞히고.”

“설마 행사 부지 예약 정보를 가지고 추정할 줄은 몰랐는데.”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지. 그렇다고 쓰지도 않을 땅을 그 넓일로 사방에 예약할 수는 없잖아. 그건 진짜 돈 낭비니까.”

“그렇지. 하지만 다음부터는 좀 예약을 빡빡하게 진행해야겠다. 안정적으로 하려고 일찍 진행했더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군. 하지만 저런 허먼 씨도, 이건 예상 못 했을걸?”

“뭘?”

“이번 3차 컨벤션은, 글로벌 이벤트로 진행된다는 거.”

미국 근교에 상혁이 빌린 부지에 대한 예약 정보는 허먼이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허먼의 한계는 거기까지였다.

아무리 그라도,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는 임대 정보까지는 파악할 수 없었으니까.

허먼의 정보는 어디까지나 ‘지금까지의’ PTW의 행보를 기준으로 추측한 것기 때문에, ‘이제껏 하지 않았던’ 행동에 대해서는 짐작도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파악하지 못한 정보는, 분명 일반적인 상상의 범주를 아득하게 벗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전 세계의 어느 게임회사도 자사 게임의 홍보를 위한 이벤트를 5개 국가에서의 동시 오프라인 행사로로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상혁은 다음 컨벤션이 단순히 PTW 팬들의 축제가 아니라, 글로벌 콘솔 게이머들의 축제가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상혁은 그 목표를 위해 착실히 준비를 해 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수천만으로 불어난 PTW의 팬들을 위하여, 전 세계 5 도시에서 펼쳐질 역대 최대 규모의 NE 컨벤션을 만들기 위해.

그것은 상혁이 바라는 3차 NE 컨벤션의 이상적인 모습이기도 했다.

“후우···. 기대되네. 자기들이 사는 곳에서 행사에 참여하게 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팬들의 반응이.”

“분명 흥분하겠지.”

“흥분?”

민준의 말에 상혁이 답했다.

“흥분이라는 말로는 부족하지. 3차 컨벤션 때는 반드시 의료진을 현장에 대기시킬 거야. 분명 누군가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졸도할 사람이 나올 테니까.”

“그 정도야?”

“그 정도지. 공개될 게임도, 공개될 기기도,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행사 진행방식도.

게이머들에겐 전부 재미있는 추억이 될 테니까.”

“그리고 그 첫 포문은, 허먼 씨가 말한 대로 내년에 있을 슈퍼볼 광고가 되는 거고?”

“그렇지.”

“슈퍼볼에서.”

“슈퍼볼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미소지었다.

각자 자신의 머릿속으로, 내년에 있을, 슈퍼볼 광고의 반응을 떠올리면서.

그것은 생각만으로도, 게임 개발자라면 누구나 입가에 미소를 띨 수밖에 없는 즐거운 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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