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67화 (268/485)

267. 라이벌이자 동료

컨소시엄에 참여한 4개 회사가 전부 상혁이 제안한 ‘공동 QA’에 동의하면서, 상혁은 각자의 개발팀이 가진 IP를 PTW VR에서 돌려봄으로써 대략적인 느낌을 파악하고 개선할 부분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루어진 첫 번째 공동 회의에서, 각 개발팀은 자사가 가진 이전 버전의 게임들을 VR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개조하여 한국에 있는 PTW 본사로 가져왔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압도적인 퀄리티를 자랑한 것은 역시나 PS4용 타이틀인 ‘구란트리스모 스포트’를 개발하고 있던 폴리포디였다.

애당초 현재 알파 버전도 없는 PTW를 제외하면, 나머지 개발사의 게임들은 전부 PS3의 그래픽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기에, 그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 전투기 비행 시뮬레이션이었던 ‘스페이드 컴뱃’.

놀랍게도 스페이드 컴뱃 개발팀은 PTW VR의 성능을 체감하고는 의욕에 불타올라 자신들이 이전에 발매했던 X-BOX 360버전에 VR용 연출을 급하게 추가해서 가져왔다.

단순히 1인칭 시점 전환만 적용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리얼하게 구현된 전투기 좌석에 각 버튼을 누르는 플레이어의 손 동작까지 구현한 것.

물론 360 자체가 7세대 콘솔인 만큼, 그래픽은 매우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아예 파일럿 좌석에 앉아서 전투기를 컨트롤 하는 느낌이 주는 몰입감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렇게, 조금만 손보면 지금 당장 VR로 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평가받은 두 작품에 비하여, 나머지 두 작품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문제는 멀미.

애당초 탈것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앞의 두 작품과 다르게, TPS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을 무리하게 1인칭 시점으로 바꾸어 테스트한 것이 문제였다.

그런 이유로, 5개 회사의 리드 개발자들이 동시에 참석한 공동회의는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이전에 만들었던 게임을 어떻게 VR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회의의 모습은, 일반적인 게임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아이디어회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기분이 엄청나게 묘하네.’

이번 컨소시엄에서 간담 IP를 활용한 VR게임의 개발을 맡은 디렉터 칸베는 열정적으로 경쟁사의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개발자들을 보며 기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어찌 보면 같은 플랫폼에서 흥행을 두고 경쟁해야 할 경쟁자들이, 서로의 게임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는 모습은 절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나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각자가 가진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주는 모습은 그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이상적인 개발회의의 모습 그 자체였으니까.

“스페이드 컴뱃의 파일럿 시점을 보면서 생각한 건데, 비가 오는 날에 전투기 유리창에 보이는 빗물의 효과를 좀 더 잘 구현하면 끝내줄 것 같더군요.

괜찮으시다면 저희 구란트리스모에 쓰인 빗물 처리 효과를 공유해드리겠습니다.”

“더할 나위 없는 제안이시네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 프룸 소프트웨어에서 PTW가 GOS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썼던 이펙트나 물리 엔진을 공유받을 수 있을까요?”

“문제없습니다. 혹시 인 게임 동영상을 만드실 예정이라면 렌더링 센터도 지원해드리죠.

이전에 GOS때 PTW의 렌더링 센터 성능이 준 헐리우드 급이었다면, 지금은 헐리우드 이상의 퀄리티로 CG 처리가 가능한 설비를 갖추고 있으니 도움이 될 겁니다.”

“어? 그거라면 저희도 쓰고 싶습니다.”

“저희도요.”

“그럼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하신 업체에는 전부 무상으로 제공해드리는 거로 하죠. 필요하시다면 저희 쪽에서 연출이나 스토리 보조도 지원하겠습니다.”

“PTW의 스토리 퀄리티는 업계에서도 유명하죠. 거절할 이유가 없네요.”

“대신 저희 쪽에서 개발 중인 우주 전함 게임은 장르 특성상 전투기와 로봇도 등장할 예정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요청해도 될까요?”

“좋죠. 이번 프로젝트에 한해서는 저희 IP에서 나온 로봇들을 콜라보해서 가져가셔도 로열티를 받지 않겠습니다.”

“오, 그럼 고용할 수 있는 용병으로 나인볼이라도 넣어야겠네요.”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안에서, 유일하게 겉도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간담’게임의 리드 디렉터를 맡고 있는 칸베였다.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그는 내놓을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우리 게임이 진짜로 이렇게 내놓을 게 없었나?’

매 게임 수천만 카피를 팔아치우며 업계에서 등급외의 괴물 취급을 받는 PTW는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개발팀 역시 어느 하나 자신의 장르에서 밀리는 개발팀이 없었다.

같은 간담 게임 안에서도 평가가 갈리는, 자신의 개발팀을 제외하면.

그래픽은 레이싱 게임인 구란트리스모에게 밀리고, 로봇 게임으로써의 게임성은 아머드 코아에게 밀리며, 공중전 연출은 스페이드 컴뱃에게 밀리는 상황.

네트워크 기술력도 PTW에 비해 밀리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간담’이라는 강력한 IP의 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상혁은, 다들 웃고 떠드는 분위기 안에서 칸베가 입을 다물고 부러운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가 어째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아직, 자신이 가진 무기의 힘을 잘 모르네.’

그렇게 생각하며, 상혁은 칸베를 향해 입을 열었다.

“칸베 씨.”

“예···. 예!?”

“어째 조용하시네요.”

“뭐, 다들 대단하신 개발자분들이시니, 제가 덧붙일만한 게 있을까 싶어서요.”

솔직히 말하면, 칸베는 자신이 여기 끼어있을 ‘급’이 안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혁은 그런 칸베의 생각을 표정으로 읽어내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칸베에게 말했다.

“딱히 이 자리는 자기가 뭘 가지고 있고 상대에게 뭘 줄까를 토론하기 위해서 마련한 자리가 아닙니다.

물론 잠깐 그런 분위기로 흘러가긴 했지만, 이 회의의 목적은 VR이라는 전인미답의 영역에 도전하기 위해서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 위한 거죠.

잘 모르시는 거나 원하시는 게 있으면, 말씀하시면 됩니다.

다른 개발팀의 노하우를 이렇게 꽁으로 뽑아먹을 수 있는 자리라는 건, 절대 쉽게 만들어지는 자리가 아니니까요.”

“엥? 혹시 이 회의는 저희 노하우를 뽑아먹기 위한 자리였습니까?”

분위기가 무거워질 것을 우려한 카츠노리가 농담을 던지자, 상혁이 웃으며 답했다.

“당연하죠. 세상에 아머드 코아 개발팀에게 로봇 액션 게임의 노하우를 배울 기회를 마다할 개발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PTW는 이미 수없이 강력한 IP를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굳이 타사의 노하우가 필요할까는 의문이네요.”

“뭐, 그게 작은 배움이든 큰 배움이든, 어찌됐건 다음에 저희가 만들려는 게임이 조금이라도 좋아질 수 있다면 저는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들이 만들 게임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기회도 마찬가지고요.

그것을 위해서, 저희는 이번 협업에 저희가 가진 모든 노하우와 인력을 제공해드릴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카츠노리가 물었다.

“만약 그렇게 돼서 저희가 PTW의 경쟁자가 된다면?

만약 저희가 새로 만들 아머드 코아가 그란투리스모 같은 멋진 그래픽에 스페이드 컴뱃의 속도감, 그리고 PTW의 게임성을 가지고 완성된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러자 상혁이 잠시 고민하더니 답했다.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저는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머드 코아를 플레이할 수 있겠네요.”

마지 게임 개발사의 책임자라기보다는 순수히 게이머에 가까운 상혁의 대답에, 카츠노리는 마주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청년이 얼마나 ‘게임 바보’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에.

그러자 상혁이 다시 고개를 돌려 칸베를 향해 말했다.

“굳이 컨소시엄까지 구성하고, 공동으로 QA를 하자고 제안하면서, STC 사용 권한까지 무상으로 제공하는 건 단순히 PTW VR의 흥행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애당초 그 기기가 얼마가 팔리던 저희는 SANY가 흑자를 내기 전엔 로얄티도 못 받아요. 대신 저희 PTW가 그 모든 것을 제공하는 이유는, 오로지 한 가지 목적 때문입니다.

전에 말씀드렸듯, 3차 NE컨벤션에서 공개될 게임 전부가, 시대에 기록될 명작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제가 모은 여러분들은 모두 그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선정한 사람들입니다.

그건 칸베 씨도 마찬가지고요.”

“저희가요?”

칸베는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간담’이라는 IP에 의존하고 있는 자신과는 다르게, 각자의 오리지널 IP를 가지고 일가를 이루어낸 개발자들을.

그리고는 상혁에게 물었다.

“저흰 간담밖에 없는데요?”

“간담이 있지 않습니까. 세상에 수없이 많은 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완벽한 갓겜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그런 IP를. 그건 제대로 활용하면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한 모든 게임을 다 씹어먹을 힘이 있는 IP라고요.”

상혁이 말했다.

“저는 보고 싶습니다. 프라모델 파츠를 가지고 만든 장남감을 깨작대며 다른 장난감들이랑 싸우는 그런 게임 말고, 로봇 시뮬레이터 장르이면서 속도만 더럽게 느리지 무게감은 하나도 안 느껴지는 그런 게임 말고, 진짜로 ‘내가 간담을 조종하고 있구나!’ ‘이게 진짜 간담 파일럿의 기분이구나!’ ‘내가 바로 간담이다!’ 라는 느낌을 제대로 전달해 줄 수 있는 게임을.

그리고 그건 나머지 게임 제작팀에게도 저희가 바라고 있는 이상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회의실에 모인 한명 한명을 돌아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결심한 시점부터, 상혁이 꿈꾸고 있던 구상에 대한 이야기를.

“서킷의 냄새마저 느껴질 것 같은, 오늘 바꾼 타이어가 도로를 스치며 미묘하게 코너링이 바뀐 감각이 느껴질 것 같은 그런 레이싱 게임을.

절대로 느껴질 리가 없는 G가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에 빠트리면서 ‘이것이 공중전이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전투기 게임을.

그리고 용병 로봇의 파일럿이 되어 전장에서 상대 로봇이 주는 위압감이 피부로 느껴지는 그런 로봇 게임을.”

미야자키, 코토, 카츠노리.

그렇게 3사람을 향해 순서대로 자신의 생각을 말한 상혁은, 마지막으로 칸베를 보며 말했다.

“적어도 여기 모인 사람 중에, 제가 생각하기에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사람은 한사람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칸베 씨. 당신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마세요.

당신이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들이, 이 방에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칸베는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착각했는지 깨달았다.

상혁이 모은 이 방의 개발자들이, 자신의 경쟁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애당초 상혁은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모두가 그 골에 도달할 수 있도록 ‘조력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놓은 것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도움을 받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그리고 ‘간담’을 게임으로 만든다면, 조력자로 삼기에 이보다 완벽한 조력자들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혁이 구성한 라인업은 완벽했다.

“경쟁자가 아니라 아군이었군요. 제가 그 부분을 착각했네요.”

칸베의 사과를 받은 상혁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시면 됐습니다. 그럼 이제 오늘의 메인 아젠다를 논할 때가 온 것 같네요.”

그리고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그림을 위한 첫걸음을 옮겼다.

“자, 조력자 여러분. 이제 오늘의 메인 안건을 이야기해 보죠. 저기 칸베 씨가 곤란해하고 있으니까요.

‘기동전사 간담 VR’을 갓겜으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상혁이 말한 ‘아젠다’.

그것은 상혁이 PTW VR로 내놓으려는 ‘간담 IP’의 게임이, ‘간담 배틀 오퍼레이션’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오리지널 게임이 될 것이란 의미였다.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개발력이 워낙 좋기에 중간 조율만 하면 되는 다른 개발팀에 비해서, 손댈 부분이 엄청나게 많은 ‘간담’ 개발팀을 위해 상혁은 아예 PTW에 그들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었다.

그리고는 원활한 협업을 위해 번다이에 직접 찾아가 해당 업무 협력에 대한 승인을 반 강제로 받아내 주었다.

덕분에 현재 간담 개발팀들은 경쟁사인 PTW 본사에 파견 나와서 게임을 개발하는 중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의 인건비는, 죄다 SANY가 낸다는 조건으로.

그리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원래는 간담 배틀오퍼레이션의 VR버젼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게임은, 아예 바닥부터 갈아엎어져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되어가고 있었다.

개발을 하고 있는 본인들도 이 게임은 배틀 오퍼레이션 시리즈와 전혀 상관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라는 것을 인정할 정도로.

하지만 개발에 참여한 개발팀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지금 만들고 있는 결과물이 VR에 더 잘 맞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오기만 하면, 아마도 간담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이 되리라는 것도.

그렇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배경에는, 상혁이 간담 개발팀에 지원하는 전폭적인 개발 지원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현재의 간담 개발팀은 반쯤 번다이의 개발자가 아니라 PTW의 개발자가 된 기분으로 일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상혁이 개발 진행 상황 확인을 위해 민준과 개발팀에 방문하자, 간담 개발팀은 열렬한 반응을 보이며 상혁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뭔가를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만든 것이 얼마나 뛰어난지 자랑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민준은 상혁의 곁에서 그들이 들을 수 없도록 한국어로 이야기했다.

“무슨 엄마 새에게 먹이 조르는 새끼 새 같네.”

“그 새들 태반이 수염 난 아저씨란 것만 빼면 말이지.”

그렇게 말한 상혁은 이번엔 칸베를 향해 일본어로 물었다.

“칸베 씨. 기획 상황은 어때요?”

“좋습니다. 현재 데모로 간담의 조종석을 구현해놨는데, PTW VR로 돌리면 진짜로 건담에 탄 기분이 들더군요.”

“전용 컨트롤러 이야기는 번다이와 협의했나요?”

“아주 좋아하던데요? 물론 MANY같이 적자 보면서 팔지는 않겠지만요.”

“애당초 GOS 전용 컨트롤러도 번다이에서 팔면서 돈을 꽤 벌어서, 이번에도 좋아할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 그럼 별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상혁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칸베가 입을 열었다.

문제라 할 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팀 내에서 의견이 갈리는 문제가 있긴 했었기에.

그것은 간담IP를 가지고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이 필수적으로 가진 딜레마에 대한 문제였다.

“사실 지금 의견이 좀 갈리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플레이어가 간담 IP 안의 인물을 골라서 플레이하게 할지, 아니면 플레이어 자신의 캐릭터로 간담 안의 인물들과 함께 플레이하게 할지에 대한 문제인데···.”

“아, 그건 원본 IP가 있는 게임들에는 대체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긴 하니까요.”

모두가 암후로가 되고 싶어서 하지만 정작 암후로만큼 괴물 같은 실력을 갖춘 플레이어는 그리 많지 않다.

정작 플레이어는 간담을 간탱크처럼 다루고 있는데 라이벌 캐릭터가 ‘에에잇 연방의 MS는 괴물인가!’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뭔가 깨는 느낌이고.

좋아하는 IP의 좋아하는 캐릭터로 플레이하는 것도 물론 즐겁지만, 그와 다르게 좋아하는 IP의 캐릭터의 동료로 함께 전투를 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둘 중 어느 한쪽을 골라야 했지만, 어느 한쪽도 버리기 어려운 상황.

그래서 상혁은, 그에 대한 아주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별 문제 아니네요. 둘다 하게 해 주세요.”

“둘 다요?”

“모드를 둘로 나눠서, 캐릭터 모드로 플레이하면 시나리오의 원본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게 하고, 커리어 모드로 플레이하면 자신만의 파일럿으로 1년 전쟁을 해쳐나가게 하는 거죠. 중간에 선택에 따라 연방이나 지온으로 전향도 할 수 있게.”

“그렇네요. 확실히 둘 다 만들면 되긴 하는군요.”

“대신 개발 볼륨은 꽤 늘어나겠지만···.”

칸베는 상혁이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매번 말하는 내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상혁이 말하려는 내용을 가로채며 답했다.

“어차피 돈은 SANY에서 낸다는 거죠? 잘 알겠습니다.”

“참 편하지 않아요?”

“그러게요. 윗선에서 부담을 주지 않고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니 그 좋은 기분으로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상혁이 번다이 남코 임원진을 설득해서 간담 개발팀을 PTW에 와서 개발하게 만든 것엔 그런 이유도 있었다.

순수하게 개발자들이 자신의 포텐셜을 발휘하는 데 있어, 윗선의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단순히 부담을 줄여주는 것 만으로도 인간의 뇌는 무섭도록 창의력을 발휘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현재의 놀라운 퀄리티로 이어지고 있었고.

상혁이 오늘 방문한 이유는, 부담감을 털어낸 간담 개발팀이 만든 그 결과물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테스트 데모를 돌려봐도 될까요?”

“지금요?”

“예. 원래 단순히 1인칭으로 시점변환만 했던 버전하고, 지금 버전이 어떻게 달라졌나 확인하고 싶어서요.”

“어차피 아이디어 자체는 상혁 씨가 대부분 제공해주시지 않았습니까? 말씀하신 그대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걸 눈으로 보고 싶어서 그런 거죠.”

상혁의 말에 칸베가 웃으며 상혁을 테스트 룸으로 안내했다.

거기엔 스컹크 웍스의 간담 팬들이 모여서 일주일 만에 뚝딱 만들어준 전용 컨트롤러와 PTW VR이 함께 놓여 있었다.

“조작 설명은 안 들어도 돼요?”

“말씀하신 대로 게임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작법을 익힐 수 있게 개발해놨으니, 그 부분은 걱정 않으셔도 될 겁니다.”

칸베를 향해 미소지은 상혁이 시트에 앉았다.

그리고는 VR기기를 머리에 쓰자 사용자를 감지한 기기의 전원이 자동으로 들어왔다.

글래스를 통해 비쳐 보이는 익숙한 테스트 룸 내부의 모습 사이로, PTW VR의 반투명한 UI가 출력되는 것을 지켜보던 상혁은 컨트롤러로 테스트 버전을 고르기 위해 메인 UI를 호출하려 했다.

그러자 칸베가 다급히 상혁을 향해 말했다.

“아, 말씀을 안 드렸는데, 이번에 저희 게임을 호출하는 음성 구동 명령어를 넣었습니다.”

“그래요?”

“예. 그것도 테스트 해 주시죠.”

“구동어가 뭔가요?”

“이키마스(갑니다)!입니다.”

고글을 쓴 상혁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는 칸베가 제안한 대로, ‘간담’의 가장 유명한 대사인 하나를 따라 하며 말했다.

“간담 파일럿 이상혁! 이키마~스!”

그러자 상혁 주위를 감싸고 있던 테스트룸의 모습이 순식간에 변하며, 마치 텔레포트라도 한 것처럼 상혁의 시야에 전혀 다른 곳의 풍경을 비춰주었다.

그리고 상혁은, 그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자신이 알고 있는 건담은, 지금 같이 조악한 손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볼인가?”

간담 개발팀이 만든 PTW VR의 테스트 버전.

그것은 플레이어가 간담에서 가장 약한 건설용 로봇.

‘볼’의 파일럿으로 게임을 시작하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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