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65화 (266/485)

265. 위대한 도전

“지금 그 말씀은, 저희보고 이 장비와 함께 출시될 런칭 타이틀을 개발해달라는 뜻입니까?”

미야모토의 질문에 상혁이 답했다.

“아뇨, 솔직히 출시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정규 레이블에 준하는 퀄리티의 게임을 남은 기간 안에 뚝딱 완성하는 건 무리죠. 저희가 원하는 건 여러분이 가진 IP의 VR 버전 게임이 이 기기를 공개하는 현장에서 함께 공개되는 것입니다.

당장 플레이할 수는 없어도, 충분히 이 기기를 샀을 때 앞으로 할 멋진 게임이 줄을 서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은 거죠. 출시는 개발 상황에 따라 각자의 일정에 맞춰서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저희도 개발 일정이란 게 있습니다. 기존에 개발하고 있는 게임들도 있고요. 상혁 씨가 보여준 기기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기존에 개발하던 게임의 개발 일정을 연기하고 갑자기 경험도 없는 VR 개발에 뛰어들라는 건 좀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물론 그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서 드리는 제안입니다. 나츠 씨?”

상혁의 말에 그의 뒤에 서서 조용히 회의를 지켜보던 나츠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이 회의 전에 PTW측과 SANY가 미리 합의한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우선 이번 VR용 게임 개발에 참여해주시는 업체에 대해서, 해당 게임의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 전부를, 저희 SANY에서 지원해 드릴 겁니다.”

“4개 타이틀 전부에요!?”

“예. 물론 개발비를 SANY에서 전부 부담한다고 해서, 판매 이윤까지 전부 환수한다면 그건 단순히 타이틀 하나를 더 출시했다는 것 외에 아무 의미가 없겠죠.

그래서 이번 투자는 SANY측의 이윤 없이 순수하게 판매 이윤에서 투자 원금만 회수하는 조건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드린 개발비가 회수되고 나면, 나머지 이윤은 모두 여러분들의 회사에서 가져가시는 조건으로요.

둘째로,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업체에 한정해서, 런칭 타이틀에 대한 주변기기 및 플랫폼 라이선스 비용을 받지 않겠습니다.”

나츠의 이야기는 3차 NE컨벤션에서 공개되는 5개 게임에 한정해서, SANY측이 자신의 이윤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만으로도 파격적인 조건이었지만, 거기에 더불어 무이자로 개발비를 빌려주겠다는 조건까지 더해지니 그것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조건이 되어 있었다.

선뜻 받아들이기엔 경계심이 일어날 정도로.

“그게 정말입니까?”

“예.”

“애당초 이 정도 기기를 그 가격에 발매하는 것 자체가 SANY에서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겠다는 이야기인데, 거기에 게임 유통으로 뽑아낼 수 있는 이윤까지 포기하신다고요?”

“포기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우선순위를 조정했을 뿐이죠. 그에 관한 내용은 여기 이상혁 씨가 설명해주실 겁니다.”

나츠가 다시 바통을 넘기자, 상혁이 그녀의 말을 받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플랫폼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점유율’이죠. 그리고 현재, 8세대 콘솔 전쟁에서 SANY는 그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번 SANY의 과감한 결정은, 현재 MS가 주도하고 있는 8세대 콘솔 시장에서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투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한 세대의 콘솔 게임기를 2대씩 가지려고 하는 유저는 그리 많지 않아요. 보통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콘솔을 가지고 계속 플레이하길 원하죠.

그런 상황에서 이미 2배 이상 팔린 MS의 X-BOX를 구석에 쳐박아두고 굳이 PS를 구매하기 만들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상혁 씨가 협박을 하더군요. 그런 상혁 씨의 설득 아닌 설득을, 저희 측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니까요.”

나츠의 말을 들은, ‘구란투리스모’의 개발사 폴리포디의 사장, 카츠노리가 손을 들며 말했다.

“좋습니다. 매우 좋은 조건이네요. 혹시 그 조건은 기존에 개발하고 있던 게임에 VR기능을 추가해서 발표하는 것도 해당합니까?”

“구란트리스모 스포트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예.”

카츠노리가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당연했다.

이미 폴리포디에서는 PS4용으로 개발 중인 구란트리스모 시리즈의 최신작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은, 바로 얼마 전 파리에서 있었던 PGW(Paris Games Week)에서 발표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굳이 그 발표가 아니었더라도, 회귀 전 지식을 통해 그것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던 상혁은, 그에 관한 이야기도 이미 SANY측과 마쳐 놓은 상태였다.

“우선 그 부분에 대해서, 기존에 투입된 개발비에 대해서 무리하게 SANY측에 무게를 덧씌우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 지원은 플러스 같은 요소니까요. 합류를 결정하시면, 해당 게임의 볼륨을 확장하거나 혹은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들, 그리고 더 많은 차량의 라이선스를 확보하시는 데 필요한 금액 정도를 지원하는 게 맞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정확히는 앞으로 더 들어갈 비용에 대한 지원만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 정도라도 충분히 도움은 될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감사를 표하며, 카츠노리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현재 구란투리스모의 최신작을 작업하면서 그가 PS4란 기기에 불만을 느끼고 있던 부분인 ‘퍼포먼스’에 대한 문제를, 이 신형 주변기기가 말끔하게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적어도 자신이 눈으로 확인한 이 기기의 성능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8세대 콘솔 버전의 구란투리스모를 구현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의 PS4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이었고.

상혁은 카츠노리가 생각하던 그 부분에 대한 해결책도 지원할 생각이었다.

“카츠노리 씨.”

“예.”

“아마도 폴리포디 측에서는, 현재의 PS4가 가진 퍼포먼스에 불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맞나요?”

“그걸 어떻게···?”

“이번에 발표한 구란트리스모 시리즈가 정규 넘버링이 아니라 외전 격의 작품이었으니까요.”

상혁이 말했다.

“최고의 레이싱 게임을 표방하는 구란트리스모 시리즈의 정식 레이블로 게임을 출시하기에는, 현재의 8세대 콘솔기기의 성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었겠죠. SANY에서 이번에 폴리포디에 지원할 개발비 지원은, 그런 부족한 볼륨을 채워달라고 지원해드리는 겁니다.

언제나 구란트리스모 시리즈를 하는 유저들이 즐겁게 플레이했던 것처럼, 커리어 모드를 넣고 수많은 트랙 라이선스를 집어넣고 수많은 차량을 타볼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거죠.

정확히는, 원래 외전 격으로 개발하고 계신 구란트리스모 스포트의 개발 볼륨을 늘려서, 정식 넘버링인 ‘7’을 달만 한 그런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비용에 대한 부분은, SANY에서 지원하게 될 거고요.”

“하지만 그러기엔 8세대 콘솔은 성능이···.”

“그 부분은 저희 PTW에서 지원할 겁니다.”

컨소시움에 참여하는 업체들에 대한 지원 중, SANY가 금전적인 부분의 지원을 맡기로 했다면 PTW에서는 기술적인 부분의 지원을 담당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계획의 핵심엔, 역시나 PTW가 현재 보유 중인 기술 중 가장 강력한 오버테크놀러지인 ‘STC’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대해, 저희 PTW의 마스터급 엔지니어들이 기술 고문으로 각 회사에 파견을 갈 겁니다.

각 게임들이 PTW VR의 성능을 100% 끌어낸 작품이 될 수 있도록, 해당 게임들의 코드 최적화에 STC의 사용 권한을 부여해드릴 거고요.

어디까지나 예상이지만, 저희가 STC로 최적화를 진행했을 때, 콘솔 부스팅 기능의 지원을 받으면 현재의 PS4 정도의 성능으로도 충분히 4K 60프레임 정도의 플레이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부스팅이 없다 하더라도, 2K 해상도에 30프레임은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죠. 안에 카츠노리 씨가 넣고 싶은 물리 엔진 및 환경 효과를 모두 집어넣은 상태에서요.”

“STC도 사용하게 해 주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STC의 퍼포먼스 향상에 대한 소문은 업계에서도 유명한 이야기였기에, 카츠노리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럼 무조건 해야겠군요. 저흰 하겠습니다.”

“외전인 스포트가 아니라 정규 넘버링인 7을 달고 출시하는 조건으로요?”

“예. 7번째 작품이 될 만한 퍼포먼스를 뽑아낼 수 있다면, 안할 이유가 없죠. 가장 문제 되는 라이선스 비용도 SANY에서 전부 해결해 주신다는데.”

“좋습니다. 나머지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번다이에서 나온 두 명의 책임자도 손을 들며 말했다.

“STC 지원은 나머지 프로젝트에도 약속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하겠습니다.”

“상부 승인을 받긴 해야겠지만 이렇게 좋은 조건을 거절한다면 오히려 임원 회의에서 제가 잘릴지도 모르겠네요. 건담 배틀 오퍼레이션 개발팀도 참여하겠습니다.”

끝까지 주저하고 있는 것은, 역시나 해당 프로젝트의 개발 계획을 완전히 접어놓았던 프룸 소프트웨어의 대표, 미야모토였다.

그는 속으로 심각하게 고민하며 지금의 판단이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소울 시리즈가 안정적으로 팔리고 있는 상태에서, 굳이 죽은 IP를 살려내는 게 과연 옳은 판단일까?’

그리고 상혁은, 그런 그의 고민을 마치 마음속이라도 들여다본 것처럼 잘 알고 있었다.

상혁이 그의 입장이었어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렇기에 상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민하는 미야모토를 향해 말을 건넸다.

결정의 문턱 바로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그를 설득하기 위해.

“미야모토 씨.”

“예.”

“고민되시나요?”

“될 수 밖에요. 물론 팬들 관점에서 아머드 코아 시리즈를 그들이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받는 사랑만큼이나 아머드 코아 시리즈는 매우 매니악한 게임입니다. 판매량도 그리 높지 못하고요.”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 12만 장 정도였죠?”

“그렇죠.”

“어쩌면 이번에 개발하게 될 아머드 코아는, 시리즈 최초로 단일 타이틀 5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500만 장이요!?”

놀라는 미야모토를 보며, 상혁이 말했다.

“생각해보세요. 이 말도 안 되는 몰입감을 가진 기기로, 구란트리스모의 정식 넘버링 작품을 할 수 있고, 건담 파일럿이 되어 우주 공간을 누빌 수도 있으며, 현존하는 사상 최고의 전투기 컴뱃 시뮬레이션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저희 PTW에서 만드는 VR 전용의 차세대 신작도 즐길 수 있겠죠. 유저 입장에서는, 이 기기가 진짜로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미래는, 기기가 출시된 이후 당분간 저희 컨소시엄에서 출시한 타이틀을 제외하면 무주공산이 되겠죠. 콘솔 기깃값에 맞먹는 금액을 내고 PTW VR을 구매한 유저들이, 당장 살 수 있는 게임이 5개밖에 없다면, 과연 그중에 일부만 구매하게 될까요?”

“하지만 로봇 시뮬레이션이라면 건담도 있지 않습니까?”

“그건 건담이라 가치가 있는 거지 로봇 시뮬레이션 게임의 최고봉은 언제나 아머드 코아 시리즈였어요. 미야모토 씨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제가 요청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입니다. ‘개발비는 SANY에서 지원하고, 기술적인 부분은 PTW에서 지원하겠다. 그러니 여러분은 자신들이 가진 IP를 가지고 시리즈 사상 최고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달라.’

이게 전부죠.

이건 마무리가 좋지 못했던 아머드 코아 시리즈의 마지막을, 다시 한번 수정할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멋진 마무리를 하는 것을 넘어, 수많은 팬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유산을 남길 기회라고요.”

“좋습니다. 만약 상혁 씨의 말대로 된다고 칩시다. 그렇게 된다면 저희는 시리즈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낼 기회를 얻고, SANY는 MS에 빼앗긴 콘솔 시장의 지배력을 되찾을 기회를 얻게 되겠죠.

하지만 그로 인해 PTW가 얻는 이득은 뭐죠? 이전에 코넥트 발매 때도 기기 가격을 깎기 위해서 기술료를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PTW VR이란 기기의 예상 가격을 들어보니, 이번에도 라이선스 비용은 한 푼도 받지 않으신 모양이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PTW는 SANY를 설득해서 막대한 투자를 감수하게 하고, 회사가 가진 최고의 자산 중 하나인 STC까지 공유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PTW가 얻을 수 있는 게 대체 뭡니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미야모토의 얼굴을 보며, 상혁은 웃으며 답했다.

“유저들의 미소죠.”

그리고는 꿈이라도 꾸는 듯한 표정을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만일 저희 5회사가 힘을 합쳐서 동시에 공개 행사를 하게 된다면, 게임별로 들어가야 하는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PTW VR이 하나 팔려나갈 때마다 5개의 타이틀 전부가 필수타이틀로 취급되어 함께 팔려나갈 수도 있겠죠.

100만 장 팔리던 게임이 수백만 장, 어쩌면 수천만 장 팔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단순히 판매량이라는 숫자를 늘리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 새로운 기기를, 그리고 함께 공개된 게임을 보며 전 세계의 모든 게이머들이 함께 꿈같은 시간을 보내길 바라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개 행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주먹이 꽉 쥐어지고 미친 듯이 소리치고 싶어지는 그런 꿈같은 시간을 말이죠.

미야모토 씨. 인생은 짧습니다.

행복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갓겜만 즐기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죠.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전 세계의 수많은 게이머도 할아버지가 될 겁니다. 저는 세상의 게이머들이 나중에 손주를 무릎에 앉혀놓고 이렇게 이야기할 날을 꿈꿉니다.

‘손주야. 내가 예전에 했던 X쩌는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마.’

그러면 손주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죠.

‘할아버지! 저는 PTW VR의 공개 행사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그게 정말로 그렇게 멋졌나요?’

‘멋졌지. 그건 진짜 내 게이머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어.

그날, 모든 게이머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안 그래도 최고로 손꼽히는 게임 5개가 같은 날 공개되었단다. 그리고 그건 시대가 흐른 지금도 최고의 게임들로 꼽히는 게임들이지. 사람들은 말한단다.

그날, 게임계의 역사가 바뀌었다고.’”

그렇게 말하는 상혁의 눈은, 왠지 모르게 먼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망상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관심에 미친놈이라고 생각하셔도 좋고요.

제 꿈은 단지 제 꿈일 뿐이고 세상 모든 개발자가 저와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여러분께는 숫자로서의 이득을 제공해드리는 겁니다. 분명 2천만 대 이상이 순식간에 팔려나갈 차세대 VR기기. 그리고 그 안에서 빛나는 5개의 게임. 유저들을 열광하고, 흥분하게 하고, 추억에 젖게 만들 그 게임을, 여러분들께서 만들어주시길 바라면서요.”

잔잔한 목소리로 울려 퍼지는 상혁의 연설은 회의실 안에 있는 모두의 가슴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 회의에 참여한 4명의 책임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개발자였으니까.

그때,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에서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낀 미야모토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상혁의 손을 끌어당겨 두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오늘 처음으로 눈앞에서 본 기분입니다. 상혁 씨. 저희 프룸 소프트에서도 함께 하겠습니다.

게이머들을 미쳐 날뛰게 만들만한 행사를, 함께 만들어봅시다.”

“저희도요. 역대 최고의 건담 게임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앞으로 영원히 모든 게이머들이 최고의 건담 게임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는 그런 게임을요.”

“PTW VR로 발매되는 구란트리스모의 7번째 넘버링 작품은, 역대 최고의 레이싱 게임이 될 것입니다. 포르자 개발팀은 완벽히 열 받겠지만.”

“이런 역사적인 자리에 저희만 빠진다면 대대손손 팬들에게 욕먹겠죠. 저희 스페이드 컴뱃 개발팀도 함께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모든 게이머들도, 여러분께 감사할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상혁이 고개를 돌려 4명의 멤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감동에 가득 찬 얼굴로 입을 열어 말했다.

“좋습니다. 그럼 컨소시엄이 확정 되었으니 팀 이름이 필요하겠죠?”

“뭘로 하시겠습니까?”

“그건 처음부터 정해져있었죠.”

상혁이 말했다.

“지금부터 저희 5회사 연합의 이름은, ‘VR 원정대(Fellowship of the VR)’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판타지 영화에서 따온 이름을 팀에 붙인 상혁의 다음 스텝은, 구체적인 협업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었다.

여기 모인 멤버들이 개발할 IP가 매우 강력한 IP인건 사실이었지만, 그들 역시 시리즈가 반복될수록 흥작과 망작을 넘나들며 시행착오를 겪은 개발자들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적어도 5개의 게임 전부가 상혁이 원하는 3차 NE컨벤션에 걸맞은 퀄리티를 갖추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었다.

“우선 저희가 지원해드리는 지원의 규모가 절대 작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다들 동의하십니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혁이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희가 막대한 기술료를 포기했기에, 기기 가격도 낮출 수 있었고 SANY에서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하는 것도 설득할 수 있었죠.

그러니 저희 PTW에서 이번 컨소시엄을 위해 지불한 자산 가치는 최소 수 조원 이상의 투자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저희 측에서는, 저희가 원하는 퀄리티를 여러분께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거기도 동의하십니까?”

“투자금 회수가 아니라, 퀄리티를 요구하시는 겁니까?”

미야모토의 질문에 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3차 NE컨벤션에서 공개된 5가지 게임이 모두 시대를 초월한 명작 소리를 듣게 하려고 이 정도 지출을 감수하는 거니까요. 적어도 이번에 출시되는 시리즈들은, 뭔가의 사정으로 타협을 보거나 볼륨을 줄인다든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여러분들의 개발력을 믿고 있지만, 세상은 믿음만으로 돌아가지 않죠. 그렇기에 저희는 여러분께 작은 조건을 하나 요청하려고 합니다.”

“그게 뭡니까?”

“이번에 공개될 5게임 전부, 최종 QA(Quality Assurance)는 공동으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QA를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건, 서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유하면서 게임 퀄리티에 대한 조정을 함께 한다는 의미입니까?”

“맞습니다.”

“그럼 그냥 PTW에서 최종 결정을 하면 되지 않나요?”

“그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만일 저희가 만드는 게임이 여러분이 보기에 명작의 기준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면, 여러분도 저희에게 수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그 말은 물론 반대로 저희도 여러분들이 게임에서 타협을 보려하는 부분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고요.”

“서로 다른 경쟁사가 함께 QA를 진행한다···. 이건 또 해괴한 발상이네요···.”

“모든 건 최종적으로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내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방식이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있고요.”

상혁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미야모토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어차피 이미 한배를 탄 마당에, 그 유명한 PTW의 검증 시스템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죠.”

“미친 짓 같지만 재미있어 보이는군요. 저희도 함께하겠습니다.”

“게임업계에 들어와서 오늘같이 하루에 충격을 많이 받는 하루가 없는 것 같네요. 저희도 함께하겠습니다.”

이미 모두가 함께하는 분위기에서, 상혁의 제안에 발을 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요구사항을 모두 달성한 상혁은, 매우 만족한 미소로 준비한 서류를 모두에게 돌렸다.

그것은 이번 컨소시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각 회사의 전 사원들이 지켜야 할 보안 규정에 대한 서류였다.

그리고 거기엔, 구체적으로 어느 타이밍에 어느 회사에서 어떤 정보를 유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번엔 전부 감추는 게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카츠노리가 질문했다.

평소엔 공개 직전까지 모든 정보를 철저하게 숨기는 것으로 유명한 PTW에서, 이번엔 왜 방식을 바꾸는 것인지.

그러자 상혁은 그런 카츠노리를 향해 미소지으며 설명해주었다.

“애당초 이 5회사가 연합한다는 것 자체가 게이머들에겐 굉장한 일이니까요. 미리 어느정도 정보를 푸는 게, 기대감을 부스팅하는 조미료가 되겠죠.

적어도 이 기준을 철저하게 지켜주시면 3차 NE컨벤션에 맞춰서 유저들의 기대감은 역대 사상 최고로 고조되어 있을 겁니다.

저희는 그 뜨거운 불판에 올라가  게임을 공개하면 되는 거고요.”

“좋습니다. 그런 이유라면 좀 더 의욕이 생기는 군요.”

그렇게 말한 카츠노리는 서류를 다시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거···.”

그리고는 조금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첫 번째 정보 공개일이 내일이네요? 형태는 유출이고, 저희 회사에서 하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러자 상혁이 씩 웃으며 말했다.

언제나 무언가를 진행할 때 상혁이 짓는, 특유의 장난기 넘치는 미소로.

“그게 이번 계획의 ‘진짜’ 시작이죠.”

이후 게이머들에게 ‘첫 번째 폭격’이라고 불릴 이번 컨소시엄의 마케팅 계획은, ‘아머드 코아’의 개발을 담당한 프룸 소프트웨어에서 직원이 흘린 정보로 그 스타트를 끊는 것으로 시작되게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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