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64화 (265/485)

264. 거대한 밑작업

현주의 미팅 요청과, 그 사유에 대한 메일을 받은 SANY측은 매우 당황하며 SANY측에서 정보 유출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하는 근거에 대한 요청을 정중한 어조를 통하여 회신했다.

그리고 상혁은, 불쌍한 해당 직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유출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MS측의 크리스가 정보 출처를 SANY측 직원에 의한 것이라고 기술한 내용을 SANY측에 보내는 메일에 첨부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SANY는 PTW VR이라는 희대의 오파츠를 두고 벌이는 협상에서 처음부터 불리한 위치에 앉아 거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건 PTW 인디 팀 시절에 유출 문제로 고생한 경험이 있으며, 그 때문에 보안에 매우 깐깐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PTW 내부 직원이 정보 유출시 내야 하는 배상금이 백만 달러 단위였다고 했었나···.’

PTW에서는, 심지어 단기 알바를 위해 고용한 천하대 학생들에게도 철저하게 비밀유지 계약을 강요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며, 위반 시 막대한 배상금을 요구하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만들었다.

비록 받을 수 있는 금액에 비해 위약금의 규모가 말도 안 되게 높긴 했지만, 법적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법은 단순하게 해당 계약의 체결 시 비밀유지에 따른 보상이 지급되었는가만을 따지지, 그 보상의 규모가 요구 금액보다 정당한가는 따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단돈 10만 원이라도 더 받는 이상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PTW의 비밀유지 계약이었다.

그리고 그 배상금은, 유출한 정보의 가치와 세부 내용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갈리게 된다.

이번에 SANY 직원이 유출한 정보의 내용은 대략적인 PTW VR의 형태와 구동 방식, 그리고 실제 사용했을 때의 경험에 관한 내용이었다.

PTW의 내부 규정에 따르면 해당 정보의 보안 레벨은 가장 높은 등급인 5등급.

유출 내용으로 따지면 ‘PTW에서 VR기기를 만들고 있다’ 정도의 단편적인 정보가 유출되었을 때의 1레벨, 그리고 이번 케이스처럼 발표 내용의 유추가 가능한 구체적인 정보가 유출되었을 때 부여하는 2레벨, 회사에서 특정 날짜에 공개하려는 내용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까지 함께 유출되었을 때 부여하는 3레벨, 마지막으로 잘못된 정보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으로 회사에 역으로 악영향을 끼쳤을 때 부여하는 4레벨 중 2레벨 수준의 정보 유출 건이라고 볼 수 있었다.

사실 PTW의 독특한 보안등급에 대한 것은 딱히 대외비는 아니었다.

PTW는 기본적으로 협력사에도 비밀 유지 계약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고 항상 같은 내용의 계약서를 내밀곤 했으니까.

그러니까 이번에 SANY에서 유출된 내용에 따라 SANY가 지급해야 하는 구체적인 배상액은,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총 천만 달러 수준의 배상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SIE에서는 이에 관한 내용을 본사에 알리고, 내부 직원들에게 PTW의 정보 보안 규정에 대한 교육을 추가로 시행한 후에, 해당 금액을 PTW에 내기 위한 준비를 마쳐 놓았다.

그러나 긴장된 표정으로 본사 입구까지 내려와 상혁을 기다리다 그를 보자마자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단체로 ‘스미마셍 데시따!’를 시전한 SANY임원들에게, 함께 올라간 회의실에서 상혁이 요구한 내용은 SANY에서 배상금을 내라는 것이 아니었다.

애당초 해당 기기의 기술료도 흑자로 돌아선 이후부터 정산해서 받기로 한 마당에, 정보 유출에 대한 보상으로 받을 금액이 십만 달러든 백만 달러든 PTW입장에서 그 정도 금액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대신 상혁은 PS 진영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메이저 개발사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SANY 그룹 내부에서 PS의 개발과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SIE의 임원들과, 예산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SANY의 임원들.

그리고 현재 PS 진영의 메이저 개발사 중 상혁이 지명한 일부 개발사 대표들이 함께 참석하는 합동 회의.

상혁은 정보 유출에 대한 대가로 SANY에 그것을 요구했다.

***

일반적으로 게임업계가 좁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주로 이직하는 사람들이 전 직장으로 얽혀 있는 관계가 많이 생기기에 생긴 말이지, 실제로 게임업계는 그리 좁다고는 볼 수 없는 규모를 가지고 있다.

애당초 게임업계란 것이 인건비가 개발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종인 만큼, 종사자 인력의 수도 엄청나게 많은 데다 대다수가 서로 경쟁하는 사이라 대표끼리 협력을 위한 만남을 가질 일이 거의 없는 업계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메이저 개발사의 대표 정도 되면 GDC같은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석해서 만나는 케이스가 아니라면 서로 얼굴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단체로 모여서 뭔가를 하려는 의도의 만남이라면 더욱 그러했고.

그렇기에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인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다 같이 콘솔 게임 개발을 하는 개발사의 대표를 맡은 사람들로써,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함께 무언가를 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상혁은, 그런 회의실 한가운데 서서 흐뭇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주 든든하네.’

그리고는 입을 열어 회의실 안의 어색한 침묵을 깨트렸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서로 얼굴을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초면인 분들도 있을 테니 자기소개부터 하도록 하죠.

저는 SIE측에 부탁하여 오늘 회의를 주최한 PTW의 CCO, 이상혁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여성분은 우리 회사의 CEO, 이현주  씨죠.

대표작은 GOS, MYOM, TAW, OGC···. 다 부르긴 좀 그렇고 이 정도만 설명하겠습니다. 다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상혁의 말을 듣고 이미 TV나 뉴스 등으로 상혁의 얼굴을 익히 알고 있던 개발자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놀란 표정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저게 지금 콘솔 개발사를 손안에 쥐고 흔든다는 PTW의 CCO인가.’

‘생각보다 젊네. CCO도, CEO도.’

‘CEO가 미인분이시군.’

‘뭐야, PTW에서 왜 우리를?’

그러나 그런 웅성거림 가운데, 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어 자신을 소개하자 나머지 멤버들 역시 하나둘씩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콘솔 게임의 팬이라면 당장이라도 사인 보드를 들고 사방을 뛰어다니며 사인을 받을 만큼 쟁쟁한 멤버들의 자기소개 퍼레이드였다.

“번다이 남코에서 나온 코토 카즈노키입니다. 전투기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페이드 컴뱃’의 브랜드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번다이에서 나온 디렉터 칸베입니다. ‘간담 배틀 오퍼레이션’의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카츠노리 야마우치입니다. 폴리 포디 디지털 대표이며 레이싱 게임 ‘구란 트리스모’시리즈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미야자키 히데타카입니다. 프룸 소프트웨어 대표이며 ‘라이트 소울 시리즈’와 ‘블레이드 본’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다들 바쁘신 와중에 저희 요청을 받고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도 현재 콘솔 업계에서 가장 명망 높은 개발자 중 한 명인 이상혁 씨를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만, 기쁨보다는 오늘 이렇게 저희를 모은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군요. 실례가 아니라면 오늘 회의의 목적에 대해 먼저 설명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군요.

그것도 회의 전에 비밀 유지 서약에 사인까지 하게 만들면서 말이죠.”

상혁의 말에 가장 먼저 대답한 것은, 그란투리수모 시리즈를 개발한 개발사 폴리포디 디지털의 대표, 카츠노리였다.

그러자 상혁은 카츠노리를 보며 씩 웃더니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상자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게임 개발자가 게임 개발자를 만나는 이유가 하나밖에 더 있겠습니까? 당연히 게임에 관련된 이야기죠.”

“서로 장르도 다르고 유저 층도 다른 개발사 대표들을 모아놓고 뭘 하시려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뭔가 발표를 자주 하다 보니 뜸 들이는 게 습관이 돼서요. 여러분을 오늘 이렇게 모신 이유는 SANY와 PTW가 비밀리에 공동 개발한 주변기기 하나를 소개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주변기기라면···. 코넥트 같은? SANY와 PTW가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까?”

“예. 개발 자체는 저희가 몇 년째 하고 있었고, 저희가 해결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도움을 SANY측에서 도와주어 완성할 수 있었죠.

지금은 양산 라인을 갖추기 전에 개발킷을 소량 생산하는 단계입니다만, 아마 1년 후 정도면 충분히 시장에 보급이 가능할 겁니다.”

“무슨 주변기기죠?”

“VR기기입니다.”

상혁이 말을 하자마자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던 사람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이어지는 카츠노리의 질문을 통해 바로 알 수 있었다.

“VR이라면 옵큘러스 VR 같은 물건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그럼 저희는 관심 없습니다.”

“그런가요?”

“그렇지 않습니까? 현재 가장 최신 장비라는 옵큘러스 VR같은 경우도, 개발킷 단계이긴 하지만 사양을 엄청나게 잡아먹습니다.

그리고 정식 버전에서도 그 문제는 개선되지 않겠죠. 해상도도 낮고, 어안렌즈를 이용하기 위해 게임 화면을 렌더링하는데 요구되는 컴퓨팅 성능은 얻을 수 있는 해상도 대비 너무 높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쓸만한 물건이라고 보기는 어렵죠.”

“하지만 구란투리스모같은 레이싱 게임을 즐기기에 VR은 매우 좋은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구란투리스모 시리즈의 핵심 중 하나는, 해당 세대 콘솔이 제공할 수 있는 최상급의 그래픽으로 유저들에게 비쥬얼 쇼크를 주는 겁니다.

‘적어도 이것이 이 세대의 게임기가 줄 수 있는 레이싱 게임의 정점이다!’ 라는 느낌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저희 모토죠. VR의 경험을 위해서 그래픽을 희생해야 한다면, 저희는 하지 않는 것을 고르겠습니다.”

“나머지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상혁의 질문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2015년의 VR장비에 대한 인식은, 가격은 더럽게 비싸면서 그래픽은 구리고, 전용 게임 개발에 대한 노하우도 하나 없이 바닥부터 도전해야 하는 진짜로 ‘과도기적인’ 장비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그리고 상혁은 그런 부정적인 인식이 어째서 나오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게 빠르리라 판단했다.

“그럼 좋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께서 말씀하신 것은 ‘기존의’ VR장비에 대한 인식이죠.

그런 문제에 대한 것은 저희 PTW에서도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의 장비를 개발한 거고요.

저는 저희의 신형 VR 장비에 대해서 제 입으로 전하는 긴 설명보다, 여러분들의 눈으로 직접 체험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금 바로 테스트를 시켜드리겠습니다. 나머지 회의는, 그 이후에 진행하죠.”

상혁의 말에 뭐라고 하려던 사람들은, 상혁이 상자에서 꺼낸 물건을 보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상혁이 상자에서 꺼낸 특이한 장비는, 그들이 VR 장비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디자인과는 안드로메다만큼 떨어진 외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마치 SF 영화에 나올 법한 멋진 외형을 가진 물건이었다.

그게 뭔 장비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호기심으로 한번 써보고 싶을 만한 디자인을 가진.

그러나 상혁이 유럽의 전문 디자인 그룹에 외주를 주어 완성한 PTW VR의 멋진 외형보다 그들의 눈길을 먼저 사로잡은 것은, 다른 VR장비에 달린 커다란 디스플레이 파트 대신 달린 두꺼운 글라스였다.

‘저게 VR장비라고? 그럼 화면은 어떻게 나오는 거야?’

성능에 대해 논하기 전에 애당초 저게 어떻게 동작하는 물건인가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된 멤버들은 하나둘씩 앞으로 걸어 나와 상혁에게 장비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상혁의 설명을 듣고 자신의 앞에 있는 PS4에 장비를 연결하여 머리에 뒤집어썼다.

상혁이 설명할 것은 그게 전부였다.

애당초 그것을 머리에 뒤집어쓰는 순간, 사용자를 인식한 PTW VR이 알아서 나머지 과정을 인도했기 때문에.

[Welcome to PTW VR]

귀에 달린 헤드셋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와 함께, PTW VR에 달린 고글에서 자연스럽게 망막에 반투명한 메인 UI가 호출되자, 각 회사의 대표들은 정신없이 PTW VR이 주는 마법 같은 경험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셈플로 들어있는 시네마 모드와 10분 정도의 길이로 제작된 테크 데모를 플레이하면서, 테스트 내내 ‘오오오!!!’ 하는 감탄사를 터트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테스트가 끝났다는 나레이션을 들으며, 안타까움의 탄성을 터트릴 정도로, 그들이 체험한 PTW VR의 성능은 압도적이었다.

이 정도 그래픽과 프레임이라면 차라리 집에서 작은 TV로 게임을 하느니 TV를 치우고 이 장비만 사용해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코넥트가 오파츠라면 이건 아예 타임머신 타고 넘어온 물건이로군.’

‘PTW엔 진짜로 외계인이라도 잡혀있는 건가?’

‘이것도 그 소문의 스컹크 웍스의 작품인가?’

‘이건 게임 체인저다. 이게 나오는 순간, 게임업계를 송두리째 바꿀 포텐셜이 있는 물건이 확실하다.’

‘미친, 처음 VR모드 켜졌을 때는 잠깐이나마 이게 VR기기가 아니라 텔레포트 머신인 줄 알았네.’

테스트를 하기 전과는 180도 달라진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상혁은 여전히 여유가 넘치는 표정으로 그들을 향해 물었다.

“멋지죠?”

“부정할 수 없군요. 아까 했던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PS4 같은 콘솔 게임기의 성능으로 이 정도 그래픽을 낼 수 있는 주변기기라니, 이상혁 씨가 여유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습니다.”

“다들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저도요. 몰입감이 미쳤네요. 이 정도 몰입감이면 웬만한 게임은 다 갓겜처럼 보이겠군요.”

“코넥트 덕분에 암울한 PS유저들에겐 한 줄기 빛이 될 물건 같습니다.”

그러자 그런 그들의 말을 들은 상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그런 용도로 만든 물건이지만, 이 제품엔 아직 결정적인 하자가 있습니다.”

“예?”

“이게 결함 있는 물건이라고요?”

앞에 놓인 VR기기를 집어 들고 대체 자신들이 방금 겪었던 체험의 어디가 문제였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멤버들에게, 상혁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품 자체엔 하자가 없죠. 성능적으로는 완벽합니다. 향후 10년은 경쟁자가 도전조차 꿈꾸지 못하는 제품을 목표로 개발한 거니까.”

“그럼 뭐가 문제입니까?”

“게임이 없어요.”

상혁이 말했다.

“물론 저희 PTW에서 코넥트때 MYOM을 출시했던 것처럼, 메인 타이틀 자체는 제공할 예정입니다만 이 장비는 코넥트보다 가격이 두 배는 하는 물건이라 타이틀 하나만을 하기 위해 사기엔 부담스러운 물건이죠.”

상혁은 장비의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말했지만, 상혁이 말한 목표 가격을 들은 개발사 대표들은 속으로 경악하고 있었다.

‘이 정도 성능의 장비를 겨우 그 가격에 제공하겠다고?’

‘미친! 세계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전자제품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겠네.’

그러나 그런 그들의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상혁은 자신의 설명을 이어나갔다.

애당초 오늘 이 멤버들을 모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오늘, 저는 SANY의 협력사 중 지금 보여드린 VR 장비에 가장 어울리는 IP를 보유한 업체에 연락을 드린 겁니다.

저희 PTW와 함께, 1년 후 있을 3차 NE 컨벤션에서 새 VR 장비의 동시 공개 타이틀을 함께 제작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요.

제작을 요청드릴 타이틀은 오늘 모이신 분들의 대표작들입니다.

전부 ‘탈 것’을 다루는 IP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시니까요.”

상혁의 말을 들은 멤버들은 그제야 수많은 SIE의 협력사 중에 자신들이 불려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자동차든 로봇이든 비행기든, 여기 모인 멤버들을 대표하는 메인 타이틀은 하나같이 ‘탈 것’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게임들이었기 때문에.

단 한 명을 제외하면.

“잠깐만요. 저희가 지금 주력하는 소울 시리즈는 탈것이 없는데요?”

손을 들어 상혁에게 말한 사람은, 수많은 게이머를 ‘유다희’의 세계로 밀어 넣은 프룸 소프트웨어의 대표, 미야자키 히데타카였다.

그러자 상혁은 그런 그를 보며 조금 슬픈 듯한 표정을 짓더니 그의 질문에 답했다.

“당연히 미야자키 씨에게 부탁드릴 것은 소울 시리즈의 VR 버전이 아닙니다.”

“그럼 어째서 저흴 부르신 거죠?”

“그야 프룸엔 소울 시리즈 말고도 걸출한 IP가 하나 더 있으니까요.”

상혁이 말하자, 미야자키의 표정이 굳었다.

상혁이 말한 것은, PS3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개발이 종료된 프룸 소프트의 잊혀진 IP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수많은 로봇 마니아들의 가슴을 울렸지만, 시리즈가 반복될수록 점점 하락의 길을 걷다 결국 역사의 뒤편으로 스러진 안타까운 게임.

그리고 상혁이 회귀했던 2023년 기준으로도 최고의 로봇 액션 게임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꼽을 수 있는 바로 그 게임.

상혁은 미야자키에게 그 IP를 PTW VR로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하려 하고 있었다.

“미야자키 씨. 저희는 이번에 발매될 PTW VR의 동시 공개 타이틀로, 프룸 소프트웨어의 전설의 명작, ‘아머드 코아’의 VR버전 제작을 요청하려고 합니다.”

본인들이 만드는 주변기기에 어울리는 IP를 조달하기 위해서, 남의 개발사에서 개발 중단한 IP를 되살려 내라는 요구를 던진 상혁의 얼굴은, 그 요청을 받은 미야자키 대표의 놀란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상혁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이제 겨우 시작되었을 뿐이니까.

지금 자신들의 앞에 있는 개발사 대표들이 받은 충격보다 더 큰 충격을 3차 NE 컨벤션에서 유저들에게 전달해주는 것.

그리고 그들이 기쁨과 희열에 넘친 표정을 짓게 만드는 것.

상혁이 바라는 ‘이상적인 공개’는, 바로 그런 것이었다.

“자, 그럼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협의를 해 볼까요? 이 압도적인 신 장비의 성능에 어울리는, 멋진 동시 공개 타이틀 라인업을 위한 회의를요.”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씩 미소지었다.

그 미소는 ‘코넥트’의 공개로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 1차 NE 컨벤션에 이어, ‘커뮤니케이션 엔진’으로 레전드를 갱신한 2차 NE 컨벤션을 넘어, 상혁이 그리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3번째 NE 컨벤션을 위한 거대한 밑작업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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