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61화 (262/485)

261. CPU 업계의 미래를 건 협상

“AME CEO, 리자 수입니다.”

“PTW에서 CEO를 맡고 있는 김현주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CCO 이상혁 씨, 그리고 이쪽이 CTO 김민준 씨입니다.

PTW에 방문해주신 AME의 담당자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3자 미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윈텔의 CEO 브라이언 크자르니크는 PTW의 제안을 거절하고 미팅 시점을 뒤로 밀어 버렸다.

물론 콘솔 부스팅 기능을 차세대 CPU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개발팀에서는 크게 반발했지만, 애당초 크자르니크는 직원들 이야기를 듣는 CEO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경쟁사가 콘솔 부스팅 기능을 가지든 안 가지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상대가 뭔 짓을 하더라도, AME는 윈텔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윈텔은, 이번 미팅에 AME만큼의 무게를 두고 있지는 않은가 보군요.”

그렇게 말하며, 리자 수가 현주에게 다가와 밝은 미소로 손을 내밀었다.

먼저 거래 당사자와의 유대감을 형성할 요량으로.

“IT업계에 흔하지 않은 여성 CEO로서, 현주씨에 대한 이야기는 늘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응원도 하고 있고요.”

“어머, 감사합니다. 저도 리자 수 CEO님에게 평소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를요?”

“상혁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시더군요. 앞으로 CPU 업계의 판도를 바꾸실 분이라고요.”

“앞으로···. 라.”

리자 수가 미소지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두 여성의 옆에 다가온 상혁이 조심스레 고개 숙여 리자 수에게 인사했다.

마치 아이돌 멤버라도 보는 듯한 표정으로.

그리고는 정중한 목소리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럼, 안으로 가실까요?”

***

엔지니어 출신의 CEO인 리자 수는 계약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다른 직원들도 함께 데려온 상태였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회의를 주도하고 있었다.

거래에 있을 세부적인 사항이야 나중에 얼마든지 담당자들끼리 협의가 가능한 것이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거래 그 자체를 성사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에.

게다가 윈텔에서 이번 거래에 발을 뺐다는 사실은 그녀가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분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AME에서는 추후 발매예정인 차세대 CPU 아키텍쳐에 PTW에서 보유한 콘솔 부스팅 기능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에 대한 계약 여부를 결정하고, 대략적인 기술료 규모에 대한 협의를 위해 방문한 것이고요.”

“그 말씀은 지금 콘솔 APU에 한정해 사용하고 계신 기술을, PC CPU 라이선스로 확장하고 싶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그게 되나?”

현주의 질문은 리자 수가 아닌 뒤쪽에 앉아 있는 민준에게 던진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질문을 받은 민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현주를 향해 답했다.

“지금의 콘솔 부스팅 설계는 APU에 맞게 설계한 거라 그래픽 카드가 별개로 있는 시스템용으로는 약간의 사양변경이 필요할 텐데,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메인보드 단에서도 좀 손을 봐야겠지만요.”

“민준이 네가 가능하다고 하면, 아마 가능한 거겠지. 고마워.”

그렇게 말한 현주는 리자 수를 보며 이야기했다.

물론 3자 미팅 제안도 거절하지 않고 CEO가 직접 방문한 열의에는 감사하고 있었지만, 비즈니스는 그런 식으로 의리 때문에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술적 구현은 문제가 안 된다고 하니, 다음은 조건이겠네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 8세대 콘솔에 들어간 콘솔 부스팅 기술에 대해서는 저희가 라이선스 비용을 전혀 받고 있지 않습니다.

그 당시 8세대 APU에 들어간 콘솔 부스팅 기술은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었고, 저희가 도입을 부탁드리는 입장이었으니까요.

하지만 PC쪽에서 같은 기술을 사용하시겠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맞는 말씀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아예 콘솔 쪽 라이선스 비용에 대한 이야기도 이 자리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좋겠네요.

저희는 현재 무료로 이용 중인 8세대 APU에 들어간 콘솔 부스팅 기능에 대한 라이선스비도 지급할 의향이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판매될 APU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에 더해서, 지금까지 판매된 수량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까지 전부.”

“좋은 조건이네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현재 계약 상 공짜로 쓸 수 있는 기술의 라이선스비를 지급하겠다는 리자의 제안은 매우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해당 기술에 대해 AME측에서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고.

그리고 현주는 리자 수가 어째서 그렇게 파격적인 조건을 거는지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원하시는 것은 PC CPU에서의 콘솔 부스팅 라이선스에 대한 독점 사용 권한이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파격적인 조건을 거신 것은, 현재의 CPU시장에서의 AME의 점유율을 고려해서 던진 제안이실 거고요.”

“그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현주는 그런 리자수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해버렸다.

“저희는 그 조건에 AME와 계약하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리자 수 CEO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현주에게 물었다.

어째서 제안을 거절하는지에 대해.

“물론 PC 시장에서의 AME의 점유율이 현재 윈텔에 비해 많이 밀린다는 것은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독점 계약으로 PTW에서 입을 손해에 대해서도요.

하지만 콘솔 APU에서의 라이선스 비용을 합치면, 그 금액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인데요?”

“저희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콘솔 부스팅 기술이 더 널리 보급되는 것이지 당장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니까요.”

“멀리 보고 싶다는 이야기인가요? 이해는 합니다마는···.”

리자는 갑갑함을 느꼈다.

자신이 CEO로 합류하기 전의 AME에서 벌어진 수많은 삽질 덕분에, 현재의 AME가 짊어져야 할 ‘이미지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무게감 속에서, 그녀는 약간의 야속함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일부러 이번 미팅을 위해서 PTW에서 제안한 말도 안 되는 삼자대면도 수락했었다.

그리고 CEO인 자신이 직접 한국에 방문해 미팅을 진행하기로 했고.

반면에 윈텔은 그 정도의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미팅 날짜를 뒤로 미루기도 했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으니 거래를 진행할 담당자도 크르자니크 CEO는 아닐 것이다.

조건도 AME에서 걸 수 있는 조건보다 훨씬 열악할 것이 분명했고.

그런데도 그놈의 ‘점유율’ 때문에 계약에서 발목을 잡힌다는 것은, 리자 수로 하여금 억울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럼 최소한, AME와의 독점 계약이 안 된다면 윈텔과의 독점 계약이라도 막아주십시오.

양쪽에서 공평하게 같은 기술을 쓸 수 있다는 계약이라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건 보급률에도 영향을 끼칠 테고요.

지금은 적긴 하지만, 그래도 저희도 25%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으니, 손해는 아닐 겁니다.”

허탈한 듯이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현주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말이 불러온 오해에 대해 사과했다.

“아, 조금 오해의 소지가 있게 말씀을 드렸네요.

저희가 말한 것은, PTW가 AME와 독점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단지 지금 말씀하신 ‘그 조건’으로는 계약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였죠.”

그러자 리자 수는 급하게 고개를 들어 현주를 바라보았다. 마치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럼 라이선스 비용을 더 원하시는 건가요?”

원래 AME의 차세대 CPU를 윈텔을 압도하는 가성비의 칩셋으로 발매하려던 그녀의 계획은 조금 틀어지겠지만, 그녀는 발매 가격이 올라가는 한이 있더라도 콘솔 부스팅 기능을 자신의 차세대 CPU에 넣고 싶었다.

그러나 현주는 그런 그녀의 질문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뇨. 반대입니다.”

“반대라뇨?”

“말씀하신 대로, 저희가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콘솔 부스팅 기능이 PC 시장에서도 널리 보급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짓는 현주의 얼굴은, 마치 자애로운 여신의 미소를 연상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후에 출시되는 AME CPU의 다음 3세대에 한해서, 콘솔 부스팅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받지 않겠습니다.

AME의 새 CPU가, 콘솔 부스팅 기능을 포함한 상태로 최적의 가격에 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그것은 리자 수가 바라던 것 이상의, 현재의 AME가 얻어낼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이었다.

***

현주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단순히 삼자 대면 미팅을 거절한 윈텔이 괘씸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애당초 현주는 그런 감정적인 이유로 비즈니스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성격의 인물이 아니기도 했고.

현주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미팅 전에 상혁이 그녀에게 알려준 ‘사전 정보’ 때문이었다.

상혁이 그녀에게 건네준 정보 속에는 2015년 현재 PC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공룡, 윈텔의 손을 뿌리치고 AME와 함께 할 충분한 이유가 담겨 있었기 때문에.

이 역사적인 미팅이 있기 하루 전, 상혁은 현주와 민준을 불러 앞으로의 PC CPU시장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에 대한 브리핑을 실시했다.

그리고 그 지식의 상당수는, 상혁이 회귀 전에 알고 있던 미래지식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에, 상혁은 추호의 흔들림 없이 단정적인 말투로 현주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우선, 윈텔의 CPU 점유율은 박살 날 겁니다.”

“어? 어째서?”

“일단 제일 큰 건, 지금 현존하는 윈텔 CPU가 가진 치명적인 보안이슈 때문이죠.”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민준이 무릎을 치며 말했다.

“멜트 다운 말하는 거야?”

“어. 맞아.”

그러자 현주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어? 그게 뭐야? 어디서 원전이라도 터졌어?”

그런 그녀에게 민준은 윈텔 CPU가 가진 치명적인 문제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지만 3년 후인 2018년에나 발견되는, 윈텔 CPU의 보안 취약점에 대한 문제였다.

“현재 윈텔 CPU는 보안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요. 더 큰 문제는, CPU를 개발하는 본인들도 그 문제에 대해 모른다는 거지만.

늦더라도 언젠가는 발견될 문제이고, 그게 발표되면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서 윈텔 CPU의 성능을 크게 낮추는 보안 패치를 뿌리게 되겠죠.”

“심각한 문제야?”

“현재까지 보급된 현역 CPU의 대부분이 해당하는 보안 문제니까요. 아마 공개되는 순간 50년 윈텔 역사상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걸요?”

“너희는 그걸 어떻게 아는데? 개발사인 윈텔도 아직 모르는 문제라며?”

그녀의 질문에 민준이 능숙하게 둘러댔다.

“스컹크 웍스의 윈텔 출신 엔지니어들이랑 이야기하다가, 뭔가 수상한 부분이 있어서 제가 확인해봤어요.”

“그럼 그 문제를 지금은 누가 아는데?”

“현재로서는 상혁이랑 저, 그리고 선생님이 전 세계에서 이 문제를 알고 있는 유일한 세 사람이죠.”

“오, 뭔가 멋져.”

“아무튼, 안 그래도 크르자니크 CEO가 CPU 아키텍쳐 설계 인력을 크게 줄인 상황에서 멜트다운 버그의 존재가 밝혀지면 윈텔에겐 치명타가 되겠죠.”

“AME는 그 문제가 없고?”

“AME에서도 일부 있긴 한데, 윈텔만큼 심각하진 않아요.”

“그럼 그 보안이슈 때문에, AME가 윈텔의 점유율을 앞서게 될 거라는 거야?”

“그 정도는 아니에요.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윈텔이 가진 시장 지배력은 그걸로 무너질 정도로 약하진 않으니까.

단지 AME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정도는 되겠죠.”

“언제쯤 발견될까? 우리가 직접 발표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말이야.”

“아마 3~4년 안에는 발견될 거예요.”

민준의 말을 들은 현주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만약에, 이 사실을 AME에게만 알려준다면?”

“그럼 AME의 차세대 CPU는 해당 보안이슈에 대해 면역이 되도록 설계가 돼서 발매되겠죠.

하지만 워낙 치명적인 버그라서, 그 정보를 가지고 상대를 공격하지는 않을 겁니다. 피해자는 민간인이 될 테니까요. 소송의 위험도 있고요.”

“그렇구나···.”

“선생님은 이따금 무서운 발상을 하시네요. 혹시 AME랑 손잡고 윈텔을 묻어버리려고 하셨던 거예요?”

“묻는 정도는 아니고···.”

“어찌됐건 그걸로 문제가 될 만한 건 일반 유저층이 아니니까, 아무래도 PC 유저는 게임 성능이 어느 쪽에서 더 잘 나오느냐가 중요하지 보안이슈 자체는 그리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급격한 점유율 상승은 무리죠. AME에서 콘솔 부스팅 기능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아마도 그 이유일 거고요.”

“그럼 상혁이 너라면 어디를 선택할 거야?”

“저는 AME요.”

“민준이도?”

“저도 AME요.”

“이유는?”

현주의 질문에 상혁과 민준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현주를 보며 동시에 말했다.

“역시 리자 수 CEO가···.”

“리자 수 님이···.”

AME의 CEO 리자 수.

그녀는 상혁이나 민준 같은 게이머들에겐 아이돌보다 더 빛나는 존재였다.

***

두 사람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현주는 AME와 콘솔 부스팅 기능에 대한 PC CPU에서의 독점 이용계약을 진행했다.

그것은 AME가 가지고 있는 시장에서의 낮은 점유율 대신, AME를 이끄는 리자 수라는 인물을 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상혁에게 들은 앞으로의 윈텔의 버그 문제도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CEO가 된 이후의 윈텔의 행보가 그녀가 윈텔 대신 AME와 계약을 결정하게 만든 결정적 원인이라 할 수 있었다.

적어도 리자 수라는 인물의 행보는, 고객만을 생각한다는 측면에서 PTW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문제는 현재의 AME가 가진 낮은 점유율.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현주는 일단 다음 3세대까지의 라이선스를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AME가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CPU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후에 어느정도 점유율이 오르면, 그때 라이선스 비용을 받기로 하고.

거기에 덧붙여 현주는 민준을 통해 현재 윈텔 CPU 제품군이 가지고 있는 멜트 다운 버그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했다.

이후 윈텔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AME의 CPU는 해당 문제를 피해갈 수 있도록.

그리고 민준이 설명하는 멜트 다운 이슈에 대한 설명을 듣던 리자 수는, 파랗게 질린 안색을 하더니 몇 번이고 민준에게 자세한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하며 민준과의 대화에 푹 빠져들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상혁과 현주의 존재는 완전히 잊은 채.

덕분에 상혁과 현주는 열정적으로 대화하는 두 사람을 보며 왠지 모를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

“이래서 이과들은···.”

“그러게···뭔 말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나도 CEO인데···.공부 좀 더 해야지.”

“대신 선생님은 게임을 더 잘 이해하시잖아요. 둘 다 장단점이 있는 거죠.”

그때, 민준과의 대화를 마친 리자 수가 두 사람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 민준 씨는 정말 대단하네요. 솔직히 말하면 콘솔 부스팅보다 민준 씨를 더 데려가고 싶은 기분입니다.”

“그건 안 됩니다.”

“압니다. 그리고 어차피 이젠 함께 일하는 파트너사의 직원이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리자는 현주에게 미소지었다.

“제가 AME의 CEO가 된 이래로, 오늘이 가장 기쁜 날이었네요. 정말 좋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현주도 그녀를 향해 마주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럼, 그만큼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AME의 점유율이 올라야, 저희 콘솔 부스팅 기술의 가치도 올라가니까요.”

“민준씨가 스컹크 웍스의 STC를 차세대 CPU제작에 써도 좋다는 약속도 하셨으니, 아마 가능할 겁니다. 아마 다음에 발표될 저희의 CPU는 역대 최고의 CPU가 되겠죠.”

“그랬어?”

현주의 질문에 민준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그 하시려는 거에 좀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일단 그래도 선생님이랑 상의해본다고 이야기는 해 뒀어요.”

“민준이 네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결정한 거면 그렇게 해. 어차피 스컹크 웍스에 대한 결정은 네가 하는거니까.”

“그래도 될까요?”

“그럼. 이제 파트너인데. 밀어주려면 팍팍 밀어줘야지.”

그러자 민준이 웃으며 리자 수에게 말했다.

“그렇다네요.”

“좋은 일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크르자니크 CEO의 표정을 볼 수 있다면, 2만 달러쯤 내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네요.”

“그럼, 이제부터는 파트너인가요?”

현주가 싱긋 웃으며 손을 내밀자, 리자 수도 미소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파트너죠.”

그렇게 PTW와 AME는 미래를 함께하는 ‘파트너’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 PC CPU 시장에 불어닥칠 거대한 폭풍의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

[8세대 콘솔 전쟁. 결과는 코넥트를 앞세운 MS의 압도적인 승리.]

OGC가 발매된 이후 SANY의 분위기는 거의 장례식장을 연상하게 하고 있었다.

의욕적으로 발매한 8세대 콘솔 전쟁에서 MS에게 계속 두들겨 맞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더욱 억울하게 만드는 것은, 딱히 MS의 8세대 콘솔이 더 뛰어나서 얻어맞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기기 자체의 포텐셜을 두고 비교하면, 양사의 콘솔은 서로 밀리지 않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MS측에서는 SANY가 가지고 있지 못한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고, 그 무기의 이름은 바로 코넥트였다.

그리고 2015년이 되어 8세대 콘솔이 발매된 지 2년 가까이 지난 현재, SANY의 콘솔 부서 담당자들은 아직도 그 격차를 메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 OGC 발매 이후로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 같은데.”

“그야 코넥트가 있는 환경에서 OGC를 하면, 유저 얼굴을 인식해서 화면 아래 Live2D 캐릭터로 띄워주니까요. PS4에서도 OGC가 돌아가긴 하지만, 그런 부분에선 좀 아쉽죠.”

“우리도 카메라는 있잖아.”

“카메라야 있지만 PTW에서 지원 패치를 해줘야···.”

“요청은 했어?”

“바쁘다고 당장은 안 된다던데요?”

“우리 쪽에서 패치를 만들어서 배포한다고 하면?”

“PTW에서 만든 코드를 저희가 뜯어고쳐요? 그것도 STC로 돌린 코드를?”

“어렵겠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하죠.”

상혁은 STC가 공개되던 날 기존에 존재하던 코드 몇 가지를 STC로 수정하여 함께 공개했다.

그리고 그것은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었고, 한동안 수많은 프로그래머가 STC로 만든 코드를 해석하는 작업에 매달리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프로그래머 커뮤니티에서 내린 결론은, ‘수정 불가’였다.

딱히 암호화가 걸린 코드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코드를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코드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젠장, 적어도 상대랑 비슷하게 싸울 수 있는 뭔가는 줘야 할 거 아냐! MS는 매일 TV 광고로 코넥트 지원한다고 열심히 이빨 터는데 우린 이게 뭔데? 전에 개발한다던 VR기기는 언제 나오는 거야?”

“글쎄요···. 때 되면 나오겠죠.”

“넌 왜 이렇게 의욕이 없어?”

“의욕 낸다고 뭐 딱히 수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젠장···노무라는 어디 갔어?”

“담배 피러 갔겠죠.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노무라 씨도 요즘 거의 자살 직전 표정이던데. 아, 저기 오네요.”

상사가 언급한 노무라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PS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요즘 매일 죽어가는 표정으로 출근해서 죽어가는 표정으로 퇴근하는 직원이기도 했고.

그러나 다급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향해 뛰어오는 노무라의 표정은 매일 보여주던 죽은 생선 같은 표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 같은 표정으로, 무서운 속도로 사무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뭐야?! 쟤 왜 저래?”

“글쎄요? 회광반조 같은 건가?”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두 사람의 궁금증은 바로 풀릴 수 있었다.

환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사무실의 유리문을 힘차게 연 노무라가,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기 때문에.

“됐어요!! 드디어 됐다고요!”

“뭐가 돼, 복권이라도 당첨됐어?”

“아니, 겨우 복권 당첨됐다고 제가 이렇게 흥분하겠습니까?”

모든 직장인의 꿈인 ‘복권 당첨’을 ‘겨우’라고 표현하는 노무라를 보며 두 사람이 황당해하는 표정을 짓자, 노무라는 역으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에게 물었다.

“혹시 두 사람 다 소식 못 들었어요?”

“뭘?”

“아, 표정을 보니 모르는 게 분명하구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에요! 당장 저랑 갑시다!”

“어디를?”

“8층이요!”

노무라가 언급한 8층은 주로 신형기기의 테스트가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노무라가 말하는 8층이란 정보를 듣자 어째서 노무라가 이토록 흥분하고 있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금의 SANY에서 PS 마케팅 담당자를 이토록 흥분시킬 수 있는 이슈라면, 단 하나밖에 없을 테니까.

“진짜야?!”

“그럼요! 드디어 오늘 도착했다고요!”

“가자!”

그들이 알기에, 노무라가 ‘드디어’라고 하게 만들만한 물건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SANY와 PTW가 함께 개발하고 있던 VR기기의 시제품.

그것의 개발이 ‘드디어’ 완료되어 SANY 엔터테인먼트 본사에 도착했다는 이야기였을 테니까.

시선을 나눈 세 사람은 그 즉시 쏜살같이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못하고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일하는 건물을 5층이었고, VR기기는 8층에 있었기 때문에.

3층 정도라면 엘리베이터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그들은, 계단이 있는 비상구의 문을 열자마자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평소엔 텅텅 비어있을 계단이, 위로 뛰어 올라가는 직원들로 가득했기 때문에.

그것은 마치 아래층에서 불이라도 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빨리 갑시다!”

노무라의 재촉을 들은 두 사람은 정신을 차리고 계단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잠시 후 8층의 테스트 룸 앞에 서 있는 긴 줄을 발견할 수 있었다.

SANY라는 회사가 얼마나 간절히 이 기기의 완성을 기다렸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기대감으로 가득 찬 인원들이 만들어낸 긴 줄을.

그리고 그 순간, 앞쪽에서 누군가가 나왔는지 탄성이 터져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노무라가 고개를 내밀어 앞을 보자, 저 멀리 마치 얼이 빠진 것 같은 표정으로 테스트 룸을 나온 인원에게 미친 듯이 질문을 하고 있는 다른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직원들이 질문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같은 내용이었다.

“어땠어요!?!?”

“해봤어요!?!”

“어때요!?”

질문을 받은 직원은 마치 꿈에서 깨어난 표정으로 천천히 다른 직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가서 직접 봐요.”

그리고는 그들이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고 있던 기기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들려주었다.

“제가 뭐라고 설명하든, 직접 해보는 게 그 이상의 충격을 줄 테니까.”

PTW에서 SANY본사에 보낸 8대의 PTW VR의 시제품.

그것이 SANY 내부 직원들에게 공개된 날은, 공교롭게도 PS4가 최초로 발매된 2013년 11월 15일로부터, 정확히 2년째 되는 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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