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 CEO의 책임
십센트.
무려 전 세계 인구 중 6명 중 1명, 10억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유쳇’을 만든 개발사이자 전 세계 AOS 점유율 1위인 ‘리그 오브 레전설’의 개발사 라이온 게임즈의 모회사.
중국에서 검색의 봐이두, 온라인 쇼핑의 알리봐봐와 함께 게임의 십센트는 소위 중국 IT 3대장으로 통하는 기업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상혁이 기억하는 회귀 전 역사에서, 십센트는 내년도인 2016년에 상혁이 따라가고자 했던 이상적인 게임회사.
‘클래시 오브 클론’을 만든 제작사 ‘슈퍼쉘’을 인수했었다.
당시의 인수 가격은 대략 10조원 정도.
물론 지금의 십센트 역시 현재 십센트 인수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단지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지금의 십센트는 모바일 업계의 거물, 슈퍼쉘과 콘솔 게임계의 거물, PTW라는 두 회사 중에 어느 회사를 인수할지 저울질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십센트의 CEO, 망화텅은 두 회사 중 PTW라는 회사를 더 탐내고 있었다.
물론 순이익이나 회사 규모 대비 매출은 2015년 2조 8천억 규모의 슈퍼쉘이 연 매출 1조 9천억 규모의 PTW보다 더 컸지만, 기업의 가치는 단순히 매출 규모만으로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준 헐리우드 수준의 영상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는 기술진과 설비.
매번 게임이 나올 때마다 거대하게 확장되어온 열성 팬덤.
영구 무료 서비스를 표방하며 광고도 붙이지 않고 전 세계 업무 솔루션 시장을 다 잡아먹고 있는 독보적인 메신저, ‘워크 패스트.’
거기에 7세대 콘솔 시기에 발매되었으면서도 8세대 콘솔의 성능 범위까지 커버하면서 아직도 오파츠 취급받고 있는 모션 인식 보조장치, ‘코넥트’와 게임 중 대화에 한정하면 튜링 테스트도 통과할 것이라고 평가받는 고성능 AI, ‘커뮤니케이션 엔진’까지.
PTW가 지금까지 쌓아온 자산의 수와 가치는 슈퍼쉘의 그것을 가볍게 능가하고 있었다.
만약 PTW가 현재의 브랜드 이미지를 포기하고 돈을 추구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이미 슈퍼쉘 정도는 가볍게 제칠 수 있다는 게 십센트 내부에서의 평가이기도 했고.
망화텅 역시 내부 보고서와 신문 기사를 통해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현재의 십센트는 슈퍼쉘이든 PTW든 두 회사 모두 충분히 인수가 가능한 여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망화텅은 가급적이면 두 회사 모두를 인수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이리 ‘라이언 게임즈’의 지분 100%인수를 통해 이룬 PC온라인 게임에서의 점유율과 더불어, 모바일과 콘솔 시장이라는 세계 3대 게임 시장을 모두 석권하는 회사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망화텅 역시 이전에 게임계의 거물 DA가 PTW에 인수를 제안했다 물먹은 사실은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화텅은 이번 인수제안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애당초 DA와 자신의 십센트는, 가지고 있는 자금력의 차원이 달랐기 때문에.
그리고 망화텅은 게임에만 미친 개발자를 구워삶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경영자이기도 했고.
‘이번 인수만 성공하면 세계 게임 업계를 지배하는 것은 우리 십센트가 되겠지.’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상상을 하며, 망화텅은 PTW본사가 있는 천하대로 향하는 리무진 택시에 올라탔다.
***
“PTW의 CEO. 김현주입니다. 십센트 CEO이신 망화텅 사장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현주가 웃으며 영어로 말하자, 망화텅도 영어로 답했다.
“아···. 듣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분이시군요. 십센트 CEO 망화텅입니다.”
망화텅은 대외적으로 CEO인 현주보다 더 유명한 상혁의 얼굴을 보길 기대했지만, 미팅 장소에 상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CEO인 현주만이 단정한 복장을 하고 그를 맞이했을 뿐이었다.
그건 그를 매우 당황하게 하고 있었다.
만약 미팅에 상혁이 참여했더라면 원활한 대화가 가능했겠지만, 현주만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화가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세는 뒤로 빠지고 가면만 내보낸 건가? 그렇다고 불러달라고 할 수도 없고.’
이쪽에서 CEO인 자신이 나선만큼, 상대에서 CEO인 현주를 내보낸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대응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CEO인 현주에게 ‘실세인 상혁을 불러오라’라고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망화텅은 현주가 건네주는 차를 마시며 열심히 머리를 굴려 대응책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뭔가 떠오른 듯 현주를 보며 상냥하게 물었다.
“오늘 미팅은 현주 씨만 참여하시는 겁니까?”
“예. 아무래도 오늘의 미팅은 비즈니스적인 만남이 되리라 판단돼서요.”
“아, 그렇군요. 물론 옳은 판단이시라고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경영인 이전에 게임 팬으로서, 인기 개발자를 만나고 싶은 욕심이 더 컸기에 조금은 서운한 기분이 듭니다.”
“어머, 그러신가요?”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이렇게 업계에 발을 깊이 담그고 있지는 않겠죠. 저도 PTW의 게임을 즐겨 합니다.”
“어떤 게임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게이머끼리의 대화라면 일상적으로 오가는 평범한 질문이었지만, 이런 비즈니스 미팅에선 질문 하나에도 여러 의미가 있었다.
망화텅은 생각없이 던진 자신의 말에 되묻는 현주의 얼굴을 보며 그녀가 어떤 의미로 질문을 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는 미소지으며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매번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는 PTW의 게임이니만큼, 가장 최근작이 가장 발전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죠. OGC가 가장 감탄스러운 게임이었습니다.”
“저는 MYOM이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요.”
그녀의 물음엔, 가시가 박혀 있었다.
애당초 십센트에서 현재 중국에 팔고 있는 콘솔 게임 중에, MYOM을 그대로 베껴 만든 무협 풍 모션 인식 대전 게임인 ‘협객 풍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 또 십센트에서 MYOM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비슷한 게임을 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애당초 ‘협객 풍운’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이 자신이었던 만큼, 망화텅은 그녀의 질문을 받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망화텅 역시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고 있었기에, 그는 내색하지 않고 태연하게 협객 풍운에 대한 그녀의 질책을 받아넘겼다.
“좋은 게임이니까요. 할 수만 있다면 중국어로 즐기고 싶었습니다. 천만 명이 넘는 중국 콘솔 게이머들의 마음도 그러했을 거라 믿었기에, 염치 불구하고 귀사의 게임을 오마쥬 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사과드리겠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사과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지만, 망화텅은 은근슬쩍 중국 콘솔 시장을 외면한 PTW의 탓이라는 의도를 담아 그녀에게 반격했고, 현주는 그런 망화텅을 웃는 표정으로 다시 공격했다.
“올해까지 콘솔 판호 자체가 나오지 않던 나라가 중국이라서요.”
중국이 10억이 넘는 인구를 자랑하면서 겨우 천만 명밖에 안 되는 유저수를 보유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2015년에 규제가 풀릴 때까지, 중국 정부에서는 2000년도부터 콘솔 게임이 청소년에게 신체적·정신적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콘솔 수입을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규제가 풀린 것이 바로 올해의 일이었다.
그녀가 그런 중국의 정책을 비난하자, 망화텅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대단하시군요. 제가 졌습니다. 솔직히 협객 풍운이 MYOM을 카피해서 만들었다는 걸 인정하죠.
물론 저희 쪽에서는 중국 내 콘솔 유저들을 위해서 만든 게임이었지만, 원본 게임의 개발사인 PTW의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도 있었겠군요. 원하신다면 보상도 해드리겠습니다.”
“아뇨, 저희가 바라는 것은 보상이 아닙니다. 단지 매우 유사한 게임이 귀사에서 발매된 것에 대해 경위가 궁금했을 뿐이죠. 저도 협객 풍운을 해 보았습니다. 좋은 게임이더군요.”
“솔직히 유사하다고 하는 것도 칭찬으로 들릴 정도입니다. 애당초 협객 풍운은 그냥 정해진 모션에 따라 스킬이 나가는 것일 뿐, MYOM처럼 유저가 마법을 창조한다던가 하는 기능은 없으니까요.”
사실 망화텅은 협객 풍운의 개발팀에 마나엔진의 카피도 명령한 바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받은 개발팀의 답변은 ‘불가능하다’였다.
PTW가 렌더링 센터에서 돌리고 있는 ‘마나 엔진’의 소스코드 원본이 없는 이상은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개발팀의 답변이었다.
그렇게 망화텅을 곤란하게 만든 현주가, 이번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망화텅에게 물었다.
오늘 미팅이 본격적인 아젠다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
“사설은 이쯤 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저도 그러고 싶던 참이었습니다.”
“오늘 PTW에 방문한 이유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현주 씨 정도의 경영인이라면 아마 이유도 예상하고 계실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저는 오늘 PTW에 인수 제안을 하러 온 것입니다.”
“역시 그거였군요.”
“절대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아니, 그쪽에서 상상하는 조건이 무엇이든 그 이상의 조건으로 인수 제안을 해드릴까 합니다. 원한다면 백지수표라도 드릴 수 있습니다.”
“DA에서 던진 인수제의를 저희가 거절한 것은 알고 계시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저희가 십센트의 인수제의도 거절할 것이란 걸 예상하시긴 어렵지 않으실 텐데요?”
현주의 말에 망화텅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거야 조건 나름이겠죠.”
DA와 십센트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업이라고, 망화텅은 주장하고 있었다.
“세계 유수의 스튜디오를 인수해서 적당히 굴리다가 폐쇄해버리는 DA와 중견 기업 수준의 기업을 세계적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저희 십센트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업입니다.
저흰 절대로 개발진에게 간섭하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모든 지원에 자금을 아끼지 않으며, 그들의 철학을 존중하는 기업입니다.
라이언 게임즈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들은 십센트에 인수된 뒤에도 여전히 밸런스에 영향을 끼치는 과금 상품을 팔지 않고 있죠.
그리고 저희가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에픽 게임즈 역시 경영권에 간섭하지 않는 조건으로 저희가 지분을 인수했습니다.
저는 단지 돈만 보는 다른 퍼블리셔와 저희 십센트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PTW에서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망화텅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현주에게 넘겨주었다.
현주가 받은 서류엔, PTW가 십센트와 손을 잡으면 어떤 식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어떤 목표를 달성하게 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저희는 올해 규제가 풀리기 시작한 중국 콘솔 시장에서 PTW와 함께 시장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이 경제 성장률은 경이적일 정도고, 그에 따라 게임 인구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죠.
아직은 규제가 풀린 지 얼마 안 돼 그 수가 적지만, 금세 폭발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중국은 12억 인구를 가진 아시아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마켓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저희 십센트의 유통망을 통해 PTW의 게임이 유통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양사의 협력은 엄청난 수익과 시너지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겁니다.
현재도 독보적인 PTW의 콘솔 시장에서의 인지도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고.”
“규제는 풀렸고, PTW는 독자적으로도 중국 시장 진출이 가능합니다. 이 십센트랑 함께 하지 않아도요.”
“그건 중국 시장의 특징에 대해 잘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망화텅이 말했다.
“물론 MYOM과 비슷한 게임을 만들어 출시한 저희가 말하기엔 뭐하지만, 중국은 다른 시장과는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있죠.
만일 PTW에서 독자적으로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다면, 가장 먼저 수많은 기존 개발사들의 표절 퍼레이드와 맞서 싸우셔야 할 겁니다.
그들은 정말로 돈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하는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저희같이 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기업을 뒷배로 두고 진출한다면,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메리트를 얻으실 수 있죠.”
“예를 들면요?”
“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흔히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가 상표권 분쟁입니다.
중국에는 남의 상표만 전문적으로 등록하는 상표 헌터들이 있고, 기업에서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쯤엔 이미 해당 제품의 상표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등록되어있는 경우가 허다하죠.
그런 상표권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아, 그거라면 괜찮을 것 같네요.”
“그렇습니까?”
“아뇨, 뭔가 잘못 이해하신 것 같은데, 그 제안이 괜찮은 제안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 문제에 대해서라면 저희는 괜찮다는 의미로 말씀드린 겁니다.”
“어째서요?”
“저흰 매번 프로젝트 네이밍이 결정된 순간 바로 중국에 상표 등록을 해 왔으니까요.”
현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중국 특허청에 등록된 PTW의 상표권 목록을 가져와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들의 등록날짜는, 전부 해당 게임이 발매되기 몇 년 전의 날짜로 잡혀 있었다.
“이때는 중국에서 콘솔 시장 규제가 풀리기 전이 아닙니까?”
“그렇죠.”
“그런데 언젠가 규제가 풀릴 것을 예상하고 상표 등록을 해 두셨단 말입니까?”
“아뇨. 그런 이유는 아닙니다.”
현주는 해당 상표권의 등록을 자신에게 부탁할 때 상혁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말했다.
“중국에서 PTW의 게임과 같은 이름의 다른 게임이 팔리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요. 그게 콘솔 게임이든, PC게임이든, 모바일 게임이든 말이죠.”
“현명하시군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어도, 중국진출 시 발생하는 리스크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런 리스크를 전무 무마시켜드릴 힘을 가진 회사고요.
게다가 저희가 가진 막대한 자금력은, 분명 PTW가 더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좋습니다. 망화텅 씨의 말처럼, 십센트가 저희에게 자금과 유통망, 그리고 중국 시장에서의 법적인 도움을 준다고 가정하죠. 그럼 그 대가로 십센트에서는 PTW에 뭘 요구하실 생각입니까?
흔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PTW는 영업이익이 그리 높은 회사가 아닙니다. 매출 규모에 비해서 회사가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매우 작죠.
게다가 저희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지분에 대한 배당을 한 적이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거고요. 그러니까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십센트에서 해당 지분으로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획득하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그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인수를 원하신다고요?”
“저희가 PTW의 지분 투자를 통해 원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그게 뭐죠?”
“어차피 지금 이 상태로는 PTW에게 0원의 가치밖에 없는 것을 원합니다.”
망화텅이 수십조의 투자금의 대가로 PTW에 바라는 것.
그것은 기존에 PTW가 전 세계를 상대로 벌어들이고 있는 수익 일부를 나누어 받는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그런 제안을 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신 그는 다른 것을 PTW에게 요구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PTW에서 중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 PTW에게 아무 쓸모도 없는 것.
그러나 만약 자신의 손에 그것이 쥐어진다면 수십 수백조의 가치로 재탄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망화텅은 그것을 원했다.
“그게 뭐죠?”
“PTW 게임들의 중국 내 유통권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 그것에 관한 권리 전부를 넘겨주십시오.”
그의 말을 들으며 현주는 어제 상혁이 어째서 자신에게 이번 미팅에서 빠지겠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 혼자 나가라고?”
“예.”
“어째서? 이번에 나올 이야기는 지분에 관련된 이야기일텐데?”
애당초 인수 제안 자체가 지분 투자에 대한 이야기나 다름 없으니, 지분을 100%보유하고 있는 상혁이 없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한 현주는 상혁에게 이유를 물었고, 상혁은 잠시 고민하다 그녀에게 이렇게 답했다.
“우선, 몇 가지 확인시켜드릴 사항이 있어요.”
“응.”
“우선, PTW의 CEO는 제가 아니라 선생님입니다. 그리고 제가 CEO자리를 선생님께 넘길 때, 저는 선생님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하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넘긴 거고요.
그때 이미 저희 회사 경영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선생님이 받아 가신 겁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저는 조언을 드리는 거지 경영에 관한 판단은 선생님이 하셔야 한다는 거예요.”
“아···.”
“그리고 둘째로, PTW의 지분은 제가 명목상 100%를 가지고 있지만, 딱히 제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게임 개발에 영향을 줄 만한 판단에 대해서는 저나 민준이가 반대 의사를 표하겠지만, 애당초 선생님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그 자리를 드린 겁니다. 하지만 만약 그 결정이 IPO든 지분 분배든 인수 합병이든 그게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바른 판단이라고 결정하셨다면, 저희는 거기 따를 겁니다.
지분은 제가 가지고 있지만, 그 지분의 처분을 어떻게 할지는 선생님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거죠.”
“그···. 그런 거야?”
“마지막으로, 그때 EA에서 온 직원들이랑 이번에 십센트에서 올 망화텅은 경영자로서의 그릇이 달라요. 분명 같이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실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전에 윌 게이트 씨와 만날 때는 제가 합석했었지만, 결국 대화가 저를 중심으로 흘러갔었죠. 그건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봅니다. PTW의 CEO는 제가 아니라 현주 선생님이시니까요.”
“그러니까, 내 경험을 쌓아주려고 미팅에서 빠지겠다는 거야? 내가 잘못된 판단을 하면 어쩌려고?”
“제가 잘못된 판단을 해서 게임이 망하면, 선생님은 절 원망하실 건가요?”
“아니. 아닐 거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이 개발자로서의 제 판단을 믿고 개발에 대한 부분을 맡기시는 것처럼, 저 역시 경영자로서의 선생님을 믿고 경영에 관련된 부분을 맡기는 거죠.
그리고 그 결과가 안 좋게 나오더라도, 저는 선생님을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선생님은 제자들이 만든 회사를 위해 최적의 판단을 하실 분이라고, 그렇게 믿기 때문에 CEO 자리를 맡긴 거니까요.”
“자···. 잠깐만.”
상혁의 말에 새삼스레 자신이 맡은 역할의 무게를 느낀 현주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지금까지 그녀는 단순히 상혁의 판단을 지지하는 역할이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상혁이 그녀에게 맡긴 CEO라는 자리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책임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상혁은 압박감에 호흡을 고르고 있는 현주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괜찮으세요?”
“나, 나는 PTW의 CEO라는 역할이 그런 자리인 줄 몰랐어······. 그냥 네 의견에 동의만 하면 될 거로 생각했는데···.”
“그럴 거면 굳이 선생님께 맡길 필요가 없었겠죠.”
“후우······. 맞는 말이네. 어쩌면 이 자리를 가볍게 생각하고 있던 쪽은, 오히려 내 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잠시 호흡을 고른 그녀가 허리를 펴며 상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상혁은, 그런 그녀를 보고 씩 웃으며 말했다.
“마음의 정리는 되셨어요?”
“응. 그리고 각오도 됐고.”
“좋네요.”
“그래도 무섭긴 해. 상대는 세계 시총 5위 기업의 CEO니까. 혹시 말은 하지 않더라도 그냥 뒤에만 서 있어주면 안될까?”
그녀의 요청을, 상혁은 고개를 저어 거부했다.
“CEO이시잖아요. 그런 프레셔도 견디실 수 있어야죠.”
“히잉···.”
“불쌍한 표정 지어도 안 됩니다.”
“하아···”
그녀가 한숨을 쉬자,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그녀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도록.
“좋아요. 하지만 압박이 되는 것도 사실이긴 하니까, 선생님께는 제가 몇 가지 무기를 드릴게요.”
“무기?”
“예.”
“상대가 개소리를 꺼내면 뒤통수라도 후려치라고?”
“살벌한 소리긴 하지만, 뭐 틀린말은 아니네요.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정보가 곧 칼이나 마찬가지니까.”
“정보라···. 어떤 정보인데?”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선생님께 달렸어요. 그리고 둘째로, 이걸 어떻게 알아냈냐고 말씀하셔도 저는 대답 못 합니다.
정보의 출처나 확실성에 관해 묻지 않으신다고 약속하시면, 협상의 키가 될 만한 정보를 알려드릴게요.”
상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현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혁에게 물었다.
“좋아. 도대체 그 정보라는 게 뭔데?”
그런 그녀의 질문에 상혁은 잠시 고민하며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앞으로 10년간, 중국 게임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정보입니다.”
상혁이 그녀에게 쥐여 주려는 무기.
그것은 2023년에 상혁이 회귀하기 전까지, 상혁이 중국 게임 시장에 대해 알고 있던 ‘회귀 전의 정보’에 대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