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55화 (256/485)

255. 가상 친구와 갤러틱M

GOS이후로 PTW에서 만든 게임들은, 최소 100명 이상의 개발인력이 투입된 게임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파다완-마스터 직급 체계에 의한 업무 숙련도의 평준화로 대부분의 개발자가 타사 대비 높은 숙련도를 갖추고 있는 PTW에서는, 같은 100명의 인력이라도 숙련자와 비숙련자가 섞여 있는 타 회사보다 훨씬 안정된 개발환경에서 개발이 진행된다.

게다가 참여 인원 중에 마스터급 직원 비율이 높다면 작업효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오직 해당 분야에서 월드 클래스의 작업능력을 가진 개발자만이, PTW에서 마스터 클래스로 승급 가능한 영광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물론 그런 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안 그래도 업계 평균보다 높은 연봉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PTW에게 있어서, 마스터 등급 직원이 허탈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대우를 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상혁은 인원수 대비 막대하게 빠져나가는 인건비에 대해서 한반도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PTW에서 파다완 이상 직급을 달고 있는 직원들의 업무 숙련도는, 그들에게 지급되는 높은 돈값을 충분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팀 전체가 실력자로 구성된 팀은, 작업효율에서 기존의 다른 개발팀과는 차원이 다른 효율을 보여주었고, 상혁과 민준은 그 격차를 대략적으로 1.5배에서 2배 정도로 산정하고 있었다.

작업자 전원이 자신의 실력과 결과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팀.

그 속에서 진행되는 ‘개발 작업’은, 언제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개발자들이 쏟아내는 것으로 시작되곤 했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주인공의 나잇대 설정과 얻은 스킬에 따라 이벤트 형태가 갈리는 게 좋겠네요.”

스토리팀의 리더를 맡은 혁찬이 말하자 상혁이 웃으며 물었다.

“어떤 식으로?”

“흠. 그러니까 예를 들면, 어찌 됐건 능력을 얻은 상태의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인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리고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스토리 이벤트를 통해서 자신의 능력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하는 거고요.

예를 들어 능력 중에 [충격 반사] 같은 경우는 기획서 상으로는 신체에 가해진 충격을 되 튕겨낸다는 설정인데, 이게 어디까지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고등학생이라면 고등학생다운 방법으로 테스트를 할 것이고, 성인이라면 성인스러운 방법으로 확인하지 않을까요?”

“그게 다른가?”

“다르죠. 아무래도 나이가 어리면 허영심이라던가 공명심 같은 것도 있고, 그 나잇대 친구들도 아무래도 순수한 면이 있으니까. 만약 제가 고등학생이고 그런 능력을 얻었다면 친구에게 부탁하겠죠.

‘야, 각목 가지고 네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세게 때려봐.’라고요.”

“같은 고등학생인 친구는 당연히 위험 같은 건 생각 안 하고 받는다?”

“좀 웃기겠지만 그런 모습이 되겠죠. 마치 차력이라도 하는 것처럼 주인공이 양팔을 들고 서 있고, 친구가 팔에 있는 힘껏 힘을 주고 외치는 거죠.

‘자! 간드아!!!’”

“괜찮네. 어른의 경우에는?”

“한계를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 몸에 총을 쏘지는 못할 거 같고, 장면적으로는 이런 느낌이 좋지 않을까요?”

“어떤?”

“근처 복싱 도장에 찾아가서 말하는 거죠.

‘관장님, 부탁이 있습니다. 절 최대한 세게 두들겨 패 주세요.’”

“좋아. 채용.”

능력별로 확인하는 과정이 모두 달라서, 필요한 이벤트의 수량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나 OGC를 작업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대사 작업을 위해 고용한 스토리 팀 규모가 이미 100명을 넘은 상황에서, 이벤트의 개수는 PTW에 커다란 문제가 되지 못했다.

상혁은 우선 AAA급 게임을 만드는 타사 프로젝트의 그래픽 팀 수준으로 커진 스토리 팀을 반으로 나누었다.

50명은 민준을 도와 커뮤니케이션 엔진 2.0의 제작을 도우며 OGC의 유지 보수 및 업데이트를 할 인력으로.

나머지 50명은 자신을 도와 Project Hero의 메인 및 서브 퀘스트 스토리를 작업할 인력으로.

그렇게 나눈 팀원들을 데리고, 상혁은 웬만한 AAA게임에 삽입된 퀘스트 숫자의 몇 배가 넘는 방대한 양의 이벤트 퀘스트 작업을 위한 구체적인 기획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만들 알파 빌드에서, 게임의 핵심 파트인 ‘자유로운 능력 습득’에 대한 부분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PTW에서 AAA급 게임을 3개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규모의 개발팀이 하나의 게임을 만들기 위한 환골탈태에 들어간 사이에도, OGC의 발매로 인한 게임 업계의 분위기 변화는 날이 갈수록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

-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지난달 발매된 갤럭틱M의 판매량이 심상치 않은 상황입니다.

와플에서 공격적으로 진행중인 이미지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벌써 수많은 게이머가 갤럭틱 M을 구매하기 위해 온 오프라인 마켓을 쥐잡듯이 뒤지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취재기자 연결해보겠습니다.

배성미 기자?-

TV에 나온 아나운서가 리포터를 호출하자, 잠시 시간이 흐른 후 화면이 전환되며 마이크를 든 젊은 여성이 화면에 나타났다.

그녀는 지금 수많은 사람이 모여 만들어진 긴 대기열 앞에 서 있었다.

-예. YBS 리포터 배성미입니다.-

-지금 나와 계신 곳이 어디시죠?-

-저는 지금 용산의 한 휴대폰 대리점 앞에 나와 있습니다.

오늘 갤럭틱M의 한정된 물량이 이곳 대리점에 입고된다는 소문이 네티즌 사이에 돌면서, 지금 이곳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입니다.

앞쪽에 있는 사람들은, 무려 어제부터 줄을 섰다고 합니다.-

-보통 고객들이 줄을 서는 건 발매 당일 이벤트 때 벌어지는 일인줄 알았는데요?-

-보통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갤럭틱M이, 콘솔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기능들을 대거 탑재하면서, 현재 웃돈을 주더라도 물건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요가 이렇게 몰리는 상황에서, 삼정은 생산량의 증산에 대해 발표를 하지 않았나요?-

-예. 이미 삼정의 이주용 부회장은 갤럭틱M 시리즈를 만드는 공장의 확장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부분 물량이 해외로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에서 벌어진 갤럭틱M 전쟁의 불씨는 사그라들 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와이폰 6S와의 경쟁에서, 일단은 삼정이 처음으로 우위에 선 것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거기까지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릅니다.

여전히 와이폰의 판매량이 삼정을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콘솔 게이머라는 한정된 수요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번에 PTW에서 개발 협력했다는 콘솔 부스팅 기능이나 OGC와의 연동 기능이 이용자들에게 매우 호평받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와이폰 6S의 변화된 부분이 별로 없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해당 폰을 구매하려던 대기 수요의 상당수가 갤럭틱 M쪽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스마트폰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번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스튜디오에 천하대 정보통신학과 이한얼 교수님을 초대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천하대 정보통신학과 교수 이한얼입니다.-

-오늘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천하대라고 하면, 최근에 세계 대학 순위에서 상위권으로 급하게 떠오르는 학교로 유명하죠?-

-그렇습니다. 전 세계의 저명한 교수님들이 연구를 위해 천하대에 모이고 계시는 상황이죠.-

-그리고 천하대 하면 역시 대학 내부에 있는 게임회사, PTW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최근 천하대의 연구 발표 순위 상승이 PTW의 존재와 관련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전 세계의 석학들이 대학에 몰리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곳에서 연구비가 지원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PTW는 현재 천하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연 과학계열 연구비의 대부분을 내는 회사입니다.-

-게임회사에서요?-

-예.-

-지원받는 연구들이 게임과 관련 있는 연구들인가요?-

-그런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앞으로 그럴 것도 있겠죠.-

-아리송한 답변이네요.-

-PTW에서 무슨 게임을 만들지 모르니, 어떤 분야가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MYOM같은 경우는 천하대 이론 물리학 교수님인 클라우드 바커씨가 안에 들어간 마법 체계의 기초를 잡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분도 연구비를 받을 때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론 물리학 지식이 게임에 쓰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셨겠죠.

PTW에서도, 그런 의도로 연구비를 지원하지는 않았을 거고요.-

-그렇군요. 그 이야기는 언젠가 따로 또 한번 자리를 내서 이야기하도록 하죠.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서, 교수님.

이번 갤럭틱M이 대체 뭐가 그리 특별하기에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워낙 강점이 많은 폰이라 전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을 꼽으라면 역시 PTW에서 개발에 참여한 두 기능을 꼽을 수 있겠죠.-

-그게 뭡니까?-

-OGC의 커뮤니케이션 엔진과 연동되는 기능과 콘솔 부스팅 기능이 그것입니다.-

-그게 어째서 이렇게 이슈가 되는 건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좋습니다. 우선 이번 일에 대해 이해하려면, 사람들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목적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 원래 휴대폰은,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를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기기죠?-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제 액정의 크기가 커지고 컬러가 들어가고, 성능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은 휴대폰에서 또 다른 기능성을 찾기 시작합니다.

바로 놀이기구로서의 가능성이죠.-

-모바일 게임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좁게 말하면 그렇지만, 안에 들어가 있는 카메라나 어플리케이션 전반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지금 저희는 휴대폰으로 쇼핑도 하고, 소설도 읽고, 사진도 올리고, 인터넷 검색도 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런 시대를 연 것은 스티븐 잽스가 만든 와이폰이었습니다.

그가 스마트폰이란 개념을 세상에 소개하고 나서, 사람들이 알고 있던 휴대폰의 기능성엔 큰 변화가 있었죠.

피쳐폰 시절엔, 무언가 기능을 지원하려면 기기 자체가 지원해야 했습니다.

비디오 녹화에 특화된 캠코더 핸드폰이라던가, 아니면 음악 재생에 특화된 MP3폰 같은 식으로요.

그러나 지금은 앱스토어에서 앱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죠.

문제는 그렇게 되면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겁니다.-

-교수님. 그게 뭡니까?-

-바로 제조사마다 가지고 있던 고유한 개성입니다.-

한얼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어떤 폰에서는 돌아가는 앱이 어떤 폰에선 돌아가지 않는 다는 건 앱 개발자에겐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죠.

그래서 현대의 스마트폰은, 제조사는 달라도 운영체제가 요구하는 기본 사양은 전부 지원하는 형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물론 특정 기능에 특화된 폰이 간간이 나오곤 하지만, 그것도 기본 기능을 모두 지원하는 가운데서 추가로 지원하는 형태로 구현되고 있죠.

하지만 삼정에서는, 이번 갤럭틱 M을 통해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스마트폰의 정의를 바꾸었습니다.-

-어떤 식으로죠?-

-바로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기능을 특화하는 방식이죠.

콘솔 부스트 기능이 그토록 게이머들을 흥분시키는 이유는, 그 기능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진 게임기에 유선으로 핸드폰을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게임기의 성능이 향상된다는 것은 게이머들에겐 매우 매력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콘솔 게임기라는 것은 원래 그런 부스트 기능이 없어도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설계 되어 있지 않습니까?-

-원활한 것과 쾌적한 것은 다르니까요.-

-아···.-

-같은 게임이라도 30프레임에서 플레이하는 것과 60프레임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플레이의 체감을 크게 다르게 만듭니다.

그리고 매번 봐야 하는 로딩화면도, 그 길이가 짧아질 수 있다면 그건 매우 매력적인 일이죠.

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콘솔 제조사들이 자사 콘솔의 성능을 무한정 올릴 수는 없습니다.-

-어째서입니까?-

-가격이 올라가니까요. 500달러짜리 게임기가 600달러가 되는 순간, 구매를 주저하는 고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쟁사에서 어떤 가격을 정할지도 모르고, 콘솔 제조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최대한 많은 게임기를 유저들에게 보급해야 이후에 게임 판매를 통한 라이선스비를 받을 수 있어서 가급적이면 콘솔의 가격을 낮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 사양이 되는 거고요.

하지만 갤럭틱 M의 등장은 그런 콘솔 개발사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줍니다.

어차피 휴대폰은 2~3년마다 바꾸는 것인데, 유저들이 폰을 바꿀 때마다 폰의 사양도 올라가니 부스트 되는 성능도 증가하겠죠.

콘솔 개발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돈은 아끼면서 유저들이 알아서 자사 콘솔의 성능을 올려주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유저 입장에서는요?-

-유저 입장에서는 1프레임이라도 성능이 증가하는 방법이 있다면 반드시 그 방법을 사용하고 싶어지겠죠.-

-그렇군요. 그럼 그 콘솔 부스팅 기능이 지금의 갤럭틱 M열풍을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것만으로 해석하기엔 너무 뜨거운 반응입니다.-

-그럼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까?-

-아까 두 기능이 있다고 설명드리지 않았습니까?

갤럭틱M의 두 번째 흥행 요인.

그것은 바로 놀이기구로서의 가능성입니다.-

-놀이기구?-

-OGC연동 기능을 말하는 겁니다.-

-아, 그 게임안의 AI와 대화할 수 있다는 그 기능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게 그렇게 대단한가요? 해당 게임의 유저가 아니라면 딱히 메리트 있는 기능은 아닐 것 같은데요?-

-그 기능 자체가 사용자로 하여금 해당 게임의 유저가 되고 싶게 만들 만큼 매력적인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아나운서님이야 방송인이시고 유명하신 분이시니 만큼 주소록에 수많은 지인의 번호가 들어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럼 그 지인들과 연락도 하고 문자도 보내시겠군요?-

-그야 당연히···.-

-세상엔 그게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얼이 말했다.

-생일날 문자 한 통 못 받고, 우울해도 전화로 이야기를 털어놓을 상대조차 없는 사람들이 세상엔 많죠.

그게 아니더라도, 지인은 있지만, 딱히 친하지 않다거나, 혹은 연락을 해도 재미없는 사람들만 알고 있다든가 하는, 소위 아웃사이더(Outsider)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숫자도 상당하죠.

그런 사람들이 갤럭틱 M의 광고를 봅니다.

귀여운, 혹은 매력적인 이성의 목소리로, 아침마다 내게 전화를 걸고, 심심해서 침대에 뒹구는 나에게 함께 게임을 하자고 이야기하죠.

직장 상사에 대해 문자로 투덜거리면 내 편을 들어주기도 합니다.

물론 그게 개발사에서 미리 짜놓은 대사라는 것은 게이머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소통’의 기능들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기능들입니다.

심지어 당신이 충분히 많은 친구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요.-

-실제 친구들이 있는데, 어째서 가상의 친구들에게 집착해야 하나요?-

아나운서의 질문에 한얼이 씩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짧은 한마디로 인터뷰를 마쳤다.

-현실의 친구는, OGC의 AI처럼 매력적이지 못하니까요.-

한얼이 말한 이유 때문에, 갤럭틱 M의 광고는 커뮤니케이션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마치 새로운 세계로 가는 마법의 티켓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마치 저 휴대폰만 가지고 있으면, 모바일 게임기로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을 원래의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게이머들은 그런 희망을 사는데 100만 원이라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OGC가 갤럭틱 M의 판매고를 견인하고, 반대로 갤럭틱 M의 고객들이 OGC를 구매하게 만드는 좋은 선순환이 이루어지면서, 삼정은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뜨거운 관심은 자연스레 삼정의 배후에 있는 PTW라는 회사에 이목을 집중하게 하고 있었다.

휴대폰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나 콘솔 게이머가 아닌, 게임 업계의 거물들에게.

“거참···.”

상혁을 곤란하게 한, 비슷한 타이밍에 한번에 몰려온 온 미팅 요청.

그중에 몇몇은 상혁도 몇 번 만나본 기업의 제안이었다.

SANY야 현재도 VR기기를 같이 만들고 있는 협력사 관계니 자연스러운 요청일거고, MS역시 PTW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협력사였으니까.

문제는 CPU제조사인 윈텔의 미팅 요청이었다.

민준이 스컹크 웍스를 만들기 위해 빼온 인물 중의 상당수는, 윈텔의 CPU설계 부서에 있던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상혁은 이 타이밍에 윈텔의 CEO가 자신을 만나자고 한 것에 대해 묘한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이제까지 접점이 없었던 한 건의 추가 미팅 요구에 대해서도.

‘십센트라···.’

상혁은 다른 쪽에 있는 메모를 집어 들었다.

‘거기에 뷀브도···.’

한쪽은 중국 게임계의 거두.

한쪽은 PC 패키지 마켓을 지배하고 있는 거물.

동시에 날아온 5건의 미팅에 대해서, 상혁은 잠시 고민하고 있었다.

만남 전에 상대의 의도가 무엇일지에 대해 파악하는 게 상혁의 습관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고민하던 상혁은, 잠시 후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상대의 의도가 무엇이든, 지금의 PTW가 대응하지 못할 건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뭐, 만나보면 알겠지.”

상혁이 말하자, 메모를 가져온 현주가 물었다.

“다 만나보려고?”

“그래야죠. SANY나 MS는 협력사니까 당연히 만나야 하는거고, 윈텔하고는 해결해야 하는 건이 있고, 십센트는 어차피 중국 유통권 관련 요청일 거고, 뷀브는 아마 PC버전에 대한 요청이겠지만요.”

“그거 다 받을 거야?”

“조건 따라서요. 지금까지는 중국 시장 없이도 잘 해 왔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의 하나이긴 하니까.”

그리고는 메모를 한 장 집어 현주에게 건네주었다.

“우선 여기부터 만나보죠.”

상혁이 건네준 쪽지.

거기엔 요청을 받은 현주가 직접 적은 예쁜 글자로 ‘중국 십센트 CEO 망화텅’이란 이름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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