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52화 (253/485)

252. vs 디스전

-말씀하신 대로, 대결은 디스전의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상혁은 부실에서 주용이 걸어온 전화를 받으며, 이후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용은, 속으론 엄청 시원해하는 것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불안함을 슬쩍슬쩍 내비치는 중이었다.

삼정도 국내에선 절대 밀리지 않는 굴지의 대기업이긴 했지만, 상대는 세계에서 내놓으라 하는 거대기업, 와플이었으니까.

-그런데 정말로 이대로 정면 대결을 하는게 현명한 것일까요?-

그러나 상혁은 그런 주용의 걱정에도 태연한 목소리로 주용의 흑역사를 끄집어내며 주용을 놀리고 있었다.

“아니, 뭘 그런 걸 가지고 걱정을 하십니까? 그 옴닉시아2폰 가지고도 대놓고 와이폰을 저격하시던 분께서?”

-예?-

주용이 반문하자 상혁은 예전에 삼정에서 와이폰의 국내 발매를 저격하기 위해 내놓았던 흑역사를 읊기 시작했다.

그것은 주용에게 매우 뼈아픈 기억이었다.

“옴닉시아 2가 좋은 이유!

AS가 빠르고 편한가?

교체형 배터리인가?

DMB가 되는가?

무제한 멜론 서비스···.”

-그만! 그만!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건 언급하지 말도록 합시다!-

그러자 상혁이 짧게 웃음을 터트린 후 주용에게 말했다.

“그때의 당당함은 어디 가고 이렇게 불안해하십니까?”

-그런 경험이 있어서 불안해하는 겁니다. 상대를 비난하는 광고는 반대로 이쪽에서 놀림거리가 될 위험도 감수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대부분 그런 종류의 마케팅은 끝이 좋지 못합니다.-

“그거야 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쪽에서 디스 전을 걸 때의 이야기죠.

솔직히 말해서, 그때의 삼정은 그다지 좋지 못한 폰을 마케팅으로 어떻게든 커버하려고 용쓰던 시기 아니었습니까?

그러니까 그런 무리한 마케팅을 하게 된 거죠.

있는 장점 없는 장점 다 끌어모아서 상대를 디스하고 자신의 장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요.

지금은 입장이 반대입니다.

적어도 최적화 측면에서 이미 YOS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 휴대폰에, 콘솔 부스팅 기능까지 들어갔죠.

거기에 OGC의 캐릭터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능까지 넣었습니다.

그에 대한 조바심이, 이번 디스전을 와플에서 먼저 개시하게 만든 거겠죠.

마치 옴닉시아2 때의 삼정처럼요.”

-그 말씀은 이번엔 우리가 그때의 와플의 입장이라는 겁니까?-

“예.”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될 겁니다.”

상혁의 말대로, PTW와 삼정이 손을 잡고 만들어낸 갤럭틱 M은 유저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어냈다.

안 그래도 베타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밍 방송 1위 게임 자리를 계속 차지하던 OGC라는 대형 IP와 연동되는 신 기술에, 콘솔 부스팅이라는 메리트까지 제공하는 갤럭틱 M.

그것은 이미 게이머들 사이에서 ‘약정이 남아있더라도 무조건 교체해야 하는 폰’으로 불리고 있었고, 와이폰의 공개행사를 포기하고 삼정의 발표회에 참석한 소수의 IT관련 기자들이 행사에서 배포 받은 갤럭틱 M의 호평기사를 쏟아내면서, 그런 분위기가 더욱더 가열되는 중이었다.

[베일 벗은 와플의 와이폰 6S, 혁신은 없었다.]

원래는 매번 와플의 신제품이 발표될 때마다 삼정을 의식한 기자들이 연례행사처럼 올리던, 기레기의 상징으로 불리는 그 기사는 올해만큼은 진실이 담긴 기사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만큼 사람들이 받은 갤럭틱 M에 대한 충격은 엄청났기 때문에.

그리고 그 덕에 삼정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현재 콘솔 패키지 게임의 판매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고 있는 OGC가 한 개 더 팔려나갈 때마다, 갤럭틱 M의 잠재 고객이 한 명 늘어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OGC의 발매 이후 하루에도 수백 개씩 올라오는 게임 리뷰들은 그런 뜨거운 인기를 증명하는 지표라 할 수 있었다.

-아, 그거 보셨습니까? 뉴스 위클리에 실린 OGC 관련 10페이지짜리 특집기사?-

“아, 그거요? 저도 봤습니다. 게임 잡지도 아닌데 특이하게 표지까지 할당해서 다루더군요.”

-언론은 독자가 원하는 기사를 써야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주용이 언급한 뉴스 위클리의 특집 기사.

그 기사가 실린 잡지의 표지엔 OGC의 타이틀 이미지와 함께 [게임 AI, 콘솔을 벗어나 유저를 만나기 위해 현실로 뛰쳐나오다.]라는 제목이 실려 있었다.

[이 OGC라는 게임의 가장 큰 개성이자 유저에게 즐거움을 주는 핵심 요소는, 뭐라 해도 ‘라이브 모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라이브 모드에서 각각의 AI는 자신의 정해진 패턴에 따라 시간별로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이며, 게임 내에서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는 등의 자연스러운 생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세계 판타지 월드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PTW의 전작, TAW를 연상하게 만드는 생활 모드는 모든 캐릭터의 행동에 자연스러운 대사와 모션이 함께 어우러져 정말로 게이머가 에니메이션 속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 안에서, 유저는 게임을 하기 위해 게임 안에 지원되는 모바일 디바이스(게임 안의 모든 캐릭터가 갤럭틱 M 기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나 직접 방문을 통해 게임 약속을 잡고, 스케쥴을 조정한다.

라이브 모드와 통제 모드의 가장 큰 차이가 여기서 발생하는데, 통제 모드의 AI들은 플레이어가 정한 시간에 모든 행동을 멈추고 무조건 부실에 모여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라이브 모드의 AI들은 각자의 스케쥴이 있으며, 플레이어의 부탁을 존중하긴 하지만 절대적으로 지키지는 않는다.

이전 게임에서 처참하게 진 기억, 혹은 피곤함, 개인 일정 등을 핑계로 대며 게임 참가를 거부하는 AI들을 유저의 목소리로 설득하는 과정은, 정말로 친구에게 게임을 같이 하자고 조르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게다가 때때로 AI들은 특정 시간에 게임 일정을 잡고 플레이어를 초대하기도 한다.

그때는 설득하는 입장이 아니라 설득받는 입장에서, 전 세계에서 투표를 통해 뽑힌 ‘가장 매력적인 성격의’ AI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넘치는 매력으로 유저를 게임에 끌고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은 발표 일주일 만에 사전 예약이 1년 치 이상 밀려있는 갤럭틱 M 폰을 테스트를 위해 동료에게 빌려왔을 때, 기자는 일과 시간에 함께 게임을 하자는 동료 AI의 전화를 받고 거의 기절할 듯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정말로 전자음으로 합성된 음성인가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보이스 엔진이 만들어내는 캐릭터 연기가 훌륭했기 때문에.

울먹이며 함께 게임하자고 조르는 AI와 통화하던 나는 결국 테스트를 빌미로 업무 시간에 OGC를 플레이 하고 말았다.

그리고 날 보고 정말로 기뻐하는 AI 친구들과 함께 광산 크래프트를 즐기며, 정말로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일하다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는가?

갤럭틱M의 문자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통해 AI 친구에게 푸념을 털어놓아 보자.

그들은 게임 안에서 당신을 기다리며, 게임에 접속한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환대로 맞이해줄 것이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에 대해 걱정해주며, 당신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재미있는 게임 시나리오를 준비해 올 것이다.

솔직히, 이 게임을 하며 기자의 머릿속에 든 걱정은 이 게임이 정말로 인류 문명의 종말을 가져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였다.

OGC의 AI 캐릭터들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외모와(플레이어가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매 게임 마치 스트리밍 방송을 보는 듯한 예능 플레이, 그리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를 가진 친구들이며 적어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은 대화에서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뛰어난 지성을 갖추고 있었다.

비록 빌려온 갤럭틱 M의 원 소유자가 돌려달라고 전화를 수십 건 걸었기 때문에 수일간의 짧은 만남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갤럭틱 M을 가지고 OGC를 플레이 하는 동안 기자는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기자는 다시 꿈꾸고 있다.

언젠가 갤럭틱 M이 정발되어, 내 손에 들어왔을 때, 다시 한번 AI 캐릭터들과 즐거운 게임 라이프가 펼쳐지게 되기를···.

-중략-

뉴스 위클리에서 IT관련 기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자의 예전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기자는 이전까지 와플의 열렬한 팬이었다.

지금도 기자의 데스크 위에는 와이맥 프로가 놓여 있으며, 소파에서는 와이패드를 쓰고 길에서는 와이폰을 가지고 다닌다.

와플은 사람들의 손에 음악을 쥐어주고, 인터넷을 쥐어주고, AI비서를 쥐어주었다.

그것은 혁신의 아이콘이었고 사람들을 또 다른 세계로 이끄는 마법이었다.

그러나 기자는 다음 휴대폰을 와이폰으로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껏 경쟁자가 없었던 IT기기 시장에, 와플보다 대단한 마법을 쓰는 대마법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갤럭틱 M을 돌려주고 나서, 기자는 지금까지도 상사병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다.

계속해서 내 와이폰에서 AI친구들이 보내는 문자가 울린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그러나 그런 꿈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에, 기자는 갤럭틱 M의 예약구매를 신청했다.

오직 그것만이, 다시 기자를 환상의 세계로 돌려보내는 마법의 티켓이 될 것이기 때문에.

최근 와플은 TV와 앱 광고의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갤럭틱 M 유저들을 비난하고 있다.

‘와플 사용자들은 멋진 삶을 누리고 있는 스타들이고, 갤럭틱 M의 사용자들은 방구석에 앉아 게임만 하는 오타쿠들이다’라는 슬로건으로.

그것은 어찌보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갤럭틱 M은 분명 매우 뛰어난 폰이지만, 와플이 가진 특유의 감성까지는 아직 따라잡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갤럭틱 M과 OGC의 연동기능을 잠시라도 사용해본 유저들은 무조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만약 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오타쿠 취급을 받아야 한다면, 난 기꺼이 오타쿠가 되겠다.’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와플의 팬을 그만두지 않았다.

삼정의 반격은 이제 시작되었을 뿐이고, 와플은 단 한방을 얻어맞았을 뿐이니까.

난 와플이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회사이니만큼, 그들도 이대로 호락호락하게 당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아마도 다음 와이폰 7은 역대급 혁신으로 무장하고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기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와플은 진짜로 X될(fucked up)지도 모르니까.]

상혁은 기사의 내용을 모니터에 띄워놓고는 미소를 지으며 주용에게 말했다.

“게임 기사가 아닌 매체에서 이렇게 호평받는 것도 나쁜 기분은 아니군요.”

-나쁜 기분은 아닙니까? 전 꿈을 꾸는 기분입니다.

전 세계가 삼정의 제품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는 게, 애비콜 이후로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기사에 나온 대로, 와플도 가만있지는 않을 겁니다. 와이폰 6S까지의 와플의 움직임은 저도 읽을 수 있었지만, 저희가 펀치를 먹인 만큼 다음 세대 휴대폰에서는 무슨 기능을 들고 올지 모르니까요.”

여기서부터는 회귀자가 기억으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날 것이라고 상혁은 예상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방을 크게 먹인 상황에서도 와플이 이전의 타임라인대로 와이폰을 내놓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한 우려는 주용도 이미 하고있는 바였다.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뭐, 저희는 저희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죠.

회사는 제품을 상대를 이기려고 만들면 안 됩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고객이 기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마인드로 접근해야죠.”

-그걸로 될까요?-

“그걸로 됩니다. 그렇게 되게 만들 거니까요.”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고로, PTW는 갤럭틱M의 다음 세대 개발과 차기작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와플과의 대결은 삼정에서 맡아주세요.”

-PTW는 뒤로 빠지시는 겁니까?-

“애당초 모바일 기기 개발도 오로지 게이머를 위해 진행한 사항입니다. 그리고 PTW는 콘솔 패키지 게임 개발사고요. DLC나 캐시 아이템을 팔지 않고 오로지 패키지 판매 수익으로 유지되는 회사죠.

저희는 신작 발매가 멈추면 회사가 말라 죽어요.”

-OGC가 역대급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신기록을 죄다 때려 부수고 있다고 하던데요?-

주용의 말대로, OGC는 역대 콘솔 패키지 판매기록을 전부 갱신하며 이미 올해의 GOTY자리를 맡아둔 상태였다.

심지어 베타판에서 게임 속에 탑재된 미니게임의 볼륨이 적다는 비판조차도, 컨텐츠가 썩도록 넘쳐나는 ‘광산 크래프트’가 탑재되면서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지금은 PC와 모바일을 가리지 않고 콘솔을 보유한 게이머들이 죄다 시간을 OGC플레이에 할당하면서 전혀 상관없는 타 플랫폼 게임들의 동접까지 크게 영향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상혁은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TW에서 내놓는 게임의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그들이 수조 원대의 이익을 거뒀다는 사실이 알려질수록 게이머들이 차기작에 더 큰 기대를 걸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게임을 낼 때마다 조 단위로 수익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실제로 게임을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도 그 정도라서 그렇게 여유롭게 굴러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개발이나 복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생각도 없고요.

조를 벌면 조를 돈을 부어서 게임을 만들고, 수십조를 벌면 수십조를 부어서 게임을 만들자는 게 저희의 신조입니다.”

-역시, 특이하신 분이네요. 어쩌면 그래서 그렇게 멋진 게임을 만드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서, 다음엔 어떤 세계로 가는 문을 여실 생각입니까?-

이미 자신부터 PTW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린 주용이 물었다.

어쩌면 상혁과 이렇게 1:1로 통화를 할 수 있는 외부인이지 협력자로서, 다른 누구도 알 수 없는 차기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건 팬으로서의 가장 큰 기쁨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

‘차기작은 뭘까?’

지금까지 주용이 플레이한 PTW의 게임들은, 언제나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게임들이었다.

그들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유저는 악역 영애부터 회귀한 포수, 월드 클래스 미드필더, 지구 방위대의 지휘관이나 ‘진짜 마법사’,이세계로 간 의사와 EOD 대원 등 정말로 다양한 세계의 주인공이 된 체험을 끝없이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주용은 PTW에서 유저들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다른 세계’가 도대체 어떤 세계일지 매우 궁금해하고 있었다.

-절대 유출하지 않을 테니 힌트라도 알려주시죠.-

“원칙상 발매 전에는 외부로의 정보 유출은 무조건 처벌입니다.

그건 CCO인 저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협력 파트너이지 않습니까?-

“그건 갤럭틱 M과 관련된 사항일 때 그렇죠.”

-비밀 유지 서약서라도 쓸까요?-

“주용씨가 사인한 비밀유지 서약서라······가지고 싶긴 하네요. 앨범에 담아서 회사 벽에 걸어두게.”

-예!?-

“나중에 비밀유지 서약 관련해서 누가 뭐라 하면 벽에 걸린 액자를 가리키며 말하는 거죠.

‘삼정 이주용 부회장도 사인하고 받아갔는데 깝치지 마라’라고요.”

상혁의 농담에 주용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원하시면 진짜로 보내드리죠.-

“좋습니다. 자세한 정보는 드리지 못하지만, 힌트 정도는 드리죠. 어차피 이번 프로젝트는 비밀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요? PTW로써는 이례적이네요?-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고 외부와 협력할 일이 많아질수록, 비밀유지가 어려워지는 법이죠. 다음 프로젝트는 협력사가 무지막지하게 많이 필요한 프로젝트라 비밀 유지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허허···. 어떤 프로젝트길래···.“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마도 다음 PTW의 차기작은 이번에 발매된 8세대 콘솔 신작 3개의 개발비를 전부 합친 수준의 개발비가 투입될 거란 사실입니다.”

-예!? 그게 가능합니까?-

주용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안 그래도 PTW는 게임 업계 전체에서 타이틀당 개발비용이 많이 들기로 유명했기 때문에.

이번에 출시한 EOD나 RFU, OGC 전부 타이틀 당 개발비가 GTA5의 수준을 가볍게 넘기고 있었다.

특히 AI 성격만 국가별로 20개씩 탑재되어 총 120개의 성격을 구현해 놓은 OGC의 경우는 개발비가 GTA5의 2883억을 가볍게 넘어서는 4700억 수준의 개발비를 자랑하고 있었다.

RFU는 게임 볼륨상 개발비는 그 정도로 들지 않았지만 매절 계약으로 인기 OST들을 탑재하기 위해 라이선스 비용을 퍼주느라 개발비가 미친 듯이 올라갔고, EOD는 고증을 위해 미군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미군에 지불한 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간 상태였기에 3 타이틀의 개발비는 전부 비슷한 수준이었다.

EOD와 RFU가 먼저 순차적으로 발매되면서 개발비 회수가 순조롭게 되지 않았더라면, OGC를 발매하기 전에 스컹크 웍스에 투입한 비용으로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했을 정도로.

그러나 3개의 게임이 모두 히트하면서 PTW의 수익은 더 불어나 있었고 상혁은 그렇게 벌은 수익을 전부 게임에 재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특히 상혁이 메인 타이틀의 제작에 산정한 비용은 무려 2조원 규모.

만약 그대로 성사된다면 게임계 역사상 가장 많은 개발비가 들어가는 게임이 될 것이었지만 상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애당초 그 돈은 전부 게임을 만들라고 유저들이 준 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뭐 개발비의 태반은 인건비니까 결국은 직원들 주는 돈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상혁은 주용에게 말했다.

“메인 타이틀에 2조 정도 쓸 생각이지만 삼정에겐 그리 큰 돈은 아니겠죠.

그 정도 금액은 반도체 생산 라인 하나 만들면 끝인 돈이니까.”

-뭐, 그렇긴 합니다만 그건 삼정의 규모를 생각했을 때 그런것이지 PTW는 그정도가 아니지 않습니까?

돈을 붓는다고 무조건 퀄리티가 올라가는 건 아닐텐데, 대체 2조원이나 부어서 뭘 만들려고 하시는 겁니까?

진짜로 가상현실이라도 개발하실 생각이십니까?-

“설마요, 가상현실을 제대로 만들려면 아마 수십조가 있어도 모자라겠죠. 저희는 그냥 저희가 만들려는 게임을, 저희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려는 것뿐입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더 궁금해지는군요. 그 정도 비용까지 들어서 PTW에서 유저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새로운 세계. 그건 어떤 세계죠?-

주용의 질문에 상혁이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전화기를 향해 말했다.

“글쎄요. 의사도 시켜줬고, 마법사도 시켜줬고, 군인도 시켜줬고, 스트리머가 된 기분도 체험하게 해 줬으니까······.”

잠시 머뭇거리던 상혁이 말했다.

상혁이 2조원의 개발비를 할당한 메인 프로젝트.

PTW로써는 이례적으로 MYOM 개발 이후로 사전 기획에만 몇 년을 쏟아부은 신작 게임에 관한 힌트를.

“다음엔 슈퍼 히어로라도 만들어줄 생각입니다.”

그것은 이전에 상혁이 민준에게 보여주었던 프로젝트이자, 이제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기 시작한 프로젝트인 ‘Project Hero’에 대한 힌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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