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51화 (252/485)

251. 매직 티켓

“저기, 선배님. 저는 와이폰 발표 행사가 처음이라 그런데, 원래 분위기가 이렇게 무거워요? 영상으로 봤을 때는 축제 분위기 같은 느낌이던데. 이건 흡사···.”

“축제가 아니라 장례식이겠지. 어쩔 수 없어. 지금 상황은 완전히 와플이 상정한 예상범위 밖의 전개로 굴러가고 있으니까.”

“역시, PTW와 삼정의 신형 스마트폰에 대한 정보 때문일까요?”

“그거 말고 더 있겠어? 애당초 타이밍을 너무 좋게 찔러 들어왔어.

하다못해 정규 넘버링인 와이폰 7 발표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중간 사양 업그레이드 기간인 6S발표 시기잖아.

그런데 상대측에서 핵폭탄을 떨군 거지.

원래 우리도 본격적인 대결은 와이폰 7 세대에서 이루어질 거로 생각했으니까, 이 타이밍은 상대가 노리고 악의적으로 공격한 거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드네.”

“아, 다시 행사를 이어가려나 봅니다.”

탐 쿡이 걸어 나오는 것을 본 후배 기자가 말하자, 선배가 중얼거렸다.

“좋은 선택이야. 지금은 준비한 것을 보여주는 게 그나마 와플이 할 수 있는 최선일 테니까.”

“죄송하지만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기자분들께서는 휴대폰의 전원을 잠시 꺼주시길 바랍니다.”

메시지를 본 이후에도 탐 쿡은 예정대로 와이폰 6S의 발표를 진행했지만, 이번엔 기자들에게 휴대폰 전원을 꺼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더는 그들의 휴대폰이 울려대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탐 쿡에게 있어 진동음이 아니라 장송곡처럼 들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가 행사를 중단시키기 전과 후의 분위기는, 같은 침묵이라도 피부로 체감될 정도로 180도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행사를 중단하기 전의 침묵이 와플의 신제품에 대한 기대와 집중이 목적이었다면, 지금의 침묵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였기에.

‘제발 너희도 뭔가를 보여줘.’

그러나 이후의 발표에서, 삼정의 공격에 대해 와플이 보여준 ‘기발한 반격’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단지 언제나처럼, 나직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특별할 것 없는 것에 대단한 가치를 부여하는’ 와플 특유의 마케팅이 이어졌을 뿐.

"달라진 것은 단 하나, 전부입니다(The only thing that's changed is everything)".

그렇기에 그가 이번 와이폰 6S의 카피로 결정한 문구는, 발표 전에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카피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광대놀음처럼 들렸다.

그래도 해야만 했다.

여기서 행사를 중지하면 더 우스꽝스러운 꼴이 된다는 것을 탐 쿡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원래는 축제가 돼야 했을 와이폰 6S의 발표 행사.

그것은 와플이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가장 침울한 발표회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원래부터 분위기를 잘 타는 게임 기자들이 주축을 이룬 삼정과 PTW의 발표회는, 그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황리에 발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행사의 후반부에서는, 참가자들이 발표하고 있던 주용의 이름을 연호하며 진짜 락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멋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주-용! 이-주-용!”

“당장 갤럭틱 폰으로 갈아탈게요!”

“젠장! PTW! 당신들이 최고야!”

그리고 그렇게 행사를 마무리한 주용은, 무대 뒤로 돌아와 가쁜 숨을 헐떡였다.

이런 열광적인 분위기의 제품 발표회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번 행사는 그에겐 신선한 경험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상혁은, 그런 주용에게 조용히 다가가 손수건을 넘기며 씩 웃어 보였다.

“분위기 좋죠?”

“왠지 제가 아는 제품 발표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좋네요. 이런 분위기도.”

“원래 게임 발표회는 항상 이런 느낌입니다.”

“그런가요?”

“예. 사람들은 원래 놀거리에 열광하는 법이니까요.”

“그 말은 이번 갤럭틱 M을 저기 있는 사람들이 ‘놀거리’로 받아들였다는 이야기겠군요.”

“그렇죠.

저들에겐 이번 신제품이 아주 좋은 장난감으로 보였을 겁니다.

갤럭틱 M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수없이 많은 즐거움이 넘쳐나는 마법의 세계로 가는 티켓을 가진 기분이 들 거고요.”

“그래서 새 제품의 넘버링이 M인 거군요. Magic ticket 이라는 의미로요.”

“그런 의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삼정에서 계속 협력만 해  주신다면요.”

“PTW에서 먼저 배신하지 않는 이상, 저희가 먼저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삼정의 부회장으로써 그거 하나는 확실히 약속드리죠.”

“그거면 됐습니다.”

그때, 상혁이 건네준 손수건으로 땀을 닦던 주용이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평소엔 삼정의 제품 발표보다 더 신경 쓰이던 경쟁사 와플의 발표회는, 주용에게 언제나 스트레스의 대상이었다.

그쪽에서 발표하는 제품의 스펙에 따라, 다음 제품의 스펙을 결정해야 했고, 그쪽에서 기발한 무언가를 내놓으면 그것 때문에 무지막지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그러나 이번만큼은 신비하게 같은 날 발표가 있었음에도 주용은 자신이 와플의 발표 내용을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갤럭틱M의 발표가 다 끝난 다음에야, 오늘이 와이폰 6S의 발표가 있는 날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정도로.

주용은 손짓으로 수행원을 불러 그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저쪽의 발표 내용은?”

“방금 마무리되었습니다. 와이폰 6S의 발표 내용은 기존 A8칩셋 대비 70% 성능이 향상된 A9칩셋의 적용. 손가락 압력을 3단계로 인식하는 3D 터치. 그리고 6에서 있었던 밴드 게이트를 의식했는지 본체 재질을 항공기용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는?”

“전반적인 스펙업입니다. 카메라 성능이 향상되었고, 4K 비디오 촬영을 지원하며, 전면 카메라도 50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합니다. 와플의 AI 비서, SARI의 기능이 더 강력해졌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상혁 씨가 예상한 그대로네요?”

“말했잖습니까. 이번 6S는 그렇게 나올 거라고.”

“거기 분위기는 어땠지?”

“초반엔 나쁘지 않았습니다만···.”

수행원은 현장에 들여보낸 삼정 관련 기자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했다.

주용이 갤럭틱 M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중간에 기자들에 의해 내용이 유출되었고, 그 유출된 내용으로 인해서 와이폰의 발표회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었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주용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되게 만든 상혁의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발표 중간에 트위터 타임을 준 게 그래서였나요?”

상혁은 주용에게 중요한 발표 내용이 끝날 때마다 기자들에게 트윗할 수 있는 시간을 주도록 지시했다.

갤럭틱 M의 신기능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퍼질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은 의도적으로 상대의 행사를 망치는 결과를 불러왔다.

“이 행사의 모든 것이, 계획된 준비 아래 움직인 겁니다. 조금 전 기자들이 부회장님의 이름을 열창한 것도, 사실은 전부 계획적인 거였죠.”

“그것도요?”

“행사장에 저희 바람잡이가 3명 들어가 있습니다. 그들이 먼저 부회장님의 이름을 열창하니까, 다른 기자들이 거기에 휩쓸린 거죠. 그리고 그 열광적인 분위기는 그대로 와플에서도 전해들을 겁니다. 지금쯤 그들은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겠죠.”

“오랜 기간 경쟁 관계였던 삼정보다 더 와플을 의식한 움직임이었군요.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주용의 질문에 상혁이 주먹을 내밀며 말했다.

“크게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상혁이 첫 번째 손가락을 피며 말했다.

“첫째, 저들이 이제부터 쓸 기사는, 행사의 분위기를 전달하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열광했는지, 그리고 그 발표가 얼마나 뜨거웠는지가 기사에 실려 들어가면서,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도록 하는 거죠.

‘아, 이번 갤럭틱M이란 제품은 정말 사람을 열광하게 만드는 제품이었구나.’

마케팅은, 이미지입니다. 생전의 스티븐 잽스 씨는 그걸 정말 잘 이해하고 있었어요.

정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제품의 스펙이 아니라 그 제품으로 변화하게 될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인터넷을 들어다 손바닥에 쥐여주고, 거실의 쇼파에 앉아 커다란 화면으로 전자책이나 유튜브 영상을 보게 하고, 인공지능에게 아무렇지 않게 미용실 예약을 부탁하게 만드는 삶의 변화를, 잽스 씨는 참으로 멋진 방식으로 표현해냈죠.

사람들은 거기에 돈을 내는 겁니다.

제품 자체가 아니라, 제품이 만들어갈 자기 삶의 변화에 대해서요.

저희는 잽스 씨가 살아생전 지키려 했던 그 이미지를 가져와야 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이제는 와플이 아니다.

삼정이 바로 그 역할을 이어받을 것이다. 라는 선전 포고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행사를 기획한 겁니다.”

그리고는 두 번째 손가락을 펴며 말했다.

“둘째로 이번 행사가 와이폰 6S의 발표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이루어진 것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포지셔닝을 다시 잡기 위해서입니다.”

“포지셔닝?”

“코카콜라와 팹시의 관계 같은거죠. 삼정은 지금까지 항상 와이폰보다 약간 늦은 시기에 신제품을 발표해왔습니다.

와이폰에서 발표한 스펙보다, 조금 더 상향된 스펙의 신제품을 조금 늦은 시기에 내놓는 전략을 썼죠.

그건 대응책으로는 매우 좋은 방법일지는 몰라도, 마케팅 적으로는 하책입니다.”

“어째서죠?”

“따라가는 자의 이미지를 안게 되니까요.”

상혁이 말했다.

“단순히 같은 날 같은 시각에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이미지는 확연히 달라집니다.

이제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를 공격하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는 이미지가 생기게 되죠.”

상혁은 마지막 손가락을 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와플은 절대 쓰러트릴 수 없는 거대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는, 이미 정상적인 공략법으로는 무너트릴 수 없을 정도의 철옹성 같은 단단함으로 무장하고 있죠.

그런 그들의 아성을 무너트리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이미지를, 그들의 악몽으로 만드는 것.”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상혁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앞으로의 전개가 뻔히 보인다는 식으로.

“역사적으로 와플이란 기업은,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같은 방식의 반격을 취하곤 했으니까요.”

“그게 뭐죠?”

“디스전이요.”

“디스전?”

“예. 와플은 이번에 손상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 갤럭틱 폰이란 브랜드를 이미지로 공격할 겁니다.”

***

상혁의 말대로, 얼마 후 미국 TV 프로에서 대대적으로 시작된 와플의 브랜드 광고는 삼정의 갤럭틱 M을 대놓고 저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일부러 어두컴컴하게 연출한 더러운 집 안에서 패드를 잡고 있던 모델이, 와이폰 6S를 들고 나가 밝은 밖으로 나가며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의 광고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IBM이나 MS등 기존의 대기업을 상대로 미친개처럼 싸움을 걸어가며 ‘혁신’이란 아이콘을 지켜온 와플이 할 법한 광고라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안드로이드 폰은, 조금 찐따(Nerd)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와플의 마케팅 담당자 제임스 슈라우더가 침울한 분위기에 잠겨있는 회의실의 분위기를 깨는 말을 던졌다.

“저희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영화의 악역 배우들이 와이폰을 사용하는 것을 막았죠.

그리고 유명인들은, 심지어 삼정의 광고모델들조차 와이폰으로 트윗을 하다가 걸린 사례가 수두룩하곤 합니다.

말하자면 저희는 트랜드를 아는 멋쟁이들의 폰을 만드는 회사고, 삼정은 어디까지나 너드(nerd) 혹은 긱(geek), 아니면 와이폰을 살 돈이 없는 사람들이 쓰는 폰의 이미지가 강하죠. 이번엔 그걸 이용해봅시다.”

“무슨 뜻이지?”

탐 쿡의 질문에 제임스가 웃으며 말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번에 삼정과 PTW가 만든 갤럭틱M은 말 그대로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폰을 콘솔 게임기에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콘솔 게임기의 게임 성능이 개선된다는 개념은 정말 상상도 못 한 아이디어였으니까요.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앞으로도 계속 저희 와플을 괴롭히는 핵심 기능이 될 겁니다.”

“그 정도인가? 겨우 게임 성능이 올라가는 것뿐이지 않나?”

“콘솔 게임기의 수명은 일반적으로 7년에서 8년 가까이 되니까요.”

제임스가 말했다.

“현대의 게임 그래픽의 발전에 비해, 콘솔 게임기의 수명은 지나치게 깁니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는 거의 2~3년을 주기로 교체하는 사용자들이 많죠.

그리고 그 사용자들은, 이미 낡아버린 자신의 콘솔을 보며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이번에 나온 신형 갤럭틱 M을 사면, 이전에 쓰던 것보다 더 높은 성능 지원을 받을 수 있겠지?’

그건 말 그대로 2년마다 콘솔 게임기를 업그레이드하는 느낌이 될 것이고, 전 세계에 있는 수천만 명의 콘솔 게이머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기능이 되겠죠.

심지어 그 기능이 PC에도 적용된다고 한다면, 상상하기에도 끔찍하네요.”

“우리도 넣으면 되지 않나? 그런 기능을. 애당초 삼정에서도 매번 와이폰을 따라서 베끼는데, 우리라고 못 할 건 없잖아.”

그러자 와플의 기술 책임자(CTO)인 크리스 칩널이 손을 들며 반박했다.

“지금까지 어떤 기업도 워크패스트와 비슷한 프로그램조차 만드는 데 실패했고, 어떤 기업도 코넥트가 제공하는 기능의 4분지 1도 제공하지 못했다는 과거를 떠올려야 합니다.

PTW는 게임회사지만, 특허에서는 특허 괴물이기도 합니다.

이미 관련 기능은 우회 방식까지 포함해서 모조리 틀어막았을 겁니다.

100% 확신하건대, 아마도 라이트닝 단자를 이용해서 와이폰으로 와이 맥의 성능을 올려주는 기능도 먼저 선점했겠죠.”

“그럼 그건 못한다 치고,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자는 아이디어에 대해 더 논의해보지.”

그러자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번에 갤럭틱M 공개 행사에서 공개된 내용은, 아마도 전 세계 모든 콘솔 게이머들에겐 꿈같은 내용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우린 그걸 객관적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적어도 콘솔 게이머들에게만큼은, 우리 와이폰이 갤럭틱M에 비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요.”

“지금 이 회의가 그것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여러번 강조할 필요는 없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문제를 직시하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오히려 그것 때문에 갤럭틱M이 하나의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뭐지?”

“게이머에게 주는 메리트가 너무 강조된 나머지, 게이머에게만 좋은 폰처럼 보인다는 사실이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지 않나? 실제 갤럭틱 폰은 기본 성능이나 카메라 등의 나머지 요소들도 크게 향상되었던데?”

“현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고객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죠.”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지?”

“간단합니다. 갤럭틱 폰을 사용하는 유저들 전체를 너드(nerd)나 긱(geek)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포지셔닝 해버리는 겁니다.”

-더 밝은 삶, 더 밝은 미래.(A brighter life, a brighter future.)-

와플의 이번 광고 카피는, 그런 제임스의 제안을 따라 기획된 광고였다.

와플의 광고는 교묘했다.

안에서 삼정의 갤럭틱 M은 전혀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를 100%전달하고 있는 광고 였기에.

마치 와이폰을 사용하면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만, 갤럭틱 폰을 사용하면 우중충한 솔로 라이프가 기다린다는 듯한 이미지를 주기 위한 광고.

그리고 그 광고에 대해서, 이미 발표 첫날 이후로 천문학적인 예약 구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던 삼정은 상혁이 미리 준비하라고 말해둔 광고를 내보냄으로써 와플이 시작한 디스 전에 맞불을 놓았다.

***

“아주 좋은 광고야. 마음에 들어. 광고만 봐도 왠지 콘솔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 것 같아.

아마도 이제부터 고객들은 갤럭틱 폰을 가진 사람들이 전부 어두운 방에서 게임만 하는 모습들을 떠올리겠지.”

-원래부터 그런 의도였으니까요. 덕분에 와이폰 6S의 예약 구매 수치도 많이 증가했습니다.-

“좋아. 그대로 하라고. 아예 광고를 더 확장하지. 신문에도 띄우고 잡지에도 올려.”

얼마 전 신제품 발표 현장에서 받은 치욕을 떠올리며, 탐 쿡은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좋아. 지금은 운전 중이니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회사에 가면, 자네의 보너스에 관해 이야기해보세.”

“감사합니다!”

적어도 이번 광고로 반격은 제대로 한 느낌이었기에, 그의 기분은 매우 좋은 상태였다.

적어도 평소엔 쾌적하던 도로가 묘하게 막혀있는 모습을 보기 전 까지는.

‘사고라도 났나?’

차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멀리 전방을 주시하던 탐 쿡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곳엔 조금 전까지 매우 좋았던 그의 기분을 한방에 부숴버리는, 엄청나게 거대한 광고판이, 무려 와플 본사 앞에 설치되어있었다.

“What the fuck?!!”

굳이 갤럭틱 폰의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상대를 공격했던 세련된 와플의 디스 광고와는 다르게, 상혁은 정 반대의 컨셉을 취했다.

갤럭틱 폰의 이미지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순수하게 상대 제품의 이미지를 공격하는 광고를.

그리고 그것은, 안 그래도 이번 신제품 발표에 대해 탐 쿡이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를 크게 자극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do you notice anything different about me?

(자기야,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누군가의 PTSD를 자극하는 문구와 함께, 가발을 쓰고 있는 와이폰 6S의 이미지는, 대놓고 6S가 이전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도발적인 디스 광고였다.

그리고 그것을 보며 크게 분노하고 있는 탐 쿡은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가 화를 내는 그 시각, 같은 내용의 광고가 이미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과 전국의 대형 광고판을 모조리 점령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그것은 발매 계획이 확정된 순간부터, 상혁이 무려 1년 전에 정확히 이 시기에 맞추어 예약해둔 광고들이었다.

“Mother fuc···.”

갑자기 어머니를 찾는 탐쿡의 신음을 뒤로 한 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일인자 자리를 놓고 벌어진 전쟁은, 이제 겨우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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