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삶을 바꾸는 혁신
프레젠테이션 업계에서 전설로 불리는 스티븐 잽스의 프레젠테이션은, 그 엄청난 임펙트에 반해 매우 젠틀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곤 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가운데, 잽스는 기자들이 쓰는 기사의 헤드라인까지 정확하게 정해주며 청중들이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에만 집중하게 했다.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1000곡을 호주머니에(1,000 songs in your pocket)’ ‘인터넷을 당신의 호주머니에(The internet in your pocket.)’, ‘와플은 휴대폰을 재창조했습니다(Waffle reinvents the phone)’등 광고업계에서 전설로 평가받는 수많은 슬로건들이 그의 프레젠테이션에서 나왔고, 기자들은 그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한 채 그가 전달해주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적었다.
그는 실제로는 그렇게 엄청나지 않은 것들도 천재적인 발상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는, 마케팅의 천재였기 때문에.
그에 반해, 콘솔 게임 업계에서 전설의 프레젠터로 불리는 상혁의 프레젠테이션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사람을 몰입하게 만드는 잽스의 프레젠테이션과는 다르게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락 콘서트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가 공개한 제품에 흥분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자신도 모르게 기뻐서 소리를 지르게 만드는 것이 상혁의 프레젠테이션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상혁의 방식은 매우 간단했다.
기교없이, 심플하게.
굳이 수식어가 필요한 기발한 광고 카피도 필요 없다.
그냥 X쩌는 물건을 가져와서 보여주면, 사람들은 알아서 흥분하게 마련이니까.
그리고 오늘 공개된 갤럭틱 폰의 새로운 기능은, 게임 기자들이 보기엔 충분히 X쩌는 기능이라 할 수 있었다.
‘MS의 윌 게이트가 어째서 그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코넥트의 가격할인을 약속했는지 이해가 가는군.’
주용은 생각했다.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올 때마다 열광하는 기자들의 반응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가 슈퍼스타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열광적인 반응은, 주용의 목소리를 점점 커지게 하고 있었다.
“물론 단순히 방금 제가 보여드린 공개 시연만으로는 새로운 갤럭틱 폰에 탑재된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성능을 제대로 확인하실 수 없겠죠.
막상 엄청난 기대를 하고 휴대폰을 구매했는데 대사 종류가 적거나 지나치게 한정된 종류의 대화만 가능하다면, 고객분들은 속은 기분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저희 휴대폰을 추천하신 기자 여러분들이 비난을 받게 되겠죠.”
논리적인 주용의 말에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주용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 행사가 끝날 때, 여기 계신 모든 기자분에게 새로운 갤럭틱 폰의 리뷰 용 버전을 대여해 드릴 겁니다.
안에 탑재된 기능이나 스펙은 판매 예정인 제품과 동일하므로, 이 프레젠 테이션이 끝나는 순간 여러분들은 새로운 갤럭틱 폰으로 게임기 밖으로 뛰쳐나온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성능을 100%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헉!?!”
“진짜로?!”
행사장에 모인 기자와 리뷰어의 수만 거의 1만 명에 가까웠다.
그 모든 이에게 평가용 제품을 빌려주겠다는 주용의 제안은, 그들을 또 한 번 열광하게 했다.
“그럼 최고지!”
“진짜로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여준다면, 최고의 기사를 써 드리겠습니다!”
군데군데서 함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지만 주용의 설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오늘 상혁에게 넘겨받아 자신이 공개해야할 사항은, 정말로 한두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하지만 갤럭틱 폰의 새로운 기능은 오직 OGC 사용자분들만 즐길 수 있는 기능입니다.
어떤 AI의 성격을 만들어서 친구가 될지를 결정하는 기능은 OGC에만 탑재되어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PTW의 게임은 발매 이후 구하는 게 정말 힘든 게임 중 하나입니다.
되팔이도 정말 많고요.
그래서는 제대로 된 갤럭틱 폰의 신기능을 체험하실 수 없겠죠.
그래서! 저기 서 있는 상혁씨가 여기 있는 인원수만큼의 OGC를 기자분들께 제공해드리기로 약속하셨습니다.
나가시는 길에 접수대에서 자신이 가진 8세대 콘솔을 말씀하시면, 그에 맞는 OGC를 바로 받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Yeeeeeeeeeah!!!!!”
“Fu○k the Waffle!!!”
“삼정이 최고다!!!”
신기하게도 그 열광적인 환호는 주용이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 대는 순간 마법처럼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여기 모인 모든 이들이, 미칠 듯이 환호하고 싶은 기분을 억눌러서라도, 주용이 하는 말을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용은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짜릿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벅차오르는 감정을 마이크를 쥔 손에 전달하며 다음 발표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이제 목적을 마친 OGC의 게임 실황 화면이 꺼지며 새로운 갤럭틱 폰의 모습이 등장했다.
PTW에 넘어간 엑시노트의 개발자들이 스컹크 웍스의 협력을 받아 개발한 모바일 AP가 탑재된 새로운 갤럭틱 폰의 화려한 스펙과 함께.
그것은 누가 봐도 경쟁사인 와플의 신제품 와이폰 6S를 압도하는 스펙이었다.
“실제 벤치마크 점수로 보면 기존 모바일 AP대비 100%의 성능 향상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저희가 측정한 신형 갤럭틱 폰의 체감 성능은 250%이상 좋아졌습니다.
흔히들 이야기하죠.
같은 스펙이라면 안드로이드 폰보다 와이폰이 훨씬 쾌적한 느낌으로 돌아간다고요.
그것은 아마도 와이폰이 가진 최적화 기술 덕분일 겁니다.
와플은 언제나 자신들의 운영체제에 최적화된 칩셋을 자신들이 설계하여 와이폰에 탑재하죠.
이번에 PTW에서 개발한 신형 모바일 칩셋, ‘Servium’은 그런 와플의 모바일 칩셋처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STC기술을 통해 칩셋에 맞춘 ‘STC 버전’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그 칩셋과 손을 합쳐 완벽한 성능을 제공하죠.
그것은 이번에 탑재된 놀라운 성능의 부품들과 합쳐져,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쾌적함의 경지를 고객분들께 선사할 겁니다!”
상혁은 갤럭틱 폰에 탑재될 새 모바일 AP의 이름을 ‘봉사하다’라는 뜻의 라틴어인 세르비움(Servium)으로 정했다.
‘servium dei gratia’.
신께 봉사하다 라는 라틴어 예문에서 따온 신형 칩셋의 네이밍은 게이머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기기가 되길 바라는 상혁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이 멋진 폰의 존재에 감사하는 그런 제품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런 상혁의 의견에, 주용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좋은 이름이네요. 진심이 느껴집니다.”
신형 갤럭틱 폰의 스펙에 대한 주용의 발표는 다시 일반적인 모바일 기기 발표회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지만, 기자들은 묘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정리된 스펙의 마지막 줄에 있는 ‘콘솔 부스팅(Console Boosting)’이라는 문장이 묘하게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들로서는 대체 저게 무슨 기능인지 예상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상혁이 주용에게 새 갤럭틱 폰의 메인 기능으로 약속한 이 신기능은, 그가 회귀하기 전에도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기능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마침내, 주용이 앞서 말하던 화려한 스펙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화면에 떠 있는 마지막 스펙에 대한 설명을 할 차례가 다가왔다.
“여기까지가 신형 갤럭틱 폰의 주요 스펙이었습니다만, 여러분들은 그것보다 이 마지막 줄의 문장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크신 것 같군요.”
“저게 뭡니까?!”
기자의 외침에 주용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PTW에 새로운 모바일 기기의 개발 지원을 요청했을 때, PTW에서는 삼정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콘솔 게이머들이 가장 사랑할 수밖에 없는 휴대폰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가져온 기획을 보았을 때, 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연인과 밀당을 하는 것처럼, 주용은 일부러 말을 돌려 기자들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게이밍 폰이란 뭘까요?”
뜬금없는 그의 질문은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이 아니었기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주용은 조용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단순히 스펙이 좋아서 게임하기 좋은 폰이라면, 그것은 게이밍 폰이 아니라 고성능 폰이라고 불러야 맞을 겁입니다.
게이밍 폰이라면 게이머에게 최적화된 무언가의 기능을 제공해야 맞는 거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의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은 단순히 폰의 스펙만을 올려 게이밍에 최적화된 폰이라는 광고 카피를 붙여 팔곤 했습니다.
딱히 그 폰에서만 돌아가는 게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오로지 특정 휴대폰 하나만을 위한 게임을 만드는 것은 게이머를 위한 판단은 아닙니다.
그건 다른 폰에서 ‘못’ 돌리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안’돌리는 것이 되기 때문이죠.
저흰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주용은 처음에 상혁이 마이크를 집어 든 단상으로 다가갔다.
거기엔 8세대 콘솔인 X박스 ONE과 PS4가 마치 장식처럼 놓여 있었다.
‘어? 저걸 왜 이상하게 생각 안했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신형 모바일 기기의 발표 회장에 8세대 콘솔이 떡하니 놓여있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광경이었지만, 여기 있는 기자들은 누구도 그것이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먼저 오프닝 발표를 했던 PTW가 콘솔 게임 개발사이기도 했고, 모여있는 기자들의 대부분이 게임 기자들이라 그런 모습에 익숙해서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 모인 누구도, 그 8세대 콘솔은 단순히 장식적 의미라고만 생각했지 신형 모바일 기기 발표와 8세대 콘솔이 관련되어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예상을 무참하게 박살 내며, 단상으로 다가간 주용은 자신이 주머니에서 꺼낸 갤럭틱 폰을 콘솔에 연결했다.
“현대의 모바일 기기의 성능은 눈부시게 발전했죠. 하지만 그 높은 성능은 말 그대로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지 않은 이상은 거의 무용지물입니다.
많은 게이머들에게, 고스펙 폰이란 단순히 최신형 모바일 게임을 돌리기 위한 게임기에 불과하죠.
저희는 생각했습니다.
‘만약 모바일기기의 높은 성능으로 콘솔 게임기의 성능을 부스팅 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그 질문에 대한 삼정과 PTW의 대답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갤럭틱 핸드폰 사용자들이 맞이하게 될, 새로운 미래이기도 하죠.”
주용의 뒤에 있는 백 스크린에 한 게임의 영상이 출력되었다.
그것은 8세대 콘솔과 같은 날 출시 되었으면서도, 출시 첫날 이미 기기 한계까지 스펙을 끌어다 썼다고 평가받는 현존 최강의 그래픽을 가진 게임, EOD였다.
“잠시 왼쪽 상단을 보시면, EOD의 프레임을 표시하는 숫자가 보일겁니다.
8세대 콘솔에서 제한하고 있는 스펙에 맞춰, EOD는 모든 구간에서 최대 30프레임의 속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죠.
거기에 저희 신형 갤럭틱 폰을 연결하고, 폰에 있는 ‘콘솔 부스팅(Console Boosting)’앱을 실행시키시면······.”
화면의 숫자가 65으로 바뀌는 순간, 모든 관객들의 입이 동시에 떡하고 벌어졌다.
지금 저 숫자가 보여주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 자리에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모두를 숫자 하나로 충격에 빠트린 주용은, 웃으며 그들을 향해 말했다.
“모바일 기기의 성능을 사용해서 기존 콘솔 게임기의 성능을 지원해 더 향상된 게임 플레이를 지원하는 기능.
그것이 신형 갤럭틱 폰의 새로운 핵심 기능인 콘솔 부스팅(Console Boosting)기능입니다.”
그리고 행사장은, 조금 전 주용이 AI가 걸어온 전화통화를 받았을 때보다 더 커다란 환호성에 휩싸였다.
“X발 이건 진짜 혁명이야!!”
“와이폰은 X됐다!”
“미친 듯이 사고 싶다!!!”
터질 것 같은 감정이 행사장을 휩쓰는 가운데, 주용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감각을 체험하고 있었다.
고객을 열광시키는 경험.
그들을 흥분으로 미치게 만드는 경험.
그들에게 새로운 세계로 가는 마법의 티켓을 보여주었을 때, 그들이 보여주는 열광적인 환호.
그것은 지금까지 삼정의 어떤 발표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광경이었다.
‘접근 법이 달랐구나.’
4GB의 램.
64GB의 내장 메모리.
1500만 화소의 카메라.
더 커진 화면과 높아진 해상도.
일반적으로 신형 모바일 기기를 발표할 때마다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스펙들은, 단순히 스펙에 불과했다.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고객들을 마법이 가득한 새로운 세계로 이끌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고인이 된 경쟁사의 스티븐 잽스는 언제나 고객들에게 그런 경험을 보여주었다.
‘이제 인터넷을 걸어 다니면서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이제 이 작은 MP3에 1000개가 넘는 곡을 담고 다닐 수 있습니다. 여러분.’
‘이제 쇼파에 앉아서 편하게 커다란 화면으로 아이폰 앱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이제 폰에 말을 걸면 AI가 여러분의 스케쥴을 자동으로 관리 해 줄겁니다. 여러분’
새로운 기능과, 그로 인해서 맞이 하게 될 새로운 생활.
잽스가 자신의 프레젠테이션마다 그토록 보여주려고 한 것을, 지금은 주용이 보여주고 있었다.
오직 이 ‘마법의 티켓’을 가진 사람들만, 30프레임의 한계를 초월하여 더 좋은 그래픽으로 8세대 콘솔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오직 이 ‘마법의 티켓’을 가진 사람들만, OGC에서 함께 놀던 AI들과 밖에서도 소통하며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고.
그것을 들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주용은 너무나도 잘 알 수 있었다.
당장 자신만 해도, 이 멋진 휴대폰을 미친 듯이 가지고 싶은 기분이었으니까.
“Yeeeeeeeeeeeeeeeah!!!!”
“삼정이 최고다!”
“이제 갤럭틱 폰이 내 인생 폰입니다!!!”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며, 주용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전해지는 흥분이 그의 마음을 서서히 물들이기 시작했다.
***
“아니, 저 양반, 원래 저런 성격이었던가?”
멀찌감치 무대 뒤로 물러난 상혁이 묻자, 주용의 수행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도 부회장님의 저런 모습은 처음 봅니다만···.”
그리고는 주용이 소리치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즐거워 보이시네요.”
그녀의 말대로, 주용은 마치 락 콘서트의 주인공처럼 마이크를 이리 저리 흔들며 미친 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여러분! 여러분이 앞으로 새로운 갤럭틱 폰의 오너가 된다면! 이제부터 여러분은 OGC의 AI친구들에게 마음껏 문자와 전화를 할 수 있습니다아아아!!!!”
“Yeeeeeeah!!!!!”
“게다가 전 세계에서 오로지 갤럭틱 폰에만 지원되는 기능으로써, 당신의 8세대 콘솔 게임기에 갤럭틱 폰을 연결하면 무려 모든 게임의 프레임과 로딩속도가 향상됩니다!”
“Holy Shit!!!!”
“젠장! 당장 폰을 바꾸겠어!”
“어떻습니까! 여러분! 오지지(Fucking Awesome)않습니까아아!?”
“Yeeeeeeeeeeeeeees!!!!”
“어떻습니까! 여러분! 지리지(Freaking Awesome)않습니까아아!?”
“Yeeeeeeeeeeeeeees!!!!”
“그럼 멋진 기사 부탁드립니다!!!”
“Y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ssssssssss!!!!”
그렇게 주용이 마이크를 잡고 자신이 한마디를 한 뒤 객석으로 마이크를 돌려 그들의 환호를 돌려받는 것을 즐기고 있는 사이, 같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고 있는 와이폰 6S의 발표는 언제나처럼 신사적이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게 그들의 스타일이었으니까.
"달라진 것은 단 하나, 전부입니다(The only thing that's changed is everything)".
그들은 그런 식으로 카피를 만들어 사람의 마음에 박아넣는 마술사들이었고, 발표자인 탐 쿡은 이번에 잡은 카피가 마음에 들었다.
아마 상혁이 보면 ‘X도 바뀐 거 없으면서 말장난 친다’라고 했겠지만 탐 쿡은 그런 사실을 몰랐으니까.
그리고 그는 또 다른 한가지 사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금 같은 도시의 저편에서 진행되고 있는 삼정과 PTW의 신제품 발표회가, 그야말로 참가자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밀어넣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그런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와이폰 6S의 행사는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단지, 평소의 와이폰 발표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위이이이잉-
아까부터 사방에서 울려대는 휴대폰 진동음.
뉴스에 민감한 기자들답게 휴대폰을 끄지는 않았지만, 기자들 대부분은 휴대폰을 진동 모드로 돌려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은 탐 쿡에게 그리 거슬리는 것은 아니었다.
기자들도 사정이 있을 것이고, 적어도 벨소리를 켜 놓는 무식한 기자는 없었으니까.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그러나 그런 매너도, 수십 개가 한번에 울리면 발표자의 심기를 거슬리는 법이다.
그래서 탐 쿡은, 잠시 발표를 정지하고는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딥 워터 호라이즌(2010년에 있었던 미국의 기름 유출 사고)이라도 다시 터진 모양인 것 같네요. 속보 알림인가요?”
기자들은 폰을 꺼내서 그 자리에서 확인하는 행동은 하지 않고 있었다.
조용한 행사장 가운데서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의 빛을 내비치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비매너처럼 보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탐 쿡은 미소지으며 그런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
“속보라도 온 거 같은데 잠시 확인할 시간을 드리죠.”
“괜찮겠습니까?”
“기자에게 뉴스보다 중요한 게 또 있겠습니까? 물론 오늘 뉴스 중에 와이폰 6S보다 중요한 뉴스는 없겠지만요.”
탐 쿡의 농담에 웃음을 터트리며, 기자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확인한 기자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탐 쿡의 농담처럼, 정말로 딥 워터 호라이즌이라도 터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표정은, 탐 쿡에게도 그것이 심상치 않은 일임을 눈치채게 만들었다.
“잠깐만, 아주 잠시만 발표를 멈추겠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시나리오대로 돌아가기로 유명한 와플의 발표답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탐 쿡은 잠시 자리에서 벗어나 친한 기자를 무대 뒤로 불렀다.
그리고는 기자들이 어째서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인지를 물었다.
“저, 그게···.”
“기자들이 저런 표정을 짓는 건 9.11테러 이후로 본적이 없어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전쟁이라도 났대요?”
“아뇨. 그런건 아닙니다.”
“그럼 대체 어떤 뉴스가 뜨고 있길래 기자들이 저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겁니까?
그것도 무려 와이폰 6S가 발표되는 역사적인 현장에서?
납득가는 이유가 아니라면 저는 화를 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 기자는 한숨을 쉬며 자신이 받은 문자를 탐 쿡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잠깐만요.”
그것을 읽던 탐 쿡은 자신도 모르게 기자가 들고 있던 와이폰을 빼앗아 눈 앞으로 가져갔다.
매너가 아닌 것은 알지만 지금 그런 걸 신경쓰게 만들만한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고 잠시 후, 기자의 휴대폰을 정신없이 읽던 탐 쿡의 입에서, 마치 신음과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친 X발. 장난하나···.”
그가 읽은 메시지.
그것은 지금 1만 명에 가까운 참가자들을 광기에 사로잡히게 만든 삼정의 새 휴대폰.
갤럭시 M에 대한 뉴스를 동료 기자가 적어 보낸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