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 게이머들의 천사
포보스의 기자 클라크는 일반적으로 인터뷰에 잘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PTW의 CCO와 인터뷰를 얻어내었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최근 연속적인 메가 히트로 업계에서 가장 핫 한 게임회사가 바로 PTW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은 경제지인 포보스의 관심을 끌었다.
기본적으로 상혁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PTW는, 재무재표를 공개할 의무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회사가 굴러가고 있는지를 궁금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는, 미국에서 온 기자의 질문에 상혁이 답하는 방식으로, 주로 PTW의 운영 방식에 대한 인터뷰가 주를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클라크가 가장 먼저 꺼낸 인터뷰 주제는, PTW의 후속작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단지 전작을 이어서 만들기만 해도 흥행이 보장되는, 막강한 IP를 수없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매번 새 IP를 만드는 PTW의 행보가 기업인들에게는 미스터리 그 자체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은 게이머들도 궁금해 하는 부분이었다.
“기본적으로 PTW에서는 후속작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전에도 몇 번 언급하신 적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 자리에서 왜 후속작을 만들지 않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자 상혁은 클라크의 질문에 웃으며 답해주었다.
“우선,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PTW라는 기업에서 수평적 체계가 동작하는 원리에 대해 이해해야 합니다.PTW의 직원들은, 매번 회사가 확장될 때 들어온 신규 인력도 있지만, 대부분은 근속연수가 몇 년 이상 쌓인 베테랑들이죠. 그리고 시니어 클래스 이상의 직원들은 다들 히트작 한 개 정도엔 참여해본 경험이 있고요. 이직률이 낮으니 가능한 거겠지만, 어찌됐건 그 사람들이 머릿속에는 이전에 히트작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후속작을 만들 때는 득이 되지만, 신작을 만들 때는 독이 되는 법이죠.”
“어떤 식으로 독이 되나요?”
“예를 들어보죠. 오늘 클라크 씨는 저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만약 다음에 포보스에서 저와 다시 한번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포보스에서는 어떤 기자를 파견하게 될까요?”
“아마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제가 다시 인터뷰를 맡게 되겠죠.”
“만약 다른 사람이 끼어들려 한다면요?”
“안면도 있고 인터뷰 경험도 있으니 경험 있는 제가 하는 게 낫다고 할 것 같네요.”
“그런 겁니다. 후속작을 만들면 전작 참여 인력과 신규 참여 인력의 어쩔 수 없는 경험의 차이가 발생하죠. 그건 수평적 의사 결정 과정에 방해가 됩니다.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경험’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고, 그 신뢰는 새로운 시도를 부정하게 하죠. 개발 과정에서 ‘아, 그건 예전에 내가 해봤는데 별로더라’라는 말이 안 나오게 하려고, 차기작을 선정할 때는 후속작을 처음부터 후보에서 제외하고 시작하는 겁니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요.”
“다른 이유라면?”
“매번 비슷한 게임만 주구장창 하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요. 저희는 유저분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도 몰랐던 새로운 재미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걸 통해서, 그 전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저희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분들이 ‘아,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였어!’라고 놀라게 하는거죠.”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안정성이 너무 떨어지지 않나 싶은데요. 지금까지는 연속으로 메가 히트를 이루어낼 수 있었지만, 시도가 실패하는 순간의 리스크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기업으로써 그 책임 소재는 누가 맡게 되나요?”
“그건 최종적으로 게임의 발매를 결정하는 CCO인 제가 책임집니다.”
“좋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매우 든든하겠네요. 다음 질문입니다. PTW의 직원 체계는 매우 자유분방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런 독특한 조직 문화가 독창적인 게임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의견을 제시하고 싶을 때, 상대의 직급이나 경력 때문에 입을 열기 두려워진다면 그건 창의적 개발에 방해가 되겠죠.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 저의 공식 호칭은 ‘상혁 씨’입니다. 우리 회사엔 부장도, 실장도, 사장도, 차장도, 과장도 없죠. 모두가 서로를 평등한 호칭으로 부르며 누구도 상대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겁내지 않습니다.”
“흠···. 단지 칭호를 통일하는 것만으로 그게 가능한가요?”
“가능해야죠. 의견 제시하는 직원을 다른 직원이 겁주면 제가 찾아가서 갈구니까요.”
“갈궈요?”
“바보스러운 의견은 내도 괜찮습니다.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아이디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남의 의견을 박살 내면서 대안도 제안하지 못하는 태클은 개발에 부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도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 바보스러운 의견을 내는 겁니다. 단지 그게 어째서 들어가야 하는지 말을 잘 못 할 뿐인 거죠.”
“하지만 그 모든 의견을 다 수용하면 프로젝트가 산으로 갈 수도 있을 텐데요?”
“산으로 가도 됩니다. 재미만 있다면.”
상혁이 설명을 덧붙였다.
“회사는 개발자의 열정을 현실이라는 이유로 꺼트려서는 안됩니다. 그게 아무리 바보 같고 효과가 미미한 것이라도, 그것이 조금이라도 플러스가 되는 아이디어라면 개발자 한명 한명의 의견을 소중히 여겨야 하죠. 그로 인해 개발기간이 늘어진다거나, 혹은 개발비용이 더 필요하다거나 해도 상관 없습니다. 개발자 모두가 완성된 게임을 보면서, ‘아, 이건 진짜 여기서 더 손댈 게 없겠다’하는 수준의 게임을 내놓는 게, 게임회사로서의 PTW가 가지는 사명이니까요.”
이후에도 인터뷰는 이어졌다.
클라크는 PTW라는 회사에서 그렇게 연속으로 메가 히트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상혁이 생각하는 이유라던가, 각 임원에 대한 소개,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 등 여러 가지 질문을 깊이 있게 인터뷰했다.
그리고 인터뷰의 마무리 단계에 와서야, 오늘의 가장 핵심적인 인터뷰가 될 질문을 던졌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 주제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싶습니다.”
“질문 하시죠.”
“작년 말 PTW에서는 Live2D의 게임 엔진별 프레임 워크와 제작 프로그램인 Prism을 무료로 배포하셨는데요. 현재 많은 게임회사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가져다 자신들의 게임에 적용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PTW에서는 해당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무려 3천억이란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3천억을 투자한 회사의 기술을 굳이 무료로 푼 이유. 그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좋은 기술이니까요. 2D 이미지를 3D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이란 건 단순히 서 있는 스탠딩 CG를 사용한 게임보다 게임을 훨씬 멋지게 만드는 마법같은 기술이죠. 그리고 저희는 그 기술의 라이선스를 풀어 좀 더 많은 회사에서 부담 없이 그 기술을 적용하길 원했습니다.”
“어째서요?”
“그 편이, 더 멋진 게임들이 많이 나오는 미래를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멋진 게임이 굳이 PTW의 게임이 될 필요는 없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사실 개발자로써 말하는 거지만, 게임은 내가 만든 게임보다 남이 만든 게임을 하는 게 훨씬 즐겁습니다. 제가 만든 게임은 내용을 제가 다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저희로 인해서 다른 회사에서 만드는 게임들에 그런 멋진 기술이 더 많이 사용되게 된다면, 그건 게이머로써 좀 더 많은 게임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될 거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플렉스라고 생각해주세요. 누군가는 돈을 벌어 전용기를 사고, 누군가는 번 돈으로 페라리를 산다면, 저희는 그 돈을 모아서 회사를 산 다음 Live2D의 라이선스를 푼 거죠.”
“좋습니다. 좀 더 많은 게이머의 행복을 위한 대의를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네. 대충 그런 느낌입니다.”
“만약 Live2D의 무료배포가 게임업계 전체, 그리고 게이머들을 위한 판단이었다면, 또 하나의 필수적인 질문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현재 RFU와 OGC에 들어간 ‘커뮤니케이션 엔진’이 엄청난 이슈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상혁 씨도 잘 알고 계실 거로 생각합니다.”
그러자 상혁이 웃으며 클라크에게 물었다.
“그거, 혹시 다음 질문이 커뮤니케이션 엔진을 다른 회사에 제공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입니까?”
클라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혁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우선 텍스트를 성우 연기가 들어간 음성으로 지원하는 TTS엔진의 경우는, Live2D 작업 도구인 Prism에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해당 기술에 대한 기술료를 받을 생각도 없고요.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경우는···.”
상혁이 뜸을 들이자 클라크가 침을 삼켰다.
어쩌면 지금 이 대답의 내용에 따라, 다음 달 나오는 잡지의 판매량이 수십 배로 뛸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상혁은 초조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클라크를 보며, 민준이 커뮤니케이션 엔진을 완성하고 나서,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거, 라이선스 프리로 풀자.”
“뭐?!!”
‘그’ 민준 조차도 완성을 위해서 반년 가까이 영혼까지 끌어다 완성했을 만큼, 커뮤니케이션 엔진은 민준이 가진 기술의 끝을 보여주는 결정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전에 만든 MYOM의 ‘마나 엔진’역시 민준이 만든 노력과 재능의 결정체이긴 했지만.
상혁은 그런 엄청난 물건을 라이선스 프리로 풀고 싶다는 민준의 발언에 충격받은 표정을 하며 물었다.
“어째서?”
“좋잖아. 다른 게임에서도 이게 돌아가는 게 보고 싶기도 하고. 물론 무조건 그러자는 거는 아냐. 상혁이 네가 동의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거지.”
그러자 상혁은 잠깐의 고민도 없이 민준의 파격적인 제안에 쿨하게 동의했다.
“그러지 뭐.”
“안 말려?”
“내가 왜 말려? 어차피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라이선스를 프리로 푼다고 해도, 우리가 작업한 대사의 사용권을 푸는건 아니니까. 다른 회사에서 쓰려면 거기서 전부 그 많은 대사를 새로 작업해야 해. 우리 같이 스크립터만 수십 수백 명씩 고용해서 그 미친 짓을 할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는 정말 멋진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거고,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만든 게임이랑 비교만 당하겠지.”
“그럼 푸는 거로?”
“푸는 거로. 아, 만약 그렇게 된다면, 좀 더 좋은 것도 얻어낼 수 있겠다.”
“어떤 거?”
“그건 나중의 즐거움으로 남겨둘게.”
그렇게 말한 상혁은, MS와 SANY에 연락해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존재에 관해 설명하고, 해당 라이선스를 다른 게임회사도 사용할 수 있게 풀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상혁이 가져간 프로토타입에 매료된 두 회사의 임원들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차세대 콘솔에 오직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연산 보조를 위해 필요한 AI 칩셋의 탑재를 결정했다.
단 하나의 회사를 위해서 추가하는 기능이라면 말도 안 되는 기능이지만, 만약 다른 회사에서도 커뮤니케이션 엔진을 이용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면 그건 게임업계의 혁명이 될 것이기에.
그 정도라면 이득을 줄여서라도 칩셋을 탑재할 의미가 충분하다고, 양사의 임원들은 판단하고 있었다.
“상혁 씨?”
상혁이 대답이 없자 클라크가 상혁을 불렀다.
그러자 상혁은,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며 클라크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다른 생각을 했네요.”
“예. 혹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나요?”
“아닙니다. 단지 원래는 조금 더 뒤에 발표할 예정이었던 주제를 꺼내셔서 놀랐을 뿐입니다.”
“발표요?”
“예.”
상혁이 말했다.
“애당초 커뮤니케이션 엔진은, 발표 시점부터 라이선스 프리인 상태였습니다. 저희가 아직 툴과 엔진을 배포하지 않았을 뿐이죠.”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이죠. 그럼 MS와 SANY가 미쳤다고 커뮤니케이션 엔진만을 위한 전용 AI칩셋을 8세대 콘솔에 추가했겠습니까? 당연히 다른 개발사에서도 쓸 수 있다고 저희가 제안했기 때문에 추가한 것이죠.”
“그럼 툴과 엔진은 언제부터 배포하실 생각입니까?”
“원래 계약은 OGC의 발매와 동시에 하게 되어있도록 약속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죠.”
“어떻게 변했나요?”
“원래라면 OGC는, 한국어로 작업된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번역작업을 거쳐 각국에 서비스 되도록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그랬다면 아마 올해 말이나 내년 봄엔 발매가 가능했을 겁니다. 하지만 국가별로 AI 성격을 따로 구현하기로 하면서, 발매 일정이 매우 늦어지게 되었죠. 아무리 빨라도 내년 여름 이후에나 발매가 가능할 정도로요.”
“그럼 그 말씀은···.”
“예. 그럼 굳이 올겨울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말입니다.”
상혁이 미소 지었다.
“조만간 툴의 언어에 대한 기초 작업을 마무리하고, 배포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클라크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정말입니까?”
“예. 그리고 이 내용은 클라크 씨가 세계 최초로 듣는 내용이니, 다른 언론에 흘리지 않고 독점 기사로 내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인터뷰에 대한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시죠.”
“헉! 감사합니다! 진짜로 감사드립니다!”
“대신, 좋은 기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가 3천억이나 들인 Live2D 엔진을 무료로 배포하고, 힘들게 개발한 커뮤니케이션 엔진 역시 무료로 배포하는 이유는, 오로지 게이머를 위한 판단이니까요.”
상혁은 겉으로는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속으론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당초 원본 작업 도구보다 훨씬 유저 친화적으로 다시 개발한 Prism과는 다르게, 커뮤니케이션 엔진은 툴이 아무리 편해도 작업량 자체가 너무 방대해서 적용하고 싶어도 적용하기 어려울 테니까.
사실 라이선스를 무료로 푼다고 해도 대형 개발사 아니면 손도 못 댈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욕을 먹는 것은 다른 개발사들이 될 것이고.
‘라이선스도 무료인데 왜 커뮤니케이션 엔진 적용 안 해주냐고 욕먹겠지. 막상 하려면 엄청나게 작업량이 많아서 적용하기도 힘들 거고.’
그렇게 생각하며 상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재미있겠다.’
세계적인 경제지와의 인터뷰 자리에서도, 상혁은 여전히 장난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클라크는, 그런 상혁의 속내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상혁을 보며 다른 부탁을 해 왔다.
“저기, 상혁 씨?”
“예.”
“죄송하지만 표지 사진을 다시 촬영할 수 있겠습니까?”
“아까 촬영했잖아요?”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의자에 거꾸로 앉아 등받이에 손을 얹은 포즈로 사진을 찍은 상혁은 갑자기 표지 사진을 다시 찍어달라는 클라크의 부탁에 의아함을 느꼈다.
그리고 클라크는 그런 상혁에게 자신이 어째서 그런 부탁을 한 것인지를 설명했다.
“원래는 그렇게 앉은 상혁 씨를 지구 위에 얹어놓을 생각이었습니다. 표지 타이틀은 ‘2014, 게임업계의 지배자.’로 갈 생각이었고요. 하지만 방금 인터뷰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좀 더 좋은 구도가 나올 것 같네요.”
“어떤 구도요?”
“그건···.”
클라크의 설명을 들은 상혁이 미소지었다.
그가 제안한 표지 컨셉이, 자신의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에.
그리고 몇 주 후.
상혁은 새로 발매된 포보스 잡지의 표지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자신의 사진을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다른 게임업계 종사자를 도발하기에 충분한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뭔가 예수님 같아.”
표지를 보며 서연이 말하자 지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머리 뒤에 후광은 왜···.”
“재미있잖아.”
상혁이 답하자 두 사람 모두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상혁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상혁의 앞엔, 지구만한 크기로 거대해진 상혁이 자애로운 표정으로 지구를 양손으로 품고 있는 괴상망측한 사진이 실린 잡지가 놓여 있었다.
[게이머들의 구원을 위해 하늘이 내린 천사들]이라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서브타이틀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