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35화 (236/485)

235. 광기와 애증의 축제

-드디어 오늘이 바로 그날이군요!-

경쾌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쇼 호스트의 목소리와 함께, RFU(Rhythm For Us)의 발매 시간에 맞춰 특별 편성된 생방송이 TV전파를 통해 송출되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이번 행사의 게스트는 PTW의 영원한 팬이자 가장 열렬한 팬을 자처하는 PTW게임 전문 리뷰어, 허먼이었다.

-전 세계, 콘솔 게이머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게이머들의 축제.

PTW의 신작 발매일이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허먼의 외침과 동시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자, 호스트는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잠시 전국의 게임 샵의 현장 모습을 실시간으로 감상하시죠!-

이윽고 화면엔 전국의 게임 샵 앞에 줄을 서 있는 유저들이 모습이 생중계 되었다.

맨하탄에서 LA까지.

미국을 가로지르며 화면에 비춰진 전국의 게임 샵의 모습은, PTW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단지 게임의 발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새 콘솔 발매 현장의 모습처럼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허먼 씨, 이번 신작에 팬들이 이리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당연히 그거야 RFU야 말로 ‘커뮤니케이션 엔진’이 최초로 적용된 게임이라는 점이 가장 클겁니다.

2차 NE 컨벤션이 끝나고 이어진 온라인 쇼 케이스 이후로, OGC의 스트리밍 베타 테스트를 통해 그동안 수많은 게이머들이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강력함을 체험할 수 있었죠.

그리고 그것을 게임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RFU는 올해 가장 강력한 GOTY후보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아직 1년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GOTY가 언급되는 겁니까?-

-무리는 아니죠. 바로 두 달 전, 이 쇼에서 생중계되었던 OGC 콘테스트 파이널을 기억하십니까?-

-그걸 어떻게 잊겠습니까? 전세계 PTW팬들을 흥분시킨 그 대 열광의 현장을요!-

-단지 OGC에 들어있는 ‘커뮤니케이션 엔진’에 들어갈 ‘AI 성격’을 선정하는데 유저들의 주목도가 그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시스템을 실제로 체험할 기회를 유저들이 놓칠 리가 없죠.-

-혹시 허먼 씨는 플레이 해보셨습니까?-

-예. PTW의 신작이 발매될 때마다, 리뷰 작성을 위해 사전에 게임을 받는 행운을 누리고 있으니까요.-

-정말 부럽습니다! 어찌 보면 PTW팬들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일수도 있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하하!-

-그럼 혹시 잠시나마 체험하셨던 게임에 대한 정보를 이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풀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래야 시청자들의 목마름이 조금이라도 해소될 것 같은데요?-

호스트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지만 허먼은 고개를 저었다.

PTW의 보안에 대한 집착은 허먼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발매 시간이 되기 전까진, 아무 말씀도 해드릴 수 없습니다. 엠바고(Embargo:보도 제한)가 걸려있으니까요.-

-좋습니다. 그럼 게임에 관한 내용은 둘째 치더라도, 게임이 준 인상 정도는 말씀해주실 수 있겠죠?-

허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풀 수 있는 유일한 정보를 말씀드리자면, 당신이 클래식 음악을 사랑한다면 RFU는 당신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게임이 될 것이고, RFU를 플레이하는 시간은 당신이 무덤에 들어가는 순간에도 떠오를 행복의 시간일 거라는 겁니다.-

-클래식 팬이 아니라면요?-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거운 게임입니다.

플레이하는 유저의 마음속에 음악을 사랑하는 감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말이죠.-

-그 말은 리듬 게임으로써 RFU가 게임성의 정점에 도달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리듬 게임이요?-

허먼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걸 리듬 게임의 범주로 해석할 수 있을지, 저는 확신할 수 없을 것 같군요.

저건 유저들이 생각하는 단순한 리듬게임 그 이상의 무언가니까요.-

-무엇이 RFU를 그리 특별하게 만드는 겁니까? 단순히 클래식 음악이 들어가고, 플레이어가 섬마을의 학교 선생님이 되어서, 제자들과 함께 곡을 연주하는 것뿐이잖아요?

젠장, 말해놓고 보니 말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하군요.

아무튼, 그런 게임의 내용 외에, RFU를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혹시 엠바고에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만이라도 알려주실 수 있다면···.-

허먼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2가지가 있겠지만 한가지는 2차 NE컨벤션에서 공개된 부분이 아니라 엠바고에 걸릴거고, 나머지 한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커뮤니케이션 엔진, 이거 생각보다 물건입니다.-

허먼이 제작진과 미리 조율한 각본에 따라, 스튜디오를 비추던 화면이 두 달 전 글로벌 버전의 AI를 뽑기 위해 PTW홈페이지에서 열린 ‘OGC 콘테스트 파이널’의 녹화 영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3달간의 이벤트 기간을 마치고, 국가별로 남은 마지막 50명의 후보에게, 인기순으로 위쪽부터 상혁이 한 명씩 PTW 입사 여부를 묻는 특이한 이벤트 영상이었다.

[OGC 콘테스트 파이널 인기 순위 5위 참가자 ‘글라도스’ 씨.

전 세계의 영어권 플레이어들이 당신의 플레이를 보고 당신과 게임을 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저희 PTW에게, 당신의 유쾌한 성격을 AI로 제작하여 전 세계 게이머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영광스런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GLaDOS’란 닉네임을 쓰는 참가자는 게임 안에 NPC로 구현된 상혁의 Live2D 캐릭터가 말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게임 안에 설치된 TV 안에 보이는 수많은 시청자의 모습을 보았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들이 무슨 말을 외치고 있는지는 잘 알 수 있었다.

‘Do It!!’

3차 이벤트부터 참가하여 파이널까지 살아남는 동안, 그녀를 응원한 수많은 팬이 소리 없이 외치는 아우성이, 그녀의 가슴을 두드렸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헤드셋의 마이크를 향해 작은 입술을 움직여 상혁의 질문에 대답했다.

자신보다 앞서 대답했던, 4명의 게이머가 했던 대답과 같은 대답을.

-Yes. I do.-

-Yeeeeeeeeeeeeeeah!!!!-

-Thank you! GLaDOS!!!!!-

-I love you!!!!!-

-게임 안에서 봐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게임 속 공간에 설치된 TV에 보이는 시청자들의 만세를 부르며 환호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자신보다 앞서 AI 성격 구현을 허락한 4명의 게이머가 보았던 그 광경과 같은 것이었다.

‘나까지 차례가 올까?’

OGC 콘테스트 파이널의 참가자 중에는 스트리머도 상당수 섞여 있었기에, 그들은 자신의 개인 방송을 열어 시청자들과 함께 이벤트를 시청하고 있었다.

한쪽엔 방송 화면을, 한쪽엔 PTW 이벤트 페이지를 열어둔 상태로.

그리고 PTW에서 뽑겠다고 공지한 숫자인 20위권 밖의 참가자는, 초조한 표정으로 이벤트 진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발 앞에서 거절하기를.

-Sorry.-

마침내 6번째 참가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자, 6번째 참가자를 지지하던 팬들이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반대로 21위권의 참가자를 지지하던 유저들은 그런 6번째 참가자의 거부를 환호성으로 맞이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살 떨리는’ 축제의 현장이었다.

웬만한 리얼리티 TV쇼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엄청난 주목을 받는 축제의 현장.

전 세계 수천만의 게이머들을 잠도 못 자게 하며 울고 웃게 했던 ‘그 이벤트’의 영상을 보던 호스트는 영상에 빠져 그때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허먼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체 무슨 마력이, 저 이벤트에 사람들이 저토록 열광하게 만든 것일까를.

-허먼 씨?-

-···.-

-허먼 씨!-

-아, 죄송합니다. 뭐죠?-

-영상을 보고 감회에 젖는건 좋지만, 저흰 방송 중이라는 걸 조금만 명심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아, 예. 제가 실수했군요. 그런 데 무슨 말씀을 하려고 하셨나요?-

-영상을 보는 중에, 조금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미국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고 때때로 슈퍼스타들을 낳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TV쇼의 범주 안에 있었지 이번 OGC 컨테스트 파이널 같은 열광적인 반응은 없었습니다.

대체 어떤 매력이 전 세계 순간 시청자 3천만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게이머들을 컴퓨터 앞에 붙잡아 둔 걸까요?-

-그게 이번 RFU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죠.

바로 커뮤니케이션 엔진 속 AI가 게이머에게 가지는 ‘의미’때문일 겁니다.-

-의미요?-

-저 콘테스트는 OGC라는 게임 속에서 한국을 제외한 다른 언어권 유저들을 위한 AI의 성격을 결정하기 위해 진행된 거란 건 기억하시죠?-

-기억합니다.-

-그럼 저 컨테스트에서 최종 선정된 인원들의 성격을 기반으로 OGC의 정식 발매 버전에서의 각 언어권 AI들의 성격이 만들어질 겁니다.

저 참가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말하고, 참가자들이 보여준 것처럼 반응하며, 참가자들이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준 것처럼 게임 속에서 유저들을 즐겁게 해줄 AI 성격 말이죠.

그건 단순히 게임 안의 성우를 투표로 결정하거나 하는 문제의 것이 아닙니다.

이벤트가 이루어지는 기간 동안, 유저들은 앞으로 영원히 자신들의‘친구’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은 성격을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거죠.-

-쉽게 말하면, 단순한 인기투표가 아니라, 내가 같이 놀고 싶은 ‘친구’를 뽑는 과정이었다는 거군요?-

-그렇죠. 그래서 저렇게 참가자가 거절했을 때 좌절하는 겁니다.

물론 참가자도 직장이 있거나 개인사정이 있으니 뽑혔다고 무조건 PTW에 입사해서 AI성격을 제작할 수 있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50명의 생존자들은, 누구 하나 같이 게임 하고 싶지 않은 성격이 없을 만큼 매력적이고 재치있으며 끼가 넘치는 참가자들이었습니다.

PTW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벤트가 끝난 지 두 달이 넘었음에도 아직도 계속 떨어진 참가자들을 모아서 DLC 성격을 내 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DLC라. PTW와는 관련이 먼 이야기네요.-

-그렇죠. 솔직히 말하면, 제가 응원하던 참가자도 순위에서 밀려서 떨어진 상황이라 저 역시 간절하게 DLC 발매를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PTW홈페이지에 올라온 도배글의 적어도 5%는 제가 올린 글일 거고요.-

그 순간, 화면에는 앞서서 제안을 거절한 다른 참가자들의 덕분에 마지막 순위로 뽑힌 34번째 참가자가 힘차게 소리치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세상의 행복이란 행복은 모두 가진 것 같은, 기쁨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Yeeeeeeeeeeeees!!!!!!! I Do!!!!!!!!!!!!!!!!!!!!!!-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영상은 35번째부터 전부 탈락이 확정된 참가자들과 그의 팬들이 보여준 절망도 함께 보여주었다.

그것은 마치 가장 친한 친구가 멀리 이사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린아이의 우울한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좋은 이벤트였죠.-

허먼은 가슴속에서 울컥하고 솟아오르는 감각을 짓누르며, 다시 자신을 비추는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아무튼, 저렇게 사람들이 ‘본인이 해보지도 않은 게임’에 대해 열광한 것은, 베타테스트를 통해 보여준 OGC의 AI 수준이 유저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제를 벗어나거나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에 대해서는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만큼은 OGC의 AI는 유저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해주었죠.

솔직히, 베타키를 가진 제가 플레이 내내 느낀 기분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아니 이걸 대체 어떻게 만든거야?’

라고요.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직접 플레이해본 제가 정식 버전을 목에서 손이 튀어나오도록 기대하는 상황에서, 게임을 하지 못하고 오로지 인터넷 방송으로만 다른 사람이 게임하는 것을 봐야 했던 게이머들의 갈증은 엄청났을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눈앞에서 엄청나게 재미있는 게임을 보여주는데, 정작 나는 돈을 아무리 줘도 플레이할 수 없는 상황을.-

-미치고 팔짝 뛸 것 같겠군요.-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죠. 게임샵에 진을 치고 있는 저 수많은 인파는, 그런 커뮤니케이션 엔진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오늘 발매되는 게임이 OGC가 아니라도 좋아.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엔진 속 AI와 대화하는 느낌은 반드시 오늘 느껴보고 싶어!’

라고요.

만약 제가 PTW전문 리뷰어의 길을 걷지 않았고, 단순히 게이머로 사는 삶을 살고 있었다면, 저 역시 3일 전부터 텐트를 치고 저 줄에 끼어 있었을 겁니다.-

-그 정도입니까?-

-그 정도 이상입니다. 어찌보면 기자나 리뷰어를 제외한 진정한 승리자는, 게임샵 주인일지도 모르겠네요.

적어도 자기 몫의 RFU와 X-BOX ONE, 코넥트 만큼은 확실하게 챙길 수 있을 테니까.-

-이토록 과열된 분위기라면 되팔이도 성행하겠군요.

게임 샵에서 따로 웃돈을 주고 예약분을 빼돌리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자 허먼이 미소지었다.

세계에서 게이머를 가장 사랑하는 게임사임을 자랑하는 PTW에서는, 게이머의 마음을 찢을 수 있는 그런 사태에 대한 배려도 이미 준비해놓았기 때문에.

-아까 게임샵을 비추는 영상에서 녹색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있었죠?-

-아, 기억나네요. 가게마다 한 명씩 있던데, PTW에서 점포에 배포한 굿즈 같은 건가요?-

-그거, PTW 직원입니다.

게임샵에 파견 나와서, 지정된 수량과 판매된 수량을 일일이 체크 하여 가게 주인이 따로 빼돌리지 못하게 감시하러 나온 사람들이죠.-

-샵마다 직원을 파견 보냈다고요?-

-물론 전 세계 게임 샵의 숫자가 엄청나니 전부 보내지는 못했겠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메이저 게임 샵에는 전부 직원을 보내 감시하겠다고 PTW에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저 파견은, 유저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줄 수도 있겠죠.-

-다른 즐거움이라면?-

-자신이 사랑하는 게임을 제작한 개발자들에게 게임을 구매하며 감사인사를 할 수 있는 즐거움이요.-

“오히려 반대일 텐데.”

방송을 듣고 있던 상혁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게임을 구매한 게이머들이 개발자에게 인사하며 느끼는 즐거움보단, 개발자가 자신이 게임을 구매하는 게이머를 보면서 얻을 즐거움이 더 클 테니까.

사실 출시 기념으로 겸사겸사 해외여행도 할 겸 보낸 파견이었다.

마스터 클래스 직원부터 얼마 전 입사한 직원까지.

전사를 대상으로 지원자를 받아 이뤄진 발매 행사였기 때문에.

이전까지는 이런 형태의 이벤트를 지원하는 대신 초기 물량을 넉넉히 푸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지만, 상혁은 얼마 전 OGC 컨테스트 파이널을 진행한 이후 RFU발매 행사 때 PTW 직원을 파견할 것을 결정했다.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유저들의 커뮤니케이션 엔진에 대한 기대치가 무지막지하게 높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은 상혁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8세대 X-BOX 콘솔의 웃돈 문제에 관한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부 게임샵 주인들이, 수요보다 절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X-BOX ONE을 따로 빼돌렸다가 웃돈을 받고 팔고 있다는 기사였다.

그로 인해 정상가의 3배를 지불해도 유저들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상황을 보면서, 상혁은 MS측에 해당 문제의 해결을 요구했다.

유통사에서 기기 물량을 빼돌릴 경우 해당 유통사와의 유통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그리고 PTW측에서는 게임 샵에 넉넉한 물량을 풀면서 동시에 직원을 파견하여 물량 빼돌리기를 감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었다.

이론적으로는 분명 넘치는 수량을 준비해 두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되팔렘들의 횡포가 성행할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슨 물량을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어.”

“그래도 이번엔 진짜 넉넉하게 풀지 않았나?”

“그렇지. 전체 X-BOX ONE 발매량보다 우리 초기 물량이 더 많으니까. 이론적으로는 남아야 정상이지.”

일반적으로, 초기 발매 수량은 ‘남지 않게’ 잡는 것이 보통이었다.

발매 첫날부터 게임샵에 게임이 남아돈다는 이미지는, 게임의 흥행이 별로라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러나 상혁은 그런 이미지보다 게이머들이 손에 원하는 게임을 손에 넣게 되길 원했기에, 이번엔 물량을 일부러 플레이 할 수 있는 기기 이상의 수량으로 준비했다.

방송에 나온, 간절한 표정으로 게임샵 앞에 줄을 서 있는 모든 유저들이, 웃으며 집에 기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러나 상혁의 계산은 그렇게 생각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X발 저거 뭔데?”

줄이 절반도 줄어들기 전에, 준비한 게임 수량이 바닥나려 하는 것을 본 상혁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한두 군데의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메이저 샵 대부분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상혁은, 방송에 나온 인터뷰를 듣고 나서야 자신이 어떤 판단 착오를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X-BOX ONE이요? 그걸 어떻게 구합니까? 나중에 구하면 바로 하려고 게임만 먼저 사러 온 거예요!

게임기는 나중에 사면 되니까요!-

상혁이 착각한 것.

그것은 오로지 X-BOX ONE을 가진 유저들 만이 RFU를 구매할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었다.

무려 7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남들이 게임하는 것만 보면서 침을 삼키고 있어야 했던 유저들의 광기는, 이미 상혁이 생각하는 범주를 가볍게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발매 첫날부터 기존 게임이 가지고 있던 첫날 판매 수익을 압도적으로 갈아치우며, PTW가 최초로 내놓은 ‘리듬 게임’은, 화려한 데뷔를 맞이하게 되었다.

플레이 가능한 기기의 총 수량보다 게임을 더 많이 찍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매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낳아, 발매량을 결정한 상혁을 황당하게 만드는 괴상한 현상을 일으키면서.

그리고 그날 게임을 구매하지 못한 유저들은, 울분을 참으며 집으로 돌아가 다시 인터넷 방송을 켰다.

게임을 구하지 못했으니, 스트리머가 플레이하는 RFU의 내용이라도 보기 위해서.

그런 게이머들에게 이제 PTW의 신작 출시일은, 아무리 물량을 찍어내도 반드시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게 되는 애증의 축제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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