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31화 (232/485)

231. 스트리머 경연 이벤트

상혁이 원하는 인재의 조건은 매우 복잡했다.

우선 누가 함께 게임을 하더라도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강렬한 ‘개성’을 가지고 있을 것.

그리고 밋밋할 수밖에 없는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개그맨 수준으로 대화를 재미있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예능감’을 가지고 있을 것.

그리고 그 예능감을 온갖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끼’를 가지고 있을 것.

상혁에게는 매도를 잘하던, 리액션을 잘하던, 잘 울던, 잘 웃던, 화를 잘 내던, 욕을 잘하던, 바보같이 굴던, 어찌 되었건 함께 게임을 했을 때 유저나 다른 AI와 즐겁게 캐미를 일으킬 수 있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 필요했다.

‘공개 오디션이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한데.’

문제는 ‘진짜로 끼 있는’ 지원자를 찾는 방법이었다.

AI 성격의 원본이 될 사람을 찾기 위해서, 무작정 전세계 모든 유저를 대상으로 OGC의 베타키를 뿌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현재 6만5천명 규모의 유저를 대상으로 스트리밍을 통해 OGC의 베타 테스트 서비스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PTW에서 오디션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OGC의 베타키 수량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상혁은, 이번 오디션에서는 조금 다른 방법을 취하기로 했다.

스트리머들 ‘스스로’가, 자신이 아는 가장 재능 있는 스트리머를 추천하게 할 수 있도록.

***

최근에 발매된 EOD 외에도, PTW의 게임은 구작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게임이 스트리머들에게 방송용 게임으로 인기가 좋은 편이었다.

콘솔 발매 초기에 나왔음에도 콘솔이 가진 성능의 영혼까지 박박 긁어모아 만든 듯한 그래픽 수준.

여타 게임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컨셉과 신선함.

그리고 매 게임이 발매될 때마다 넓게 확장되어 지금은 두껍게 쌓여있는 전 세계의 방대한 팬층.

굳이 스트리머들이 방송을 위해 인위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아도 게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드라마틱한 상황 등, 재미있는 게임 방송을 만드는데 필요한 대부분의 요소들이 PTW의 게임 전체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에 사는 트위지 스트리머 알렉스도 그런 이유로 PTW의 게임 방송을 자주 하는 스트리머 중 한 명이었다.

방송을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PTW의 골수 팬들의 덕분으로 100명대 시청자를 빠르게 달성할 수 있었던 스트리머.

그리고 오늘 방송을 킨 알렉스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잔뜩 떨리고 있었다.

[Yeeeeeeeeeeeeeeah!!!!!

여러분! 오늘은! 중대 발표가 있습니다! 오늘 방송 예정 시간까지 이 사실을 너무 말하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갑자기 왜 저럼?-

-대마초라도 구했니?-

-슈퍼볼 당첨된 거 아냐?-

-시끄럽고 오늘 예정인 방송이나 켜라. 난 EOD도 X-BOX도 못 구해서 방송이라도 봐야 한다고.-

시작부터 비명을 지르며 하이텐션으로 방송을 시작한 알렉스를 보며, 시청자들이 채팅으로 떠들기 시작했지만, 알렉스는 채팅을 무시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중대 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예정했던 EOD방송은 취소입니다! 지금 그걸 할 때가 아니니까요!

여러분!

제가 무려 OGC의 베타 코드를 구했다 이말입니다!]

-Holy shit!!!-

-WTF????????????-

-어떻게 구함? 그거 지금 매물도 아예 없는데?-

[예. 매물이 없죠. 하지만 오늘 공식 홈페이지에서 OGC가 지원하는 언어별로 스트리머 100명을 추첨하여 베타키가 발송되었다고 했어요! 제가 그걸 받았고요!]

-와 씨 운 억세게 좋네!-

-개 부럽-

-너 같은 하꼬한테도 주는 거 보면 완전 랜덤 추천인 듯.-

-좋겠다!!! 다른 애들 방송에서 봤는데 완전 개꿀 잼이던데 그거!-

[좋아요! 근데 자세히 보니 조건이 좀 복잡하네요.

지금부터 읽어보겠습니다!]

알렉스는 화면에 PTW 영문판 페이지의 공지를 띄워놓고는 천천히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번에 AI 성격 원본이 될 인물을 고르기 위해 상혁이 준비한 별도의 페이지였다.

[···추첨받은 베타키를 타인에게 양도 가능하며, 베타키는 발급받은 시간으로부터 1주일간 유효.

1주일 안에 홈페이지에 OGC 플레이 영상을 올려 추천수가 상위 50% 안에 들어가면 베타 기간 연장.

2주차부터 매 주마다 다시 50명의 추가 베타키를 추첨하여 발행하며 매 주의 끝마다 영상 추천수를 기준으로 하위 50%의 베타키 접속 권한을 종료.

매주의 끝에 상위 50% 안에 들어가는 50명의 플레이어는 주당 1000달러를 지급 받을 것.

2주차부터 진행되는 50명의 추가 참가자는 홈페이지 유저 투표를 통해 결정···.

최종적으로 3달간의 심사를 거쳐 12주간 마지막으로 남은 50명의 플레이어에게 PTW의 정규직 직원으로 OGC의 영문판 AI 성격의 베이직 캐릭터가 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잠깐만.

이거 그럼 PTW에서 영문판 성격을 따로 만들겠다는 이야기야?!

실제 사람을 기준으로?!]

-오 뭔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같다.-

-왜 저렇게 복잡한 방법을 쓰는 거지?-

-진짜로 엄청나게 재미있는 방송 진행 능력이 없으면, 12주 동안 살아남아 있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

-알렉스. 홈페이지에 있는 특수규정 부분도 읽어줘.-

알렉스는 시청자의 요청대로 공지 아래쪽의 특수 규정이라 적힌 부분의 글을 읽었다.

거기엔 베타키 양도에 대한 특별 규칙이 적혀 있었다.

[베타키를 가진 플레이어는 자신의 베타 권한을 양도할 수 있으며, 양도 받은 플레이어가 상위 50%에 잔류하게 될 때마다 양도받은 플레이어와 같은 양의 상금을 받을 권리를 가짐.

베타키의 양도는 주 1회 가능하며 양도받은 플레이어는 양도 받은 주에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 말은, 자신이 없으면 본인이 아는 가장 능력 있는 사람에게 베타키를 넘기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이 남은 기간 계속 순위권에 남아 있을 수 있다면, 첫 주에 양도했을 때를 가정할 때 11000달러라는 상금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 사실을 깨달은 알렉스는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다.

[Oh, Shit. 솔직히 말하면 나는 50% 안에 들 자신이 없는데?

어쩌지? 양도해야 하나?]

-그냥 해 보는 건?-

[그랬다가 1주 차에 떨어지면 한 푼도 못 벌잖아!]

-그럼 아는 스트리머한테 넘기던가. 지금이라던 돈 주고 사겠다는 사람 넘칠걸?-

[그, 그게 나을까?]

-중요한 건 그 양도받은 스트리머가 얼마나 재미있는 영상을 올릴 수 있느냐 아냐? 그 사람이 바로 떨어지면 한 푼도 못 받잖아.-

-넘기려면 예쁜 여성 스트리머한테 넘겨라. PTW게이머는 남자가 많으니까, 그게 더 가능성이 높을 듯.-

-멍청아, 이건 인기투표가 아니라고. 좋아하는 스트리머를 뽑는 게 아니라 그 스트리머와 같이 게임을 하면 재미있겠다를 기준으로 뽑는 거지.

실제로 그 사람이 최종 리스트에 뽑혀서 AI성격으로 구현되면 나중에 정식 발매될 게임에서 계속 같이 게임 하게 될 텐데, 단순히 얼굴 이쁘다는 거로 뽑을 거 같냐?-

-그 말도 맞네.-

채팅을 보던 알렉스는 고민했다.

자신은 50%안에 남을 자신이 없어도,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는 50%는커녕 최종 엔트리에도 남을 만큼 재미있는 녀석이 있었으니까.

문제는, 그 녀석은 스트리머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젠장. 진짜 개쩌는 녀석이 한 명 있긴 한데. 그녀를 설득해봐야겠어. 이번만이라도 좋으니까 이벤트에 참여해달라고.]

-직접 안 쓰는 거야? 나 같으면 상금 못 받더라도 일주일 동안 OGC베타테스트 할 수 있는 거로도 만족할 것 같은데.-

[물론 내 생각만 하면 그게 맞을수도 있는데, 나도 게이머라고.

진짜로 같이 게임하고 싶은 성격의 AI가 OGC의 정식 버전에 들어갔으면 좋겠으니까, 이번엔 양도 하겠어.

난 스트리머이기 이전에, PTW의 팬이기도 하니까.]

-대체 그 녀석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러는 거야?-

[그건 내가 그녀를 설득하고 나서, 영상이 올라오게 되면 알게 될 거야.

진짜로 재밌는 녀석이거든.]

알렉스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지인에게 바로 워크패스트의 음성 통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냥 듣기에도 엄청나게 귀여워 보이는 목소리가 알렉스의 방송을 통해 트위지에 송출되었다.

[hello? alex.]

-오 씨 목소리 엄청 귀여운데?-

-너무 어려 보이지 않아? 여동생인가?-

순간 채팅창이 소란스러워졌지만 알렉스는 침착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트레이시? 나 알렉스야. 지금 트위지 방송 중인데, 잠깐 이야기 가능할까?]

[지금 전 세계에 나랑 통화하는 내용을 박제시키겠다는 거야?]

[네가 싫다면 바로 끊을게.]

[괜찮아. 사실 무슨 이야기 할지도 알 것 같고.]

[어떻게?]

[나도 지금 네 방송 보고 있거든.]

-오, 이거 재미있게 되어간다.-

-트레이시, 이 채팅을 보고 있다면 당신 목소리가 귀엽다고 전해주고 싶어요.-

[고마워요.]

-헉! 채팅도 보고 있나봐!-

[아무튼, 들어보니까 나한테 베타키를 양도하겠다고 하는 거 같은데, 대답은 No야. 난 스트리머가 되고 싶진 않거든.]

[하지만 트레이시. 내가 아는 녀석 중에 너만큼 게임 잘하고 재미있게 말하는 놈은 없다고?

게다가 넌 계속 OGC베타키만 구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이야기했잖아.]

[그거랑 내 목소리가 전 세계 유저가 보는 PTW홈페이지에 영구 박제되는 건 다른 문제지.]

[오, 그러지 말고 제발. 젠장. 하나님. 어머님. 트레이시 님!]

[하아···.]

그녀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리자, 채팅창이 정적에 휩싸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체념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잔류 못 한다고 원망하지는 않을 거지?

‘이럴 바에는 내가 할 걸 그랬어!’ 같은 소리를 하면 네 엉덩이에 하이힐을 꽂아줄 거야.]

[절대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괜찮아! 그리고 만약 네가 잔류를 하게 되면, 내 상금도 너한테 줄게!

그러니까 최대한 재미있는 영상만 올려줘!]

[난 평소처럼 게임 할 거야. 그게 재미있는지는 보는 사람들이 판단할 문제지.

근데 상금도 넘기겠다면 너한테 남는건 뭐야?]

그녀가 묻자 알렉스가 답했다.

[전 세계 OGC유저들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겠지.

‘저 개쩌는 녀석은 내가 추천한 녀석입니다!’라고.

난 그거면 돼.

그리고 네 재능은 진짜로 묻혀있긴 아까운 재능이니까.]

[그렇게 생각해?]

[넌 이 일을 위해 태어난 걸지도 모른다고.]

[좋아, 베타키는 워크패스트로 넘겨. 오늘부터 바로 테스트 해볼게.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리 재미있는 영상이 아니라면 그냥 영상을 올리지 않을 거야.

그래도 괜찮다면, 해볼게.]

[Yeeeeeeeeeeeeeeeeeah!!!!!!

고마워 트레이시! 넌 역시 내 베프야!]

[시끄럽고 키나 넘겨. 어차피 할거라면 나도 OGC가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지금 당장 우리집으로 달려와서 방송 녹화하는 법도 알려주고.]

[지금 갈게!]

알렉스는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고는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을 향해 외쳤다.

[봤냐!? 내 친구가 OGC에 나간다! 내 친구가 OGC에 나간다고!!]

-확정도 아닌데 겁나게 좋아하네.-

-영상 올라오면 방송에서 말해줘. 얼마나 재미있게 게임하길래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인지 보러 가야겠어.-

-목소리만 들어도 최종 후보엔 들어갈 것 같은데?-

상혁이 ‘추천’의 힘을 빌려 세계의 DOLL ‘I’를 뽑기 위해 진행한 이벤트의 첫날은, 그렇게 이벤트에 뽑혀 기뻐하는 스트리머들의 모습과, 자신이 아는 가장 ‘재미있는’ 사람에게 베타키를 양도하려는 스트리머들의 모습과 함께, 12주간의 여정의 시작을 맞이했다.

***

“진짜 세상에 재미있는 애들 참 많네.”

“나쁜 의미로요?”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지수가 묻자, 상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좋은 의미로.”

이벤트가 시작한 지 3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벤트의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는 중이었다.

처음엔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영상에 표를 주던 게이머들도, 슬슬 자신들의 표가 어떤 의미인지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 이벤트가 단순히 ‘좋아하는’ 스트리머나 게이머를 뽑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2주차에 기존 추첨자에게서 비싼 돈을 주고 베타키를 양도받은 유명 스트리머들이 대거 탈락하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물론 해당 스트리머의 팬덤이 대규모로 몰려와서 투표를 조작하려 하는 행위가 있긴 했지만, 결국 ‘같이 게임 하고 싶은 성격’을 가진 참가자들의 영상이 몰표를 받으면서, 이 이벤트의 목표가 명확하게 재조명 받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하게 상혁이 의도한 대로였다.

제한된 수의 베타키를 운용하면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참가자를 선정하는 것.

그것이 상혁이 이렇게 복잡한 형태의 이벤트를 진행한 가장 큰 이유였으니까.

“그래도 오빠 말대로 진짜로 2주 차에 유명 스트리머들이 탈락할 때는, 엄청 놀랐어요. 팬들도 많았는데.”

“그거야 그 스트리머들이 대체로 자극적인 컨텐츠만 진행하거나 애당초 이슈 거리가 될만한 게임 플레이만 한다든가 해서 명성을 얻은 스트리머들이었으니까. 우리가 뽑으려고 하고, 유저들이 게임에 들어가길 원하는 성격은 단순히 욕 잘하고 게임 잘하는 그런 성격이 아니지. 같이 게임 했을 때 재미있을 것 같고, 다른 성격과 얼마나 캐미를 잘 만들어내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하게 되는 거니까.”

“그러게요.”

“사실 나도 이렇게 잘 굴러갈 줄 몰랐다. 그리고 국가별로 성향이 다를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고.”

상혁의 말대로, 타국가와 다르게 일본은 이벤트의 양상이 특이하게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전반적으로 스트리머나 아마추어를 중심으로 굴러가는 다른 국가의 이벤트 형태와 다르게, 일본은 아예 성우 매니지 업체에서 전략적으로 베타키를 입수해서 소속 성우를 참여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것도 전부는 아니었고, 일부 끼 있는 아마추어 방송인들이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승부의 행방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상태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혁은 그것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매주 50명이 남고 50명이 탈락하는 구조라, 대부분의 유저들이 기존에 지지하던 참가자 외에도 나머지 신규 참가자의 영상을 검토하고 신중하게 표를 행사했기 때문에.

그것은 참가자 제한이 없는 이벤트에서 노출 부족으로 순위 뒤집기가 어려워지는 기존 이벤트와는 또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신이 트레이시에게 표를 주어야 하는 101가지 이유]

[새로 올라온 참가자 영상 추천합니다. 진짜 30분 내내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게시판 역시 무슨 선거 여론전 수준으로 매주 참가자와 탈락자를 두고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고, 일부 게임 방송에서는 주마다 투표 현황판을 띄워놓고 ‘금주의 주목할 참가자’같은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게이머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던 것은, PTW가 보여준 ‘소통’의 형태 때문이었다.

이 이벤트 자체가,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완벽하게 재미있는 게임을, 단지 해당 국가의 팬들을 위해서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들여 뜯어고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PTW의 ‘진심’은, 팬들이 자신들의 표를 신중하게 행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PTW가 이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유’가, 유저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게임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니만큼, 유저들도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진지하게 투표에 임하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OGC에 대한 그런 유저들의 뜨거운 반응과, 언론과 방송에서 연일 떠들어대는 OGC의 뛰어난 AI에 대한 찬사는, 그 시점에서 가장 뛰어난 AI 서비스를 제공하던 한 회사의 심기를 크게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 삼정 전자의 부회장 이주용으로 하여금 상혁을 삼정 전자 본사로 부르게 만들었던 바로 그 회사의 심기를.

와플.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적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SARI라는 혁명적인 AI비서를 시장에 등장시켜 ‘혁신의 아이콘’이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그 회사는, 2013년 PTW에서 OGC를 발표한 이후로 ‘퇴물’이란 단어로 불리고 있었다.

1997년 스티븐 잽스가 복귀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불려본 적이 없던 그 단어로.

2011년 잽스의 사망 이후로 와플의 CEO를 맡은 탐 쿡의 앞에는, 그런 여론의 평가가 적혀 있는 보고서가 띄워진 와이패드가 놓여 있었다.

[OGC의 베타 버전을 플레이 해보면 SARI의 AI는 바보처럼 느껴진다.]

[사람이 정성을 다해 하나하나 만든 대사와, 감정 없는 기계가 만든 멍청한 AI의 대사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잽스의 사후, 와플의 시대는 저물었는가?

시대를 초월한 AI의 등장에 SARI의 미래는?]

선대 CEO인 잽스가 살아있었다면 와이패드를 집어던졌을 만큼 모욕적인 기사들이 나열된 보고서를 보며, 탐 쿡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회의실에 모인 임원들을 보며 이야기했다.

“SARI는···.”

그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와플에 있어서 SARI는, 선대 CEO인 잽스가 살아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혁신이었으니까.

‘잽스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불리는 SARI는, 잽스가 건강 악화로 고생 중일 때 발표한 ‘마지막 혁신’이었던 만큼, 와플 내부에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핵심 기능이 2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퇴물’이 되었다는 것은, ‘와플’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었기에, 탐 쿡은 이 사태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 역시 OGC의 오픈 베타 영상을 보았을 때, 진짜로 사람이 대신 말하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탐 쿡에게는 그나마 PTW라는 회사와 플랫폼이 다르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SARI가 바보 취급받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탐 쿡은 그것을 바꿔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SARI는, 애플의 상징인 스티브 잽스씨의 마지막 선물입니다. 그것은 혁신의 마지막 아이콘이었으며, 잽스 씨가 그리던 밝은 미래의 한 조각이었죠. 이제 묻겠습니다. 어째서,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가 몰려있는 저희 와플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AI가, 겨우 ‘게임회사’ 따위가 만든 AI에 밀려야 하는지.”

탐 쿡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말하는 목소리에서 살벌함이 뚝뚝 묻어나올 만큼.

그리고 그는, 그 살벌한 목소리로 모여있는 임원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말이죠.”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와플 본사에서 이루어진 대책 회의.

그것은 공교롭게도 ‘2인자’인 삼정의 이주용 부회장이 상혁을 만나 OGC의 갤럭틱 폰 적용을 논의한 지, 정확히 한 달 후에 진행된 회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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