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투자의 결실
“이상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8세대 콘솔 게임 시장에서의 분석 내용입니다.”
전자기기 업계에는 MS와 SANY, 넌텐도가 격돌하는 콘솔 전쟁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윈텔과 AMD가 서로 자웅을 겨루는 CPU전쟁.
삼정과 하위닉스가 벌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전쟁.
엔비디아와 라데온 진영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래픽카드 전쟁 등, 거대한 대기업들이 하나의 시장을 두고 피 터지는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그리 보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가장 격렬한 전쟁 중 하나가, 바로 구골과 와플이 벌이고 있는 안드로이드 진영과 와이폰의 스마트폰 전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3년 현재,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표하여 와플의 와이폰과 가장 격렬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스마트폰 개발사가, 바로 이주용 부회장을 필두로 갤러틱 폰 시리즈를 발매하고 있는 삼정 전자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삼정 전자의 회의실에서는 이주용의 지시에 따라 최근 벌어지고 있는 8세대 콘솔 시장에서의 경쟁사 흐름에 대한 분석 보고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나의 시장을 두고 자웅을 겨루는 두 거두의 싸움 양상이,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피튀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정의 상황과 비슷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자세한 분석자료와 함께 상황에 대해 전해 들은 삼정 전자의 부회장, 이주용은 부하 직언의 보고를 듣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주용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거대한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PTW의 코넥트라는 기기와, 그 기기만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의 존재가, 8세대 콘솔 전쟁에서 MS가 SANY를 이기게 한 원동력이라는 건가?”
“저희 전략기획실 분석으로는 그렇습니다. PTW라는 존재를 제외하면, 원래는 양사의 콘솔 게임기가 유저들에게 가지는 가치는 비슷하다는 게 저희 판단입니다.”
“결국은 컨텐츠가 승부를 가르는 키라는 거군.”
“외람되지만 단순한 컨텐츠의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무슨 뜻이지?”
“정확히 말하면, MS에서 PTW에게 코넥트의 기술을 이전받을 때, MS에서 양산을 대가로 받아간 것은 코넥트의 특허에 대한 이용 권한이었습니다. 덕분에 SANY는 코넥트와 비슷한 장비를 만들어서 배포하려고 해도, 특허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MYOM같은 PTW에서 만든 코넥트 전용의 독특한 게임은, 그것 때문에 오로지 전 세계에서 X-BOX라는 게임기로만 구현 가능한 것이 되어버렸죠.”
“기술은 우회할 수도 있지 않나?”
“그게 저희 쪽에서 해당 특허를 분석한 결과, 아예 우회할 수 없을 정도로 구현에 필요한 관련 특허로 도배를 해 놓았다고 합니다.”
보고자의 말에 이주용은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PTW가 원래부터 그렇게 하드웨어 개발에 강점을 가진 회사였나? 게임회사가 아니라?”
“게임회사가 맞습니다. 기본적으로 게임을 제외한 영역에서는 아예 이윤 추구 활동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특허를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다고?”
“그게 특이한 점입니다. 특허청에 PTW가 현재 보유 중이거나 특허 출원을 위해 제출된 특허 수를 확인해보았습니다만···.”
“얼마나 있지?”
“이미 등록된 특허만 850개가 넘습니다.”
“850개? 게임회사가?”
“게임 관련 특허만 등록에 아닙니다. 워크 패스트 관련 특허도 수백 가지가 넘고, 코넥트 관련 특허 외에 최근엔 VR기기 관련 특허도 수십 건이 등록되었습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특허 중에 인터넷 기술 관련 특허도 상당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인터넷 특허라면?”
“SNI(Server Name Indication·서버 네임 인디케이션)차단 방법에 대한 특허 외에도 인터넷 패킷을 감청하여 차단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가 굉장히 오래전부터 등록되어있었습니다.”
“오래전이라면?”
“가장 오래된 건 2001년에 등록되어있었습니다.”
이주용은 알 수 없는 이유였겠지만, 인터넷의 자유를 신봉하는 상혁은 민준에게 부탁하여 관련 기술에 관한 특허를 선점해놓은 상태였다.
나중에 방통위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Https 차단을 사용할 수 없도록.
그 외에도 상혁은 자신이 기억하는 온갖 기술에 대한 특허를 죄다 선점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는 한 번도 그에 대한 사용권을 주장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이미 PTW가 보유한 특허 관련 기술을 다른 기업에서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PTW가 보유한 특허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를 위한 것이었기에.
“사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자체에도 PTW가 보유한 특허 몇 가지를 침해하는 기술이 들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PTW에서 해당 특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적이 한 번도 없기에 쟁점이 되지 않았을 뿐, 만약 PTW에서 자신들이 가진 특허 전부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면 전 세계 IT업체들은 죄다 소송전에 돌입해야 할 수준입니다.”
“우리도 걸리는 게 있나?”
“몇 건 있습니다만 치명적인 수준은 아닙니다. 만약 문제가 되면 우회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좋아. 특허 관련 내용은 처음 들었지만,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회사군.”
“하지만 그렇기에 매력적인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인수할 수 있다면 가장 인수해야 할 회사 1순위로 꼽고 싶을 정도입니다.”
“불가능해서 문제지.”
“그렇습니다.”
“좋아,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수고하셨습니다. 이만 자리에 앉으세요.”
이주용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90도로 숙여 인사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이주용은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 입을 열어 임원들을 향해 말했다.
“오늘의 주제는, 어떻게 와이폰 진영을 우리 삼정의 기술로 압도할 수 있느냐고, 그것을 위해서 MS와 SANY의 경쟁 구도를 분석한 겁니다. 어떻게 MS가 SANY를 누르고 방금 시작된 8세대 콘솔 전쟁에서 승리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를 말이죠.”
분석은 모두 끝났다.
이제는 삼정이 그 분석을 토대로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를 결정할 차례였다.
“자. 여러분.”
삼정이란 거대기업을 이끄는 부회장이며, 실질적인 리더를 맡은 이주용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임원들에게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부터 조금 전의 보고를 바탕으로, 저희 삼정이 와이폰을 압도할 방안에 관해 이야기해봅시다.”
그리고 그 부회장이, 이번에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와플을 누를 방법을 찾아내라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 쌍벽을 이루던, 아니.
후발주자로써 조금 뒤처진 자리에 있던 MS가, PTW를 이용해 한방에 시장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 것처럼.
삼정은 지금, 기사회생의 한 수를 찾기 위한 회의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그 PTW라는 회사를 인수해버리는 건 어떻겠습니까?”
가장 먼저 나온 의견은, 누구나 생각할 법한 아이디어였지만 가장 정론인 아이디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를 위해 PTW라는 회사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분석한 전략기획실 실장 이무석은 그런 임원의 의견을 들으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이주용은,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는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무석 실장.”
“예.”
“이 자리에서 PTW라는 회사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자네일 테니, 임원들 앞이라고 주저하지 말고 자네가 생각하는 것을 말하게.”
“알겠습니다.”
주용의 지시를 들은 무석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우선, PTW라는 회사는 특이하게도 그 규모나 매출에 비해 지분을 100% 한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한회사의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주식 매수를 통한 회사 인수는 불가능하며, 아마 얼마를 제시해도 인수 협상조차 불가능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거야 금액 나름 아니겠나?”
“MS가 돈이 없어서 인수를 포기한 건 아닐 테니까요.”
자금력에서는 삼정에 절대 뒤지지 않는, 아니 오히려 삼정보다 더 대단한 회사라 할 수 있는 MS의 이름이 언급되자, 의견을 냈던 임원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이번엔 다른 임원이 마이크를 잡고 의견을 말했다.
“인수가 불가능하다면, 하청은 어떻겠습니까?
적당한 가격에 갤러틱폰 전용의 게임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자 주용이 무석을 바라보았고, 이번에도 무석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어렵습니다.”
“이건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나?”
“우선 저희 갤럭틱 폰은 플랫폼으로 구분하면 모바일 플랫폼에 속합니다. 그리고 PTW는 콘솔 플랫폼 전문 개발사죠. 양쪽은 개발 노하우도, 인력도, 숙련도도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아마 PTW엔 모바일 개발에 익숙한 인력이 존재하지도 않을 겁니다.”
“사람이야 뽑으면 되는거고, 금액을 올리면 협상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나?”
“PTW가 돈에 휘둘리는 회사라면 특허권을 행사하던 코넥트의 기술료를 MS에 뜯어내던 게임의 가격을 올리던 방법이야 하늘의 별만큼 많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벌 수 있는 돈이 저희가 제시할 수 있는 금액보다 압도적으로 클 거고요. PTW는 돈을 ‘못’버는 회사가 아닙니다. 그들은 돈을 ‘안’버는 회사라고 봐야합니다.”
“그런 회사가 존재할 수 있나?”
“저희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이미 있는 상황에서 존재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 경영 방식으로는 절대 회사 규모를 유지할 수 없을텐데.”
“저희 전략기획실에서도 그 부분이 납득이 가지 않아 그 부분에 대한 조사를 따로 했습니다. 화면을 보아주십시오.”
무석이 화면을 가리키자 화면에 하나의 그래프가 출력되었다.
“이것은 한 유명한 게임 시리즈의 타이틀별 판매량을 표시한 것입니다. 녹색 그래프는 해당 타이틀이 발매되었을 때의 판매량을 표시한 것이며, 붉은 색 그래프는 신작이 나오고 난 이후의 구 타이틀의 판매량을 표시한 것입니다.”
그가 프레젠터의 버튼을 누르자 비어있던 오른쪽 공간에 새로운 그래프가 등장했다.
“이렇게 신작이 나오면, 게임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연스레 판매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거기서 추가된 판매량은 해당 타이틀에서 추가된 신규 유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그래프를 통해, 여러분들께서는 4편을 플레이한 사용자 중 신규 사용자가 옛날 작품에 흥미를 느끼고 이전 게임들을 구매하는 수치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게 뭔가를 의미하는 건가?”
“이게 PTW의 전작 판매 그래프입니다. PTW는 매번 완전히 다른 게임을 내기에, 시리즈 형태가 아니라 독립 타이틀만을 발매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PTW의 게임은 전부 1편만 있는 게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PTW의 신작 게임이 발매되고 구작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수치를 표시한 것입니다.”
한눈에도 보기에도 이전 그래프보다 붉은색 그래프의 크기가 압도적으로 큰 모습이었다.
무석은 굳이 그 그래프가 어떤 의미를 가진 그래프인지 설명하지 않았다.
삼정의 임원들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눈에 이해할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러니까, PTW라는 회사의 새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굳이 예전 게임을 찾아서 함께 구매한다는 이야기인가?”
“그렇습니다. 전체 업계를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PTW수준으로 신규 유저가 같은 회사의 기존 게임을 구매하는 비율이 높은 회사는 없었습니다.”
“극단적인 수준의 확장 전략이군.”
그때, 이주용이 그래프를 보며 말했다.
“현명해. 아주 현명해. 그렇지. 새 제품을 구매한 구매자가 기존 제품도 함께 구매해준다면 매번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기존 제품의 판매량도 늘어나는 거니 단순히 새 제품의 수익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예전 제품 전체의 수익을 함께 가져갈 수 있으니까.”
“정확하십니다. 말씀하신 대로 PTW라는 회사의 판매 전략은, 극단적인 확장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품을 구매해서 마음에 든 구매자가 그 제품을 더 구매하고 싶어도, 새 제품이 없으니 같은 회사의 기존 제품을 구매하게 하는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비슷하게 하는 회사가 있긴 합니다. 바로 와이폰을 발매하는 와플이죠.”
“와플이?”
“여기 한 구매자가 있습니다. 이 구매자는 갤럭틱 폰을 사용하는 구매자죠. 그 구매자가 어느 날 티비에서 와이패드라는 제품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제품이 마음에 들어 와이패드를 구매하게 되었죠. 그리고 와이패드는 그 구매자에게 높은 만족도를 주었습니다. 그럼 그 구매자는 다음에 어떤 스마트폰을 구매할까요?”
“전혀 다른 제품의 사용자 경험이, 그 회사의 기존 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긴다?”
“그렇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PTW의 제품들이 공통으로 가진 특징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뭐지?”
“바로 새로운 경험입니다.”
무석이 말했다.
“다른 게임에서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그런 독특한 경험을, PTW의 게임은 완벽한 완성도로 체험하게 해 줍니다. 유저들은 그것을 통해서 도시를 방어하는 로봇들의 지휘관이 되기도, 마법사가 되기도, 의사가 되기도, 폭탄을 해체하는 군인이 되기도 하면서 매번 높은 만족도를 체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회사 자체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죠. ‘아, 이 회사의 게임은 전부 재미있구나.’ 하는 신뢰를. 그렇기에 PTW는 이미 고정된 성공이 보장된 기존 제품의 후속작보다, 아예 새로운 유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새 제품을 만드는 겁니다. 로봇도, 마법사도, 의사도 관심 없는 유저에게 군인이 되는 경험을 제시하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들어온 새 사용자가 나머지 제품도 전부 구매하게 하는 것. 그것이 PTW가 취하고 있는 극단적인 확장 전략의 정체입니다.”
상혁이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마 ‘아닌데? 그냥 만든 거 또 만드는 건 재미없어서 그러는 건데?’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혁의 의도가 어찌 되었건, 실제로 PTW가 취하고 있는 성공의 배경에는 저런 요소들이 작용하고 있었다.
물론 그에 따른 엄청난 리스크도 함께 지니고 있었고.
무석은 그 부분에 대한 설명도 이어나갔다.
“문제는 이 전략의 경우 하나의 게임이라도 실패하면 나머지 게임의 판매량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거의 지뢰밭을 걷는 수준의 방식이니까요. 그래서 PTW는 매번 만드는 제품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라도 망하면, 그때는 뒤가 없으니까. 그들이 만드는 게임에 대한 높은 평판은, 바로 그런 배수의 진을 치고 게임을 만드는 필사적인 노력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심지어 PTW 내부에서도 아무도 분석한 적 없었던, PTW라는 기형적인 구조의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분석이, 삼정전자 임원 회의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막대한 투자와 인건비 지출, 복지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어떻게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비밀이.
그것은 신작이 나올 때마다 매번 미친 듯이 올라가는 여타 게임사에서 절대 볼 수 없던 기형적인 구작 판매 비율에 기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무석의 분석을 듣고 있던 주용은, 감탄을 터트리며 무석을 칭찬했다.
“좋은 분석이야! 저 미친 회사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건지, 이제 좀 이해가 갈 것 같군!”
“과찬이십니다.”
“좋아. 그리고 조금은 와플이란 회사의 전략이 어떤 것인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째서 그들이 마우스나 와플 펜슬 같은 이상한 제품들을 계속 만드는지 이제 알 것 같군.”
제품이 아니라, 회사를 판다.
그것은 오로지 자신들의 제품에 절대적인 자신을 가진 회사만이 취할 수 있는 기업 경영 방식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주용은 감탄하면서도 마음속으로 아쉬움을 느꼈다.
와플이나 PTW가 취하고 있는 저 전략은, 삼정이란 기업과는 맞지 않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아쉽군.”
이주용이 말했다.
“우리 제품에 적용하긴 어려울 것 같아서.”
압도적인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는 와플의 전략과 그 뒤를 따라가며 적절한 가성비와 성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삼정의 전략은 같을 수가 없었다.
비록 그것이 목구멍에서 손이 나오도록 멋진 방식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잘 아는 이주용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삼정이, 우리의 갤럭틱 폰이 사용자들에게 그런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다면 와플을 압도할 수 있을 텐데.”
그의 그런 중얼거림이, 여기 모인 임원들에게는 ‘너희는 왜 그런 걸 못 만드냐.’라고 힐난하는 것처럼 들렸다.
왜 너희는 ‘SARI’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하느냐고.
왜 너희는 와플보다 앞서 사용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느냐고.
그런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임원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낸 것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장본인인 이무석 전략기획실 실장이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런 그의 말은, 이주용에겐 한 줄기 빛과 같았기에, 이주용은 반색하며 무석에게 번개같이 질문을 던졌다.
“방법?”
“물론 오늘 회의를 진행하더라도 저희가 와플처럼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런 게 나올 수 있었다면, 벌써 나왔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이주용 부회장님께서 가지고 계시고요.”
“내가?”
“예.”
“내가 가진 게 뭐지?”
주용의 질문에 무석은 깊게 심호흡했다.
그리고는 굳은 눈빛으로 주용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전에 PTW의 CCO와 만나서 얻어내신 PTW의 1주. 부회장님. 그 1주를 활용하셔야 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
삼정 전략기획실이 3일간의 치열한 분석을 통해 만들어낸 기사회생의 아이디어.
그것은 이주용이 이전에 얻어낸 PTW와의 인연을 이용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