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28화 (229/485)

228. PTW 이펙트

공식적으로 OGC의 해외판 버전에 들어갈 AI성격을 모집하기 전, 상혁은 번역팀에게 준비 기간 중 번역팀 전체가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스크립트 구조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학습해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에 모집하여 팀에 참여하게 될 ‘원본 성격’들이 바로 작업에 참여하더라도 옆에서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스토리팀에서 작업을 할 때는, 커뮤니케이션 엔진이 뽑아낸 ‘코드’를 기준으로 작업하게 된다.

어떤 성격의 대사가 어떤 게임을 누구와 플레이하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도로 대화를 하는지를 표시하는, 숫자와 문자로 이루어진 복잡한 코드 조합을 보고 거기에 맞는 대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번역팀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한글로 만들어진 문장을, 그대로 번역하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작업이 번역에서 창작의 영역으로 넘어간 이상 번역팀의 멤버들 역시 커뮤니케이션의 스크립트 코드 구조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었고, 상혁은 그것을 요구한 것이었다.

나중에 개성은 넘치지만, 게임 제작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가 팀에 참여하더라도, 옆에서 그 코드가 어떤 코드인지, 그 상황에 당신이라면 어떤 식으로 대답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지도할 수 있는 인원이 필요했으니까.

그렇게 스토리팀에게 번역팀이 스크립트 구조에 대해 배우는 동안, 상혁은 오디션 방식에 대한 준비를 진행했다.

성격을 ‘만들어’낼 수 없는 만큼, 지원자들 가운데서 OGC에 딱 맞는 성격을 가진 지원자를 뽑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했기에.

그리고 그런 상혁의 오디션 기획안을 본 민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혁에게 물었다.

“방식이 좀 특이하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뽑아야 하는 사람이 특이한 사람이니까, 뽑는 방식도 특이해야겠지.”

“흠.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찾는 건데?”

민준의 질문에 상혁이 답했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대사 하나하나가 귀엽고, 사랑스럽고, 혹은 멋지거나 재미있는 인간.

리액션을 너무 잘 해줘서 함께 게임만 해도 즐거운 사람.

웃음이 너무 헤퍼서 시트콤에 들어가는 효과음 수준으로 매 장면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사람.

장난기가 넘쳐서 평범하고 밋밋해질 수 있는 게임 플레이를 긴장감 넘치는 장면으로 만들어주는 사람.

예능 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

내가 스토리 팀에 현재 한국어판의 AI 성격을 구성할 때 요구한 게 그런 성격을 만들어달라는 거였으니까, 외국어 버전의 AI 성격을 구성할 사람은 우리가 만들어낸 수준의 그런 성향을 타고난 인물이어야겠지.”

“배역에 맞는 성우 찾는 것보다 어려워 보이네.”

“그럴 거야. 원래 사람이란 건 때와 운이 맞아야 찾을 수 있는 거니까.”

“때와 운이라···.”

“삼국지에서 유비가 하필 그날 돗자리를 팔러가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날 장비가 관우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유비가 그것을 보지 않았더라면 도원결의는 이루어질 수 없었겠지. 대부분이 회사에서 업무에 딱 맞는 인재를 찾기 어려운 것도 같은 이유고, 마침 그 업무에 완벽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구직 중이고, 그 사람이 하려는 일을 회사가 구인 중이면서, 구직하는 사람이 그 회사의 구인 글을 봐야하는 엄청난 확률을 뚫어야, ‘딱 맞는’ 사람을 뽑을 수 있거든.”

“그건 확률이 극악하게  낮잖아.”

“그러니까 회사에서는 여러 방법을 쓰지. 아예 특정 인물들만 집어서 지켜보고 있다가 그 사람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스카웃을 한다던가, 아니면 조금 조건에 안 맞더라도 가장 비슷한 조건의 사람을 찾아서 조건에 맞게 육성을 시킨다던가. 후자가 가능하면 좋겠지만, 이 ‘끼’라는 건 타고나는 거라 훈련시키기가 어렵거든, 그러니까 우린 그 극악의 확률을 뚫을 수밖에 없는 거고.”

“그 방법이 이 특이한 오디션 방식이다?”

“그렇지.”

“잘 될까?”

“잘 될 거야.”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잘 될 수밖에 없게 하려고 이 방법을 쓰는 거니까,”

***

그렇게 상혁이 오디션 준비를 하는 중에도, 시간은 흘러 어느새 X-BOX 진영의 8세대 콘솔이 발매될 날이 찾아왔다.

PS4의 발매일인 11월 15일보다 일주일 늦은, 11월 22일에.

MS가 8세대 콘솔을 출시한 날짜 자체는 상혁이 회귀하기 전의 8세대 콘솔 발매일과 같았다.

그러나 콘솔 발매일의 풍경이나 MS에서 추진한 런칭 이벤트의 규모는, 상혁이 기억하고 있는 X-BOX ONE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이 엄청난 인파를 보십시오! 저는 지금 와플 스토어 앞에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단지 뉴욕에 있는 게임 샵 앞에 와 있을 뿐이죠.

하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은, 와플의 신형 와이폰의 발매일에 모인 인원을 가볍게 추월할 정도의 엄청난 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 모든 난리가, 오로지 X-BOX ONE을 구매하기 위해 만들어진 진풍경이란 뜻입니다.]

아예 특집 생방송이 편성될 정도로, 발매일 이전부터 엄청난 줄을 만들어낸 구매 인파는 전부 X-BOX의 신작을 구매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방송을 카메라는, 그런 사람들의 기대를 증명하듯 가게 안에 산더미처럼 쌓인 X-BOX ONE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MS는 이번에 런칭 때 공급할 8세대 콘솔의 수량을 이전 세대보다 3배 이상 늘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국의 모든 게이머에게, 원하는 날에 충분한 양의 게임기를 공급하겠다고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더미 같은 게임기의 수량으로는 저 밖에 있는 거대한 인파들을 다 만족하게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겨우 신작 게임기의 발매에 불과한 행사에 이 많은 인파가 모인 이유를! 지금부터 여기 모인 시민들과의 인터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기자는 카메라맨과 함께 조심스레 가게 밖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줄을 서고 있는 사람에게 마이크를 내밀며 질문을 던졌다.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 저는 뉴저지에 사는 데이비드 쏜입니다.]

[뉴저지 분이 뉴욕의 게임 샵에 줄을 서셨네요? 거기도 게임 샵은 있지 않나요?]

[거기 샵보다 여기가 더 크니까요. 줄의 길이는 거기나 여기나 비슷합니다.

하지만 공급량은 여기가 더 많을 것 같아서 여기 온 겁니다.]

그때 뒤에서 야유를 보내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뉴욕 시민도 아니면서 굳이 여기까지 원정을 온 사람이 있다는 것에 분노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뭐야! 뉴저지 사는 놈이면 뉴저지에서 사라고! 왜 뉴욕까지 와서 지랄인데?!]

[꺼져! 뉴저지도 뉴욕의 일부다!]

[뉴욕 시민 누구도 그 말에 동의 안 한다! 지금 당장 줄에서 빠져서 너희 촌 동네로 돌아가!]

[X까! 이 앞줄을 차지하려고 내가 얼마나 오래전부터 줄을 섰는데!]

그러자 당황한 카메라맨은 급하게 기자에게 카메라를 돌렸고, 기자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멘트를 날리며 뒤쪽으로 이동했다.

[엄청난 흥분이 여기까지 전해지는 모습입니다. 이번엔 다른 시민에게 인터뷰를 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해 주시겠어요?]

[저는 ‘뉴욕’ 시민인 테드 올슨입니다.]

[예. 뉴욕 시민이시군요. 줄은 언제부터 서 계셨나요?]

[3일입니다. 3일 전부터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죠.]

[3일이나요?! 식사나 화장실은 어떻게 해결하셨죠?]

[뭐 작은 건 패트병에 처리하고 같이 온 일행과 계속 번갈아가며 줄을 서는 중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줄 길이가 너무 길어서 다들 일행을 이용한 교대는 허용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거든요.]

[잠은 어떻게 주무셨나요?]

[제 옆에 접혀있는 텐트 안보이십니까?]

[아, 그렇네요. 그럼 다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분명 일본에서 나온 PS4도 일주일 전에 발매가 된 것으로 아는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자처하며 X-BOX를 구매하시려고 하시는거죠?]

[그거야 당연히 PTW의 신작 게임이 3개 전부 코넥트를 지원하기 때문이죠.]

[코넥트요?]

[PTW에서 개발하고 MS에서 발매한 모션인식 게임기요.]

[그게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건가요?]

[그렇죠. 이미 이전에 가지고 있던 게임기도 X-BOX였고, 코넥트도 집에 있으니 당연히 다음 게임기도 코넥트 연동이 되는 게임기를 고르는 게 맞겠죠.]

[코넥트 지원이 그렇게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당연한 걸 물으시네요. 그거야 PTW에서 나오는 코넥트 지원 게임들의 재미가 끝내주기 때문이죠.

MYOM을 플레이해본 유저들이라면 전부 저의 의견에 동의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시청자 여러분도 보시다시피, 이처럼 MS는 일찍부터 8세대 콘솔 전쟁에서의 우위를 완전히 가져간 상태에서 X-BOX ONE의 발매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이제 끄셔도 됩니다.”

워싱턴 주 레드먼드에 위치한 X-BOX Game studio 본사.

그곳에 있는 회의실에서 MS의 창업자 윌 게이트는 만족한 표정으로 뉴스를 끌 것을 지시했다.

그러자 PTW와의 협업을 진행한 공로로 이제는 XGSOC의 부사장으로 승진한 크리스가, 재빨리 리모컨으로 티비의 전원을 끄고는 윌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윌은 만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모여 있는 임원들을 보며 말했다.

“전에 PTW의 첫 번째 NE컨벤션이 끝나고, 이 회의실에서 후속 회의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윌의 말에 몇 명은 추억에 잠긴 표정을, 몇 명은 침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그 때 회의에서 의견이 어떻게 갈렸는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그리고 윌은 그런 임원들의 표정을 보며 그때 있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때 PTW의 CCO 이상혁과 저의 내기로 인해서, 저희가 손해를 보고 코넥트를 염가에 팔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여기 임원 중 몇몇 분들은 제 의견에 반대하셨죠. 코넥트란 물건은, 그렇게 싸게 팔지 않아도 충분히 잘 팔릴 물건이라고요. 차라리 그 돈으로 게임회사를 인수해서 독점작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었죠.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었기에, 저희는 손해를 보면서 코넥트를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시장에 공급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오늘 이렇게 나왔습니다.”

윌이 미소 지었다.

“그때 저희가 손해 본 비용으로 어떤 게임회사를 구매했더라도, 그 독점작이 이만큼의 유리함을 저희에게 제공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러자 한 임원이 윌의 의견에 반박했다.

“대표님의 말씀은 단순히 ‘코넥트’와 ‘PTW’ 때문에 X-BOX의 8세대 콘솔이 성공했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저 많은 유저 중에 상당수가 단지 저희 게임기가 좋아서 구매하러 온 사람들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자 윌은 고개를 저으며 크리스를 향해 말했다.

“크리스 씨. 전에 조사한 통계를 읽어주세요.”

그러자 크리스가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통계자료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안의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기존 X-BOX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코넥트 보유자 수는 80% 이상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그리고 코넥트 보유자의 100%가, MYOM을 구매해서 보유 중이거나 적어도 한번은 플레이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또한, 차세대 기기의 선택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코넥트 보유 유저의 87% 이상이 코넥트 연동을 이유로 차세대기도 X-BOX를 선택하겠다고 말했으며, PS4의 독점작 때문에 PS4로 콘솔을 옮기겠다고 대답한 유저는 13%에 불과했습니다, X-BOX의 신작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유저들은 가장 기대되는 게임으로 1번째로 OGC를, 2번째로 RFU를 꼽았으며 3번째가 헤이로의 새로운 신작이었고 4번째가 기아스 오브 워의 신작을 꼽았습니다.”

“들으셨죠?”

윌의 말에 방금 윌의 의견에 반박했던 임원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보이는 결과와 숫자 자체가, PTW라는 회사의 영향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은 그들에게 명확한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8세대 콘솔 전쟁의 승자는 자신들의 승리로 결정되어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은, 오래도록 이 전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원하고 있던 윌 게이트를 매우 기쁘게 하는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윌은 기쁨을 감추지 않은 표정으로, 임원들을 향해 힘차게 외쳤다.

비록 8세대 콘솔 전쟁은 방금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축배를 들기에 전혀 어색한 타이밍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미 발매일에 맞춰서 공급량을 3배로 늘렸음에도, 그 물량은 오늘 안에 전부 팔려나가겠죠. 오늘은 축배를 듭시다! 그리고 한국의 PTW에 연락해야겠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말이죠.”

그렇게 말하는 윌의 머릿속은, 이후 PS진영을 완전히 압도하여 콘솔 게임 시장을 제패한 MS의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날이 오면, 그때는 어쩌면 PTW를 인수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윌은 생각하고 있었다.

MS가 콘솔 시장에서 완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 아무리 그 이상혁이라도 MS의 영향력을 무시한 결정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

‘가지고 싶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거부이자 전 세계의 운영체제 시장을 손에 쥐고 흔드는 그를 앞에 두고도, 맑은 눈으로 ‘유저를 위해’ 코넥트를 할인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던 상혁의 모습이 윌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그의 사고방식은, 윌에게 알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의 제안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에.

‘유저를 위해서라.’

사실 X-BOX라는 콘솔 게임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는 모회사의 대표로 여러 게임사의 CEO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개발자’들이 대부분은, 다들 상혁과 같은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유저를 위해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세계 최고의 개발사가 되고 싶다.’

그러나 말로는 그렇게 하지만 거기 걸린 돈이 수십억 달러가 되면, 결국은 다들 본성을 보이게 마련이다.

어차피 그들이 돈을 추구한다 하더라도, 게이머들이 그것 덕분에 즐겁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

다들 입으로는 유저를 위한다고 하면서도 눈앞의 이득을 두고는 ‘양심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선택을 하곤 했다.

이상혁이란 괴짜를 제외하고는.

만약 코넥트의 출시 가격이 30달러쯤 더 오른다고 해도 욕할 유저가 있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기기의 성능에 비하면 그 정도 지출은 게이머도 납득할 수준의 가격이라 할 수 있으니.

하지만 상혁은 마치 자신 안에 무슨 기준선이라도 있는 것처럼, PTW가 받아야 할 기술료를 포기하면서까지 기기의 가격 인하에 집착했다.

마치 ‘당연히 그 기계는 그 가격이어야 한다.’라고 믿고 있는 것처럼.

물론 그로 인한 이득은 전부 MS가 취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산업용 코넥트의 판매로 인한 막대한 이득뿐만 아니라, 기기 판매량에도 엄청난 도움이 되었고 PC유저들의 수요도 엄청났으니까.

출시 시점만 해도 엄청나게 비싼 부품들로 구성되었던 코넥트의 생산 단가도, 시간이 지나자 부품 가격이 내려가면서 자연스레 이득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되었다.

지금은 이미 코넥트를 팔면 팔수록 이득을 낼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현재는 코넥트 역시 X-BOX 게임 스튜디오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코넥트의 수요는 차세대 기기의 연동과 함께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그렇기에 코넥트의 존재는, 윌 게이트에게 있어서 말 그대로 보물덩어리라 할 수 있었다.

마치 하늘이 X-BOX의 승리를 위해 내려준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나 윌을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코넥트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경쟁자인 SANY가 기회를 잡고도 거절했다는 사실이, 그에겐 더 기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정말로, SANY는 코넥트의 양산 제안을 놓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겠군요.”

윌이 말하자 크리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 멍청한 자식들! 당장 손해가 된다고 앞으로의 미래를 버리는 바보 같은 녀석들!”

“맞습니다!”

“이제 콘솔 시장은 X-BOX가 지배한다!!!”

“YeeeeeeAh!!!”

샴페인을 터트리며 축제 분위기에 빠진 회의실에서, 윌은 조용히 샴페인 잔을 들어 올렸다.

그가 축배를 드는 그 시간에도, PTW의 지하 연구실에서 SANY와 PTW의 엔지니어들이 MS진영에 반격의 봉화를 올릴 차세대 주변기기 개발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

[8세대 콘솔 전쟁의 승패. 시작부터 명확하게 갈린 양대 개발사의 명운.]

[콘솔 게임의 절대 강자 SANY. 왕좌를 넘기다.]

[업계 관계자. ‘SANY에는 아직 매력적인 독점 타이틀이란 변수가 남아있다. 패배를 말하기엔 이른 타이밍.’]

[발매 첫날 성적 비교. MS의 X-BOX ONE이 SANY의 PS4의 판매량을 3배 이상 압도하다.]

[EOD 플레이어의 X-BOX버전 평가. ‘X-BOX is Winner.’]

X-BOX가 발매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각종 언론에서는 요란하게 X-BOX의 성공을 비추고 있었고, 전 세계의 콘솔 팬들은 X-BOX는커녕 PS4조차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언론 기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콘솔 게임기와는 전혀 관련 없는 곳에서도 이 전쟁을 주시하고 있는 시선이 있었다.

삼정 전자.

대한민국 1위의 대기업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는 대기업에서, 이 특이한 전쟁의 승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룹을 이끄는 삼정전자의 부회장.

이주용의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MS가 SANY를 누르고 콘솔 시장에서 지배적 우위를 차지한 이유에 대해 분석해서 보고하세요. 다음 임원 회의 때 발표할 수 있도록.”

이주용의 한 마디에 대한민국 최고의 분석력을 지녔다는 삼정 전자 전략기획실은 한동안 철야를 감수하며 뜬금없이 콘솔 게임 시장에 대한 분석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한참 오래전에 게임기 사업에서 손을 뗀 이후로, 한 번도 주목하고 있지 않던 분야에 대해서.

그러나 그들은 대한민국의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이었기에, 어떻게든 이주용 부사장이 요구한 3일이라는 타임 라인에 맞춰서 필요한 보고서를 완성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명석한 두뇌에 걸맞게, 해당 내용을 분석하며 어째서 이주용이 그런 지시를 내렸는지 단숨에 파악할 수 있었다.

“아마도 콘솔 시장에서 MS가 승리한 것을 바탕으로, 향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와플을 상대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시려는 의도겠지.”

전략기획실 소속 실장 이무석은 자신의 앞에 놓인 보고서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극적인 성공과 실패의 반복 속에서, MS가 어떻게 승리를 거머쥐었는지에 대한 보고서가 그의 앞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는, 엄청나게 많은 빈도로 한 국내 기업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었다.

‘Play to Win.’

팬들 사이에서는 PTW라는 약어로 불리는, 직원 800명 규모의 작은 회사.

그들의 보고서는 이번 콘솔 전쟁의 승패를 가른 가장 큰 핵심 열쇠가, 한국의 그 중견 게임사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시간입니다.”

부하 직원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이무석은 고개를 털며 정신을 집중했다.

이미 철야로 너덜너덜한 몸이었지만, 이 보고가 끝나야 자신의 업무가 끝나는 것이기에.

그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삼정전자 최상층에 있는 임원 회의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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