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26화 (227/485)

226. 평범한 게임을 갓겜으로 만들기

-안의 게임이 평범하다니, 그건 무슨 의미죠?-

호스트의 질문에 허먼이 답했다.

-OGC 안에 탑재된 게임 안의 게임들은, 사실 뜯어보면 대단한 점이 그리 많지 않은 게임들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완성도 자체는 높긴 하지만, 그래 봐야 잘 만든 마피아 게임에 잘 만든 생존게임, 잘 만든 공성전 게임에 불과하죠.

그런데도 OGC를 갓겜으로 만드는 것은, 안에 탑재된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비중이 90% 이상이라고 봅니다.-

-90%요?-

-사실 100%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솔직히 그 안에 들어있는 AI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안에 있는 게임이 완전히 똥겜이었어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니까.-

-그 정도입니까?-

-모르죠. 어쩌면 제가 보고 들은 것 이상으로 엄청난 물건일지도.-

허먼이 말했다.

-가장 먼저 오해를 풀고 싶은 부분은, ‘커뮤니케이션 엔진’이 스카이넷의 탄생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꽤 많은 분이 PTW 스카이넷 설을 믿고 계시더군요.

사실 저도 초반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OGC안에서 보이는 AI들의 대화 수준은, 적어도 게임플레이에 한정해서는 인간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으니까요.-

-그럼 유저들의 예상대로 그게 스카이넷 수준의 인공지능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우선 베타 테스트가 시작된 이후로, 수많은 유저들이 그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테스트를 수행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테스트요?-

-원래 게이머는 장난기 넘치는 종족들이니까요. PTW에서는 그들이 가지고 놀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난감을 선보였고, 그들은 그 장난감의 포텐셜을 확인하고 싶었을 겁니다.

테스트 릴레이도 그런 기대의 일환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죠.-

-구체적으로 어떤 테스트가 있었나요?-

-일단 커뮤니티에서 유명한 몇몇 테스트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패드립 컨테스트’가 있겠네요.-

-예? ‘패드립 컨테스트’요?-

-예. 게임을 시작하고, 캐릭터를 생성한 뒤 시작부터 AI들에게 무지성으로 욕을 때려 박는 겁니다.-

-그걸로 뭘 알 수 있길래···.-

-일단 정상적인 플레이 패턴은 절대 아니니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피드백이 구현되어 있다면, PTW는 이미 그런 유저들의 행동까지 예측하였다는 의미가 되겠죠.-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진행자가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자 허먼이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세상에 게이머들의 습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회사가 PTW가 아닐까 하는 믿음을 가지게 되더군요.-

유저들이 수행한 ‘패드립 콘테스트’에서, OGC의 AI들은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우선 가입 전에 만나자마자 욕을 박는 경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주인공을 배척하는 패턴을 보였고, 그 이후에 사과하고 동아리에 가입한 이후에도 지속해서 초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언급하며 게이머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감도 수준이 거의 올라가지 않는 수준으로 플레이어에 대한 경계도가 맥스 수치를 찍었기 때문에, 패드립 컨테스트를 수행한 플레이어들은 세이브를 지우고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근데 또 관계가 어느 정도 쌓여있는 상태에서는 좀 반응이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가요?-

-초반에 관계를 잘 구축하던 플레이어가 갑자기 AI에게 욕을 하거나 비난을 하면, 욕의 수위에 따라서 즉각 화를 내는 AI도 있지만, 반대로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냐며 걱정하는 AI도 있죠.

이건 OGC의 AI들이 단순히 유저의 특정 대사에 따라 반응하는 반응형 AI로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한동안 커뮤니티가 축제 분위기가 될 정도였습니다,-

-반응형이 아니라면 뭘까요?-

-알 수 없죠. 진짜로 성장 하는 AI인지는 코드를 까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적어도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는 성공한 수준의 AI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엄청난 거죠.-

허먼은 이전까지 가장 유명한 AI 어시스턴트인 와플의 SARI를 예로 들며 말했다.

-애플의 AI비서인 SARI를 아시나요?-

-예.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저도 아이폰 유저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SARI는 AI 비서로써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죠. 혹시 SARI와 잡담수준의 대화를 자주 하시는 편인가요?-

허먼의 말에 호스트가 손사래를 쳤다.

-설마요. 처음에야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말하긴 했지만, 금세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그렇죠. 대부분이 경우, SARI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대화가 들어왔을 때 해당 내용을 검색하는 패턴을 보여줍니다.

그건 대화 흐름을 엄청나게 끊어먹는 일이죠.-

-AI니까요.-

-물론 SARI도 유저 정보를 기억하긴 합니다. 그러나 그건 정해진 카테고리 내에서 빈칸을 채우듯이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고, 상대를 이해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죠.

AI 비서는 기본적으로 유저의 요청에 반응하죠.

예를 들어 AI 비서는 제 대신 근처 미용실에 예약 전화를 걸 수도 있습니다.

마치 사람처럼요.

하지만 제가 버튼을 누르거나 음성으로 호출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조용히 잠들어있죠.

갑자기 심심하다고 새벽 2시에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놀아달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그럼 욕을 먹었겠죠.-

-그렇죠. 그래서 AI비서는 어디까지나 비서이지 친구는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원래 인간은 욕망이나 꿈을 가지고 있는 존재니까요.-

-그럼 OGC의 AI는 다르다는 건가요?-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게임 안의 AI들은 성격에 따라 다양한 욕망이나 취향을 가지고 있어요.

그 모든 성향은 유저가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죠.

그리고 그렇게 생성된 AI는, 실제로 OGC를 플레이하는 내내 플레이어의 행동을 자신에 취향에 맞게 교정하려 노력합니다.-

-교정이요?-

-뭐라 설명해야 할까···. 아, 예를 들어 OGC안에 있는 게임 중 하나인 울프 캐슬을 플레이한다고 해보죠.

그건 공성 게임이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와 AI동료들은 팀을 꾸려서 수성이나 공성측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무기들을 사용해서 상대 팀의 NPC와 AI들을 막아야 하죠.

이때 재미있게도, 아군 AI의 울프캐슬에 대한 ‘직업 선호도’를 전부 딜러로 설정하면, AI들은 서로 딜러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서 다른 AI에게 탱커나 지원 역을 하라고 강요하죠.-

-다른 AI는 거부하겠군요?-

-그렇죠. 그럼 이제 남은 건 플레이어죠.

초반엔 탱커가 더 재미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플레이어에게 탱커역을 제안하던 AI들은 플레이어가 불평을 하기 시작하면 신입이라는 이유로 탱커를 강제로 맡깁니다.

그러다가 플레이어가 더 강하게 반발하면, 사다리 타기나 로테이션으로 탱커와 지원역을 맡겨버리죠.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딜러를 하지 못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게임 하는 내내 투덜거리면서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요.-

-진짜로 사람같네요.-

-그게 놀라운 점입니다. 일부러 게임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전부 스크립트로 설계해 놓은 것처럼, 게임 안의 AI들은 놀라운 수준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며 사람 같은 행동으로 유저를 몰입하게 하죠.

이게 싱글플레이 기반 게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 어느새 온라인으로 만난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느낌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진행자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다른 이슈에 대한 질문을 건넸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겠군요.

허먼 씨, 그럼 아까 말한 ‘챌린지’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아까 말한 것처럼, 그렇게 뛰어난 AI를 갖추고 있으니, 테스트에 참여한 유저들이 할 건 하나밖에 없었죠.

‘이게 어디까지 되는지 알아보자.’

그래서 플레이어들은 온갖 방법으로 OGC라는 게임의 한계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유행했던 ‘패드립 챌린지’를 통해서 AI가 진짜 사람처럼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저들은, 이번엔 AI에게 빨간약을 먹이려고 시도했습니다.-

-잠시만요, 빨간약이라고요?-

-예. 아, 정확히 이 챌린지의 다른 이름은 ‘매트릭스 챌린지’라고 합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이 빨간약을 먹고 자신이 가상세계 안의 주인공임을 알아차리게 된 것처럼, OGC안의 AI에게 자신이 AI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가를 테스트 해본거죠.-

-그건 정말 미친 듯이 결과가 궁금한 테스트군요.

어떻게 되었습니까?-

-반은 성공, 반은 실패라고 봐야겠죠?-

허먼이 말했다.

-일단 게임이나 생활 같은 주요 관심사에 대한 집착이 강한 성격의 AI는 플레이어의 이야기를 영화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무시합니다.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면 증거를 대보라고 말하는데, 딱히 플레이어가 증거를 댈 수 있는 수단이 게임안에 존재하지 않죠.

그래서 머뭇거리고 있으면 이번엔 ‘사실은 자신이 진짜 사람이며, 매트릭스에 들어가 있는 것은 바로 너다’라고 플레이어를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그럴싸한 근거까지 대면서요.

그 연출은 정말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었어요.-

-절반의 성공은 뭐죠?-

-특정 성격의 경우 플레이어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의구심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하고, 플레이어의 편을 들며 다른 AI에게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더군요.

그리고는 결국, 뭔가 게임에 흥미가 없어졌다며 계속 멍하니 있는 행동을 반복합니다. 마치 뭔가 생각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축약해서 짧은 과정이지만, 그렇게 뭔가 진짜로 진실을 깨달은 것 같은 느낌으로 연기하는 AI를 보면서, 저는 PTW가 진짜 미친 회사라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죠.-

-재미있네요. 다른 챌린지도 있나요?-

-같은 AI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일주일 3시 세끼 내내 먹자고 제안하는 ‘슈퍼 사이즈 미 챌린지’도 있었고, 트롤링만 반복했을 때 같은 동아리 부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보는 ‘트롤링 챌린지’도 있었고, 마피아 게임을 하면서 무지성으로 한명 만 악의적으로 지목하는 ‘난 한 놈만 패 챌린지’도 있었죠.

진짜 게이머의 창의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들로 가득한 베타테스트입니다.-

-그 결과는 어찌 되었나요?-

-‘슈퍼 사이즈 미’ 같은 경우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아이스크림 같은 기호 식의 경우에는 일주일 내내 먹어도 질린다는 반응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햄버거나 치킨 같은 메인 디쉬 같은 경우는 살찐다던가 너무 먹어서 질린다는 반응을 보였고요.

싫어하는 음식에 대해서는 한두 번은 예의상 같이 먹어주지만, 계속 먹자고 요구하면 플레이어에게 자신이 그 음식을 싫어한다고 설득하려 하고, 그래도 고집하면 이기적이라면서 밥을 따로 먹으려고 하는 행동을 보이더군요.

‘트롤링 챌린지’의 경우는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상냥한 성향의 AI들은 플레이어에게 게임 요령을 가르치려고 애씁니다.

그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해도 계속 상냥하게 설명하려 하죠.

그리고 또 반복하면 고의로 트롤링 하는 것이 아닌가를 의심합니다.

그 이후에는 게임 시작 전에 주의를 시키기도 하고, 계속 트롤링을 하면 게임이 재미없어지니. 동아리에서 나가달라고 하기도 하죠.

‘난 한 놈만 패 챌린지’의 경우는 성격마다 다양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간식이나 아이템을 사주면서 호감을 사려고 하는 AI도 있었고, 자신에게 악감정이라도 있는 거냐고 잘못한 게 있다면 사과하겠다는 AI도 있었고, 억울해하는 AI도 있었죠.

하지만 그 모든 챌린지에서 밝혀진 사실은, 유저가 머리를 쥐어 짜내서 만든 ‘이러면 어떨까’하는 상황에서조차도, 미리 준비된 잘 짜인 대사들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거의 집착 수준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대사 리스트가, 유저가 말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다양한 패턴의 대화를 전부 커버하는 거죠.

그게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고 봅니다.-

-뭘 의미하는 거죠?-

-PTW라는 회사가, 이번엔 우리 게이머들에게 진짜 ‘친구’를 주려고 한다는 사실이죠.-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정체는, 스카이넷이 아니라 ‘친구’라는 말인가요?-

-그렇죠. 세계에서 가장 게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 집단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총동원해서, 같이 게임하면 가장 이상적일 것 같은 재미있는 성격으로 완성해낸 AI.

그게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정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린 곧 그 게임을 해볼 수 있게 되겠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게임 개발사, PTW의 덕분에!-

“Yeeeeeeeeeah!!!!!”

“존나 하고 싶다!!!!”

허먼이 소리치자 객석의 관중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그가 말한 것은, 마치 게이머의 유토피아에 관한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까지 허먼이 이야기한 게임의 평가는 너무 좋은 점만 강조하고 있었기에, 호스트는 객관성을 위해 게임의 단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일단 허먼 씨의 말을 들어보면 단지 베타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는 게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게임이란 없죠.

단점도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허먼 씨가 본 OGC의 단점은 뭐가 있습니까?-

-단점이요? 방금 이야기한 부분에서 단점이란 게 있을 수 있는 게임이란 생각이 들던가요?-

-그래도 뭐가 있지 않을까요? PTW의 게임은 호불호가 갈리기로 유명하니까요.

분명 누군가는 게임에 불만을 가진 유저도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호스트의 질문에 허먼은 한참을 고민하다 겨우 답을 내놓을 수 있었다.

-확실히 커뮤니티 의견 중에 몇 가지는 아쉬운 점이 있긴 했죠.

정확히는 단점이라기보다는, 이런 부분도 지원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의견이었지만.-

-설명해주시겠어요?-

-좋습니다.

우선, 안에 들어가 있는 게임이 3종류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그 게임들이 전부 그래픽이 단순하고 게임 시스템도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

물론 각 게임마다 필요한 AI의 대사가 전부 다르고, 그 모든 대사를 성격에 맞춰서 따로 제작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을 더 늘릴 수 없는 PTW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렇게 단순한 게임으로도 이 정도 재미가 나오는데, 좀 더 복잡한 게임을 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3게임 전부, 게임 안에서는 육성이나 성장의 재미가 있긴 하지만 게임이 끝나고 나면 다음 게임때는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서 시작해야합니다.

물론 이전 플레이 경험을 통해서 AI의 실력이 향상된다던가, 팀이 새로운 전략을 시도한다던가 하는 ‘외적인 성장’은 있지만, 레벨이 유지된다던가 지뢰 크래프트에서 함께 마을을 만든다든가 하는 재미는 없죠.

함께 게임을 즐긴다는 컨셉은 100% 잘 살린 게임이지만, 가능하다면 ‘함께 무언가를 완성한다’라는 재미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희망사항은요?-

-번역 이슈가 조금 있습니다.-

-번역이슈가요? 그 PTW에서?-

호스트가 놀라며 물었다.

PTW에 소속된 번역팀은 다른 게임회사처럼 외주 인력에 하청을 맡기거나 간단히 양쪽 언어를 모두 할 수 있는 직원이 맡는 것이 아니었기에.

회사 내부에서도 번역팀은 상당히 고액 연봉자 그룹에 속할 정도로, 상혁은 번역팀의 능력 수준을 맞추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적어도 번역에서 만큼은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그런 PTW에서, 아무리 대사량이 많다지만 번역 문제가 이슈가 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호스트가 질문하자, 허먼은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물론 번역 퀄리티 자체는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뭔가···. 문화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분명 영어로 이야기하고 있고, 영문권 성우들의 목소리로 연기가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저와 게임을 하는 AI들이 마치 한국인처럼 행동한다고 느낀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베이스 성격을 한국어로 작업하고, 그것을 번역으로 옮기면서 생기는 문제겠지요.-

-거슬릴 정도로 차이가 크게 납니까?-

-오, 그 정도는 아닙니다. 단지 좀 이해가 가지 않는 개그를 한다던가, 집착하는 포인트가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부분에서의 차이가 조금 느껴지더군요.-

-아, 그건 확실히 아쉬울 수 있겠네요. 미국의 게이머들은 미국인 성격의 AI 친구들을 원할 테니까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이 한국인 AI들의 성격에 완전히 빠져버릴 만큼, 현재 구현되어 있는 성격은 정말 매력적이니까요.

단지 국가별로 좀 고유의 성향 차이를 반영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거죠.

지금도 만족하지만, 그러면 ‘더 좋겠다’라는 수준의 기대감?

그런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를 포함해서 영미권 테스트 참여자들의 일부의 의견입니다.

굳이 PTW에서 신경 쓸 필요는 없죠.

솔직히, 영미권 유저들을 위해서 새 성격을 만든다고 하면 그 작업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을 테니까요.

아마 미리 준비해둔 것이 아니라면, 그것만을 위해서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들 겁니다.

저희는 거기까지 요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베타 버전이라 공개되지 않은 부분에 그런 것들이 포함되어 있으면 좋겠다 하는 희망 사항을 꿈꿔보는 거죠.

없어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지금 버전의 OGC만 하더라도, 이미 게이머들에겐 꿈같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게임이니까요.-

“영미권 성향의 AI라···.”

방송을 듣던 상혁이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그런 상혁의 앞에 놓인 모니터에는, 방송이 나오고 있는 홈페이지 외에도 한 장의 문서 파일이 열려 있었다.

워크패스트를 통해서, 상혁에게 올라온 제안서가.

그리고 그 파일엔 평소엔 맡겨진 일을 하는 것 말고는 한 번도 요청서를 올린 적이 없던 팀의 로고가 박혀 있었다.

‘우리는 한다 번역을’

-팀 초월번역-

한 번도 개발 제안을 한 적이 없던 PTW의 번역팀에서 상혁에게 요청한 첫 번째 제안서.

그 제안서의 첫 페이지는 이런 제목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OGC의 언어별 전용 AI 성격에 대한 추가 작업 기획안’

번역팀에서 며칠 전 워크패스트를 통해 상혁에게 보낸 제안서.

상혁을 최근 며칠간 고민하게 하고 있던 그 제안은, 공교롭게도 허먼이 지금 방송하고 있는, ‘OGC에 있으면 좋을 것 같은 희망 사항’ 중 하나인 언어권별 전용 AI 성격의 제작에 대한 작업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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