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콘솔 전쟁 2
가와구치 히로 SANY 코리아 사장과 상혁은, 이전에 PS3 런칭 타이틀로 GOS가 선정되면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태생적으로 높은 성능에 비례하여 괴이하게 높은 개발 난이도를 가진 PS3를 지옥에서 구원한 것이 PTW에서 SANY에게 제공한 개발 킷의 존재였다.
원 역사에서는 발매된지 1년 반이 넘어서야 제공된 최적화 툴을, 민준이 먼저 만들어 SANY에 제공하면서 수많은 게임이 더 높은 퀄리티로 발매될 수 있었기에.
그리고 PS3의 런칭 타이틀로 발매된 GOS의 엄청난 그래픽은, 상대 진영의 게임들을 압살할 정도였고.
덕분에 7세대 기기 대전의 초반은 SANY의 압승으로 확정되는 분위기였다.
처음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고 스타트 되는 분위기.
GOS를 먼저 플레이 할 수 있었던 PS 유저들이 X-BOX유저들을 약 올리는 모습.
그러나 그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SANY가 가지고 있던 우위가, ‘코넥트’와 ‘MYOM’의 발매로 완전히 역전되었기 때문에.
상혁이 회귀 전 알고 있던 코넥트의 기본 구동 원리에 천하대 교수진과 MS의 월드 클래스 엔지니어들의 기술이 더해지면서, 코넥트는 7세대 콘솔의 보조기기임에도 불구하고 8~9세대까지 사용될 수 있는 오파츠스러운 성능을 가지고 완성되었다.
게다가 상혁과 윌 게이트의 장난스러운 계약 덕분에, 성능에 비해 압도적으로 싼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될 수 있었고.
유일한 단점이 될 수 있었던 ‘손동작 인식’의 문제도 핸드 트래커라는 보조 기기로 해결된 이상, 현재 모션 인식기술의 끝판왕이 코넥트라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유저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하드웨어 그 자체만 있었다면 아무리 좋은 기기였다 하더라도 코넥트는 원 역사에서처럼 비운의 기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PTW에서는 마치 ‘모션 인식은 이렇게 쓰는거다’라는 가이드를 제안하는 수준의 퀄리티 높은 게임들을 제공했고, 그와 동시에 MS를 통해 코넥트를 게임 업계와 산업 현장에서 매우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SDK도 제공했다.
그리고 지금, 코넥트와 Live2D를 연동한 신기술을 연달아 선보이면서, 코넥트의 가치는 정점을 찍게 되었다.
경쟁업체인 SANY에서, ‘코넥트’라는 물건 하나 때문에 아직 발매도 되지 않은 8세대 콘솔 전쟁에서의 패배를 직감하게 될 정도로.
그리고 SANY코리아의 사장 가와구치 히로는 나츠와 더불어 SANY내부에서도 그 위험성을 가장 일찍부터 주장하던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이런 미래를, 예상하긴 했었지.’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히로가 한숨을 쉬었다.
처음 PTW의 공개 영상을 통해서 보았던 코넥트의 발표.
세상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미래를 뒤집을 강력한 무기를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던 윌 게이트의 표정을 그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 7세대 콘솔 전쟁에서 SANY가 MS에 패배하는 그 순간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이후의 전개는, 그가 예상한 그 그림대로 그대로 전개 되었다.
그래서 그는, 1년 전 상혁이 갑자기 SANY를 찾아와 차세대 기기에 자사의 게임을 위한 AI연산 전용 칩셋을 넣어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것이 8세대 콘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었다.
그 칩셋의 성능으로 PTW가 만들어내려는 게임이 무엇이든, 그 칩셋의 기능은 분명 코넥트 수준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PTW는 무조건 그 칩셋의 성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SANY에 제공해줄 테니까.
‘참 이상한 회사란 말이지.’
세상에 어느 게임회사가 게임 콘솔 제작사에 찾아와서 자기네 게임을 위한 전용 기능을 추가해달라고 말한단 말인가.
그것도 퍼스트파티 업체도 아니면서.
그러나 PTW는 너무나 당당하게 SANY를 찾아와 자신들이 개발한 칩셋을 8세대 콘솔에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그것도 절대 싸지 않은 가격의 칩셋을.
물론 PTW가 그 과정에서 자신들이 투입한 개발비에 대한 로얄티를 받아 이윤을 남기려고 한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을 유저들이 조금 더 쾌적한 환경에서 플레이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콘솔 개발사에 요청한 것이었다.
코넥트의 양산 시절에, 자신들이 투입한 막대한 개발비를 허공에 날려버리고 MS에 가격 인하를 요구했던 것처럼.
‘그때 코넥트를 SANY에서 발매했다면, 흐름은 반대였겠지.’
PS2때는 PTW가 나이츠 어셈블을 MS진영으로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SANY진영의 압승이었다.
PS3때는 코넥트 전용 게임이 단 1개임에도 불구하고 X-BOX진영이 승리했고.
그리고 이번 2차 NE컨벤션에서, PTW는 자사 게임 중 3개의 게임을 모두 코넥트 연동 기능을 포함하여 출시했다.
물론 PS4로도 즐기는 것은 가능하지만, 아날로그 패드로 조심조심 폭탄을 해체하는 것과, 핸드 트래커를 이용해서 해체하는 것은 현실감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2번째 게임인 RFU는 코넥트 전용.
마지막 게임인 우리들의 게임부(OGC)역시 코넥트를 사용하면 플레이어의 표정을 인식하여 Live2D캐릭터가 자연스레 움직이는 기능이 있었다.
히로는 그 마지막 게임이 이번 콘솔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것으로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게이머는 자신이 즐기는 게임이 완벽한 상태인 것을 원하는 법이니까.
특정 기기에서만 지원하는 기능이 있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몰려가게 마련이고.
게다가 그 기기가 이미 보유 중인 상태라면, 그리고 그 기기가 이미 3천 만대 이상 보급된 코넥트라면, 유저는 당연히 X-BOX ONE를 구매할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 기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테니까.
그나마 윗선을 설득해서 PS4에 신형 칩셋을 넣을 수 있도록 한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선으로는 부족한 상태.
한국에서 무엇을 얻어내야 하는지,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히로는 자신의 판단을 믿었다.
‘가면 그래도 답이 나올 것이다.’라는, 근거 없는 판단을.
히로는 자신의 옆자리에 타고 있는 나츠에게 물었다.
협상을 위해서는, 먼저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니까.
“나츠 씨.”
“예. 가와구치 사장님.”
“나츠 씨는 PTW와 교류한 지 오래되었죠?”
“동인팀인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니 꽤 오래 됐죠.”
“거긴 어떤 회사입니까?”
그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나츠는 웃으며 그의 질문에 답했다.
“글쎄요. 적어도 논리가 통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네요.”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그렇죠. 일반적인 비즈니스 관계에서 해석한다면, PTW는 최악이 비즈니스 파트너일 겁니다. 일반적인 기업에 기대할 수 있는 상식의 개념이 전혀 통하지 않는 회사니까요.”
“무슨 의미죠?”
“영업적인 측면에서 쓸 수 있는 카드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란 뜻입니다.”
“계속 설명 부탁드립니다.”
“흠. 일단 일반적인 기업이란 건, 이윤을 목표로 삼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인력의 집단을 의미하죠. 그 안엔 필연적으로 책임자도 존재하고, 임원도 존재하고, 상급자와 하급자라는 체계가 존재하고요.”
“그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 당연한 것이, PTW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죠. 일반적인 기업에서, 회사는 직급체계를 통해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합니다. 통솔력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갖춘 소수의 직원들이 회사의 직급체계를 뛰어 넘어가면서,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발생하고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지죠. 그들이 열심히 하는 이유는, 직장 내에서의 성취를 얻어내기 위해서고요.”
“원래 다들 그렇잖아요? 능력 있는 소수의 밑에, 다수의 평범한 직원들이 그가 개척하는 길을 따라가는 게 회사가 굴러가는 기본 방식이니까요.”
“PTW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째서?”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정치질’이 생기기 때문이죠.”
나츠는 이전에 상혁을 만났을 때 상혁이 그녀에게 해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상혁이 말한 ‘서비스’의 개념은, 아직도 그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상혁의 말에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는 대신, 상혁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상혁이 그녀에게 했던 이야기를.
“누군가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돈을 내야 하죠. 일반적으로, 서비스가 처음 창조된 시점에서 개발자들은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려 애씁니다. 물론 돈을 벌긴 해야 하겠지만, 적정한 선을 지키죠. 소비자가 불쾌해할 정도의 과금을 강요한다면,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테니까요.”
상혁이 했던 어조를 떠올리며 나츠는 말을 이었다.
“예를 들어, 동영상 플랫폼인 너튜브에 새 CEO가 부임했다 칩시다. 현재의 너튜브는 쾌적한 수준의 광고빈도를 유지하고 있죠. 광고가 아예 뜨지 않는 경우도 많고, 뜨더라도 바로 스킵 할 수 있으니까요. 새 CEO가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혹은 그녀는 회사에 자신의 능력을 어필해야하죠. 자신이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옳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회사에 막대한 매출을 가져다줄 존재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서, 새 CEO는 무엇을 하게 될까요?”
“광고를 쾌적한 수준에서 견딜만한 수준으로 늘리겠죠?”
히로가 한 이야기는 정확하게 상혁에게 나츠가 했던 답변과 같은 답변이었다.
그리고 상혁은, 그렇게 말했던 그녀에게 이렇게 답해주었다.
“서비스의 창조자는 ‘이 정도만 벌면 쾌적하게 모두가 WIN-WIN할 수 있는 라인이야.’라고 그 선을 정해두었죠. 그리고 그 라인은 누군가의 승진을 위해, 혹은 회사의 인사 고과를 위해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째는거죠. 죽지 않는 수준까지만 쨀 수 있다면, 더 많은 황금이 나오게 되니까.”
“하지만 그게 기업이란 존재 아닙니까? 애당초 더 많은 매출을,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게 기업의 역할이니까요.”
“저도 PTW의 CEO인 상혁 씨에게 그렇게 말했었죠.”
“뭐라고 답하던가요?”
“그게 금을 더 얻는 방법일지는 몰라도, 거위는 그 결정으로 인해 끊임없이 고통받을 겁니다.”
“윤리적 경영(Ethical Management)방식을 말하는 건가요?”
“글쎄요. 그건 아닐 겁니다. PTW는 딱히 사회적 기업은 아니거든요. 단지 이런 이야기를 덧붙이긴 했었습니다. 기업은, 자신이 겪고 싶지 않은 일을 소비자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윤을 벌고 싶으면 멀쩡하게 굴러가는 서비스에 손 벌리지 말고 새 서비스나 상품 개발에 힘써라. 그걸 못하고 기존 고객을 삥 뜯는 건···.”
“삥 뜯는 건?”
“새로 뭔가를 만들 수 없는 능력 없는 X새끼들이 하는 짓이라고요. 남이 만든 멋진 서비스에 숟가락만 얹어놓고 자기가 매출을 키웠네 하는 개소리만 하는 작자들이라고 욕하던데요?”
“전에도 만나보긴 했는데 그 이상혁이란 사람은 엄청나게 특이한 사람이군요.”
“그러니까 PTW같은 이상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겠죠?”
히로는 협상 견적을 잡는 것을 포기했다.
애당초 예측할 수 없는 인물에게 먹히는 협상 카드를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히로라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게임 업계에서 오래 일해온 그는 상혁같은 타입에 익숙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사람은 유저를 위한 진심에 약하지.’
그가 사랑하는 SANY와 PS의 게이머들을 위한 진심을 제대로 전하면, 분명 PTW에서도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가와우치 히로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가 바라보는 창밖에는, 어느새 가까워진 인천 공항의 전경이 서서히 커지고 있었다.
***
“이번 만남으로 세 번째네요. 반갑습니다.”
이전에 GOS건으로 히로를 만났던 상혁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물론 회귀 전의 기억이긴 했지만, 한국의 PS유저들에게 그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상혁은 그를 내심 존경하는 사람 중 한 사람으로 꼽고 있었다.
이전에 만났을 때 히로를 당황하게 하면서까지 억지로 뜯어낸 사인판 PS3는, 지금도 상혁의 집 거실의 한복판에 당당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사람이 호의로 상대를 대하면, 그 상대도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다.
히로는 상혁의 표정을 보며 이번 협상이 어쩌면 잘 풀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상혁이 건네준 커피를 홀짝이며, 히로가 커피의 맛을 칭찬했다.
“소문대로 커피를 잘 타시네요.”
“소문이요?”
“SANY에서 돌아다니는 뜬 소문 같은 겁니다. PTW가 만든 게임이 유저를 행복하게 만드는 만큼, 그곳의 CCO가 탄 커피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재미있는 소문이네요. 출처는 나츠씨겠죠? 아마?”
상혁의 말에 나츠가 싱긋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상혁은 그런 나츠에게도 커피를 건네고는 히로의 건너편에 앉아 그에게 말했다.
“PS4의 발매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한국을 방문하셨으니 매우 바쁜 상태 시겠죠. 빠르게 안건으로 넘어갈까요?”
상혁이 비즈니스상에서의 인사치레를 싫어하는 것은 이전에 GOS 미팅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기에, 히로는 고개를 끄덕여 상혁의 의견에 동의했다.
“PTW도 한창 바쁠 때니까요. EOD의 런칭이 얼마 남지 않았었지요? PS4유저들이 한마음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런칭 타이틀 중 기대작 1위로 꼽히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자 상혁이 히로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PS4유저들 ‘만’기대하는 게임은 아니죠.”
“예. 맞습니다.”
“뭐 그런 것 때문에 바쁜 것도 있긴 하지만 정확히는 이제 슬슬 찾아오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요?”
“예. 지금까지 7세대 콘솔 대전에서의 언밸런스, 그리고 8세대 콘솔 전쟁에서 코넥트를 선점한 MS의 유리한 위치를 생각해볼 때, 런칭을 앞둔 시점에서 뭔가 타계책을 고려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이유가 아닙니까?”
“아뇨, 아닙니다. 그 이유가 맞습니다. 혹시 PTW에서 그 건으로 SANY측에 협력해주실 수 있는가 해서 방문했습니다만······. 가능하겠습니까?”
코넥트 같은 전용 하드웨어는 바라지도 않으니, 하다못해 전용 타이틀이라도 하나 얻어 가면 공전의 성과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히로였다.
“물론 개발하시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잘 알고 있고, 갑작스러운 부탁인것도 잘 알고 있지만, 저희 쪽은 PTW의 독점 게임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MS야 코넥트가 있으니 어차피 독점 게임이 아니더라도 판매에 문제가 없을 테니···. 만약 저희 쪽에 독점이든 선 독점이든 새 게임을 내주시면 마케팅부터 유통까지 SANY의 총력을 다해 지원해드릴 생각입니다. 부디 깊이 있는 고려 부탁드립니다.”
히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앞의 젊은 청년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상혁은 그런 그를 보며 긍정의 답변을 하는 대신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가와우치 사장님.”
“예.”
“SANY코리아에 오셔서, 콘솔 게임의 한국어 발매를 위해 많이 애쓰셨죠. 유저들 사이에서 ‘뫄리오 사장님’이란 애칭도 가지고 계시고요.”
“부끄럽습니다.”
“답변을 드리기 전에, 저희가 그래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도 될까요?”
“이유라면···”
“저희는 게임회사이지 않습니까. 어차피 SANY에서 어떤 조건을 약속하던 그쪽에서 적자 판매를 하지 않는 이상 저희는 양대 콘솔로 파는 쪽이 훨씬 이익이 큽니다. 물론 라이선스비를 아예 안 받으신다든가 하는 방법도 있으시겠지만 그렇게 해서 보전된 금액도 이번에 보급될 X-BOX의 판매량과 그 마켓 크기를 고려할 때 절대 저희 쪽에 이득이 되지는 않겠죠.”
“만약 저희 쪽에서 개발비를 모두 댄다면, 혹시 실패하더라도 리스크가 제로가 되는 거니 그것은 충분한 메리트가 되지 않겠습니까?”
대부분의 퍼스트파티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모회사가 이득을 가져가는 대신, 리스크도 함께 감수하는 것.
그러나 그것은 다른 회사라면 몰라도 PTW에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애당초 리스크를 겁먹는 회사라면, 지금 같은 운영방식을 택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가와우치 사장님.”
“예.”
“저희 회사는, 망할 것을 계산하고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저희가 X-BOX라는 거대한 시장을 포기하고, SANY에 독점으로 게임을 제공해야 하는 이유. 사장님은 그것을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마치 예리한 비수로 가슴을 도려내어 심장을 바라보는 듯한 상혁의 눈빛을 받으며, 히로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옆에서 보던 나츠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을 정도로.
그리고 히로는, 필사적으로 상혁의 질문에 옳은 답을 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뭐라고 해야 하지? 뭐라고?’
그리고 그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혁이 그에게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 ‘사장님은’ 어째서 SANY에 저희 PTW의 게임을 독점으로 출시하고 싶으신 겁니까?”
그리고 히로는, 깨달았다.
상혁의 질문이, 어떤 의미인지를.
상혁은 SANY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물은 것이었다.
그리고 가와우치 히로는, 마음속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유저를 위해섭니다.”
“유저요?”
“만일 이대로 8세대 콘솔 경쟁마저 MS가 우위를 차지한다면, 경색된 SANY경영진은 게임 콘솔 개발에 대한 지출을 줄이겠죠. 그건 MS가 하드코어 콘솔 게임 시장을 독점한다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 서양 게임이 주류인 X-BOX시장과 다르게, PS진영에는 아시아 시장에 맞춘 다양한 게임 개발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들은, SANY와 긴밀한 협력 관계 속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콘솔 게임을 만들고 있죠. X-BOX의 등장 이후로 서양 콘솔 게임 개발사가 크게 늘어난 것과 반대로, SANY가 발을 빼면 이번엔 아시아의 콘솔 개발사들이 크게 줄어들지도 모릅니다. 물론 넌텐도가 있긴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게임과 SANY의 게임은 방향이 다르니까요.”
‘제대로 답변이 되었을까?’
알 수 없다.
단지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달라기에 솔직하게 말했을 뿐.
방금 히로가 상혁에게 말한 답변은, 비즈니스맨으로서는 0점짜리 대답이라 할 수 있었다.
어느 회사든 간에, 저런 형태의 질문에 자신같이 대답하면 이런 답변이 돌아왔을 테니까.
‘그건 그쪽 사정이고, 저희 쪽에서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뭐냐고 물은 건데요?’
그러나 히로는 상혁만큼은, PTW만큼은 그런 일반적인 상식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솔직히 진심을 전했고, 지금은 상혁의 대답만이 남은 상황.
상혁은 조용히 자신이 회귀 전에 진심으로 사랑했던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콘솔 불모지라는 한국에 와서, 어떻게든 한국의 콘솔 시장을 살려보려고 고생하던 인물.
그리고 그 사람은, 회귀 이후에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상혁을 감동시키고 있었다.
PTW밖에서도 이렇게 유저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며, 상혁은 기쁜 마음으로 히로에게 말했다.
“예. 저도 동감입니다.”
“예?”
“저도 그 이유로, PS진영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씀은···.”
상혁의 표정을 바라본 히로의 얼굴이 기쁨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는, 흥분으로 가득 찬 목소리로 상혁을 보며 외쳤다.
“혹시 그건 코넥트를 PS4에서도 쓸 수 있게 해주시겠다는 뜻입니까?!”
“아뇨. 그건 안 되죠.”
“아···.”
사실 그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이었겠지만, 그래도 애당초 바라고 온 것이 독점 작의 계약이었기에, 히로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며 상혁에게 말했다.
“그럼 혹시 독점작을?!”
“아뇨.”
그러나 상혁은 그 질문에도 고개를 저었다.
코넥트의 PS4 연동도, 독점작 출시도 안 된다는 상혁의 2연타를 맞은 히로의 어깨가 옆에서 보기에도 눈에 띄게 축 늘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정작 히로를 그렇게 만든 당사자인 상혁은, 그런 히로를 보면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히로는 그런 그를 보며, 조금의 원망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독점작을 주지 않는다면, SANY의 미래는 절망적이었으니까.
“코넥트의 PS4 연동도, 독점 작 출시도 안 된다고 하시면, MS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하신 말씀은 그냥 ‘마음’뿐이신 겁니까? 저희는 실질적 도움이 필요할 만큼 절실한데요.”
“코넥트는 기술 특허는 PTW가 보유하고 있지만, MS가 양산 기술에 대한 특허를 대부분 가지고 있고, 독점을 대가로 사양을 높이고 가격을 낮춘 장비라 PS4연동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독점작은······. 솔직히 지금 PS진영의 상황은 게임 한두 개로 해결될 게 아니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한두 개도 절실합니다.”
“아뇨. 어차피 해결이 안 되는 거라면,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더 필요하겠죠. MS의 코넥트에 대항할, PS진영만의 무기가요.”
“저희에게 그런게 있다면 PTW에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SANY는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상혁이 미소 지었다.
“저희가 가지고 있으니까.”
“예?!”
반문하는 히로에게, 상혁이 말했다.
“가와구치 사장님. 혹시 ‘VR기술’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그렇게 말하는 상혁의 표정은, 마치 소중한 보물을 자랑하고 싶어서 하는 장난꾸러기 소년을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