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19화 (220/485)

219. 어메이징 플러스 원

[뭐냐. 조금 전까지 이베이에 올라와 있던 NE 컨벤션 개발자 명함 판매 글 싹 사라짐.]

[중고 거래 매물도 다 취소됨. 아, 어제 300달러에 살 수 있을 때 살걸. 겨우 개발자 명함에 300달러 쓰기 아까워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미친, 이제 못해도 800달러는 줘야겠네.]

2차 NE컨벤션의 공식 영상 2부 시작 부분에서, 명함에 적힌 16자리 코드로 ‘인조학원’의 스트리밍 베타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는 순간, 그나마 몇 개 등록되어 있던 E-BAY 경매 사이트에 올라와 있던 기념 명함 매물 관련 게시글이 동시에 사라졌다.

더불어 방송을 중계하고 있던 게임 스트리머들이 동시에 자신의 방송을 보고 있는 팬들에게 티켓을 가진 팬이 있다면 코드를 꼭 사고 싶다는 이야기를 일제히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1부 영상과 이전까지 유저들의 리뷰를 통해 공개된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임팩트가 강렬했기 때문에.

그 발표가 나온 동시에, 그 전까지 수수께끼의 코드가 적힌 개발자의 명함이었던 물건은 발표가 끝나자마자 수천 달러 이상의 값어치를 가진 골든 티켓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 PTW에서 게임 쇼마다 뿌렸던 모든 기념품이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정작 상혁은 이렇게밖에 오픈 베타를 진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모든 게이머를 대상으로 오픈 베타를 진행하고 싶었지만, 문제는 아직 8세대 콘솔이 발매되기 전이라는 것.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게임기의 베타 버전을 진행하려면 클라우드 기능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고, 아예 예상 수익이 제로인 베타 서비스를 위해 몇 명이 접속할지 예상조차 안 되는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정된 숫자가 행사 참가자와 같은 숫자인 6만 명.

그들을 대상으로 렌더링 센터를 이용해 베타 서비스에 참여할 권한을 주는 것이 상혁이 제공한 ‘선물’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상혁의 예상대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아직 방송이 진행 중임에도, PTW의 게시판에 유저들이 일제히 감사 인사를 올릴 정도로.

[아, X발! 미친 듯이 사랑한다! 너흰 진짜 최고야!]

[겨우 회사 로고만 박힌 이상한 캔버스 가방이나 티셔츠 같은 것보다 훠어어얼씬 값진 선물입니다! 사랑해요! PTW!]

[설마 아무도 파시는 분은 없겠지만 혹시 베타 접근 코드 파실 분 있으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3천 달러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제발. 저 급해요…….

방송에서 나온 내용만 봐도 지금 미칠 거 같다고….]

↳ 포기하고 기다려. 어차피 발매되면 할 수 있잖아. 지금 어떤 미친놈이 그걸 팔려고 하겠어?

↳ 발매되면 할 수 있다고? 지금 코넥트도 차세대기 연동된다고 발표하고 나서 물량 딸려서 웃돈만 수백 수천 달러인데?

이번엔 발매 대기 줄이 얼마나 길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진짜.

유저들 대부분이 소장하기에 중고 시장에도 잘 풀리지 않는 PTW의 게임 특성상, 매번 신작 발표 때마다 유저들은 되팔렘들의 횡포에 괴로워해야 했다.

그렇게 게임이 기대되면서도, 또 그 지옥의 줄서기를 해야 하는 것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고민을 하며 유저들은 2부 영상을 계속 시청하고 있었다.

PTW의 발표가 이 정도로 끝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그런 유저들의 예상대로, PTW의 2부 영상은 본격적으로 ‘추가 정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원래 유료 라이선스로 제공되고 있던 Live2D의 라이선스를 무상으로 공개한다는 정보였다.

동인팀이든, 개인이든, 기업이든.

원하는 업체에서는 얼마든지 Live2D와 그 프레임워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지만 원래의 Live2D는 라이선스 비용을 제외 하더라도 그 제작 난이도 때문에 사용이 쉽지 않았다.

한 캐릭터당 수십 수백 개의 레이어로 구분된 2D이미지들에, 각각 애니메이션을 설정하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은 절대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기에.

그래서 PTW에서는, Live2D의 라이선스 프리를 선언하며 동시에 아마추어 개발자도 간단한 과정을 거쳐 Live2D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기존의 ‘Cubism’ 툴을 대체하는 새로운 Live2D제작툴 ‘Prism’을 발표했다.

그것은 일일이 이미지의 속성과 움직임을 지정해야 하던 기존 방식과 다르게, 수천 개 이상의 기본 프리셋에서 원하는 파츠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간단하게 오리지널 캐릭터를 구현할 수 있게 해 주는 작업 툴이었다.

서연이 직접 즉석에서 스케치를 하여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어 보이는 것으로, 영상은 새 작업툴이 얼마나 간단하며 쉽게 사용 가능한지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프리즘 툴은 코넥트와의 연동을 지원하여, Live2D로 만든 캐릭터의 동작을 유저의 움직임으로 간단히 제어할 수 있습니다.-

방금 서연이 만든 오리지널 캐릭터 이미지를 프리즘 툴에 넣고 코넥트를 기동하자, 서연의 움직임에 따라 캐릭터가 자연스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유저들이 보기에, 그것은 굉장히 재미있는 새로운 ‘장난감’으로 보였다.

-프리즘 툴의 또 하나의 재미있는 기능은, PTW의 AI딥러닝 기술을 사용하여 음성과 텍스트 파일을 분석.

간단한 조작만으로 기존에 존재하던 게임의 대화 씬에 들어가는 Live2D 스탠딩 CG를 생성한다는 점입니다.

그럼 여기서 기술 데모를 보시겠습니다.-

이후에 영상에서 나온 게임은, 놀랍게도 PTW가 만든 첫 번째 상업게임인 ‘마리의 눈물’이었다.

당시 개발 여건 때문에 마리의 눈물의 대화 씬은 더빙도 되어있지 않고, 스탠딩 CG도 고정된 형태였다.

그러나 상혁은 대화 텍스트를 프리즘이 지원하는 ‘Live2D 스탠딩 생성기’에 넣고 분석시켰고, 서연이 미리 준비해 둔 Live2D 캐릭터와 연동함으로써 고전 게임인 마리의 눈물의 대사와 완벽하게 연동되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Live2D 데모를 선보였다.

-그리고 새로 개발한 보이스 엔진을 이용하면, 더빙 없이 이런 것도 가능하죠.-

영상을 보고 있던 허먼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상혁이 간단한 버튼 조작 몇 번으로, ‘마리의 눈물’에서 캐릭터 보이스가 나오게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연기는, 진짜로 성우가 직접 연기한 수준으로 엄청나게 자연스럽게 재생되고 있었다.

-별도 조작을 하지 않고 텍스트 분석만으로 구현한 Live2D 버전의 ‘마리의 눈물’을, 지금부터 PTW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물론 방금 공개한 작업 툴 ‘프리즘’과 게임 엔진별 프레임 워크도 지금부터 배포를 시작합니다.-

상혁은 그와 더불어, 워크패스트의 음성 대화 시 선택한 Live2D캐릭터가 유저의 음성에 반응하여 자연스럽게 표정과 동작을 보여주는 ‘Live2D 챗’의 베타 버전도 공개했다.

음성 대화 내용 수집에 동의하여 보이스 엔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던 유저들에 대한 보답으로.

아직도 간간이 판매량이 나오는 명작 시뮬레이션의 무료 배포.

그것도 기존 버전에서 음성과 Live2D가 적용된 버전을 무료로 배포한다는 소식은 많은 유저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게다가 추가로 발표한, 워크패스트의 새 기능 ‘Live2D 챗’도 유저들을 열광하게 하기에 충분했고.

단순하면서 강력한 작업 툴 ‘프리즘’의 존재도 이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게임 개발자들을 몹시 흥분시키고 있었다.

특히 가격보다 작업 난이도 때문에 라이선스 구입을 보류하던 동인 게임 제작자들은 영상을 보면서 바로 개발 중인 게임에 적용을 결심할 정도였다.

그리고 영상은, 드디어 PTW의 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게임 발매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영상의 클라이막스를 찍었다.

[공식 발매 명 및 발매일 정보]

폭발물 처리반 : Explosive Ordnance Disposal(EOD)

PS4 버전 발매일 : 2013년 11월 15일(런칭 타이틀)

X-BOX ONE 발매일 : 2013년 11월 22일(런칭 타이틀)

우리들의 리듬 : Rhythm For Us(RFU) - 코넥트 전용 타이틀

X-BOX ONE 발매일 : 2014년 5월 5일

우리들의 게임부 : Our Game Club(OGC)

PS4 버전 발매일 : 미정

X-BOX ONE 발매일 : 미정

-아아악! 제일 중요한 게 미정이라니!-

영상을 보던 허먼이 방송 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소리 질렀다.

그러자 허먼을 진정시키려는 호스트의 목소리가 영상을 배경으로 들려왔다.

-진정하세요! 허먼 씨는 그래도 베타 테스트 접속키는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자 허먼은 깜짝 놀라며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는 실실 웃으며 호스트에게 말했다.

-아, 그렇네요. 저는 베타키가 있었죠. 방금 비명은 베타키가 없는 전 세계의 수많은 유저가 질렀을 비명을 대표로 질렀을 뿐입니다.

뭐, 전 베타키가 있으니 버틸 수 있겠지만요.-

그러자 허먼의 발언이 끝남과 동시에, 방송사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미친 듯이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론 그 대부분은, 허먼의 발언을 비난하는 질투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저 X자식을 죽여!]

[젠장! 오늘부터 허먼은 내 적이다!]

[당장 사죄하고 시청자 추첨으로 허먼이 가진 베타키를 넘겨라!]

[으아아 약오른다!]

당황한 표정의 PD가 방송용 모니터에 게시판에 올라온 제목들을 보여주자, 허먼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어쩌겠어요. 기뻐죽겠는걸. 전 방송인이기 이전에 PTW의 팬이라고요.

이 방송을 보고 계신 분 중에 제 입장에서 기뻐하지 않으실 수 있는 분만 제게 돌을 던지십시오!-

[젠장. 맞는 말이야.]

[그래도 허먼이 베타 테스트 키를 가지고 있으니 방송에서 플레이 영상을 보여주지 않을까?]

[이제 반쯤 고정 게스트니 가능할지도?]

8세대 게임기가 런칭 되자마자 커뮤니케이션 엔진을 체험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영상을 통해 본 EOD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 같았고, 무엇보다 PTW에서 발매 시기를 결정하는 기준이 오로지 게임의 완성도라는 것을 잘 아는 팬들은 PTW의 발매 일정 발표에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매 차세대 기기가 발매될 때마다 반복되던 되팔렘과의 전쟁을 고려해보면, 오히려 조금 늦게 발매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었고.

어쨌든 게임기를 구해야 저 갓겜들도 할 수 있는 거니까.

영상을 보고 있는 모든 시청자들은 그렇게 다가오는 콘솔 구매 전쟁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영상의 마무리를 알리는 상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Plus One-

-이번 8세대 게임기 발매와 관련하여, PTW에서는 양대 콘솔 개발사인 SANY와 MS의 협조를 받아, 차세대 콘솔의 발매 수량 중 확정된 수량을 팬들에게 예약 구매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일주일간, OGC의 베타 접속 키를 가진 유저분들께서는 해당 키를 가지고 원하는 8세대 콘솔을 PTW에서 예약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예약 구매 고객께서는 정확히 게임기가 발매되는 그 날에 원하시는 주소로 원하시는 8세대 게임기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Yeeeeeeeeeeeeeeeah!!!!!”

결국, 허먼은 또다시 만세를 부르며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들으셨어요?! 베타키를 가지고 차세대 콘솔도 예약할 수 있답니다! 들으셨냐고요!

예아아!! 되팔이들은 엿이나 먹으라지!

PTW 최고!

여러분 NE컨벤션은 무조건 참가하세요!!!!!

전 영원히 PTW 팬 할겁니다!!!

으아아아아!!!!!-

-기쁜 건 알겠지만 좀 진정하세요! 여러분! 지금 허먼이 스튜디오를 뛰어다니며 만세를 부르고 있습니다!

엄청나네요!

2차 NE컨벤션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발표였습니다!-

그때, 상혁의 멘트와 함께 2부 영상이 완전히 종료되었다.

-그럼 여기서 이만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저희의 선물을, 즐겁게 즐겨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여러분의 게임 라이프가 행복으로 가득 차기를!-

상혁의 축복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방송은 아직도 스튜디오를 뛰어다니며 승리의 세레모니를 하고 있는 허먼의 모습을 비추었다.

그렇게 뛰어다니는 허먼의 모습은,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행복한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

“설마 하루 만에 밈짤이 만들어질 줄이야.”

모니터를 보고 있던 상혁이 말하자, 지수가 달려와 상혁의 모니터를 보았다.

거기엔 허먼과 닮은 한 남자가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사랑하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지수는 아래쪽의 사진을 보았다.

거기엔 허먼이 티셔츠를 찢으며 스튜디오를 뛰어다니며 광란의 세레모니를 하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PTW의 신작 베타키를 받았을 때.”

지수의 말을 들은 상혁이 웃으며 말했다.

“애 태어났을 때보다 더 기뻐 보인다고 비꼬는 사진이지.”

“아, 그런 거구나. 풉. 재밌네요. 근데 진짜 아래쪽이 더 기뻐 보이긴 하네요.”

“허먼 씨야 우리 게임의 광 팬이니까.”

지수는 기분이 좋았다.

자신이 만든 게임을 유저들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싫은 개발자는 없으니까.

그러나 동시에 부담감역시 느낀 지수는 한숨을 쉬며 상혁에게 말했다.

“오빠.”

“어?”

“우리가 이렇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을까요? 혹시 게임이 나왔는데 저 정도로 기뻐하지 않는다면 어쩌죠?”

지수의 의문은, 발매 전의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었기에 상혁은 어깨를 으쓱하며 지수에게 자신의 다른 모니터를 보여주었다.

거기엔 어제 발표 이후로 렌더링 센터를 이용하여 스트리밍으로 ‘우리들의 게임부’를 즐기는 유저들의 숫자가 실시간으로 출력되고 있었다.

“59653명?”

“재미가 없다면 어제 발표 이후부터 지금까지 12시간 넘게 지났는데 베타키 가진 유저들이 죄다 접속해서 즐기고 있지는 않겠지. 그리고 스트리밍사이트에서도 지금 최고 인기방송은 죄다 OGC관련 방송이고.”

8세대 게임기 자체보다, 발매 미정의 게임이 더 주목을 받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인기 스트리머들이 베타키를 선물로 받기를 바라자 기념 명함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도 했고.

베타 키를 받아서 게임을 하는 유저든, 스트리머의 방송을 통해서 데모플레이를 즐기는 유저든, 비록 데모를 할 수 있는 자와 할 수 없는 자로 팬층이 분열되긴 했지만, 모든 팬들이 동의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신작의 데모조차도 무지막지하게 ‘재미있다는 것’.

상혁은 베타 버전에서 일부 컨텐츠를 제외하면 따로 플레이 제한을 두지 않았고, 그 말은 베타 버전을 가지고서도 게임 전반의 컨텐츠 파악이 모두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게임의 전반적인 플레이나 내용이 죄다 스포일러 되고있는 상황이었지만 상혁을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이 게임은, 내용을 안다고 재미없는 게임이 아니라 내용을 알면 알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종류의 게임이었기에.

트위지에서 베타버전을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들이 AI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유저들이 ‘부럽다!’를 연발하는 게 요즘 인터넷 방송의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아마 PTW가 주식회사였으면 주가가 하늘을 찔렀겠구만.’

상혁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PTW의 기세는 무섭게 성장해 있었다.

2차 NE컨벤션 참가자를 대상으로 8세대 신형 콘솔을 예약 구매하게 해 달라는 상혁의 요청에, MS와 SANY라는 양대 콘솔 개발사가 바로 ‘Yes’라는 답변을 보낼 정도로.

직원들 역시 컨벤션 이후 텐션이 떨어지기는커녕 더 열심히 개발에 임하고 있었고, 게임은 역대 사상 최고의 기대를 받고 있으며, 온갖 게임 커뮤니티가 매일같이 PTW에 관한 이슈를 떠들어 대고 있었다.

호랑이가 날개를 달아도 이 정도로 잘나가지는 않았겠지만, 상혁은 모니터를 보며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상혁을 고민하게 만드는, 유일한 문제가 그 모니터 안에 있었기 때문에.

“흠, 오빠. 무슨 고민 있어요?”

지수의 질문에 상혁은 아까 보여주었던 접속 창 대신 유저들의 예약 구매 현황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6만 명의 행사 참가자를 대상으로, 8세대 콘솔 중 원하는 콘솔을 예약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콘솔 예약 판매 현황이 띄어져 있었다.

그러나 지수는 거기서 이상한 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6만 개 전부 예약됐네요? 이틀밖에 안 됐는데?”

“발매일이 얼마 안 남기도 했고, 어차피 발매 초반엔 되팔아도 엄청나게 남으니까, 무조건 사는 게 이득이잖아.”

“그렇겠네요. 근데 이게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흠. 뭔가 이상하지 않아?”

지수는 허리를 숙여 상혁의 모니터에 머리를 들이댔다.

그리고는 자세히 안에 표시된 텍스트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PTW 8세대 콘솔 예약 현황]

[PS4: 2452 대]

[XBOX-ONE : 57548 대]

“알겠어? 뭐가 문제인지.”

지수는 그제야 양대 콘솔의 예약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X-BOX쪽이 압도적이다 못해 압살하고 있네요.”

“그렇지? 사실 발매일이 PS4쪽이 조금 더 빠르니까, 게임을 빨리하고 싶으면 PS4를 구매하는 게 우선일 텐데.”

“그럼 그 기간을 기다릴 만큼 유저들에게 X-BOX가 매력적이란 이야기 아니에요?”

“그렇겠지. 아마 3개의 발매작 모두 코넥트를 지원하는 게임이라는게 좀 컸을 거 같은데.”

“흠…. 근데 그건 SANY에서 고민할 문제잖아요. 우리는 게임을 발매하는 것뿐이고.”

“그거야 그렇지. 문제는 코넥트가 우리 예상보다 너무 강력하다는 데 있어. 우리 게임과의 시너지도 그렇고. 지금은 거의 필수 악세서리 취급받잖아. 이러다 PS4 진영이 뒤지면, 그건 그거대로 위험하니까. 게다가 이 예약 현황은 양사에 동시에 공유되고 있으니까, 아마 SANY에서도 이변을 알아차렸겠지.”

상혁의 말대로, MS쪽은 지금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이번의 예약 구매 비율 자체가, 8세대 콘솔에서의 압도적인 승리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그리고 그 배경엔 PTW에서 MS측에 쥐여 준 ‘코넥트’와 그 전용 게임들의 역할이 매우 큰 상황이었다.

적자를 감수하고 싸게 발매하는 바람에 팔리면 팔릴수록 막대한 손해를 내게 만들던 기기가, 지금은 MS의 가장 소중한 자산 취급을 받을 정도로.

그리고 반면에 ‘아이토이’라는 동작 인식 기기를 발매하긴 했으나 코넥트의 압도적 성능에 밀려 7세대 콘솔 전쟁에서 패배한 SANY측의 분위기는 매우 좋지 않았다.

아직 8세대 콘솔 전쟁이 벌어지기도 전에, 패배의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그것은 PS4가 PS3에 비해 이례적으로 완성도 높게 개발된 것을 고려할 때, SANY측에서 치명적인 문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문제는 결국 PTW의 존재군요. 양대 콘솔의 밸런스를 무너트릴 정도로, 지나치게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축제가 돼야 했을 PS4의 발매를 일주일 앞두고 열린 내부 회의에서, SANY의 한국 지사를 담당하고 있는 카와구치 히로 사장이 말했다.

그는 X-BOX진영과 코넥트의 공세 속에서도 한국 시장을 훌륭하게 지켜내었지만, 8세대 콘솔 대전을 앞두고 점점 힘에 부치는 것을 느끼는 상태였다.

단순히 한국 시장에서의 불균형이라면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할 수 있었겠지만, 한국에 본사를 둔 PTW라는 존재가, 한국을 콘솔 게임의 메카로 만들면서 지금은 대부분의 콘솔 게임들이 한글화를 전제로 발매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코넥트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PS진영은 페널티를 안고 갈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그대로 7세대 콘솔 전쟁의 패배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절대로 패배하면 안 되는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SANY로써는, 지금이 승부수를 던질 기회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회의 내용을 듣고 있던 카와구치가 입을 열었다.

지금 이대로 회의를 계속해도, 결국 답은 나오지 않을 테니까.

“나츠 씨. 나츠 씨는 PTW와 친분이 있었죠?”

“예. 지금도 연락은 저를 통해서 하고 있으니까요.”

“그럼 부탁 하나 하겠습니다.”

“어떤 부탁이죠?”

가와구치는 깊게 심호흡했다.

어떻게든, 이번 8세대 콘솔의 흐름을 PS진영으로 몰고 올 기회를 잡기 위해서.

“PTW의 실질적 리더, 이상혁과 만나고 싶습니다. 이제 저희가 가진 전용 타이틀 가지고는 이 콘솔 전쟁에서 이길 수 없으니까요.”

그날 나츠는 상혁에게 바로 연락을 넣었다.

8세대 콘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일발역전의 열쇠를 가진 회사가, 지금으로써는 PTW밖에 없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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