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히든 이벤트
리차드가 허먼에게 보여준 사진은, 확실히 자신이 오늘 플레이했던 캐릭터 생성용 화면이 맞았다.
적어도 허먼이 알고 있기로 이 정도로 그래픽이 뛰어난 카툰 렌더링 캐릭터는, PTW의 차세대 콘솔용 게임이 아니면 있을 수 없었으니까.
그것을 파악한 허먼은 다급하게 리차드에게 양해를 구했다.
“혹시 괜찮으시면 노트북으로 사진을 확인해 봐도 될까요? 액정으로 보려니 작아서 자세히 보기가 힘들군요.”
리차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허먼은 바로 노트북을 꺼내 리차드의 카메라를 연결하고는 드라이브 안에 있는 사진을 옮겼다.
그리고는 자신의 카메라를 리차드에게 넘기며 말했다.
“제 것도 가져가세요. 서로 얻은 정보를 교환하기로 했으니까.”
그러자 리처드도 가방을 꺼내 노트북에 허먼의 카메라를 연결했다.
그동안, 허먼은 재빨리 리차드의 카메라 안에 담긴 수많은 사진을 눈으로 훑으며 자신이 방금 전 보았던 사진을 찾았다.
‘이거네.’
노트북 화면에 담긴 스크린샷을 통해, 카메라에 달린 작은 액정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많은 정보가 허먼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정보들은, 허먼이 생각하고 있던 인조학원의 스케일을 아득하게 초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거, 캐릭터랑 성격이 전부 설정 가능하다는 이야기 맞죠?”
“예.”
“이 스크린샷은 어떻게 찍으셨어요? 저도 버튼 다 눌러봤는데 별도로 뜨지 않던데요?”
“아, 그게···.”
허먼의 말에 리차드가 터지려 하는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아주 웃긴 상황이 있었죠.”
리차드는 자신이 이 스크린 샷을 촬영할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
더 물어볼 것도 없이, 리차드는 자신이 찾은 게임이 ‘홈런’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세상에 진짜로 사람처럼 대화가 가능한 AI와, 그것도 같이 게임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기분이 드는 유쾌한 멤버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보다 뛰어난 경험을 줄 수 있는 게임은 없을 테니까.
‘하긴, 아무리 재미없는 똥겜이라도 친구랑 하면 갓겜이 되긴 하지. 하물며 그 친구라는 녀석들이 전부 예능감 넘치는 놈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고.’
특히 리차드는 단순히 대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각각의 AI들의 게임 플레이 역시 각 AI의 성격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마피아 게임을 할 때도, 겁이 많은 캐릭터가 근처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당황하며 주인공 캐릭터에게 멀리 떨어지려 하더니, 감염자일 때는 대놓고 정 반대의 행동 패턴을 보이며 주인공을 졸졸 따라다니는 것도 재미있었다.
공성전 게임을 할 때는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자 갑자기 빡친 멤버가 ‘미친 다 뒤졌어!’ 하며 적진으로 돌진하는 것을 파티 멤버들이 필사적으로 말리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생존 게임을 할 때는, 분명 자원이 없어서 전멸할 상황이었는데 그때가 돼서야 개인 인벤토리에서 주섬주섬 빼돌린 자원을 꺼내기 시작하는 AI들의 행동이 재미있었다.
딱히 자신이 활약하지 않아도, 그냥 같이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주는 AI들의 플레이.
그리고 게임 업계에 오랜 세월 종사해온 게임 기자인 리차드는, 자신이 체험한 그 AI가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진짜로 엄청나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데, 그걸 해내는구나.’
저 자연스러운 연기 패턴이라던 지, 캐릭터의 개성이 자연스레 살아있는 대사들은 절대 컴퓨터가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수동으로 만드는 것은 가능하긴 하겠지만, 어느 누구도 그 막대한 작업량에 엄두도 못낼 수준의 작업이 필요했을 거고.
그런데 그 것을 PTW는 해내는 것이다.
우직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무식할 정도로’ 정석적으로 개발력을 투입해서, 어떻게든 본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재미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
그 과정에서 개발기간이나 인력 소요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완성’을 위해 달려가는 점이, 이 게임에서 느껴지는 PTW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만큼 리차드가 플레이한 ‘인조학원’의 공개판은, 플레이하는 사람의 입에서 연신 감탄사가 흘러나올 만한 압도적인 재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재미의 핵심은, 역시 게임 안에 삽입된 ‘친구’들의 AI였고.
당연히 리차드가 아마도 PTW에서 개발 역량의 대부분을 AI의 구현에만 썼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리차드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하나의 의구심이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혹시 저게 끝이 아니라면? 이 게임은 PTW의 게임이잖아. 단순히 완벽한 성격의 AI캐릭터와 게임을 하는 게 저 게임의 모든 것일까?’
거의 완벽에 가까운 마법 대전 시뮬레이터를 만들어놓고서도 ‘마탑’이라는 성장과 육성 컨텐츠를 구현한다거나, 이세계 의사 시뮬레이터를 만들면서 ‘현실 지식’으로 세계 자체를 변화하는 ‘세계 육성’시스템을 집어넣는다던가, 단순히 다른 게임처럼 공개방에서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즐겨도 되는 FPS게임을 굳이 ‘전장형’으로 만들어 퀘스트와 육성 시스템을 집어넣는 것.
리차드가 알고 있는 PTW의 게임들에는, 그렇게 언제나 파고파고 또 파도 게이머를 놀라게 만드는 깊이라는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뭔가가 더 있을 거야.’
그래서 리차드는, 공개 버전을 시작하면 바로 달려와 말을 거는 ‘부장’캐릭터의 권유를 과감하게 뿌리쳤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이탈하여 학교의 다른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이 게임에 숨겨져 있을, ‘깊이’를 파악하기 위해.
그런 리차드를 반갑게 맞이한 것은, 공개 버전에서 정해진 플레이 밖으로 유저가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PTW에서 임의로 준비한, ‘무지막지한 함정’이었다.
-Hey!Hey!Hey! 신입생! 어디가! 잠깐만 이야기 좀 하자니까!?-
무시무시한 속도로 쫒아오며 계속 말을 거는 소녀를 보면서, 리차드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따라 오지 마!”
-잠깐이면 되니까! 잠깐이면! 이렇게 예쁜 여자애를 두고 도망가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데!?-
“무슨 종교 권유냐!”
코너를 돌아 뒤쪽으로 가려는데, 위에서 피아노가 떨어져 리차드를 덮쳤다.
리차드는 평소 소울 시리즈로 단련되어 있던 반사 신경으로 가까스로 피아노를 피하면서 계속 달려 나갔다.
이후로도 그를 덮치기 시작하는, 정체불명의 재난을 뚫어가면서.
“이건 뭔 만화의 한 장면 같은 상황인데?!!”
절규하며 학교를 가로지르는 리처드는 자신을 쫓아다니는 부장을 피해 필사적으로 학교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게임 안에 있는, 학교에 있는 여러 가지 시설들을 둘러보면서.
‘매점, 식당, 수영장, 농구 골대, 축구장, 테니스 코트···.’
역시 그의 예상대로, 이 게임안의 학교는 게임 외에도 즐길 거리로 가득 차 보이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 공간을 다 확인하기도 전에, 리차드는 뒤쪽에서 뛰어오고 있는 부장에게 따라잡힐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때였다.
이 게임 안에 ‘무언가’가 더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리차드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 순간이.
“하하하하! 여기까지 잘 도망쳐 왔다! 신입생! 여기서 부턴 내가 도와주지!”
리차드의 캐릭터를 거의 붙잡을 정도로 다가온 부장과 리차드의 사이에, 한 소녀가 하늘에서 뛰어내려 난입해 들어왔다.
그리고는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리차드를 붙잡으려던 부장의 손을 맞잡고 힘싸움을 시작했다.
“나타샤?! 분명 로프로 묶어서 락커 안에 처박아 놨었는데?!”
“이빨로 끊고 나왔다! 신입! 내가 이 미치광이를 막고 있는 동안 도망쳐!”
“아, 안 돼! 신입! 넌 나랑 같이 게임부에 가입해야한다고!”
“어서 가!”
자신도 모르게 ‘고, 고맙다!’라고 소리치며, 리차드는 캐릭터를 조작해 현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처음 보는 캐릭터와 만날 수 있었다.
“날 따라와, 신입생!”
순간 ‘이것도 뿌리쳐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리차드는 마음을 바꾸고는 조용히 그 소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테리어 양식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또 다른 게임부 부실에 들어가게임에 대한 권유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로도 몇 번의 탈출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리차드는 이 게임이 품고 있는 ‘다른 부분’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파악한 인조학원은, 다음과 같은 구성을 지니고 있는 게임이었다.
▶하나의 학교 안에 여러 개의 게임부가 존재.
▶ 그 동아리 하나하나마다 멤버 구성이 다 다름.
▶ 각 동아리 별로 부원들이 강점을 보이는 게임이 다르다.
▶ 멤버들이 정말로 다양한 성격으로 구성되어 있음.
▶ 대화를 통해 파악한 결과 학교 내의 모든 시설들은 별도로 이용이 가능.
▶ 각 부원들도 때때로 수영부나 농구부 같은 서클 활동을 별도로 하고 있는 경우가 있음.
‘엄청나네.’
그 ‘별도 이용’이란 것을 실제로 해 봐야 알겠지만, PTW라는 회사의 특성 상 대충 만들 리는 없었을 것 같았고, 지금 자신이 파악한 정보만 해도 눈이 돌아갈 정도의 컨텐츠량을 자랑하고 있었기에, 리차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즐거운 학교생활 전체를 게임으로 만들겠다는 PTW의 욕망이 게임으로 구현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리차드를 가장 놀라게 만든 것은, 그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모든 게임 동아리의 방문을 거절한 그가 학교 옥상에서 볼 수 있었던 거대한 기계 장치의 존재였다.
그 모양부터가 이질적으로 생긴 ‘그것’은, 리차드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가 조사를 누르게 만들 만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계에 가서 ‘액션’에 해당하는 버튼을 누른 리차드는, 출력되는 화면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학교 옥상에 감춰진 SF스타일의 거대한 기계 장치.
그것의 정체는 지금까지 리차드가 만났던 모든 부원들의 외형과 성격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월드 에디터’였다.
“오빠, 행사 전용으로 이벤트까지 만들어가면서, 굳이 거기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리차드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던 서연이 물었다.
그러자 상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서연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뭐, 사실 이 게임에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은 게임의 가장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게임 시작할 때 나오잖아. 수만 명이 참여하는 행사 특성상 테스트 플레이 시간을 길게 줄 수 없으니, 유저들이 바로 게임에 대해 파악하려면 그 부분을 스킵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렇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우리가 세팅해놓은 캐릭터들과 게임을 할 수 있게 해놓은 거지만, 그렇게 진행하면 우리 게임이 가진 포텐셜을 전부 보여줄 수 없으니까, 이렇게 별도로 만들어진 이벤트 같은 걸로 대신 전달하는 거지.”
“흠···. 만약에 아무도 시도하지 않으면 그대로 묻히는 건 데도요?”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게이머는, 뭔가 가능한 구석이 보이면 죄다 시험해봐야 하는 본능이 있는 종족이니까. 1차 컨벤션때도 그랬잖아?”
“아···.”
상혁의 말대로, 상혁은 1차 컨벤션 때 TAW에 대한 정보를 진행자들에게 교육시켜 행사장 곳곳에 배치시켜 놓았다.
혹시 게임에 대해 물어본다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만약 아무도 그것에 대해 시도하지 않았다면, 사실 이벤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혁은 게이머의 본능을 믿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상혁은 이번에도 2만 명의 게이머 중 누군가는 탈주를 시도해 게임의 나머지 부분을 파악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에 맞춰서 이벤트를 설계했다.
그리고 그것을 뚫어낸 5명의 유저 중 한명이, 바로 상혁도 알고 있는 게임 전문 기자, 리처드였다.
“젠장, 실제로 편집해서 테스트 해 보고 싶지만 시간이 모자라.”
CCTV로 비치는 화면 속 리차드는 이 버튼 저 버튼을 누르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내려 애썼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정보를 건네받은 허먼이, 그에게 보여줄 경악하는 표정을 기대하면서.
“그렇게 된 겁니다.”
그리고 지금, 허먼은 정확하게 리차드가 원하던 ‘그 표정’을 지으며 리차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리차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충격에 빠져 있던 허먼은, 고개를 돌려 모니터에 띄워놓은 커스터마이징 화면을 살펴보았다.
외형, 성격, 게임 성향, 취미, 신체 능력부터 게임 실력까지 모든 부분을 편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인조학원’의 커스터마이징 화면을.
‘이걸 진짜로 다 내가 조정해서 그렇게 만든 캐릭터들과 게임을 할 수 있다고? 학교를 배경으로 다른 컨텐츠도 즐기면서?’
그때, 허먼이 한숨을 쉬며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는 2천 달러를 꺼내 리차드에게 내밀며 말했다.
“젠장, 지금 리차드 씨가 저에게 전해준 정보는 2천 달러 값어치는 확실히 하는 정보네요. 내기건도 있으니 그냥 가지십쇼.”
허먼이 어떤 마음으로 돈을 건넨 것인지 잘 아는 리차드는 웃으며 허먼이 건넨 돈을 받았다.
그리고는 웃으며 허먼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거 8세대 콘솔 사는 돈에 소중히 보태 쓸게요.”
“하아···. 이번 기회에 TV 바꾸려던 돈인데···.”
“그래도 지금 이 정보를 아는 사람 중에 그 사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게요. 이거, 제가 방송에서 풀어도 됩니까?”
“그러시죠. 물론 저도 기사를 쓰겠지만. 아, 그전에 허먼 씨가 1번과 2번 세션에서 찍은 사진에 대해서 질문하고 싶은데요?”
리차드의 요청에 허먼 역시 자신이 앞에서 겪었던 체험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자 리차드는 때로는 감탄하면서, 때로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허먼의 이야기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어째서 허먼이 2천달러의 내기를 걸면서까지 2번 세션의 게임이 메인이라고 주장했는지를 알고는 탄식을 내뱉었다.
“2번 세션의 게임도 커뮤니케이션 엔진이 적용되어 있었군요! 그럼 2천 달러 걸고 내기할 만 했네!”
“젠장, 그래서 자신만만했던 겁니다! 세상에 유저가 말하는 걸 다 알아듣고 대답하는 게임이라니 그보다 더 대단한 게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플레이도 충분히 감동 덩어리였고!”
그러나 그가 예측하지 못했던 점은, RFU에 들어간 커뮤니케이션 엔진이 일종의 ‘보조 역할’로 들어간 느낌이라면, 인조학원은 애당초 커뮤니케이션 엔진의 포텐셜을 극한으로 끌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내기에서 패했다고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고.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조사한 정보를 나누며 오늘 행사가 끝나자마자 최대한 빨리 완성해야할 기사에 대한 견적을 머릿속으로 완성해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서로 알고 있는 것을 모두 공유한 두 사람은, 즐거운 기분으로 예전 1차 컨벤션의 이야기를 하다가, 이전 행사와 다르게 이번 행사에서 빠져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행사는 전부 체험존이고 쇼 케이스가 없네요?”
리차드의 말에 허먼이 답했다.
“그러게요? PTW하면 화려한 공개행사가 항상 메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지적대로, PTW는 행사 때마다 보는 이를 감탄하게 만드는 거대한 쇼케이스를 진행하곤 했었다.
심지어 바로 직전에 벌어졌던 1차 NE 컨벤션에서도, 무려 MS의 대표인 ‘윌 게이트’가 나와서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번 행사는 전부 체험 존으로만 이루어져 있었고, 다시 펴서 확인한 일정표에서도 발표처럼 보이는 행사는 잡혀있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그 부분을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이유가 있을까요?”
“글쎄요?”
두 사람의 의문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행사장 전체를 통해 울리는 안내 방송으로, 이벤트 시간표에도 적혀있지 않았던 내용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지금부터 행사 종료 시간까지 남은 한 시간 동안 마지막 이벤트 존인 ‘4번 지역(4th Area)’을 오픈합니다. 4번 지역으로의 입장은 3번 이벤트 존에서 진입 가능하니 관람을 희망하시는 관객 여러분께서는 3번 이벤트 존의 출구 쪽으로 이동 부탁드립니다.]
방송에서 흘러나온 내용.
그것은 이벤트 티켓 구매 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던, 이번 2차 NE컨벤션의 숨겨진 ‘4번째’ 이벤트 지역에 대한 안내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