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11화 (212/485)

211. EOD 시연

마치 진짜처럼 보이는 지뢰방호용 차량에 탑승하기 직전, 뒤에 서 있던 리차드가 허먼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리차드 씨?”

“허먼 씨, 잠깐 이야기 좀.”

그렇게 대열에서 살짝 벗어난 리차드는 옆쪽 라인에서 아이들과 2번 세션으로 바로 이동 중인 관객들을 가리켰다.

“저거 보여요?”

“아, 아마 1번 세션의 게임이 청소년 이용 불가등급이라서 아이들을 데려온 관객들이 2번 세션으로 바로 이동하는 거 아닐까요?”

“그럼 지난번 1차 컨벤션 때도 기억하시겠네요.”

“1차 때?”

“그때, 전체 게임 중 가장 핵심인 컨텐츠가 3번 세션에 있었고, 저희는 1번 세션에서 게임 정보를 모으다가 3번 세션의 전체 행사를 보지 못했던 일, 기억 안나요?”

“아···. 그럼 리차드 씨는···.”

“전 이번에 과감하게 3번 세션으로 바로 이동할 생각입니다.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얻으려고요.”

“그러니까, 제가 1번과 2번 세션을 취재하는 동안 3번 세션으로 바로 이동하시겠다는 거죠?”

“맞습니다.”

“좋네요. 저도 1차 컨벤션 때 3번 세션에서 있었던 MYOM의 탑주들 대결을 몇 개 놓친 게 못내 아쉽더군요. 굉장했다던데.”

“최대한 촬영해서 기록해놓을 테니, 허먼 씨는 느긋하게 1,2번 세션에서 공개된 게임을 확인하고 와 주세요. 3번 세션에서 합류해서, 서로 얻은 정보를 교환하는 걸로 하죠. 어때요?”

허먼이 듣기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여 리차드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럼 여기서 헤어집시다. 손에 든 방탄모는 저한테 주세요.”

리차드는 그렇게 방탄모를 넘기고 아이들과 함께 이동 중인 인파들 사이로 사라져버렸고, 허먼은 근처의 탁자위에 하이바를 놓은 뒤 재빨리 차량을 탑승하기 위해 대기 중인 줄에 합류했다.

그리고 잠시 후, 허먼은 미군 제식 헬멧을 머리에 뒤집어쓴 채로 지뢰 방호용 차량에 탑승해 행사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차량 안에 있는 건 전부 진짜 미군 장비니까 함부로 건드리시거나 가져가시면 안 됩니다.”

군복을 입은 운전자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허먼이 놀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이게 전부 진짜라고요?”

“진짜고 뭐고, 저희도 진짜 군인입니다. 행사를 위해서 미군에서 파견 나온 병사들이죠.”

“그 병사들이, 저희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건데요?”

허먼의 질문에 병사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앞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눈에 쓰며 멋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작.전.지.역(Operation Area).”

바깥에서 보았던 행사장의 규모보다 훨씬 큰 공간을 사용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차량은 오랜 시간을 이동하고 있었다.

물론 그 안에 미군 병사의 걸출한 입담으로 듣는 이라크 전에서의 무용담이라던가, 개발 협력 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듣는 것으로 이동 시간 내내 전혀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미군 차량에 타서 이라크 한 복판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을, 충분히 전달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한 허먼은, 두꺼운 장벽 건너편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는, 상혁이 설치한 트릭에 대해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거 출발한 지역

의 바로 반대편이네.’

사실 관객이 도착한 목적지는, 그들이 차량에 탑승했던 세트장의 바로 뒤편이었다.

차량에 타서, 행사장 바깥쪽으로 길게 설치된 세트를 한 바퀴 돌아서, 탑승했던 세트장의 뒤편에 있는 세트장으로 돌아오게 만듦으로써, 상혁은 지나치게 넓은 공간을 할당하지 않으면서도 분위기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차량 어트랙션 구간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작전 지역’은, 이동하던 차 안에서 병사가 이야기 하던 것보다 훨씬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진짜로.”

손에 든 카메라를 들어올리며, 허먼이 중얼거렸다.

“세트 디자인은 최고네.”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컨셉 아티스트 중 한 사람으로 성장한 서연이 그린 세트장 컨셉을 그대로 재현한 세트장이,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이라크 미군부대 한 가운데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짜로 여가시간을 보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야외 샤워장에서 상반신을 드러내고 샤워를 하고 있는 병사들이라던가, 한쪽 구석에서 3:3 농구를 즐기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묘한 리얼리티를 주고 있었다.

“지금 도착한 인원은 2번 막사로 이동해 기초 교육을 받습니다!”

병사의 외침을 들은 인솔 병사가 허먼이 포함된 일행을 군용 막사 안으로 끌고 갔다.

허먼은 그곳에 게임 체험을 위한 장비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안에는 긴 책상과 여러 개의 의자들이 있을 뿐이었다.

내부에 들어오자마자, 건조한 모래 냄새가 나는 후텁지근한 공기가 허먼을 덮쳤다.

“곧 교육을 위한 교관님이 들어오실 겁니다. 옆에 자판기가 있으니 목이 마른 분들은 음료수라도 드시면서 설명을 들으시면 됩니다.”

딱 적절한 타이밍에 음료를 권하는 병사의 말을 들으며, 허먼은 좋은 기분으로 음료수 자판기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콜라를 뽑아 자리를 잡고 교관을 기다렸다.

“어?”

콜라의 뚜껑을 여는 순간, 방금 전까지 액체였던 콜라가 슬러시처럼 얼어붙는 것을 보며 허먼이 당황하자, 병사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과냉각(Supercooling) 방식으로 냉장시킨 음료입니다. 어는 점 이하 온도로 얼지 않게 만들어서, 뚜껑을 열면 바로 얼어붙는데, PTW의 CCO가 주문제작한 자판기라고 하더군요. 선물로 이라크의 미군부대에도 설치해주셨는데, 지금은 가장 인기가 좋은 장비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2013년에 등장했던 기술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상혁이 회귀 전 너튜브에서 봤던 물건을 주문 제작한 것이었다.

슬러시 상태로 얼어있는 음료를 홀짝이고 있자니, 오히려 실내의 더운 공기가 더 기분 좋게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다른 관객들도 그것이 신기한지 연신 콜라 병을 손가락으로 눌러가며 슬러시가 된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군복을 입은 한 병사가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저는 미국 제 7 보병대 EOD소속 폭탄 해체 전문가 잭 니콜슨 대위입니다. 오늘은 여러분께 PTW에서 나온 새 게임에 대해 소개하러 나왔습니다.”

그러자 한 관객이 손을 들어 병사에게 물었다.

“진짜 미군이신가요?”

“예.”

“미군이 여기서 왜 게임 설명을 하고 계세요?”

“그건 이번에 공개된 신작이, 저희 미군과 공동으로 협력하여 만든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애당초 신나서 군용 차량에 탑승한 시점에서, 여기 모인 관객들은 FPS나 밀리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니콜슨의 말은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뭐, 자세한 건 게임을 시작하면 알게 되겠지요. 제 역할은 여러분들이 테스트 플레이를 하는 동안 빠르게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이 특이한 게임의 요령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리 긴 설명은 아닐 테니 집중해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니콜슨에게 EOD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니었다.

이미 미군은, 병사들의 훈련에 이 게임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아직 ‘테러리스트’에 익숙하지 않은 신병들에게, 이 게임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고, 니콜슨은 그런 병사들이 훈련에 빠르게 적응 할 수 있도록 ‘게임을 가르치는’역할을 맡게 된 병사중의 한명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누구보다 테러리스트들을 많이 만나며 IED같은 급조 폭발물을 수도 없이 해체했던 전문가중의 전문가이기도 했고.

그런 그의 설명은, 듣고 있는 관객들을 순식간에 몰입시키는 흡입력을 지니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겁을 먹는 척 하는 사람과 실제로 겁을 먹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은 눈빛과 동작에서 차이가 납니다. 여러분은 경계 임무 도중에 그런 미묘한 차이를 잘 구분해서 누가 폭탄의 기폭장치를 들고 있는 테러리스트인지, 아니면 시장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불행한 사건에 휩쓸린 한 집안의 가장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합니다.”

그것은 마치 게임 설명이라기보다는 진짜 병사에게 교전 상황에서의 생존법을 가르치는 느낌의 강의였다.

그리고 그것은,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때때로 민간인을 사살해야하는 미군에 대한 변명 같아 보이기도 했다.

설명을 듣는 내내, ‘대체 저걸 어떻게 구분한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방식은 악랄하기 그지없었기에.

불발탄이 가득 든 트럭을 군부대에 돌진시킨다던가, 아니면 물건이 실린 수레 밑에 고폭탄을 가득 채워서 폭발시킨다던가, 매일 부대에 방문하는 배달 차량의 밑에 폭약을 숨긴다던가.

심지어 동료 병사의 시체를 갈라 뱃속에 폭약을 넣고, 회수하러 온 병사들을 폭사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마치 새 장처럼 생긴 조악한 철판들로 사람의 몸에 폭약을 둘둘 두르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처럼 다가와 폭발로 미군을 죽이는 경우도 있었고.

온갖 케이스에 대해 설명하던 니콜슨이 관객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느낌을 받자 미소를 지으며 말할 정도였다.

“거짓말 같죠? 이거 전부 진짜입니다.”

그렇게 말한 니콜슨은 드디어 게임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째서 미군이 단지 게임을 공개하기 위한 행사에 이 정도의 협조를 제공할 정도로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는지에 대한 그 이유도 함께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설명을 듣던 허먼은, 어째서 니콜슨이 나와서 관객들에게 게임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해놓고 대 테러 대응 방법을 교육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저 설명이 전부 게임하는 방법에 대한 거였어!’

3~5인으로 구성된 1조가 되어, 한명이 IED를 제거하는 동안 나머지 플레이어가 주변을 경계하고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형태의 특이한 게임 플레이는 미군 병사들이 이라크에서 매일 겪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었다.

그것도 군부대에서 훈련용으로 사용할 정도로 리얼한 재현도를 가지고.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경험을 주었는지는, 니콜슨의 설명이 끝나고 이동한 옆 막사에서 나오는 관객들의 표정을 보며 바로 알 수 있었다.

나오는 관객들이 하나같이, 뭔가 엄청난 것을 겪은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으니까.

잠시 후 허먼은, 막사에 들어가고 나서야 사람들이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저게 차세대 그래픽의 정점···.’

한눈에 보아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대형 TV가 나란히 늘어서있는 가운데, 아직 정식 발매 전인 8세대 게임기의 스펙으로 구현된 화려한 게임 화면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PTW가 만드는 게임답게, 아직 발매도 되지 않은 콘솔이 가진 성능의 마지막 한 한 올까지 모두 뽑아내어 만든 듯한 그래픽으로.

그리고 그 화려한 그래픽이 자아내는 게임 안의 모습은, 그들이 방금 전까지 돌아다니던 군 막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5인 1조로 진행하겠습니다. 한분은 폭탄을 해체하시는 역할이니 핸드 트래커를 껴 주세요.”

“핸드 트래커요? 혹시 신작은 코넥트 전용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패드로도 할 수 있지만, 이쪽이 좀 더 재미있거든요.”

“아, 지원은 하지만 필수는 아니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저는 게임 전문 리뷰어인데, 혹시 둘 다 테스트 해 볼 수 있을까요?”

“그럼 줄을 한 번 더 서셔야할 겁니다. 다른 관객 분들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저희 조 여러분. 혹시 제가 핸드트레커로 먼저 플레이해도 될까요?”

PTW팬들 사이에서 허먼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기에, 어렵지 않게 다른 사람들의 양해를 구하고 핸드 트래커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허먼은, X-BOX패드를 잡은 채 작전 지역까지 이동하여 폭탄이 있는 것으로 의심 되는 민간인 차량의 앞에 도착했다.

“그럼 폭탄 해체하시는 분은 잠시 일어나주세요.”

그러자 갑자기 허먼의 옆에 서 있던 스텝이 허먼의 곁으로 다가와 거대한 무언가를 내밀었다.

“그건···?”

“EOD 슈트입니다. 해체 체험 하시는 동안 리얼함을 위해서 입는 것을 권장합니다.”

“더럽게 더워보이는 데요?”

“실제로 폭탄 해체도 그래요. 덥고 위험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요. 원하지 않으시면 안 입고 하셔도 됩니다만···. 이거 일반인은 입을 기회가 평생가도 없을 거라 한번은 입어 보시는 걸 권장합니다.”

세상에 상대가 그렇게 말하는데 기회를 놓칠 게이머는 없었기에, 허먼은 더위를 감수하고 EOD슈트를 입었다.

그러자 숨 막히는 더위가 순식간에 허먼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이거 통풍 최악이네요. 움직이기도 힘들 것 같은데.”

“하지만 목숨을 건질 수 있죠.”

“손목은 확실히 날아갈 것 같은데요?”

EOD슈트는 섬세한 조작을 요구하는 작업 특성상 두꺼운 장갑을 착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손목 아래 부분 부터는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자 미군으로 보이는 스텝은 웃으며 허먼의 이야기에 살벌한 농담으로 답했다.

“어차피 폭탄이 터지면 그거 입은 상태로 안에서 고기반죽이 되니까, 손목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사실 목숨보다는 터졌을 때 시체라도 온전히 건지려고 입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엄청 살벌한 농담이네요.”

“농담 같아요?”

허먼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대답에, 왠지 실제로 겪은 듯한 아픈 기억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긴 병사는 웃으며 허먼의 머리에 헬멧을 씌워주고는 방탄유리로 된 바이저를 내렸다.

그러자 귀쪽에 있는 헤드셋에서 다른 일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저거 입을 줄 알았으면 내가 한다고 할 걸.”

“이거 무지 더워요. 부러워하지 마세요.”

“하지만 기분은 끝내줄 것 같은데요? 진짜 같잖아요.”

“뭐, 그건 부정 못하겠네요.”

아마 밀리터리 덕후라면 이 체험을 진행하다 기쁨으로 기절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허먼은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티비 앞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아까 들었던 병사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헤드셋 안에서 들려왔다.

“조작법 설명은 들으셨죠? 손동작으로 이동하시고 폭탄을 해체 하실 땐 장갑의 색을 주의해서 지켜보세요. 붉은 색이 너무 밝게 빛난다 싶으면 터질 위험이 있는 거니까 잠깐 동작을 멈추시고요. 장비는 허리쪽에 손을 가져다 대시면 쓸 수 있어요.”

“그건 MYOM하고 같은 조작법이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허먼이 손을 움직여 이동 모션을 취했다.

그러자 화면 너머로 육중한 복장을 입은 자신의 캐릭터가 천천히 폭탄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허먼이 폭탄을 해체하는 동안, 나머지 관객들은 패드를 열심히 움직여 주변을 돌아다니는 NPC를 향해 열심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hey you! Get out of here!”

“Get your hands up!!!”

버튼을 누르면 총알 대신 고함이 나가는 경험은 FPS에 익숙한 유저에게도 생소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미친 듯한 총알 세례 속에서 적을 쏘아 맞추는 시원함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눈앞의 NPC가 기폭장치를 들고 있는지, 아니면 총을 품안에 숨기고 있는지, 저 건물 옥상에서 빛나는 빛이 저격수의 반사경에서 나오는 빛인지 아니면 단순히 일반인이 들고 있는 캠코더에서 나오는 빛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흔드는 행동, 동공의 흔들림까지 구현된 그래픽.

주머니로 향할까 말까 고민하는 손동작.

프로 조향사를 초빙해서 현장의 먼지 냄새까지 그대로 구현한 세트장의 분위기가 대형 화면과 함께 관객을 완전히 미군 병사가 된 기분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몰입 감의 정점에 있는 것이, 맨손으로 화면 안에서 이리저리 손을 움직여 폭탄을 조작하고 있는 허먼이었고.

‘시발 진짜 욕 나오게 덥네.’

덥다.

짜증나고, 이놈의 폭탄은 조금만 건드리면 순식간에 손이 용암처럼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그 순간, 저편에 있는 허먼과 같은 옷을 입은 한 사람이 있는 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관객은, 마치 진짜 폭탄이라도 터지려는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TV에서 멀어지려고 뛰어가다 폭음과 함께 그대로 넘어져버렸다.

“Shit!!!! F○ck!!!”

허먼이 욕설을 내뱉었다.

하마터면 놀라서 자신도 똑같이 폭사할 뻔했기 때문에.

그 후로도 몇 번의 위험한 순간을 넘기면서, 주변의 다른 파티들이 해체에 실패하는 것을 지켜보며, 허먼은 조심스레 폭탄의 뇌관을 하나하나 해체해 나갔다.

“오오오! 잘하신다!”

“성공하나?! 성공하나?!”

어느새 실패한 파티의 사람들이 일제히 자신의 뒤쪽에서 화면을 바라보는 것은, 허먼에게 극도의 압박감을 주었다.

두꺼운 슈트 안에서 미친 듯이 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마지막 뇌관이 짜증난다.’

안에서 휘어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조금이라도 세게 잡아당기려하면 장갑을 순식간에 붉어지게 만드는 뇌관 하나가 허먼의 신경을 극도로 건드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허먼을 호위하던 파티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이 접근 시키지 마!”

어느새 진짜 전우처럼 반말로 소통하던 파티원들은 테러리스트들이 폭탄의 해체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민간인을 통제해 나갔다.

자신들의 파티원이자, 폭탄을 해체하고 있는 EOD대원이 자신의 임무를 마칠 때까지.

그리고 결국, 허먼은 마지막 뇌관의 제거까지 성공하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와!!!!!”

“성공!!!”

“대단하다!!!!!”

사방에서 터지는 박수소리와 함께, 허먼은 무거운 방탄모를 벗었다.

그리고 어느새 존재조차 잊어버리고 있던 파티원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수고하셨습니다!!”

PTW의 신작 FPS. 그것은 그가 이제까지 했던 모든 FPS를 통틀어 가장 기묘하면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안겨주고 있었다.

1세션을 건너뛰고 3세션으로 간 리차드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리고 그 시각, 3세션으로 바로 넘어간 리차드는 비슷한 시간에 첫 번째 테스트 플레이를 마치고 체험 존을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머릿속에 떠올린 생각은, 같은 시각 허먼이 생각하고 있던 것과 동일한 생각이라 할 수 있었다.

‘미친 게임이네.’

리차드는 바로 재 입장을 위한 줄에 합류하면서 생각했다.

자신의 선택이 정답이었다고.

리차드가 오늘 이벤트 종료 시간이 될 때까지, 오직 3번 세션에서만 계속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금 그가 방금 플레이한 게임은 ‘미친 듯이’재미있었다.

허먼은 EOD의 ‘경계병’시점에서 다시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리차드는 방금 했던 미친 시스템의 게임을 한 번 더 플레이하기 위해서.

두 사람은 그렇게 테스트를 위한 줄에 다시 합류했다.

‘리차드 씨가 불쌍하네.’

‘허먼 씨가 불쌍하네.’

서로의 생각을 모르는 상황에서, 마음속으로 상대방을 동정하면서.

PTW의 2번째 컨벤션은 그런 식으로 체험존에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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