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10화 (211/485)

210. 2차 NE컨벤션

1차 컨벤션 때와 마찬가지고 2만 5천원에 판매한 NE컨벤션 티켓은 예약을 시작한지 2분 30초 만에 3일치 행사 티켓인 6만장의 티켓이 모두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며 성황리에 예약이 종료되었다.

물론 예약 종료 이후에 게시판에 티켓을 구매하지 못한 수많은 유저들이 입장인원을 더 늘려달라고 항의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일도, 1차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재현되었다.

아니, 오히려 1차 행사의 명성 때문인지 지난번 행사보다 입장 인원을 늘려달라는 게시글의 숫자가 3배 이상 증가한 상태였으니, ‘재현’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유저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상혁은 철저하게 2만명의 입장 인원을 고수했는데,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입장 인원이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제대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애당초 이 행사 자체가, 티켓이 팔리면 팔릴수록 PTW가 손해를 보는 구조기 때문에 입장 인원을 원하는 대로 다 받으면 적자가 미친 듯이 불어난다는 이유도 있었고.

유저가 지불하는 티켓 가격은 2만 5천원이었지만 PTW가 행사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유저 한 명당 15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니까 3일간 매일 2만 명씩 6만 명의 관객 수를 고려하면 행사 한번에 750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는 셈.

물론 PTW입장에서는 게임 판매를 위해 버는 돈에 비하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비용이었지만, 다른 기업에 비해 아득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참가자들 중에 누구도 2만 5천원이란 티켓 가격을 두고 PTW가 티켓 팔아서 돈을 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저들 사이에서는, NE컨벤션의 존재가 전 세계를 상대로 게임을 팔아서, 유저에게 돌려주기 위해 펼치는 팬 서비스의 일종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유저의 믿음 뒤에는, 행사가 기획된 순간부터 끊임없이 행사의 모든 부분을 신경 쓰는 상혁의 노력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번 컨벤션 행사 음식입니다. 이라크전과 학교라는 테마에 맞춰서 준비했습니다.”

“학교라는 테마로 창작 요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모양만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안에 들어가는 재료 자체를 좋은 걸로 바꿨죠.”

어떤 행사에서의 ‘음식’은 그 행사의 좋은 기억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혁은 그 ‘추억’을 주기 위해, 거액을 주고 요리 연구가와 미슐랭  쉐프들과의 계약을 맺고 행사장에서 관객들에게 제공할 음식을 꼼꼼하게 기획했다.

“너무 고급스러운 느낌이면 안 됩니다. 평범해 보이면서 강렬하게 맛이 있는 편이 더 기억에 남아요. 평생 한번만 볼만한 음식보다는, 매일 접할만한 음식인데 행사장에서 먹었던 맛이 잊혀 지지 않는 편이 더 좋은 추억을 줄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먹을 일이 없을 것 같은 푸아그라 요리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즈 샌드위치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접근해주시면 됩니다.”

상혁은 행사장에 설치되는 세트의 퀄리티에도 신경을 썼다.

목제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 모든 파트에 완벽하게 사포질과 락카 칠이 되어있어야 했고, 만지는 손에 거친 느낌이 느껴져서는 안 되었다.

조금이라도 사람이 기댈 수 있는 세트는 무게를 충분히 버틸 수 있도록 내구성을 갖춰야했고, 사람이 몰려들만한 위치에 있는 설치물은 반드시 내부에 강철 프레임이 삽입되어야 했다.

행사장을 방문하는 유저가 절대로 안 좋은 추억을 안고 가지 않도록.

그리고 최고의 기억만을 가지고 공개된 게임에 대한 부푼 기대감만을 가지고 집에 갈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하는 기간 내내, 상혁은 미국과 한국 사이를 수도 없이 오가며 행사 준비를 감독하고 있었다.

자신이 리드 기획을 맡고 있는, 개발 1팀의 FPS기획을 함께 병행하면서.

왕복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일을 하고, 호텔방에서도 일을 하면서 점점 지쳐가고 있었지만 상혁의 눈빛은 점점 반짝여가고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고생은,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이었기에.

행사장 부지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스텝들과 완성되어가는 세트를 보면서, 유저들이 행사장에 들어갔을 때 보여줄 반응을 상상하는 것은 상혁에게 생각만으로도 짜릿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특히 이번엔, 돈으로도 못하는 걸 가능하게 해주었으니 펜타곤에 감사해야겠는데.’

행사장 곳곳에 돌아다니는 미군 군복을 입은 병사들과 이곳저곳에 배치된 군용 차량이 행사장 분위기를 마치 이라크 한가운데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행사 장비를 아낌없이 지원해준 것은, 물론 바네사가 소속되어있는 미 국방성 홍보부의 힘이 매우 컸다.

“원래는 보안 문제도 있고 해서 일반인한테는 군용 장비 공개를 잘 허용 안하지만요. 그나저나, 이 치즈샌드위치 진짜 예술이네요.”

어느새 상혁의 옆에 다가온 바네사가 상혁이 보고 있는 풍경을 나란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상혁이 바네사를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안에 들어간 소스를 미슐랭 쉐프가 직접 만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장비 대여 관련해서, 그 정도 대가는 지불한 것 같은데요?”

물론 PTW에서 행사에 동원되는 각종 장비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긴 했지만, 사실 그 금액은 미군에서 지원한 장비 규모에 비하면 푼돈이라고 볼 수 있는 금액이었다.

바네사는 그 점을 지적하며 상혁을 압박했다.

“여기 지원된 장비가 얼마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PTW에서 지불한 비용으로는 저 장비들을 여기까지 옮긴 유류비와 행사 도우미로 차출된 군인 인건비나 겨우 지불할 정도라고요. 미군은 단지 돈만 가지고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에요.”

“압니다. 하지만 저희가 미군에 제공한 것은 단순히 유류비 정도가 아니지 않습니까? 실제로 훈련시뮬레이터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들었고요.”

상혁이 유출 방지를 조건으로 미군에 제공한 EOD는, 현지의 병사들에게 매우 호평을 받았다.

게임이 제공하는 특유의 긴장감과 재미는 둘째 치더라도, 실제로 작전 상황에서 이라크 주민들이 보여주는 미세한 반응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훈련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에.

그 덕에 실제 민간인을 오인 사격하는 사고율도 매우 줄었고, 실전 같은 훈련을 통해서 막상 실전 상황이 벌어졌을 때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사례도 여럿 보고되고 있었다.

게다가 미군에서 사용하는 훈련 시뮬레이터 버전에는, 출시되는 게임에는 없는 기능도 추가되어 있었는데, EOD요원이 직접 가서 폭탄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사용하는 폭탄 해체용 로봇을 핸드 트래커로 조작하는 기능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미군의 요청으로 넣기는 했지만, 상혁은 ‘눈앞에서 폭탄 해체하는 것과 다르게 긴장감이 없다’는 이유로 민수용 버전에 해당 기능을 넣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기능은, 완전히 미군만을 위해서 PTW가 특별히 만들어준 기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코넥트와 핸드 트래커로 폭탄 해체용 로봇을 조작할 수 있는, 별도의 로봇용 운영체제와 함께.

“그거 만드느라 들어간 고생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해주셨어야한다고 믿습니다.”

상혁이 말하자, 바네사도 어쩔 수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PTW에서 개발한 EOD로 인해 구할 수 있었던 미군의 생명은, 돈으로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라크 파병 군인들에 대해서 본인이 희망하면 전원 행사 참여할 수 있게 해 드렸잖아요. 테스트에 참여한 병사들도 전부 초대 티켓 드렸고. 그게 암표상에서 지금 얼마에 팔리는 티켓인지 아세요?”

“200달러쯤 하나요?”

“싸게 사도 8백 달러입니다. 그리고 미군에게 선물한 티켓은 VIP 티켓이라 4천 달러 이상이고요. 물론 매물이 아예 안 나오니까 4천 달러 줘도 구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게임 쇼 초대장이 4천 달러라고요?”

바네사가 충격 받은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이 상혁에게 감사의 표시로 건네받은 티켓이, 그 정도로 비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자 상혁이 그녀를 보며 웃으며 VIP티켓에 대해 설명했다.

“행사장 내 모든 음식을 티켓만 보여주면 공짜로 드실 수 있고, 체험 존에서도 줄 서지 않고 별도로 준비된 체험 존에서 빠르고 여유 있게 신작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 입장만 허용되는 다른 티켓과 다르게 3일 내내 입장 가능하고요. 근처 아무 호텔에서나 티켓만 제시하면 무료 숙박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VIP전용 기념품도 따로 증정하죠. 그게 전부 미군 병사들을 위해서 특별히 추가한 제도인데, 공을 꽤 많이 들였다고요.”

“그런 걸 단지 테스트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그 많은 병사들에게 주신 겁니까?”

“뭐, 그 사막에서 목숨 걸고 싸우면서 게임 테스트와 고증협조까지 해주셨으니 그 정도 보상은 해야죠.”

그러자 바네사가 남은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며 삼키더니 상혁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가 생각을 잘못했네요. PTW는 저희 미군의 지원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했다고 인정하겠습니다.”

“알면 됐습니다.”

싱긋 웃는 상혁을 보며 바네사도 미소를 지었다.

상혁은 행사장을 찾아 즐거워할 유저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리고 바네사는 행사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병사들을 생각하면서.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즐거운 기분으로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

“와, 씨. 지난번 행사 때도 그랬지만 진짜 사람 바글바글하네.”

“그래도 질서는 있어 보이지 않아요?”

“그야 뭐, 모인사람들 이 전부 PTW팬들일 테니까. 괜히 껄끄러운 일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요. 뭣보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그 지옥의 티켓팅을 뚫어낸 승리자들이기도 하고.”

허먼은 이번 행사 입장 시간이 되기 한참 전에 리차드와 합류했다.

지난번 1번 세션에서 함께 게임 정보를 찾아냈던 것처럼, 이번에도 뭔가 놓칠 수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그리고 리차드는, 적어도 허먼이 알고 있는 한 PTW에 대해 가장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게임 전문 기자였다.

그리고 그것은 리차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PTW의 신작에 대한 기사를 쓰는데 가장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고르라면, 리차드는 주저없이 눈앞의 남자를 골랐을테니까.

그렇게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성립된 계약은, 이번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양쪽이 얻어낸 정보를 최대한 공유하는 것이었다.

그때 리차드는, 허먼의 모습이 작년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올해는 가족 분들이 안 보이네요?”

“아, 아내와 딸은 호텔에서 쉬고 있습니다. 혹시 제가 일하는데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면서, 마음껏 행사를 즐기라고 이야기 해주더군요.”

“복 받으셨네요.”

“그렇죠? 저한테 PTW는 큰 의미가 있는 회사입니다. 단지 팬으로써 감사 영상을 만들어준 것뿐인데, 그게 지금은 직업이 되고, 매년 행사에도 초대받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신작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죠?”

“예. 혹시 몰라서 메일로 문의 해 봤는데, 보안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보통은 친한 기자나 리뷰어에겐 정보를 살짝 흘릴 만도 한데, PTW의 보안에 대한 집착은 거의 편집증 수준이긴 하죠.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조금만 정보를 흘려주면, 진짜 특집 기사 덩어리가 될 수 있는 회사인데.”

“티켓을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죠. 지금 암표 시장에서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 아시잖아요?”

“하긴···.”

PTW가 티켓을 정가에 팔아서, 한사람 당 얼마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지 그 정확한 금액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금액이 인당 수백달러는 가볍게 넘을 것이라고 리차드는 확신하고 있었다.

작년의 행사에 들어간 세트의 수준만 해도, 25달러의 티켓 가격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런데, 묘하게 군복을 입은 사람이 많네요. 왜일까요?”

“그러게요. 군인들 중에 PTW팬이 많았던가?”

“그럼 군복을 입고 있지는 않았겠죠. 물어보러 가 볼까요?”

리차드는 라인을 이탈해 한 무리의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미군이 입는 사막군복을 입은 병사들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서로 떠들며 잡담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군인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좋은 날이네요.”

“예. 좋은날입니다. 혹시 NE컨벤션에 참가하기 위해 오신 분들인가요?”

“그래서 줄을 서고 있었겠죠? 이번 행사 참가를 위해서 휴가도 받았으니까요.”

“용케 티켓팅에 성공하셨네요. 혹시 원래부터 PTW의 팬이셨나요?”

리차드의 질문에 군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리차드에게 대답했다.

“저흰 티켓을 구해서 온 게 아닙니다. PTW에서 초대받아서 온 거죠.”

“초대요? 군인 아니신가요? PTW와 친분이 있는 기자나 리뷰어가 아니면 초대장이 가지 않는 걸로 아는데요?”

실제로 NE컨벤션의 초대 티켓은 기자라고 다 발급되는 것이 아니었다.

PTW에 호의적인 리뷰를 적는다고 무조건 주는 것도 아니었고.

상혁은 자신이 보기에 게임 리뷰를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수행한다고 생각하는 리뷰어를 선정해서 초대권을 보내고 있었고, 그 외의 기자들은 실제로 티켓팅에 참여하거나 암표를 구매해서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기자가 아닌 군인이, NE컨벤션의 초대 티켓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리차드의 흥미를 끌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군인들의 말은, 리차드를 매우 흥분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아, 저희는 PTW의 신작 개발에 협조한 보답으로 초대받은 군인들입니다.”

“신작에요?!”

“신작에?!!”

리차드와 동시에, 허먼이 소리를 질렀다.

“신작 개발에 참여하셨다고요?”

“예.”

“혹시 무슨 게임이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나 군인든 손바닥을 내밀며 진지한 표정으로 바로 선을 그었다.

“그건 안 됩니다. 저희에게는 십만 달러가 없거든요.”

“십만 달러요?”

“비밀 유지 서약 위반 시 지불해야하는 위약금이죠.”

“아···.”

실망하는 표정을 짓는 리차드와 허먼을, 병사가 웃는 목소리로 격려했다.

“뭐, 어차피 금방 알게 되실 거잖아요?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시죠.”

“그래도 뭐 안 걸리는 범위 내에서 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기사는 쓰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어째서 미군들이 개발에 참여했는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아서요.”

그러자 잠시 고민하던 병사가 주변에 들리지 않게 허리를 숙이며 리차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즉시 허먼과 리차드가 고개를 숙여 병사의 머리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대었고, 병사는 그런 두 사람에게 자신이 알려줄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거랑 관련 있습니다.”

병사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엔, 자수로 새겨진 EOD라는 글자가, 부대 견장 밑에 붙어 있었다.

“EOD? 폭발물 처리반(Explosive Ordnance Disposal)말씀이십니까?”

“힌트는 여기까지. 나머지는 안에서 보시죠. 어차피 입장 시간도 된 것 같은데.”

병사의 말대로, 저 멀리서 개장을 알리는 안내 음악이 천천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병사는 다시 허리를 펴고 PTW가 대체 EOD로 무슨 게임을 만들어 낸 건지 궁금해 하는 두 사람에게,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말을 건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더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여기 개발에 참여한 병사들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요.”

“그게 뭡니까?”

그러자 병사가 자신들의 일행에게 합류하며 말했다.

“저희 모두, 저희가 참여한 새 게임이 정말로, 끝내주게 멋지다는(Extremely awesome)데 동의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말한 병사는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일행과 함께 입구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리차드와 허먼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조용히 말했다.

“뭔가 힌트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짐작도 안 가네요.”

“EOD와 관련이 있다면 현대 버전 FPS 일까요?”

“이라크전 관련 게임일수도 있고요. 확실한 건···.”

리차드가 이제 입장이 시작된 입구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허먼이 리차드의 나머지 말을 이어 나갔다.

“들어가 봐야 알 수 있겠군요. 지난번에 있었던 1차 NE컨벤션처럼.”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걸음을 옮기던 두 사람은 곧 입구 쪽에 몰려있는 입장객들의 줄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통제자의 안내를 따라 거대한 벽 너머에 감춰진 세트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방금 전 자신들에게 군인들이 말했던 힌트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PTW의 2번째 게임 공개 행사인 2차 NE컨벤선의 포문을 여는 1번째 세션.

그곳의 세트가, 말 그대로 ‘미군 부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오 맙소사. 저거 진짜 탱크야?”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몰라도 탱크에 헬기까지 놓여있는 거대한 세트장을 보며, 두 사람은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행사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간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육중해 보이는 EOD 슈트를 입은, 폭탄 해체 반처럼 분장하고 있는 행사 스탭의 모습이었다.

“지금부터 5명을 한조로 줄을 서서 탁자위에 있는 방탄 헬멧을 쓰고 왼쪽에 보이는 버팔로 MRAP(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 지뢰 방호 차량)에 탑승한다! Move! Move! Move!”

얼떨떨하게 서 있는 관객에게, 진행자는 마치 진짜 군인인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빌어먹을 엉덩이를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그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군화발로 차주겠다! 다섯 셀 때까지 움직여! Five! Four! Three···!”

그렇게 말하는 스텝의 목소리는, 입장 한 관객에게 진짜 군인 같은 현장감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병사도, 주변에 널려있는 군용 막사도, 그들의 눈앞에 있는 거대한 군용 차량도 그 모든 게 상혁이 미군의 협력을 받아 준비한 ‘진짜’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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