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약관 변경
[현재 개발 중인 인조학원의 음성 더빙에 대해 건의 드립니다.]
[성우 성대가 터져나가는 한이 있어도 인조학원이 음성 더빙으로 발매되어야하는 100가지 이유]
[제발 음성 더빙 추진해주세요]
[마녀에게 빼앗긴 우리 캐릭터들의 목소리를 돌려주세요]
[뻐끔이는 이제 그만! 이제는 음성 지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이 게임에 음성지원이 되지 않으면 저는 실망으로 돌하루방이 되어버릴 겁니다.]
[개발 2팀 전원이 음성지원의 추진을 위해서는 발매 이후 성과급을 반납해도 좋다는 합의를 보았습니다. 이상혁 CCO님, 제발 실무자의 요청을 들어주십시오.]
PTW의 내부 게시판에는,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제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 올라온 글은, 익명으로 처리되어 오직 상혁만이 볼 수 있었고.
원래는 혹시 모를 직장 내 괴롭힘이나 말하기 곤란한 건의 사항에 대해 익명으로 상혁에게 투고할 수 있도록 만든 게시판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목적이 변질되어 지금은 거의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 게시판처럼 변해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최근 게시판에 가장 많은 글을 올리고 있는 개발자들은, 현재 인조학원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 2팀에 소속된 인원들이었다.
심지어 최소 인당 수천만 원 이상이 보장되어있는, 발매 후 보너스를 반납하겠다는 이야기까지 하면서.
“물론 그렇게 말했다고 진짜로 안주면 화내겠지만, 그래도 마음은 어느 정도 알겠네.”
게시판을 보고 있던 상혁이 말하는 것을 들은 민준이 상혁이 앉아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상혁의 입가에 걸려있는 미소를 보고 경악하며 말했다.
“너···. 너 이 자식 설마? 진짜로 음성 넣고 보너스 안주려고?”
“아, 아니거든?! 아주 잠깐 그냥 진짜로 안주겠다고 하면 어떤 표정 지을까 궁금했을 뿐이거든?!”
“그런 생각 자체를 했다는 거 자체가 무섭다.”
“뭐 농담으로 할 수도 있지.”
“돈 가지고는 농담하는 거 아냐.”
“그건 나도 백퍼센트 동의해. 그러니까 생각만 해봤다는 거지. 단순한 호기심이랄까.”
“생각도 하지 마!”
“알았다. 진정하고 작업 진행 상황이나 말해줘. 음성 지원, 진짜로 가능한 거야?”
“가능해야지. 그걸 위해서 지은 데이터 센터인데.”
애당초 상혁이 더빙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방대한 스크립트 분량에 따른 게임 용량의 증가 때문이었다.
게임에서 가장 큰 파일 크기를 자랑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음성파일의 존재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음성 정보는 손실 압축을 거칠수록 용량이 줄어드는 만큼 음질이 안 좋아지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직원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돈하고는 관계없는 문제라 할 수 있었다.
아무리 PTW에 돈이 많다 하더라도, 멀쩡히 존재하는 파일의 용량을 기적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AI 친구들과의 대화’가 게임의 가장 큰 재미라고 할 수 있는 현재의 인조학원에서, 음성의 부재는 뼈아플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플레이어를 포함하여 5명이 동시에 떠들어대는 채팅창이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문제거니와, 그 대화를 보느라 게임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였기 때문에.
더빙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고민에 빠진 상혁에게 민준이 제시한 방법이 바로 TTS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TTS(Text to Speech : 음성 합성 시스템).
텍스트로 된 정보를 컴퓨터가 음성으로 합성하여 들려주는 방식으로 음성을 지원하자는 아이디어를 민준이 처음 가져왔을 때, 상혁은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었다.
“그거 결국은 전자음이잖아. 아무리 개성 있는 대사라도 감정 안 섞인 전화 안내 같은 말투로 들으면 분위기 다 깨질걸?”
“어조를 구현하는 방법도 있잖아.”
“그거야 나도 알지. 문제는 그걸 구축하는데 쓸 데이터를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게 문제인거지.”
TTS에도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어조와 억양을 구현하는 방법이 있었다.
방대한 음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상황에서의 대사를 발음할 때 사람이 어떤 식으로 발음하는 가를 AI에게 딥 러닝(Deep Learning) 방식으로 학습시켜 인간과 비슷한 말투를 구현하게 하는 방법.
그런 기술의 존재 자체는 상혁도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해석을 하기 위해 필요한 방대한 음성데이터를 어디서 구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코넥트에 탑재된 음성 인식 알고리즘은, 대화 내용이 아니라 특정 단어를 개개인이 어떤 식으로 발음하는가를 학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라 별도로 유저의 음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준은 그것이 딱히 지장이 되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그게 문제가 되나?”
“문제가 안 되냐? 분석을 해서 학습을 시키려고 해도, 분석할 데이터가 없잖아.”
“없으면 모으면 되지.”
“뭐?”
“잊었어? 지금 전 세계 게이머들이 디스코드 대신 쓰고 있는 음성 대화 툴이 뭔지?”
“아···!”
돈 한푼 내지 않아도 고음질의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
회귀 이후의 세계에서, 상혁이 알고 있던 모든 메신저를 대체하여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프로그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광고도 없이 묵묵히 최적의 환경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민준이 말한 프로그램은, 이제는 윈도우 다음으로 많이 깔린 제 2의 운영체제 취급을 받고 있는, ‘워크 패스트’를 말한 것이었다.
***
[워크 패스트 이용 약관 변경 공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하던 프로그램의 약관이 변경되었다는 공지를 보아도 그냥 읽지 않고 넘기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변경된 약관을 꼼꼼히 체크하기도 했다.
대기업이란 존재는, 언제나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유저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던 약관을 멋대로 수정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내곤 했으니까.
그리고 워크 패스트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어째서 유료화를 안 하는 건지 이해 안가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렇기에 약관 변경 공지가 떴을 때, 변화에 민감한 몇몇 유저들은 드디어 ‘때가 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겨가기엔 의존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버린 시장 지배적 프로그램에, 광고가 올라오게 될 날이 온 거라고.
그러나 그들이 발견한 약관 변경내역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변경 내역을 이렇게 알기 쉽게 붉게 표시해주는 건 또 처음보네.”
일반적으로 유저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약관을 변경하는 경우, 기업은 최대한 그 내용이 발견되기 어렵게 보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한 경우는 아예 구 약관과 신 약관을 통째로 올려놓고 보는 사람에게 틀린 그림 찾기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러나 PTW의 변경된 약관은 변화된 부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었다.
[음성 대화를 위해 워크 패스트의 게임 챗 에드온을 사용하는 경우, PTW에서는 유저의 음성 데이터를 익명으로 수집하여 향후 발매될 게임의 AI 알고리즘 개발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PTW는 지금껏 보지 못한 더 나은 게임 경험을 유저분들께 제공하고자 합니다.
모든 데이터는 익명으로 저장되며, AI의 알고리즘 학습 이후에 사용된 원본 음성데이터는 삭제됩니다.
동의하지 않으셔도 프로그램 이용엔 지장이 없으며, 동의하실 경우 고객님의 음성 데이터는 향후 전세계 게이머들이 더 멋진 게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게 약관 변경 공지라고?”
대놓고 거부해도 좋고 거부해도 여전히 이용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워크 패스트의 변경 약관은 보는 이를 황당하게 하는 정중함을 담고 있었다.
오로지 ‘더 나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적이라는, PTW라는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순수함과 함께.
“솔직히 말하면, 동의 안하면 프로그램 사용 못하게 한다고 해도 문제 없었을 것 같은데. 다들 그렇게 하잖아? 프로그램 전체를 다 막겠다는 것도 아니고, 게임 챗 에드온만 동의해야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건데.”
초조하게 약관 공개 시점을 기다리는 상혁을 바라보던 민준이 말하자, 상혁은 고개를 저었다.
“난 선택권 없는 강요는 하고 싶지 않아.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만든 거면 몰라도. 회사가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목적이 변경되면 반드시 유저에게 선택권을 줘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거든.”
“그로 인해 데이터 수집에 지장이 생기더라도? 자기 음성을 회사에서 저장한다는데 좋아할만한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다른 회사라면 그렇겠지.”
“여긴 PTW잖아. 우린 지금까지 게이머에게 무엇이 옳은 건지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왔고, 게이머들도 우리의 그런 노력을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동의해 줄 거야.”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게임이라는 것보다 매력적인 보상은 없을 테니까.”
상혁의 예상은 적중했다.
다른 기업의 일방적인 약관 변경과는 다르게, 오히려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PTW의 변경 약관은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몰고 왔고, 오히려 게이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약관 변경을 공시한지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상혁은 민준에게 2억 명이 동의한 약관 변경 동의 상황 내역을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었다.
“이걸로 1번째 스탭은 된 거지?”
“어. 그리고 두 번째 스탭을 밟을 때라는 소리고.”
“두 번째?”
“데이터 센터를 통해서 수집된 음성데이터를 렌더링 센터를 이용해서 AI에게 학습시킨다 하더라도, 결국 나오는 건 ‘어떤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가.’잖아.”
“그렇지.”
“그럼 ‘어떤 목소리를 내게 할 것인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인거지.”
상혁은 민준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더빙을 해야 한다는 소리지? 컴퓨터가 재생할 기본 음성이 필요할 테니까.”
“맞아.”
상혁은 바로 성우모집 공고를 올렸다.
개발2팀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그렇게 고대하던, ‘음성지원’기능을 추가하기 위하여.
그리고 민준은, 전 세계의 유저들이 모아준 ‘목소리로 된 원기옥’을 가지고, 자신이 만든 알고리즘으로 TTS AI를 학습시키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대화 스타일이 아니라, ‘게이머들이 게임할 때 쓰는 말투’가 중점적으로 모인 데이터를 가지고.
그것이 바로 민준이 만들고자 하는 원조학원의 3번째 퍼즐 조각이었기 때문에.
***
“인조학원 성우 모집공고 올라온거 봤어요?”
“저도 봤습니다.”
“오! 그럼 드디어 인조학원 AI들의 음성을 듣게 되는 건가?”
“그건 모르죠. 대사 량이 워낙 방대해서 성격 하나의 대사를 성우가 다 녹음하려면 성대결절은커녕 목에서 피가 나도록 녹음해야 할 테니까. 성격도 소리 지르거나 우는 성격이 많잖아요. 그거 전달하려고 감정표현에 이모티콘도 많이 쓰고 있고.”
“하지만 저는 성우 목이 터지더라도 음성달린 버전이 듣고 싶어요. 재미있는 성격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아는 친구랑 게임하는 것보다 인조학원 테스트하는 게 훨씬 재미있을 정도니까.”
“스크립트 팀이 고생이 많았죠. 지금도 쉬지도 못하고 계속 작업 중이라잖아요.”
“스크립트 팀만 고생한다고 생각하세요?”
휴게실에서 커피를 타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직원들은, 뒤에서 들리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엔 인조학원의 영문스크립트 번역을 맡은 개발2팀 번역 팀 소속 에이미가 눈에 짙은 다크 서클을 띄운 채 구부정한 자세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하도 보기에 애처로운 모습이었기에, 대화를 하고 있던 직원이 재빨리 들고 있던 커피를 에이미에게 넘겼다.
“이거, 방금 탄 거예요. 멋진 게임 만드느라 고생이 많으시네요.”
“만든다기보다는 번역이지만요. QA팀은 부럽네요. 바빠서 잠깐밖에 못해봤지만, 진짜 재미있는 게임이던데, 원하는 만큼 하실 수 있을 테니까.”
“번역 팀도 테스트 하지 않아요?”
“보통은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데, 지금은 힘드네요. 대사 량이 너무 많고 스크립트 팀에서 대사를 전부 한글 기준으로 작성하고 있어서요.”
“한글이면 안 좋은 점이라도?”
“혹시 남성 AI 성격 중에 [오빠 무새] 성격이랑 게임 해봤어요?”
[오빠무새]란 성격은 상혁이 설계한 AI성격의 하나로, 기본적으로 파티원중에 연하의 여성 AI가 있으면 계속 오빠라고 불러달라고 요청을 하면서, 오빠 소리를 들으면 게임실력과 전투력이 크게 향상되는 재미있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같은 남성 AI에게 오빠소리를 들으면,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전투력이 하락하는 특성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편 AI나 플레이어가 여성일 경우 ‘오빠 도와줘!’라고 하면 해당 아군의 구호를 최우선으로 움직이는 AI패턴도 지니고 있는 성격이었다.
“아, 그 성격! 저 재밌어서 항상 파티에 넣고 있는데!”
옆에 있던 여직원이 손을 들자 에이미가 말했다.
“미국에도 브라콘이나 시스콘 같은 개념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에서는 브라더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경향은 없어요. 일반적으로 남매사이에서도 이름을 주로 부르니까. 그 ‘오빠’라던가 ‘오니짱’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그런 늬앙스를 살리는 게 좀 어렵거든요.”
“어? 그럼 영문판은 번역 어떻게 되어 있어요?”
“초기 버전은 자기 이름을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Oni-chan’이라고 불러달라고 하게 만들었어요. 그 덕에 미국 버전의 오빠 무새는 약간 오타쿠 같은 느낌이 되어버렸지만.”
“오, 그것도 재미있겠다.”
“문제는 그거 말고도 AI성향이 죄다 일반적인 성격이 하나도 없어서 번역하는 쪽에서는 죽을 맛이란 말이죠.”
한숨을 푹 쉬며 에이미는 말했다.
“어제도 철야했어요. 오늘도 철야하겠죠. 내일도 철야해야 할 거고.”
“무리는 하지 말아요. 정 힘들다면 발매 일정 같은 건 얼마든지 조정해주는 게 저희 회사잖아요.”
걱정하는 동료들의 눈빛을 받으며, 에이미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아니, QA팀이면 아실 거 아니에요. 매일 그 게임을 하고 계시니까. 그렇게! 재밌는! 게임이! 내가! 번역하는 대로! 대사가! 나오는데! 어떻게 쉬겠냐고요! 게다가! 이제 음성 더빙도 해준다잖아요!”
그리고는 한숨을 쉬며 커피를 들고 돌아가며 중얼거렸다.
“차라리 테스트 버전을 해보질 말걸···.”
마치 좀비처럼 돌아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QA팀 직원들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배웅했다.
그러나 그런 QA팀 직원들의 눈에도 다크서클은 짙게 깔려있었다.
그들 역시, 수백만 개의 스크립트 조합에서 나오는 어색한 대화를 찾아내기 위해서, 그야말로 ‘크런치 모드(게임 업계에서 발매일정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업무를 진행하는 것)’로 테스트에 임하고 있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적어도 게임 이 테스트가 전혀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을 만큼 매우 즐겁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발매 예정인 게임 3개 전부.
남들이 미칠 듯이 정보라도 알고 싶어서 발버둥치는 게임을 마음껏 미리 해볼 수 있다는 것은, PTW의 팬이기에 PTW에 입사한 직원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테스트를 진행하면 할수록, 공개된 시점에서의 유저 반응이 미치도록 궁금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했고.
‘진짜로 이번엔 어떤 반응이 나올까.’
다른 두 작품은 몰라도, 적어도 인조학원은 게임 자체의 ‘궤’를 달리하는 게임이라 할 수 있었다.
게임의 장르나 시스템 자체가 재미있는 게임이 아니라, 그 장르 안에 있는 함께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재미있는 게임이었기에.
말 그대로 ‘아싸’를 ‘인싸’로 만들어주는, 그런 게임의 존재를 유저들이 맞이했을 때, 대체 어떤 반응을 보여줄 것인가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렇게 직원들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발매될 게임에 유저들이 보여줄 반응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다가오는 NE 컨벤션에서 상혁이 어떤 식의 공개 방식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을 부풀리고 있었다.
그리고 상혁이 발표한,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서 포기하려 했다는 ‘음성 더빙’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어떤 퀄리티를 가지고 구현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자신들이 만드는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자부심을 가지며, 유저의 반응을 즐겁게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게임개발자로써 즐거울 수밖에 없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과거 과로사로 사망하여 회귀한 그날 상혁이 민준에게 ‘함께 만들자’고 했었던 게임회사가 추구하는 바로 그 감정이기도 했다.
정작 그 시각, 직원들과는 다르게 상혁은 매우 곤란한 표정으로 자신 앞에 쌓인 봉투더미를 보고 있긴 했지만.
“이게 전부 지원자라고요? 온라인 지원 외에 우편지원만 이만큼?”
상혁의 앞에 쌓여있는 봉투의 산.
그것은 상혁이 성격별 더빙을 추진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모집한 ‘성우 오디션’에 지원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발송된 성우들의 지원 서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