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201화 (202/485)

201. 성장하는 하모니

“녹음은 끝났어요?”

“어떻게든 끝나긴 했는데···.”

상혁의 말에 공항에서 상혁을 기다리고 있던 성연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뭐 문제 있었어요?”

“아니, 뭐랄까. 우리가 요구한 게 좀 터무니없어서 연주자들이 당황하더라고.”

“그래요?”

“그렇지. 일부러 빈까지 찾아와서,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을 고용한 다음, ‘그런’ 요구를 하는 미친 고용인은 우리밖에 없었을 테니까.”

“흠. 어쩔 수 없어요. ‘주인공’ 들은 어때요?”

“파김치가 됐지. 일정이 하드 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럼 완성곡 상태는?”

“아직. 트레이닝 중.”

“조바심 가지지 말아요. 저는 시간이 얼마 걸리든 간에 제대로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하니까.”

상혁의 말에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이 미친 아이디어를 상혁이 보여주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

“지휘를 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어차피 기본 동작으로는 봉 잡고 팔 휘젓는 거니까요. 코넥트로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지휘자가 지휘하는 모습을 옆에서 볼때는 충분히 그렇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PTW의 작곡가로 대 편성 연주가 필요한 OST도 자주 지휘했던 성연은 상혁이 말하는 개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지휘는 그렇게 게임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야. 애당초 극단이 편성된 시점에서, 아니, 연주할 곡을 지휘자가 손에 집어든 시점부터 지휘자의 일은 시작되는 거라고.”

성연은 팔을 크게 휘저으며 설명했다.

“음표와 씨름하고, 연주자 개개인의 실력과 스타일을 파악하고, 곡을 해석하고,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실수를 고치고, 무대에 서서 봉으로 기본 박자를 지시하고, 다른 손으로는 어느 악기가 어느 타이밍에 들어올지를 지시하고, 눈이나 몸의 흔들림, 머리의 기울기까지 하나의 춤처럼 완벽하게 조율해서 수십 명의 연주를 하나로 만드는 게 지휘자니까. 그냥 리듬에 맞춰 팔을 허우적거린다고 지휘가 아니거든?”

그게 누구든 간에, 자신이 맡은 전문 분야를 가볍게 다루는 발언에 대해서는 성연처럼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이 당연했기에, 상혁은 성연의 말을 듣고도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성연이 자신에게 한 말은, 자신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니까.

그러나 상혁은 반박대신 조용히 자신이 미리 작성해둔 기획서를 꺼내 성연에게 내밀었다.

“일단 읽고 판단해주세요.”

그리고는 성연이 기획서를 읽을 때까지, 조용히 옆에서 기다렸다.

‘지휘라는 게 그렇게 쉽게 구현이 가능한게 아닌데.’

성연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상혁의 기획서를 읽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상혁이 구체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코넥트 전용 리듬 게임’의 형태가, 마치 손에 잡힐 듯이 제대로 적혀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성연은 조용히 기획서를 내려놓고 상혁이 그린 게임에 대해 상상을 펼쳤다.

‘마치 리듬을 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기획서에서 상혁이 언급한 문장.

그것은 인간이 음악을 들을 때 취하는,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마치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들을 때 눈을 감고 자연스럽게 팔을 휘젓는 동작처럼.

‘리듬을 탄다’라는 그 순수한 행위엔, 지휘에 대한 지식도, 악보에 대한 정보도 필요 없었다.

단지 머릿속에서 들리는 리듬에 맞춰, ‘그럴싸 하게’손을 흔들 뿐.

관현악단(orchestra)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화면을 가득우고 있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각자의 악기를 들고 화면 앞의 플레이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소음처럼, 자신이 들고 있는 관악기를 불어 소리를 내기도 하고, 악기의 조율이 잘 되었는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현을 울리기도 하는 다양한 동작들.

그 안에서 성연이 손을 올리자, 연주자들은 동작을 멈추고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정위치에 악기를 이동시켰다.

그 모습을 보면서, 성연은 숨을 들이키며 양 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힘차게 손을 내려 연주를 시작했다.

‘리듬이 손에 잡히는 감각을 재현.’

상혁이 기획서에서 언급한 두 번째 문장.

40개가 넘는 각기 다른 악기들의 재생 타이밍을, 유저의 팔의 움직임에 맞춰 다르게 가져간다.

사실 이 부분은 실제 연주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할 때, 관객들이 보는 연주자는 지휘자를 거의 보지 않는다.

이미 ‘보지 않아도’ 호흡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미친 듯이 연습을 한 후에야 무대에 올라가게 되니까.

그러나 상혁이 기획한 게임에서는 일부러 그 부분을 무시하고 지휘자의 손동작에 따라 연주의 재생 템포가 달라지게 기획되어 있었다.

손을 내리는 속도에 맞춰 현을 당기도록, 그리고 손을 뻗는 동작에 맞춰 현악기가 일제히 소리를 뿜어내도록.

그것은 마치 대편성 교향곡의 ‘소리’자체를, 유저의 두 손으로 조작하는 느낌을 주게 되어 있었다.

‘기타를 칠 줄 알아야 기타 히어로를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처럼, 어디까지나 게임의 시점에서 지휘라는 행위를 재해석 한다.’

완벽한 연주? 작곡가의 의도를 완벽하게 살린 해석?

상혁이 만들려는 게임에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고른 연주자들과, 곡 하나를 두고 연습을 하고, 그 끝에 완성한 자신만의 음악을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음악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게임의 전부였으니까.

성연은 눈을 감은 채 머릿속으로 연주를 상상하며 양손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석적인 지휘 방식이 아니라, 단순히 몸이 시키는 것 같은 리듬을 탄 동작으로.

그리고는 한참을 허우적거리다 조용히 눈을 떠 상혁에게 말했다.

“이거, 되겠다.”

코넥트 전용의 리듬게임의 기획은, 그렇게 시작되게 되었다.

***

“근데 왜 하필 학생이야?”

성연을 당황하게 만든 것은, 기획의 베이직 아이디어에 자신이 동의한 이후의 일이었다.

그 뒤에 이어진 상혁의 기획서에는, 성연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에.

“좋잖아요. 아무것도 할 게 없는 시골 학교에서, 세상을 등진 음악 선생이 학생들과 같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간다는 거요.”

“어. 근데 그러면 필연적으로 연주의 퀄리티가 낮아져야 하잖아.”

“그러니까 그 부분은 성연 씨가 도와줘야죠.”

이후에 이어진 상혁의 발언은, 성연을 기겁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진짜로, 그때는 니가 미쳤나 생각했다니까?”

“뭐, 기획 초기엔 제가 아이디어만 내면 다들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별로에요?”

상혁의 직구에 성연은 헛기침을 흘렸다.

분명 말이 안 되는 발상인데, 묘하게 그 부분이 이 게임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뭐, 나는 좋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어떤지는 네가 직접 들어보면 알거야.”

“저는 음악엔 조예가 깊지 않은데요.”

“일반 유저도 그렇겠지. 그리고 아마추어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차이가 있으니까.”

그렇게 말한 성연은 미리 준비해둔 차에 상혁을 태운 뒤 자신이 연습을 진행 중인 콘서트홀로 데려갔다.

거기엔 앉아서 연습에 집중하고 있는 여러 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엇! 사장님!”

그 학생들은 상혁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보냈고, 상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들의 인사를 정정했다.

“사장이 아니라 CCO입니다. 저희 회사 CEO는 현주 씨에요.”

“아, 그렇죠. 왠지 이미지가···.”

“늙어 보인다는 말인가요?”

“헤헤, 설마요···,”

“뭐, 뭐라고 부르던 그게 중요한건 아니죠. 다들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네요.”

그렇게 말한 상혁이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한 한 학생이 상혁을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그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감사를 표했다.

“아···. 저, 감사드리고 싶었어요.”

“뭘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요.”

“그럴 필요 없어요. 제대로 못하면 바로 자를 거니까.”

상혁의 농담이 자신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한 말이라는 것을 잘 아는 학생은 머리를 긁적이며 뒤로 물러났다.

상혁은 그 이후에야 테스트 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 특이하네요.”

지휘자석을 중심으로 배치된 40개의 스피커가 나란히 세워져 있는 모습에, 상혁이 감탄을 터트렸다.

“악기 하나당 스피커 하나인가요?”

상혁의 말에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일단은 그렇게 배치하고 있는데.”

“그럼 연주 연습할 때는요?”

“개별 녹음실은 따로 있고, 단체로 해야 할 때는 스피커를 치우고 각자 자리에서 하지.”

“그렇게 하면 번거롭잖아요. 그냥 여기는 테스트 전용으로 쓰고 녹음용 스튜디오는 따로 하나 대여하세요.”

상혁의 말에 성연이 미소 지었다.

적어도 개발 과정에 필요한 자금이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자신의 CCO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상혁은 그런 성연을 놔둔 채, 지휘자 석으로 걸어 올라갔다.

“지금 제가 테스트 해 볼 수 있어요?”

“어. 레벨 몇부터?”

“1.”

상혁의 대담에 성연이 말했다.

“좀 엉망인데 괜찮을까?”

“거기서 얼마나 성장하느냐를 보여주려고 지금 이 고생을 하는 거니까,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어야죠.”

그렇게 말한 상혁은 핸드 트래커를 손에 끼운 뒤 지휘봉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아무런 화면도 없는 가운데, 수많은 스피커 더미 한 가운데서 ‘지휘 비슷한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와, 진짜 개판이네 이거.’

원곡이 어떤 느낌인지도 알고, 어떤 템포와 동작으로 지휘해야하는지도 미리 학습해둔 상혁이지만, 들려오는 악기연주의 레벨이 끔찍한 수준이었다.

겨우 한 두번 정도만 연주를 해본 듯한 소리도 섞여 있었고, 개중에는 조금 능숙한 연주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묘하게 하모니를 이루어 형편없는 소음같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상혁은, 연주를 끝까지 하지 않고 봉을 허공에 세게 흔들어 연주를 중단시켰다.

“어때?”

자신이 들어도 심한 수준이었기에, 성연이 조금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었지만, 그런 성연의 말을 듣는 상혁의 표정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자신이 이 게임에 원하는 첫 이미지.

그것이 바로 이 끔찍한 소음이었으니까.

“좋네요.”

“어?! 그래?”

“진짜로 시골 학생들이 모여서 연주하는 느낌이에요. 여기서 점점 레벨이 높아지는 느낌으로 가는 거죠?”

“응.”

“레벨업은 어때요? 잘 되어가요?”

“그것 때문에 빈까지 온 거니까. 지금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한테 하드 트레이닝 받으면서 열심히 하고 있지.”

“너무 튀면 안 되는데?”

“그 정도 재능은 없을 거야. 슬픈 이야기지만.”

음악에서 재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이다.

노력으로 도저히 커버하지 못할 만큼.

그것을 잘 아는 성연은 작게 쓴웃음을 지으며 상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상혁도 조금은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마주보았다.

‘그래도.’

그리고는 다시 손을 뻗어 연주를 준비시켰다.

‘음악에 대한 열정하고 즐거움은 확실하게 전달해야지.’

애당초 ‘연주자’로 완전히 아마추어인 멤버들을 편성한 이유.

그리고 그 멤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소리’로 들려주는 것.

상혁이 이 게임을 통해 유저에게 들려주고 싶은 ‘하모니(Harmony)’는, 바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는 과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었다.

‘다르다.’

분명 방금전과 같은 곡인데도, 손을 뻗을 때마다 연주가 따라오는 ‘반응성’이 확실하게 다르게 느껴진다.

‘레벨 1’에서의 연주가 상혁의 동작을 겨우겨우 따라오는 느낌이라면, ‘레벨 3’의 연주는 이제야 좀 ‘연주’라고 할 만한 수준의 소리를 들려주는 정도였다.

물론 그 이상의 연주를 녹음하려면 실제 연주자의 실력이 그 이상으로 성장해야하기 때문에, 아직은 거기까지 구현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게임화면도 없이 스피커더미 앞에서 팔을 휘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연이 성장시킨 연주자의 ‘소리’는 연주자의 성장을 상혁의 고막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해 주고 있었다.

어설프고, 실수투성이였던 멜로디가, 피나는 노력과 연습을 통해서 나아지는 과정이 귀로 들려오는 느낌으로.

그리고 상혁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안에서 느껴지는 욕망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싶다.’

‘이 연주가 원래 내야할 소리가 듣고 싶다.’

유저가 이 게임을 붙잡고 함께 연주하는 연주자 캐릭터들을 성장시켜야 하는 이유.

나른함과 무기력으로 가득 찬 섬마을에 음악이란 반짝임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을, 화면이 아니라 연주로 전달 할 수 있도록.

성연이 프로젝트 시작 이후로 계속 하고 있던 ‘작업’의 정체는, 바로 아마추어 연주자들을 모아서 성장하는 과정 자체를 전부 소리로 녹음하는 것이었다.

-빠바밤!-

이번엔 끝까지 연주를 마친 상혁의 뒤에서, 작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상혁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던 성연이 내는 소리였다.

그러자 상혁은, 얼굴을 살짝 붉힌채로 지휘봉을 내려놓고 단상 밑으로 걸어와 말했다.

“부끄러우니까 박수는 안 하셨으면 좋겠는데요?”

“아냐, 이건 이 말도 안 되는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기획자에 대한 찬사니까.”

“그것도 싫은데.”

상혁은 뒤쪽에 쌓인 스피커 더미를 바라보았다.

갈색의 거대한 스피커들은, 상혁이 단 한 번도 그 자리에 앉아있는 연주자를 본적이 없음에도, 마치 ‘주인공들’과 연주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좋네요. 진짜로.”

상혁은 매우 만족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의 수준을, 성연이 전문가의 솜씨로 완벽하게 구현한 것 같아서.

그리고 그것은 상혁이 연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성연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좋아. 아마추어 연주자를 처음부터 성장시키자니, 처음엔 웬 미친 기획인가 싶었는데, 오히려 요즘엔 내가 음악교사가 된 기분이 들더라고. 성장한 녀석들을 보면 무지 뿌듯한 거 있지?”

“뭐, 그런 의도로 만든 거니까요. 결과적으로 그런 과정을 거쳐서 80정도의 퀄리티로 연주하는 게, 생판 모르는 100 퀄리티의 연주자랑 연주하는 것 보다는 훨씬 감동적일 테니까.”

“지금은 나도 그 의견에 100% 동의해.”

그러자 상혁은 만족한 미소를 띄며 문으로 향했다.

“어? 어디가?”

“잘 되고 있는 건 확인했으니, 이제 한국 가야죠.”

“한국에? 오늘 여기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바빠요. 아시겠지만. 프로젝트 3개를 동시에 굴리는 건 보통일이 아니라서.”

“그건 아는데, 무리는 하지 마라.”

성연이 말했다.

“지금 네가 쓰러지면 PTW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건 형도 마찬가지잖아요.”

오랜만에,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는 상혁을 보며 성연이 미소 지었다.

“형이 아니었으면, 세상 누구도 지금 제가 느낀 것 같은 느낌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없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PTW의 나머지 직원들도. 저는 적어도 지금의 PTW에 필요 없는 인원은 단 한명도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뭐, 그게 네 매력이긴 하지.”

성연은 상혁의 그런 점이 좋았다.

다른 유명 개발자처럼, 자신이 개발의 핵심이고 전부라던가, 아니면 혼자 모든 것을 해낸 것처럼 떠들지 않는 면이.

어쩌면 상혁의 그런 매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개발자들을 곁에 모이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성연은 상혁에게 엄지를 치켜 세워보였다.

“나머지는 맡겨. ‘레벨 5’까지 가게 되면, 진짜로 듣는 사람 눈에서 눈물이 날 정도의 연주를 듣게 해 줄 테니까.”

“그래주실 거라 믿어요. 왜냐면 전 형이 그렇게 해주실 걸 감안하고 이제부터 한국에서 작업을 진행할거니까.”

“어? 돌아가서 한다는 작업이, 이거 관련 작업이야?”

성연의 말에 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성연을 향해 말했다.

“왜 굳이 아마추어 연주자들을 모아다가 ‘성장’까지 시켜가면서 그 과정을 전부 녹음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그 과정이 즐거울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 아냐?”

“아니죠. 그럴 거면 애당초 ‘시골 섬마을’ 이라던가 ‘학생들’이라는 설정이 왜 필요하겠어요? 애당초 이 게임은 스토리모드를 전제로 하고 만든 게임인데.”

“스토리 모드?”

상혁의 말에 성연이 물었다.

리듬게임에 스토리 모드라는 개념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러자 상혁이 웃으며 가방에서 한 뭉치의 서류 더미를 던져주었다.

그것은 초기 기획에서 성연이 보지 못했던, ‘리듬 게임’의 나머지 파트가 적혀 있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정말로 대충 짓는 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제는 PTW의 전통이 되어버린 허술한 임시 타이틀과 함께.

-섬마을 칸타빌레(Cantabile)-

상혁이 정한 ‘리듬 게임’의 임시 타이틀.

그것은 지휘자가 주인공인 인기 드라마를 연상하게 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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