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98화 (199/485)

198. 발상의 전환

상혁은 인력 편성을 마치고 제 3 개발팀을 새로 편성하면서, 작곡가인 남성연을 프로젝트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리고 자신이 기획한 코넥트 전용 게임에 대한 기획안을 넘겨주고는,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 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PTW는 NE컨벤션 이전에 개발하던 분위기로 다시 돌아가 전 직원이 신작 개발에 투입되어 전력을 다해 게임을 만드는 ‘개발 모드’로 돌아가게 되었다.

상혁이 별도로 구성하여 진행 중인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R&D인력을 제외하면, 모든 인력이 신작 개발에 들어간 상황.

그리고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을 보내면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윤곽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게임 개발이란 긴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실제로 게임을 개발하다보면, 초기엔 괜찮다고 생각하던 아이디어가 생각보다 잘 구현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그리고 그것은 세계 최고의 개발사 반열에 올라있는 PTW도 예외는 아니었다.

성장형 역할 분담 FPS로 시작된 기획이, 결국엔 대규모 전장을 바탕으로 한 워함마 FPS로 바뀐 TOW라던가, 충만한 중2병력을 서로 겨루며 연기력을 바탕으로 대전을 펼치는 모션 인식 게임이 현실에 마법을 구현하는 게임인 MYOM으로 바뀐다던가.

초창기에 컨셉과 기획을 안고 가도, 그것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는 재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개발을 해 봐야 알 수 있는 법이다.

개발 도중에도 얼마든지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고, 혹은 처음 기획했던 재미가 생각보다 잘 구현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에.

원래 대부분의 게임은 개발 단계에서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는 법이다.

“그래도 이건 좀 심한 것 같은데.”

패드를 내려놓은 상혁이 이야기하자, 옆에서 상혁의 테스트 플레이를 보고 있던 제임스가 고개를 숙였다.

“제임스 씨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어요. 이쪽 부분은 제 계산 미스니까.”

‘EOD’의 개발은 순조로웠다.

나날이 늘어가는 급조 폭발물에 대한 대응 시뮬레이터가 필요했던 미군에서는, PTW에서 필요한 것 이상으로 자세한 자문을 해 주었고 그 덕에 기본적인 재미를 판단하기 위한 테스트 버전임에도 게임 내 구현된 NPC들의 반응은 매우 리얼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총을 겨누면 눈빛이 흔들린다던가, 위협사격을 위해 바닥에 발포를 하면 총소리에 맞춰 움찔 거리는 행동들도.

처음부터 2013년 11월에 발매될 8세대 게임기로 발매될 수 있도록 고 사양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테스트 버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진짜로 이라크의 도시 한가운데 떨어진 듯한 리얼함을 전달해 주고 있었다.

“우선, 일단 호위하는 병사 포지션의 플레이는 전혀 흠 잡을 데가 없어요. 확실하게 긴장감도 느껴지고, 합리적으로 ‘아, 이래서 얘는 테러리스트구나’하는 판단 기준도 명확하게 제공되는 것 같고. 갑자기 분주하게 움직이는 AI 때문에 생기는 긴장감이라던가, 폭발 직전에 표현되는 동료들의 패닉 같은 것도 잘 표현이 된 것 같고요. 문제는 폭탄의 해체네요.”

상혁이 들고 있는 패드를 흔들며 말했다.

“어차피 경계 업무야 다른 FPS에서도 할 수 있는 거니까 기본 조작이 비슷해서 괜찮은데, 폭탄 해체는 시도만 하면 뭔가 내가 버튼을 누르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들어서 별로에요. 물론 로봇을 투입할 때는 느낌이 좋지만.”

기본적으로 이 게임의 폭탄해체는, 먼저 폭탄 조사용 로봇을 투입하는 단계와, 이후에 불가피하게 EOD대원을 투입하는 단계로 나뉘어져 있었다.

실제로 미군에서 로봇의 컨트롤에 X-BOX컨트롤러를 사용하기도 했기 때문에 로봇이 투입되는 장면에서의 긴장도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해 보니 방호복을 입고 폭탄을 직접 해체하러 투입되는 장면에서 심각하게 몰입감을 깬다는 단점이 발견되었다.

“방호복을 입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사운드도 보강했고, 눈  앞에 보호 유리를 씌운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그래픽 필터도 제대로 적용했는데 조작에서 자꾸 이질감이 드니까 뭔가 긴장감이 깨지는 느낌이네요.”

“미군에서도 테스트에 참여한 병사들이 그 부분을 지적하더군요.”

“제임스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흠···. 폭탄 해체는 NPC만 할 수 있게 하고 주변 호위 업무만 플레이하는 게임으로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흠···.”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실제로 ‘선택과 집중’은 개발 과정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이니까.

그러나 상혁은 제임스의 말대로 병과 하나를 생략하고 싶지 않았다.

“프로젝트 이름이 EOD인데 가장 핵심적인 병과로 플레이를 못하는 건 문제가 있죠.”

“그건 그렇지만,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혹시 IDE보신적 있습니까?”

“평화로운 한국에서 태어나서 그런 거 볼 일이 어디 있겠어요?”

“아, 그러네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영화로는 봤으니 설명해보세요.”

상혁의 말에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IDE의 해체 자체는 그렇게 엄청나게 어려운 기술을 요구하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 불발 난 고폭탄 더미에 뇌관을 박아 넣고 전선으로 연결한 조악한 것들이죠. 그렇다고 첩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해체를 시도하면 즉시 폭발하는 센서 같은 게 달린 것도 아니고요. 대부분은 그냥 고폭탄에 꽂혀있는 막대형 뇌관을 뽑아내면 되는 것들이에요.”

“쉽게 제거 가능하다는 이야기군요?”

“그렇죠.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니까요. 눈앞에 수백 킬로그램의 폭발물질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죠. 그런 상황에서, 방호복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근거리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전해지는 충격파 때문에 방호복 안에서 고깃덩이가 되니까요.”

“그럼 왜 입죠?”

“적어도 시체는 멀쩡하게 건질 수 있거든요. 물론 손목 아래로는 산산 조각 나겠지만.”

제임스가 쓴 웃음을 지었다.

“그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선, 눈  앞의 폭탄을 제 손으로 해체하고 있다는 느낌이 필요합니다. 조작이 복잡할 필요는 없죠. 단순히 고폭탄에서 스틱 형태의 뇌관을 뽑아내고, 전선을 끊는 단순 작업만 하더라도 그 움직임 하나하나에 긴장감이 실리는 게 폭탄 해체라는 임무니까요. 그리고 그건, 쇼파에 앉아서 패드의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홈···.”

제임스의 의견을 들은 상혁이 뭔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방법이 없지는 않겠네요.”

“어떻게 하시게요?”

“요컨대 지금 게임에 필요한 게, ‘손 맛’이라는 이야기잖아요? 필요한 게 그거라면 어렵지 않게 구현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상혁의 시선이, 부실 TV근처에 놓여있는 하얀색 장갑으로 향했다.

거기엔 MYOM을 플레이할 때 사용하는 손동작 인식 보조 장비.

‘핸드 트래커’가 놓여 있었다.

***

일반적으로 게이머나 개발자들 사이에서, PTW의 이미지는 마치 ‘이상향을 이룩한 게임 개발사’라는 느낌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개발 과정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고, 매출 압박이나 발매 일정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세계에서 가장 실력 좋은 개발자들이 모여 오직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만을 목적으로 즐거운 분위기로 개발한다는 느낌으로.

그러나 사실 그것은 메이킹 필름이나 개발자 인터뷰 등으로 퍼진 분위기가 와전된 것이지, 개발 과정에서 아예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은, PTW의 개발자들은 딱히 누군가가 자신을 갈구는 데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주로 문제가 있는데 해결 방법을 모를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일 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상혁은 누구보다 그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상혁이 PTW라는 회사의 규모를 확장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조언을 받기 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결과물이 의도한대로 멋지게 나오지 않는데 문제가 뭔지 도저히 파악이 되지 않을 때, 마스터급 직원이나 대학 교수들에게 언제든지 조언을 구해 문제점과 해결법을 파악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워가는 것들이 향후에 자신이 마스터 등급으로 올라가는 바탕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

그것이 상혁이 PTW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케어하는 방법이었다.

문제는, 그런 문제를 단순히 파다완급 이하의 직원들만 겪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었다.

각 분야에서 정점의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마스터급 직원들도,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엔 조언을 받을 대상도 마땅치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꽤 있었다.

물론 프로그래밍 파트는 민준이라는 월드 클래스 괴물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기에 웬만한 코드 문제는 죄다 해결이 가능했지만, 타 파트의 경우는 마스터급 직원이라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가 간혹 생기곤 했다.

그리고 특히, 눈에 걸면 눈 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해석에 따라 다양한 측면으로 평가기준이 달라지는 기획파트에서 그런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

PTW의 개발 스타일이 ‘개발에 자신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누구도 만들어 본 적 없는 게임’을 모토로 하는 이상, 이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딜레마와 같았다.

“으아아, 이건 진짜 모르겠다.”

상혁이 EOD의 ‘폭탄 해체’파트를 놓고 씨름하고 있는 동안, 개발 2팀의 카렌도 개발 중인 게임에서 발생한 이슈 해결을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분명 재미는 있는데···.”

오타쿠들이 꿈꾸는 이상의 학교생활을 체험하게 해 주고 싶다는 원본 아이디어는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구현을 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은 원전인 에로 게임에서 19금을 빼고 이벤트만 잔뜩 추가된 버전 같은 느낌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이벤트의 바리에이션 문제인가 해서 이것저것 볼륨을 추가해 보았는데도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카렌은 현재 그 문제 때문에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원본의 재미를 파악하기 위해 19금 게임인 원작도 플레이 해 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렌은 구체적으로 자신이 만들어가야 하는 게임의 형태를 제대로 그려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중간 결과물이, 카렌이 보기에 ‘학교 생활 시뮬레이터’라기 보다는 적당히 애니메이션에서 나올법한 장면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오타쿠 뷰어’같은 게임이었기 때문에.

“지수 씨, 지수 씨는 괜찮은 것 같아요?”

“흠.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이 빌드는 확실히 문제가 있어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재미있을 것 같은 기획에서 나온 게임이, 생각하던 재미를 제대로 주지 못한다는  것은 기획자에게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문제였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지수와도 수차례 논의를 해 보았음에도 답을 찾는데 실패한 두 사람은 상혁에게 헬프를 칠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에게 불려온 상혁은, 개발 2팀 테스트 룸에서 현재 만들어진 인조학원의 개발 버전을 플레이 하게 되었다.

‘내가 왜 이런 오타쿠 게임을’이라는 표정을 하고 있는 민준을 옆에 앉혀 두고서.

“아, 민준이 표정은 신경 쓰지 마. 얜 원래 약간 이쪽 테이스트를 안 좋아하는 애니까.”

“그래요?”

“로봇물 같은 건 괜찮은데 러브 코미디 같은 거 안 좋아하는 애니까.”

“하긴, 그럴 것 같이 보이긴 했어요.”

“냉혹한 프로그래머의 마음속에 연애 따위의 계산할 수 없는 감정은 자리 잡을 수 없는 거지.”

그렇게 플레이 내내 민준을 놀리며 게임을 테스트하던 상혁은 어느 정도 확인이 끝났는지 패드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옆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던 민준에게 물었다.

“네가 볼 땐 어때?”

“원전에 충실한 것 같은데. 19금 컨텐츠가 빠진 분량만큼 플레이 볼륨으로 보강한 느낌이기도 하고, 러브코미디 학교를 배경으로 그 안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느낌은 확실하게 살리고 있지 않나?”

“이론적으로 말고, 감성적으로.”

“생각보다 밋밋하다.”

상혁도 민준의 의견에 동의했다.

아직 정확히 이유에 대해 집어낼 순 없었지만.

“카렌 씨는요?”

“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문제요?”

“그게···..”

“괜찮아요. 개발자가 개발 중인 게임 보면서 뭔가 찝찝하게 느끼는 건 지극히 정상이니까. 이유가 말하기 애매할 때도 있죠.”

“취향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해 봤는데, 뭔가 다른 것 같아서요.”

“지금 것 보다는 더 나은 뭔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느낌이요?”

카렌의 눈이 커졌다.

정확하게 자신이 생각하던 바로 그 느낌이 상혁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에.

“흠···. 우선 정리를 해보죠. 이 게임의 원본 기획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신이 커스터마이징한 다양한 성격의 미소녀 미소년을 학교에 배치해두고, 오픈월드 방식으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이벤트를 체험하는 거죠?”

상혁의 말에 지수와 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게임의 원본은 19금 에로게임이기 때문에 이벤트가 엄청나게 단순하고 볼륨도 작았죠. 그래서 19금 파트를 빼버리고 아예 커뮤니케이션과 학원 생활 파트의 볼륨을 늘려서 만들어보자는 게 원래의 아이디어였고요. 아이디어대로, 볼륨도 늘렸고, 커뮤니케이션도 깊어졌죠. 이론적으로는 괜찮은 발상이었어요.”

툭툭 책상을 살짝 두들기며 상혁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대한 만큼의 재미가 느껴지지 않아요. 월드는 마치 예측 가능한 이벤트의 집합처럼 느껴지고, 플레이어의 선택이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느낌이죠. 그럼 왜 그런 걸까를 생각해 봐야겠죠?”

상혁은 방금 플레이한 현재 버전의 인조학원을 떠올렸다.

그것의 플레이는 마치 학원을 배경으로 한 G○A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물론 범죄는 빼고.

장소와 인물, 날짜가 이벤트를 결정하고, 해당 조건이 맞을 때 지정된 조건의 장소에 가서 정해진 이벤트를 자신이 커스터마이징한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즐기는 게임.

‘그럼 카렌 씨가 원하는 건 뭐지?’

잠시 고민하던 상혁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일단 아이디어는 떠올랐어요. 어떻게 수정해야할지.”

“오! 진짜요?”

지수가 묻자 상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어. 그래도 구체적으로 정리할 시간은 필요하니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얼마나요?”

“일주일.”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요.”

“좋아. 일주일 후에 내가 생각하는 개선안을 넘겨줄게.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최종 결정자는 리드 기획인 카렌 씨에요. 저는 제안을 드릴 뿐인 거고. 최종 판단은 본인이 하도록 하세요. 지금의 빌드를 유지할지, 아니면 개편 안을 받아들일지.”

“꽤 무게감 있는 발언인데, 개편할 부분이 꽤 큰가요?”

“그렇죠. 바꿔야할 부분이 꽤 많으니까.”

상혁이 말했다.

“문제는 이 게임의 원본이, 학교  생활을 즐기는 것 보다는 19금적인 행위를 하는데 특화되어있다는데 있어요. 원하는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해서 월드에 뿌려놓고, 호감도를 올리면서 연애활동을 즐기는 거죠. 그러나 그 시스템을 가져다가 저희는 유저가 커스텀한 월드에서 인물들 간의 상호작용을 즐기는 게임을 만들려고 하고 있는 거고. 지금의 이질감은 거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결하죠?”

“방법은 하나죠.”

이 경우에, 상혁이 아는 해결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장르를 아예 뜯어고치는 수밖에.”

그렇게 회의를 마무리한 상혁은, 바로 작업을 하러 부실로 돌아갔고, 테스트 룸에는 지수와 카렌, 민준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괜찮을까요?”

“괜찮을 거야.”

지수의 질문에 민준이 답했다.

“보통 상혁이 쟤가 저렇게 말할 때는, 머릿속에 확실한 견적이 잡혀 있어서 그런 거니까.”

“그래도 장르를 통째로 갈아엎으려면 재 작업량이 어마어마할 텐데, 그 정도 가치가 있을까요?”

PTW의 직원들이 사용하는 반년은, 타사의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1년 이상의 작업량을 자랑하고 있었기에, 실제 재작업을 하게 되면 갈아엎어야하는 분량이 장난이 아니었다.

카렌이 그 부분을 염려해서 민준에게 말하자, 민준은 미소 지으며 카렌에게 답했다.

“글쎄? 그 부분은 상혁을 믿어야하지 않을까?”

민준이 말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저 녀석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계산이 철저한 놈이거든.”

민준의 생각에 아마 상혁이 개선안을 가져온다면, 그것은 아예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를 송두리째 재설계 하는 개편안일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갈아엎어야하는 당위성을 완벽하게 충족시킬 정도로, 개편 안이 압도적으로 더 재미있을 것이고.

민준이 아는 상혁은, 애당초 그런 견적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획을 갈아엎자고 하는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민준의 말대로, 상혁이 일주일 후에 가져온 개선안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볼륨을 가지고 있었다.

변경사항이 너무 많아서, 이 게임을 보고 더 이상 원작인 에로게임을 떠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그러나 그 안에 포함된 시스템은, 오히려 그들이 원래 전달하려 하는 재미를 전달하는데 지금의 시스템보다 훨씬 최적화된 느낌을 가진 시스템이었다.

아예 바닥부터 다시 작업해야할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도, 기획성를 보던 지수와 카렌이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릴 정도였다.

“이건 100%이렇게 가야하는 기획이었네요.”

“처음부터 이렇게 갔으면 좋았을 텐데.”

일주일 동안 철야를 감수한 것이 확실한 것처럼 보이는 초췌한 몰골로 등장한 상혁.

그런 그가 그녀들에게 넘긴 수백 페이지 분량의 개선안.

그 안에 담긴 ‘인조 학원’의 개선안은, 지금까지 개발 2팀에서 만들고 있던 학원판 G○A가 아닌, 왠지 모르게 ‘쉼즈’를 연상하게 하는 그런 느낌의 게임 플레이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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