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95화 (196/485)

195. 리얼함의 극한까지

“아무튼, 그런 과정을 거쳐서 고른 게 이 기획이야.”

상혁이 설명을 마치자, 모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FPS를 연속으로 출시하겠다는 선언도 모자라서, 그 만들겠다는 FPS의 게임성이 아예 장르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재미에 역행하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누구도 대놓고 ‘이건 안 된다’라고 반대하지는 않았다.

상혁이 보완한 제임스의 기획을 본 팀원들의 머릿속에는, ‘안 된다’라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저런 게임 하나 있으면 재미있겠는데?’라는 생각이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혁은, 그런 팀원들의 눈치를 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어떤 것 같아요?”

그러자 가장 먼저 민준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아마도.”

“아마도?”

“아마 나는 제임스 씨가 처음 내놓은 초안을 봤으면 이 기획을 반대했을 거야. 아이디어는 좋을지 몰라도, 줄 수 있는 재미의 폭이 너무 좁아서 금방 질릴 테니까.”

“하지만 내가 보여준 건 내가 추가한 개선안이잖아.”

“어. 맞아. 그래서 나는 찬성이야.”

민준이 미소 지었다.

“나 같으면 포기했을 텐데 용케 잘 살려냈네. 역시 우리 CCO야. 개선된 부분이 들어가면 확실하게 깊이 있고 자유도 높은 게임이 될 수 있겠어.”

상혁은 단순히 뼈대만 있던 제임스의 기획에 살을 붙여 기존 컨셉에 깊이를 부여했다.

이라크의 EOD부대에 파견된 주인공이, 부대에 적응하며 고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동료들과의 커뮤니 케이션을 중심으로 상호작용을 추가한 것이다.

플레이어의 실력에 따라, 동료가 죽음을 맞이할 수도, 아니면 멘탈이 부서질 수도, 혹은 과민반응을 보이거나 편집증 적인 증상을 보이게 하는 식으로.

플레이어의 실수로 동료가 죽을 경우 새 인원이 부대로 편입되어 오고, 그렇게 추가된 동료들과 미션을 함께 수행하면서 전우애와 동시에 상실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AI인 동료에게 플레이어가 전우애를 느끼게 하려면 꽤 볼륨 있는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겠지만, 오히려 민준은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사람들 생각은 어때?”

“흠, 저는 그 게임이 나와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서연이 말했다.

“물론 다른 PTW의 게임들은 제가 전부 좋아하긴 하지만, 뭔가 게임을 하면서 PTSD가 생길정도로 처절한 경험이라는 건 거부감이 생길 것 같거든요.”

“그럼 서연이는 반대야?”

“아뇨, 찬성입니다.”

“어?”

“저는 싫을지 몰라도, 아마 그런 취향의 유저들의 마음에는 갓겜이 될 것 같은 느낌이라 서요. 모든 사람이 미군이 돼서 이라크에 파병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경험을 간절하게 하고 싶겠죠. 제임스 씨처럼.”

“지수는?”

“저는 찬성이지만 진행한다고 해서 제가 그 프로젝트에서 할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아요.”

“좋아. 선생님은요?”

“이거 잘못하면 돈만 엄청 날릴 수도 있는 거지?”

“그렇죠.”

“그래도 상혁이 너는 이게 누군가에겐 갓겜이 될 거라고 믿고 있는 거고?”

상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주도 마주 미소 지으며 상혁에게 말했다.

“그럼 괜찮을 것 같아. 애당초 우리 회사 목적이 돈이라면, 지금 같은 게임들을 개발하는 회사는 아니었을 테니까.”

원래부터 밀리터리 매니아였던 원화가 혁진이 콧김을 뿜으며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자신이 이 프로젝트의 메인 AD를 맡고 싶다고 이야기 하면서 자연스레 인원 배치가 결정되기 시작했다.

먼저 FPS 개발경험이 있는 개발 2팀을 중심으로, 새 프로젝트의 개발 인력을 새로 구성하기로.

우선은 소수 정예로 알파 버전을 만들고, 그 베이스를 기반으로 스케일을 확장시키는 게 현재의 PTW의 개발 방식이었기 때문에 상혁은 개선된 기획안을 바탕으로 사내에서 참여 인력의 모집계획을 세웠다.

PTW내에서, FPS와 밀리터리를 좋아하는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도록.

그러나 프로젝트가 결정되었다고 바로 개발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게이머의 취향이 다양한 만큼, PTW에 소속된 개발자들의 취향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상혁은 동시에 개발할 나머지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대충 제임스씨의 FPS 개발 팀 구성에 대한 계획은 이정도면 될 것 같고, 이제 남은 건 코넥트용 게임 1개랑, 두 번째 메인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 정도겠네요.”

상혁이 일정을 적은 노트를 내려놓자 현주가 질문했다.

“이번에도 3개 진행하게?”

“예. 지금 개발팀 규모가 딱 그 정도니까요.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1개는 19세 대상의 FPS, 한 개는 코넥트용 게임, 한 개는 전연령을 대상으로 한 전혀 다른 게임이 되겠죠.”

“인력 구성도 비슷하게 갈 거야?”

“아뇨, 아마 이번 코넥트 신작은 MYOM보다는 캐쥬얼한 규모로 갈 거예요. 그러니까 이번엔 메인 프로젝트 2개, 서브 프로젝트 1개인 느낌이 되겠죠?”

“그러고 보니 MYOM이후에 코넥트 하드웨어 개발팀은 어떻게 하고 있어?”

“그쪽은 제 지시로 차기 주변기기 개발 작업에 들어갔어요. 전에 보고 올렸었는데?”

“아, 내가 못 봤나보다. 어떤 걸 개발하는 중인데?”

“VR관련 기술인데, 아마 이건 코넥트보다 개발기간이 오래 걸릴 거라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어요.”

“그 정도야?”

“2020년에도 될까 말까한 기술이니까요. 개념적으로는 가능한데, 실제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죠. 단지 개발 과정에서 저희가 얻을 수 있는 기술 과제들도 있을 테니까, 연구 개발 같은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상혁의 말에 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거의 방치 중이었던 코넥트의 개발도 MYOM이라는 희대의 게임으로 돌아온 만큼,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상혁의 방향과 판단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자 상혁은 자신이 담당하기로 한 코넥트 게임을 제외한 제 2의 메인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지금 이 자리에서 결정해야할,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제임스 씨의 프로젝트는 제가 선택한 거고 만들어보고 싶은 게임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여러분들을 설득하려고 한 거지만, 제 2 메인 프로젝트는 여러분과 PTW직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싶습니다. 그 기획이 PTW의 개발 철학에 어긋나는 기획만 아니라면, 적당히 재밌겠다 싶은 기획을 추천해주셨으면 하는데요.”

“기한은?”

“2주 드리죠. 저도 당분간 할 일이 있으니까요.”

“할 일?”

현주의 질문에 상혁이 답했다.

“일단 첫 번째 메인 프로젝트가 확정 됐으니 프로젝트 추진 준비를 해야죠.”

리얼한 전장의 체험.

그리고 마치 진짜 동료처럼 느껴지는 병사들의 AI와 리액션.

실제 민간인과 테러리스트의 미묘한 동작의 차이.

현장감 있는 배경과 손에 잡힐 듯한 리얼리티를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었다.

“전 당분간 제임스 씨랑 미국에 가 있을 겁니다. 신작 FPS의 개발과 관련해서, 미군에 협력을 요청하기 위해서요.”

상혁은 이 게임을, 역사상 가장 리얼한 전쟁 시뮬레이터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

2차 프로젝트의 선정을 팀원들에게 맡겨 놓은 채로, 상혁은 제임스와 함께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Pentagon)이 있는 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 도착했다.

그리고 제임스의 소개를 받아 제임스가 소속되어있던 미군 ‘718 EOD팀’의 지휘관 을 만날 수 있었다.

“제임스, 이거 오랜만이군.”

“허밋 소령님.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우를 보듯, 제임스와 군인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상혁은 그 옆에서 잠시 멀뚱히 서 있었다.

“아, 이쪽은 제가 지금 다니는 게임회사의 CCO인 이상혁 씨입니다. 이상혁 씨? 이라크에서 제 상관이셨던 허밋 브루스 소령님입니다.”

“지금은 중령이야.”

“아, 진급하셨군요?”

상혁이 명함을 건네자, 명함을 본 중령이 놀라는 표정

을 지으며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자네가 갔다는 회사가 PTW였어?”

“어? 아십니까? 게임이랑은 담 쌓고 사시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나도 집에 아이가 있으니까. 요즘 애 키우는 집에 코넥트 하나 없는 집이 어디 있겠나? 그래도 그 정도 대기업에 경력도 없이 들어가다니 자네도 대단하군.”

“여기 CCO님이 면접때 절 좋게 봐주셨죠.”

그러자 중령이 상혁을 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전장에서 열심히 싸운 미군 병사를 좋은 직장에서 일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제임스 씨는 이미 저희 회사의 핵심 프로그래머 중 한명이니까요. 좋은 인재를 받은 저희가 감사해야죠. 그런데 뒤에 서 계신 여성분은 언제 소개시켜 주실 건가요? 조금 뻘쭘 하실 것 같은데.”

“아, 내가 깜빡했군. 여긴 바네사 밀러 대위. 미 국방부 홍보실 소속 직원일세.”

중령이 소개한 금발의 미녀가 싱긋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바네사 밀러입니다. 이번 협력 건과 관련해서 전체적인 연락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흠, 단순 자문 요청이 아니었나요?”

“원래 미국 국방부에서는 미군이 나오는 게임이나 영화 등의 홍보물에 직접적으로 지원을 하곤 합니다. 아시다시피 영화 트○스 포머 때도 마이클 감독이 저희 지원을 많이 받았었죠.”

“군의 홍보를 위해서인가요?”

“세계를 지키는 멋진 미군의 이미지가 입대율 상승에 도움이 되니까요.”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실 수 있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상혁이 말하자 바네사가 웃으며 서류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는 상혁이 제임스를 통해 파일로 미 국방부에 보낸 협력 기획안을 꺼내보였다.

“굉장히 특이한 기획이더군요.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게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파견된 EOD병사들의 훈련 시뮬레이터에 적합한 느낌이라는 게 국방부의 판단입니다.”

“흠···. 홍보물로써 적합하지 않다는 건가요?”

“아뇨, 오히려 펜타곤에서는 그 부분에 관심을 보였어요. 실제로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면, 병사들의 훈련에 쓸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을 내렸죠.”

“그 말씀은···.”

“예. 필요하신 만큼 필요한 지원을 해 드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군에서 쓰이는 각종 장비나 병사들에 대한 인터뷰, 테스트에 실제 군인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요청. 그리고 실제 군 부대 생활을 보안 문제가 없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자세히 취재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 정도면 제작에 도움이 될까요?”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대신 소정의 협력 비용은 지불하셔야합니다.”

“기꺼이 지불하죠.”

“그럼 이야기는 됐네요. 자세한 계약서는 향후에 따로 첨부하도록 하죠.”

바네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악수를 청하자, 상혁이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고는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멋진 게임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녀가 뒤로 물러서자, 이번엔 허밋 중령이 제임스를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의 용건은 협력 계약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제임스.”

“예.”

“잘해봐. 나도 기획을 봤지만, 잘 만들면 앞으로 엄청나게 많은 병사들을 살릴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될지도 모르니까.”

아무래도 미군에서 PTW에 기대하는 것은, 홍보 보다는 군사 훈련용으로 쓸 수 있는 시뮬레이터의 존재를 원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미팅을 마친 상혁은 펜타곤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제임스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근처에 돌아다니는, 멋진 정복 차림의 군인들을 곁눈질 하면서.

“제임스 씨.”

“예. 이상혁 씨.”

“덕분에 미군과의 협력은 잘 해결될 것 같습니다. 먼저 감사드리죠.”

“멋진 게임을 위해서라면 더한 것도 할 수 있습니다.”

“정말 그것뿐인가요?”

진지한 표정으로 상혁이 물었다.

“제임스 씨. 저는 개발자가 어떤 의도나 메시지를 가지고 개발하는 것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사람마다 표현하고 싶은 바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적어도 PTW의 게임이라면, PTW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게임이라면 그 첫 번째 목적은 항상 메시지가 아닌 재미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묻겠습니다. 제임스 씨가 이 게임을 만들려는 목적. 그건 전쟁의 참혹함을 전달하거나, 아니면 전장에서 목숨을 잃을 병사들을 위해서인가요?”

상혁의 진지한 질문을 받은 제임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한숨을 쉬며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파병가기 전에 그런 게임으로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은 있습니다.”

“그래요?”

“제가 EOD팀에서 폭탄 해체 업무를 맡았을 때, 한 신병이 팀에 들어왔었죠. 그리고 그 신병은 항상 먹을 걸 가지고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웃는 얼굴로 초콜렛 등을 나눠주곤 했습니다.”

침울하게 가라앉은 제임스의 목소리는 이 이야기의 끝이 그리 좋지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를 암시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항상 그 녀석에게 과자를 받아가던 한 아이가 다가왔죠.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지만, 전 괘념치 않았습니다. 날씨가 아주 더운 날이었으니까요. 어디 근처에서 물놀이라도 했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전신이 젖어있지 않은 것을 눈치 챘어야 했어요. 그날 그 아이의 눈빛과 행동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났겠군요.”

“순식간이었습니다. 폭음과 함께, 그 신병이 쓰고 있던 하이바가 제게 굴러왔죠. 전 요즘도 큰 소리를 들으면, 그날의 악몽을 꾸곤 합니다. 상혁 씨. 사람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아뇨.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그건 절대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죠.”

그렇게 말하는 제임스는 어느새 주먹을 꽉 쥐고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다음에 하려는 말을 했을 때, 상혁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두려웠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면 절 미친놈으로 생각하실 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그렇게 죽음과 맞닿아 있는 순간이, 저에겐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곤 했습니다. 매일 긴장 속에서 폭발물을 해체하고 험비를 타고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있으면,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구나 하는 쾌감과 안도감이 저를 감싸곤 했었죠. 전역하고 나서 그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온갖 게임을 다 했지만, 저에게 그런 쾌감을 주는 게임은 없었어요.”

“그래서 만들고 싶다?”

“그렇죠. 일종의 PTSD라고 봐도 좋습니다. 자극에 중독된 거라고 봐도 좋고요. 누군가는 그 경험을 끔찍하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전투가 주는 짜릿함은 사람을 중독 시키는 면이 있어요. 아니, 어쩌면 거기에 중독된 사람만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어쨌건 그렇다고 그 경험을 위해서 그 전쟁통에 다시 기어들어가는 건 미친 짓이죠. 저는 죽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저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전투와 전쟁을 미칠 듯이 증오하고 무서워하면서도 때때로 그런 감각을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에게 이 게임은 갓겜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임스의 말을 들은 상혁은 조용히 커피잔을 들었다.

그리고 한모금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고 제임스에게 말했다.

“좀 변태스러운 집착이네요.”

“뭐, 저도 그건 인정합니다.”

“근데 이해는 갑니다.”

“예?! 이해가 가세요?”

“뭐 극단적으로 말하면 입 안이 헐었을 때 아픈데도 자꾸 혀로 상처를 누르게 되는 그런 변태 같은 느낌하고 같지 않을까요?”

“그건 비약이 좀···.”

“끔찍하게 싫어했으면서도 술만 마시면 군대이야기를 꺼내는 대한민국 성인 남성도 비슷한 감성일거고요.”

“군대 안 가셨다면서요?”

“이번 생에는 안 갔다고 했었죠.”

“무슨 의미죠?”

“그건 비밀입니다.”

상혁이 미소 지었다.

어쨌건 제임스가 게임을 만들려는 목적이, 다른데 있지 않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좋습니다. 제임스 씨. 그런 마인드라면 제가 최선을 다해 돕죠. 테스트에 참여하기로 한 미군이 테스트 플레이 하다가 PTSD 때문에 토할 정도로 리얼하게 만들어보자고요. 제임스씨가 말한 대로, 진짜 전투의 긴장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그리고 미군 EOD대원으로써 미션을 마치고 복귀해서 샤워를 할때마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끝냈구나 하는 안도감과 환희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게임을요.”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을 겁니다.”

상혁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PTW니까.”

그리고 그 말은, 제임스에게 세상 어떤 개발자가 하는 약속보다 더 믿음직스러운 말투였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재미를 처음으로 만들어야한다면, 그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개발사가 바로 자신이 다니는 PTW일 테니까.

그렇게 그날 기초 협의를 마친 두 사람은 이주 정도를 더 머물며 미 국방부와 구체적인 개발 일정과 업무 협력에 대한 협의를 마쳤다.

장비의 촬영은 어디까지 허가할지, 군 체계와 절차 등은 어디까지 보여 줄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PTW측에 게임보다는 훈련 시뮬레이터로써의 가치를 높게 둔 미군에서는 일반적인 보안 레벨보다 높은 수준의 접근을 허가해 주었다.

실제 미군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게임을 통해 병사들이 전쟁에 참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그렇게 이주간의 협의를 성공적으로 마친 상혁과 제임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리얼함의 극한’에 도달한 FPS가, 어떤 형태의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상상하면서.

그렇게 도착한 공항에서, 상혁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팀원들을 발견했다.

무엇이 그리 급한 것인지, 회사로 바로 갈 것임에도 공항까지 와서 자신을 찾아온 팀원들을.

그리고 그 팀원들의 맨 앞에는, 눈을 반짝이며 상혁에게 뛰어 오고있는 서연의 모습이 있었다.

“오빠아아아!”

“어?”

“찾았어요!! 다음 프로젝트로 딱인 거요!”

“그건 회사에서 이야기해도 됐을 텐데?”

“바로 보여주고 싶어서요!”

평소보다 과하게 흥분하는 서연을 진정시키며, 상혁은 서연이 건네준 기획서를 펼쳐 보았다.

부실이 아닌 공항 한가운데서.

“이건···.”

“어때요? 조건에 딱 맞죠?”

서연이 공항까지 찾아와서 상혁에게 건네준 기획안.

그것은 이미 ‘도박수’에 가까운 게임을 기획중인 상혁에게, 팀원들이  던지는 또 하나의 도박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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