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 청문회 출석
워크 패스트의 등장 이후로, 업무 솔루션에 대한 타 스타트업의 시장진입은 원천 차단되었다.
애드온만 설치하면 메신저도, 압축 해제 프로그램도, 동영상 플레이어도, 이미지 뷰어도, 유니코드 텍스트 편집기와 화상회의, 바코드 리더, 물류 관리, 전자 결제, 이메일 관리, RSS 피드, 사이트 비밀번호 관리, 작업 데이터 백업 관리, 일정 관리, 마인드 맵과 각종 오피스 문서 뷰어 등 업무에 도움이 되는 온갖 기능을 ‘광고도 없이’ 죄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워크 패스트의 존재는 타사의 시장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업무솔루션 계의 깡패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원래는 흥망성쇠를 거듭하던 한국 메신저 시장에는 네이트온도, 카카오톡도, 네이버 라인도 등장하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나와도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은 해외도 비슷한 실정이었다.
워크 패스트의 개발팀은 지속적으로 온갖 업무에 필요한 에드온을 개발해나가기도 했지만, 유저가 간단하게 자신의 회사에 필요한 기능만을 모아서 사내 업무 솔루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드온 에디터’도 제공하고 있었기에, 외국에서는 카페에서부터 대형 마트까지 거의 모든 업무 진행을 워크 패스트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국방부와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오히려 게임보다 PTW의 인지도를 크게 견인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워크 패스트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혁은, 그런 워크 패스트를 가지고 정부를 협박하고 있었고.
이것은 심각한 혼란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충분했기에, 여성가족부에서는 즉각 이에 대한 대응을 언론을 통해 공식화 했다.
[여성가족부 - 콘솔 게임 전면 셧다운은 ‘사실 무근’. PTW가 오해한 것.]
[여성가족부 - 기존 업체들이 성인 유저의 플레이를 유지하면서 셧다운제를 적용 할 충분한 개발 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2개월로 예정된 계도 기간을 연장할 것.]
[PTW의 ‘폭탄선언’ 이후로 쏟아지는 민원. 여성가족부 직원의 호소.
‘우린 법안을 만든 사람들이 아니라 만들어진 법안을 실행하는 공무원일 뿐’]
여러 내용을 포함하고 있긴 했지만 주요 내용을 추려보면 꽤나 단순했다.
셧다운제 법안 입법은 여성가족부의 의사와 무관하며, 콘솔 셧다운제 전면 추진은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현재 PTW에서 하는 대응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비판의 내용.
그에 응해서 상혁은 기자들을 통해 추가 발표를 진행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PTW 공식 발표 - 우린 정부 지침에 충실히 따르는 것일 뿐. 나라 법을 지키려는 기업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
당연히 워크 패스트를 사용하는 유관부처에서 당장 사태를 수습하라는 항의가 여성가족부 청소년 정책실로 미친 듯이 몰려왔다.
바로 다음날 긴급 청문회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이 국회로 불려가 영혼까지 털리는 진풍경이 연출될 정도로, 이번 발표의 영향은 매우 컸다.
그리고 상혁은, 티비로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팝콘을 씹고 있었다.
“와우 개 꼬시다.”
그런 상혁의 옆에 앉아있던 현주가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상혁아.”
“예?”
“워크 패스트 진짜로 셧다운 시킬거야?”
“일부 만요. 아마 별로 크게 지장은 없을 걸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에드온은 오프라인 상태로 돌아가니까요.”
기업에서 자체 솔루션 개발을 포기하면서까지 워크 패스트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 보안성 때문이었다.
자체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들과 다르게, 워크 패스트는 사용자가 원하면 기업 내부 서버를 지정하여 인트라넷 형태로 돌릴 수 있었다.
대한민국 국방부에서 워크 패스트를 사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
그렇기에 실제로 상혁이 말한 것은 단순히 ‘협박’에 불과하다 할 수 있었다.
단지 상대가 그것에 무지하다는 게 문제였을 뿐.
“기업가들은 언제 다운될지 모르는 무료 프로그램에 기업의 명운을 걸지 않아요. 애당초 업무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인 만큼, 그 부분만큼은 최대한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게 워크 패스트고, 그건 저희 서버가 다운되거나 전쟁으로 날아가더라도 제대로 돌아가도록 설계되어있으니까, 저희 쪽 서버 내려도 아마 멀쩡히 돌아갈 겁니다.”
“그럼 협박이 안 되지 않아?”
“아뇨. 될 거에요.”
“왜?”
“상대는 그걸 모르니까.”
물론 PTW측에서도 데미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야간에 게임을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으로, PTW의 고객센터에도 미친 듯이 전화가 걸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상혁은 잔인하게도 기자회견 전에 PTW의 고객센터 안내 내용을 바꿔놓은 상태였다.
지금 PTW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다음의 멘트를 들을 수 있었다.
[셧다운제 관련 문의는 1번을 누르세요.]
그렇게 해서 1번을 누르면, 바로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과로 전화 연결이 되도록.
게다가 게임 서비스 관련 전화 상담 직원도 상혁은 죄다 휴가 보내버렸다.
이제 상담원 연결을 누르면 [셧다운제 준비를 위해 당분간 고객센터 상담 서비스 제공이 중단됩니다. 해당 법안에 대해 문의하시려면 1번을 눌러주세요.]라는 멘트와 함께 또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과로 전화를 연결시킨다.
거의 태극권 수준으로 모든 항의의 화살을 청소년정책과로 돌려버리는 악랄한 행동에 현주는 공포심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부우우우웅-
그때, 상혁의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상혁은 받지 않고 번호를 확인하자마자 끊어버렸다.
기자회견 이후로 계속 개인 전화번호로 연락을 시도하는 영미의 전화를, 아예 거부해버린 것이다.
당연히 청소년정책과 과장 이영미는 상혁의 이런 뻔뻔한 태도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결국 영미는 메일을 통해 상혁과 현주에게 청소년정책과로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최대한 꾹꾹 눌러 담아서, 정중한 어조로 셧다운제 대응에 대한 실용적인 대응 반응을 함께 찾아보자고.
그러나 전화는 죽어도 무시하던 상혁이 그녀가 공문을 발송하자마자 2분 만에 보낸 답장은, 그녀를 말 그대로 폭발하게 만들었다.
[최선을 다해 셧다운제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 직접 방문할 수 없으니 용건이 있으면 귀사에 방문을 요청 드립니다.]
그리고 그 밑에, 공문에 대한 답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내용으로 약 올리듯 붙어있는 추신이 그녀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
[PS. 저 커피 잘 탑니다.]
“으아아아!! 이 미친 돌아이 X끼가!!!”
발광하는 그녀를 보면서, 주변 직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들은 이미 전화 대응으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태였기에.
***
충격의 기자회견 이후로, PTW가 선고한 대망의 셧다운 적용일이 되기 전, 여성가족부는 부서의 권한을 총 동원해서 전방위로 PTW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무료 프로그램을 배포해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뒤 사유 권력화 시킨 나쁜 기업이라고 언론플레이를 시도하기도 하고, 셧다운제를 입법한 국회의원들을 회위해서 청문회에 PTW임원들을 부르기도 했다.
물론 상혁은 나머지 인력들이 바쁘다며 본인 혼자 탱킹을 나섰고, PTW를 비난하는 국회의원들의 맹 비난에 ‘법 잘 지키려는 대한민국 시민에게 왜 땡깡이냐’는 논리로 무한 방어를 펼쳤다.
“셧다운제는 법이니 지켜야하는 거고, 성인들이 게임을 할 수 없게 서버를 내리는 건 업체의 잘못이 아닙니까?”
“법안을 보십시오. 0시부터 6시까지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 온라인 게임은 청소년이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지 ‘성인은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적혀있지 않습니다.”
“아니, 고객에게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그런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정부를 협박하고? 어? 그러는게 맞습니까? 지금 대한민국 국회를 장난으로 보시는 거 아닙니까?”
“제가 그렇다면 셧다운제를 적용 안하려고 했겠죠. 전 법을 지키려고 하는 것뿐입니다. 기술적 문제 때문에 서버를 내리는 것 밖에 방법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셧다운하는 건데 왜 저희한테 뭐라고 하십니까?”
“좋습니다. 게임은 그렇다 치고, 워크 패스트는 글로벌적으로 지금 매우 중요한 업무 보조프로그램인건 알고 계시죠? 애당초 셧다운 대상에서도 제외 된 프로그램을 굳이 셧다운 시키겠다는 건 정부를 협박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데요?”
“저희는 입법부에서 셧다운제를 입안하신 근거인 대한민국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나머지 게임들도, 그게 업무 협력프로그램이지만 게임 기능도 포함되어있으니 강제로 셧다운을 하겠다는 거죠. 시키지 않아도 이렇게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우량기업이 어디 있습니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지금 이 사태 때문에 외교부부터 여성가족부까지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민원이 엄청나게 오고 있는 걸 알고 계실 텐데요? 국제 분쟁이 될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는 말입니까?”
“그런 민원은, 대한민국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에 비하면 아주 작은 희생입니다. 애당초 전 세계 게임 플랫폼에 자라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셧다운제를 강요한 건, 국회와 정부 아닙니까? 그럼 반대하는 쪽을 공격하셔야지 왜 철저하게 지키려는 쪽을 비난하시나요? 그럼 저보고 범법자라도 되라는 말입니까 지금?”
티비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민준이 있는대로 일그러진 국회의원의 얼굴을 보며 지수에게 말했다.
“지수야.”
“네. 민준 오빠.”
“너 저게 무슨 표정인줄 아냐?”
“무슨 표정인데요?”
“누군가를 패고 싶은데 그러질 못해서 울 거 같은 표정.”
“푸훕.”
“저거 봐라 저거 눈빛으로 사람 죽이겠네. 좀만 더 약 올리면 빔 나가겠다. 상혁이한테 거울이라도 쥐어주고 보낼걸 그랬네.”
“꺄하하하하!!”
진짜로 항의하는 의원의 표정이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지수는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화면 속에서는, 이제 거의 감정싸움으로 바뀐 유치한 힘겨루기가 전국 방송을 통해 송출되는 중이었다.
“자발적 셧다운 취소하십쇼.”
“싫습니다.”
“싫습니다?! 싫습니다아아?!! 지금 나라의 명령을 거부하시는 겁니까?
“그 명령에 법적 근거가 없으니까요. 셧다운은 지켜야 하는 법적 근거는 있지만 지키지 말아야하는 법적 근거는 없는 법안입니다. 저희도 처음엔 규제 예외적용 대상이니 그대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완전 규제 언급하면서 불철주야 청소년의 수면권을 위해 노력하시는 국회의원님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상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아,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써 이렇게 미래의 동량들을 위해 노력하는 의원님들께 기꺼이 힘을 보태드려야겠다. 지금은 우리가 기술적으로 준비가 안 되서 청소년만 셧다운시키는 건 불가능하니까, 아예 전체 서버를 내려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범을 보이자. 이 얼마나 대단한 애국정신입니까? 아까부터 법 지키려고 노력하는 시민을 왜 범법자로 만들려고 하십니까?”
“그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습니까!?”
“애당초 그런 문제가 있음에도 무시하고 셧다운제를 끝까지 추진한건, 성인 게이머들의 권리 따위보다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에서 추진한 것 아닙니까? 저도 그 논리에 동의한다니까요? 그래서 예외 대상인데도 적극적으로 셧다운제 동의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뭐야?! 야! 이 X끼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결국 막말까지 터져 나오자 위원장이 마이크를 꺼버렸고, 그 모습은 방송을 통해 전국에 그대로 송출되었다.
청문회에 참여한 의원들을 더 열 받게 하는 것은, 상혁의 주장이 기본적으로 정부 지침을 따르겠다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무료 프로그램인 워크 패스트는 기본적으로 서비스 장애에 대한 손해 배상 의무를 지지 않게 되어 있었다.
결국 상혁을 협박하는데 실패한 청문회는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로 종료되었고, 상혁은 웃으며 회사로 돌아와 현주를 통해 추가 대응에 대해 공지했다.
[MS와 SANY. 셧다운제 대응 관련하여 PTW와 공동 대응하기로 입장을 밝히다.]
[한국 콘솔 서비스, 성인 아동 상관없이 12시 이후 멀티 플레이 전면 중지 선언.]
[PTW의 공식 추가 발표. - 한국 법 준수를 위해 우리가 MS와 SANY를 설득했다. 아동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 게이머들이 조금 희생하자.]
그게 정부를 엿 먹이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게이머는 없었기에, PTW의 발표 이후로 정부 부처와 국회의원실에 민원 전화가 미친 듯이 걸려오기 시작하면서, 이 싸움은 끝을 보이려 하고 있었다.
[국회, 콘솔 게임 셧다운제 전면 폐지 논의.]
[PTW, 콘솔 셧다운제 폐지에 대한 정부 발표에 ‘아동의 수면권을 위해 포기하지 말고 셧다운 법안을 꼭 유지해줬으면 좋겠다.’라고 입장 밝혀.]
[무료 프로그램에 의존한 운영이 기업에게 이토록 막강한 권리를 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 정부, 공식적으로 정부 자체 업무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워크 패스트’의 개발자 CTO 민준. 정부의 업무 솔루션 개발 추진 소식에 ‘다 좋은데 우리 특허만 건드리지 마라. 할 수 있다면.’ 이라고 도발.]
마치 주고받는 것처럼 공식 발표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부와 PTW간의 힘겨루기는 엄청난 논란을 낳으며 계속 이어졌다.
‘일개 기업 따위가’ 정부 지침을 어기려 한다는 비난과, ‘말도 안 되는 법안’을 통과시킨 정부에 대한 비난으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그리고 결국, 이 거대한 힘겨루기의 피날레는 상혁이 신작 게임의 출시일과 출시 국가를 발표하는 순간에 결판이 나게 되었다.
[PTW, 신작 게임 출시일 발표. 출시일은 2012년 1월 30일. 출시 국가에 한국 미포함.]
[PTW의 반항인가? 소속 국가에 게임을 미출시 하는 PTW의 의중은?]
[다음 출시작은 셧다운제 적용 예외인 18세 이용가 확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출시를 강행하는 PTW의 속내는?]
[업계 전문가들, 해외 매출 비중이 대부분인 PTW의 신작 국내 미 출시는 PTW매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 예상.]
[다가오는 셧다운 실행일. 과연 정부의 선택은?]
상혁이 ‘워크 패스트’를 정지시키겠다고 예고한 11월 30일이 되기 하루 전.
결국 국회는 긴급 시행령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표심’이, PTW 때문에 개 박살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 셧다운제 전면 폐지 통보. 기업에 밀려 법안을 포기한 선례를 만들다.]
[PTW와 게이머들, 승리하다.]
[PTW의 공식 입장 발표.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해야 할 정부에게 매우 실망했다. 하지만 충실히 대한민국 법을 따를 것.]
마지막까지 빅 엿을 먹이는 상혁의 입장문을 본 정부 관계자들이 그날 열심히 사무실 집기를 집어던졌다는 후문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상혁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적으로 개망신을 당하도록 열심히 정부 발표를 번역해서 전 세계로 퍼 나른 장본인이 이상혁 본인이었지만.
그리고 정부가 타협책으로 셧다운 실행 1주일 전에 ‘콘솔 게임 전면제외’라는 타협책을 제시했음에도 전면 폐지까지 고집을 꺾지 않은 장본인이 이상혁 본인이었지만.
그런 건, 상혁에겐 아주 사소한 문제일 뿐이었다.
지금 상혁이 처한 문제는, 정부를 상대로 셧다운제 폐지를 이끌어냈다는 것보다 거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를 무릎 꿇린 PTW의 차기작.]
[한국 콘솔 게이머들이 일제히 정부에 항의전화를 하게 만들었다는 PTW신작의 정체는?]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도, 예상하지도 않은 방향으로 이상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서, 상혁은 속으로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정부를 압박한 가장 강력한 카드는 ‘워크 패스트’였는데도, 신작 발표와 맞물리면서 마치 이번 신작이 대한민국 정부를 무릎 꿇렸다는 묘한 소문이 돌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그렇게 돌고 있는 루머 속에서, 상혁은 출시를 미룰 수도, 그렇다고 저 높은 기대치를 채워줄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뭔데?! 대한민국 정부를 이긴 게임?! 그런 건 없다고! 왜 소문이 이따위로 도는 건데?!”
그렇게 상혁의 절규를 뒤로 한 채, 대한민국은 셧다운 법안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선으로 크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전의 상혁이 기억하는 2012년의 대한민국과는, 엄청나게 달라진 모습으로.
그것은 적어도 PTW만을 한정해서 생각하면 ‘콘솔 강국’이라는 이름이 결코 부끄럽지 않은, 그런 나라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