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89화 (190/485)

189. 차르봄바

[여성가족부, 콘솔 게임 관련 셧다운 예외 규정 개정 추진.]

[무료 콘솔 게임 역시 청소년이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이라면 셧다운제 적용이 마땅하다. 여성가족부의 폭탄선언에 게이머들 반발.]

[멀티플레이 무료 전환으로 셧다운제를 피해간 PTW. 이번 개정안의 메인 타겟?]

언론사 1면을 발칵 뒤집어놓은 PTW의 ‘기자 회견’이 있은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여성가족부에서는 과감하게 예외 사항을 수정하겠다고 밝히며 PTW에 대한 응징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콘솔 게임 개발사가 해외에 있었던 회귀 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명백하게 타겟이 될 만한 강력한 회사가 국내에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Play To Win.

감히 공개된 자리에서 국가 권력을 대놓고 비방한 괘씸한 존재였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법안을 거부한 것은 아니었기에 여가부에서는 결국 응징을 할 방법을 찾는데 실패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 대놓고 비난하거나 정부 부처를 비난하는 것을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인 ‘국가 모독죄’는 이미 1988년에 폐지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상혁은 기자 회견 전에 이미 법무팀과 발표 내용에 대한 검토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국회의원을 비난하는 것은 법안을 비난하는 것으로 바꾸시죠. 법안 자체는 고소를 할 권한이 없으니까요.”

“특정 인물을 공격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우리나라는 명예훼손죄가 있는 나라니까요.”

하고 싶은 욕은 다 하면서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간 상혁의 발언도 그렇지만, 대놓고 존재하는 예외 규정의 적용을 받아 셧다운제를 피해가겠다는 PTW측의 대응도 여성가족부 입장에서는 눈에 가시거리였다.

그래서 내 놓은 방법이 ‘예외 적용의 삭제 검토’.

기사와 함께 실려 있는 ‘일부 악덕 기업이 편법을 이용하여 예외 사항을 악용하는 것을 우려하여 개정을 추진한다.’라는 문구는, 그 ‘일부’의 악덕기업이 PTW라는 것을 적어놓지 않아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상혁은, 그렇게 발표된 신문 기사를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설마 이런 방식으로 나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거, 대놓고 우리보고 고개 숙이라고 하는 건데?”

상혁이 말하자 서연이 물었다.

“딱히 우리회사 언급은 없지 않았어요?”

“지금, 대한민국에, 이 개정 조례의 영향을 받는 대형 게임사가 우리 말고 또 있냐?”

“···..없죠.”

“이거 실제로 통과 되면 아예 한국에서 콘솔 멀티 서비스는 셧다운 적용 안하려면 전부 접어야 돼. 아니면 전부 성인용으로 등급 바꾸던가.”

“한국 콘솔 게이머 숫자도 꽤 많은데 그렇게 까지 할까요? 오히려 온라인 게임보다 성인 비율이 높지 않나?”

“그렇지. 아무래도 구매 장벽이 있으니까.”

원래대로라면 극소수에 불과해야할 콘솔 게이머 숫자는 지금 꽤 많은 숫자로 불어나 있었다.

공급량 차질 때문에 판매 수에 제한이 걸린 MYOM을 제외 하더라도, 양대 콘솔 필구 타이틀이라 불리는 GOS의 판매량을 보면 적어도 한국에서만 200만 명 이상의 콘솔 유저가 있다고 추정해야 할 테니까.

현재는 PTW의 강력한 타이틀이 콘솔 판매량을 견인하면서, 시장의 크기가 커진 탓에 해외 콘솔 게임들의 한글화 비율도 매우 높아지고 있었다.

그런 좋은 선순환 사이클 속에서, 현재의 한국 게임 마켓은 콘솔 게임의 대중화에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고.

물론 게이머 숫자로 보면 아직도 한국 시장에서는 온라인 PC게임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콘솔 유저의 숫자는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최소한, 적어도 정부에게 ‘무시당할 만큼’ 힘이 없는 숫자는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상혁이 개인적인 의견으로 셧다운제를 비난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셧다운제를 우회하는 방향으로 대응을 결정한 것도, 그 늘어난 게이머를 위해서였다.

어찌됐건 나라 법은 지켜야하고, 게이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러나 이런 식으로 피할 구멍이 없어지게 되면, 결국 남은 건 전면전뿐이다.

어느 한쪽이 쓰러지기 전까지, 게이머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벌이는 자존심 싸움.

그리고 이 싸움에서, 상혁은 더 이상 물러날 의사가 없었다.

“SANY쪽의 나츠씨와 연락을 취해주세요. MS쪽과는 이미 이야기가 끝났으니 콘솔 제작업체들과 공동전선을 짜서 대응하겠습니다.”

상혁이 말하자 현주가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야?”

“저는 이미 기회를 한번 줬어요. PTW 게이머가 피해를 입지 않는 방향으로, 국가에서 강요하는 법을 정당한 방법으로 따르겠다고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면, 저도 방법이 없죠.”

처음 보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상혁을 보며, 현주는 등골이 싸늘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

“이걸로 될 겁니다.”

지난번 상혁의 기자회견 이후로 영혼까지 탈탈 털린 영미는 이번에야말로 상대가 의지를 꺾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대한민국 기업이 대한민국 게이머를 상대로 장사를 하려면, 대한민국 법을 따를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멀티플레이가 되는 콘솔 게임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개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의사는 영미에게도 없었다.

실제로 개정안을 밀어붙였을 때 반발효과도 엄청 날거고, 안 그래도 통과 단계에서 반발이 심했던 법안인 만큼 법안이 시작되기도 전에 무리하게 개정안을 밀어붙일 만큼 여성가족부란 조직이 미련하진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기자들을 통해서 발표한 것은, 압박을 통해서 상대가 의지를 꺾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린 이런 것도 가능하니까, 까불지 말라는 일종의 위력 시위.

어찌됐건 여성가족부에서는 청소년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그 위력 시위의 결과는, 그녀가 바라는 이상적인 형태로 그녀에게 돌아왔다.

“그거 들으셨어요? 오늘 낮에 PTW에서 지난번 발표에 대한 사과문 발표하겠다고 공고했다던데요?”

“오, 그게 정말이야?”

부하직원이 전달한 말을 들은 영미의 표정이 밝아졌다.

원준의 조언대로 취한 추가적인 조치로 인해, PTW가 압박을 받았다는 사실이 그녀를 기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 앞으로의 흐름은 그녀의 예상대로 흘러갈 것이었다.

SANY와 MS.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양대 콘솔 개발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기업이, 정부 정책에 무릎을 꿇었으니까.

이제 PTW를 압박하면 셧다운 적용을 위한 전용 시스템 도입을 거부하던 해외 기업들도 하나 둘 셧다운제 적용에 참여할 것이라고, 영미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번에 그런 무례를 보였던 PTW측에서 사과 방송을 한다는 것이 그녀를 기쁘게 만들고 있었다.

“이건, 보고를 해야겠어.”

지난번 PTW의 기자회견 이후, 괜히 가만있는 회사를 자극해서 분란거리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자신을 갈궜던 상관들에게, 자신이 이룬 업적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영미는 즉시 진행상황 보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작성한 보고서를 전 부서에 첨부를 넣어 발송했다.

PTW가 셧다운제에 참여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해외 콘솔 게임기 제작 업체들을 설득할 향후 계획을 첨부한 보고서를.

그리고 그날 저녁.

이번엔 뉴스 생방송으로, 순이익은 수상하리만치 낮지만 글로벌 인지도 측면에서는 국내 1위라는 게임 제작사 PTW의 대 정부 사과를 위한 기자 회견이 시작되었다.

발표 구성원은 지난번과 같았지만, 뒤쪽에 걸려있는 현수막의 문장이 변경되어 있었다.

지난번에 영미가 받은 수모와 치욕을 지울 수 있을 정도의 노골적인 문장으로.

<사)PTW 대 정부 비난 기자회견 관련 사과 방송(죄>라고 적힌 현수막은, 마치 급조한 것처럼 붉은 페인트로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영미의 초대를 받아 여성가족부 청소년 정책실에서 그 영상을 티비로 함께 지켜보고 있던 원준은, 그 현수막을 보며 한 가지 의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왜 저렇게 조잡하게 만들었지?’

급하기 때문에 라는 말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애당초 현수막 하나 프린트 할 장비가 없을 정도로 PTW가 가난하거나 규모 없는 회사도 아니었고, 그래픽 디자이너도 얼마든지 있는 회사였으니까.

PTW정도 규모의 회사가 저렇게 장난 식으로 손글씨로 만든 현수막을 사용한다는 것이 원준에겐 이상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영미 씨.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요?”

“그래요? 급해서 저렇게 한 거 아닐까요? 저희의 압박이 워낙 강력하긴 했잖아요? 개정안이 통과되면 PTW의 손해가 엄청날 테니까요.”

“그 말이 맞긴 한데, 현수막 디자인이 좀 걸리네요. 무슨 ‘경.축’처럼 좌 우에 ‘사.죄’라고 박아둔 것도 이상하고.”

원준의 말을 들은 영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미 상부에 보고를 했기 때문에 자신의 상관들도 이 방송을 다 보고 있을 거라는 사실도 문제였지만, 무려 장관 라인까지 올라간 자신의 성과 보고서 덕분에 여성가족부 장관의 이름으로 타 정부부처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방송 매체가 지난번처럼 PTW홈페이지가 아닌 무려 TV 방송.

지난번 대놓고 정부 법안을 비난한 상혁의 기자회견이 크게 이슈가 되면서, 이례적으로 TV 뉴스 매체에서도 이번 기자회견에 관심을 가지고 방영을 결정한 것이었다.

어차피 국위 선양이니 뭐니 해서 ‘자랑스러운 국산 게임의 선전’이라는 이름으로 밥 먹듯이 9시 뉴스를 통해 전파를 타는 업체가, 바로 PTW였기 때문에.

‘에이, 그래도 아니겠지.’

영미는 엄습하는 불안감을 고개를 저으며 털어내었다.

지난 번 기자회견 이후로 무려 ‘콘솔 전면 셧다운’을 걸어서 압박하고 있는데,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섣부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한국에도 PTW의 게임을 즐기는 콘솔유저가 꽤 있으니까.

어쨌건 기업은 시장을 외면하지 못한다.

영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멋지게 등장한 상혁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카메라를 향해 V를 그리기 전 까지는.

원준은 그런 상혁의 미소를 보면서,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저 미친 새끼, 진짜로 터트릴 생각은 아니겠지?’

뭘 터트릴지는 원준도 알 수 없었다.

영미는 다급하게 휴대폰 버튼을 눌러 상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잠시 신호음이 들리는 소리와 함께, TV화면에서 상혁의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보세요?-

“상혁 씨? 저 여성가족부 청소년 정책과 이영미입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상혁이 수화기를 든채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영미가 외쳤다.

“지금 무슨 발표를 하려고 하시는거죠?”

-사과 방송이라고 메일 보내드렸을텐데요? 지난번의 무례에 대해 사과하는 방송입니다.-

“이상한 짓을 벌이려는 건 아니겠죠? 지난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현재 PTW에 적용된 셧다운제의 예외 적용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협박인가요?-

“해석하기 나름이겠죠.”

-아, 그러시군요. 그럼 지금부터 방송 잘 보고 계십쇼.-

그렇게 말한 상혁은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마이크를 잡으며 이야기했다.

“이제부터 협박이란 어떻게 하는 건지 보여드릴 테니까.”

그렇게 시작한 기자회견은, 영미가 원하는 ‘그림’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 되어 있었다.

“오늘 이렇게 모여주신 기자 여러분들과, 지금 티비 앞에서 기자회견을 보고 계실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오늘 이렇게 제가 여러분을 부른 것은, 심한 논란을 일으켰던 지난번 기자회견에 대한 사과와, 저희 PTW가 편법으로 셧다운제를 우회했다는 여성가족부의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여, 그에 대한 사과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공식적으로, 저는 경솔했던 지난번 저의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의 수면권을 보장해야한다는 드높은 분들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개인의 자유와 선택에 더 높은 가치를 두었던 제 판단의 얕음 때문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거 돌려서 까는거 같은데?’

원준 역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상혁의 기자회견을 바라보던 영미는, 불안감에 떨면서 다음 발언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번엔, CEO인 현주가 아니라 상혁이 공식적으로 PTW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저희 PTW는 국회에서 입법하고 정부에서 수행하는 셧다운제에 대해 전적으로 수용하고, 앞으로 그에 대한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선언합니다.”

그렇게 말한 상혁의 뒤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여성가족부의 로고가 떠올랐다.

“앞으로 전 세계 모든 PTW게임의 멀티플레이 지원을 위한 글로벌 서버는, 대한민국 표준시로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일제히 셧다운(Shutdown)됩니다.

뭐 그 시간에 뉴욕은 오전 11시지만, 어쩌겠습니까? 한국 어린이들이 잠을 자야한다는데. 저희는 원칙상 계정 가입에 주민등록번호도 수집하지 않고, 해당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게임 개발에 이용하지도 않습니다.

나이대별 통계라던가 성별 통계라던가 그런 건 저희 회사에서 쓰지 않습니다.

심지어 워크패스트 조차도, 아이디랑 비번만 있으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죠.

그러니까 저희 서버는, 애당초 유저의 나이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유저가 청소년인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해당 시간에 서버를 전부 내리는 것으로 국내 법안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하려 합니다.

대상이 되는 게임은 콘솔이면서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나이츠 어셈블, MYOM, TAW의 3종입니다.

참고로 제가 여성가족부를 대신하여 SANY와 MS에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격렬하게 어필했기 때문에, 11월 30일 이후로는 대한민국에서 야간에 콘솔 유저들은 게임을 할 수 없게 될 겁니다.

아, 물론 18세 이상의 유저라 할지라도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아동의 수면권이 그렇게 중요하다는데?

우리나라 정부가, 우리나라 부모들은 법으로 막지 않으면 자기애들한테 들어가서 자라고 막을 수도 없는 그런 부모라고 생각한다는데?

아이들을 위해서, 성인 게이머들이 그 정도는 희생해야겠죠?

좋은 법안입니다.

저희 PTW는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니 다들 힘내서 다같이 지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상혁의 뒤로, 전화번호 하나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번호는, 영미가 이미 알고 있는 번호였다.

자신이 있는 여성가족부 청소년 정책과의 대표 번호가, 바로 그 번호였기에.

“해당 정책에 문의사항이 있으신 분들은 제 뒤에 있는 번호로 전화 주시면 됩니다.

여성가족부 파이팅!!!”

주먹을 지르며 신나게 외치는 상혁을 보며, 영미는 거의 졸도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인간이 악의를 가지고 상대를 뭉개려고 마음먹었을 때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 그 한계를 넘어선 대응을 본 기분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영미의 정신을 붙잡은 것은, 그 순간 사방에서 일제히 울리기 시작한 전화벨 소리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여성가족부 청소년 정책과 이수진입니다.”

“여보세요? 여성가족부 청소년 정책과 박혜진입니다.”

사방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

그것은 지금부터 시작될 거대한 민원 폭탄을 암시하는 지옥의 음악소리였다.

“질문 있으신 분?”

영미가 미친 듯이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상혁은 벨소리가 울리자마자 휴대폰을 한번 보더니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계속해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듯 쏟아지는 질문 세례 속에서, 상혁은 태연하게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영미의 속을 박박 긁어놓고 있었다.

“글로벌 셧다운을 언급하셨는데, 해당 국가에서의 항의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셧다운시에 PTW가 있는 대한민국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과에서 주관하는 셧다운 법안에 대한 소개를 각국 언어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대한민국 어린이의 수면권 보장을 위한 협력을 구한다는 문구를 띄울 예정입니다.”

“이거 대놓고 정부 엿 먹이려고 그러시는 거 아닙니까? 콘솔 멀티플레이 게임의 예외 규정 삭제에 대한 보복으로요.”

“에이, 저희는 저희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법을 준수하려 하는 것뿐입니다.

대한민국 회사가 대한민국 법을 지키는 게 비난받아야할 일인가요?”

그러자 그 대답을 듣던 영미가 들고 있던 텀블러를 바닥에 던지며 소리쳤다.

“저 개X끼가!!!”

그러나 상혁은 이 정도에서 끝낼 생각이 없었기에, 영미의 속을 뒤집어 놓는 발언을 계속 이어나갔다.

“글로벌 서버 다운이 이어지면 해외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항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뭐, 대한민국 법 때문에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가 발생하면 국제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정부가 처리할 문제지 저희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게임만 차별적인 법안을 적용하라고 요구하는데 저희 서버는 그런 구조로 되어있지 않으니, 해당 시간에 법을 지키기 위해 서버를 내리겠다는 것뿐입니다.

그걸 지키기 싫으면, 저희가 대한민국을 떠나야겠죠.

아니면 이 법이 취소되던가.”

상혁은 몇 가지 질문에 더 답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뭔가 깜빡한 듯, 자리에 돌아와 기자들에게 말했다.

“아, 중요한걸 깜빡할 뻔했네요.”

그리고 이어지는 상혁의 발언은, 지금까지 터졌던 핵폭탄급 발언들을 단순히 고폭탄 급 위력으로 바꾸게 만드는, 차르봄바급의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까 저희 워크 패스트도 게임을 포함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협조하는 김에 시원하게 워크패스트 서비스도 12시 이후로 셧다운 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럼 그렇게 아시고 저는 이만.”

미칠 듯이 손을 들며 상혁의 이름을 부르는 기자들을 뒤로 한 채, 상혁은 기자회견장을 나가버렸고, 그대로 기자회견은 종료되었다.

기자회견을 듣는 내낸 머리를 쥐어뜯으며 이제 광인 같은 모습이 되어버린 영미와, 아직도 사방에서 울리고 있는 민원 전화의 시끄러운 소리를 남기고.

그것은 바로, 이후 전개될 대한민국 정부와 PTW간에 게이머의 자유를 두고 벌어진 거대한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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