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셧다운
상혁이 셧다운제에 대해 잊고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셧다운제는 온라인 게임을 대상으로 한 법안이었지, PTW같은 콘솔 패키지 게임 제작사에 대한 법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게다가 문제가 될 수 있는 ‘배틀 로얄’은 이미 셧다운제에 대비해 해당 시스템을 적용시킨 상태였기에, 상혁은 나머지 게임들이 문제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혁이 몰랐던 점은, 정부가 넘어가기엔 PTW의 이름값이 너무 커져 있었고, 회귀 전과 비교해 한국의 콘솔 패키지 게임 시장이 엄청나게 거대해졌으며, PTW의 패키지 게임이 ‘마리의 눈물’을 제외하면 전부 온라인 플레이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점이었다.
2011년을 기점으로 PTW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글로벌 게임 제작사였고,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돈을 거의 광주리로 주워 담는 회사로 여겨지고 있었다.
물론 버는 족족 죄다 쓰고 있어서 매출에 비해 내고 있는 법인세는 극악하게 낮은 기업이긴 했지만, 그래도 매출 규모나 판매량 측면에서는 콘솔업계에서 매 게임마다 판매량 1, 2위를 다투는 게임 개발사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 점이 PTW의 약점이 되었다.
“이건 온라인 게임 업체 죽이기다!”
“콘솔 게임만 차별 하냐!”
콘솔 게임 불모지에 가까운 회귀전 한국과 다르게, PTW가 존재하는 현재의 한국 게임 업계는 PTW만 셧다운제를 피해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고 열심히 물귀신 작전을 펴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발매한 모든 게임이 청소년 이용가인 PTW는 좋은 타겟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SANY나 MS에서 셧다운제 적용이야기가 나오자 ‘한국 서비스 일괄 차단’등의 강수를 두기 시작하면서, 여성가족부에서는 PTW가 중계역할을 맡아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문을 보던 상혁이 말했다.
“여가부에서 요청하고 있는 건, 저희가 나서서 MS와 SANY를 설득해달라는 거네요?”
“그렇지.”
현주의 대답에 상혁이 미간을 좁혔다.
게임업계 종사자로써, 셧다운제 같은 규제 법안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반대로 상혁은 컴플리트 가챠는 법으로 막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고, 지금은 셧다운제 문제를 처리해야할 시기였다.
“어떻게 할 거야?”
사실 이것은 경영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현주의 몫이겠지만, 현주가 상혁에게 공문을 가져왔다는 것은 상혁의 의중을 묻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했으므로, 상혁은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셧다운제 적용 시 콘솔 시장의 대응을 떠올리면서.
“우선 엄밀히 말하면 콘솔 게임에서의 온라인 서비스는 저희 권한이 아닌 SANY와 MS에서 일괄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손을 안 써도 문제가 없어요. 어차피 해외에서 발매되는 게임도 온라인 기능이 있다면 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저희 게임에만 적용한다고 PSN이나 X-BOX LIVE가 규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따로 생각해보죠. 일단 유료 결제가 없는 콘솔 온라인 서비스는 이번 규제대상에서 예외에요. 반대로 유료로 온라인 이용료를 지불해야 사용이 가능한 X-BOX LIVE는 규제 대상이 되죠.”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그럼 패키지 게임인데 온라인 접속이 무료면 제외 대상이라는 거야?”
“예. 기준이 온라인 플레이를 위해 ‘추가 과금이 필요하냐.’거든요.”
“근데 그건 게임에 과금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 플레이에 접속하는 비용이잖아. 인터넷 사용료 같은거 아냐?”
“그것도 과금으로 친다고 합니다. 일단은.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하는데 그게 접속료든 월 정액이든 과금이 들어가면 무조건 걸려요.”
“그럼 아예 무료인거는?”
“그건 ‘중독성이 없어서’ 예외라고 합니다.”
“대체 기준이 뭐야?”
“애매하죠. 그래서 개판인 법안이라는 거고.”
상혁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TAW의 경우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무료인 PS버전은 규제에 안 걸리고, X-BOX버젼은 규제에 걸려요.”
PSN의 경우 PS3까지는 멀티플레이가 무료였기에 아직 규제 대상엔 포함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PS4로 가면서 일부 게임을 제외한 나머지 게임들은 PSN+에 가입해야 멀티 플레이가 가능하게 바뀌게 되지만, 일단 아직은 무료였기에 규제 대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자 상혁의 설명을 들은 현주가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같은 게임인데 접속 콘솔에 따라서 중독성이 달라진다는 거야? 뭐 그딴 법이 다 있어?”
“저도 마음에 안 들지만, 애당초 그따위로 만들어진 허술한 법안이에요. 아마 여가부에 직접 문의해도 제대로 된 답변은 못 받을 겁니다.”
실제로 디지털 문화연구소에서 여성가족부에 ‘유·무료를 기준으로 게임의 셧다운 여부를 가르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는 질문을 보냈었지만, 여가부에서는 ‘유료 네트워크 게임은 중독성이 심하다’ 같은 말도 안 되는 답장을 보내서 개발자들의 혈압을 올린 적이 있었다.
공짜라고 중독성이 없고, 돈 낸다고 중독성이 생긴다는 말도 안 되는 이중 논리에, 심지어 TAW처럼 양대 콘솔로 동시 발매된 게임의 규제가 반으로 갈라지는 해괴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눈에 걸면 눈 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이런 종류의 법을, 상혁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법안을 상정한 세력들이, 노리는 바가 너무나도 명백하게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고 보니 3월 달에 4천억 내놓으라고 땡깡부린 것도 있었지.’
과몰입 방지를 위해, 게임업계에서 매출액의 10%를 내놓아야한다는 억지 주장을 펼쳤던 것이 불과 몇 달 전의 일이었다.
당시 상혁은 아예 관련 행사에 불참 통보를 보냈었다.
아마도 이번 공문의 배경에 그에 대한 보복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상혁에게, 마찬가지로 인상을 쓰고 있는 민준이 조용히 물었다.
민준도 셧다운제 반대파인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회귀 이전의 상혁과는 다르게, 회귀한 이후의 상혁은 온갖 종류의 불합리를 거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말단 직원도 쪼르르 달려와서 대표에게 편하게 말을 거는 회사를 만들고, 직원들이 열성을 다해 노력한 성과를 보장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게임 개발에 재투자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하면서.
상혁은 ‘기존의 관행’과 반대되는 행보를 걷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니 이번 사태도 분명 당당히 맞설것이라고, 민준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민준의 기대와는 다르게, 상혁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전혀 다른 대답이었다.
“어? 어쩌긴 뭘 어째? 법이 그런데. 답이 있어? 지켜야지.”
“뭐?!!?”
“왜 놀래? 벌금으로 때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회의원 주머니마다 돈 찔러주면서 법 막아달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후자는 안되냐? 돈도 많은데.”
“괜히 돈으로 로비하다가 새나가면 우리만 더 골 아파져.”
“뭐, 그말은 맞지. 그래서, 진짜로 지키려고?”
“어. 지킬 거야. 걔네가 말하는 대로, 멀티플레이를 하는데 추가 과금이 들어가면 중독성이 심하다잖아. 우리 소중한 청소년들이 중독되면 큰일 아니겠어? 그렇게 안되도록 우리가 힘을 써야지.”
그렇게 말하는 상혁의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는 것을 보며, 민준이 피식 웃었다.
“뭔가 생각이 있구나?”
“뭐, 그렇지. 일단 될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그렇게 말한 상혁이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크리스 씨?”
상혁이 전화를 건 상대.
그것은 MS에서 콘솔 게임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임원, 크리스였다.
***
“잘 되겠죠?”
“잘 될 겁니다. 법이 그런 건데요.”
여성가족부에서 게임 셧다운 관련 규제를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 이영미는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를 보며 물었다.
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다르게, 수익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내고 있는 PTW를 건드리는 것은, 조금 섣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상혁이 부실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콘솔 게임의 셧다운 관련 문제는 해당 온라인 서비스를 관장하는 SANY나 MS에서 해결해야할 문제였다.
그러나 MS에서는 여가부의 통보와 관련하여 과감하게 ‘한국 서비스를 막겠다’같은 식의 강압적인 대응을 해왔고, SANY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기에 함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러든 말든 어차피 피해를 보는 건 한국 콘솔 게이머였으니 딱히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로 인해 생길 국내 콘솔 유저들의 반발을 생각하면, 쉽게 여길 문제도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PTW라는 걸출한 게임사의 존재로 인해서, 국내 콘솔 게이머는 매년 엄청난 숫자로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영미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 지금 앞에 있는 한 남자였다.
이전에도 셧다운 관련 문제로 몇 번 미팅을 한 적이 있는 남자는, 콘솔 셧다운 관련 문제를 한방에 해결할 묘책이 있다며 자신에게 제안을 해왔고, 영미가 듣기에 그것은 괜찮은 제안처럼 들렸다.
“그나저나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어요. SANY나 MS같은 대형 기업에서 신경쓰고 있는 개발사를 직접 압박해서, 그쪽으로 하여금 셧다운제를 받아들이게 한다는 생각이요. 역시 게임 개발자라 그런지 그런 쪽에 대한 지식이 좋으시네요.”
영미의 말에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뭐, PTW라는 회사와는 꽤 악연으로 얽혀있기도 했으니까요. 솔직히 저희 같은 온라인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그쪽만 쏙 빠져나가는 게 불공평하다는 여론도 있고요. 애들이 온라인 게임에만 중독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콘솔게임도 충분히 중독성 문제는 있습니다.”
“그렇죠. 저희 입법 취지를 이렇게 잘 이해해주시는 개발자가 있다는 게 참 좋네요. 앞으로도 우리 잘 해봐요. 강원준 씨.”
영미를 통해 PTW에 셧다운을 적용하라는 행정 권고를 보내라고 권유한 개발자.
그는 예전에 배틀로얄 발매 때 상혁에게 처참하게 발린 넥젠의 개발자.
강원준이었다.
물론 강원준이라고 셧다운제에 진심으로 동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셧다운제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건, 자신처럼 온라인 게임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개발사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미 통과된 법을 무를수는 없었던 원준은 관련 내용을 검토하던 중 PTW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연초에 발매한 MYOM이라는 게임이 전용기기가 없어서 판매량에 제동이 걸렸다는 부럽고 질투나는 기사와 더불어, 그 이후에 발매된 TAW라는 게임이 발매 첫날 9천억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매출 실적을 올리며 2011년 GOTY후보에 두 게임이 모두 올라왔다는 소식을.
그것은 예전에 있었던 개발 대결의 패배를 떠올리게 하는 뼈아픈 소식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발매한 게임이 생각보다 빠르게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원준의 그런 기분을 더욱 부추기고 있었다.
‘부분 유료 게임? 너 호구냐? 그런 거 왜함?’
‘웬만한 온라인 게임보다 PTW게임이 더 재미있는데?’
‘대세는 콘솔이지. 요즘 게임기 하나 없으면 게이머가 아니라고.’
원래는 PS3의 실패로 콘솔시장이 전멸하면서 한국을 점령해야 했어야할 온라인 게임시장이, PTW라는 존재로 인해서 현재는 크게 위축되어 있었다.
뭘 해도, 무슨 게임을 만들어도 계속 PTW의 게임과 비교되는 현실도 그를 짜증나게 만들고 있었고.
상혁이 회기하기 전 한국 온라인 게임 개발사들의 비교 기준이 ‘월드 오브 전쟁 크래프트’였다면, 이제는 PTW게임도 그 비교 기준의 하나가 되어 있었다.
“젠장, 쟤네는 셧다운도 적용 안 될 거 아냐!”
안 그래도 짜증나는 마당에 나라까지 게임 업계를 규제한다는 사실에 화를 내던 원준은, 분노 속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자신에게 치욕을 안긴 상혁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그런 아이디어를.
“이걸로 인해서 MS와 SANY가 한국 법 앞에 무릎을 꿇는다면, 이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겠어요. 그리고 그건 우리 여성가족부의 업적이 되겠죠.”
“여부가 있겠습니까. 법은 공평해야죠. 멀티 플레이가 있는데 콘솔 게임이라고 얍삽하게 빠져나가는 건 그림 상 좋지 않습니다.”
“여부가 있겠어요?”
그때, 영미의 컴퓨터에서 알람이 울렸다.
메일과 연동되어있는, 워크패스트가 울린 알람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원준이 영미에게 물었다.
“여기도 워크 패스트를 쓰시네요?”
“무료고, 빠르고, 보안도 좋고. 웬만한 정부 부서에서는 다 쓰고 있어요. 국산이기도 하니까.”
“하긴 저희 회사에서도 쓰고 있긴 합니다.”
원준의 말을 들으며 메일을 확인한 영미가 미소를 지었다.
거기엔 PTW에서 보낸, 회신 메일이 올려져 있었다.
“답장이 왔네요. 보낸 지 하루 만에 바로 오다니. 원준 씨 말대로 눈치는 있는 회사군요.”
그렇게 말하며 메일을 열어본 영미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갔다.
상혁이 직접 작성해서 보낸 메일.
거기엔 영미가 보낸 공문에 대한 답장이 무례하게 보이는 문장으로 짧게 적혀 있었다.
<보내주신 공문 확인 하였으며 조만간 기자회견으로 입장 발표 예정.>
책상을 손바닥으로 탕하고 내려친 영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뭐야?! 정부 기관에서 보낸 행정 명령에 답장을 이따위로 보내?!”
“예?! 무슨 일이십니까?”
“직접 보세요! 이게 말이 됩니까?”
영미의 말을 들은 원준이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향해 말했다.
“미쳤나?”
“이건, 저희 정부를 우습게보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에요! 수진 씨! PTW 대표 전화번호 좀 알아봐요!”
분노한 영미를 보며, 원준은 자신의 계산이 완벽하게 통했음을 확신했다.
그리고 상혁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더 돌아이라는 사실도.
그것은 그가 더할 나위 없이 바라던 상황이기도 했다.
‘어려서 그런가? 진짜 앞뒤 분간을 못하고 날뛰네.’
그렇게 생각한 원준이 재빨리 영미에게 말했다.
“아, 대표 개인 번호라면 제가 알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예. 말했잖습니까? 악연으로 묶여 있다고.”
“잘됐네요. 번호 알려주세요. 전화로 이 무례의 이유를 물어봐야겠습니다.”
영미는 원준이 넘겨준 전화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예. Play to win CCO이상혁입니다.-
“이상혁 씨? 저는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 실장 이영미입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무례한 메일을 보내신 겁니까? 정부 행정명령이 장난으로 보이세요?”
-설마, 그럴리가요.-
“그럼 왜 그런 메일을 보내신 겁니까? 적어도 행정 명령을 받았으면 법무팀 검토를 받아서 언제까지 이렇게 수행하겠습니다. 하는 계획서라도 제출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흠, 그건 셧다운제 관련해서 저희가 수행할 게 있을 때만 적용되는 거 아닙니까?-
“수행할게 있으니까 저희가 행정명령을 보낸 거 아닙니까! 지금 장난하자는 겁니까?”
-아뇨, 그러니까. 보내주신 행정명령 기준에 따르면, 콘솔 온라인 게임에서 멀티플레이를 위해 추가 과금이 필요한 경우에 저희가 셧다운제 적용을 받는 거 아닙니까?-
“예! 그리고 X-BOX LIVE는 과금이 존재하니 MYOM과 TAW는 셧다운제 적용 대상이 맞다고요!”
소리치는 영미를 보며, 원준은 10년 묵은 체증이 확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상혁이 통화하면서 받고 있을 스트레스는, 셧다운제가 처음 통과되었을 때 자신이 느꼈던 스트레스와 똑같을 테니까.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복수에 성공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혁은, 소리치는 영미에게 여전히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을 이어나갔다.
마치 고의적으로, 상대의 화를 돋으려는 것처럼.
-뭐, 메일로 보낸 대로, 저희가 셧다운 적용 대상인지 아닌지는 그쪽의 ‘원칙’에 따라서 적용하시면 될겁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은 기자회견으로 알려드리겠다고 했고요.-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왜···!”
-그건, 보시면 아시겠죠.-
그렇게 말한 상혁은, 무려 전화를 ‘끊어버리는’ 패기를 보였다.
무려 게임 관련 법안에 관여하는, 청소년가족정책실의 전화를.
그리고 영미는, 그런 상혁의 대처에 너무 분노한 나머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
“이, 이런···. 뭐, 이런 미친?!!”
그때, 워크패스트의 알람으로 영미에게 상혁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자신에게 건 전화번호를 통해서, 전화번호와 연동된 워크패스트 아이디를 통해 보낸 메시지였다.
“웹 사이트?”
분노보다도, 그런 무례를 범하고 자신에게 보낸 링크의 정체가 궁금했던 영미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링크를 클릭했다.
그러자 PTW의 홈페이지가 열리며, 상혁이 등장하는 기자회견의 실시간 영상이 모니터에 나오기 시작했다.
“저, 저건 대체 뭘?!!”
마치 영미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화면속의 상혁이 노트북에서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손가락으로 V를 만들어 영미를 도발했다.
그러나 영미는 화를 낼 수 없었다.
상혁의 그런 행동보다도, 상혁의 뒤에 있는 거대한 현수막에 걸린, SANY와 MS의 거대한 로고가, 그녀로 하여금 무언가의 변고를 예감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