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 세컨드 임프레션
[이 게임 나는 개인적으로 불호다.]
안타깝게도, PTW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리뷰글은 부정적인 입장을 써 놓은 글이었다.
카렌은 게시판을 보고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고, 상혁은 글이 올라온 시간을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저거 너무 일찍 올라왔는데?”
기본적으로, 유저가 게임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그래픽이다.
그리고 적어도 상혁이 보기에, TAW의 그래픽은 유저의 눈을 홀리기에 충분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고.
그러니까, 글이 올라온 시점 자체가, 아직 호불호를 명확하게 가르기 어려운 시점에 올라왔다고, 상혁은 생각했다.
만약 호불호에서 불호에 속하는 유저라도, 그런 평가를 내리기엔 조금 더 플레이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되었기에.
“클릭해봐.”
카렌은 바로 글을 클릭해 내용을 읽었다.
그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왜 불호냐고? 게임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기 수량이 왜 이러냐! PTW! 2억장은 찍었어야지!]
“휴, 낚시 리뷰였네.”
그렇다고 해서 상혁이 초기 물량을 부족하게 찍은 편은 아니었다.
초도 발매 물량 1600만장.
사실 상혁으로써는 꽤 대범한 출시량 산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떤 게임이든 발매 초기에 물량이 달린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니까.
초기 출시량을 너무 넉넉하게 찍는 것은 역으로 물건이 남아도는 인상을 줄 수 있기에 디메리트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상혁은, 단순히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 초기 물량을 적게 찍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유저들을 위해서 일부러 첫날 물량을 넉넉하게 풀기로 결정했다.
PTW의 게임을 사랑하는 모두가, 게임을 사서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1600만장이면 첫날 다 팔린다고 가정했을 때 그 ‘G○A 5’보다 많이 팔린 게 된다고. 그 정도는 아닐 거야. 모든 유저들이 첫날 게임을 전부 구매하는 성향은 아니니까.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발주량을 결정하고 상혁이 그렇게 말했을 때, 민준도 상혁의 의견에 동의했다.
물론 최종 판매량은 그것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모든 PTW의 팬들이 첫날 줄서서 게임을 살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웠기에.
어찌 보면 합리적인 판단이다.
물론 이미 2000만대를 넘어서 2500만대 가까이 출시되고도 아직도 물량이 딸리는 코넥트의 판매량을 계산해보면 최종 판매량을 높게 잡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건 인기 시리즈의 후속작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신작이니까.
이 게임에 대해 상혁이 확신하고 있는 자신감을 감안하더라도, 1600만장의 출하량은 절대 낮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상혁과 민준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PTW의 팬들은 일반적인 게임회사의 팬들과 다른 기준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었다.
‘믿고 사는 PTW.’
‘게임마다 주는 재미가 전부 달라도, 어느 하나 재미없는 게임이 없는 회사.’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장르라도 무조건 그 장르가 줄 수 있는 재미의 끝을 보여주는 회사.’
PTW의 팬들은, 이미 신작이 출시될 때마다 ‘묻지 말고 구매하자’라는 충성도가 형성되어있는 단계에 도달해 있었다.
무려 1600만장이나 되는 초도 발매물량이, 발매 첫날에 전 세계의 게임 숍에서 일제히 바닥날 정도로.
“으하하하! 샀다! 샀다고!”
누군가의 환호와
“왜 하필 내 앞에서 끊기는 건데?!”
누군가의 절규를 뒤로 한 채.
PTW의 신작 ‘The Another World’는, 발매 첫날 매출 8960억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순조로운 스타트를 맞이하고 있었다.
***
미국 뉴욕에 위치한 암 전문 병동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에서 일하는 소아암 전문의 제임스 가너는 힘든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한손으로 넥타이를 풀었다.
그리고는 다른 손에 들린 조그만 선물 상자를 주방 싱크대 위에 내려놓았다.
“후···.”
한숨을 쉰 그는 혼자 살고 있는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낡은 장식장, 구멍 난 쇼파, 얼마 전에 구매한 대형 티비를 제외하면 딱히 사치라고 부를만한 물건은 없는 그의 집은, 그나마 티비 위에 놓여있는 코넥트와 아래 놓인 X-BOX가 그의 유일한 취미가 게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취미라고 할 수도 없는 취미였다.
그가 게임을 시작한 것은, 취미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주로 다루는 소아암 환자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시작한 것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언제나 그를 웃게 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울게 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PTW라···.’
요즘 웬만한 소아과 병동에는, 대형 TV와 함께 코넥트가 필수적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병에 걸려 우울한 아이들에게, MYOM만큼 신나고 재미있는 게임은 흔하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적당히 무게감 있는 핸드 트래커를 끼고 사방으로 팔다리를 휘둘러야 하는 MYOM의 플레이는, 어느 정도 건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은 병원에서 코넥트를 사용하는 중이었다.
물론 거기엔, 소아 병동의 요청에 한해서 고성능 코넥트와 게임을 무료로 기부하고 있는 PTW의 정책도 한몫 하고 있었고.
덕분에 의사들 역시, 웬만한 소아과 의사들은 대부분 MYOM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되어 있었다.
그것은 제임스 가너도 마찬가지였고.
평소라면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식빵 위에 땅콩버터와 잼을 바른 PB&J 샌드위치를 먹고서, 코넥트의 전원을 넣고 게임을 돌렸을 것이었다.
병원, 집, 병원, 집.
취미라고 해봐야 퇴근 후 집에서 한두 시간 게임을 하는 것이 그의 현재 취미생활의 전부였으니까.
그러나 오늘은, 별로 그럴 기분이 들지 않았다.
방금 싱크대에 그가 올려놓은 선물 상자가, 그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이건 선생님이 가지고 계시는 게 좋겠어요.”
자신이 맡은 환자 중에서도 유난히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앤드류는, 어린 나이에 그 어렵다는 MYOM유저들 중에서도 극소수라는 7서클을 찍을 정도로 엄청나게 게임을 사랑하는 아이였다.
그러면서도 항상, 부모님이 자신을 데려갔던 NE컨벤션에서 플레이했던 게임이야기를 하며, 꼭 차기작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 하곤 했었다.
수술 전날.
누구보다 두려움에 떨어야 할 때도 ‘신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죽을 수 없다.’라고 밝게 말하던 앤드류의 얼굴을, 가너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싱크대에 내려놓은 선물 박스에는, 수술 후에 반드시 플레이 하게 해주겠다며 앤드류의 부모님이 웃돈을 주고 구매한 TAW가 들어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앤드류는 수술실 침대 위에서 세상과 이별을 고했고, 앤드류의 부모님은 자식이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게임을 자식이 가장 존경하는 의사 선생님에게 선물했다.
“후···. 아마 이 게임을 오늘 손에 넣은 사람 중엔, 내가 가장 기분이 더러운 상태로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이겠군.”
X-BOX안에 들어있는 MYOM의 디스크를 꺼낸 가너가 선물상자에서 꺼낸 게임 디스크를 게임기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패드를 들고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손에 넣지 못해서 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손에 넣었어도 하지 못하는 그 게임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앤드류가 그렇게 플레이하고 싶어 했던 PTW의 신작은, 사람을 구하는 의사가 주인공인 게임이었다.
“리얼하네. 개발 과정에 의사가 참여한 게임인가?”
마치 자신의 레지던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인트로 파트가 지나가고 나서, 이세계에서 자신을 소환한 드래곤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작된 수술 파트.
가너는 눈앞의 거대한 드래곤이 않고 있는 병에 대해 들으며, 당황을 금할 수 없었다.
“확장성 심근병증? 드래곤을 상대로 바티스타 수술이라도 하라는 거야?”
플레이어가 이세계에 와서 해야 하는 첫 수술이, 심장 외과 수술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술로 유명한 수술이자 수많은 의학드라마의 소재가 되었던 그 수술이라는 사실은 의학적 지식을 가진 가너가 보기에 너무나 황당한 전개라고 할 수 있었다.
시작부터 최종 보스를 잡으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게다가 그런 대규모 수술은 수술 보조와 현대 의학의 수많은 설비가 필수적인데,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의문이었다.
“아, 죄다 마법으로 처리하네?”
드래곤이 ‘위대한’ 권능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수술을 감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모두 제거한 것을 보며 가너는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리고 실제 수술 파트를 플레이 하면서, PTW가 만든 수술 파트의 완성도에 감탄을 터트렸다.
[손이 느리구나. 필멸자여.]
[젠장! 난 겨우 레지던트 2년차라고! 이건 전문의가 몇 명씩 달려들어야 겨우 할 수 있는 수술이고!]
[그럼 너에게 필요한 만큼의 능력을 주겠다.]
일부러 유저를 갑갑하게 만들고, 용의 마법으로 해당 수술에 필요한 능력을 만렙으로 만들어, 결과적으로 유저가 자신의 스킬레벨을 올릴 때 어떤 효과를 누릴 수 있는지를 튜토리얼을 통해서 체감하게 만든 시스템은, 의사인 자신이 봐도 복잡한 의사의 ‘스킬’을 게이머가 파악하기에 적합한 형태로 전달 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유저가 지향해야하는 완성된 캐릭터가 어떤 느낌으로 구현되는지도 맛볼 수 있었고.
“이거 만 렙 찍으면 완전 슈퍼닥터 되겠는데?”
물론 아마 이대로 올라간 스킬 그대로 게임을 플레이 하게 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가너의 예상대로, 드래곤은 헤어지면서 주인공에게 부여했던 능력증가 마법을 모두 회수했다.
대신, 편하게 능력을 올릴 수 있도록, 상태창과 스킬 시스템을 부여하고, 현대 수술에 쓰이는 기본적인 수술 도구를 선물해 주었다.
그 이후에, 용의 레어 근처 숲으로 전송된 주인공이, 다리를 다친 병사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오픈 월드 플레이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병사의 집에서 신세를 지면서, 마을 사람들을 하나 둘씩 고쳐나가고, 결국 사람들이 힘을 합쳐 주인공이 살 병원을 지어주는 모습은, 정말이지 눈물이 나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간 과하다 싶을 정도의 디테일도.
[너 이 돌팔이 자식!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아픈 자식을 앞에 둔 부모의 절박한 심정은, 때때로 사람의 이성을 잃게 만든다.
마치 진짜 의사한테 감수라도 받은 것처럼, 실제 환자들이 보이는 것 같은 다양한 리액션을 보이는 NPC들은 뛰어난 그래픽의 도움으로 가너에게 진짜 이세계의 의사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어제까지 플레이어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던 환자 부모가, 수술이 잘 끝나자 눈물을 흘리며 주인공에게 사과하는 모습들도, 그리고 매 환자가 나올 때마다 병증에 맞춰 어떻게 수술을 진행할까 고민하는 과정도, 의사가 봐도 감탄할 정도로 잘 구현되어 있었다.
“허, X발···.”
어느새 눈가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가너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감성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PTW는 ‘생명의 무게’라는 무거운 주제를 너무나도 리얼하게 전달하고 있었기에.
그것은 단순한 NPC가 아닌, 정말로 살아있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딸에게 자꾸만 비싼 사탕을 몰래 주다가 충치에 걸린 딸을 우는 얼굴로 데려오는 딸 바보인 아빠의 모습도, 3번의 유산 끝에 겨우 가진 아이가 고열에 시달리자 아이를 업고 한겨울의 눈보라를 뚫고서 병원에 찾아온 엄마의 모습도.
NPC, 아니 이 세계의 주민 모두에게 주어진 깊이 있는 배경 설정이 유저로 하여금 이것이 화면 안의 세계가 아니라 진짜 세계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사실, 가너가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애당초 TAW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천하대 의대 소속 의사들에게 바닥부터 자문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이니까.
말하자면 이 게임에 나오는 NPC들은, 천하대 의대라는 거대 종합병원의 의사들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박혀있는 환자들의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게임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일까.
가너는 이전에 MYOM을 플레이 했을 때보다, TAW를 플레이할 때 좀 더 주인공에 몰입된다는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역으로 가너의 기분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게임은, 아마도 죽은 앤드류가 했었다면 정말로 기뻐했을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건 추천을 해야겠다.”
게임을 멈춘 가너는 패드를 놓고 소파에서 일어나 컴퓨터로 향했다.
자신이 소속된 소아과 의사게시판에, 이 게임에 대한 추천사를 올리기 위해서.
[소아암 전문의가 바라본 PTW신작에 대한 감상]
그렇기 시작된 가너의 리뷰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세계’의 구현도와는 다른, 조금 다른 포커스를 집어내고 있었다.
***
[아프기에 병동에 입원한 시간이 긴 아이들에게, 의사란 직업은 대부분 존경을 사는 존재로 다가오게 됩니다.
장기 입원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자신이 크면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죠.
TAW는 그런 아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실제 의사의 눈으로 보아도, 환자를 다룰 때 의사의 마음이나 회복한 환자를 보았을 때 의사의 기분이 이정도로 리얼하게 구현된 게임은 지금까지 없었으니까요.
판타지를 배경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TAW의 이세계는, 역설적이게도 현실의 의사를 소름끼칠 만큼 제대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 의사 분들도 플레이해보면 다들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너가 올린 장문의 리뷰 밑에는, 아직 TAW를 플레이 하지 못한 다른 의사들의 질문도 댓글로 달려 있었다.
[소아암 전문의가 바라본 PTW신작에 대한 감상]
↳ 리뷰는 잘 보았습니다만, 온라인에서 떠도는 평가랑 조금 다르네요. TAW의 최대 강점은 그 높은 자유도로 이세계를 현대 지식을 써서 발전시키는 재미라고 하던데요?
↳ 물론 그 부분도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저는 오히려 의사라는 직업에 포커스를 맞춘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세계의 변화조차도, 결국 그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게 애착을 가지게 하려고 넣은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수술 재현도는 어떤가요? 리듬 게임이라고 해서 좀 걱정되던데.
↳저도 처음보는 시스템이라서 ‘리듬 게임 비슷하다’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확실한건 리듬 게임은 아닙니다.
단순하게 다음 수술에 필요한 도구의 리스트가 노트로 뜰 뿐이고, 리듬게임처럼 고정된 노트가 있는 게 아니라 실제 수술에 필요한 수술 과정을 정확하게 노트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정상적인 수술 과정 중에 실수로 메스를 놓쳐 혈관이 절단되면, 그 즉시 노트가 해당 문제를 수습하기 위한 도구들의 리스트로 바뀝니다.
그리고 음악에 맞춰서 노트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유저의 스킬에 따라 해당 과정의 시간이 계산되어 버튼을 누르는 게임입니다.
정확한 느낌은 리듬게임 보다는 눈을 감고 수술과정을 시뮬레이트 하는 느낌에 가까웠어요.
↳ 실제 수술하고 완전히 동일하다고요? 그럼 엄청나게 어려울텐데?
↳ 가이드가 잘 잡혀있고 수술 과정에 대해 몰라도 리듬게임의 노트형태로 나타나는 거라 집중력만 있으면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수술 지식 레벨을 올리면 노트가 표시되는 길이도 조정되고요.
↳ 의사가 플레이하면 메리트 있습니까?
↳ 해당 수술에 대해 수술 과정을 다 알고 있는 의사라면, 지식 레벨을 안 올려도 되기 때문에 포인트를 아껴서 봉합속도나 절개 수준을 올릴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플레이 했고요.
↳ 아이들이 하기엔 어렵지 않을까요?
↳ 저는 오히려 난이도가 적절한 느낌이었습니다. 실패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노력을 필요로 하고, 쉽지 않기 때문에 수술에 성공했을 때 더 보람차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게다가 얼마나 레벨디자인을 잘 했는지 수술 난이도 올라가는 게 기가 막히게 조절 되어 있습니다.
초반엔 비교적 쉬운 환자들만, 나중에 어려운 환자들이 나오는데 플레이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기분 좋은 스트레스? 딱 그 정도의 라인을 절묘하게 유지한 게임입니다.
상혁은 개발에 참여한 천하대 의대 소속 교수의 소개로 가너의 글을 읽게 되었다.
PTW홈페이지나 게임 리뷰 사이트가 아닌 의사들의 커뮤니티에서 게임 리뷰를 보는 것이 생소한 기분이긴 했지만, 그 내용은 지극히 상혁의 마음에 들었다.
어찌됐건 저 가너라는 의사는, TAW가 지향하려 노력한 느낌을 100%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옆에서 가너의 리뷰를 보고 있던 카렌도, 미소 짓는 상혁을 보며 함께 웃고 있었다.
“재미있으라고 개발한 부분을 유저가 보고 감탄하는 건, 개발자로써 기분이 좋네요.”
“그렇죠. 애당초 이 게임의 개발 방향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유저가 있다는 거니까.”
“그래도 의사 말고 일반 유저들도 저 가너라는 사람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카렌이 말한 대로, 현재 올라오는 리뷰의 대부분은 TAW의 오픈월드의 완성도를 극찬하는 내용이었다.
유적의 디자인이 감탄스럽다던가, NPC의 연기가 대단하다던가.
그리고 무엇보다, 유저가 현대 지식으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TAW의 진정한 재미라고 할 수 없었다.
애당초 유저들이 지금 즐기고 있는 모든 재미들이, 사실은 ‘의사 파트’에서 유저가 드라마틱한 몰입감을 즐길 수 있도록 구현된 부분들이었기 때문에.
카렌은 그 부분을 지적한 것이었지만 상혁은 고개를 저었다.
“곧 알게 될 겁니다. 처음부터 그 부분들이 좋게 평가 될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럴까요?”
“그렇죠. 전에 제가 매니악한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뭐라고 했었죠?”
“진입 장벽을 넘는데 필요한 계단이요.”
“잘 기억하고 계시군요. 지금 유저들이 물고 빨고 핥는 재미는, 단지 그 계단에 불과합니다. 결국 그 계단을 넘어서, 2회차 플레이를 하고 3회차 플레이를 하면, 유저들은 자연스레 느끼게 될 거고요.”
“뭘 느끼게 된다는 건가요?”
“TAW가 그 놀라운 오픈월드 뒤에 감춰두고 있는, 진정한 재미를.”
그렇게 말한 상혁은 시선을 돌려 달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카렌을 보며 말했다.
“일주일. 딱 일주일만 기다리면 됩니다.”
“일주일?”
이제 겨우 발매한지 하루가 지난 상황.
상혁은 이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하드코어 유저들이 발견하는데 일주일 정도가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유저들은 개발자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우린, 어쩌면 TAW라는 게임에 대해 전혀 잘못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확히 발매한지 4일이 지나자마자, 상혁이 예상했던 내용을 담은 리뷰 글들을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