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77화 (178/485)

177. 11서클 궁극의 주문

“목속성 제 10계위 절대마도(絶對魔道). 대규모 부활(Massive Resurrection).”

드레이븐이 팔을 휘젓자 주변에 쓰러진 유저들의 몸이 녹색 빛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력하게 화면만을 바라보던 유저들은, 자신들의 캐릭터가 일어나며 핸드 트래커에 빛이 돌아오는 것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좋아!! 내가 돌아왔다!”

“이번엔 지지 않는다!”

“믿고 있었다고!”

나이스 타이밍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멋진 타이밍에 나타난 ‘주인공’의 등장.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시작된 웅장한 음악은 보는 이의 심장을 들끓게 만들 수밖에 없는 연출이라 할 수 있었기에.

그 덕에 전장의 한가운데서, 마치 영웅처럼 마왕을 바라보고 있는 드레이븐은, 말 그대로 ‘주인공’이 된 기분을 한껏 만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지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깊게 심호흡했다.

[마법사 드레이븐. 결국 최종 마도를 해석하는데 성공한 모양이구나.]

“어. 엄청나게 어려웠지만. 특히 마지막 주문은 해답이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웃음이 나오더군.”

드레이븐이 손가락을 교차하며 주문을 캐스팅 했다.

그리고는 마왕을 향해 외쳤다.

“자, 그럼. 마왕. 스타 스트림이여!”

그렇게 말하는 제프의 얼굴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주인공이 도착했으니 2차전을 시작해볼까?”

***

온몸에서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느끼며, 지수는 코넥트 앞에서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있었다.

쓰러져있다 부활한 유저들이야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에 체력이 회복되어 있는 상태였지만, 자신은 408:1의 싸움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었으니까.

원래부터 체력이 강한 편도 아니었기에 중반이 지난 시점부터 지수는 거의 근성만을 가지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절대 유저들이 힘든 기색을 느끼지 않도록, 여전히 위엄 넘치는 연기를 유지하면서.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지수가 유저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언젠가 유저들이 이 이벤트를 회상하면서, ‘힘들고 쓰러질 것 같았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지수는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유저들에게 앞으로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을 안겨주고 싶어.’

지수의 그런 간절함이, 한계를 넘어선 지수의 몸을 억지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었다.

“화속성 제 10계위 절대마도(絶對魔道). 지옥숨결(Hell breath).”

“수속성 제 10계위 절대마도(絶對魔道). 바다 뒤집기(Knock Up Stream).”

드레이븐이 주문을 외우며 팔을 휘저을 때마다, 천지를 요동시키는 강대한 마력의 파도가 마왕을 덮쳐나갔다.

그러자 지수는, 자신과 같은 10서클 마법을 시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주인공’에 맞서, 자신 역시 10서클 마법을 시전하며 ‘마법 대전’을 펼쳐 나갔다.

탑주들과 400명의 유저들이 함께 공격할 때보다, 더 화려한 마법을 난사하면서.

불이 물을 태우고, 철이 바위를 부순다.

번개가 공간을 가르고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는 풍경은 이 싸움을 보고 있는 이들의 마음에 하나의 단어를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경이(驚異).

오래전 인류가 불과 번개를 보고 마법이란 개념을 상상했던 것처럼, 눈앞에서 원소와 원소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화려한 폭발은 그것을 보고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지수는, 이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이자 마왕으로써, 자신이 중학생 시절 낡은 노트에 펼쳤던 상상의 나래를 이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로 재현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을, 모든 유저들이 ‘진실’로 느낄 수 있도록.

‘이미 내게 이 세계는 진짜이니까.’

마법을 쓰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망상을 그대로 만든 게임.

팔을 휘두를 때마다 자신의 두 손에서 불꽃과 물줄기, 번개와 바람이 줄기줄기 뻗어나가는 게임.

세계에 대해 고민하고, 정해진 이론에 따라 깊이 빠져들수록 ‘더 강한’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게임.

[이것이! 바로 마법이란 것이다!]

마왕은 그렇게 외치며, 이전보다 더욱 강하게 드레이븐을 몰아붙였다.

‘젠장, 10서클 주문을 사용할 수 있는데도 밀리는군. 역시 마왕인가?’

멋진 등장과 화려한 반격과는 다르게, 드레이븐은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벌써 양손에 맺힌 8색의 빛 중에 6개가 사라졌기 때문에.

메모라이즈(Memorize).

겨우 5서클 마법사인 그가 10계위 궁극마법을 시전 할 수 있는 비결은, 각 탑주들이 사전에 만들어 그에게 부여한 특별한 예외처리 때문이었다.

그가 탑에서 찾아낸 최종마도의 정체도 바로 그것이었고.

“뇌속성 제 10계위 절대마도(絶對魔道). 뇌신 강림(Avatar of Zeus).”

이미 쓰러진 백탑주의 캐릭터와 똑같이 생긴 뇌전 덩어리가 힘차게 손에서 쏘아져 나가는 것을 보면서, 드레이븐은 어쩌면 이 싸움의 끝이 패배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 빠졌다.

지금까지 시전한 모든 주문에 대한 정보는 드레이븐이 수행한 사전 퀘스트에서 모두 파악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주문인 신비계열 주문에 대한 정보는 드레이븐 조차 찾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제발 이번 주문으로 쓰러져라!’

속으로 간절히 외친 드레이븐의 바람과는 다르게, 10계위 뇌전 마법을 몸으로 받아낸 마왕은 멀쩡히 그곳에 서 있었다.

아니, 멀쩡하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로브의 이곳저곳이 찢겨져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양팔을 축 늘어트린 채 단지 ‘서’ 있을 뿐이었으니까.

그때까지, 드레이븐이 부활시킨 유저들은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중간에 끼어들기에는, 지수와 드레이븐이 벌이는 교전의 스케일이 차원이 달랐으니까.

그러나 드레이븐이 공격을 망설이고, 마왕이 팔을 늘어트린 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자, 유저들이 조금씩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마왕도 지친 거 아냐?”

“맞아. 지금 공격하면 쓰러트릴 수 있을지도?”

“우리보다 10배는 주문을 많이 시전 했으니 지칠 만도 하겠지! 지금이다! 공격하자!”

누군가 그렇게 외치며 날린 화염구가 마왕의 몸에 직격하자, 마왕이 외치는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아아아악!!!]

그것은 마왕역을 연기하고 있는 지수가 실제로 낸 비명이었다.

주문을 막으려고 팔을 들어 올린 순간, 양 어깨에서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에.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유저들은 의도치 않게 ‘진짜’반응을 보여준 지수의 연기에 감탄하면서, 하나둘씩 주문을 시전 해 날리기 시작했다.

주인공 드레이븐이 다시 준 기회를 가지고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마왕을 처단하기 위해서.

‘조금, 서글플지도.’

지수는 지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수백 개의 주문 다발을 바라보았다.

이제 곧, 이 이벤트가 끝나면 이 게임에서 자신의 존재는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기획한 게임임에도, 마치 게이머들이 느끼는 것처럼 몇 번이고 밤을 지새우게 만들었던 멋진 게임.

조합식을 연구하고 새 주문을 만들고 서클을 올릴 때마다 흥분으로 제자리에서 방방 뛰게 만들었던 소중한 게임.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소중한 보물이 된 그 게임을 유저들에게 건네주어야 할 차례였다.

‘마지막은, 적어도 마지막은 화려하게.’

지수는 이것이 마왕으로써의 자신이 마지막으로 시전할 주문임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올라가지 않는 팔을 억지로 들어 올리며 울부짖듯이 외쳤다.

[자! 덤벼라! 진정한 상아탑의 주인이 누군지! 나 마왕 스타스트림이 어째서 마왕인지 온몸으로 체감하게 해주마!]

‘지독하다.’

이미 체력적 한계 일 텐데도 억지로 쥐어짜듯 고위 주문을 쏟아내는 지수를 보며, 유저들은 이를 악물었다.

진짜 ‘마왕’의 힘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그녀가 시전한 주문이 순식간에 수백 명의 유저가 쏘아낸 주문을 지워버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실비아는 이대로는 절대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마왕’은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이고, 결국 처음 그랬던 것처럼 유저들이 패배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한 실비아는 드레이븐을 향해 소리 질렀다.

어찌됐건, 지금 상황을 해결 할 수 있는 건 ‘주인공’인 그밖에 없을 테니까.

“드레이븐!”

“어?”

“남은 수단은 없어요?”

“하나 있긴 한데···.”

“그럼 써요!”

“하지만 그게 무슨 효과의 주문인지 모른다고!”

“젠장, 어쨌건 주인공을 위해 마련된 주문일 테니까 뭐라도 되겠죠! 써요!”

드레이븐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결심한 듯 자세를 취하며 마지막 남은 10계위 신비 계열 주문을 시전하기 위한 캐스팅 동작을 시작했다.

그 많은 책을 뒤졌어도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던, 시전의 결과조차 알 수 없는 마지막 주문을.

‘쓰라고 준비해 둔 것일 테니 아마 뭔가의 효능이 있겠지.’

그리고 그가 시전을 마치자, 눈부신 보랏빛이 드레이븐의 전신을 감싸며 환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신비속성 제 11계위 절대마도(絶對魔道). 모두의 꿈(Everyone's dream).”

너무나도 환한 빛이 순간적으로 퍼져나가자, 교전하고 하고 있던 마왕과 유저들의 동작이 한순간에 멎어버렸다.

그리고 방금 드레이븐이 시전한 주문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지수는, 긴장한 표정으로 이어지는 공격을 기다렸다.

“어? 뭐야?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당황한 유저가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자, 지수가 당황한 듯 자세를 풀었다.

그리고는 멀린이 이 주문을 시전했던 리허설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빛만 나고 아무것도 없었는데···.’

무슨 마법이냐고 묻는 지수의 질문에, 멀린은 ‘나중에 실제로 맞아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라고 했고, 지수는 결국 최종장까지 멀린이 남긴 무려 ‘11계위’의 주문의 효과가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냥 뻥인가?’

당황한 지수의 귀에, 저 멀리서 실비아가 드레이븐에게 항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에요?! 드레이븐?! 그게 궁극 마법? 그냥 보라색 빛이 터지는걸 보여주려고 지금까지 뜸들인 거예요?”

“뭔가 변하기라도 했겠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잖아요!”

“그럼 실패인가?”

진즉에 전투에서 이탈되어 이 모습을 스크린으로 지켜보던 봉춘에게, 마찬가지로 전투 중 마왕에게 사망한 나나미 루카가 질문을 던졌다.

다른 탑주들도 궁금해 했지만 끝까지 효과가 뭔지 안 알려주었던 멀린의 궁극 주문.

무려 11서클의 한계까지 뚫어가며 그가 창조한 주문이 어떤 주문인지에 대해 묻기 위해서.

“저거, 전부터 궁금했는데 대체 무슨 주문이에요? 전에도 빛만 나고 말았잖아요? 11서클정도 되면 거의 압도적인 주문이어야 할 텐데, 리허설때도 아무 효과가 없었고. 혹시 그냥 ‘매우 이쁜 보라색 빛을 내는 주문’이라고 하면 화낼 거예요?”

실제로 신비 계열 마법 중에 그런 뜬금없는 주문이 많았기에, 루카의 질문은 일견 합당해보였다.

그리고 멀린은,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루카의 질문에 전과 같은 대답을 내 놓았다.

“보면 알아. 저건, 시전자를 위한 주문이 아니라 다른 이를 위한 주문이니까.”

지수는 잠시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전장을 보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결국 그 알 수 없는 주문 대신 다른 주문을 넣어달라고 했던 자신의 부탁을 거절한 자탑주 멀린을 원망하면서.

‘이 중요한 순간에 저런 얼빠진 주문을 넣는 저의가 뭐야 대체?’

다시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지수는 일부러 9서클에 해당하는 강력한 공격 주문을 취했다.

지금 일부 유저들을 리타이어 시키더라도, 이벤트의 긴장감을 다시 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면서.

[수속성 9계위 소멸주문. 분쇄하는 물기둥(Water grinder).]

지수의 손에서 회전하는 거대한 두 개의 물 소용돌이가 등장하자, 실비아가 다급하게 소리 질렀다.

“온다! 방어 주문을!”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왕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그녀를 절망시켰다.

[고속 사출.]

고 서클의 방어 주문을 시전하기도 전에 엄청난 속도로 쇄도하는 물기둥을 보면서, 그녀는 아군의 상당수가 전멸할 것이라 생각했다.

곧 저 거대한 물기둥이 유저를 덮치는 순간, 수많은 아군 마법사들이 소용돌이에 휩싸여 회전하다 바닥에 떨어질 것 이라고.

“젠장! 최종 마법이라길래 뭔가 엄청난 마법일줄 알았는데! 신비계열이 다 그렇지!”

“뭬야?! 신비계열은 위대하다! 우리 탑주 멀린 님을 모독하지 마라!”

“하여튼 이상한 법사들만 모여 있는 데라니까!”

당황하는 마법사들 사이로 재빠르게 끼어든 실비아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어 주문을 시전했다.

그리고 그 직후.

실비아가, 아니 모든 유저가 MYOM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것은 원래의 MYOM에서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콰아아아앙!!!-

예를 들면, 가장 기본적인 1서클 주문이, 말도 안 되는 크기로 커지면서 9서클 주문을 밀어내는 것 같은 일처럼.

“뭐야?! 실비아씨 9서클 방어 주문을 그렇게 빨리 쓸 수 있어?!”

“아니···. 나는 1서클 주문을 쓴 건데?”

[너···.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실비아가 마왕을 바라보았지만 마왕의 반응은 이 사태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람의 반응처럼 보였다.

그런 마왕의 목소리엔 마치 완벽해야할 월드 이벤트에서 버그를 발견한 개발자 같은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눈치 빠른 유저들은, 그런 마왕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재빨리 공격 주문을 시전해 날려 보냈다.

“Oh My God!”

방금 전 실비아의 1서클 방어 주문이 9서클의 주문을 튕겨낸 것처럼, 순식간에 거대해져 날아간 주문이 마왕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주문을 쏘아낸 마법사가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마법사들은 ‘멀린’이 드레이븐에게 남긴 11서클의 궁극 주문의 효과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적어도 막판엔 맛이라도 볼 수 있어야지.”

갑자기 단체로 주문 시전자세를 동시에 취하는 400명의 마법사를 보면서, 봉춘이 미소 지었다.

“10서클 마법사가 된 기분이 어떤 건지를 말이야.”

단 한 개의 주문이지만 그가 피나는 노력으로 찾아낸 11서클의 신비 계열 궁극 주문.

신비속성 제 11계위 절대마도(絶對魔道) 모두의 꿈(Everyone's dream)의 효과는, 바로 7서클 이하의 아군이 발동하는 모든 주문의 위력과 스케일을 10서클 수준으로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400명이 동시에 쏘아대는 10서클 위력의 주문은 그것이 아무리 단순한 것이라도 그 수량에서 압도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아무리 10서클 마스터인 마왕이라도 전부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1개를 막으면 10개가 날아오고 10개를 막으면 20개가 날아오는 상황에서, 일반인이라면 누구라도 포기할 상황이었지만 마왕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주문을 쏘아대고 있었다.

“으하하하하!! 기분 개 째진다!!”

“결심했다! 내가 늙어죽기 전에 반드시 10서클을 찍을 거라고!!!”

“겁나 속 시원하네!!”

그리고 자신들이 사용하는 주문 모두가, 심지어 가장 단순한 1서클 주문까지 수백 배로 강력한 위력이 되어 쏘아져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여기 모인 400명의 마법사들은 들은 10년 묵은 체증이 확 풀리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월드 이벤트라는 스케일에 확실하게 걸맞은, 엄청난 스케일의 힘이 지금 자신들의 두 손안에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지금까지 들러리 역할만 하면서 갑갑함을 느끼고 있던 유저들에게, 지금까지 쌓인 갑갑함이 한 번에 풀리는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고 있었다.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그리고 유저들의 그런 기분을 잘 알고 있는 지수는 움직이지 않는 팔을 억지로 움직이며 계속 쓰러지지 않고 버텨내고 있었다.

‘허무하게 쓰러지지 말자.’

‘좀 더 이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나는 이 세계의 주인. 마왕이니까.’

오히려 공격하는 이의 마음이 숙연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지수는 자신이 쓰러지는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마왕으로 서 있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기쁜 듯 자신에게 주문을 쏘아대는 수많은 유저들을 보았다.

거기엔 전대미문의 ‘월드 이벤트’를 위해서, 탑주들이 서클을 올린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서클을 올려 이벤트에 기어이 참여한 유저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수천 권의 책을 독파하면서 기어이 ‘주인공’의 역할을 따낸 마법사 드레븐도 서 있었다.

‘그리고 이 이벤트를 바라보고 있는 수백만의 유저들도 있겠지.’

자신이, 그리고 자신의 팀원들이 함께 만든 이 게임이, 지금 이 순간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지수는 마침내 만족한 미소를 떠올렸다.

그리고 조용히 손을 내렸다.

<마왕의 몸이 빛과 함께 사라져갑니다.>

화면 중앙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지수가 사전에 더빙한 목소리가 전 세계의 코넥트 유저에게 울려 퍼졌다.

<전투의 결과에 따라, 상아탑의 권한이 마탑주 스타스트림에게서 탑의 이용자에게로 이전됩니다.>

<탑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이제부터 모든 마법사들은 계급을 부여받고 ‘상아탑’의 일원으로써 상아탑의 숨겨진 장소들에 접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습니다.>

그리고 전장에 있던 유저들은, 자신의 캐릭터의 목에서 빛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길 수 없는 적에 맞서 용감히 싸운 분들께는 용기의 징표를 드리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전 세계에서 이벤트를 지켜보고 있던 모든 유저의 캐릭터의 목에서 환한 빛이 불타올랐다.

<이 싸움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진심으로 응원한 모든 마법사분들께 마법사의 징표가 부여됩니다.>

그리고 가장 환한 빛이, 드레이븐의 가슴에 자리 잡았다.

<최후의 최후까지 포기 하지 않고, 세계의 진정한 비밀을 밝혀낸 마법사 드레이븐에겐 영웅의 징표를 드리겠습니다.>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마왕이 등장하면서 먹구름으로 가득찼던 하늘이 점차 밝게 게이기 시작했다.

보는 이를 벅차게 만드는, 감동적인 음악과 함께.

그리고 그 구름의 저 편에는, 처음 봤을 때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유저들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상아탑’의 멋진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자신들을 즐겁게 만들어주었고, 앞으로 더 큰 즐거움을 주게 될 또 하나의 세계가.

<앞으로 이어질 모험의 길에, 마나의 축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빛에 감싸여 꽃잎으로 변한 마왕의 모습이 바람에 쓸려 날아가는 모습과 함께, 지수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화면위에 떠올랐다.

그리고 유저들은, 얼떨떨한 기분 속에서 드디어 자신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마왕’을 무찌르고 월드 이벤트를 성공시켰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어느 한 유저로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한 함성이, 참여한 모두의 가슴에 응어리진 성취감을 터트렸기 때문에.

“Yeeeeeeeeeeeah!!!!!”

“We did it!!!!!!!!!!!!!!”

“That was f○cking cooool!!!!!”

게임의 기획 단계부터, 오직 유저에게 ‘인생 최고의 경험’을 안겨주고 싶다는 개발자의 의지 하나만을 위하여 준비된 PTW의 첫 월드 이벤트는, 그렇게 수백 명의 유저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스탭롤을 올리며 멋지게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모두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PTW의 홈페이지에 한 개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벤트에 참여한 모든 유저가 마치 영웅처럼 보이도록 편집된 한편의 영화 같은 영상이.

단지 이벤트에 참여한 유저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준 거대 이벤트가 들어있는 그 영상.

PTW홈페이지에 올라온 첫날 2천만뷰의 시청률을 달성시키고 홈페이지를 다운시킨 그 영상의 제목은 바로 ‘Insane(미친)’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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