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72화 (173/485)

172. 월드 이벤트의 전조

결론만 말하자면, 테스트는 성공했다.

민준이 미리 짜둔 100개의 AI계정이 동시에 주문을 사용해도, 렌더링 센터가 아슬아슬하게 버텨주었기 때문에.

그러나 상혁은 거의 한계까지 올라간 부하율을 보고 500억 수준의 추가 설비 주문을 결정했다.

어찌됐건 전 세계 유저가 지켜보고 참여할 월드 이벤트에서, 렌더링 센터의 성능 부족으로 전투가 망가지는 꼴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테스트를 두 눈으로 직접 목도한 토미는, 남은 연수 기간을 거의 넋 나간 사람처럼 보내고 있었다.

그가 보았던 최종 테스트.

그것은 MYOM의 게이머들을 가장 기쁘게 만들 만한 궁극의 이벤트였으니까.

‘애당초 회사의 존재 목적 자체가 다르니까.’

2천만 카피라고 하면 엄청난 판매량 같지만 거기서 플랫폼 홀더인 MS에 라이센스비 30%를 떼 주고, 패키지 제작비를 떼고 나면 절반 정도를 남긴다고 보면 된다.

유통사 마진도 있으니 40%정도가 남는다고 쳐도 5000~6000억 정도가 순이익일 테니, 현재 시점에서 렌더링 센터 2개를 증설한 것을 감안하면 코넥트 개발비를 합쳐서 아슬아슬하게 개발비가 회수되는 정도일 것이다.

물론 지금의 판매 추세로 봤을 때 앞으로도 계속 팔릴 게임이 확실하고, MS에서 차세대기 역시 현재 판매중인 코넥트를 그대로 지원할 것이라 보장했으니 앞으로 못해도 4천만 카피는 팔릴 것이다.

조 단위로 벌 수 있는 기회임에도 그 대부분을 저 월드 이벤트에 투자한다는 발상이, 토미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PTW는 요즘 유행하기 시작한 DLC팔이도 하지 않는 회사였으니까.

하지만 그와 동시에 토미는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오직 저런 마인드로 게임 개발에 도전하는 회사이기에, MYOM이 유저들에게 끝내주는 경험을 선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토미의 그런 예상은, 연수가 끝나고 한 달 정도가 지나, MYOM의 본격적인 월드 이벤트가 시작되자 유저들의 손에 의해서 실제로 증명되었다.

***

-여러분은 최근에 상아탑 홈페이지에 접속해보셨습니까? 뭔가 엄청난 걸 준비 중인 것 같더군요.-

아무도 없는 도로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트럭에 달린 라디오에서, 허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MYOM의 히트 이후로, 그는 아예 라디오에서 PTW의 게임에 대해 다루는 고정 프로를 할당받아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TV에서도 게스트로 자주 출연하는 중이었다.

-‘The first world event’ 말씀이시군요? 정확한 정보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던데.-

-그렇죠. PTW는 기본적으로 게임안의 내용에 대해 오픈 전까지 정보를 통제하는 성격이 강한 회사니까요. 스포일러를 극도로 주의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 덕에 매번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놀라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요.-

-그렇죠. 알고 봐야 더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평이 지배적인 게임이죠. 저는 안타깝게도 GOS가 방영될 때 보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이 나오고 나서 스포일러를 당하고 나서 GOS를 DVD로 구해서 봤죠. 알고 있어도 놀라운 내용이더군요. 그 퀄리티로 58화짜리 프롤로그를 만들어서 방영했다니···.-

-그걸 실시간으로 본 유저들의 기분은 어땠겠어요? 마지막 화에서 타이틀 컷이 나올 때, 아마 대부분의 GOS유저들은 기겁했을 겁니다. 저도 물론 입을 벌리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죠.-

방송을 들으며, 트럭 기사인 제프가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그때 그런 기분을 느꼈던 유저중의 한명이었기에.

지금도 빨리 퇴근하고 집에가서 MYOM을 할 생각으로 가득한 제프는 악셀을 밟는 발에 힘을 주며 라디오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허먼이 게스트로 나오는 ‘THE GAME SHOW’는, 적어도 PTW에 관련된 정보에 대해서는 그 어떤 TV프로나 잡지보다 한발 빠른 정보 전달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이벤트도 사방에 힌트가 뿌려져 있습니다.

저는 제가 굴리는 정보 공유 커뮤니티 멤버들과 그 정보를 취합하고, 이번 월드 이벤트가 어떤 내용인지를 예상하기 위해 노력중이죠.-

-그 정보를 오늘 공개하실 생각인가요?-

-물론이죠. 지금부터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은, 이벤트가 시작되면서 새로 등장하기 시작한 퀘스트들, 그리고 상아탑의 NPC들의 대화 변화를 토대로 뽑아낸 스토리 순서입니다. 유저분들은 잘 듣고, 이번 이벤트를 100%즐기기 위하여 모든 퀘스트를 빠짐없이 수행하는 걸 추천 드립니다.-

주변에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제프가 트럭을 세웠다.

그리고는 운전석 천장에 있는 오버헤드 콘솔의 조명을 키고는, 글로브박스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들었다.

혹시 허먼이 말한 내용을 자신이 놓치지 않을까 싶어서 적어둘 심산으로.

그리고 털이 가득한 손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볼펜을 쥐고서, 허먼의 말을 열심히 메모하기 시작했다.

***

“나왔어!”

힘차게 외쳤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을 것을 제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혼자 사는 독신 남성이었으니까.

이전 같으면 집에 가는 길에 단골 바에 들러 한잔 걸친 채로, 손에 저녁거리를 들고 집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리고 티비를 틀고 미식축구 재방송을 보며 전자레인지로 데운 간편식을 먹었겠지.’

지금의 생활패턴은 완전히 달랐다.

티비를 키고 X-BOX의 전원을 넣으면, 장거리 트럭운전수 제프가 아니라, 상아탑의 5서클 마법사 ‘드레이븐’의 삶이 시작되었으니까.

오직 MYOM의 플레이를 위하여 36개월 할부로 구매한 대형 티비 앞에 서서, 제프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에 ‘핸드 트래커’를 끼웠다.

그리고는 양손의 3손가락을 정면에서 교차하며 티비를 향해 외쳤다.

“5서클 마법사 드레이븐이 상아탑 입장 권한을 요청한다.”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MYOM을 기동합니다.

반갑습니다. 5서클 마법사 드레이븐님 .

즐거운 마법의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효과음과 함께 마치 포탈을 타는 것처럼 화면이 소용돌이쳤다.

그리고는 음악에 맞춰 소용돌이의 흐름이 하나하나 실내 가구처럼 변하며 배치되기 시작했다.

마치 마력으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실험실 공간을 조립하듯이 완성해가는 연출을 보며, 제프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난 이 순간이 제일 좋더라.”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휘둘러 서재에 있는 구슬을 가리키자, 구슬이 날아와 제프의 캐릭터의 손바닥 위에 안겼다.

그리고 제프가 아무것도 들지 않은 왼손을 휘두르자, 오른손에 들린 수정구에서 빛이 나며 허공에 빛나는 글자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제프가 호출한 구슬은, 다른 게임의 메신저 기능을 대신하는 마법 오브젝트였다.

유저들은 이것을 통해서 거래 결과를 확인하거나 타 플레이어에게 음성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물론, 폼이 빠지는 것을 감수하면 XBOX와 호환되는 키보드를 사용해 텍스트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었고.

하지만 그 기능을 사용하는 유저를, 제프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MYOM의 유저들은, 마법사 기분을 희생할 바에야 차라리 자기 목소리로 소통하는 것을 더 선호했기 때문에.

그리고 제프의 예상대로, 자신의 메신저에는 수많은 타 유저들의 음성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메시지 재생”

제프가 육성으로 명령어를 말하자 마치 마법처럼 보낸 사람의 이름이 빛을 내며 메시지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제프와 마찬가지로 현재 5서클에서 6서클의 벽을 뚫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적탑 소속 5서클 마법사, 실비아였다.

-드레이븐? 이번 이벤트 관련해서 할 말이 있어요. 이 메시지 보면 내 실험실로 와줘요. 오늘 밤 12시 까지는 상아탑에 있을 거니까.-

나머지 메시지는 경매장에 올린 물건이 팔렸다던가, 지난 번 실비아와 함께 파티 사냥을 해서 완료한 퀘스트의 보수가 들어왔다던가 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제프에게 마법 수련을 받는, 후배 마법사들이 제프에게 보낸 질문들이 조금 있었고.

실비아가 보낸 메시지 같은 중요한 내용은 없었기에, 제프는 오른 손을 휘둘러 들고 있던 수정 구슬을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수인을 맺으며 오른손을 내밀어 정면 벽에 있는 마법 오브젝트를 손으로 호출했다.

‘다차원 이동 통제 아티펙트(Multidimensional Movement Control Artifacts)’, 줄여서 MMCA라고 부르는 아티펙트는 멀티플레이가 오픈되는 3서클 이상 마법사부터 제작 및 사용이 가능한 오브젝트였다.

마치 스노글로브(Snow globe)처럼 생긴 아티펙트를 오른손에 들고, 제프는 화면을 보며 구슬 위쪽에 왼손을 포갰다.

그리고 손바닥을 살짝 구부리며 마치 쓰다듬는 것 같은 제스쳐로 왼팔을 펼쳤다.

그러자 제프의 친구 리스트에 등록된 수많은 동료들의 캐릭터가, 마치 비눗방울 안에 들어있는 피규어처럼 허공에 흩뿌려졌다.

자주 방문하는 유저나 최근에 메시지를 교환한 유저의 버블이 가장 컸고, 교류가 거의 없는 유저의 버블은 작은 크기로 멀리 배치되어 있었기에 제프는 어렵지 않게 실비아의 캐릭터가 들어가있는 버블에 손을 올릴 수 있었다.

“이동(MOVE)”

주문을 외우자 화면에 떠 있던 제프의 캐릭터가 조각조각 분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 게임을 구동했을 때처럼, 제프의 몸이 분해되며 퍼진 소용돌이가 주변의 모든 가구를 마법의 파장으로 변화시켰다.

잠시 후, 화면 건너편에 한 여성 캐릭터의 모습이 조립되며 제프의 공간 이동이 완료되었다.

“실비아?”

“오, 드레이븐. 왔어요? 오늘 방송듣고 온 거에요?”

“물론이지. 내용이 엄청나던데?

새 퀘스트도 엄청 많이 생긴 모양이고, 상아탑 기여도도 크게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더라고.”

“그렇죠. 좋은 돈벌이가 될 거라고 생각 했어요 저도.”

“그래서, 사냥 같이 가자고 부른 거야? 퀘스트라도 같이 깨려고?”

“아뇨. 제가 드레이븐 씨를 부른 건 상위권 유저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소문’때문이에요.”

“소문이라.”

“드레이븐씨도 ‘메인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 보셨을 텐데요?”

실비아의 말대로, 제프 역시 그 퀘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것이야 말로 MYOM이 현재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떡밥이자, 모든 유저가 기를 쓰고 찾으려 하는 ‘원피스’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MYOM이 원래는 MO형식의 대전 게임으로 개발된 게 아니라, 멀티플레이를 전제로 한 MMO게임이라는 이야기?”

“예.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른 마법사분들과 다르게 드레이븐 씨는 마법보다는 세계관을 연구하시는 분이니까 좀 더 잘 아실 것 같아서요.”

“흠···.”

드레이븐이 턱에 손을 괴며 말했다.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냐.”

“가능성이 있다고요?”

“혹시 실비아는 ‘도서관’에 가본 적이 있어?”

“아뇨, 가끔 마법 교범을 사러 들를 때 빼고는···.”

“거기 가면 ‘이야기 책’들을 볼 수 있거든. 그리고 그 안엔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 쓰여 있지. 부활절 시즌에만 열리는 숨겨진 상점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아니면 특정 주문을 사용하면 열 수 있는 비밀 문에 대한 이야기 같은 거.”

“그거 전부 뻥이라고 밝혀졌잖아요.”

이 게임의 세계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유저는 드레이븐 혼자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야기 책’에 나오는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한 유저들은 꽤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내린 결론은, ‘그냥 세계관을 풍부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써놓은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기믹이 동작하지 않는 다는 걸 실험으로 밝혀냈기에.

그러나 실비아의 이야기에 드레이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실비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말을 전부라고 믿지 말라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진짜 정보를 가진 유저는, 그것에 대해 공유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드레이븐이 제스쳐를 취하자, 실비아의 앞에 창이 하나 떠올랐다.

<4서클 마법사 드레이븐님이 마법 대전을 요청하였습니다. 대전에 응하시겠습니까?>

“갑자기?”

“일단 받아봐.”

“좋아요. 하지만 제 서클이 5서클이란 걸 잊지는 않으셨죠? 제가 압도적으로 이길 텐데요? 전에 싸워봐서 알잖아요?”

“지난번 패배의 복수전이 아니니까 일단 받으라고.”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팔을 휘두르자, 연구실이었던 배경이 무너지면서 대련장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지금부터 보여줄 건 극히 일부 유저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야.”

그렇게 말한 드레이븐이 자세를 취하자, 그의 양손에서 푸른색 물줄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부터 4서클 수속성 주문 ‘소용돌이 풍차’를 시전할거야. 그걸 5서클 수속성 주문으로 막으면 어떻게 되지?”

“당연히 크리티컬이라도 터지지 않는 이상 5서클 수속성 주문이 4서클 주문을 분쇄하면서 남은 데미지가 드레이븐 씨를 덮치겠죠.”

“해봐.”

“예?”

“해보라고.”

“대체 뭘 보여주려고···.”

실비아는 투덜거리면서 자신이 아는 5서클 수속성 주문 ‘워터 봄’을 시전 했다.

그러자 작은 물구슬이 수십 개 들어있는 거대한 물구슬이 그녀의 앞에 생성되었다.

“가라!”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거대한 물구슬이 드레이븐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간쯤 날아갔을 무렵, 공중에서 폭발하며 수많은 작은 물구슬로 변해 일제히 드레이븐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러자 드레이븐은 예고한대로 손을 둥글게 휘두르며 거대한 원형의 물기둥을 회전시키며 발사했다.

실비아가 기억하고 있는 일반적인 ‘소용돌이 풍차’보다, 훨씬 크고 강한 속도로 회전하는 주문을.

‘크리티컬 인가?’

그러나 드레이븐의 손에서 나온 주문은, 그녀가 알고 있는 ‘크리티컬 판정’의 주문 이펙트보다 훨씬 강력했다.

무려 4서클 주문 주제에 5서클 주문을 박살내고 그녀에게 남은 데미지를 안겨줄 만큼.

그러나 그녀는 줄어드는 자신의 체력 게이지보다, 방금 드레이븐이 어떻게 4서클 주문으로 같은 계열의 5서클 주문을 파훼했는지에 대해 알아야했다.

“드레이븐?!?!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거예요?”

“마법을 시전 한 거지.”

“아니, 방금 그건 제가 알고 있던 소용돌이 풍차가 아니었는데요?”

“방금 그건 당신이 알던 소용돌이 풍차가 맞아.”

드레이븐이 미소 지었다.

“단지 ‘제대로’시전 했을 뿐이지.”

그렇게 말하며 드레이븐은 대전 포기를 눌렀다.

다시 실비아의 연구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실비아에게, MYOM의 유저 대다수가 모르는 ‘주문의 진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당신 말대로라면 지금 현재 마법서에 나온 대로 서클을 올리고 있는 유저들은 제대로 주문을 시전할 수 없다는 거군요?”

“맞아. 자, 생각해보라고. MYOM에서 서클은 마법의 시전과 위력에 개입하는 요소지? 서클의 특정 회로가 활성화 되어 있어야 해당 주문을 쓸 수 있고, 그 조합이 무한한 게 이 세계의 특징이잖아?“

“그렇죠. 그래서 마법서도 기본적으로 해당 주문을 사용하기 위한 서클이 그려져 있고, 그것을 시전하기 위한 구동식으로 구성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보라고. 애당초 이 세계에서 구할 수 있는 마법서들은 다른 마법사들이 작성한 마법서들이잖아?”

“그렇죠.”

“그런데 그 마법서를 쓴 ‘마법사’가 가지고 있는 서클과, 그 마법서로 주문을 배운 유저의 서클이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을까?”

“···아마, 아니겠죠?”

“애당초 유저들이 사용하는 시전식 자체도 유저마다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어. 팔을 뻗는 거리, 손가락을 펴는 속도. 모든 요소들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주문의 효과가 들쭉날쭉 한 거라고. 그래서 ‘MYOM의 주문피해는 랜덤으로 크리티컬이 터진다.’라는 오해가 퍼진 거고.”

“그럼 그게 랜덤이 아니라···.”

“맞아. 같은 서클의 같은 주문이라도, 유저가 동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데미지와 효과가 달라지는 게 MYOM의 주문 시스템인거지.”

“진짜 마법같네요.”

“진짜 마법이니까.”

제프가 말했다.

“나한테 이 세계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알 수 없는 것이 더 많아지는 그런 세계나 다름없어. 그래서 난 이 게임의 목적이 다른 게임처럼 단순히 레벨에 해당하는 서클을 올리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마나 엔진’을 제대로 이해하고 세계의 비밀을 파악하는 게 이 게임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좋아요. 마법적인 측면에서 거의 진짜 같은 느낌을 구현한 PTW의 대단함은 이해가 가네요. 그런데 그거랑 메인퀘스트의 존재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실비아의 질문에 제프가 웃으며 말했다.

“실비아.”

“예. 드레이븐.”

“너는 설마 주문 하나에 이 정도 퀄리티를 구현해낸 개발자들이,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메인 퀘스트를 숨겨놓았을 거라고 생각해?”

“그럼 그 말은···.”

“어 맞아.”

그렇게 말하는 제프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유저들이 찾고 있는 메인 퀘스트는, 반드시 존재하고 있을 거야. 다른 게임이라면 몰라도, 이건 PTW의 게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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