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68화 (169/485)

168. 사원 교환 연수

“다들 준비 되셨습니까?”

“옙!”

“여권!”

“여기 있습니다!”

“법카!”

“여기 있습니다!”

“좋습니다. 혹시 몰라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들은, 저희 PTW의 대표자 자격으로 파견 연수를 가시는 겁니다. 물론 여러분이 체류하시는 기간 동안의 비용은 눈보라 사에서 지급하기로 했지만, 남이 내는 돈 가지고 플렉스하는 건 눈치 보이니까, 지급해드린 법카로 시원하게 놀다 오세요. 명품도 좀 사시고. 근처에 미슐랭 맛 집도 있으면 좀 가시고. 관광 갔다 생각하시고 펑펑 놀다 오시면 됩니다. 대신 플렉스 하실 때 뭘 하라고 말씀드렸죠?”

“눈보라 사 직원을 데려간다!”

“맞습니다. 그들로 하여금 ‘아, 쟤네 회사는 확실하게 직원 복지가 끝장나는구나. 이런 것도 해주다니 부럽다!’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주는 것이 이번 연수의 목적입니다!”

“오오오오!!!”

“그럼 가십시오! 세계 최고의 개발사인 눈보라 사에! 저희 PTW의 개 끝장나는 직원 사랑을 보여주기 위하여!”

“위하여어어!!”

20명의 직원을 공항까지 태우기 위해 대절한 버스로 직원들이 달려 나가는 모습을 보며, 상혁이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옆에서 지수가 질린 듯한 표정으로 상혁을 보며 말했다.

“오빠, 저쪽은 선의로 직원 연수를 제안한 건데 이래도 괜찮아요?”

“괜찮아. 어차피 지금은 효과도 없을 거고.”

“엥? 왜요?”

“지금의 눈보라 사는, 세계 최고의 개발사가 맞으니까. 복지 같은 것에 직원들이 흔들릴 만한 회사는 아니지. 지수 너라면 우리 회사보다 더 좋은 조건의 회사가 있다면, 거기 갈거야?”

지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여기서 일하는 게 훨씬 뿌듯하고 재미있으니까.”

“나도 그래. 결국 개발자는 크리에이터니까, 돈보다는 근원적으로 자신이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어떤 결과물을 내느냐가 더 중요한 사람들이 많거든. 연봉 1억 받고 스트레스 받는 것보단, 연봉 5천 받고 재미있게 개발하는 게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면 지금 연수는 왜 보내는 거예요? 어차피 그쪽 직원을 끌고 오는 건 불가능하다면서요?”

“나중엔 가능하니까.”

“나중?”

“내가 지분을 100%가지고 있는 PTW와는 다르게, 저기는 2008년에 액티브 비전에 합병되면서 회사 구조가 많이 변했거든. 회사에 손 벌리는 사람이 많은 회사는 프로젝트에 영향을 안 받을 수 없어. 신념보다 지분을 가진 사람들의 이윤이 중요한 게 주식회사니까.”

상혁은 2020년의 눈보라 사를 떠올렸다.

회사 현판에 있는, 개발자로서 신념이 무뎌지고, 유저보다는 돈을 생각하는 행보를 하게 된 타락한 행보를 보이던 회사를.

그리고 그런 분위기의 변화는, 반드시 열정적인 개발자들의 마음속에 불만을 쌓게 된다.

물론 이번 연수를 통해서 순식간에 그쪽 직원들이 이직을 요청한다던가 하는 일은 없겠지만, 아마도 상혁이 뿌린 이미지는 독처럼 직원들의 마음에 남아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신념과 이윤에 대한 요구가 충돌하여 스트레스를 받게 될 때, 그들은 즐겁게 개발을 하는 PTW 직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순간 눈보라 사의 직원들의 마음에 부러운 마음이 들게 할 수 있다면, 연수에 참여한 인원들이 사용할 비용정도는 매우 싼 편이라고, 상혁은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재미있는 게임에 재미를 ‘더해줄’ 수 있는 개발자의 존재는, 그들에게 지불하는 연봉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 법이니까.

“어, 저기 버스가 오네요.”

그리고 그때, 저 멀리서 상혁이 눈보라 사 직원들을 위해 공항까지 보낸 버스가 천하대 미래관을 향해 오고 있었다.

상혁이 치밀한 계산속에서 직원들을 파견한 것처럼, 마이클 모헤임 CEO의 숨겨진 의도를 가지고 한국에 도착한 눈보라 사 직원들을 태우고.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상혁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한쪽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뒤에 서 있는 인원들에게 딱 하고 손가락을 퉁기며 말했다.

“시작해.”

***

“저기가 PTW본사라는 천하대 미래관인가. 진짜로 대학교 안에 있네?”

“뭐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교 안에서도 스타트 업이 있는 경우는 꽤 있잖아?”

“저 정도 규모 회사가 대학교 안에서 자리 잡고 있는 건 좀 보기 힘들지. 근데 저 이상한 복장을 입은 사람들은 뭘까?”

동료의 말에 파견 인력 통솔을 맡은 토미 칠던이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는 입을 쩍 벌린 채로 상혁이 준비한 퍼레이드를 보며 엄청나게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삐~삐리리리~띠리리리리리삐리리리~~]

[쿵쿵 쿵덕쿵 덩기덕 쿵덕쿵]

엄청난 데시벨을 자랑하며 천하대 미래관 앞을 쩌렁쩌렁 울리는 환영단의 정체.

그것은 일반 행사 보수의 3배가 넘는 금액을 받고 소울을 실어 혼신의 연주를 하고 있는, 천하대 사물놀이 동아리 ‘한울’의 멤버들이었다.

“좋네. 돈값 한다 야.”

“뭐?! 안 들려!”

“돈 값 한다고!”

상혁이 미소 지으며 사물놀이 패를 바라보았다.

그곳의 리더는 얼마나 신났는지 모자에 달린 끈을 사방으로 휘날리며 공중에서 백 텀블링까지 하고 있었다.

눈보라 사 직원들을 환영하는데 굳이 사물놀이 패를 고용한 이유?

그런 건 딱히 없다.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을 뿐.

어찌됐건 상혁이 의도대로 엄청난 임팩트를 주는 데는 성공했는지, 버스에서 내린 눈보라 사 직원들은 전부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PTW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예!? 안 들립니다!?”

“잘 오셨다고요!”

“아,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얼떨떨한 기분으로, 눈보라 사에서 파견한 20명의 직원들은 PTW에서의 첫날을 시작하게 되었다.

고막을 울리는, 신명나는 사물놀이 가락과 함께.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앞으로 2주간 보게 될 수많은 돌아이짓의 편린에 불과했다.

***

“환영 인사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멋진 공연이더군요. 아직도 고막이 울리긴 하지만.”

상혁이 내미는 커피를 받아들며, 토미가 감사를 표했다.

마치 카페를 연상하게 만드는 거대한 커피 머신에서, 상혁이 직접 뽑은 커피는 마시기도 전에 코끝에서 진한 커피향기를 풍기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느낌이었다.

“바리스타 하셔도 되겠네요.”

“커피 뽑는 게 취미라서요.”

“맛있죠? 저희 CCO가 뽑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니까요?”

“매일 팀원들에게 커피를 뽑아주십니까?”

“회사 규모가 작았을 때는 그렇게 했는데 요즘은 원두에 맞춰서 그라인더 셋팅하고 매일 상태에 맞춰서 원두 량만 지정해줍니다. 물론 이 방에서 일하는 인원들의 커피는 제가 직접 뽑지만요.”

상혁의 일과 중 하나가, 그날그날 원두 상태를 확인하고 커피를 시험 추출한 뒤 권장하는 원두의 양과 분쇄도, 그리고 추출 시간을 워크패스트에 공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직원들은, 매일 조금씩 바뀌는 상혁의 가이드에 따라 본인이 직접 커피를 뽑아먹었다.

“직원들을 아끼시는 군요.”

“아낄 수밖에 없이 일을 합니다. 뭐, 앞으로 보시면 금방 아시게 될 테지만.”

그렇게 말하며, 상혁은 한 뭉치의 명찰을 내밀었다.

거기엔 푸른 영문으로 ‘눈보라’라고 쓰여 있는 금속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안에 계시는 동안은 그 명찰을 달고 다니시면 됩니다. 내부에서 얻은 정보는 외부로 유출하시면 안 되는 건 아시죠?”

여기 오기 전, 참가 인원들이 전부 보안관련 서약을 해 놓았기에 토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럴 사람은 없을 겁니다.”

“좋습니다. 그럼 편하게 직원들 사이에 껴서 일하시면 됩니다.”

“일을요?”

상혁이 하는 말의 의미는, 현재 진행 중인 작업에 연수 인력을 끼워주겠다는 의미였기에, 놀란 토미는 상혁에게 반문 할 수밖에 없었다.

“작업에 참가해도 됩니까?”

“뭐 본인 분야랑 맞고 작업에 참여하실만하다 생각되시면 괜찮습니다. 세계 1위 개발사의 대표로 오신 분들이니, 업무 능력이야 의심할 바가 없겠죠. 제대로 저희 PTW의 프로세스를 체험하시려면, 그래도 게임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게 빠르지 않겠습니까?”

“배려 감사합니다.”

상혁의 말대로, 눈보라 사에서 온 파견 인력들은 그날 바로 PTW의 정규 업무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직원 각각이 관심을 가지는 프로젝트에 임시 소속되어, 실제 PTW직원들이 어떻게 작업하는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도대체 이 회사의 어떤 부분이 게이머를 그렇게 열광하게 만드는지, 반드시 두 눈으로 확인하고 와라.’

토미가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마이클 모헤임은 토미에게 그렇게 부탁했다.

토미는 그가 다니는 회사의 CEO의 명령대로, 이번 연수 기간 동안 철저하게 PTW란 회사의 ‘문화’를 배워갈 생각이었다.

***

“좋아, 이제 일주일 정도 지났고, 남은 기간도 그 정도 되니까, 다들 자기 의견을 말해보자고.”

연수차 한국에 온 눈보라 사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각자 회사를 둘러보며 발견한 회사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게 가장 인상적인 건, 신입이 들어왔을 때 업무에 숙련될 때까지 걸리는 속도가 거의 경이적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신입 한명에 최소 4~5명의 사수들이 붙어서 A to Z를 가르치는데, 자신들이 겪었던 온갖 시행착오에 대해 설명하며 신입이 최대한 빠르게 실무를 할 수 있게 하더군요. 이유를 물어보니, 애당초 신입 한명이 자신과 동등하게 1인분의 작업자가 되어야만 승급이 가능한 회사 시스템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개인의 노하우나 기술을 숨기는 것 없이, 일부러 자신과 동등한 레벨의 작업자를 키우는데 집중하니까, 누구 한명이 자리를 비워도 아무나 그 사람이 하던 작업을 이어받을 수 있는 레벨의 작업자들이 가득합니다. 연차 쓸 때 그냥 옆자리 사람한테 하던 작업을 설명하고 쉬러 가면, 그 사람이 필요한 작업을 바로 이어받더라고요.”

그 외에도 이것저것 이야기가 나왔다.

신입이 들어오자마자 한도 2천만 원 내에서 책상이나 의자, 헤드셋이나 모니터 등, 자기 장비를 자유롭게 세팅 할 수 있는 점이라던가, 업무 시간에 대부분의 직원이 이어폰을 끼고 있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점.

다른 직원을 호출할 때 구두로 호출하지 않고 워크 패스트 알람으로 호출하는 문화 등이 독특한 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그 중에 가장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PTW의 강점은, 직원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우리가 세계 최고의 게임 회사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게이머를 기쁘게 만드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우린 계속 그러해야한다.

마치 종교 집단처럼 강하게 잡혀있는 그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그것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결과물이더라도 별 부담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심지어 한달 동안 타파트에서 작업한 결과물을 갈아엎는 아이디였는데도, 신입이 아무렇지도 않게 제안을 꺼내고, 팀원들이 ‘그게 더 재미있어 보이니 킹쩔 수 없지’ 라고 받아들이는 장면은 무지막지하게 충격적이었습니다.”

“킹쩔 수 없지?”

“나중에 물어보니 이상혁 CCO가 자주하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어쩔 수 없지 보다 좀 더 강한 뉘앙스의 단어라고 하던데요?”

그 외에도 회사에서 자주 쓰이는, ‘뽕 차니까’라는 단어도 화제에 올랐다.

“아니,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데 자기 아이디어가 통과 되어야하는 이유의 80%가 ‘그편이 뽕 찰 것 같습니다.’로 귀결되더군요. 물어보니 이것도 이상혁 CCO의 말버릇이라는데, 뭔가 감정이 벅차올라서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말하는 거라고.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게이머에게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으면 90%확률로 통과됩니다. 그거 하나 구현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나도 전체적으로 직원들이 논리보다는 감성적으로 개발에 접근하는 느낌이었어요. 자세한 수치나 시뮬레이트를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결과보다, 그냥 상상하기에 감정적으로 더 훌륭한 결과물이면 받아들이는 느낌이랄까.”

그러자 모두의 의견을 듣고 있던 토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아. 대체로 어떤 게 이 회사의 게임을 만드는 원동력인지는 파악한 것 같은데, 하나만 더 묻지.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러자 모두가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아무리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하는 게임회사라 하더라도, PTW만큼 극단적인 형태를 취하는 것은 절대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렵겠죠.”

“전 불가능 하다고 봅니다. 이건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를, 들어오는 인력마다 거기 맞게 철저히 교육시키지 않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분위기에요.”

“제 생각도 같습니다.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이 회사는 근본적으로 기존의 게임회사를 부정하고 있어요. 팀장이 직원한테 뭔가 이야기를 하러 갈 때, 직원을 부르는 게 아니라 자기가 찾아가고, 찾아 가서도 직원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낮은 시선에서 의견을 경청하고, 물어보기 전에 혹시 입 냄새 날까봐 가글까지 하고 가는 회사입니다. 그것도 파트 팀장이요.”

쓴웃음을 지으며 그 직원은 말을 이었다.

“윗사람은 아래 직원을 존중으로 대하고, 부하 직원은 상사를 존경으로 대하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에서 장난스럽게 불리는 직급체계인 ‘어프렌티스’, ‘파다완’이나 ‘마스터’라는 명칭을, 직원들은 단순히 명칭이 아니라 진짜로 제다이 기사가 스승을 대하는 태도로 대하고 있죠.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기는 하고 있잖습니까?”

토미가 말하자 직원이 답했다.

“그러게요.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네요. PTW는. 어찌 보면 그런 회사이기에, 게임도 불가능해 보이는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죠. 이번에 MYOM레이드 계획 들으셨어요?”

그가 MYOM에서 현재 진행 중인 레이드 도입 이벤트에 대해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들이 지금 준비 중인 ‘대변혁’역시 기존 MMORPG의 상식을 깨는 업데이트라 할 수 있었다.

기존에 아예 비행을 산정하고 만들어진 공간이 아닌 오리지널 맵을 통째로 갈아엎고, 거대 이벤트 이후에 완전히 새로 변한 세계를 유저에게 보여주는 업데이트였으니까.

그 말은 1레벨부터 60레벨 구간까지 만들어놓은 수많은 필드와 퀘스트, 맵 구성을 통째로 바꿔야한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다.

일부 구 퀘스트들은 아예 존재 자체가 삭제될 것이고, 변화에 따라 NPC의 상당수도 교체될 것이다.

멀쩡하게 돌아가는 기존 작업물을 과감하게 버리고, 기존 맵을 완전히 리뉴얼 한다는 발상은 MMORPG업계에서는 커다란 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 그거. 미쳤더라고요. 애당초 기획 단계부터 회사 직원들이 마탑의 상층부를 구성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걸 유저의 손에 돌려주는 것을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한다는 아이디어였죠?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발상입니다. 게이머로서 도저히 흥분 안할 수가 없겠죠.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시스템 구조를 설계한 다스베이더, 아니 민준씨는 진짜로 미친 엔지니어입니다. 제정신이 아니에요. MS에서 온라인 서비스 구축할 때 파견 간 이후로, 거기 엔지니어들이 ‘스승님’이라고 부른다던데, 전 다스베이더가 맞는 표현이라고 봅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그가 만든 코드의 일부만 봐도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절망을 느끼게 되니까요.”

“젠장, 결국 연수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건가.”

“토미 씨 생각은 어떤데요?”

직원의 질문에 토미가 답했다.

“몰라 X발. 나도 그냥 이 인간들 미친 인간들이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MYOM이야기인가요? 아니면 직원들 이야기인가요?”

“아니, 난 그쪽은 그냥 이야기만 들었지 내가 본 쪽은 다른 쪽 프로젝트였어.”

“무슨 프로젝트요?”

“이 세계 의사 시뮬레이터. NE컨벤션에서 PTW가 첫 번째 섹션에서 공개한 판타지 오픈월드 게임.”

“아, 그거요? 그건 좀 관심 외라서 비중 있게 안 봤는데, 어땠어요?”

눈을 반짝이며 묻는 직원들을 보며, 토미가 한숨을 쉬었다.

“어땠냐고?”

그리고는 입을 열어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자식들은 지금 게임이 아니라 세계 하나를 통째로 만들고 있다고. 유저가 플레이하는 게임의 결과에 따라서 세계 전체의 흐름이 변하는 게임이 있다면, 어떨 거 같아? 예를 들어 내가 살려준 남자 병사가, 나중에 대륙을 구하는 핵심적인 인물이 된다던가 하는 식으로.”

“몇 백번을 해도 질리지 않겠죠. 이론적으로 가능한 수준이겠지만. 작업량이 너무 커서 절대 안 될걸요?”

“어 맞아. 그렇지. 사실 시뮬레이션이라는 게, CPU의 연산능력을 엄청나게 요구하는 법이거든.

수백 수천 명의 NPC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일일이 컴퓨터가 계산한다면, 아마 랙 때문에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테니까.”

“그렇겠죠. 작년에 나온 ‘쉼즈 3’도 그래서 맵 밖에 있는 NPC는 따로 시뮬레이트 하지 않잖아요. 맵 밖에서 대기 중인 NPC는 배고픔 게이지나 외로움 게이지의 영향을 안 받죠. 나이 정도만 먹게 되고.”

“맞아. 그게 정상이지. 그게 정상인데···.”

토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글쎄, 이 미친 새끼들이, 지금 그걸 시도하고 있다니까?

그런 토미의 표정은, 아직도 자신이 본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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