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뜻밖의 제안
“괜찮겠어?”
민준이 묻자 상혁이 웃어보였다.
“너무 솔직했나?”
“뭐, 난 속 시원하다고 생각했지만, 좀 잔인한 이야기이기는 하지.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는 건, 너도 알고 있잖아?”
민준의 말에 지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응? 개발자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걸 왜 못한다는 거예요?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건 PTW에서나 당연한 거지, 다른 회사는 주주들에게 져야하는 의무가 있거든.”
기본적으로 주식회사는 주주의 이윤을 추구해야하는 강제적인 의무를 지닌다.
그렇기에 게임회사에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벌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매출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 된다.
가진 능력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끌어내, 주주들에게 최대한의 이윤을 제공한다는 것이 주식회사의 기본이다.
PTW는 그런 입장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의 회사였고.
이윤이 얼마가 나고 손해가 얼마가 나던, 결과적으로 임금이 제대로 나가고 세금을 지불하는 범위 안에서 모든 행위는 허용된다.
렌더링 센터를 짓기 위해 몇 천억의 지출을 하더라도, 직원들에게 얼마의 보너스를 주더라도 그것은 최대 주주이자 유일한 주주인 상혁의 허가가 있다면 모두 정당한 행동이 된다.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는 게임을 만들더라도,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면 그것은 경질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주식회사’는, 돈을 버는 목적으로 운용되는 회사니까.
PTW외에 다른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는 지수는, 민준의 설명을 들으며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마냥 게이머만 생각하고 게임을 만들 수 없는 환경이라는 거네요? 헐···.”
“뭐,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PTW의 끝내주는 개발력에 감사해야지. 솔직히 거의 외줄타기 수준으로 개발 중인 회사니까. 게임 하나만 잘못 말아먹으면 회사 운영이 위태위태해질 정도니···.”
민준의 말에 지수가 상혁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자신이 미처 모르는 곳에서, 상혁이 느끼고 있었을 엄청난 부담이 어떤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그러고 보니 내가 중학생 때 합류한 이후로 상혁오빠나 민준 오빠가 제대로 쉬는 걸 못 봤는데···.’
지수는 알게 되었다.
항상 자신 있게 웃으며 행동하는 두 사람의 뒤에는, 한 발짝이라도 잘못 딛는 순간 한없이 추락하는 절벽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모든 직원이 그 절벽의 정체를 알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이 노력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작은 두 주먹을 불끈 쥔 지수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의지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저, 더 열심히 할게요! 우리 직원들이 지금 같은 환경에서 즐겁게 개발할 수 있도록!”
그러자 상혁이 웃으며 지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가볍게 손바닥으로 머리를 두드리며 지수에게 말했다.
“넌 이미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잘 하고 있으니까 하던 대로만 해.”
“정말요?”
“어. 너도 서연이도 현주 선생님도, 성연 씨도. 직원들 모두 더 바랄 것 없이 열심히, 아니 잘 하고 있으니까. 다들 지금처럼만 하면 우린 계속 게이머들에게 최고의 게임을 주는 회사로 남을 수 있을 거야. 아니, 앞으로 더 멋진 게임을 만드는 회사가 되겠지? 지금도 다들 성장 중이니까.”
“응! 맞아요! 나는 이제 시작이라고요! 더 열심히 배워서 다음번엔 더 멋진 게임을 만들 거니까!”
“그래. 멋지다.”
아마도 PTW의 직원 누구에게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지수와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상혁은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이 당당하게 GDC에서 세계에서 모인 개발자들에게 도발을 던져도 될 정도로.
이미 일일이 관리하지 않아도 최선의 결과물을 알아서 뽑아오는 멋진 회사가 되었기에.
그렇기에 지금 말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강연을 보고 있을 PTW의 소중한 직원들에게, 그들의 리더가 어떤 생각으로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를.
개발자의 마음.
이번 GDC에서 상혁이 한 강연은, 직원들에게 그것을 잃지 말라는 의미의 강연이었다.
“인상 깊은 강연이었습니다.”
갑자기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상혁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말을 건 남자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마이클 모헤임?’
상혁에게 말을 건 남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액티브 유저수를 확보하고 있는 MMORPG, ‘월드 오브 전쟁 크래프트’를 개발한 게임회사, 눈보라 엔터테인먼트의 CEO였다,
이전에 한 번도 인사를 나눠본 적은 없었지만, 상혁은 회귀 전 지식을 통해서 대부분의 유명 개발자의 얼굴을 알고 있었기에 마이클을 향해 고개숙여 인사했다.
“눈보라 사의 CEO를 여기서 뵙게 되는군요. 이상혁입니다.”
“마이클 모헤임입니다. 절 아시는 군요?”
“굳이 게임 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한국 게이머라면 꽤 유명하신 분 아닙니까?”
상혁의 말에 마이클이 미소를 지었다.
상혁의 말대로, ‘우주 크래프트’의 글로벌 히트에 가장 큰 역할을 한 나라가 한국이었으니까.
아예 자신들의 게임을 E-SPORT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끌고 갈 수 있게 만든 것도, 어찌보면 한국의 덕이 컸기에 눈보라 사에게 한국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나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마이클 모헤임의 인식 속에서 한국은 ‘자사 게임의 가장 열정적인 팬들이 있는 국가’에서 ‘PTW라는 경쟁사가 있는 국가’로 바뀌어 있었다.
그만큼 PTW는 개발자에게 각별한 느낌을 주는 존재였으니까.
‘객석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마이클은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더 젊어 보이는 상혁과 어린 지수를 보면서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민준을 포함한 세 사람의 모습은, 다른 회사라면 신입이나 4~5년차쯤 되었을 법한 모습이었으니까.
“실리콘 밸리에서 젊은 개발자들이 두각을 보이는 것이 보기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빠르게 업계의 정점을 차지하는 것은 확실히 드문 일이죠. 세 사람의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특히 이번에 메인 개발자로 활약한 지수 양의 이야기는, 매우 감명 깊었습니다.”
“엣?! 저요?”
눈보라 엔터테인먼트의 존재는 지수도 잘 알고 있었다. 세계 1위를 다투는 개발사였으니까.
그런 회사의 CEO가 자신의 강연을 칭찬하는 말에, 지수는 얼굴을 붉히는 대신 마치 노인처럼 허리를 구부리며 마이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이쿠! 이렇게 황송할 데가!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려···.”
“너, 뭐하냐?”
“아! 그! ···어찌 반응해야할지 몰라서···. 헤헤···.”
“그냥 감사하다고 하면 돼.”
“앗! 맞다! 감사합니다!”
마치 어린애 같은 지수의 모습에, 마이클이 미소를 터트렸다.
“어찌 보면 책임 리더의 이런 순수한 면이, MYOM의 매력을 끌어낸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뭐, 저런 성격 때문에라도 매출이니 동접이니, 이상한데 신경 쓰는 것보다는 재미에만 쓸 수 있을 테니까요.”
“부럽습니다. 물론 상혁 씨가 말한 의견에 100%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순수함도 게임 개발에 어느 정도는 필요하니까요. 괜찮다면 잠시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마이클의 제안을 받은 상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어떤 용건으로 자신을 찾은 것일지는 몰라도, 지금같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상 나쁜 제안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그렇게 세 사람은, 행사장 근처의 카페에서 음료수를 시켜놓은 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두 게임 회사의 핵심 경영진의 만남이라 보기엔,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모습으로.
마치 직장인 선배와 후배가 근처 카페에서 땡땡이를 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산하네요.”
“강연이 한참 진행 중이니까요. 아, 혹시 저 때문에 들으시려 던 강연을 못 듣게 되신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딱히 들으려던 강연은 없습니다.”
“그럼 한국으로 바로 돌아가실 생각이십니까?”
“이번 GDC어워드 후보기도 하니 온 김에 수상은 하고 가야겠죠.”
“아, 그렇군요.”
“그럼 이제 슬슬 용건을 말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PC MMORPG시장의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계신 회사의 경영자 분께서, 콘솔을 메인으로 하고 있는 저희 PTW를 찾아오신 이유를요.”
상혁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지만 마이클 모헤임은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계획이,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게임 업계 기준으로도 터무니없는 제안이었기 때문에.
“저는···.”
“뭐 혹시 제가 ‘10년 전에 빌린 돈이 있는데 지금 갚아라.’같은 터무니없는 제안만 아니면 편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어떤 제안을 건네시던, 저희가 그거 안 받는다고 양측이 무너질만한 회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제안을 받더라도 양측이 엄청나게 이득 볼만한 일도 없을 테니까요.”
상대가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을 본 상혁이 농담을 건네자, 마이클은 왠지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조금은 말하기 쉬워진 느낌을 받으며, 마이클이 자신의 용건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저희 눈보라 사는 MMORPG분야에서 최고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개발사입니다. 그리고 PTW는, 현재 콘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힘이 있는 업체로 평가받는 콘솔 개발사고요. 그래도 PC게임 점유율은 높지 않다고 들었습니다만···.”
마이클의 말은 사실이었다.
물론 ‘배틀로얄’과 ‘마리의 눈물’ ‘나이츠 어셈블’ 및 ‘텍스트 게임’ 2종이 판매 중이긴 했지만, 이미 발매한지 10년 가까이 된 게임들도 많았고, 그나마 라이브 서비스 온라인 게임 중 배틀로얄만 유일하게 유의미한 수익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PC 온라인 시장에서 PTW의 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유저들 사이에서는 ‘안 만들어서 그런 거지 PTW에서 MMORPG하나만 나오면 시장이 뒤집힐 것이다.’라는 애정 섞인 평가가 돌긴 했지만.
딱히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 미련이 없는 상혁은 마이클의 그런 지적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뭐, 맞는 말입니다. 저희가 주력하고 있는 쪽은 콘솔 게임 쪽이니까요.”
“그렇죠. 반대로 저희에게 콘솔 시장은 높은 벽입니다.”
“굳이 콘솔 진출 안 해도 웬만한 콘솔 개발사는 다 씹어 먹을 수익을 거두고 계시지 않나요? 당분간은 콘솔 시장에 진출하실 계획도 없으시고요.”
“그 말이 맞습니다.”
“흠, 그런 상황에서 저희에게 제안하시려는 게 뭔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네요.”
“그렇죠. 두 회사를 콘솔게임 개발과 PC게임 개발사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보일 겁니다.”
그때, 마이클이 표정을 바꾸며 상혁에게 말했다.
“플랫폼을 떠나서, 단순히 게임사대 게임사로 보면 어떨까요?”
“플랫폼을 떠나서요?”
“예. 저는 세계 최고를 다투는 두 게임 개발사에서, 서로 뭔가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상혁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마이클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상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깨달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은, 회귀 이후로 온갖 기괴한 행동을 반복해오던 상혁 기준으로도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 말씀하시고 싶은 게···.”
“만약 생각하시는 것이 기술협력에 대한 것이라면 맞습니다.”
마이클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CEO가 되면서 점점 잊고 있었던, 개발자로서 열정이 빛나는 눈으로.
“만약 가능하다면, PTW와 눈보라사의 직원을 연수 형태로 서로의 회사에 파견하는 것을 검토해주셨으면 합니다.”
상혁은 입을 쩍 벌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마이클의 제안은, 두 개발사가 서로의 강점을 배울 수 있도록, 각 회사의 직원을 ‘파견’현식으로 교환하자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지금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제안인지는 본인도 알고 계시죠?”
상혁의 말에 마이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꼭 하고 싶었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의 시장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제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희 쪽은 앞으로도 PC시장에 전념할 것이고, PTW는 콘솔 게임 시장에 전념할 테니까요. 서로가 서로의 매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이상, 두 회사의 노하우를 교환하는 것은 꽤 큰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상혁 씨가 PTW의 직원들의 실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부심만큼, 저희 눈보라사의 직원들도 최고의 실력을 가진 개발자들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교환이라···.”
“보안 유지가 필요해서 그러는 것이라면 파견 직원 전원에게 기밀 유지 서약도 시키겠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코드 같은 핵심 정보엔 접근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최고의 인재들이 가겠지만, 불러서 잡일을 시켜도 좋습니다. 어찌됐건 상혁 씨가 말하는 그 ‘개발자의 마음’을 가진 직원들이 다니는 회사를, 저희 눈보라사의 직원들이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원하는 거니까요.”
상혁은 고민에 빠졌다.
보안 문제가 아니라면, 딱히 시장 겹치는 건 아니니 서로의 회사에 연수를 보내자는 제안은 나쁜 제안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상대는 그 눈보라엔터테인먼트였으니까.
결국, 상혁은 고심 끝에 마이클에게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주었다.
그리고는 기뻐하는 마이클을 보내고 나머지 두 사람을 낀 채로 한국에 있는 현주에게 전화를 걸어 회의를 시작했다.
“난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민준이 넌 찬성?”
“어.”
“지수는?”
“저는 그냥 우리끼리 개발하는 게 좋은데···. 괜히 외부 인력이 와서 분위기가 나빠질 것 같기도 하고..”
“지수는 반대. 선생님은요?”
-나는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 경력자 직원은 괜찮을지 몰라도, 신입 때부터 PTW에만 익숙한 직원은 조금 다른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서연이는?”
-전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전 안 갈 거니까.-
-이런 문제는 어차피 상혁이 네가 결정하는 문제니까, 굳이 우리 의견 신경 쓰지 말고 네가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대로 진행해.-
현주의 말에 민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상혁을 보았다.
그러자 상혁은 미간을 좁히며 잠시 고민하다 결정을 내린 듯 민준과 서연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합시다. 까짓 거.”
이 결정이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는 상혁도 모르는 일이었다.
애당초 거대 게임사끼리 직원을 서로 교환한다는 말도 안 되는 시도 자체를 회귀 전에도 본적이 없으니까.
그러나 상혁의 결정을 내린 것은 매우 심플한 이유에서였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누구도 해본 적 없는 시도라니, 두근대지 않는가.
실패해도 실패로부터 배울 것이 있을 것이고, 성공하면 거기서 얻을 것이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던 좀 더 기대할 만한 변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혁은 마이클의 제안을 마음에 들어 하는 상태였다.
“우리 PTW는 해본 적 없다고 겁내는 회사는 아니잖아. 받아들이자고. 저쪽의 제안을.
그리고 우린 우리대로 거기서 얻을 걸 얻어내야지.”
“얻을 거?”
“응. 물론 그쪽에서도 받아들일 만한 조건으로.”
“뭘 얻어내려고요?”
“뭐긴 뭐야.”
상혁이 웃어보였다.
“세계에서 제일 PC게임을 잘 만든다는, 눈보라사 직원들이지.”
안 그래도 숙련된 인력이 구하기 힘든 게임 시장에서, 마이클의 제안은 상혁에게 탐욕의 불씨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제안이었다.
그리고 PTW는 이미 어떤 회사랑 비교해도, 개발자가 일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지닌 회사였고.
“딱 두 명만 배신하게 만들면 우리가 이긴 거다.”
그렇게 말하는 상혁의 미소는 어느새 특유의 장난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마이클이 보았다면 바로 제안을 취소했을 정도로, 꿍꿍이를 숨긴 것 같은 그런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