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등짝 스매시
상혁은 MYOM의 핵심 개발자들을 로테이션으로 돌려가며 각국의 TV쇼에 출연시켰다.
8명의 탑주들과 마나 엔진의 기초 이론을 개발한 교수들, 그리고 절대 안 나간다고 발악하던 민준을 억지로 끼워 넣기도 하면서.
물론 직원들 중에는 말을 잘하는 직원들도 있고, 못하는 직원들도 있다.
상혁은 적절히 멤버 구성을 조절함으로써 이야기가 중복되지 않고 다양한 개발 에피소드가 소개 될 수 있도록 애썼고, 그 덕에 17개 국가에서 진행된 티비쇼는 각국의 언어로 되어 있는 장편 시리즈물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물론 그 영상은 17개국의 자막을 선택할 수 있게 편집되어 PTW의 홈페이지에 공개되었기에, 팬들은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로 17편의 인터뷰를 자유롭게 볼 수 있었다.
그 영상이 비춰낸 ‘사람들’.
거기엔 자신들이 즐겁게 하고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말 그대로 영혼을 불사르며 최선을 다한 ‘개발자들’의 모습이 실려 있었다.
“앙리 씨. 프랑스어 할 줄 알지? 이거는 뭐라고 적힌 거야?”
홈페이지에 공개된 각 국가별 TV쇼 영상 밑에 마련된 댓글 란에, 해당 국가의 팬들이 적은 댓글 내용이 궁금한 개발자들이 떼로 몰려다니며 해당 국가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개발자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어디보자. ‘이런 개발자들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게이머가 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라고 적혀있네요.”
“크으으으!!! 그 밑에 건?”
“쇼를 보며 느낄 수 있었다. 게임보다 위대한 것은, 유저들을 위하는 개발자들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또! 또!”
“어디보자···‘저는 베르사유 근처에서 커피숍 ‘카페 드 레브’를 운영하는 사장입니다. 제 딸이 정말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혹시 개발자분이 커피숍에 오시면 커피를 무료로 드리고 싶습니다.’ 라고 적혀 있네요. 오, 여기 거기서 좀 유명한 카페인데, 나중에 놀러가야겠다.”
“나도 같이 가도 돼?”
“그러죠! 단체로 가죠!”
“예이!!!! 프랑스도 가즈아!!”
“가즈아아아!!”
일반적인 게임회사에서의 피드백이란, 발매 이후의 보너스라던가 상사의 칭찬, 다음 연봉협상에서의 인상 등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혁은 TV쇼를 통해서 정말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다른 종류의 보상을 주고 싶어 했고, 지수의 적절한 대응으로 그 의도는 목적대로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모두가 기뻐하고, 모두가 즐거워하며, 모두가 의욕을 불태우고, 누군가는 질투심을 불태우게 하는 것.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상혁의 옆에 앉은 지수는 그런 상혁의 의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MYOM의 프로젝트 참여자들에겐 이번 TV쇼 촬영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겠지만, 상대적으로 노출이 아예 되지 않은 다른 직원들이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특히 서연 언니가 좀 걱정되네요. 에고(EGO)가 강한 분이잖아요.”
“강해도 될 만큼 실력도 좋지. 아마 지금쯤 자기 프로젝트가 런칭 할 때는 TV쇼보다 더 멋진 걸 해달라고 할거야! 하면서 의욕을 불태우고 있을 걸?”
“그럴까요?”
“내기 할래? 나는 우리가 회사 돌아가자마자 서연이가 ‘이 세계 의사 시뮬레이터’의 새로 그린 컨셉아트를 뭉텅이로 들고 와서 나한테 들이밀 거라는데 걸게.”
“쳇. 내기가 성립이 안 되잖아요.”
지수가 투덜거렸다.
서연의 모습을 떠올리기만 해도, 아마 분명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그리고 그런 상혁의 예상대로, 서연은 상혁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회사 입구에서부터 상혁을 향해 돌진해왔다.
“오빠아아아아아!!!”
달려오는 서연의 모습을 보면서, 상혁과 지수는 서로를 마주보며 피식 웃었다.
달려오는 서연의 손에, 컨셉아트 뭉치가 아니라 한눈에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바인더’가 들려 있었기 때문에.
***
“회사 분위기 끝내주네. 예전처럼 게임 발매했다고 붕 뜬 분위기가 아니게 되었어.”
마치 월드 투어를 연상하게 하는 장기간의 순회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상혁은, 완전히 바뀌어있는 회사의 분위기를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뗬다.
어찌 보면 번아웃이 오기 딱 좋은 시기에, 직원들에게 적당한 자극을 제공할 수 있었으니까.
그 원인은 당연히 TV쇼에 있었다.
그리고 상혁이 추가로 부린 트릭도 있었고.
PTW는 전 세계 곳곳에서 모인 개발자들이 있는 글로벌 기업이었기 때문에, 프로젝트 인원들 역시 여러 국가의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상혁은 일부러 각 국가 출신의 개발자가 프로젝트에서 활약한 내역을, 자신이 태어난 국가의 유명 TV쇼에서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자신이 잘 알고 있는 TV프로에서, 그 나라 출신의 개발자가 머나먼 한국에 와서 글로벌 히트 게임의 개발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를 설명하게 한 것이다.
비록 출연은 하지 못했지만, 마치 프로젝트를 위기에서 구원한 영웅처럼 묘사한 내용에 직원들은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받는 축하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앙리?! 쇼 봤어! 엄청나더라! 갑자기 한국의 게임회사에 간다고 해서 엄청나게 걱정했는데! 완전 영웅처럼 일을 잘 해냈구나!-
-죠셉! 그렇게 커다란 회사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니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아비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앙드레! 내년에 하는 내 결혼식에 꼭 와줘! 내 예비 신부가 PTW의 팬이라고 하더라! 네가 와주면 영광일 것 같아!-
모두가 좋아하는 영웅 이야기.
그리고 자신들의 자식이나 친척, 친구가 그런 영웅담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아는 지인들은 PTW 직원들에게 미친 듯이 국제 전화를 걸어댔다.
그리고 그런 축하 전화를 받은 직원은, 자연스레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라고.
“어찌 보면 당연한 거죠. 사실 어떤 게임이나 개발과정에서 드라마틱한 백스토리 정도는 있으니까. 전 거기 양념을 조금 쳤을 뿐입니다. 게임을 완성한건 여러분이고요.”
자신을 찾아와 감사인사를 표하는 직원들에게 상혁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일이 바쁘다며 직원들을 강제로 돌려보냈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와, 업무량 밀린 거 보게?”
출시가 완료되어 순차적으로 발매 휴가 로테이션에 들어간 개발 3팀과는 다르게, 1팀과 2팀은 상혁이 없는 사이 엄청나게 많은 작업을 진행시켜 놓았다.
그리고 그 작업의 상당수가, 이전에 문제없다고 컨펌이 되었던 부분에 대한 재작업이었다.
이전에 작업했던 작업 물들을, 영혼을 갈아 넣은 퀄리티로 다시 작업한 것들.
그것만 봐도 이번 TV쇼가 얼마나 직원들의 의욕에 불을 질렀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나머지 게임들도, 발매 시점에는 공개된 것보다 훨씬 높은 퀄리티로 발매되겠네요.”
상혁이 워크 패스트로 올라온 검토 요청에 승인 버튼을 누르며 말하자, 현주가 상혁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러게. 정말로 다들 불타는 느낌이라서 너무 좋다.”
“좋죠. 게임회사는 이래야지.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열심히 하는 직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CCO가 될 수 있도록.”
이제 겨우 3개의 게임 중 1개가 발매되었을 뿐이다.
나머지 2개의 게임이 PTW의 이름에 걸맞은 재미를 줄 수 있으려면, 아직 거쳐야할 과정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그러나 걱정은 되지 않는다.
지금도 의욕을 불태우며 ‘갓겜’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수많은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게임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상혁이 바라는 이상적인 게임 회사의 분위기, 바로 그 자체였다.
***
시애틀에 거주하는 랜디 헤밀튼은 운 좋게 ‘코넥트’가 매진되기 전에 게임을 구매한 유저중의 한명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구매 행렬에 참가한 그에겐 사연이 있었는데, 게임에 관심도 없던 그가 코넥트를 구매한 것은 순전히 자신의 아들 때문이었다.
아들의 친구인 버트의 14살 생일.
아버지를 졸라 친구의 생일 선물을 가지고 친구 집에 갔던 아들은 집에 오자마자 자신에게 게임기를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말로 들어도 전혀 이해가 안가는, ‘마법사가 될 수 있게 해주는 게임’을.
젊을 때 즐겼던 핑퐁 말고는 게임과 담을 쌓고 살았던 그였지만, 하나뿐인 아들이 마치 상사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우울해하는 모습은, 그로 하여금 결혼 앨범에 숨겨둔 비상금을 꺼내게 하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헤이, 혹시 ‘Make your own magic’이란 게임 있나?”
시내 번화가의 게임 스탑 상점에 들른 랜디의 질문에, 얼굴에서 여드름도 빠지지 않은 점원이 비웃는 표정을 하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건 지금 전국 어디가도 구할 수 없을 겁니다.”
“뭐?! 왜?!”
“그만큼 인기 있으니까요.”
“젠장, 250달러짜리 게임이 왜 그리 인기가 좋은 거야?”
“미리 말하자면 다른 지점에도 다 품절이니까 희망은 가지지 말아요.”
그날부터 랜디는 친구란 친구들에게 죄다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한 번도 연락한적 없던 친구에게도.
“뭐?! 가지고 있다고?!”
“와! 아빠! 그럼 저도 마법사 게임을 할 수 있는 거예요!?”
통화 소리를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 기쁜 표정을 하는 아들을 보면서, 랜디는 빌려서라도 게임을 받아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아들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으니까.
“이봐. 미안하지만 내가 물건을 구할 때까지 그걸 좀 빌려주지 않겠어? 한 달, 아니 2주 만이라도 좋으니까.”
-2주?! 미쳤나 자네? 그 시간이면 주문 3개 배우고 물약 10개는 만들겠네!-
“주문? 물약?! 아니, 38먹은 인간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애들 하게 양보 좀 하라는 건데!?”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겠네. 없던 이야기로 하지. 나도 요즘 이거 때문에 휴가까지 썼단 말이야.-
“못 빌려주겠다고?”
자신이 말을 하자마자 닭똥 같은 눈물을 그렁그렁 눈에 맺는 아들을 보면서, 랜디는 이를 갈며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젠장. 2주 만 빌려주면 100달러 주지.”
-안 돼.-
“200달러!”
-안된다고. 지금 이거 중고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붙어서 700달러 이상인거 모르나? 700달러 준대도 물건이 없어서 못 구한다고.-
그렇다고 비상금을 다 털면, 게임기를 살 동안 빌린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에, 랜디는 최후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젠장. 어쩔 수 없지. 내년 NBA 슈퍼 소닉스 시즌티켓을 걸지. 좋은 자리는 아니지만, 2천 달러짜리라고?”
-정말이야?!-
“크흡···눈물이 날 것 같지만,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 넘겨줄게.-
밥보다 좋아하는 농구를 포기한다는 아빠의 진심에 감동한 친척은, 결국 랜디에게 코넥트를 ‘빌려’주었다.
2000달러짜리 시즌 티켓을 통째로 받아가는 댓가로.
“아빠가 최고야!!!”
뛸 듯이 기뻐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랜디는 속이 좀 쓰리긴 했지만 그럴만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한달간은, 자신의 아들이 행복을 만끽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게임이 도착한지 일주일쯤 지난 후.
랜디는 붉은 빛으로 빛나는 장갑을 낀 채 자신의 바지를 붙잡고 소리 지르는 아들의 비명을 무시하고 열심히 눈앞의 화염 구슬을 조작하고 있었다.
“나 하라고 빌려온 거라며!! 아빤 거짓말쟁이!!”
“조금만 한다고! 조금만! 시즌티켓도 포기했는데 조금은 괜찮잖아!”
“으아아아앙!!!”
“아들 하라고 빌려온 거라면서 지금 뭐하는 거예욧!”
결국 랜디는 부엌에서 아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온 아내의 등짝 스매시를 맞은 후에야 코넥트를 아들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그리고는 아픈 등을 어루만지며, 자기방의 컴퓨터 앞에 앉아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허 참, 그 게임 진짜 잘 만들었네.”
아들이 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 보여 잠깐만 플레이 하려고 했던 랜디는 MYOM이 주는 ‘마법사가 되는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이제는 쉬는 시간마다 게임을 하지 않으면 컴퓨터로 관련 정보를 뒤지는 게 일과가 될 정도로.
그리고 랜디는, PTW에서 제공하는 게임 유저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상아탑’에서, 전국의 수많은 아빠들이 자신처럼 MYOM에 중독되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홈페이지의 영상에서 언급된 그 많은 개발자가 오로지 플레이어를 즐겁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만든 게임이 재미없을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랜디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직장인’들과는 마인드부터가 다른 느낌이었다.
“젠장, 내 고물차를 만드는 자식들도 타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애정으로 차를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요즘 그가 접속하는 상아탑 커뮤니티에서 가장 핫한 이슈가 바로 그것이었다.
‘PTW는, MYOM을 기점으로 이제부터 게임계의 GOAT(The Greatest Of All Time)라고 부르는 것이 맞지 않냐 는 것.’
농구에서의 마이클 조던처럼, 이미 게임 업계에서 그런 경지에 올라와 있는 회사가 PTW가 아니냐토론 주제는 거의 매일 올라와 게시판의 핫 이슈를 점령하고 있었다.
[PTW가 눈보라사보다 위대한 10가지 이유.]
[PTW가 게임계의 GOAT라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
물론 MYOM을 갓겜으로 생각하고 게임을 붙잡지 않을 때도 상아탑 사이트에서 마법 이론에 대해 토론하는 ‘찐’들이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과장된 애정이 섞여있긴 했다.
그러나 그것을 그들만의 이야기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팬들이 사이트 안에서 PTW를 칭찬하는 것과는 반대로, 다른 게임 팬 사이트에서는 점점 불평 글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과금 유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면 여지없이 등장하는 마법의 문장.
‘너희는 PTW를 좀 본 받는 게 어떨까?’
물론 그것은 자신이 하는 게임이 망가지지 않기를 원하는 애정 어린 충고라고 할 수 있었지만, 정작 그것을 보는 타사의 개발자들에게는 그런 반응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잘하는 사람하고 비교되는 것만큼, 사람을 열 받게 하는 건 없으니까.
물론 개발자도 인간이기에 실수도 하고, 돈도 벌어야한다.
그들이 만들어지는 매출이 그들의 연봉을 결정하고, 회사의 덩치를 키운다.
그 과정에서 내린 결정은 때론 유저에게 과도한 과금을 요구하기도 하고, 게임 경제를 망가트리거나 한 직업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기도 한다.
이전엔 그게 당연한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행동이었다.
개발자도 엄연히 오해와 실수를 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유저들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수정을 기다리거나, 게임을 위해 돈을 쓰며 다음 업데이트를 기다렸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개발자들은 매번 업데이트 노트를 올릴 때마다 ‘개발자의 마음가짐’을 논하는 유저들의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돈에만 미친 개발자는 보시오]
[PTW의 반의 반의 반만 닮아라.]
빠가 까를 만든다는 말처럼, 그것은 타사의 개발자들이 PTW의 행보를 보며 가지고 있었던 동경을, 천천히 분노와 질투, 증오로 바꾸어가고 있었다.
앞으로 벌어질, PTW의 행보에 맞서는 거대 개발사들 간의 ‘게임 대전’을 예고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전쟁의 시작은, 한국의 3대 개발사, ‘웹마블’에 다니는 한 개발자의 지인이 올린 인터넷 기사로 시작되었다.
[다른 게임사를 말려 죽이는 고고한 살인마. PTW의 철학은 과연 진리인가 위선인가?]
최근에 PTW를 극찬하는 기사만 보았던 상혁은 도저히 클릭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기사의 제목에 감탄을 날리며 기사를 클릭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사의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본격적으로 게임이 아니라 ‘도박판’으로 변질되기 시작한 한국 게임 업계가, 자신과 PTW의 행보에 어떤 비난을 퍼붓고 있는지 궁금해서.
“오! 이 기자 글 잘 쓰네!”
그 기사의 내용은, 회귀 이후에 상혁이 맞은 공격 중에 가장 상혁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비난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상혁에겐 개미가 문 것만큼의 데미지도 주지 못하는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그것은 충분히 상혁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이었다.
오랜만에 상혁의 안에서, 잠자고 있던 전투의지를 불러일으킬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