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 쇼 곱하기 쇼는 쇼
하나의 게임이 런칭되고, 그 게임이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 자연스레 이곳저곳의 주목을 받는 법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좀 더’를 원하는 법이니까.
마음에 쏙 드는 영화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배우 인터뷰를 보고 메이킹 필름을 보고 비하인드 스토리가 적혀있는 잡지는 구매하는 것처럼.
그리고, 이제 영화에 비해 그다지 밀리지 않는 메이저 산업이 되어가고 있는 게임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조성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첫 스타트를, GOS로 전 세계에 존재감을 알렸던 PTW가 끊었고.
야심한 밤. PTW직원들은 회사에 앉아 영화관 팝콘을 먹으며 자신들의 대표가 나오는 TV쇼가 방영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대표가, 단순한 게임 개발자에서 벗어나 ‘스타개발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자신의 눈으로 보기 위해서.
그것은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러운 일이었다.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 중 어느 한 사람도, 게임의 발매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기에.
하지만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 모든 제작진이 스튜디오에 동시에 나갈 수는 없었으니까.
적어도 프로젝트 리더인 지수가 쇼에 나가있으니, 지수를 통해서 대리만족이라도 느끼는 수밖에.
그렇게 뿌듯함과 질투어린 시선을 동시에 받으며, 지구 반대편에서 진행되는 TV쇼의 오프닝이 시작되었다.
“지금 전국은 ‘마법의 겨울’에 빠져있다고 할 수 있겠죠.
비유가 아니라, 진짜 마법이요!
지난 달 PTW에서 발매한 게임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판매 기록을 갱신하면서, X-BOX 360은 7세대 콘솔 전쟁을 완전히 제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저희 쇼의 시청률이 걱정될 정도로, 수많은 가정에서 PTW의 신작인 MYOM을 하고 계시죠.
저도 하고 있습니다만 정말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아니, 마법이라고 하는 게 옳은 표현이겠네요.
하지만 오늘은, 잠시 즐거운 마법 수련에서 눈을 떼고 저희 쇼를 봐달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여러분이 고민하고 있는 서클 성장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는 밤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무슨 소리냐고요?
오늘 밤 게스트를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큰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Make your own magic의 개발자! CCO 이상혁과 서지수! 그리고 CEO 김현주 씨를!”
전국 방송의 유명 TV쇼의 진행자인 코넌 오브라딘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자, 스튜디오안의 게스트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상혁을 필두로 눈을 반짝이는 지수와 부끄러움에 한쪽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현주가 걸어 나왔다.
사실 그들에게 있어서 방송출연이란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메이킹 필름 제작 당시에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었고, 뉴스에도 몇 번 나오곤 했으니까.
그러나 이런 식으로 TV쇼의 게스트가 되어 방송을 탈 줄은 몰랐던 현주는 무대에 나오면서 잔뜩 붉어진 얼굴로 상혁의 뒤에 몸을 숨겼다.
“오, CEO분이 부끄러움이 많으시네요. 미인이라 카메라발도 잘 받으실 것 같은데, 좀 더 가운데로 나오시죠?”
그러자 상혁이 코넌의 말을 받아 현주를 변호했다.
현주가 긴장을 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긴장해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많은 관객 앞에 선 적이 없어서.”
“반면에 상혁 씨는 굉장히 여유로운 모습인데요?”
“선생님이 CEO를 맡기 전까지, 대외 발표를 제가 했었으니까요. 무대엔 어느 정도 익숙한 편입니다.”
“좋습니다. 그래도 업계에서 드문 여성 CEO분의 목소리를 쇼가 끝나기 전에 듣고 싶네요.”
그렇게 말한 호스트는 일행을 쇼파 쪽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일행이 자리를 잡자, 가장 먼저 상혁에게 물었다.
“그런데 선생님이라니, CEO를 부르는 호칭 치고는 특이한데요?”
“아, 그건···.”
상혁이 자신이 고등학생 시절에 현주를 만났던 이야기와, 현주가 제자들을 위해 600만원이 넘는 돈을 고민 없이 투자했던 이야기, 그리고 회사 내부에서 최종적으로 CEO를 맡게 된 경위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쇼 호스트를 맡고 있는 코넌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미국 시청자들이 전형적으로 좋아하는, 언더독(Underdog)의 성공 스토리 같은 드라마틱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대단한 이야기네요. 어린 시절에 그런 대단한 게임을 만든 것도 모자라서, 제자들을 믿고 적금을 깬 선생님이 결국 제자들의 부탁을 받아 CEO가 된 이야기라니! 소설이라고 해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뭐, 저희가 좀 드라마틱하게 삽니다.”
“그럼 다음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10서클 마스터, 서지수양에게 질문하고 싶은데요. 지수 양. 괜찮겠습니까?”
상혁의 제안으로 지수는 컨벤션 때 입었던 무대 의상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이 방송은 어린이들도 보고 있다.
상혁은 그것을 감안하여 지수에게 PTW직원으로서 지수가 아닌 MYOM의 마법을 총괄하는 10서클 마스터로서의 대답을 요구했고, 지수는 그에 충실히 응하고 있었다.
“위대한 마나의 이름으로, 당신의 질문을 허락합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지금 엄청나게 많은 유저들이 MYOM을 즐기고 있는데, 다들 홈페이지 영상에서 나온 지수 씨가 썼던 주문을 쓰고 싶어 합니다.
근데 엄청나게 복잡하고 외울 것도 많은 게임이라 다들 3~4서클에서 멈춰있죠.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서클을 올릴 수 있는 요령이 있으면 알려주시겠습니까?”
호스트의 요청에 지수는 각 계열별로 4서클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요령을 설명해주었다.
수속성 마나의 통제력을 놉일 수 있는 전용 아이템의 레시피라던가, 화속성을 다룰 때 자주 발생하는 에너지 역류를 막는 요령 같은 것들을.
물론 워낙 복잡한 게임 시스템 덕에 그것을 안다고 바로 4서클의 벽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모든 마법 계열을 파악하고 있는 지수의 조언은 충분히 도움이 되는 조언이라 할 수 있었다.
마치 판타지 소설에서 귀여운 마녀가 마법을 소개하는 것 같은 장면이 끝나자, 코넌은 박수를 치며 지수를 칭찬했다.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다들 기뻐하시겠네요. 하지만 지금 당장 지수씨의 조언대로 하기 위해 게임기를 키지는 말아주십쇼! 오늘 저희 쇼는, 정말로 여러분을 기쁘게 할 볼거리로 가득 차 있을 테니까!”
능숙한 코넌의 진행아래, PTW최초의 TV쇼 출연은 막힘없이 진행되었다.
코넌은 사전에 상혁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여러 질문을 던지며 드라마로 가득 차있는 PTW의 역사에 대해 묻기도 하고,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PTW의 업무 환경에 대해서도 물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상혁은, 능숙하게 이제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 현주에게 질문을 돌리거나 지수에게 대답을 시키며 MYOM의 드라마틱한 개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닌, 지수와 현주의 입을 빌려서.
그리고 그 촬영을 상황실에서 지켜보고 있던 PD는, 실시간으로 미친 듯이 올라가는 시청률을 보면서 자신이 게스트 섭외를 얼마나 잘 한 것인지에 대한 자뻑에 빠져 있었다.
‘대박이다.’
거의 연예인 수준으로 말을 능숙하게 해내는 상혁과, 그와 대조적으로 조용하고 청순한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현주, 그리고 복장과 언사로 시청자의 마음에 임펙트를 새겨주는 지수.
그들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는 지금 그들이 초대한 게스트가 과연 게임 개발자인지, 아니면 영화배우들인지를 잊게 만들 정도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었다.
“이건 최근에 새로 개발한 주문입니다.”
거기에 스튜디오에 준비해둔 코넥트와 대형 스크린으로 지수가 ‘미공개 주문’까지 공개하면서, 쇼의 시청률은 쇼가 생겨난 이래 최대 시청률을 돌파하고 말았다.
마치 지금 전국에서 불고 있는 MYOM의 광풍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게임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조차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쇼를 시청하고 게임을 구한 사람들은 게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으로 쇼를 보았다.
그리고 자신 역시 MYOM의 팬으로서 기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코넌은, 지금이 준비한 마지막 질문을 던질 적절한 시기라는 PD의 사인을 받고는 지수의 마법 시연이 끝나기를 기다려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10서클 마도사라는 이명이 전혀 아깝지 않은 시연이었습니다! 여러분! 지수 양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를 들은 지수가 얼굴을 붉히며 상혁의 뒤로 쪼르르 달려가 숨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아빠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던 호스트는 재빨리 정신을 수습하고 지수에게 질문했다.
“아, 그런데 지수 양. 한 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예···.”
“아까 ‘새로 개발한 주문’이라고 하셨는데, 그것은 게임에 새로 업데이트 된 주문이라는 말인가요?”
“아, 그건···.”
지수가 ‘마나 엔진’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자, 호스트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럼 그 주문들이 개발사에서 만들어서 넣은 게 아니라, 존재하는 이론에 기반 해서 플레이어가 개발한 주문이라는 겁니까?”
“아 물론 생성되는 오브젝트의 모델링이나 주문의 이펙트 같은 건 개발사에서 어느 정도 지정해서 넣어주는 주문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각 속성 마나가 가진 고유의 성질을 조합해서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스템의 기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유저도 연구를 통해 새로운 주문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군요?”
“예.”
“그럼, 정말로 마법 같은 게임이 맞는 거네요!”
그렇게 말하며, 호스트는 코넥트가 놓여있는 자리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게임을 할 때마다, 마법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진짜로 마법을 만들었으니 그렇게 느껴지는 거였구나.’
그런 그는 상혁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이번엔 상혁 씨에게 묻고 싶습니다. PTW의 CCO로서, 이번 게임을 굳이 그런 식으로 개발한 이유가 뭔지 물어도 될까요?”
“그건 ‘마나 엔진’의 개발 팀장인 지수양이 대답해드릴 겁니다.”
상혁은 이번에도 지수에게 바톤을 넘겼다.
그리고 그것은, 쇼 호스트의 재능이 넘치는 코넌에게 매우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장면이었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코넌은 쇼에 게스트를 초대할 때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완벽하게 파악하려 노력하는 타입이었다.
그렇기에 코넌은 이번 쇼에 앞서서 상혁이 나온 모든 언론 자료를 PD에게 부탁해서 넘겨받고, 상혁이란 인물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렇게 그가 파악한 상혁은, 매우 쇼맨십이 강한 인물이었다.
‘굳이 말하면 스티븐 잽스같은 스타일의 경영인인가.’
그런 사람들은 대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을 좋아하며,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이번 쇼 내내, 상혁은 대부분의 답변을 현주와 지수에게 돌리며 자신은 중재역할만 하고 있었다.
마치 의도적으로 자신을 숨기려는 것처럼.
그래서 코넌은 지수에게 바톤을 넘기려는 상혁을 보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어찌됐건 사람들이 생각하는 PTW의 얼굴은 상혁이었고, 상혁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시청자도 많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오, 물론 지수 양의 의견도 듣고 싶지만, 저는 상혁 씨의 의견을 묻고 싶었습니다. CEO자리까지 미련 없이 자신의 고등학교 선생님에게 넘겨주시고, CCO로서 PTW의 모든 개발방향을 총괄하는 분이시지 않습니까?
물론 예전부터 PTW의 팬이었던 분들은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번에 MYOM을 통해서 입문한 사람들은 궁금해 할 거란 말이죠.
대체 저 회사는 왜 이 정도까지 게임의 완성도에 힘을 쓰는 걸까? 하고요.”
방금 코넌이 상혁에게 던진 ‘그 질문’은, 아마 자신을 포함해 PTW컨벤션에 참가했던 6만 명의 플레이어들.
아니, 지금 미친 듯이 팔려나가는 MYOM의 유저들 대부분이 게임을 하면서 궁금해 하는 그 질문이라 할 수 있었다.
‘왜 거기까지 해?’
세상에 게임 회사는 많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외치는 회사들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PTW가 보여주는 행보는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윤 따위는 개나 주라고 외치는 것처럼, 오로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유저에게 제공하는 것을 회사의 목적으로 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유저들은 PTW의 게임을 할 때마다 항상 같은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설마 이것까지 구현했다니!’라고, 플레이하는 사람을 감탄하게 만드는 디테일들.
물론 럭스타 게임즈의 PTA시리즈처럼, 디테일로 유명한 게임사도 많았지만, 그들의 디테일과 PTW의 디테일은 그 방향이 달랐다.
전자가 ‘우리는 이렇게까지 구현했다’라는 느낌이라면, PTW는 ‘너희가 원하는 디테일이 이거 맞지?’라고 묻는 듯한 느낌이었으니까.
필요한 곳에, 있으면 하는 것을 적절하게 찔러 넣어주는 게임을 하는 것은 게이머로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상혁이 호스트의 질문에 뭐라 대답할지 궁금해 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자신들이 저 자리에서 질문을 한다면, ‘굳이 그렇게 까지 한 이유가 뭔지 물어도 될까요?’라는 질문 대신 ‘왜 우리한테 이 정도까지 해주시나요?’라고 물었을 테니까.
그러나 상혁은, 코넌의 재 질문에도 뒤로 물러서며 지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다시 지수에게 바톤을 넘겼다.
“역시 그것은, 마나 엔진의 메인 개발자인 우리 지수 씨가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자신이 원래 대전게임으로 출시하려고 했던 그 게임을 완전히 동작하는 마법시뮬레이터로 만든 장본인이 지수였기 때문에.
그리고 지수는, 방금 전 신규 주문의 시연으로 인해 달아오른 뺨을 빨갛게 물들이며, 놀란 눈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상혁이 의도적으로, 이번 쇼에서 자신을 띄우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자신이 만든 매니악 함의 정점인 게임에 라이트 함을 넣어 모두가 즐거워할 수 있는 게임으로 뜯어 고치게 도와준 사람이 상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회사에서 개발하는 게임의 모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CCO이면서.
그 CCO가 지금, 모든 공을 자신에게 돌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의 핵심 매력을 완성한 것이 지수라고 생각하는 상혁은 지수의 눈을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너희의 작품이야.’
그것은 언제나 가장 앞에서 PTW의 얼굴마담으로 활약하던 상혁이, 이번엔 지수라는 개발자를 세상에 보여주려 하는 순간이었다.
상혁이 TV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바로 거기 있었다.
게임의 홍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유저들에게 자신들을 기쁘게 한 개발자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마음으로 게임을 만들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모두가 고등학교에서 오붓하게 게임을 만들던 시절.
막무가내로 부실에 찾아와 팀에 넣어달라고 생떼를 부리던 중2병 소녀가, 이제는 완전히 능력 있는 개발자가 되었다고.
그리고 그 소녀가 GOS를 능가하는, 팬들을 미치게 만드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그리고 이 작은 소녀가, 앞으로도 PTW의 일원으로서 팬들을 미치게 만들 만한 게임을 만들 사람이라고.
지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상혁의 눈은 지수를 향한 한없는 자부심이 가득 차 있었다.
“저는···.”
상혁의 마음을 깨달은 지수는 깊게 심호흡했다.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상혁은 ‘마법 같은’게임을 만들어달라고 했고 자신은 그렇게 했다.
그리고 지금은, 상혁이 자신에게 ‘대답하라’라고 했으니 자신은 ‘대답해야’했다.
각오를 다진 지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과거에 자신이 어째서 물리학과 교수실에 찾아갔었는지, 개발과정에서 있었던 수많은 고난을 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진짜 엄청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든 게임이구나.’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시청자들의 뇌에 각인시킨 지수는, 마지막으로 코넌이 한 질문에 대한 답을 던졌다.
어째서 자신들이 그렇게까지 한 것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반문이 나올 정도로 짧고 단순한 이유였다.
“알아줬으면 했습니다.”
“누가요?”
“게임을 하는 유저 분들이요.”
“무엇을?”
“저희가 게임을 만드는 이유를.”
지수가 설명을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개발팀은 ‘나만의 주문을 만들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주고 싶어 했습니다.
설사 유저의 99%가 새 주문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1%는 이 게임에 숨겨진 한계를 돌파하면서 기쁨을 느낄 수 있겠죠.
‘내가 마법을 만들었어!’라고 하는 기쁨을.
그 가능성이, 그 작은 가능성이 이 게임을 게임이 아니라 진짜 마법처럼 느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이 게임의 최선이니까요.”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주고 싶었다?”
“예. 개발자로서 게임을 하는 유저들에게, 저희가 줄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세상엔 당신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들이 있다.
그것을 게임을 하면서 느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게임을 만들자.
단지 그것뿐입니다.”
“오직 이 게임만을 위해서 주변기기를 통째로 개발하고,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볼륨의 게임을 개발한 이유가, 단지 ‘최선을 보여주고 싶어서’라는 말씀이신가요?”
“그거 말고 뭐가 더 필요하죠?”
“돈이라던가, 명예라던가, 뭐 대부분의 제작사는 그런 게 목적이지 않을까요?”
“저흰 아닙니다. 상혁 오빠, 그러니까 저희 CCO가 자주 하는 말이 있죠.
100만 명이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 게임보다, 100명이 하더라도 인생게임이 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자고요.
131명의 MYOM프로젝트 개발팀은, 어느 한명 빠짐없이 그런 인생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지수의 눈은, 한 점의 티 없이 맑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지수는, 그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기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기초를 다져주신 천하대 물리학과 클라우드 바커 교수님과 이론 물리학 교수 에릭 풀먼 교수님. 자탑주 박봉춘 씨와 백탑주 서남길 씨, 청탑주 마크 윌버그 씨, 적탑주 나나미 루카 양, 풍탑주 에르노 크리사 씨, 녹탑주 마리 샤를로트 양, 철탑주 시 메이좐양, 황탑주 카멜레 피셔 양···.”
마치 스텝롤을 읽듯이, 지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한명 한명의 이름을 호명할 때마다, 한국에서 쇼를 지켜보고 있던 직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지수와 함께 고생한 팀원들의 이름을 들려주는 메시지이면서, 동시에 저 멀리 한국에서 쇼를 보고 있을 팀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Yeeeeeeeeah!!!”
“멀린 씨 수고하셨어요!!”
“마리 양 최고오오!!”
“교수님 감사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최고였어요!!”
전 세계가 지켜보는 쇼에서, 프로젝트 팀장이 감사의 의미를 담아 한명 한명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
그것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인원들의 고생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듯한 시원함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지수는, 마지막 131명 째 직원의 이름을 호명한 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감정에 벅찬 목소리로 말했다.
“131명의, 저희 프로젝트의 소중한 개발자들. 유저 여러분께 마법사가 되는 기분을 느끼게 하기 위해 밤낮으로 최선을 다한 우리 식구들.
MYOM의 완성에는 그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죠.
우리가 선을 넘어서라도 게임을 끝내주게 만들려고 하는 이유요?
저희는 게이머들이 저희 게임을 하면서 그것을 피부로 체감해주길 바랬을 뿐입니다.
이런 멋진 게임의 뒤에, 여러분께 진정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죽어라 노력한 ‘우리들이 있었다.’라는 사실을요.”
“Fu○k the yeeeeeeah!!!!”
“맞아아아아!!!”
“팀장님 최고오오오오!!!”
“우주 최고로 귀여워!!!!!!”
“우리가 끝내주게 만들었다고!!!”
비록 지수가 자신들의 환호를 듣지는 못하겠지만, 지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프로젝트 팀원들은 지구 반대편에 닿을 기세로 열렬히 환호를 질렀다.
그리고는 샴페인을 터트리며 게임의 성공을 자축했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모습은, 아직 발매되지 않은 두 개의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다른 팀원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자신들도 저들처럼, 지금 저들이 느끼고 있는 기쁨을 같이 느끼고 싶었으니까.
“팀장님? 어제 제출했던 모델링, 처음부터 다시 작업할게요.”
“어? 괜찮은 결과물인데 왜?”
“괜찮기는 하지만, 최선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말한 모델러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저희도 저쪽에지지 않을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결과로 보여주겠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비록 컨벤션은 끝났지만, PTW의 신작 퍼레이드는 이제 겨우 시작됐을 뿐이었다.
앞으로 두 개의 게임이, 유저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