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시대의 중심
“어휴, 더럽게 무겁네.”
온몸을 땀범벅으로 만들어버린 PTW의 첫 번째 컨벤션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온 리차드는 짐이 가득 든 캔버스 백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안에는 물론, 행사의 피날레에서, MS대표 ‘빌 게이트’가 할인가에 팔겠다고 약속한 ‘코넥트 패키지’가 들어있었다.
그 외에도 행사장 곳곳에서 팔고 있던 다양한 간식이나 굿즈들도 있었고.
그러나 무엇보다 가방의 무게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무거운 물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번 행사의 두 번째 꽃이라 할 수 있는 사은품.
‘그리모어’였다.
“MYOM의 마법 이론에 대한 내용이 메인이고, 나머지 게임에 대한 소개가 서브인 것 같네.”
책값 자체도 가격이 꽤 나갈 것 같은 두툼한 양장본은 ‘나이츠 어셈블’의 공개 행사 때 배포했던 D&D룰 북을 닮아 있었다.
단지 그때와 다른 점은, 두터운 표지에 특별한 기믹이 있다는 점 뿐.
표지를 넘기자마자 바닥으로 떨어지는 설명 카드를 집어든 리차드는 안의 내용을 읽어 나갔다.
거기엔 이 책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숨겨진 기믹을 동작시키는 법이 쓰여 있었다.
“이렇게 하면 되나?”
개봉 전, 기사에 올릴 패키지 사진을 찍은 리차드는 먼저 ‘핸드 트래커’라고 불리는 장비의 포장을 뜯고, 안에 있는 장갑을 꺼내 손에 끼웠다.
그 장갑은 자신이 행사장 3번 구역에서 내내 끼고 있었던 바로 그 ‘마나 조작기’였다.
“마나 조작기의 전원을 킨 상태로, 왼쪽 상단의 금속 장식을 검지로 두 번.”
먼저 손가락으로 장갑의 손목 부분을 두 번 두드린 리차드는 장갑에 새겨진 마법진에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반대쪽 장갑도 동작시켰다.
그리고는 설명 카드에 적힌대로 들고 있는 그리모어의 왼쪽 상단에 있는 금속 장식을 검지로 두 번 두드렸다.
“오오오오오!!!!!”
그와 동시에, 표지에 음각으로 새겨진 마법진에서 신비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본 리차드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면 장난감 스러운 기믹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뽕 차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리차드는 PTW의 그런 면이 좋았다.
해당 장르를 사랑하는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을 정확하게 저격해서 찔러오는 듯한 배려가.
리차드는 그리모어의 전원을 끄지 않고 빛나고 있는 상태 그대로 책을 펼쳐 안의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거기엔 기본적으로 ‘MYOM’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마나’에 대한 설명과, 각 탑주들이 완성한 서클의 지도, 그리고 그 지도에 그려진 각 도형이 탑주들의 주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 엄청난 물건이네 이거.”
페이지를 넘길수록 리차드를 감탄시키는 것은, 진짜 마법서처럼 보이는 책의 내용보다, 그 내용을 실제로 동작하게 만든 PTW의 편집증 수준의 집념이었다.
그것은 마치 ‘진짜 마법’을 만들려고 한 결과물을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책 페이지마다 그려진 수많은 마법 이론들을 읽는 것만으로 사람의 흥미를 끌도록 구성하고 있었다.
“내용의 90%는 거의 마법서 같은 내용이네. 지금 봐도 이해하긴 어렵겠고.”
몇 가지 기사에 도움이 될 내용이 있긴 했지만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기에, 리차드는 빠르게 페이지를 넘겨 뒤쪽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찾고 있던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 있네.’
거기엔 이번 컨벤션의 메인이라 부를 수 있는 ‘MYOM’외에, 함께 공개된 다른 두 타이틀에 대한 내용이, 2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자신이 행사장에서 급조한 파티로 행사장 곳곳을 들쑤시며 확인한 정보와, 얼추 비슷한 내용이었다.
“좋아, 이 정도면 기사 쓰기엔 충분하겠어.”
자리에서 일어난 리차드는 디지털 카메라를 노트북에 연결시켜 안에 있는 사진을 옮겼다.
그리고는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면서, 행사장에서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 상기하기 시작했다.
그때의 감정에 벅찬 상태로 기사를 쓰는 것이, 그나마 자신의 부족한 표현력으로도 독자들에게 NE컨벤션이 주었던 감동을 조금이라도 더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게임 공개 이벤트?
게임 기자인 자신은 그런 행사는 정말 수도 없이 다니곤 했었다.
세계 3대 게임쇼라 불리는 일본의 TGS, 미국의 E3, 독일의 게임스컴까지, 행사란 행사는 다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신작 정보를 기사로 만드는 것이 자신의 직업이었으니까.
단순한 이벤트 행사도 정말 많이 갔었다.
코믹콘도 매년 참가해서 기사를 쓰고 있었고 일본 코믹마켓도 몇 번 참가 했었으니.
그리고 눈보라컨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참여한 PTW의 컨벤션은, 자신들의 게임을 세상에 공개하기 위한 그런 행사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와서 신나게 놀고 가라.’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이었지.”
정말로 게임의 홍보가 목적이었다면 굳이 스텝들에게 게임 정보를 나눠서 제공한다던가, 이렇게 행사가 끝나고 나갈 때 제공한 책에 자세한 게임 소개를 실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엄청난 걸 준비했다.’ 같은 요란한 쇼 케이스나 장황한 설명도 없었다.
단지 자신들이 만든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하게 해 보고, 그 게임을 할 때 유저로써 어떤 느낌을 느끼게 될지 ‘몸으로’ 체감 시켜준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 경험은 오히려 강하게 뇌리에 박히고 있었다.
기사를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지금도, 마음 같아서는 호텔 TV에 코넥트를 연결하고 ‘MYOM’을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으니까.
“그럼, 어떻게 기사를 쓴다···.”
리차드가 소속된 회사에서는 그에게 두 개의 기사를 부탁했다.
월마다 정기적으로 출간 중인 게임 잡지에 실릴 장편의 특집 기사.
그리고 같은 언론사에서 매일 나오고 있는 조간신문에 실릴 단편 기사.
우선 오늘 밤을 새서라도 지금 당장 써야하는 기사는 후자였다.
그리고 그 기사는, 게이머를 대상으로 한 기사가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기사여야 했고.
그래서 리차드는, 미친 듯이 게임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자신의 첫 번째 기사를 작성했다.
본인도 모르고 있었지만, 기사가 송고되자마자 편집장의 손에 의해 1면 기사로 확정되어, 다음날 ‘빌 게이트’의 손에 들려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 그 기사를.
***
3개의 게임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중 단 1개의 게임만이 발매 되었다.
그러나 그 1개의 게임이 가져온 영향력은, 말 그대로 게임판을 ‘뒤집어 놓고’있었다.
사방의 게임 숍에서 무려 발매 된지 4년이 지난 X-BOX 360의 재고가 일제히 동나고, 그보다 압도적인 속도로, ‘코넥트’가 팔려나가고 있었다.
그것도 회귀 전 발매시기 보다 1년이나 빠른 시기에, 회귀 전보다 빠른 속도로.
그것은 상혁이 의도한 압도적인 바이럴 마케팅의 탓이기도 했다.
인간이 상상하던 ‘마법’을 완벽히 구현한 최초의 게임.
TV광고는 따로 하지 않았다.
게임 잡지에도, 기자가 쓴 리뷰 외에는 어떠한 광고도 없었다.
단지 ‘입소문’이 무섭게 퍼져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콘벤션 첫날, 행사장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을 그대로 촬영한 영상이 PTW홈페이지에 개제되었고, 슈퍼볼 광고 이후로 미친 듯이 PTW의 신작 정보를 갈구 하던 사람들은 공개 시간에 맞춰 일제히 홈페이지에 들이닥쳤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사는 곳과 너무 멀리 있거나, 미칠 듯한 경쟁에서 밀려 표를 구매하지 못해 컨벤션에 참가하지 못한 팬들은, 보는 것만으로 정신이 나갈 것 같은 홈페이지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PTW홈페이지에 공개된 고화질 영상 속에, 자신들이 가지 못한 행사에 참가하여 미칠 듯이 행복해하며 컨벤션을 즐기는 다른 유저들의 모습이 실려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유저들이 플레이하던, ‘정신 나갈 정도로 하고 싶어지는’게임의 모습도.
‘지금 못 구하면 당분간 절대 못 구할 것 같다.’
영상 마지막에 나온, ‘Now Playable’이란 글자를 보자마자, 게이머들은 일제히 근처의 게임샵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이미 가장 앞에 진열되어있는, 반짝이는 모습으로 자신들을 유혹하는 ‘All in one package’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달려갔다.
비록 모두가 영상을 본 타이밍이 달라 발매 전부터 줄을 서서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산더미 같이 쌓아놓은 재고를 순식간에 털어버리며, PTW의 신작은 그렇게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리고 MS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모션인식 주변 장치 코넥트도, 공개된 첫날 판매량은 매우 적었지만 다음날부터 판매량이 미칠 듯이 치솟아 오르는 기괴한 판매 그래프를 그리며 전 세계 동시 출시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도 미친 듯이 퍼지고 있는, ‘X발 이 게임 진짜 미쳤어’라는 플레이어들의 바이럴과 함께.
[PTW. ‘진짜’마법을 구현한 미친 개발자들.]
[산업계에서도 주목. MS의 모션 인식장치 ‘코넥트’의 괴물 같은 성능]
[미친 듯한 판매고와 동시에 쌓이는 미친 듯한 손해. MS가 그리는 큰 그림은?]
['GOS'의 선점으로 앞서나가던 PS3진영. ‘MYOM’의 반격으로 한 번에 점유율 추락.]
[7차 콘솔 대전의 승자가 누구인지 쐐기를 박는 마무리 일격.]
언론의 포커스는 대부분 발매된 신작에 맞춰져 있었지만, 게이머들은 공개만 되고 발매는 되지 않은 나머지 두 작품에도 높은 기대를 보였다.
두 게임 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체험을 시켜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믿음은, 리차드가 영혼을 갈아 넣어 적은 ‘콘테스트 리뷰’가 공개되면서, 완전히 절정을 맞이했다.
[게임사가 유저에게 선물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하게 아름다운 추억.]
극찬을 넘어 경외에 가까운 제목으로 시작한 리차드의 기사는, 게임 잡지 기자로 20년을 넘게 살아온 그가 PTW컨벤션에 참여하며 얼마나 깊은 인상을 느꼈는지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었다.
부분 부분 공개되는 영상이 아니라, 실제로 행사장을 걸어 다니며 온몸으로 ‘PTW’를 체험한 관람객의 시선에서.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참가자들을, 기사를 보면서 피눈물을 흘리고 싶게 만드는 그런 내용이었다.
운좋게 표를 구한 6만명의 럭키 가이들은?
그들도 리차드의 기사를 보면서 똑같이 눈물을 흘렸다.
참가하지 못한 안타까움에서 나오는 질투의 눈물이 아니라, 리차드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이벤트를 보았던 사람으로서 느끼는 감동의 눈물을.
그리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게임 커뮤니티는 격렬한 논쟁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항상 누군가 떡밥을 던질 때마다 불타올랐으면서도, 매번 결론을 내지 못하게 만드는 ‘그 주제’를 가지고.
[세계 최고의 게임회사가 어디인가.]
↳ 아 또 이 떡밥이냐. 식상하다. 너 PTW팬이지? 왜 눈보라사 팬사이트에서 분탕질인데?
↳ 닥쳐라 우매한 것들아. 너희는 아직 성령의 축복을 받지 못한 것들이니, 단 한번이라도 PTW의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들을 찬양하지 않고 못 배길 것이다.
↳ 난 눈보라사 팬이지만 이번엔 인정한다. 이번 콘벤션은 정말 멋졌어.
↳ 젠장. 올해는 우리도 대단했다고! 월드 오브 전쟁 크래프트의 새 확장팩 ‘대변혁’ 공개 영상 보면 몰라? 고통! 고뇌! 지금도 여전히 ‘WOW’가 세계 최고의 MMORPG다!
↳ 어리석은 녀석. WOW가 아직 세계 최고의 MMORPG인 이유는, PTW가 MMORPG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눈보라사 따위는 발라버릴 회사라고.
↳ 돈도 눈보라사보다 못벌면서!
↳ 버는데 유저한테 다 써서 순이익이 적은 거다! 이번에 ‘MYOM’이 월정액이었으면 WOW는 2위로 밀려 났을걸?
그렇게 말한 유저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MYOM의 발매 이후 신규 확장팩 발표로 상승하고 있던 WOW의 월정액 유저수가, 조금이긴 하지만 하향 곡선을 찍고 있었기 때문에.
장르가 다르긴 했지만 어차피 모든 유저의 시간은 24시간으로 동등하다.
마나를 직접 조작하고, 자신의 서클을 올리며 수많은 약물과 아이템을 조합하는 MYOM의 플레이는, 그것만으로 압도적인 시간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게이머들이 다른 게임을 할 시간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유행의 흐름.
그것은 해당 장르에 관심이 없는 유저도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MYOM은 완전히 그 유행의 흐름을 타고 있었고.
생각해보자.
주변에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죄다 한 가지 게임만 하고 있으며, 죄다 그 게임을 칭찬하는 상황을.
학교에 가서도 특정 계열의 서클 운용이라던가 마법 악세서리의 조합법을 이야기하고, 직장에서도 서클을 빨리 올리는 법이라던가 특정 속성의 마나를 제어하는 요령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 혼자 다른 게임을 즐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법이다.
결국 ‘그렇게 사람들이 열광하니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이 생기고, 게임을 구매해서 해본 뒤, 똑같이 게임을 전파하고 다니는 좀비가 된다.
그것은 이 게임의 제작을 총괄했던 상혁으로써도 예상하지 못한 흐름이었다.
“이정도면 무섭네.”
판매 현황을 보고 받은 현주가 말하자, 상혁이 웃으며 현주에게 답했다.
“많이 팔리면 좋은 거죠. 다들 좋아해준다는 말이잖아요?”
“단일 품목으로서는 그렇지만, 문제는 아직 미발매된 게임이 두 개나 있잖아.”
나머지 두 게임이 발매될 때도 여전히 유저들이 MYOM만 붙잡고 있으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현주가 그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상혁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7~8서클쯤 가면 죄다 떨어져 나갈 거예요. 거기서부터는 ‘찐’만 입장 가능한 영역이니까.”
경험이 많은 상혁은 이 흐름도 일시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마치 대전 액션게임의 황금기를 열었던, ‘길거리 싸움2’처럼.
당시에도 문방구와 슈퍼마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미친 듯이 용돈을 쏟아 부었지만, 결국은 대전 장르 특성상 고인물 게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육성 요소를 추가하고 파밍이나 아이템 조합 등의 시스템이 추가되었어도, MYOM의 본질은 ‘마법 대전’이었기 때문에, 상혁은 MYOM도 길거리 싸움 2와 비슷한 흐름을 탈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 퍼지는 속도가 그때의 길거리 싸움2는 상대도 안 될 정도로 무섭게 유행을 타고 있긴 했지만.
“다음 작품 발매될 때쯤엔 정리되겠죠. 그리고 이번 작품의 진정한 의미는 다른데 있기도 하고요.”
“진정한 의미?”
“유저 저변의 확대요.”
PTW가 추구하는 게임은, 기본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게임이다.
기존에 있던 게임의 완성형보다는, 게임을 하면서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을 체감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반복되면 굉장히 강렬한 이미지를 유저들의 뇌리에 새기게 된다.
‘GOS는 재미있어’ , ‘MYOM은 재미있어’ 보다, ‘PTW게임은 재미있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것.
상혁이 바라는 PTW에 대한 이미지는, 바로 그런 이미지였다.
“아마 상혁이 네 생각대로 될 거야.”
현주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PTW의 게임 팬으로써, 지금까지 한 번도 우리 회사 게임이 재미없다고 생각한 적이 없으니까.”
“유저들도 그럴까요?”
“그렇겠지.”
그렇게 말하며, 현주가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엔 이전에 PTW가 발매했던 게임들의 판매데이터가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전작들도 지금 미친 듯이 팔리고 있잖아?”
현주의 말대로, 이미 발매한지 10년이 넘은 ‘마리의 눈물’까지 판매고가 덩달아 오르고 있었다.
아직 한참 서비스 중인 ‘배틀로얄’의 동접자도 함께 오르고 있었고.
그것은 상혁이 원하는 대로 유저들이 PTW라는 회사 자체의 게임을 좋아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좋네. 이제 다음 작품 개발에만 신경쓸 수 있겠어.”
현주가 기쁜 표정으로 말하자 상혁이 현주를 바라보았다.
“예?”
“어? 이제 발매 했으니 다음 발매 준비만 하면 되는 거 아냐?”
“이런, 아니죠. 그렇게 굴러가기엔 저희는 이제 너무 커버렸어요. 지수와 선생님은, 당분간 저와 죽어라 장거리 여행을 다녀야 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상혁이 한 장의 종이를 건네주었다.
거기엔 MYOM이 발매된 17개국의 방송국에서 일제히 발송된, PTW 개발진에 대한 출연 요청이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