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마법 습득
“Wow!이건 마치 해리버터 영화같은 느낌이네요.”
3번 세트장에 들어오자마자 일행이 모두 감탄사를 터트렸다.
상혁이 만든 3번째 공간은 고전 인테리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완벽하게 구현한 상아탑의 내부를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대전 게임에서 육성요소가 들어간 RPG로 장르가 변경 되면서, ‘마법사 대전’에는 유저가 활동하고 거래하며, 미션을 받고 시험을 보는 별도의 장소가 필요하게 되었다.
상혁은 개발자들이 만든 협력사이트 이름인 상아탑(ivory tower)의 이름을 따서 3D 공간을 구축했고, 그렇게 구축된 상아탑은 가상의 구조물이라는 특성을 살려 기존 건축물이 가지기 어려운 마법적인 특성을 가득 갖춘 공간이 되어 있었다.
들어가는 순간, 이곳이 마법으로 구성된 공간임을 가장 쉽게 알려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절대로 현실에서 구현이 불가능 한 것.
그러면서도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형태로.
입구로 들어간 관객들을 맞이한 것은, 엄청나게 높은 천장에 보이는 끝없이 이어진 ‘뒤집어진’ 내부 공간이었다.
‘거울인가? 아닌 것 같은데?’
단순하게 천장에 거울을 설치한 것이라면, 보는 순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아래 돌아다니는 관객들의 모습이 바로 보였을 테니까.
그러나 천장에 보이는 풍경엔 아래서 돌아다니는 수많은 관객들의 모습이 비치지 않고 있었다.
대신 기묘한 색의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거꾸로 돌아다니고 있었을 뿐.
그러나 단순하게 프로젝터로 비춘 영상이라고 생각하기엔 입체감이 너무 뛰어났다.
마치 진짜로 뒤집어진 구조물의 내부를 보는 느낌이었기에.
그리고 그것은 상혁이 의도한 일종의 착시현상이었다.
천장에 설치된 구조물은 일부는 프로젝터 영상이 비추는 스크린 역할을, 일부는 진짜 구조물 같은 볼륨감을, 일부는 실제로 영상을 틀어주는 모니터 파트와 수많은 LED 조명으로 이루어져있었다.
그렇기에 프로젝터 영상에서는 불가능한 스스로 빛을 내는 파트가 존재하고, 입체감을 주는 파트가 존재하며,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주는 파트가 존재했다.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부분과, 입체감이 필요한 부분, 빛을 내야하는 부분이 모두 완벽하게 맞아 떨어져야 완성되는 천장 비주얼은 이 공간에 들어온 이로 하여금 특정한 하나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건축되었다.
경외감.
중세 순례자들이 거대한 성당의 홀 가운데서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여 뚫고 오는 빛을 보며 경외감을 느꼈던 것처럼, 상혁이 만든 이 공간도 인간이 만들 수 없는 환상적인 구조물이 비추어내는 분위기 속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모든 기믹과 공간 인테리어가,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를 말 한마디 전하지 않고 피부로 느끼게 만든다.
마치 마법처럼.
고대부터 이야기로, 전승으로, 신화로, 설화로, 소설과 만화와 영화와 게임으로.
한 번도 존재한 적 없으나 끊임없이 상상력을 자극하던 가상의 ‘그것’을, 상혁은 공간 디자인의 힘을 빌려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체험 이벤트를 고객들이 즐기는 시간 동안, 잠시나마 진짜로 ‘마법사’가 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어서.
“새 지원자분들이시군요! 상아탑엔 처음이신가요?”
조금 사이즈가 큰 마녀 모자를 쓰고 있어 앞이 보이기는 할까 걱정되는 모습의 여성 스텝이 허먼 일행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리차드가, 이제 이 분위기에 완전히 익숙해진듯한 표정으로 스텝의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예. 처음입니다. 여긴 어떤 곳이죠?”
“대륙에서 이름 높은 마법사의 요람, 상아탑에 대해 들으신 적이 없다니 매우 충격이군요! 이곳은 수많은 마법사들이 자신의 마법을 갈고 닦는 수련의 공간입니다! 또한 깨달음의 공간이기도 하고, 배움의 공간이기도 하죠!”
“여기서는 마법을 배우면 되는 건가요?”
“저희 상아탑은 상아탑의 경이를 두 눈으로 보고 싶어 찾아오는 관람객에게도 열린 공간입니다! 저쪽 방향으로 가시면 휴식을 취하며 가벼운 식사나 음료를 드실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쉬고 싶으신 분들은 그리로 이동해 주세요!”
그러자 허먼이 앞으로 나서서 질문을 던졌다.
“마법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오! 도전자시군요! 마법의 경이에 도전하실 분들은 저쪽의 접수대에서 상아탑 마법사 등록 과정을 마치고 안내에 따라 이동하시면 됩니다!”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일행은 스텝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정보수집이고 뭐고, 대놓고 마법이 테마라고 밝히고 있어서 더 조사할 만한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생각은 잠시 후 접수대에 도착한 뒤 확신으로 바뀌었다.
“오, 단체 등록자신가보네요? 상아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 이름은 수습 마법사 위즈벨이라고 합니다! 위즈라고 불러주세요!”
붙임성 좋아 보이는 환한 미소로 일행을 맞이하던 가이드는 뒤쪽에 있는 목제 진열대에서 10개의 장갑을 꺼냈다.
그리고는 자신 앞에 있는 테이블 앞에 늘어놓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마나 조작기(Mana manipulator)라고 불리는 장비입니다. 장갑처럼 손에 끼시면 마나의 흐름에 간섭할 수 있게 되죠.”
장갑은 복잡한 문양과 조금 두꺼운 모양의 팔찌가 일체형으로 이루어진 모습이었다.
허먼은 장갑을 건네받아 자신의 손에 착용하며 앞에 서 있는 위즈에게 물었다.
“마나를 조작한다는 게 어떤 의미죠?”
그녀가 미소 지으며 자신의 오른 손목에 있는 팔찌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
그러자 장갑에 있는 문양이 화려한 빛을 내기 시작했고, 그녀는 손가락으로 기묘한 형태를 그리더니 옆에 있는 램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렇게 마법사 같은 동작으로 램프에 불을 붙이고, 위즈가 웃으며 일행에게 말했다.
“뭐, 이런 거죠. 구체적인 사용방법은 마탑에 들어가시면 알게 될 겁니다. 물론 그 전에, 어느 탑에 들어 가실지를 정해야하겠지만.”
***
마법의 계열에 따라 존재한다는 8개의 탑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일행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위해 10명이 분산되어 체험을 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다 비슷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정보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딸과 아내가 청탑 섹션에 가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허먼이 자연스럽게 청탑으로 가게 되었고, 리차드는 뇌전을 다룬다는 백탑으로 가게 되었다.
1번 구역의 시연 공간이 트리 형태로 긴 복도에 작은 갈림길이 여럿 존재하는 형태였다면, 2번 구역의 공간은 넓은 중앙 상황판을 수많은 드랍포드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였다.
그리고 지금 허먼이 걷고 있는 3번 구역은, 다시 1번 구역을 떠올리게 하는 트리 구조였다.
단지 1번 구역의 복도가 수 백개의 자잘한 방이 달린 포도송이 같은 구조였다면, 3번 구역의 복도는 ‘탑’이라 불리는 공간으로 향하는 8개의 큰 갈림길이 있는 구조였을 뿐.
그리고 각 탑으로 향하는 갈림길은, 목표 지점에 가까울수록 해당 탑의 테마에 맞는 인테리어로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또각 또각-
복도를 울리는 자신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허먼은 공기가 점점 습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끊임없이 물이 흐르는 돌 벽.
그 사이사이로 박혀있는 커다랗고 투명한 크리스탈.
‘물’을 다루는 곳이라는 위즈의 설명대로, 청탑에 가까워질수록 모든 디자인 테마가 물을 상징하는 느낌으로 허먼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빨리 보고 싶다.’
빨라지는 자신의 발걸음을 느끼며, 허먼은 열심히 앞으로 향했다.
그러나 잠시 후, 허먼은 이제 반쯤 달리기가 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입구가 있어야할 자리에, 대놓고 ‘들어가는 순간 홀딱 젖을 것이다’라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 엄청난 물벼락이, 마치 벽처럼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이게 위즈씨가 말한 그 ‘첫번째 시험’인가.”
허먼은 위즈가 아까 했던 것처럼 마나 조작기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
그러자 허먼이 가진 장갑에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이렇게···. 이렇게···.’
제대로 사인을 취하면, 장갑에서 나오는 빛이 변할것이라는 위즈의 말대로, 허먼의 손에서 하얗게 빛나던 장갑이 신비한 하늘색 빛으로 물들어가자 허면은 두 손을 합친 상태로 눈앞에 있는 물의 벽을 향해 팔을 뻗었다.
그리고는 손을 좌우로 펼치며 외쳤다.
“갈라져-라!”
순간 수직으로 미친 듯이 바닥을 향해 내리 꽂히던 물줄기가 허먼이 벌리는 손동작을 따라 반으로 갈라졌다.
마치 홍해를 갈랐다는 모세의 기적처럼.
“오오오오오!!! 된다!!”
딱히 시동어가 필요한 동작은 아니었지만, 공간의 분위기가 왠지 허먼을 외치게 만들었고, 허먼은 이 간단한 동작으로 마치 자신이 손으로 물줄기를 조작한 것 같은 기분에 빠졌다.
“아마 적탑은 불을, 백탑은 번개를 가르게 되어있겠지. 연출 좋네.”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가던 허먼은 자신을 따라 함께 온 일행이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을 보았다.
“키튼 씨, 안 오세요?”
“아, 먼저 가시죠.”
허먼의 물음에 키튼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저도 허먼 씨가 했던 거, 해보고 가려고요.”
허먼은 키튼의 심정을 100%이해할 수 있었다.
적어도 게이머의 피가 흐르는 자라면, 자기 손으로 폭포를 가를 수 있는 기회를 외면하지 않을 테니까.
***
“제압이 느려요. 뇌전이 뻗어 나올 기미가 보이면 바로 통제해야합니다.”
“젠장! 그 얘기만 지금 5번째요!
나도 안다고!”
“백탑의 사인은 신속이 생명입니다. 손가락으로 수인을 맺는 속도를 조금만 더 올리세요.”
차분한 목소리로 리차드에게 설명하는 스텝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로, 리차드는 정신없이 화면 안에 보이는 뇌전의 구슬을 통제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리차드의 옆에는 나란히 놓여있는 대형 TV를 앞에 두고, 빛나는 장갑을 낀 수많은 유저들이 눈앞의 번개를 통제하기 위해 똑같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방에서 뇌전의 구슬을 통제하지 못해서 ‘파밧’소리를 내며 구슬이 터져나가고 있었고, 결국 리차드도 집중을 유지하지 못해 구슬을 터트리고 말았다.
“젠장, 기초 마법을 배우는 ‘자격’을 익히는데 이렇게 어려우면 본게임은 어떻다는 거야?”
“지금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건 수습생님의 서클에 뇌전을 다루는 회로가 구축되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리차드에게 고개를 숙여 양해를 받은 스탭이 화면 앞에 섰다.
그리고는 간단한 손동작을 취하자, 그 즉시 화면에 밝은 백색으로 빛나는 번개의 구슬이 생성되었다.
“서클을 만드시는데 성공하면 뇌전의 구슬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으니 계속 도전해보시죠.”
“젠장,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할 거라고! 비켜요! 지금 바로 성공할 테니까!”
그리고 그 시각, 마찬가지로 허먼 역시 물의 구슬을 다루는데 매우 애를 먹고 있었다.
리차드가 다루던 뇌전의 구슬이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가 ‘방전’때문이었다면, 허먼이 다루고 있는 물의 구슬은 ‘고정’이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흐흐흑···. 이거 양이 점점 줄어드는데?”
“수구의 크기가 일정 이하면 다시 하셔야합니다. 최대한 물을 떨어트리지 않고 공중에 붙잡아 두는 게 요령입니다.”
‘젠장, 안다고. 아는데 어려우니까 문제지.’
물론 재미가 없었으면 당장 때려치웠을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지금 하고 있는 이 ‘물 구슬 다루기’가 미칠 듯한 재미를 주고 있었기에, 허먼은 이 도전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옆에서 로브를 입고 돌아다니며 유저들을 지도하고 있는 스탭들.
이제 눈에 보이는 장식들이 진짜인지 영상인지 구분하기를 포기한 허먼의 머리 위에서 넘실거리는 거대한 물 구슬.
워터파크를 연상하게 하는 사방에 있는 물기둥과 폭포를 제외하더라도, 단지 대형 화면 안에 있는 물 구슬이 자신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인다는 간단한 로직 자체가 플레이하는 유저로 하여금 진짜 마법사가 되었다는 기분을 100%느끼게 하는 게임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실패할 때마다 번번이 찾아와서 간단한 손동작으로 ‘아니, 왜 이걸 못해요?’라는 표정으로 약 올리는 스텝들의 존재도 허먼을 매우 화나게 하고 있었고.
그러나 무엇보다 허먼을 화나게 만드는 것은, 자신과 함께 왔으면서 훨씬 전에 물 구슬 통제를 성공시킨 뒤 2층으로 올라가버린 키튼의 존재였다.
“이거, 한번만 성공하면 그 다음부터는 간단한 동작으로도 통제 가능하네요.”
자기가 필사적으로 보듬어야 겨우 유지되는 물구슬을 너무나 쉽게 만들어내는 키튼을 보면서, 허먼은 깊은 빡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참는다.
이 간단한(?)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마법을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리고 허먼은 어찌됐건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인원들 중에 자신이 가장 많은 것을 알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됐, 됐다!!!!”
마침내 공중에서 넘실거리는 물 구슬을 보며, 허먼이 만세를 부르자 스텝이 다가와 구슬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허먼을 보며 이야기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수류를 다루는 청탑의 일원으로써 첫 발을 내딛으셨군요!”
“이제 뭘 하면 되죠?”
“일단 변화를 확인해야죠. 물 구슬을 만들어보시겠어요?”
허먼이 손가락으로 사인을 맺은 후 허리춤에 가져다 대자, 화면속의 손이 물병을 잡았다.
그러자 허먼은 공중에 그것을 뿌리고는 다른 손으로 다시 수인을 맺어 공중에 물줄기를 고정시켰다.
“어? 이제 통제 안 해도 되네?”
원래는 그 제스쳐를 하는 동시에 병을 집어던지고 다른 손으로 물이 쏟아지지 않게 컨트롤해야 했지만, 이제는 그 과정이 생략된 채로 물 구슬이 안정적으로 공중에 떠 있게 되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스텝이 웃으며 허먼에게 원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제 허먼 씨의 서클이 허먼 씨가 하려는 동작이 뭘 하려는 건지 ‘이해’한 겁니다. 그로 인해 몸 안에 수구를 통제하는 마법 회로가 구축된 거죠. 이제부터는 간단한 동작으로도 서클 안에 새겨진 마법 회로가 자동으로 주문의 술식을 유지시킬 겁니다. 우리 마법사들은 이것을 ‘습득’이라고 부르죠. 지금 하신 과정이, 바로 수탑의 마법사가 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단계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스텝이 손가락을 퉁기자, 모니터 속에 파란색으로 신비하게 빛나는 보석이 떠올랐다.
“오른손을 뻗어 보석을 잡으세요.”
손을 뻗어 보석을 잡자, 보석이 눈부신 빛을 내며 사라지고, 대신 허먼의 팔에 끼고 있는 마나 조작기의 팔찌 부분에 같은 색의 빛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화면속의 보석이 허먼의 손목으로 옮겨간 것 같은 느낌으로.
“지금 마력 조작기에 장착한 보석은 메모리 쥬얼이라고 합니다. 사람마다 마나를 통제하는 동작이 조금씩 다른데, 허먼 씨의 동작을 마력 조작기가 기억하게 하는 역할을 하죠. 이제 표준 동작에서 조금 벗어난 사인을 취하셔도 마력 조작기가 알아서 허먼 씨의 동작을 보정하게 될 겁니다.”
스텝의 말을 들은 허먼이 감탄했다. 모션 인식은 사람의 신장이나 유연함에 따른 개인차가 강하니까.
자신이 기초를 익히는 동안 그 동작을 바탕으로 개인 옵션을 설정했다는 말을 멋지게 마법적으로 풀어서 설명하는 스텝의 말은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허먼에게 감탄을 일으킨 그 스탭은, 계단이 있는 방향을 향해 살짝 몸을 틀며 이별을 고했다.
“이제 위층에 가시면 생성한 물 구슬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주문을 배우실 수 있을 겁니다. 저쪽의 계단으로 이동해주세요. 오랜 고생 끝에 성공하신 마법사님께, 이후의 행보에 수신의 가호가 깃들기를 빌겠습니다.”
마치 무술을 가르치는 무인 같은 태도.
한쪽 손바닥을 펴 주먹을 맞대는 포권(包拳)의 자세를 취하며 인사하는 스텝에게, 허먼은 자신도 모르게 같은 자세를 취하며 인사했다.
그리고 마치 진짜로 마법사가 된 기분을 만끽하며, 스텝이 안내한 계단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2층에서 대체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미칠 듯 부푸는 가슴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한 층에서 마법을 습득하는 시간을 고려할 때, 이 이벤트 존의 최종 에리어는 바로 3층이다.’
행사장 곳곳에 숨겨둔 신작에 대한 정보를 찾는 과정도, 남자를 흥분하게 만드는 SF전장을 구현한 2스테이지의 경험도, 보는 것만으로 사람에게 경외감을 일으키는 3스테이지의 체험도 지금까지 충분히 즐거웠지만, 허먼은 PTW의 오리지널 이벤트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마도, PTW가 숨겨놓은 마지막 피날레는, 자신이 지금 향하고 있는 3층에 있을 것이다.
보는 이의 마음에 미칠 듯한 감정을 일으키는, 바로 ‘그 피날레’가.
‘도착했다!’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계단을 마침내 다 오른 허먼은 드디어 3층의 전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3층의 모습을 본 허먼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어? 이거 뭔데?”
허먼이 PTW의 ‘피날레’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던 3번 구역의 3층.
그곳에 있는 것은, 허먼이 자신도 모르게 그 한마디를 내뱉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