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56화 (157/485)

156. 미스테리 쇼

“좋아요. 다들 모아온 정보를 종합해봅시다.”

리차드를 중심으로 10명의 무리가 나무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모였다.

그리고는 각자가 여기 저기 퍼져 있는 스텝들에게 얻은 정보를 내놓기 시작했다.

“시연 때 보여줬던 게임처럼 장르는 의사 시뮬레이터가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가 알고 있는 의사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리듬게임 형태로 분위기만 살리는 그런 형태의 게임이요.”

“저는 의외로 설정이 깊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어느 스텝에게 물어봐도 축제의 유래라던가, 각 지방의 명산물이라던가, 물어보지도 않은 동식물이나 음식에 대해서 설명하더라고요.”

“그럼 그 말은 단순 시뮬레이터 장르가 아니라, 필드를 돌아다니는 파트가 있다는 이야기겠네요.”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죠. 의학이라면 수술도 있지만 처방도 있지 않습니까? 아마 오픈 필드에서 약초를 모은다던가 하는 전개도 나올 듯합니다.”

“세계관은 확실히 마리의 눈물과 연동된 게 맞습니다. 콜로세움에서 플로라가 등장한 것도 그렇고, 주민들도 여왕인 ‘마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어요. 아마도 마리의 눈물의 엔딩 이후의 세계를 다루는 시대 배경인 듯합니다.”

마치 탐정놀이를 하듯, 주민들에게 이런 저런 키워드를 던져가며 정보를 수집한 관객들의 얼굴은, 잔뜩 흥분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예상이 맞아 떨어진데 대한 흥분.

처음 리차드와 허먼이 자신들에게 접근해 ‘이런 의도의 이벤트가 아닐까?’라고 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그 생각이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행사장 전체가, 신작 게임에 대한 거대한 힌트를 안고 있는 일종의 ‘소개 매뉴얼’이란 확신이.

“아, 그리고 재미있는 게, 첫 번째 섹션에서 클리어 보상으로 받은 메달을 달고 가면 주민들이 플로라를 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과자나 기념품을 잔뜩 주더군요. 기분이 엄청 좋았습니다.”

“어 저도요. 진짜로 사람을 구한 것 같은 반응으로 ‘우리의 검희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하며 공짜 음료라던가 손수건 같은걸 마구 건네주는데, 뭔가 뿌듯한 기분이라 엄청 좋았던 것 같아요.”

일행 중 두 사람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며, 리차드는 노트에 그에 대한 정보를 적었다.

[아마도 게임 진행에 따라 NPC의 반응이 크게 변하는 게임일 것.]

그러자 옆에 있던 젊은 남자가 이야기 했다.

“아, 저는 사실 직업이 의사라서 이야기하는 건데, 의외로 수술 때 나오는 노트 순서가 사실적이라서 놀랐습니다. 진짜로 수술 과정에서 필요한 도구 리스트를 노트로 만든 것 같더군요. 아마 개발팀에서 의사분의 자문을 받은 것 같습니다. 각 노트를 누르고 있어야하는 시간도, 얼추 실제 봉합시간이나 출혈량에 비례한 석션 시 걸리는 시간하고 비슷하고요.”

“오, 그건 좋은 정보네요?”

그렇게 모인 정보들을 취합하니, 꽤 그럴싸한 게임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서 그들이 파악한 PTW의 첫 번째 게임의 정체는 다음과 같았다.

▶ 주인공(플레이어)는 현실 지구에서 판타지 세계로 전이한 의사.

▶ 세계관내에 종족에 대한 차별 의식 존재.

▶ 의학은 고급 기술로 귀족들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특수 기술.

▶ 그 안에서 차별 없이 의술을 베푸는 플레이어의 평판을 올리는 게임.

▶ 거의 실존하는 세계 하나를 창조했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로 설정이 세세하게 잡혀 있음.

▶ 아마도 행사장 스텝이 연기하는 인물을 게임 상의 NPC로 만나게 될 것.

▶ 오픈월드에서 돌아다니며 약초를 모으고 연금술을 이용해 약을 만드는 것이 가능

▶ 아마도 게임 진행에 따라 NPC의 반응이 크게 변하는 게임일 것.

▶ 주인공은 큰 전염병의 전파를 막은 공로로 여왕을 만난 적이 있다.(그런 이벤트가 나올 것이다.)

▶ 세계관은 전작 ‘마리의 눈물’과 연동된 세계관. 거기에 압도적일 수준의 설정 볼륨을 추가해 놓았다.

▶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작물이나 동물의 변화, NPC의 생활 모습이나 계절 이벤트가 변함.

▶ 요리 관련 콘텐츠가 있을 것 같다. 음식 설정이 너무 상세함.

▶ 환자를 구하면 그에 따라 NPC의 반응이 크게 변화함. 실패했을 때의 페널티도 존재할 것 같다.

▶ 종합하자면, 진짜로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세계에 간 의사가 된 기분을 체감하게 하는 것이 PTW의 차기작 게임의 목적일 것.

“그런데 왜 의사 게임일까요?”

메모를 보던 한 남자가 묻자, 허먼이 왜 그런 질문을 하냐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아니, 그렇잖아요? 사실 PTW를 메이저 개발사로 끌어올린 건 렌더링 센터라는 압도적인 연산 시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GOS라는 게임이었잖습니까. 근데 이번 작품은 물론 시연에서 보았던 게임 화면은 좋은 그래픽이었지만 그 정도 그래픽은 아니었단 말이죠. 그럼 렌더링 센터를 어딘가 다른데 썼다는 건데, 어디에 썼냐 이거죠.

FPS프로젝트에 쓴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게 중요합니까?”

“중요하죠.”

남자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PTW가 2천억 가까이 들어간 시설을 놀려 둘만큼 바보 같은 회사는 아닐 테니까요.”

“그 말씀은···.”

“3번째 게임이 바로, PTW가 그 엄청난 연산능력을 이용해서 만든 진짜 차기작일거라는 말입니다. 혹시 모르죠. 그게 GOS2일지도.”

“흠···. 아무리 PTW라고 해도 그 정도 스케일 게임을 만들면서 지금 공개한 두 게임을 동시에 만들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의사 시뮬레이터’도 예상되는 스케일이 AA급 게임 이상이며, ‘워함마 FPS’는 이미 눈으로 확인한 것만 AAA급 타이틀이었다.

거기에 GOS급의 게임까지 동시에 개발한다는 것은 아무리 ‘포수회귀’와 ‘미드요정’ ‘GOS’로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는 PTW로서도 부담될 수밖에 없는 개발 규모라고 할 수 있었다.

“좋습니다. 결국 3번 섹션에 가면 알게 되겠죠. 우선 지금 확인할 건 1번 섹션에서 우리가 모은 정보가 전부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이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필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의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만약 저희가 파악한 정보가 사실이라면, 그 세계 자체가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볼거리와 놀 거리가 가득한 그런 또 하나의 세계가 될 테니까요.”

자신의 직업이 의사라고 밝힌 남자가 의견을 말하자 다른 관객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전 솔직히 GOS때 처음 PTW게임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거꾸로 가게 된 팬이지만, 첫 상업작이라는 ‘마리의 눈물’도 충분히 재미있었어요. 그전까지 그런 장르에 관심도 없었지만, 아예 처음 하는 유저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 PTW 게임의 특징이죠. 요즘 ORPG즐기는 유저의 태반이 ‘나이츠 어셈블’로 D&D를 처음 접한 유저들입니다. ‘포수 회귀’를 하면서 야구팬이 되었다는 사람도 꽤 있고요. 로봇 게임에 관심 없던 유저도 GOS는 즐겁게 플레이 하곤 합니다. 의사가 되는데 관심이 없어도 상관없죠. 어차피 하면서 푹 빠지게 될 테니까요.”

모인 사람들 모두 PTW게임의 팬이었기에, 남자의 말은 그들에게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일단 닥치고 해봐.’ 라는 단어가, 그들이 PTW의 게임을 타인에게 추천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에.

“좋습니다. 그럼 일단 지금 모아둔 정보를 가지고 제가 기사를 쓰죠. 다들 협조 감사합니다. 이제 워함마 섹션으로 이동해서 다시 정보를 모아봅시다!”

리차드가 의욕을 불어넣자 모두가 눈을 반짝였다.

지금까지 단 한 개의 게임의 정보를 취합하는 것도, 뭔가의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이라 굉장히 즐거웠기 때문이었다.

***

워함마IP의 FPS게임을 소개하는 2번 섹션의 정보를 모으는 것은, 1번 섹션에서 정보를 모으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원작의 IP가 가진 설정과, PTW게임이 가지는 고유 설정을 구분하기가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리차드는 1번 섹션에서 그랬던 것처럼 ‘모든 배치에 이유가 있을 것이다.’ 라는 관점을 가지고 행사장을 둘러보았고, 곧 2번 섹션에 설치된 장비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눈치 챌 수 있었다.

“좋아요. 이번에 제가 할 이야기는, 조금 황당할 수도 있는 이야기에요.”

다시 모인 자리에서, 형형색색의 빛나는 음료를 들고 모인 인원들은 사방에서 들리는 포성에 묻히지 않도록 조금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2 섹션의 핵심은, 아마도 저 중앙에 있는 거대한 모니터일겁니다.”

리차드의 이야기에 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중앙의 상황판을 바라보았다.

공중에 매달려 360도로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모니터가 붙어있는 구조물은, 현재 벌어지는 인 게임 전투를 비춰주고 있는 CCTV같은 느낌의 영상들과 전체 전장의 현황을 보여주는 거대한 행성 지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게 제가 아까 시연에 들어가기 전에 찍은 사진이고요.”

리차드가 카메라를 돌려 모두가 볼 수 있게 액정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전광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저게 지금 상황이죠.”

“초록색이 늘었네요?”

“그렇죠? 그러니까 저건 가상으로 구현된 거대한 전장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전투에 유저들을 적절히 분배해서 전쟁 그 자체를 구현하는 시스템일겁니다.”

“그게 통제가 가능해요?”

“가능하죠. 타워 역할을 하는 지휘관 NPC가 있었잖아요.”

“아···.”

얼빠진 표정을 짓는 일행들을 보며 미소 지은 리차드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선 지금까지 종합한 내용으로 볼 때, RPG파트가 있는 건 확실합니다. 그게 코옵이 되는 건지 아니면 싱글플레이 전용인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이번 시연에 참가한 관객들에게 물어보니 들어간 부스마다 기본 장비가 다 달랐어요. 같은 해머라도 능력치도 조금씩 다르고, 무기 종류나 역할도 조금씩 다 달랐죠. 아마도 ‘월드 오브 전쟁크래프트’의 영웅 던전처럼 5인 정도의 파티가 탱커/딜러/힐러의 역할로 구분되어 전장에 투입되는 형태일겁니다.”

“RPG파트가 있을 거란 추측은 저도 동의합니다. 장비에 대해 물어보니 파워아머를 입은 스텝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워 기어는 특수한 임무에서 얻거나 전장에서 이룬 업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신병이 뛰어난 업적을 이룰수록, 더욱 강하고 단단한 파워아머와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될 것이다.’ 라고요.”

허먼은 흥미롭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아마도 거기서 말한 ‘특수한 임무’가 RPG파트를 말하는 거겠죠. 리차드 씨 말대로 그게 멀티가 가능한 임무면 정말 재미있겠네요. FPS 장르에서 역할 구분된 파티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게 엄청 기대될 것 같습니다.”

“진영은 어때요? 우주 해병 외에 다른 진영으로도 플레이 가능할까요?”

“될 겁니다. 아까 한 스텝이 ‘신병 중에서도 정신 오염에 대한 저항이 낮은 신병들이 카오스에 물드는 일이 벌어지곤 하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해줬거든요.”

“그럼 챕터와 진영, 두 가지 선택이 다 자유라는 이야기군요. 저는 시연 때 죽음의 감시자들로 플레이 했었지만, 여기 허먼 씨는 회색 기사들 소속이었다고 했으니까요.”

“그 저작권에 깐깐한 GW에서 그 많은 챕터의 저작권을 통으로 쓰게 해줄 리가 없는데?”

“그건 아마 이 세계 자체가 ‘보이드’라는 별개의 세계관이라서 가능한 것이겠죠.”

“보이드?”

리차드의 질문에 아까 자신을 의사라고 말했던 남자가 말했다.

“대화 중에 자주 언급되기에 좀 파봤죠. 제가 파악할 수 있었던 정보는 이거였습니다. 이 거대한 전투가 벌어지는 우주 자체가 보이드라고 불리는 거대한 아공간에 있는 별개의 세계고, 원작의 세계에서 빨려 들어온 세력들이 나가는 길을 찾기 위해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거라고요.”

“아, 그런 설정이면 가능하겠네요. PTW가 머리를 잘 썼네. 그거라면 이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던, 원작 세계관에는 영향을 안 끼칠 테니까요.”

그렇게 말한 리차드가 이번엔 워함마 FPS게임에 대한 정보를 노트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 원작에서 분리된 별도의 세계에서 작은 복제 우주를 배경으로 싸우는 게임.

▶ 중앙 AI가 전장 상황에 따라 전장을 만들고 유저들을 적절히 투입함.

▶ 각 전장에서 타워이자 깃발 역할을 하는 지휘관 NPC가 유저들에게 미션을 만들며 유저 행동을 통제함.

▶ 각 미션의 결과가 실시간으로 전장 전체 상황에 반영.

▶ 아마도 적대 진영도 같은 AI를 가지고 AI체스를 하듯 전장을 통제할 것으로 추정.

▶ RPG요소가 있을 것. 형태는 미정. 역할에 따른 파티 협력 형태의 게임이었으면 매우 좋겠다.

▶ 시연에서는 완성된 캐릭터를 다뤘지만 본 게임이 출시되면 자신이 육성하고 파밍한 캐릭터를 가지고 MMO 형태의 전장에 참전하는 형태일 것.

▶ 열망자(Aspirant)-신참자(Neophyte)-스카웃(Scout)-데바스테이터(Devastator)등 일정 업적 달성시에 진급이 가능하며 장착 가능한 무기가 달라짐.

▶ 스킬트리 존재(어떤 내용인지는 알 수 없음)

▶ 들고 있는 무기(혹은 직업)에 따라 특수 기술이 존재.

▶ 무기에 따른 상성 있음.

“어디까지나 주워 모은 정보를 모아서 저희가 추정하는 게임이지만, 워함마 팬들에겐 꿈같은 이야기네요.”

허먼이 말하자 리차드가 물었다.

“워함마 팬이라고 하셨죠? 원작 팬으로 볼 때 어떤 느낌인가요?”

“보이드가 복제 세계이든 다른 차원의 이야기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우주해병의 일원, 혹은 좋아하는 진형의 일원이 돼서 제 싸움으로 세계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발상 자체가 좋아요. 미칠 듯이 좋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GW에서는 정기적으로 캠페인이란 대회를 열죠. 거기서 나온 유저들간의 경기 결과를 가지고 이후 스토리를 결정하고요. 이 게임이 저희 예측대로라면, 매일 매일이 그런 캠페인인 실시간 MMO나 다름없어요! 그것도 아까 본 그 그래픽으로! 엄청난 거죠! 만일 저 게임이 완성되어 있고, 제가 지금 당장 살수 있다면 가격이 얼마든 무조건 사서 집에 가져갔을 겁니다!”

허먼의 이야기를 들은 리차드는 노트에 [워함마40K의 팬이라면 반드시 구매해야할 게임]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속으로 자신도 워함마 팬은 아니지만 이 게임이 발매된다면 밤새 줄을 서서라도 반드시 첫날에 사가겠다는 생각을 다졌다.

아까 정리했던 ‘이세계 의사 시뮬레이터’와 마찬가지로.

어느 것 하나 팬들을 흥분시키지 않는 게임이 없었다.

각각의 게임이 완전히 새로운 경험과, 해당 장르에서 줄 수 있는 최고의 완성도로 예상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마치 ‘마리의 눈물’이 발매된 지 10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아직도 해당 장르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수없이 플레이하고 수없이 엔딩을 봤어도 서재 한구석에 놓아뒀다가 언젠가 한번쯤은 꺼내서 다시 추억에 잠기게 하는 게임.

팬들에게 PTW의 게임은 그런 존재였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에도 PTW는 자신들의 기존 작품, 아니, 기존에 발매된 작품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게임을 만들면서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바를 철저히 이루어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정이긴 했지만.

진실은 게임이 출시되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여기 모인 일행들은 누구 하나 자신들이 모은 정보가 틀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적어도 그것이 팬으로써 자신들이 신작에 ‘기대’하는 것이라면, PTW는 세계에서 그런 ‘기대’를 가장 완벽하게 만족시켜줄 수 있는 그런 회사였기 때문에.

“좋아요. 이거 기사가 나가면 난리가 나겠네요. 저는 빨리 3번 섹션을 살펴보고, 호텔에 가서 기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내일 방문할 팬들이 기사를 보고 저희가 오늘 느낀 재미를 똑같이 느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리차드의 벅찬 표정을 보며 허먼도 즐거운 기분으로 말했다.

“그럼 좋겠죠. 오늘 정말 즐거웠거든요. 부스마다 돌아다니며 스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개발 중인 게임의 정보를 모으게 하는 행사라니 전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게요. 전 GOS이후로 더 임펙트 있는 쇼케이스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PTW가 해냈네요. 아예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요. 3번째 게임도 엄청나게 기대됩니다. 대체 어떻게 우리를 놀라게 해줄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

그때, 한명이 손을 들어 리차드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단 말이죠.”

“뭐죠?”

“저희 말고도 사실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1번과 2번 섹션을 돌아다니는 팬들이 꽤 있었어요. 보셨죠?”

“아, 저도 봤죠.”

“그런데 묘하게 3번 섹션을 본 사람은 안 보이더군요.”

“엥? 그랬나?”

“저도 못 봤습니다.”

“저도요.”

“그러고 보니 저도 못 봤네요.”

“그럼 지금 그 말은···.”

말을 꺼낸 리차드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행사장에 들어온 2만명 가까운 팬들 중에서, 엄청난 수가 3번 섹션에 가서 아예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니까.

그리고 리차드의 그런 표정을 본 허먼도, 고개를 끄덕이며 리차드의 생각에 동의했다.

아마도 지금 두 사람의 생각이 같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에.

“아마 맞을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 돌아다니는 인원들은, 3번째 게임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란 말이죠.”

“제가 생각하는 이유가 맞을까요?”

“지금 생각하시는 게 ‘PTW의 3번째 게임이 뭔가 엄청난 게임이라 거기 들어간 인원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라는 생각이라면, 저도 동의합니다.

거기 뭔가 있을 거예요”

“아니···. 대체 뭐길래···.”

허먼이 2번 섹션에서 3번 섹션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1번 섹션의 판타지에서 2번 섹션의 SF로, 그리고 다시 다음 섹션이 판타지 분위기의 섹션임을 암시하는 목조 입구가 몽환적인 빛을 내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모르겠네요. 판타지인건 알겠지만, 굳이 이미 판타지 배경의 게임을 만들어놨는데, 같은 배경의 게임을 왜 하나 더 만들고 있는지. 가보면 알게 될 겁니다. 하지만 아까 의사양반이 물어본 질문에 대한 대답도 거기 있을 것 같군요.”

“렌더링 센터 이야기인가요?”

“예. 아마 PTW에서 무언가 엄청난 것을 준비했고, 그게 3번째 게임이라면 렌더링 센터의 연산 성능을 사용한 게임도 거기 있을 겁니다.”

“그게 대체 뭘까요? GOS2?”

“입구가 판타지 스타일이니 그건 아니겠죠. 지금 바로 가보시죠. 저희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어쩌면···.”

“어쩌면?”

허먼이 자신의 잔에 담긴 형광색으로 빛나는 음료를 한 번에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진지한 표정으로 일행들에게 말했다.

“어쩌면 지금까지 저희가 가장 괴물 같은 게임을 두고 주변만 살펴본 것일지도 모르죠.”

그렇게 말하는 허먼의 목소리는, 두 게임의 내용에 대해 논의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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