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51화 (152/485)

151. 100달러의 내기

인재 주워먹기.

그것을 위해, 상혁은 전 세계의 게임 개발자 커뮤니티에 소문을 흘렸다.

퇴사를 마음먹은 능력 있는 개발자에게 PTW를 추천하고, 추천 받은 개발자가 PTW에 취업하게 되면 추천인에게 1만 달러를 감사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을.

그것도 단지 어프렌티스 등급의, 말 그대로 인성과 열정만 보고 능력은 보지 않는 직원을 기준으로.

파다완급은 5만 달러, 마스터 급은 무려 10만 달러의 추천 감사금이 지급된다는 핫이슈를 상혁이 뿌리자, 개발자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거기에 더불어 홈페이지에도 PTW의 사원 복지 관련 내용이 5개국 언어로 공시되면서, 반응이 더 확산되기 시작했다.

마스터 등급으로 25년 근속시 은퇴나 이직 후에도 매월 400만원 지급. 이후 정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고려하여 금액 상향 예정.

거기에 퇴직금은 ‘별도’

어느 게임회사도, 아니 어느 대기업도 그런 조건을 거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어느 누구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편하게 개발에만 전념하고, 적당한 시기에 은퇴하여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싶지 않은 개발자는 없었을테니.

곧 기존 회사에 불만이 있는 능력 있는 개발자들은, 순식간에 ‘혹시 퇴사하려면 PTW에 가봐라’ 라는 연락을 무지막지하게 받게 되었다.

‘꼭 추천인은 내 이름을 써.’라는 부탁과 함께.

그리고 그런 루머는, 실제로 PTW에 마스터급 직원을 추천해 입사시키고 10만 달러를 받은 개발자가 직접 커뮤니티에 인증을 하면서 사실로 밝혀졌다.

‘PTW에서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업계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라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져나가면서, 게이머들의 기대감도 증폭되었다.

그 많은 비용을 감내하면서 모은 개발자들로, 대체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가에 대한 기대감.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지만 내부 정보 단속이 철저했기에 구체적인 내용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거기에 더불어, 상혁은 원래 방문객도 자유롭게 출입 가능하던 PTW본사 출입을 허가된 인원만 출입 가능한 구역과, 자유 방문이 가능한 구역으로 분리하였다.

더욱 프로젝트가 미궁에 빠지는 상황에서, 상혁과 친분이 있는 기자들은 어떻게든 정보를 잡아보려고 상혁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을 수 없었다.

상혁은 ‘재밌는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대답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르도, 스케일도, 플랫폼도.

모든 것이 감춰진 상황에서 유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막연한 예측뿐이었다.

“역시 GOS 2 겠죠.”

미국에서 전국 라디오 방송의 게스트로 참여한 게임 전문 리뷰어 아서 클라크가 MC의 질문에 답했다.

처음 GOS 관련 특별 코너를 진행한 이후로, 고정 게스트로 나와 게임 업계 이야기를 하는 코너를 할당 받은 아서는 게임의 내용만을 다루는 다른 리뷰어와 다르게 업계 전반적인 정보를 통해 신뢰도 높은 정보를 뽑아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사람을 보면 게임이 보인다.’라는 그의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그런 그가 GOS2를 언급하자 MC가 이유를 물었고 아서는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자신의 추측을 증명해 나갔다.

“얼마 전 코만도&컨쿼러의 핵심 프로듀서 중 한명이 PTW에 면접 후기를 올린 적이 있었죠. 자신이 생각하는 게임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했지만, 회사에서는 ‘개발자’가 아니라 ‘작업자’를 필요로 한다는 말을 했다고요. 실제로 지금 입사한 인원의 대부분이 개발팀인 PTW가 아니라, 작업팀인 ‘스케일 업’에 입사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PTW에서 신규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존 작품의 후속작을 만드는 거라고 봐야 하겠죠. 제가 항상 말하는 것처럼, 사람을 보면···.”

“게임이 보인다고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방금 PTW와 스케일 업에 대해서 언급하셨죠? 둘의 차이가 있나요?”

“그것에 대해 설명하려면 기본적인 AAA급 타이틀의 제작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해야하는데,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어차피 그런 전문적인 게임 지식을 말씀해달라고 아서씨를 부른거니까요.”

“그럼 설명해드리죠.”

AAA급 타이틀을 제작할 때, 기본적으로 개발팀에서는 다음의 과정을 거친다.

선행 기획 단계.

알파 제작 단계.

볼륨 확장 단계.

마감 단계.

기본이 수백억을 넘어가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젝트 이기에, 막연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개발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우선 소수의 멤버들이 모여 게임의 기본 시스템을 설계하고 컨셉 아트등을 작업하며 만들려는 게임의 그림을 그리는 단계.

그것이 선행 기획 단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선행 기획 단계가 마무리되면, 좀 더 인원을 늘려 알파 버전을 제작한다.

의도한 대로 재미가 나오는지, 선행 기획에서 빠트린 것은 없는지 등을 실제 플레이를 통해 테스트 할 수 있도록.

이 과정에서 그래픽의 퀄리티나 코드 보안등은 무시해도 좋다. 버그도 큰 문제는 아니다.

중요한건 ‘그려놓은 그림’이 제대로 재미를 줄 수 있느냐를 확인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것이 확인되면, 본격적으로 개발자를 늘려 게임의 볼륨을 키우는 과정에 들어간다.

이때 그래픽 작업자가 가장 많이 요구되므로 50명이 채 안되던 개발팀은 이 단계에서 순식간에 200명 이상으로 확 불어나게 된다.

고퀄리티의 텍스쳐와 모델링, 각종 애니메이션과 이펙트 작업이 들어가고, 많은 수의 레벨디자이너들이 게임 엔진을 붙잡고 맵을 찍어내며, 온갖 오브젝트와 상호작용을 구현하고 게임의 스케일을 키운다.

그리고 그 모든 작업이 끝나면, 마감 단계로 간다.

버그를 잡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으며, 미처 잡지 못한 디테일을 채워 넣는 단계.

그 모든 과정을 거쳐서 AAA타이틀이 탄생한다는 설명을, 아서는 듣는 이가 재미있게 들을 수 있도록 기존 게임의 예를 들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아서 씨가 주장하는 것은, PTW에서 지금 볼륨업의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에 ‘개발자’보다는 ‘작업자’에 가까운 인원을 모으는 것이라는 거군요? 근데 그거랑 그 게임이 GOS의 속편인 거랑은 무슨 연관이 있나요?”

“완전히 새로운 신작을 개발하는 것과, 기존작의 후속작을 개발하는 것은 개발 시간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이전에 ‘포수 회귀’가 나왔을 때보다, ‘미드 요정’의 개발기간이 훨씬 짧았던 것은, 두 게임이 같은 베이스 엔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순히 야구 룰을 축구 룰로 바꾸는 작업이었겠죠. 물론 원본인 야구 게임이 텍스트 게임답지 않은 엄청나게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적용한 게임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은 같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업은 반드시 시행착오를 필요로 합니다. 지금 PTW가 직원을 모으는 타이밍을 보면, 도저히 그 시행착오를 감당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좋습니다. 아서 씨는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케인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MC가 마이크를 돌리자, 마찬가지로 게임 리뷰어 인 허먼이 답했다.

허먼은 오늘 처음으로 초대된 게스트로, 원래는 PTW의 열혈 팬이었으나 2007년 코믹콘 때 PTW의 플레이 필름을 만든 이후로 리뷰어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허먼은, 아서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게임 회사라면 아서 씨의 말이 맞겠지만, PTW라면 좀 다르죠. 후속작이요? ‘숫자 2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회사’가 PTW의 별명인거 모르시나요?”

“그거야 인디나 소규모 회사 시절에나 가능한 이야기고, 큰 회사는 인건비도 유지비도 막대하게 들어갑니다. 그 큰 리스크를 감당할 정도로 PTW가 수익이 큰 회사도 아니고요. 물론 워크패스트에 들어있는 텍스트 게임이 북미와 유럽에서 높은 수익을 내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거의 2만자에 10센트밖에 받지 않고, 매일 2만자는 무료로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요즘 DLC팔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다른 회사처럼 유료 DLC를 파는 것도 아니니 지금처럼 사람을 마구 뽑아서 신작을 개발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리고 속편을 내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미드 요정’은 ‘포수 회귀’에 축구 스킨을 입힌 게임입니다. 그건 그냥 속편으로 봐도 되겠죠.”

“그건 유럽 시장에서 ‘포수 회귀’같은 축구 게임을 내달라는 요청이 어마어마하게 많았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팬 서비스죠. 제대로 된 신작이 아니고요. 적어도 PTW가 만드는 신작이라면, 무조건 유저가 생각도 못했지만 하는 순간 ‘아 이게 내가 원하던 바로 그거였어!’라고 느끼게 만들 만한 게임일게 분명합니다.”

“워우, 두 분 다 조금 진정하세요. 토론이 너무 격해지는 느낌이네요. 질문을 바꾸죠. 작년 말 GOS의 최다 GOTY 수상 이후로 별다른 신작 정보 발표 없이 침묵하고 있는 PTW의 신작에 대해, 두 분이 생각하는 예상을 말씀해주시죠.”

MC의 말에 아서가 먼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전 여전히 GOS 2가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물론 ‘그’ PTW니까, 속편이라도 보통 게임은 아니겠죠. 이미 GOS때 PS3가 낼 수 있는 성능 한계를 아득하게 오버한 퀄리티를 내 준 회사니까, 아마도 그래픽적 업그레이드는 없이 스토리적인 볼륨을 키워서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신규 시스템을 도입하겠죠. 저희의 상상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좋습니다. 허먼 씨는요?”

“전 완전한 신작을 준비 중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포수 회귀’와 ‘GOS’때처럼 한 번에 여러 개를 준비 중일 거라고요. 인력을 대량 충원하는 것도 그 때문이겠죠. 어떤 게임일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궁금하긴 하지만 알고 싶진 않아요. 매번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는 회사인 만큼, 이번에도 엄청난 충격을 줄 테니까요. 제게 PTW게임을 스포일러 당하는 것만큼 열 받는 일은 없습니다. 아마 PTW팬들이라면 다 그렇게 생각하겠죠."

허먼은 흥분되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더 기대됩니다. 이번엔 E3가 아닌, 자체 컨벤션에서 게임을 발표할거라고, 그리고 기자들이나 B2B관계자들이 아닌,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될 거라고 개발사에서 약속했으니까요. 저는 밤을 새서 줄을 서더라도, 아니면 암표를 사서라도 반드시 들어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끝내주는 발표현장을 보고 소리 지르겠죠. ‘젠장, PTW! 당신들은 정말 미쳤어!’ 라고요.”

“엄청난 팬심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두 분께서 말씀하신대로, 현재 게이머 모두가 PTW의 신작에 대해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개발자들을 모아서, 대체 뭘 만들고 있는지 미친 듣이 궁금해 하고 있죠. 저는 그것이 GOS2여도, 아니면 전혀 다른 신작이어도 기쁠 것 같습니다. 뭐, 졸작이 나올 거라고는 1%도 생각이 들지 않는 회사니까요. 뭘 만들던 최고겠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PTW에서 공식적으로 개발 중인 게임이 어떤 것인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뭘 기다려야하는지, 남은 기간 동안 즐겁게 상상할 수 있게 말이죠.”

***

-다 들으셨나요?-

라디오의 내용을 녹음해서 보내준 것은, 다름 아닌 MS의 담당자, 크리스였다.

상혁은 크리스가 보내준 파일을 듣고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좋네요. 기대감이란 건 클수록 좋죠.”

-만족 시켜줄 자신이 있을 때 좋은 게 아닐까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크리스 씨, 저희가 그 정도 기대도 만족시키지 못할 개발사로 보이시나요?”

-아뇨. 그건 아니죠. 그때 봤던 ‘마법사 대전’을 ‘갈아엎었다는’ 말만 듣지 않았어도, 저 역시 즐겁게 출시를 기다리고 있었을 테니까요.-

상혁은 지수가 대격변 수준으로 마법사 대전을 갈아엎었다는 사실만 크리스에게 알려주고,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크리스를 엄청나게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MS에서 엄청난 폭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코넥트의 소형화와 양산에 투자하고 있음에도, 가장 핵심인 런칭 타이틀의 개발 내용이 전달되고 있지 않았으니까.

몇 번이고 중간 정보 공유를 요청했지만 상혁은 ‘좀 더 기다려 달라’라는 이야기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무려 그러는 사이 해를 넘기고 1년이 넘어버렸고.

계속 상혁을 재촉하던 크리스는 이번엔 라디오 방송까지 녹음해서 보내주며 상혁을 압박했지만 상혁의 목소리는 여유가 넘칠 뿐이었다.

“허허. 크리스 씨. 재촉한다고 죽이 밥이 됩니까. 때 되면 다 나올 것을.”

-저희는 코넥트 발매 일정이란 마감이 정해져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오히려 이렇게 여유 부리는 상혁씨가 더 이해가 안갑니다.  안 그래도 멀쩡한 게임을 왜 갈아엎으면서 위험을 감수하시는 거죠?-

“그쪽이 더 재미있다고, 개발자들이 판단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그런 개발자들의 판단을 믿습니다.”

-그럼 저도 좀 같이 믿읍시다.-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참으세요. 지금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출시하고 싶어 하는 건, 저나 크리스 씨 보다도 게임을 만들고 있는 작업자들이니까요.”

상혁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마법사 대전’의 개발진은, 아예 업무 시간제한을 정해놓고 집에 강제로 보내야 할 만큼, 거의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하루 종일 작업을 하고 있었으니까.

다른 프로젝트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개발진이 전부 목숨 걸고 작업하고 있었고.

그러나 그런 상혁의 설명에도 크리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늘은 반드시 답변을 듣겠다는 의지가 철철 흘러넘치는 목소리로, 크리스는 다시 한 번 상혁에게 물었다.

-정말로 믿어도 됩니까? ‘마법사 대전’은 망하면 저희 MS에도 엄청난 타격이라고요? 물론 PTW도 타격을 입긴 하겠지만 저희는 거의 올인 수준으로 밀어붙이고 있단 말입니다.-

“그렇게 걱정되면 한국 한번 오세요. 개발 중인 버전을 플레이 할 수 있게 해 드릴 테니.”

크리스도 나름 곤란한 상황일게 뻔 했기에, 상혁은 한숨을 쉬고는 크리스를 한국으로 초대했다.

그러자 크리스가 수화기 너머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 정말입니까?! 무르기 없습니다? 언제 갈까요? 저 다음 비행기로 바로 출발할 수 있는데요?-

“편하실 대로 오세요. 대신 각오는 하셔야 할 겁니다.”

-각오요?  비밀 보장에 대한 문제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확신이 있으면 믿고 맡기라고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아뇨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럼 무슨 각오가 필요하다는 거죠?-

크리스의 질문에 상혁은 잠시 머뭇거렸다.

지금 하려는 대답이,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어처구니없는 답변 같아서.

그래도 따로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상혁은 어쩔 수 없이 크리스에게 자신이 걱정하는 바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제가 말한 각오란, 테스트 플레이 이후로 미친 듯이 다시 하고 싶어도 참을 수 있는, 그런 각오를 말한 겁니다.”

상혁의 대답에 크리스가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대체 어떤 게임이기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상혁 씨가 그 정도로 말하는 건 처음 보는데요, 대체 지금 어떤 상태기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글쎄요. 그건 와서 해보시면 알겠죠. 다만 미리 경고 드리는 건 저희는 정식 발매까지 이 게임의 테스트 빌드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겁니다.”

-걱정 마세요. 저는 게임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진행 상태를 확인하러 가는 거니까요.-

“글쎄요.”

-상혁 씨. 전 프로입니다. 단순히 게임이 좀 재미있다고 해서 상혁씨가 말하는 것처럼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아 하지 않아요. 제가 정보 공유를 요청한 건, 게임이 가진 시장성과 진입 장벽, 그리고 게임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니까요.-

“그럼 내기 하실래요? 전 크리스 씨가 게임 하고 나서 ‘절대로 혼자서만 할 테니 알파 빌드와 테스트 키트를 달라’고 하는데 걸겠습니다.”

-전 깔끔하게 정보만 확인하고 물러서는데 걸겠습니다. 절 너무 얕보시는군요.-

“그럼 100달러 걸고?”

-좋습니다! 100달러. 미리 준비해두세요. 그 돈은 제 것이니까. 실제로 제가 그런 마음이 들어도, 저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돈은 받아 갈 겁니다.-

크리스의 호언장담을 들으며, 상혁이 쓴 웃음을 지었다.

지금 해당 프로젝트의 개발자들이, 프로젝트 개발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건, 와서 해보시면 알 수 있겠죠.”

그렇게 답하는 상혁의 목소리는, 속에서 우러나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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