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44화 (145/485)

144. 내부의 협력자

상혁이 광신도처럼 흥분하고 있는 탑주들에게서 저작권을 삥뜯고 있는 사이, 민준은 크리스와 함께 빈 회의실로 함께 이동했다.

거기엔 거의 에프킬라 캔 수준의 크기로 줄어들어 있는 ‘코넥트’의 시제품과, 팔목에 차 손가락의 움직임을 인식시키는 ‘브레이슬릿’의 시제품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는, 자신이 보지 못한 사이에 거의 오락실 댄스 머신 수준의 크기에서 에프킬라 캔 수준의 크기로 줄어든 코넥트의 시제품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제품을 들어올렸다.

발열 처리를 위한 차가운 알루미늄제 바디가 손에 묵직하게 안겨오고, 마치 거미의 눈을 연상하게 하는 여러 개의 렌즈가 비싸 보이는 고급스러움을 연출하고 있었다.

“비, 비싸보이네요.”

“비싸요. 그거 개당 가격이 지금 2천만 원이 넘으니까.”

민준의 말에 크리스는 손에 든 코넥트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저 에프킬라 캔같은 물건이 자신의 한 달 월급에 육박하는 물건이란 소리에 주눅이 들어서.

그러자 민준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크리스에게 현재 ‘코넥트’의 개발 상황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애당초 X-BOX 360과의 호환을 염두로 개발된 머신이기에, MS에서 개발 데이터를 받아 양산을 해주길 원한다는 말에 크리스는 마치 이른 크리스마스라도 찾아온게 아닌가 하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이전에 협약해놓은 사항이 존재하긴 했었다.

그래도 크리스는 PTW가 완전히 진영을 바꿔 PS쪽으로 코넥트의 개발 계획을 넘기지 않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GOS때 PS진영에서 선행 발매를 진행하는 바람에 꽤나 타격을 입은 MS진영이었기에, PTW의 신형 모션 인식 게임기가 X-BOX를 통해 발매된다는 것은 극도의 호재라 할 수 있었다.

‘적절한 게임만 받쳐준다면···.’

이미 PS3보다 조금 더 일찍 발매하며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한 X-BOX였기에, 제대로 된 게임만 있다면 코넥트의 양산이나 배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PTW에서 코넥트 전용 게임을 제대로 내 주어야 할 것이고.

그렇기에 크리스는 자신이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 아니 지금까지 게임업계에 종사하면서 본 가장 괴상한 사건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한 질문으로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민준씨, 회의 전에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대체 아까 그건 뭔가요?”

“아, 그거요.”

민준이 웃으며 설명했다.

자신과 상혁이 프로젝트를 방치하는 동안 개발자들이 어떤 짓을 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외부인력이 프로젝트에 개입하면서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

그것은 우연과 인간의 욕망이 겹쳐 만들어진 만든 마법 같은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재미있네요. 그러니까 오늘 모인 저 코스프레 피플은 실제로 2년 동안 마법사 대전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줬던 핵심 인물들이라는 건가요?”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근데 공교롭게 그 인물들이 전부 저 정도로 정···. 아니, 특이한 사람들이었다는 거군요?”

정신 나간(insane)이라는 표현을 쓰려던 크리스는 재빨리 특이한(unique)이라는 표현으로 말을 바꿨다.

그러자 민준은 고개를 저으며 크리스의 오해를 교정해 주었다.

“공교롭게 저런 사람들이 탑주가 된 게 아닙니다. 저런 성격의 사람들이니까 탑주가 될 수 있었던 거죠.”

전 세계에서도 고르고 고른 400명이 넘는 오컬트 매니아 중에, 수많은 인원들의 제안을 검토하고 이론을 검증하며 신규 주문을 확정할 수 있는 한가함과 열정, 잉여력을 동시에 갖춘 인간들.

그것이 지금 옆방에 모여 있는 ‘탑주’들의 정체라고 할 수 있었다.

***

크리스와 민준의 협의는 생각보다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물론 지금 개발 중인 게임의 메인 타겟이 아까 본 정신 나간 인간들이라는 사실은 매우 신경 쓰였지만, 오히려 메인 타겟이 마니아층이기에 고가의 장비를 구매하게 만들 수 있는 강한 매력을 가지는 점을 고려하면 그다지 페널티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확실하게 양산에 대한 부분을 떠맡기로 하기 전에, 현재 개발된 버전의 확인은 할 필요가 있었다.

PTW에 대한 개인적 신뢰는 차지하더라도, 이건 비즈니스니까.

얼마나 이슈가 될 것인가, 또는 얼마나 매력적인 런칭 타이틀이 뒤에서 받쳐주는가는 초기 발매 수량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척도가 된다.

민준은 그런 크리스를 데리고 다시 부실로 돌아왔고, 상혁에게 양해를 구한 뒤 봉춘과 남길을 합류시켜 연구실로 향했다.

그쪽이 좀 더 대전을 감상하기에 좋은 조건이 갖춰져 있었기에.

그리고 잠시 후, 헉헉대며 숨을 돌리는 봉춘의 뒤에서, 크리스는 주먹을 꽉 쥐고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대박이다. 이거.’

게임이 가진 복잡함, 기술을 배우는 난이도, 진입 장벽.

그 모든 요소들이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이 게임의 플레이는 그런 진입장벽을 가볍게 부숴버리는 커다란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옆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 역시 티비 앞에 서서 팔을 휘저으며 마법을 난사하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세상 어떤 어린아이든, 친구네 집에 가서 친구가 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본다면, 집에 가자마자 X-BOX와 코넥트를 사달라고 조를게 분명했다.

따로 광고도 필요 없을 것 같은 느낌으로.

거기에 아까 상혁이 부실에서 발표한 요소들이 더해진다면?

크리스의 머릿속이 이 신비한 기기에서 파생될 수많은 컨텐츠들에 대한 계산으로 복잡하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민준은, 그런 크리스의 표정을 보며 얼마 전 상혁과 했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더 복잡하게 만들겠다고?”

“어. 이건 그래야하는 물건이야.”

게임이 가진 특유의 진입장벽을 걱정하는 민준은, 전체적인 주문의 숫자를 줄이고 복잡도를 낮추자고 제안했지만 상혁은 정 반대의 의견을 내 놓았다.

오히려 더 복잡하게 만들어야한다는 식으로.

“예를 들면 특정 제스쳐를 취한 뒤에 신체부위를 터치함으로써 아이템 사용 같은걸 지원할 수 있지.”

상혁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1-4-3의 숫자를 가리키더니 허리춤에 손을 대는 시늉을 했다.

“그러면 화면에 미리 세팅해둔 아이템이 쭈르륵 나열대고 그걸 잡아서 던지게 하던가, 몸에 대는 식으로 회복을 하던가 하는 거야.”

“지금도 복잡한데, 아이템까지···. 괜찮을까?”

“괜찮아. 원래 극한의 ‘로망’이 있으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는 게 게이머니까. 오히려 어설프게 마법사 느낌이 나는 게 더 안 좋아. 사람들이 이게 진짜가 아니라 장난감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흥미가 뚝 떨어져 버릴 테니.”

“리얼함을 위해서 여기서 복잡도를 더 올리겠다고?”

“맞아.”

“게이머가 감수할 수 있을까? 너무 복잡하다고 손도 못 대면 어쩌려고?”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진짜로 호구와트가 존재하고 거기서 마법을 배울 수 있다면, 민준이 너는 다치는 게 무서워서 빗자루 타고 나는걸 포기할거야?”

“절대 안 하겠지.”

“같은 논리로 게이머들도 어느 정도까지는 감수할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깊이를 주려는 건데?”

“깊이를 줘야지. 지금은 온갖 모션을 가지고 주문 양만 늘린 정도니까. 진짜로 ‘마법사’가 된 느낌을 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하지 않을까?”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집단지성을 통해 이루어낸 결과물이 지금의 주문 시스템이긴 했지만, 그것은 전문 시스템 기획자인 상혁이 손대기 전의 물건이었다.

지금도 복잡해 보이는 이 물건을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바꿔놓을 생각이었던 상혁은 민준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개조 로드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민준은, 상혁이 보여준 로드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상혁이 말하는 대로 게임이 변경된다면, 그건 말 그대로 ‘마법사 시뮬레이터’ 그 자체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기에.

“민준 씨? 민준 씨!”

“아! 예?”

민준은 어느새 자신을 부르고 있는 크리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차렸다.

그러자 크리스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민준에게 소리를 질렀다.

“저도! 저도 한번 해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는 민준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Hell yeah!!’라고 소리를 지르며 봉춘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컨트롤러를 넘겨받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개 쩌는 저 물건이, 실제로 하면 어떤 느낌일까 너무 궁금했기 때문에.

“신비 마법의 역사는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자각한 역사에서부터 시작한다······.”

민준은 크리스를 앞에 두고 근엄한 표정으로 마법 교육을 시작하는 봉춘을 보며 작게 미소 짓고는, 옆에 준비된 쇼파에 앉아 크리스의 플레이가 끝나길 기다렸다.

아마도 한참 동안, 저 설명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각 상혁은, 계약서에 싸인을 다 마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탑주들에게  앞으로의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모인 이 ‘탑주’들은, 그런 상혁의 앞에서 자신이 무심코 사인한 양피지를 바라보며 상혁이 구체적으로 자신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말하자면, 취업이네.’

갑자기 한국에 와서 일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원한다면 취업비자를 얻어 취업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반대로 지금처럼 자신의 집에서 원격으로 일하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필수적으로 한국에 와서 해야 하는 모션캡쳐 등의 일부 작업을 위해서는 한국에 정기적으로 오긴 해야 했지만, 보수도 매우 후한 편이었고, 뭣보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애정을 가지고 만들어오던 ‘마법사 대전’의 완성에 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그들을 매우 흥분하게 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전원 동의.

탑주들 태반이 딱히 직업이 없기도 했고, 취미로 시작한 일로 세계적인 게임 회사에 취업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매력적인 조건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본업이 맥도날드 알바라고 밝힌 브라질 출신의 카밀라 피셔는 원한다면 한국 국적도 취득하겠다고 격렬하게 환영의 의사를 표했다.

‘덕업일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그렇게 자신의 생각대로 일이 원활하게 굴러가는 것을 바라보던 상혁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이걸로 이쪽 작업은 한 계단 위로 올라갔다고 봐도 좋을 테니까.

“그럼 여기서부터는 지수 네가 책임지고 처리해줘. 뭘 해야 할지는 알지?”

“넵! 오빠! 저도 마스터라고요!”

“그럼 믿을게. 마스터 지수 씨.”

“헤헷.”

이것 말고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두 개나 더 있었기에, 상혁은 그쪽 관련 업무도 시급히 봐야할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상황에서, 상혁은 지수가 코스프레 군단을 데리고 부실을 나서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부실이 비자마자 자리에 앉아 워크패스트를 키고 다른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체크했다.

아직 개시도 못하고 있는 또 하나의 프로젝트, ‘워함마40k’의 IP를 활용한 FPS 게임 개발을 위해서.

***

“정말이지, 저희 프로젝트는 완전히 버려진 줄 알았어요.”

하린이 투정하듯 말하자, 상혁이 웃으며 사과했다.

“동시에 3개 프로젝트 진행해야하는 상황이고, 먼저 손대야하는 것의 우선순위가 있어서 이쪽은 신경을 못 썼네요.  그래도 지금 이렇게 왔잖아요? 힘 합쳐서 잘해봅시다. 적어도 이쪽은 끼고 가는 IP의 힘은 전체 프로젝트 중에 최강이니까.”

“하지만 상혁 씨는 단순히 IP빨로 밀어붙이는 게임으로 만드실 생각은 안하고 계시잖아요?”

하린의 질문에 상혁이 씩 웃어보였다.

“당연하죠.”

“그럼 원래의 기획에 워함마라는 거대 IP가 들어간 이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신가요?”

“글쎄요. 일단 각 포지션 별로 역할이 주어진 멀티플레이라는 기획 자체는 새로 들어간 IP에도 잘 맞는다고 봐요. IP원작에도 각종 병종이나 장비에 따라 역할이 나뉘니까. 구체적으로 지금 중요한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 지겠죠.”

“어떤 이야기?”

“예를 들면 원작 IP의 세계관에 수많은 적들 중에, 어떤 세력과 싸우게 되느냐 같은 거죠. 그게 카오스냐, 티라니드냐, 아니면 멜다일수도 있고 타운 제국일수도 있고, 옼스일수도 있는것처럼. 어떤 진영과의 싸움을 다루느냐에 따라 게임이 완전히 달라지겠죠?”

“그럼 기본적으로는 플레이어 진영이 우주 해병인 걸 고려하고 계신다는 이야기군요? 진영 선택 없이요.”

“안 그래도 거대한 세계관인데 거기서 진영 선택까지 가능하면 게임 볼륨이 끝없이 늘어날 테니까.”

“이해했어요. 그래도 진영 선택이 안 되는 건 좀 아쉽네요. 전 개인적으로 멜다도 좋아하는데.”

“장르가 RTS였으면 주저 없이 그렇게 했겠지만 FPS+RPG장르인데 진영 선택기능까지 넣으려다간 개발기간이 5년은 걸릴 겁니다.”

물론 5년 이상이 걸리더라도 PTW가 지원할 수 없는 규모는 아니었다.

현재도 배틀 로얄과 GOS, 포수 회귀에서 나오는 수익이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었고, 거기에 조금 있으면 유럽 쪽에 ‘미드필더가 요정을 숨김’도 수익을 가져다 줄테니까.

그쪽의 축구에 대한 인기를 생각하면 어쩌면 축구 기반 텍스트 게임이 현재 가장 큰 수익원인 GOS의 매출을 누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기에 2년 후 코넥트 양산에 맞춰 발매할 ‘마법사 대전’의 수익을 합치고, ‘이세계 의사 시뮬레이터’의 수익을 더하면 5년 짜리 장기 프로젝트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이지만, 상혁은 워함마 IP로 나오는 게임을 그렇게 오래 붙잡고 싶지 않았다.

뭣보다 GW측의 미온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정사 스토리 다루고 싶다니까 거의 경기를 일으켰었지.’

사실 상혁이 원한 것은 4만년대의 역사가 아니라 원 IP의 1만년 전 과거 시점인 3만년 대에 일어났던 ‘호로스키의 반란’을 다룰 수 있는 권한이었다.

황제가 아직 살아있고, 절반의 프라임마크가 배신하기 전.

급박하게 돌아가는 배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대로 그 거대한 이야기를 체험할 수 있는, 최종적으로는 홀리 어스에서 황제가 호로스키의 검을 맞고 치명상을 입는 장면을 유저가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림이 아니라, 내가 그 역사의 한 부분이 되어서, 위대한 프라임마크를 실제로 보고 옆에서 함께 싸우며, 각 인물들이 어떤 생각으로 아버지인 황제를 배신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상혁의 이런 제안을 GW에서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래서 상혁은 협상을 하며 어째서 자신과 함께 회의에 들어온 THQ담당자가 애쓴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오랜 역사에 대한 자부심만큼, GW에서는 타 회사에서 자신들의 세계관을 멋대로 건드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듯 했다.

결국 최대한의 발악으로 최고 인기 챕터인 ‘우주 늑대’의 사용권을 받긴 했지만, 해당 챕터의 어느 이야기를 다룰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

상혁은 어떻게든 거대한 원 IP의 역사 속에서 정사로 인정될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문제는, 상혁도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은 있었지만 회귀 전 워함마의 히스토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점이었다.

‘대충 2017년쯤에 8판 나오면서 41번째 천년기가 42번째 천년기로 바뀌는 건 기억나는데···.’

“우주 늑대···. 우주 늑대···.”

필사적으로 기억을 헤집으면서, 상혁은 어떤 이야기가 워함마의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사건인지를 떠올리려 애썼다.

프라임마크도 못 쓰고, 이미 짜인 메인 스토리에의 접근도 거의 차단된 상태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를···.

“뭐가 그렇게 고민이세요?”

하린이 묻자 상혁이 말했다.

“일단 저희 쪽에서 허가받을 수 있는 권한으로 어떤 이야기를 다뤄야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 나올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너무 정사에 집착하시는 거 아닌가요? 굳이 정규 스토리의 캐릭터를 가져오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건 마치 슬램○크 게임에 강벽호가 안 나오는 거랑 같은 거예요.”

“그래도 그쪽에서 허가하지 않는 이상 저희 쪽에서 할 수 있는 건 제한되어 있잖아요? 아무래도 저희는 그쪽 IP를 빌려서 쓰는 거니까요. 그쪽 내부에 저희 쪽 의견을 밀어줄 스파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은···.”

순간 하린의 말을 들은 상혁의 머릿속에 뭔가 한줄기의 번개가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기존의 설정이 붕괴가 되더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밀어붙이는, 그러다가 오지게 욕을 먹어도 자기가 멋진 건, 무조건 해야 하는 성격의 내부 직원 말이죠? 적당히 우리 편에 서서, 저희가 원하는 대로 그쪽에서 설정을 짜서 넘겨줄 사람이요.”

“뭐 그게 가장 이상적이긴 하겠지만, 그런 사람이 형편좋게 GW에 있을 리가···. 어라? 상혁 씨 표정을 보니 뭔가 아는 눈친데요? 혹시 짐작가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있어요. 한명.”

상혁의 머릿속에 한 이름이 떠올랐다.

워함마40k팬들에게는 애증의 이름일, 설정붕괴의 주범이라 불리면서도 울트라 해병 펙션만 줄창 밀어주다가, ‘회색 기사들’이라는 희대의 개사기 펙션을 만든 장본인.

‘맷 와드.’

정확히 내년인 2008년이 그가 처음으로 작업한 우주 해병의 5판이 발매되는 해였다.

그 말은, 지금 GW에 그가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고.

상혁은 적당한 스파이 감을 찾았다는 사실에 미소를 흘리며,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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