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저작권 확보
세계적인 OS개발사이자 콘솔 게임계의 3대 거두(巨頭), 마이크론 소프트의 콘솔 부분 영업을 담당하는 CBO(Chief Business Officer) 크리스는 자신의 책상에 놓아둔 PTW의 굿즈를 볼 때마다 그리운 상념에 빠지곤 했었다.
예전에 X-BOX를 처음 런칭 하기 위해 뛰어다니던 시절부터, 지금은 핵심 기능이 되어버린 X-BOX LIVE의 서버 구축을 위해 민준과 협력하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사실 크리스가 CBO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반쯤은 PTW의 덕이라 할 수 있었기에, 그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크리스는, 한국에서 온 민준의 연락을 받았을 때 매우 기쁜 감각과 의아함을 동시에 느꼈다.
평소라면 상혁이 연락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예?!CEO 교체요??!-
다행히도 민준은 별도의 트러블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다. CEO교체와 상관없이, MS와의 협력관계는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그렇게 근황 이야기를 나누던 민준은 코넥트의 양산 협의에 대한 논의를 위해 한국에 와줄 것을 부탁했고, 크리스가 흔쾌히 그 부탁에 응함으로써 PTW와 MS간의 비즈니스 미팅 일정이 잡혔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리스는 이번 미팅이 평소의 PTW와 가지는 미팅과 같은 형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매번 한국에 갈 때마다 상혁이 기괴한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자신을 놀라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상식의 범위는 벗어나지 않는, 그 정도의 미팅이 될 거라고.
그러나 그런 크리스의 생각은, PTW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천하대 미래관 입구를 보자마자 싹 날아가 버렸다.
미래관 입구에 한눈에 봐도 엄청난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4명의 남녀가 나란히 서 있었기 때문에.
나이도, 인종도 다양해 보이는 일련의 무리들은 각각 ‘설마 저걸 입고 맨 정신으로 여기까지 온 건가?’ 라는 생각이 들 법한 기괴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을 본 순간, 크리스는 저 특이한 무리들이 왠지 민준이 자신을 부른 이유와 연관이 있을 거란 강한 직감을 느꼈다.
“안녕하십니까. 혹시 이곳에 용건이 있으셔서 오신건가요?”
크리스가 영업사원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자, 모여 있던 인원들이 흠칫하더니, 영어로 인사하며 물었다.
크리스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건 것은, 왠지 모르게 중국풍의 도복에 금속 갑주를 걸친 늘씬한 여성이었다.
“오, 당신도 마탑의 부름을 받고 온 건가요? 어디 소속이죠?”
“소속이요?”
잠시 고민하던 크리스는 아, 하는 표정을 짓더니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어 여성에게 내밀었다.
“저는 MS 콘솔 사업팀 CBO를 맡고 있는 크리스라고 합니다.”
“하, 비 마법사셨군.”
갑자기 흥미를 잃어버렸다는 투로 눈앞의 도복 여성이 고개를 돌려버리자, 크리스는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얘들은?’
그러나 옆에서 제다이 로브같아 보이는 로브를 입고 있는 남자의 말은 그녀의 태도보다 한 술 더 뜨고 있었다.
“양복을 입고 있는 시점에서 알아차렸어야지. 딱 봐도 마나의 축복을 조금도 받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는데. 그리고 지금 도착하지 않은 유일한 인물은 적탑주 이그니스입니다. 아마도 붉은 옷을 입고 있겠죠. 철탑주나 돼서 그 정도 안목이라니, 실망입니다. 일리아나 양.”
“미안해요. 글라디우스. 비 마법사를 본지 너무 오래돼서 그랬어요.”
‘무슨 사람이름이 글라디우스···.’
크리스는 혹시 이것이 상혁이 설치한 몰래카메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저 멀리서 달려오는 ‘붉은 옷의 소녀’를 보고는 이들이 기다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소녀의 옷이, 그냥 붉은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길가다 보면 고개가 휙 돌아갈 정도로 불꽃같은 문양으로 가득 차있는 괴상한 복장이었기 때문에.
***
“잠깐 자기소개들 좀 할까요?”
마치 코스프레 행사장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린 부실 안에서, 상혁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서로 만나는 것은 처음인 5명이 순서대로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검은 세라복에 억지로 불꽃을 새겨 넣은 느낌의 괴상한 옷을 입고 있던, 딱 봐도 여고생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어린 소녀였다.
“적탑주 이그니스입니다. 진명은 나나미 루카. 일본에서 왔고 이명은 ‘작열하는 원혼의 검’입니다.”
그러자 다음으로 아까 제다이 로브를 입고 있던 남자가 일어나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남자는 어느새 로브의 후드로 머리를 감싸 안고 있어, 뭔가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하는 느낌이었다.
“풍탑주 글라디우스. 진명은 에르노 크리사. 이명은 ‘태풍의 눈’. 이탈리아 출신.”
다음은 아까 미래관 입구에서 크리스에게 질문을 던졌던 늘씬한 체구의 여성이 일어났다.
그녀는 도복처럼 생긴 옷에 여러 가지 금속 장식을 몸에 달고 있었는데, 묘하게 왠지 중국 전통 복장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철탑주. 철화빙봉(鐵花氷蜂) 시 메이좐입니다. 이명은 금속으로 된 장미. 대만 출신입니다.”
그러자 이번엔 금발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젊은 여성이 일어나 자신을 소개했다.
뭔가 한쪽 다리가 완전히 날아간데다 다른 쪽도 빈티지를 넘어 너덜너덜한 느낌의 청바지를 입고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가장 정상인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황탑주 에비타에요. 진명은 카밀라 피셔. 이명은 ‘가이아의 화신’이고 브라질에서 왔어요. 나이는 21살! 아직 애인 없음! 잘 부탁해요!”
마지막은 초록색 공주 드레스를 입고 있는 소녀의 차례였다.
그녀는 자신의 순서를 재촉하는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상혁이 내준 커피를 끝까지 마시더니, 자리에 앉은 채로 들릴 랑 말랑한 작은 목소리를 통해 자신을 소개했다.
“녹탑주 라네즈 루즈. 진명은 마리 샤를로트. 이명은 ‘봄의 발자국’. 엄마랑 같이, 프랑스에서 왔어.”
“마리 씨는 나이가?”
“올해 24살.”
그녀의 작은 키와 얼굴을 보고 14살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상혁은 그녀가 성인이라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같이 일하는 문제에 있어서, 지수때 겪었던 것처럼 미성년자에게 노동을 시키는 것은 법적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득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그런데···엄마?’
상혁은 아찔함을 느꼈다.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마크가 모은 ‘탑주’들의 오타쿠 수치가 매우 높아 보여서.
‘세상에 본명보다 닉네임을 먼저 말하는데다, 본명을 진명이라고 바꿔 말하고, 한명도 빠짐없이 이명까지 가지고 있는 중2병 집단이 존재할 줄이야···.’
그렇게 생각하던 상혁은,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봉춘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혹시 봉춘 씨도 ‘이명’이 있어요?”
그러자 봉춘과 남길, 마크가 동시에 얼굴을 긁으며 수줍은 듯이 말했다.
“그게 규칙이라서···.”
“그럼 뭔지 소개 좀 해봐요.”
그러자 마크가 나와서 자기소개를 했다.
“청탑주 로엔그린입니다. 진명은 마크 윌버그고, 마탑의 관리자이자 호수의 재앙, ‘리바이어던’이라는 이명을 쓰고 있습니다.”
“백탑주 간달프입니다. 진명은 서남길. ‘아바타 오브 제우스’라는 이명을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자기소개에 뭔가 자신감이 솟아올랐는지 당당한 표정으로 앞에 나선 봉춘이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자신을 소개했다.
“자탑주 멀린입니다. 진명은 박봉춘. ‘마스터 오브 미스틱아츠’의 이명을 쓰고 있습니다.”
“좋아요. 뭐···. 이그니스 어쩌구님하고 멀린 머시기씨외 기타 등등 여러분. 죄송하지만 한 번에 다 외우기는 무리겠네요. 오늘 저희가 여러분을 초대한 것은, 지금까지 음성적으로 개발되고 있던 ‘마법사 대전’을 저희 PTW의 공식 지원 하에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받으신 메일로 대략적인 정보는 이해 하셨을 테니, 의견이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각국에서 모인 여러 인종의 인원들이 모여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상아탑 사이트 자체가 영어를 기본으로 굴러가고 있었기에 모두 영어로 소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기에 방에 있는 모든 인원은 상혁이 영어로 한 발표의 의미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그 중에 한명이 손을 들며 상혁을 바라보았다.
아까 자신을 황탑주라고 소개한 갈색 피부의 미녀. 카멜라 피셔였다.
“분명 황탑주셨죠? 성함이···.”
“에비타입니다.”
‘닉네임 말고!’
상혁은 혀끝까지 튀어나오려던 말을 삼키며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예. 에비타 씨. 질문이 뭐죠?”
“아까 ‘완성’이라고 하셨는데 그 ‘완성’의 의미가 뭐죠? 지금도 마법사 대전은 잘 돌아가지 않나요?”
“분명 대전 게임으로써의 마법사 대전은 잘 돌아가는 게임이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게임으로써의 완성도는 많이 떨어집니다.”
상혁의 옆에 있는 모니터에서 ‘마법사 대전’의 녹화 영상이 흘러나왔다.
거기엔 봉춘이 날린 환영 마법이 남길의 뇌전 마법에 부서지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여러분이 잡은 시스템 하에서, 환영 마법은 뇌전 계열 마법에 약하게 상성이 잡혀있죠. 설정 상 주변의 마나파장을 흩트리는 뇌전 마법의 성격 때문에 섬세한 환영 마법이 잘 깨진다는 설정으로요. 현재 일반적으로 환영 10서클 마법은 뇌전 7서클 마법으로 파훼가 가능합니다. 대신 뇌전 7서클 미만으로는 못 막고 그대로 맞는 식이죠. 맞죠?”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자 상혁은 수정된 내용을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방금 봉춘···아니, 멀린 씨가 시전한 마법은 100개의 환영 칼날을 상대가 있는 방향으로 쏘아내는 마법이죠. 이건 10서클 주문이고, 6서클까지의 뇌전계열 방어주문은 그냥 무시하고 뚫고 들어와요. 하지만 이걸 이렇게 설정하면 어떨까요? 각 뇌전 마법에 주변 마나를 흐트러트리는 ‘진동치’라는 수치가 별도로 존재하고, 각 환영마다 그것을 버틸 수 있는 ‘내구도’가 존재한다면?”
상혁은 그 뒤에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 100개의 칼날에서 5개는 100의 내구도를, 25개는 50의 내구도를, 그리고 나머지 70개는 25의 내구도를 가진다고 가정합시다. 그리고 방금 간달프가 시전한 방어 주문은 굵은 번개 줄기가 70정도의 진동치를, 얇은 번개 줄기가 40정도의 진도치를 준다고 가정하자고요. 그 상태에서 방금 주문을 다시 시전하면 이렇게 됩니다.”
화면이 바뀌며 방금 전과 똑같은 스킬 시전 영상이 재생되었다.
그러나 이번엔, 멀린이 쏘아낸 100개의 칼날이 간달프가 발사한 뇌전 줄기에 맞으며 일부가 가루처럼 부서지고, 5개의 큰 단검과 10개 남짓의 작은 단검이 남아 멀린에게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아까처럼 주문 한방에 맞지도 않은 단검이 다 날아가는 것보다, 훨씬 리얼하게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오오···. 저런 구현방식이···.”
“기존의 ‘마법사 대전’이 단순히 주문의 가위 바위보 상성이나 설정되어있는 위력수치에 따른 스킬의 교환이었다면, 저희는 각 주문의 이펙트 형태에 따라 다양한 변수를 도입할 생각입니다. 상대의 주문에 따라 단순히 수많은 마법 중에서 적당히 아무거나 골라야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정확하게 그 주문을 막기 위해 필요한 주문을 시전 해야 막을 수 있도록.”
상혁은 계속해서 설명했다.
“물론 그 외에도 주문 등급에 비해 너무 복잡한 모션을 정리하고, 레벨 밸런스를 다시 맞추고, 중첩되어있는 수많은 이펙트를 오리지널로 새로 만들고,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코넥트의 모션 인식 기능으로 저장되어있는 베이직 주문 모션의 데이터를 전문 모션 캡쳐 장비를 이용한 데이터로 교체할겁니다. 싱글플레이가 추가될 것이며, 마법 공방이 추가 될 것이고, 상아탑에서 마법을 배우는 시험과, 각종 마법서적과 NPC들, 스크롤과 아이템, 소환수와 몬스터, 랭킹과 비살상 PVP 및 칭호를 건 대전, 시즌 토너먼트와 매칭 시스템, 다른 플레이어를 스승으로 모시거나 제자로 받고 동호회를 만들어 선후배 관계를 구성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스템이 추가될 겁니다. 물론, 방금 보여드린 것처럼 주문 체계 자체도 훨씬 리얼한 방식으로 전부 수정할거고요.”
상혁의 발표에 모두가 엄청나게 흥분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상혁이 말하는 그 모든 것이, 그들이 그 게임에 바라고 있던 전부였으니까.
상혁은 그런 그들 앞에서, 연구실에 놓여있던 너덜너덜한 그리모어를 꺼내 책상위에 놓았다.
-쿵-
마치 소리로 흥분한 사람들의 집중을 모으려는 것처럼.
그리고는 모여 있는 ‘괴짜들’을 향해 말했다.
“솔직히, 코넥트든 게임이든, 원래 용도는 지금 여러분이 개조한 결과물과는 안드로메다만큼 떨어져있는 물건입니다. 여러분들은 저희 직원의 묵인 아래 그걸 가져다가 전혀 다른 걸로 만들어놓았죠. 그리고 그 결과물을, 저는 지금 여러분께 돈을 주고 사려고 하고 있습니다.”
상혁은 가만히 미소지었다.
“예. 2년간 여러분이 매일 방에서 이상한 포즈를 취하면서 마법 이론을 공부하고 열심히 저희 제작 툴로 이펙트를 만져가면서 만든 결과물을, 저희가 돈 주고 통으로 먹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지금까지 상아탑 홈페이지에 올린 연구 자료와 설정까지, 저희가 모두 가져가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꽤 괜찮은 수준의 마법사 대전 게임을 ‘갓겜’수준까지 올려놓는 대가로요. 그리고 여러분은, 그 ‘갓겜’ 속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모델러와 디자이너들이 만든 아바타의 형태로 영원히 남게 되겠죠. 각자 자신의 계열의 최고봉을 담당하는 ‘탑주’의 위치에 서서. 자, 그럼 이제 묻겠습니다.”
상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 결정에, 혹시 불만 있으신 분?”
그러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이미 마음속은 완성될 게임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세계에서 가장 게임을 잘 만든다고 평가받는 곳에서, 그들이 꿈꾸던 게임을 전력으로 만들어주겠다는데 그 어느 누가 거절을 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 덧붙여, 개발 과정에도 참여해달라고, 상혁은 말하고 있었다.
흥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그들이 아는 누구도,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이렇게 격정적으로 긍정해준 적이 없었기에.
‘마법? 그런 게 어디 있어?’
‘너 또 그 이상한거 하냐?’
‘언제 어른 될래?’
‘지금 꿈꾸니?’
때로는 룸메이트가, 때로는 친한 친구가, 때로는 연인이, 때로는 부모님이.
나이 먹고서도 꿈을 버리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사람들 속에서 끝까지 취미를 붙잡고 있던 이들의 마음속에, 상혁의 발표가 뜨거운 불꽃을 일으켰다.
정말로 상혁의 말대로만 된다면, 평생 그 게임만 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고 상혁은, 그런 그들을 보며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상아탑의 위대한 마법사들이여! 다시 묻겠습니다!
Are you with me?!!!(저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Yeeeeeeeeeessss!!!”
“Arrrrrrre youuuuu with meeeee?!!!(저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Yeeeeeeeeeeeeeeessss!!!”
“그럼 당장 저 계약서에 사인하십시오!!!”
상혁이 소리 지르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지수가 재빨리 계약서를 내밀었다.
무려 양가죽으로 만든 진짜 양피지에 새겨진 계약서를.
깃털펜과 잉크까지 준비해서.
단 한명도 계약서 내용을 읽지도 않고 싸인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혁은 만세를 외치며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소리를 질렀다.
어차피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없을 거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예!!!!!!저작권 확보오오!!!”
그러자 상혁이 뭔가의 주문같은 걸 외쳤다고 생각한 탑주들이 일제히 만세를 부르며 상혁의 말을 따라했다.
“이예!!!!!!저자퀀 화뽀오오!!!”
“저작권 확보오오!!!”
“저자퀀 화뽀오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크리스는, 뭔가 사이비 교주 같은 상혁의 모습을 보며 엄청난 충격에 빠져 있었다.
방금 상혁이 보여준 시연 영상이, 왠지 2년 전쯤 보았던 ‘중2병 배틀러’를 연상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도 매니악한 게임이긴 했는데···.’
지금은 완전 다른 차원의 물건이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나서야, 크리스는 어째서 민준이 자신을 불렀는지 눈치 챌 수 있었다.
‘설마 저걸 발매하려고?’
정말로, 멋지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남의 회사에 코스프레 차림으로 찾아오는 미친 인간들이나 좋아할 법한 게임을 PTW에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크리스에겐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담당하는 X-BOX에서 발매하겠다는 상혁의 계획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었다.
미국에 돌아가서, PTW에서 뭘 제안했냐고 물어보는 CEO에게, 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 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순간, 크리스는 자신의 어깨에 올려져 있는 민준의 손을 보고는 흠칫 몸을 떨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크리스.
그가 바라본 방향에는, ‘재미있겠죠?’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민준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