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36화 (137/485)

136. 루키의 정체

민준이 성찬의 작업실을 찾아갔을 때, 성찬은 한참 카렌과 회의를 하는 중이었다.

당연하게도, 노크를 하고 들어온 사람이 민준이란 사실을 알자마자 성찬은 기겁할 듯 놀란 표정을 지었고, 카렌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이 민준.’

넌텐도에서 코딩 실력으로 수위 급에 드는 천재인 카렌은, PTW에 입사하고 나서 일부러 몇 개의 코딩 난제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었다.

그렇게 올린 질문에 민준이 단 답변을 보면서, 그녀는 민준과 자신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무언가의 벽이 있다고 깨달을 수 있었다.

단순히 재능이나 실력의 벽이라고 보기엔 뭔가 다른 듯한,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코드들이 뇌 속에 적혀있는 인간 도서관을 보는 느낌.

그리고 민준은, 카렌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녀가 면접에서 마스터급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어프렌티스로 입사한 천재 직원이란 것을 떠올렸다.

‘기획도, 프로그래밍도, 그림도 잘그리는 팔방미인이었지?’

그녀가 자신이 주목한 프로젝트에 이미 들어와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며, 민준은 두 사람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두 분 중 어느 분이 팀장님이죠?”

“예?!예!?아! 접니다! PTW 파다완급 직원 이성찬이라고 합니다! 민준 씨와 대화를 나누게 되어 영광입니다!”

“파트가 어떻게 되세요?”

“개발 2팀 프로그래밍 파트입니다!”

개발2팀이면 ‘포수가 회귀를 숨김’의 개발팀이다. 거긴 그래픽 인원이 없고 죄다 기획과 프로그래머만 있는 팀이었기에, 민준은 눈앞의 청년이 어째서 자신을 반짝이는 눈으로 보는지 알 수 있었다.

“눈빛이 부담되네요. 일단 앉아서 이야기 할까요?”

민준이 웃으며 말하자 성찬이 벌떡 일어나 카렌의 옆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민준은, 두 사람을 앞에 두고 마치 면접이라도 보는 모양으로 앉아있게 되었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팀장과 함께, 뭔가 재미있는 일을 기대하고 있는 눈빛의 카렌을 앞에 두고서.

민준은 잠시 뜸을 들이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프로젝트, 누가 잡은겁니까?”

“네? 저 여기 있는 카렌 씨가.”

“제 옆에 팀장님이요.”

동시에 두 사람이 서로를 가리키자, 민준은 훗 하고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두 분이 같이 잡은 거라고 이해할게요. 제가 지금 두 분의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데, 합류를 해도 괜찮을까요?”

민준이 누구인가. 발매 첫작인 GOS에서 PS3의 성능을 한계 이상까지 뽑아냈다고 평가받고, 코드를 보아도 대체 어떻게 구현한 건지 도저히 알 수 없다는 ‘포수회귀’의 알고리즘을 설계한 남자.

대표인 상혁과 함께 고등학생 때부터 게임을 만들며 MS에 파견 나가 X-BOX LIVE의 기초 설계를 잡았다는 천재 프로그래머.

코딩계의 척 노리스.

민준의 더하기 연산자는 연산에 필요한 위치로 이동하지 않는다. 민준의 연산자는 필요한 곳으로 알아서 이동한다.

민준에게는 성능 상 병목 현상이 없다. 민준은 단지 우주를 잠시 멈출 뿐이다.

민준의 코드는 코딩 규약을 따르지 않는다. 민준의 코드가 곧 코딩 규약이다.

온갖 소문이 따라다니는 괴물중의 괴물인 민준이, 자신의 프로젝트에 가입하고 싶다는 말에 성찬은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바로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려는 자신을 가로 막는 카렌의 손을 보고는 잠시 멈칫 할 수밖에 없었다.

카렌은 한없이 냉정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성찬을 향해 말했다.

“팀장님. 지금 민준 씨 정도의 코더가 필요한지 먼저 판단하시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아···.”

카렌의 말이 맞았다. 생각해보면 애당초 지금 알파 버젼을 만들 것도 아니고, 현재 만드는 수준의 결과물은 카렌과 자신이면 거의 다 만들 수 있는 수준이었다.

민준의 합류는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꼴이 될 수도 있었기에, 성찬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카렌에게 말했다.

“그래도 민준 씨 정도의 마스터급 직원이 팀에 들어오면 도움이 많이 될 텐데? 게임 제작에 대한 경험도 풍부하실 테고, 우리가 놓치는 부분들을 이야기 해 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

“반대로 프로젝트의 방향을 이상한 데로 틀수도 있죠. 정말로 마스터급 직원이, 그것도 민준 씨 정도의 개발자가 이야기하는 제안을 냉정하게 판단 할 수 있겠어요?”

카렌의 지적은 합당했다.

실제로 성찬이 아는 다른 팀의 팀장들도, 자신의 팀에 있는 마스터 급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프로젝트 방향성이 틀어진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 했었으니까.

심지어 일부 직원들은 프로젝트에 들어와서 아예 만들던 기획을 갈아엎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상혁이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최종적인 인사 권한을 팀장에게 주는 것으로 잡았지만, 실제로 같이 작업하는 팀원에게, 그것도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직원에게 ‘프로젝트와 성향이 맞지 않으니 나가주세요.’라고 말할 만한 담 큰 직원은 많지 않았다.

카렌은 그 부분을 지적한 것이었고, 민준은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특이한 직원이네. 능력도, 화법도.’

빠른 판단과 냉정한 상황 파악은 상혁을 연상하게 하지만, 카렌은 상혁과는 전혀 다른 성향의 개발자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자신이 거절당할 수도 있었기에, 민준은 어느 정도 자기변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흠, 미야모토 씨가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저는 딱히 프로젝트를 제 맘대로 조정하거나 하려고 온건 아닙니다.  순수하게, 의사가 되는 기분을 게이머가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아이디어 자체에 흥미가 있어서 온 거니까.”

“그런 거라면 괜찮지만, 중간에 메인 방향성을 해치는 조언을 하시면 팀에서 나가도 좋다는 약속이 필요할 것 같네요.”

카렌의 말에 민준이 살짝 놀라며 물었다.

“미야모토 씨는 그 조건에 들어오신 겁니까?”

“예.”

“딱히 제가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들어올 때 자신이 만약 초기 프로젝트가 지향했던 재미와 다른 재미를 추구한다고 느끼면 바로 수정하거나 팀에서 내보내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럼 저도 같은 조건으로 가입하죠.”

민준의 말에 성찬이 카렌을 돌아보자, 카렌이 말했다.

“결정은 팀장님이 하시는 거예요”

“응? 아, 응. 네. 민준 씨. 같이 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그런데 혹시···. 어째서 저희 프로젝트를 골랐는지 물어도 될까요?”

민준 정도의 괴물이, 현재 우승후보로 불리는 상혁과 가장 친한 핵심 개발자면서 굳이 왜 자신의 팀에 들어오겠다는 것인지, 성찬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봐도 상혁의 기획이, 자신이 지금 만들고 있는 기획보다 훨씬 짜임새 있어보였으니까.

“굳이 말하자면, 지금 상혁이가 내놓은 기획은 미완성이에요. 그리고 본인이 그 문제를 해결하러 지금 런던에 가 있으니, 콘테스트 마감 때까지 수정도 불가능할거고.”

본인이 그렇게 말했으니, 아마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상혁이, 아니 저는 이 프로젝트 정도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민준이 씨익 웃었다.

“같이 이겨봅시다. 회사 최고의 기획자를.”

***

민준은 합류 후, 프로젝트 기획을 빠르게 파악한 후 게임의 스케일 확장을 제안했다.

직원 다수가 참여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순수하게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

“주인공이 이세계에서 의사역할을 하는 게임이라면, 단순 시뮬레이션 장르가 아니라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왕진을 한다던가, 아니면 약초를 캐러 다닌다던가, 그런 RPG적인 요소가 있는 편이 게임이 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처음엔 존댓말을 쓰던 민준이었지만, 성찬이 호흡곤란을 일으킬 정도로 부담스러워 했기에, 지금은 성찬을 배려하기 위해 반말을 쓰고 있었다.

대신 성찬은 팀장이자 연장자로써 반말을 쓰는 조건으로.

그래서 현재 3명의 팀원 중 민준과 성찬이 말을 놓고, 아직 신입인 카렌만 존댓말을 쓰는 상황이었다.

민준이 그렇게 제안을 하자, 성찬은 잠시 고민하며 민준의 제안으로 바뀔 게임의 형태를 떠올렸다.

나쁘지 않다.

자신이 구한 환자들이 마을에서 반갑게 인사를 하거나, 치료해준 어머니의 딸이 쪼르르 달려와 꽃을 선물한다거나 하는 그림은, 게임의 감성을 좀 더 풍성하게 해 줄 것 같았으니까.

“좋네요. 마을과 필드, 도시가 있고 거기 컨텐츠가 차 있는 느낌이라면 좀 더 게임에 몰입하기 쉬울 것 같기도 하고요. 카렌 씨 생각은 어때요?”

“그런 의도라면 확실히 좋네요. 처음 기획이 시뮬레이션이라 그쪽을 강화할 생각만 했는데, 마을을 돌아다니는 건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일지도 모르겠어요.”

거기에 덧붙여, 뭔가를 떠올린 카렌이 두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 느낌이라면 동료나 제자가 합류하는 시스템은 어떠세요?”

“오, 좋다. 주인공이 아는 현대 의학을 배운 이세계인이, 주인공의 수술 보조나 간호사 역할을 맡는 건가?”

“그런 느낌이겠죠. 대신 다양한 재능 수치를 줘서, 수간호사로 키우기 좋은 동료나, 약제사로 키우기 좋은 동료, 접수원으로 키우기 좋은 동료 같은 유형이 여럿 있으면 좋을 듯 해요.”

카렌의 이야기를 들은 민준도 아이디어를 보탰다.

“그런 거라면 회차 플레이할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도록 동료 수를 확 늘리는 것도 좋겠네. 이번에 이런 구성으로 병원을 꾸렸으면, 다음엔 다른 구성으로 꾸려보기도 하고.”

“팀 구성에 따라 이어지는 동료들의 티키타카가 있으면 더 재미있겠네요.”

“발더스의 문에서 동료 구성에 따라 대화나 전개가 달라지는 것 같이? 나쁘지 않겠다.”

민준 역시 상혁 못지않은 게임 전문가였기에, 민준이 합류한 이후 세 사람의 기획은 매우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재능만큼은 민준이 인정할 정도로 매우 뛰어난 카렌도, 게임 지식만큼은 회귀한 민준을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에.

민준의 합류는 알파 버전을 제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카렌은, 그 안에서 PTW라는 회사가 가진 힘을 조금씩 파악해가고 있었다.

‘게임의 핵심 재미가 더 발전하려면 어떤 시스템이 붙어야하는지, 아이디어를 바운스 시키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대화해야하는지 익숙한 느낌이다.’

PTW에서 사용하는 모든 방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붙어있다.

*아니시에이션 금지.

*근데시에이션 금지.

*내 생각을 맞춰봐 놀이 금지.

3달만에 한국어를 마스터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던 카렌이었지만, 처음엔 벽에 걸린 저 문장이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성찬을 통해 의미를 전달받은 후에야, 어째서 PTW에 그토록 수평적인 회의 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된 느낌이었다.

‘근데, 아니로 시작하는 화법을 쓰지 말고, 자신이 아는 것을 상대가 맞추길 기대하지 마라.’

‘그런데’라는 말 자체가 상대의 말을 부정하고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쓰이며, ‘아니’는 대놓고 상대가 하는 말을 부정하기 위해 쓰는 말이고, 퀴즈 놀이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나는 알지만 너는 알지 못하는 걸 떠올려봐라 라고 강요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상혁은 이 3개의 화법을 금지함으로써 기본적으로 팀 내에서 대화를 할 때 서로가 서로의 주장보다는 상대가 주장하는 것의 이유를 알려 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꺼냈다는 건,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지 분명 재미있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니까.

재미의 씨앗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법이다.

굳이 자신처럼 기획자가 아니어도, 성찬이나 민준 같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개발자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래서 더더욱, 카렌은 상혁이 참여했다는 프로젝트를 볼수록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왜?’

저런 가치관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어째서 지금 같은 기획을 만들 고 있을까.

결국 카렌은, 성찬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궁금하던 점을 민준에게 물어보았다.

상혁과 가장 오래 있었다는 민준이야말로, 그 이유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일 테니까.

“이번에 대표님이 만들고 있는 게임은, 제가 알고 있는 PTW의 게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어요. 혹시 민준 씨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한참 기획서를 작성하던 민준은 카렌의 뜬금없는 질문에 흠칫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하다 카렌을 향해 물었다.

“미야모토 씨는···.”

“카렌입니다.”

“카렌 씨는 특이한 사람이네요.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단순히 감입니다. 정확히는 단정하기 어렵지만요.”

민준을 바라보며 카렌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이전의 PTW가 ‘세상에 없던 게임’을 추구했던 느낌이라면, 지금 상혁 씨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잘 만든 AAA급 게임’같은 느낌이에요. 마치 갑자기 히트작을 내버린 인디개발자가, ‘이 돈을 가지고 뭘 해야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지?’ 같은 발상으로 짤 만한 게임이랄까.”

“돈을 잘 굴리는 것도 CEO의 역량이죠.”

“글쎄요. PTW의 가치는 돈을 잘 굴리는데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서요.”

“무슨 뜻이죠?”

“게임을 완성도 있게 잘 만드는 회사는 얼마든지 있잖아요? 하지만 지금까지 PTW의 게임 같은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없었죠. 비인기 장르라고 기피되는 로봇 물 제작에 2천억이 넘는 돈을 쏟아 붓는다던가, 공주 키우기가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포기하고 간 부분을 보완해서 마리의 눈물을 만든다던가 하는 부분들이요. 개발 중인 데이터도 좀 봤는데, ‘파이트 오브 캐릭터즈’라는 프로젝트도 굉장히 흥미롭던데요. 백이면 백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듯한 게임에 그 정도로 투자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죠. 그런데 지금까지 PTW는 그런 결정을 반복해왔고요.”

“지금 카렌 씨 말씀은···.”

“도망치고 있다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맞아요. 민준 씨. 제가 볼 때 지금 대표님이 실패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카렌의 이야기를 들은 민준의 표정이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녀의 말이 가지는 의미보다, 아직 입사한지 3개월도 안된 그녀가 그렇게 파악했다는데서, 강한 위험경보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회귀 이후 민준이 만난 수많은 개발자들 가운데서, 상혁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민준이 느낀 위험신호였다.

민준은 노트북의 뚜껑을 덮고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평소의 무표정한 표정이 아닌, 상대를 뚫어보는 듯한 강렬한 눈빛으로,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카렌을 보며 말했다.

“미야모토 카렌 씨. 중요한 질문이니 솔직히 말해주세요.”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당신, 정체가 뭡니까?”

민준이 던진 질문의 의미. 그것은 민준이 알고 있는 타임라인에서 카렌이란 걸출한 존재가 기억에 전혀 없었기에 민준이 묻는 질문이었다.

그렇게 묻는 민준의 눈에는, 적어도 민준이 아는 어떤 개발자라도, 지금의 카렌처럼 정확하게 PTW의 상황을 짚어낼 수 없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저는···.”

대답을 하기 전, 카렌은 잠시 머뭇거렸다.

솔직한 대답을 하면, 경쟁사에서 잠입시킨 산업 스파이로 취급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파악한 민준의 성격에 대해 믿기로 결심했다.

적어도 민준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의 사람이라면, 자신의 의도가 무엇이던 간에 최소한 이야기 정도는 해 볼 여지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제 이름은 미야모토 카렌.”

아마 민준은 카렌의 입에서 ‘저도 사실 회귀자에요.’ 라는 말이 나왔어도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당초 그녀의 능력 자체가 회귀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단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대답은, 온갖 답변을 예측하던 민준조차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민준이 아는 원 역사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넌텐도의 게임 개발자, 미야모토 히게루 씨의 사촌이자, 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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