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갓겜 제작법-128화 (129/485)

128. PTW 게이머 인생 이야기

“당신의 인생에서, PTW는 어떤 의미죠?(What does PTW mean in your life?)”

허먼의 목소리가 영상에서 흘러나왔다.

그러자 화면에서 인터뷰를 하는 유저가, 웃으며 허먼의 질문에 답했다.

“주말의 즐거움이죠(fun of the weekend).”

한국인인 패널들을 위해 자막까지 달려서 제작한 영상은, PTW의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 대한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었다.

어째서 자신이 PTW의 게임을 좋아하는지, 왜 다른 게임과 다르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매주 주말마다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나이츠 어셈블을 합니다. 현재까지는 ORPG를 즐기는데 가장 좋은 플랫폼이라서요.”

“나이츠 어셈블 이후에도 비슷한 게임이 몇 개 나온 걸로 아는데 굳이 나이츠 어셈블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유저수도 있지만 애당초 싱글플레이 스토리 라인이 내가 동료들을 모아서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잖아요? 나이츠 어셈블의 멀티를 하고 있으면 제가 게임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마리의 눈물을 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플레이하고 있다는 유저는 이렇게 말했다.

“가신 시스템. 이미 게임 내 모든 특전을 모은 지 오래지만, 지금은 좋은 특전 말고 내가 만들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어서 원하는 가신 조합으로 공략하는 재미가 있어요. 매 회차마다 새로워요. 매번 스토리도 바뀌고. 후속작이 나오면 꼭 하고 싶지만, PTW의 다른 게임도 즐거워서 충분히 기다릴 수 있어요. 2편이 나오면 진짜 엄청난 게임으로 나올 테니까.”

그렇게 몇 명의 마리의 눈물 유저를 인터뷰한 영상은 이번엔 ‘포수가 회귀를 숨김’으로 인터뷰의 주제를 전환했다.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는 플레이. 진짜로 투수와 심리전을 하는 것 같은 게임 속 문장들. 보는 야구가 아니라 ‘하는 야구’의 재미가 그대로 느껴지는 게임입니다.”

“전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게임 때문에 야구 경기를 보고 있어요.”

“게임도 게임이지만 광고 하나 없이 쾌적한 환경에서 온갖 기능을 제공하는 워크패스트는 이제 제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내용은, 역시나 올해 최고 화제작이었던 ‘GOS’에 대한 이야기였다.

“최고였죠.”

“더할 나위 없는 엔딩.”

“전용 컨트롤러로 음성만 가지고 플레이하면 내가 진짜 사령관이 된 기분.”

“애니를 볼 때, 나는 시청자였지만, 게임을 할 때, 나는 주인공이었습니다.”

“티비라는 매체와 게임이라는 매체가 함께 움직일 때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는지 그 정점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팬들이 PTW직원들에게 보내는 ‘감사인사’였다.

자신들이 얼마나 그들의 게임을 재미있게 플레이 했는지, 그들의 게임으로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는지.

이전에 받았던 메일로 팬들이 만든 영상이 재생되는 순서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상혁도, 그 내용이 저런 내용일 줄은 전혀 몰랐었다.

일종의 매드무비 같은 종류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유저가 이렇게 직접 만든 플레이 소감을 모아서 틀어주는 경우는 상혁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기분은?

울 것 같았다.

사실 게임 자체에 대한 피드백 자체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임 잡지 리뷰 등을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다.

PTW만 해도 글로벌 웹페이지에서 세계 각국의 유저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공간을 제공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간접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과, 눈앞에 모인 유저들이 직접 만든 영상을 유저와 함께 보는 것은, 느껴지는 감정에서 차원이 다른 경험이라 할 수 있었다.

회귀 후 민준과 게임개발을 시작한 이후로, 휴일도 없이 지독하게 달려왔던 지금까지의 시간이 한방에 보상받는 기분.

자신의 의도가 정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되었을 때 느껴지는, 창작자가 느낄 수 있는 기분.

그것은 회귀 전에 그토록 상혁이 꿈꾸었고, 회귀 이후에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목표’의 달성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민준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상혁은 젖은 눈으로 화면을 지켜보는 자신의 손을 잡는 온기를 느끼고 옆을 돌아보았다.

거기엔 민준 역시 같은 눈으로 상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대가 낳은 천재 프로그래머, 프로그래밍계의 다빈치, 코딩판의 척노리스.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다양한 별명으로 업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민준도, 속은 여전히 ‘게임 개발자’였기 때문에.

자신이 힘껏 준비한 영상을 지켜보며 눈물짓는 개발자들을 보던 허먼도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이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던 그런 사람들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단순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검증도 되지 않은 장르에 인 게임 영상의 퀄리티를 올리겠다고 수천억을 태워가며 렌더링 센터를 짓는다거나, 기존 제작비의 3~5배는 들어가는 정신 나간 금액을 태워가며 58화짜리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미친 짓은 하지 못한다.

개발의 목적 자체가 유저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목적인 개발자만이, 유저가 즐거워하는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을 테니까.

허먼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I will ask again.-

-다시 묻겠습니다.-

-What does PTW mean in your life?-

-당신의 인생에서, PTW는 어떤 의미인가요?-

검은 화면에 흰 텍스트로, 두 줄의 문구가 잔잔하게 떠올랐다가 사라져갔다.

“인생의, 소중한 추억.”

“친구들과 나를 연결하는 문.”

“새로운 자신으로 살아가는 경험.”

한명 한명의 인터뷰가 나올 때마다, 회장에 모인 직원들의 가슴에 감정이 벅차올랐다.

자신들이 다니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그리고 자신들이 만든 게임이 어떤 의미로 게이머들에게 전해졌는지.

그것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그것은 연봉 인상보다도, 직급상승보다도, 회사 복지보다도 더 큰 기쁨을 주는, 개발자에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었다.

-Thank you.-

-감사합니다.-

-creating a game for us.-

-우리를 위해 게임을 만들어주셔서.-

텍스트와 함께 영상이 종료되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인파의 한쪽 구석에서는, 잔뜩 감동받은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는 PTW직원들이 있었다.

“예. 이게 선물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이라고는 예상 못하셨죠?”

마이크를 든 허먼이 묻자 상혁이 답했다.

“예. 솔직히 너무 충격적이라 뭐라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저희가 GOS애니메이션의 마지막 화를 봤을 때도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세상에 58화짜리 프롤로그라뇨. 이걸로 복수한 셈 치겠습니다.”

허먼의 말에 회장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럼 저희 영상에 대한 각 패널의 소감을 듣는 걸로 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순서는 역순으로 오른쪽 끝부터 마지막에 대표님께서 말씀하시는 걸로 할게요.”

그러자 가장 오른쪽에 있던 혁진이 마이크를 잡았다.

“DP-045의 메인디자이너를 맡았던 강혁진입니다. 유저 여러분의 선물에 너무 감사하고, 제가 원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PTW에 입사한 건데, 지금처럼 그 결정을 잘 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네요. 사랑합니다.”

“3D 모델링을 맡은 마셜 에릭슨입니다. 다음번 게임은 사장님을 갈궈서 더 좋은 게임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사랑합니다.”

혁찬이 스타트를 끊은 이후로, 모든 담당자가 ‘사랑합니다’라는 멘트로 소감을 마무리 하고 있었다.

이후 ‘포수가 회귀를 숨김’의 문장 전체를 검수했던 혁찬의 인터뷰와, GOS의 설정을 맡았던 지수가 소감을 말했다.

그리고 곧, 서연의 차례가 되었다.

“서연아?”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서연을 보며 상혁이 묻자, 서연이 어깨를 움찔거렸다.

‘넌 게임 왜 만드니?’

행사 시작 전에, 상혁이 했던 질문.

서연은 상혁이 부스를 돌아다니며 던졌던 질문들이, 모두 자신에게 뭔가를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최근 어떤 마음으로 게임 개발에 임했었는지도.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마리의 눈물을 만들 때와는 다르게, 어느새 자신은 완전히 변해버린 의도로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었다.

유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혁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그린 그림들.

그런데도 저렇게 좋아해주는 유저들을 보며, 그녀는 순수하게 기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에 빠졌다.

‘오빠는 항상 게이머만 보고 있었던 거네요? 자신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마음을 받게 하려고?’

딱히 자신이 나쁜 짓을 한건 아니다.

의도는 어쨌든 결과물은 좋게 뽑혔으니까.

하지만 그녀를 가장 충격에 빠트린 것은, 인터뷰 영상에 자신이 디자인한 ‘GOS’의 주인공 로봇을 언급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DP-045만 언급하고 있었다.

취향이 달라서?

그런 이유는 아닐 것이다.

자신의 로봇이 상혁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한 기술적인 테크닉에 집중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면, 혁진의 로봇은 마치 ‘너희들이 좋아하는 건 여기 다 때려 박았다!’라고 외치는 듯한 디자인이었다.

일을 대하는 마음의 태도.

그 차이 때문에 자신의 디자인이 혁진에게 밀렸다고 생각한 서연은 지금, 마음 깊이 후회하고 있었다.

“죄송한데 서연 씨는 지금 영상 때문에 감정이 넘쳐서 대답을 못할 것 같네요. 다음 순서로 넘어가죠?”

상혁이 재빨리 수습하자 허먼이 고개를 끄덕였고, 민준이 자신의 소감을 말했다.

사실 소감이라기보다는 자신이 기술적 문제를 얼마나 힘들게 해결했는가에 대한 푸념에 가까웠지만, 그 모든 고난을 넘어 현시대 콘솔이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유저들에게 선사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내용으로 민준의 소감은 마무리 되었다.

다른 이들과 똑같이.

‘사랑합니다.’ 라는 멘트로 마무리를 지으면서.

그리고 마침내, 모두의 시선이 몰리는 가운데 상혁이 테이블 위의 마이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간의 정적.

상혁이 입을 열어 꺼낸 것은, 소감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저흰, 게임을 왜 만드는 걸까요?”

당연히 참가자들에게 하는 질문이 아니라 독백같은 느낌의 질문이었으므로, 청중은 조용히 상혁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게임 업계에서 미친놈이라는 평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회사의 CEO가, 어떤 마음으로 개발을 했는지에 대해 듣기 위해서.

그리고 방금 전 답변을 하지 못했던 서연은, 상혁의 질문이 자신의 가슴을 후벼파는 것 같아 더 고개를 숙였다.

“게임회사마다 목적이 다양합니다. 어떤 회사는 돈을 버는 수단으로 게임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회사는 돈은 덜 벌리더라도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느낌으로 개발하기도 하죠. 직원으로 가면, 그 이유는 더 다양해지고요. 인정받고 싶어서, 승진하고 싶어서, 커리어를 쌓아서 더 좋은 회사로 가기 위해서, 아니면 자신이 알고 있는 생각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모두가 각자의 이유가 있는 법이고 그것에 대해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었다.

단지 확률 조작이나 유저 기만 같은 반칙성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러나 상혁은, 이 자리에 모인 유저들에게, 그리고 회사를 쉬면서까지 일부러 데려온 전 직원들에게, 오늘 이 자리에서 PTW의 경영방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전 직원들이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면서 어째서 우리가 게임을 만드는 것인지 가슴에 새겨둘 수 있도록.

그리고 앞으로 나올 게임을 플레이할 팬들이 PTW가 어떤 마음으로 게임을 만들었는지 알게 하고 싶어서.

상혁은 나지막하지만 가슴에 박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그 답을 팬 여러분들이 저희에게 보여주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게임을 만드는 이유. 그것이 오로지 유저 여러분께서 저희 게임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사실을요. 그리고 천만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잘 해내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CEO로써 약속드립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YeeeeeeeeeeaaaaAAA!!!!”

“We love you too!!!!!”

다시 터진 환호성.

회장을 울리는 박수소리 속에서, 서연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서연과 마찬가지로, PTW의 직원들 중 상당수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상혁이 신규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들어간 팀의 팀원.

이하린과 이범배를 포함해서.

이후 행사는 다른 팬 행사들처럼 여전히 고개를 숙인 서연을 제외한 패널들이, 번갈아가며 유저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가장 많은 질문은 차기작에 대한 질문이었지만, 상혁은 PTW의 게임은 내부 아이디어 컨테스트를 통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인기 투표가 끝나기 전에는 공개가 어렵다고 답했다.

해당 투표에 유저도 참석하게 해달라는 요청에는 상혁이 ‘그렇게 되면 개발 내용이 전부 공개되어 스포일러가 되는데 괜찮나?’ 라고 물었고, GOS의 반전 파트에 충격을 받은 대부분의 유저들이 “Noooooo!!!” 라고 절규함으로써 해당 의견은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었다.

팬들이 준비한 선물이 인터뷰 영상이었다면, PTW측에서 상혁이 준비한 선물도 있었다.

상혁은 다음 신작 공개는 E3의 B2B 세션이 아닌, ‘눈보라컨’같이 팬들도 참여 할 수 있는 별도의 자체 행사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고, 그 말은 팬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냈다.

그 소문이 무성했던 ‘GOS’의 공개 행사때 기자들이 느꼈던 충격을, 이제 자신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게 말해놓고 다음 행사 기획을 잡아야하는 상혁은 뒤로 고개를 돌리고 해쓱해진 얼굴을 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밝은 분위기의 행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진심으로 해당 회사의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과, 오로지 그 팬들을 위해서 게임을 만드는 제작사의 만남이었으니, 분위기가 안 좋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기쁨으로 가득 찬 그 행사 속에서, 혼자 생각에 잠겨있던 서연은, 행사가 마무리되자마자 상혁의 손을 끌며 무대 뒤로 상혁을 데려갔다.

그리고는 의지에 찬 표정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아까까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던 가녀린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오빠.”

“응.”

“미안해요. 그 동안. 많이 갑갑하셨죠?”

상혁은 고개를 저었다.

“갑갑하진 않았지. 그냥 안타까웠을 뿐. 초심을 잃는 건 경력 많은 개발자들도 겪는 거니까.”

“오빠는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아요?

“나?”

상혁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난, 한이 많아서 그래.”

“뭐 예전에 좋아하던 게임회사한테 뒤통수라도 맞았어요?”

순간 머릿속에 회귀 전에 당했던 수많은 통수가 떠올라 상혁은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으, 응···. 그런 셈이지.”

“아무튼 일단 저는 팀을 탈퇴할게요.”

“어?”

“다른 팀 프로젝트도 검토해보고, 순수하게 제 의도대로 판단해서 제일 좋아 보이는 프로젝트에 들어갈 거예요! 유저한테 가장 큰 기쁨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팀으로요!”

“그래. 잘 생각했다.”

상혁이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묻자, 서연이 물었다.

“근데 그러다 제가 다른 팀에 가면 하린 씨 프로젝트에 문제가생기지 않을까 좀 걱정되네요.”

“니가? 다른 팀을 간다고?”

상혁이 미소지었다.

“널 다른데 뺏길 정도로 내 기획력은 허접하지 않으니까, 마음껏 돌아보고 오렴.”

그렇게 상혁이 전 직원을 데리고 참석한 2007 샌디에이고 코믹콘 행사는 행복한 기분 속에서 마무리 되었다.

상혁이 그토록 직원들과 함께 원하길 바랐지만 차마 강요할 수 없었던, ‘유저를 생각하는 마음’을 직원들의 마음속에 가득 채운 채로.

그리고 그렇게 한국에 돌아온 상혁은, 다음날 워크 패스트 게시판에 올라온 수많은 알람을 보며 미소 지었다.

거기엔, 거의 기존 프로젝트 수에 가까운 새로운 신규 프로젝트를 등록하고 싶다는 팀 개설 요청이 가득 차 있었다.

“회사 전체에 불이 붙었네.”

상혁이 말하자 민준이 미소 지었다.

대형 여객기를 통으로 전세 내고, 예약도 잡기 힘든 코믹콘 기간에 호텔 잡느라 들어간 막대한 비용도, 그 결과로 얻어낸 ‘직원들의 열의’가 가지는 가치에 비하면 한없이 싼 비용이라는 것을, 민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짜로, 엄청난 선물을 받았네.”

민준이 말하자 상혁이 웃었다.

수천만 달러가 넘는 ‘GOS’의 첫달 매출이 정산된 걸 확인했을 때보다, 더 환한 미소로.

“이제야 회사가 하나가 된 느낌이야.”

어떻게든 1등을 차지해 다음 코믹콘에 패널로 서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 차 있는 팀 개설 요청 목록을 보며, 상혁이 씩 웃었다.

정말 안타깝지만, 저 중에 태반은 죄다 떨어트려야 한 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자, 그럼 이제, 하나씩 전부 박살내볼까?”

그렇게 말하는 상혁의 얼굴은, 평소처럼 장난기로 가득한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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