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Rising Sun
[PTW 다큐멘터리 본 사람? 게임만 미친 건줄 알았는데, 회사도 미친 회사네.]
↳미친 회사라니. 게임회사가 저래야지. 수천억 벌면서도 직원한테 꼴랑 몇 백 주면서 생색내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데.
↳저렇게 퍼주다 회사 망해서 백수 되면 그때는 CEO만 겁나 욕할 거면서 개소리 하기는.
↳저게 경영자냐? 그냥 개발자 마인드 그대로 CEO하면 저 꼬라지 나는 거지.
↳꼬라지? 꼬라지? 넌 X발 GOS보다 더 잘 만든 게임은 있어서 지금 댓글 싸는 거냐?
↳돈을 저렇게 퍼붓는데 누가 못만 듬. 나도 2500억 부으면 더 나은 것도 만들 수 있는데.
↳ㅋㅋ 그래서 게임 회사 중에 그렇게 투자하는 회사가 어디 있냐고.
다큐 방영이 시작되자마자, 업계 인들이 모이는 인터넷 게시판은 PTW의 다큐멘터리에 대한 화제로 불타올랐다.
평가는 반반.
개발자 커뮤니티가 주로 ‘저기로 이직하고 싶다.’라고 하는 의견과 ‘회사 경영이 장난도 아니고 저딴 식으로 하면 망한다.’라는 의견이 반반을 이루는 가운데, 유저 커뮤니티의 의견은 전반적으로 호평일색이었다.
[이번에 PTW특집 다큐 ‘The Rising Sun’본 사람?]
↳ PTW커뮤에서 다큐 본 사람을 찾네? 다 봤을 테니 차라리 안 본 사람을 찾는 게 빠를 듯.
↳ 진짜 장인 정신이 뭔지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였다.
↳ 목숨 걸고 게임 만드는 게 어떤 건지 잘 보여주는 듯.
↳ 난 이거 보고 GOS 3개 삼.
↳ 윗 놈 지랄하네! 지금 매장에도 물건이 없어서 못 구하는 걸 어떻게 3개나 사냐?
↳ 말이 그렇다는 거지 욕부터 박네. 개놈새끼가.
↳ 난 엔딩 봤는데 중고로 팔려다 집에 모셔 둠. 10년 20년 지나도 언젠간 꺼내서 할 듯.
↳나는 익스트림 발리볼부터 전부 소장 중. 솔직히 거기 게임은 안하고 있으면 나중에 땡겨서 다시 깔게 된다.
↳ 한국 게임회사는 좀 보고 배워라. PTW보다 매출 낮은 것도 아닌데 개발비는 오지게 아끼더라.
↳ 등신아. 다큐 다시 봐라. GOS개발비는 태반이 애니랑 동영상 만드는데 든 거야. 게임이란 게 돈만 많이 붓는다고 퀄리티가 무조건 올라가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불타오르는 게시판에서, 유독 많은 의견이 바로 PTW의 ‘차기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적어도 이번 GOS로 수천억은 가볍게 벌 텐데, 그 돈을 PTW가 쓰면 대체 어떤 게임이 나오는 거야?]
마치 당연히 게임으로 번 돈을 몽땅 다 게임개발에 쓸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은 게시물들을 보며, 정작 그런 반응을 유도한 장본인인 상혁은 모니터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아, 시퐁. 진짜로, 다음 거 뭐 만들지?”
“장작은 네가 다 던져놓고, 지금 와서 그 얘기?”
민준이 묻자 상혁이 키보드에 고개를 파묻은 채로 답했다.
“이 정도로 반응이 뜨거울지 몰랐지. 난 그냥 적당히 그런 이미지만 먹고 빠질 생각이었다고. 지금 게시판 봐봐. 만약에 차기작이 GOS보다 조금이라도 못하다면 사람들이 내 머리를 쳐서 광장에 걸어둘걸?”
“자업자득이니까 받아들여.”
“어쭈?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데? 내가 못 박히면 넌 무사할 줄 아냐? 바짓가랑이를 잡고서라도 같이 침몰 할 테다!”
그렇게 말하며 상혁이 정말로 민준의 바지를 당기며 난동을 피우자, 민준이 다리를 흔들며 소리 질렀다.
“놔라 이놈! 이 물귀신 같은 놈! 이거 놓지 못하겠느냐!”
“놔라 한다고 놓는 놈 보셨습니까? 아이고! 안 됩니다요! 소인을 구해주십셔!”
그리고 그때, 옆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있던 서연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오빠들, 많이 한가한가 보네요?”
뻘쭘해진 두 사람이 자리에 가서 앉자, 현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좀 여유가 생긴 기분이네. 아직도 패치라던가 이것저것 할 건 많지만.”
“뭐 그거야 휴가가고 남은 인력가지고도 충분히 커버 가능하니까요.”
‘우리 직원들은 우수하니까.’라고 덧붙이며 상혁이 말하자, 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회사 구조가 우수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긴 하지.”
애당초 자신과 비슷한 실력의 직원을 한명만 키워내도 주4일 출근으로 바뀐다는 엄청난 메리트가 있었기에, 대부분의 시니어 직원들이 신입이 들어오면 다들 무시무시한 속도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가르치려 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니어가 되면, 이번엔 역으로 특정 분야에서 마스터로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된다.
주4일 출근제로 바뀌었어도 주 6~7일을 기꺼이 출근하면서.
배울거리야 얼마든지 제공한다.
사방에 업계 최고 수준 인재들이 마스터 명찰을 달고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마스터가 되면?
사실 마스터급 직원쯤 되면 다른 어느 회사에 가더라도 임원자리 정도는 한자리 꿰찰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직원들이다.
그래서 PTW는 그런 직원들에 대한 대우에서 차원이 다른 보상을 해 주고 있었다.
단순히 물리적인 보상뿐만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팀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장인으로써의 자존심을 채울 수 있도록.
그러나 그런 숙련된 인력이 넘친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게임 개발에 들어갈 수 있는 자금엔 한계가 있다.
애당초 지금 상태에서 그래픽 퀄리티를 한없이 올리거나, 엄청나게 복잡하고 섬세한 알고리즘으로 리얼하게 돌아가는 게임을 구현한다고 해도, 그것을 돌릴 수 있는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PC사양의 발전은 빠르면서도 더디게(상혁 기준으로는) 이루어지고 있었고, 콘솔 쪽은 이제 겨우 PS3의 발매가 이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그렇기에 상혁은 갑갑함을 느끼고 있었다.
초고퀄리티 영상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게임의 퀄리티 만으로 유저에게 경악을 안겨줄 수 있는 수준의 그래픽을 만들 수 있으려면, 아직 한참이나 시간이 남아있었으니까.
하드웨어의 발전은 회귀자인 상혁도, 민준도 해결 할 수 없는 문제였다.
민준이 아무리 최적화를 해도 물리적 한계라는 건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게 아무리 고민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차라리 시간에 맡겨두는 게 상혁의 성격이었기에, 상혁은 워크패스트의 회사 내부 게시판 메뉴를 켰다.
그곳에 올라온, 직원들이 올린 PTW에서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아이디어 리스트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
“역시 상시로 전환하길 잘한 것 같아.”
컨테스트 직후에 상혁은 직원들이 게임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임시가 아닌 상시로 운영하는 체제로 바꾸었고, 그 후로 많은 아이디어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오고 있었다.
개중엔 너무 황당해서 망상처럼 보일정도의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구색은 갖춘 아이디어들이 대부분이었다.
어차피 다들 걱정은 안한다.
애당초 이전 콘테스트에서 현주와 민솔이 제출했던 원본 아이디어가, 결과물이 되어가면서 얼마나 압도적인 게임으로 바뀌었는지 홈페이지만 들어가면 바로 볼 수 있었으니까.
중요한건 아이디어 안에 포함되어 있는 재미의 씨앗이지 아이디어 자체의 가치가 아니었다.
그게 어떤 씨앗이던, PTW의 현재 역량은 그것을 거대한 나무로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역시나 다듬으면 빛날만한 아이디어들이 많네.”
“그래? 나도 봤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민준이 이야기하자 상혁이 고개를 저었다.
“엄청나게 다듬어야 하겠지만 핵심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다는 이야기야.
현주 선생님 아이디어도 지금같이 우리 회사 주력 매출 중 하나가 될 아이디어인줄은 처음엔 아무도 몰랐잖아.”
“뭐, 그건 그렇지. 그래서 뭘 만들고 싶은데?”
“흠···.”
회귀 이후 1차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스트레스 없는 개발사’는 이미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었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상혁이 만든 괴상한 체제 하에서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다음 스텝은 GOS의 성공으로 발생한 거대 자본을 손에 쥔 상태에서, 앞으로 회사가 지켜야할 아이덴티티를 정하는 것이었다.
“확실하게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성. 그게 있어야겠지. 그게 없어도 문제고, 있는 회사도 초심을 못지켜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Embrace your inner geek(당신 안의 괴짜를 포용하라).
Gameplay First(게임 플레이를 우선으로 하라).
Play nice, Play Fair(멋지고 공정하게).
Commit to Quality(높은 질을 약속하라).
Every voice matters(모든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Learn & grow(배우고 성장하라).
Think Globally’(세계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라).
Lead responsibly(책임감을 가지고 이끌자).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 눈보라사에 무려 금속 현판으로 적혀있는 기업이념은 게임회사가 가져야할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그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누구도 ‘깐포지드’를 보면서 ‘Commit to Quality(높은 질을 약속하라)’가 지켜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만큼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회사의 방향성을 지키기 어려워지는 법이다.
상혁은 회사가 다음 단계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그러한 초심을 잃어버릴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었다.
PTW란 회사가 게임업계에 존재하는 이유.
PTW의 직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회사에 다니게 할 만한 이유.
앞으로 만드는 게임이 무엇이든, 앞으로 회사가 마주할 위기가 무엇이든 항상 중심을 지키며 앞으로 묵묵하게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방향성.
상혁은 게시판에 올라온 아이디어들을 보며, 그것에 대한 확실한 가이드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PTW라는 회사에서 어떤 색의 게임을 지향하는지를 직원들이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아무래도 회사 이념이 필요할 것 같아.”
“아이디어 검토하다가 갑자기 왠 회사 이념?”
“너무 중구난방으로 올라오니까, ‘우리가 만들려는 게임은 적어도 이런 스타일이다’라는 걸 직원들이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게 해야지.”
“흠. 맞는 말이긴 한데. 어떤 걸로 하려고?”
“글쎄? 다들 의견 있어?”
상혁이 말하자 모두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한명씩 손을 들어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음···. GOS 출시하면서 느낀 건데, 사람들은 우리 게임이 뭔가 아쉬운 부분을 채워주는 거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낌없는 투자가 있는 것도 좋지. 다른 회사처럼 간보는 느낌이 아니잖아.”
“과감한 거? 그게 우리 회사 특징 아닐까?”
다양한 의견들을 들은 상혁은 그 안에서 지금까지의 PTW게임이 지향하던 하나의 방향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익스트림 발리볼 때부터 GOS까지 이어진, 상혁 자신도 딱히 인지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참여했던 모든 게임들이 가지고 있던 공통점을.
그것은 어쩌면, 구로에서 과로사해서 회귀한 이후에도 게임을 만들고 있던 상혁이었기에 생겨난 자연스러운 방향성일지도 모른다.
“정했어요.”
상혁이 말했다.
“앞으로 우리 회사의 개발 방향은, 이걸로 합시다.”
상혁이 화이트보드에 적은 문구를 보고는, 모두가 ‘아’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천하대 미래관 입구에 금속판으로 된 커다란 구조물이 세워졌다.
거기엔 회사의 사명과 함께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Play To Win-
-한 맺힌 게이머들의 억울함을 푸는 회사-
***
GOS가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글로벌 히트를 하고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콘솔 게임 시장은 여전히 거의 전멸 수준이었다.
아직도 2007년 기준 전체 게임 매출의 83.9%를 PC방 매출과 온라인 게임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렇기에 PTW의 굉장한 약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게임계에서 PTW는 그냥 ‘특이한 개발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내놓기만 해도 돈이 되는, 엘도라도 같은 MMO시장을 노리지 않고, 유료로 팔았으면 매달 수백억 매출은 기본으로 낼 수 있을만한 업무 솔루션을 공짜로 풀면서, 이상한 텍스트 소설을 팔아서 100원씩 버는 괴상한 회사.
한마디로 ‘대단하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은 회사’가 PTW에 대한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평판이었다.
물론 그 PTW에서 막강한 자금력과 개발력을 동원해 MMO시장에 진출한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겠지만, PTW는 공짜로도 할 수 있는 배틀로얄을 제외하고는 PC 온라인 시장을 노리는 어떠한 행보도 보이고 있지 않았기에, 그러한 평가가 붙여진 것이었다.
그러나 PTW가 위치하고 있는 대한민국과는 반대로, 콘솔 게임의 강국이라 불리던 일본 게임 업계에서 PTW에 대한 지명도는 압도적으로 성장한 상태였다.
이전에 ‘배틀로얄’을 낼 때만 하더라도, 대규모 투자로 좋은 IP를 만들어놓고 멀쩡하게 개발하던 콘솔 플랫폼을 버린 채 PC온라인 시장으로 가버린 PTW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던 콘솔 개발자들은, 이번에 PS3런칭과 함께 GOS라는 괴물 같은 타이틀을 가지고 PTW가 콘솔시장으로 돌아오자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차세대 콘솔의 그래픽 성능을 100%이상으로 끌어다 쓴 GOS의 그래픽 덕에 PS3게임에 기대하는 유저들의 눈높이가 크게 높아졌던 것이다.
‘이대로 냈다간 GOS랑 비교할 때 PS3게임과 PS2게임 수준으로 차이가 심하게 벌어진다.’
그렇게 생각한 일본 게임 업계에서 갑자기 그래픽 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등하기 시작했다.
비등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 까지는 퀄리티를 올려야 망작 소리를 피할 수 있을 거란 판단 때문에.
그리고 그런 폭풍의 와중에서도, 애당초 그래픽 자체를 게임의 핵심 요소라 생각하지 않는 무대뽀적인 콘솔 개발업체가 있었으니, 그 업체가 바로 뫄리오 시리즈와 파킷몬스터 등으로 유명한 굴지의 게임 제작사. 넌텐도였다.
서드파티의 육성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던 SANY나 MS와는 다르게, 단지 개발사에서 나온 게임만으로도 게임기 가격의 값어치를 충분히 하는 걸로 유명한 넌텐도는, 그 독특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자회사에서 발매하는 게임이 재미있기로 유명한 회사였다.
뫄리오, 링크의 전설, 파킷 몬스터, 대난전 시리즈, 행성의 커비 시리즈, 놀러와요 짐승의 숲 등 아예 자신들이 만든 게임기의 메인타이틀을 죄다 자사나 계열사에서 만들기로 유명한 넌텐도.
그래도 그 쟁쟁한 게임 제작팀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핵심 개발팀은 ‘링크의 전설’과 ‘뫄리오’등을 개발한, 세계 3대 개발자안에 항상 이름을 올리고 있는 괴물 개발자 ‘미야모토 히게루’가 이끄는 정보개발본부(EAD) 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명의 여성이 패드를 잡고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서연과 비슷한 또래쯤 되었을까.
그 소녀가 시선을 끄는 이유는, 게임 회사 개발팀에서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가 하고 있는 게임이, 개발 중인 넌텐도의 게임이 아닌, 타사의 게임이었기 때문이었다.
넌텐도의 본사에서, 무려 PS3 게임을 대놓고 플레이 하는 소녀.
물론 연구를 위해 타사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은 게임회사에서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보통은 일과 시간이 아닌 집에 가서 게임을 하고 일과 시간엔 개발에 전념하는 게 일종의 예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주변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패드를 잡고 열심히 게임에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미 수많은 유저들이 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GOS의 진 엔딩 스크롤이 화면에서 올라가는 것을 본 그녀는 조용히 패드를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거, 좀 위험한데.”
그러자 그런 그녀의 뒤에서 한 남성이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가 그 정도로 평가할 정도야?”
“저, 솔직히 스승님이 만든 게임 외에 이렇게 감탄한 적은 처음이에요.”
그녀가 ‘스승님’이라고 부른 남자.
그의 정체는 세계 3대 개발자라고 불리는 동시에, 게임 업계에서 ‘전설의 낙하산’이라고 불리는 EAD의 수장, 미야모토 히게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