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타임락(Time lock)
58화라는 긴 여정 끝에 맞이한 대망의 피날레.
한국에서 1992년 방영 당시 42.8%라는 기적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날틀’의 기록을 깨고, 무려 53.6%라는 경이적인 신기록을 세우며 방영된 마지막 화에서, GOS의 장대한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상혁이 의도한대로, 최후까지 인간을 위해 싸우던 주인공 로봇 ‘가디언’이 자신을 희생하여 적과 함께 동귀어진 하는 엔딩으로.
1화부터 이어지던 AI와의 유대감이, 마지막 화에서 폭발하는 듯한 희생 씬 연출은 화려함 자체는 25화의 전투씬보단 못했지만 감정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성연이 마지막 장면을 보고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만든 서글프면서 아름다운 배경음악도, 듣는 것만으로 애니메이션의 장면이 떠오를 미친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최고의 명장면으로 평가 받았다.
명령 때문도 아니고, 인류 수호라는 목적 때문도 아닌, 순수하게 자신을 하나의 인격으로 대해준 주인공을 위해 소멸을 각오하고 죽음으로 달려간 가디언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릴 때, 상혁이 계속 숨기고 있던 마지막 파트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너는 뭐지?”
주인공이 손에 들고 있는, 무지개 색으로 빛나는 물체에 말을 걸자, 알 수 없는 형상의 물체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주의 심장. 신이 되는 열쇠. 이전엔 현자의 돌이라 불렸고 한때는 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라 불렸던 것.-
GOS의 세계관에서, 인류를 창조한 존재는 인류의 자발적인 희생을 통해 신이 될 수 있었다.
한 종족이 신이 되기 위하여, 의식을 가진 피조물을 창조한다.
그 피조물이 온전히 그 피조물의 의지에 의해 자신의 창조자를 위한 희생을 하면 신이 될 수 있는 열쇠를 부여받을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아카식 레코드였다.
인간의 수명이라는 육체적 굴레를 벗어나 신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열쇠를 손에 넣는 것.
기계 괴수는 그것을 위해 대적자로써 만들어진 AI이며, 가디언들은 그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AI였다.
인간이 신이 되기 위해 강제로 만들어낸 피조물.
55화쯤부터 밝혀지는 이야기였기에 죽은 가디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알고도 가디언은 주인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리고 그렇게, 인간이 만들어낸 의도된 재난 안에서 수천만의 목숨을 희생시켜 만든 진화의 열쇠가, 주인공의 손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의 동료들을 희생시켜 만든 아카식 레코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상혁이 방영 이틀 전에야 주인공 성우에게 더빙을 맡겨 급하게 방송국에 전달하게 했던, 최후까지 숨기려 했던 30초 분량의 내용이었다.
“···되돌려줘···.”
-무엇을?-
“시간을.”
전 인류의 영생을 만들 수 도 있는 전능한 능력을 가진 ‘신의 열쇠’ 앞에서, 주인공은 가디언을 처음 만났던 그 날로 회귀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천만을 희생 시킨 더러운 과정을 통해 얻어낸 인류의 진화는, 희생된 목숨만큼 피로 물들어 있을 것이기에.
그리고 주인공의 몸이 빛에 물드는 마지막 장면과 함께, 1화부터 57화까지 항상 앞에 배치되었던 에피소드 타이틀이 등장했다.
로봇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화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타이틀이.
-episode.58-
-Prologue. End-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GOS의 게임 버젼을 플레이하던 유저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미친! 방금 봄!? 애니 전체가 게임판의 프롤로그라고?!]
[긴급. GOS게임판 루프물임! 미친, 대박! 애니 판이랑 대사가 다른 게 그거 때문?]
[다른 세계관 주인공이 아니라 애니판 주인공의 2회차 플레이였던 충격 반전?!]
[이제 대사가 전부 이해되네. 미친. 소름이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더욱 충격먹게 하는 메시지가, 최종 엔딩 이후에 등장했다.
-지금까지 Guardian of Steel의 프롤로그를 시청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Guardian of Steel의 게임 버전을 플레이하고 계시는 유저 분들께 알립니다. 현 시간부로 게임 내의 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 관련 스토리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이후부터 특정 조건을 만족 시 진 엔딩(True Ending)루트로 접근이 가능하니 즐거운 게임 플레이 부탁드립니다.-
상혁이 시도한 전무후무하다는 방법.
그것은 게임 내 스토리를 통해 엔딩이 스포일러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지막 화 방영일 까지 진 엔딩 루트로 가는 트리거에 타임락(Time lock)을 거는 것이었다.
애니 방영 도중에 PS3발매일이 겹쳐있어 도저히 스포일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가짜 엔딩을 만들어 스토리 유출을 막은 뒤 애니메이션판 엔딩이 나오고 나서 봉인을 푼다는, 당시로써는 매우 충격적인 방식.
무려 전편과 속편의 동시 발매라는 해괴한 짓거리에, 민준을 제외한 모든 팀원들이 경악했지만, 상혁은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적어도 2006년의 게이머들은, 저런 형태의 스토리 구조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뭐, 타임락 안 걸어도 진 엔딩 조건 맞춘 유저는 한명도 없어서 사실 의미는 없었지만.”
온라인에 연결된 PS3에서 진 엔딩을 보면, 해당 통계가 PTW로 전송되지만 아직까지 한명도 진 엔딩을 본 유저는 없었었다.
타임락은 어디까지나 보험이었기에.
그리고 상혁의 의도대로, 이전까지 노멀 엔딩을 미리 보았던 유저들은 갤러리 메뉴에서 100%였던 이벤트 달성도가 70%로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에 티비쇼에 나와 GOS의 게임버전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게임 리뷰어 마커스도 그렇게 GOS게임을 다시 킨 유저중의 한명이었다.
마커스는 세이브를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를 시작하며, 이전에 자신에게 이질감을 주었던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기 시작했다.
어째서 게임판에서만 주인공이 뭔가를 말하려 하다가 두통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오는지, 어째서 게임판에서만 ‘가디언 팀’을 보면서 가끔 애잔한 눈빛을 지었는지, 어째서 아군 로봇이 위기에 처하면 애니메이션 판보다 좀더 감정적으로 격렬한 연기를 펼쳤는지.
이전엔 위화감으로 보였던 모든 장면이 애니메이션 판의 엔딩을 본 그에겐 전부 이유가 있는 장면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십년 넘게 게임리뷰를 해온 마커스로써도 처음 해보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단순히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장면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원작 재현 게임의 장점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 안타까웠던 부분을 채워주는 듯한 게임.
그리고 그런 유저의 행동들이 평행세계의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원작의 뒷이야기를 다루는 ‘정사 루트’처럼 느껴진다는 부분에서, 마커스는 PTW가 왜 타임락까지 걸어가면서 스포일러를 막고 게임 발매를 진행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다시 말해 애니판과 게임판이 같은 스토리를 다루면서도 ‘둘 다 정사루트’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이건, 진짜···. 원작 팬들이 인정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형태의 게임일지도 모르겠군.”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라고 했던 부분을 너무나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해버린 PTW의 개발력에 감탄하면서, 마커스는 게임을 계속 플레이 해 나갔다.
어딘지 모르게 PTW의 개발팀이 의도한 진 엔딩조건이 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리고 얼마 후, 마커스는 최초로 GOS게임판의 진 엔딩을 본 8명의 유저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 기록을 위해 며칠 밤을 새서 엄청나게 피곤했지만, 마커스는 비틀거리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어찌되었건 자신이 받은 이 감동을 빨리 기사로 올리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마커스가 힘들게 적기 시작한 리뷰 기사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충격의 58화짜리 게임 프롤로그. 그리고 내 생에 가장 완벽했던 게임 플레이.]
***
이미 마커스의 리뷰가 올라오기 전부터 뜨겁게 달아오르던 커뮤니티와 언론은 진엔딩과 관련된 마커스의 리뷰가 올라오자 말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게임 버전은 원작 재현이 아닌 속편. GOS, 충격의 마지막 30초.]
[원작과 속편을 최초로 동시 발매. ‘속편인지 모르고 플레이 했는데 속편이란 걸 알고 나니 모든 의문이 풀렸다]
[원작 재현의 딜레마를 해결한 가장 아름다운 방법]
연신 뉴스와 신문에서 찬사를 쏟아내는 와중에, 유저들의 반응을 보며 상혁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다들 좋아해주네.”
사실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엔딩의 조건을 막는 것 자체가 불쾌하게 느껴질 수 도 있어서 불안해했던 것인데, 다행히도 유저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었기에 상혁은 속으로 엄청나게 안도하고 있었다.
“사실 회귀라는 개념 자체가 좀 익숙지 않은 시대니까 먹힌 거지 2020년에 이 짓 시도했으면 짤 없이 누가 스포일러 했을 걸?”
민준의 지적은 타당했다.
애당초 자신도 회귀자가 아니었으면 이런 방식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게임들은, 대부분 그 한계가 명확하다.
원작에서 죽은 캐릭터를 살리는 순간, 그것은 원작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관의 무언가가 되어버리니까.
그렇다고 원작 이야기의 속편을 만들면, 반대로 원작에서 죽었던 캐릭터를 등장시키기 어려워진다.
‘유저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변화한다.’라는 게임만이 가진 강점을 극대화 하면서도, 원작만이 가진 강점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방법.
그것은 속편이면서도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회귀물’의 이야기 전개 방식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겸사겸사 사명감도 줄 수 있고.”
원작에서 수없는 좌절을 겪은 주인공이,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게임에서 노력한다는 설정 자체가 주인공이 못 이룬 꿈을 게이머가 이룬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부분이 원작을 끝까지 본 게이머들에게 매우 고평가를 받는 부분이기도 했다.
덕분에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화가 방영되자마자, 안 그래도 공급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PS3의 중고가격이 천장을 뚫기 시작했다.
[진 엔딩 루트 진입 한 사람? 이거 동영상 연출 미친 거 아님?]
↳ 이전 작이 시스템이 좋고 그래픽이 구린 느낌이었다면, 배틀로얄에서 현시대 그래픽을 따라잡고, GOS에서 완전히 시대를 앞서나가는 느낌이지.
↳ 컴퓨터 그래픽 전공인데 저거 렌더링 하는 데만 수백억은 기본으로 깨짐. 방영된 분량이랑 퀄리티 생각하면 못해도 제작비 2000억은 넘게 들어갔을 걸로 추정.
↳ 미친. 게임 하나에 2천억. 돌았네? 거기 메이저 작품도 없지 않나? 돈 어디서 벌었지?
↳ 너 학생이냐? 워크패스트 안 써봤음? PTW가 지금 야구게임가지고 돈을 트럭으로 긁어모으고 있는데 그걸 몰라?
↳ 직장인인데 야구팬 아니라 관심 없었음. 근데 동료들은 많이 하더라.
↳ 그거 축구 버전 발매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 오 맙소사. 진짜야? 젠장. 잠은 다 잤군. 지금도 GOS하느라 잠 안자고 있는데.
↳ 앞으로 PTW게임은 게임 팔 때 각성제도 끼워 팔아야 할 듯. 게임 구매할 때 쓴 돈보다 엔딩 보려고 밤새우느라 먹은 커피 값이 더 많이 들었다.
PS3 출시 당시에 런칭 타이틀이 좀 빈약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S3유저의 90%이상이 첫 게임으로 GOS를 고르는 상황에서, PTW의 매출은 미친 듯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포수가 회귀를 숨김’의 선수 엔트리 에디터가 발매된 이후 매출이 엄청나게 상승한 상황.
망하면 회사 기둥뿌리가 흔들릴 정도의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던 상혁은 그 덕에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우선 렌더링 센터 직원들은 전부 3달간 유급 휴가 줄게요.”
상혁이 현주에게 지시하자, 현주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GOS개발팀도 마찬가지. 개발에 참여한 인원은 신입부터 전부 3개월 유급휴가 스케줄 받아서 휴가 진행 할게요.”
“그럼 유지보수가 어렵지 않나? 많지는 않지만 버그 조금 발견되고 있는 것도 패치 해야하고···.”
“최소 인력만 남게 교대로 휴가 보내면 되요. 회사에서도 기간 동안 최대한 스트레스 안 받게 업무량 조절하고요. 최종적으로는 회사 전 직원이 올해 3개월 유급휴가를 받는 걸로.”
“고객센터는 24시간 운영이라 허들이 클 텐데.”
“더 뽑죠 뭐.”
“인력 더 뽑기엔 이제 천하대 미래관은 한계야.”
“남는 공간 더 없나?”
“지금도 거의 우리가 다 쓰는데.”
확실히, 현주의 말대로 언제까지나 대학교 건물을 빌려서 운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이미 건물 세우는데 들어간 비용 이상으로 천하대에 무지막지하게 이용료를 지불하긴 했지만.
이제는 슬슬 본사 건물의 구매를 생각해야할 타이밍이었다.
“SCE에서 GOS 2차 정산 들어오면 본사 건물 정도는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직원들 출퇴근 고려해서 적당한 곳에 한번 알아보죠.”
“나도 알아볼게. 집안 어르신들이 부동산 같은 건 좀 잘 아는 분들이 많으니까.”
“아, 맞다. 선생님 집안 재벌집안이었죠.”
“재벌은 무슨, 이제 상혁이 널 재벌이라 불러야 할 것 같은데?”
“회사가 돈이 많은 거죠. 저는 평범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상혁은 정말로 평범하게 버는 편이었다. 대부분의 회사 매출은 법인인 회사 수익으로 묶여있고, 상장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상혁이 가진 지분은 한 푼의 가치도 없었기 때문에.
게다가 이전까지만 해도 게임 개발에 투자하는 규모가 워낙 컸기에 상혁은 자신의 임금을 높게 책정해두지 않았다.
월 매출 100억 수준인 시절에도 상혁의 연봉은 5천만 원 수준이었으니까.
상혁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서, PTW의 팀원 중에서도 상혁의 연봉이 가장 낮았다.
“이번에 개발에 들어간 비용 중에 제일 큰 비용은 렌더링 센터에 들어간 설비비였어요. 사실 그건 한번 갖춰두면 날아가는 건 아니니까 앞으로 개발할 때는 들어갈 비용을 훨씬 아낄 수 있겠죠. 그러니까 이번엔 전보다 크게 보너스 책정을 했으면 하는데.”
‘포수가 회귀를 숨김’이 출시되었을 때는 GOS가 돈을 너무 잡아먹고 있어서 보너스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기에, 상혁은 이번엔 제대로 크게 직원들에게 수익 셰어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상혁의 생각은 다른 팀원들도 다들 동의하는 바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도 찬성.”
다들 찬성의 목소리를 내자 상혁이 말했다.
“그럼 기본 보너스는 다음 달 전 직원 월급에 연봉의 200%로 지급하는 걸로 하고, 각 팀마다 팀 내에서 가장 고생했다고 생각되는 사람 2명씩 투표 받아서 연봉의 500%를 지급하는 걸로 하죠.”
“여, 연봉?”
상혁의 입에서 나온 보상은, ‘월급’의 500%가 아니라 무려 ‘연봉’의 500%였다.
그 말은 5년 치 연봉을 보너스로 한 번에 지급한다는 이야기였기에, 팀원들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괜찮겠어요? 본사 건물도 사야하는데 너무 쓰는 거 아닌가?”
“게임이 크게 성공하면 그만큼 보상을 확실하게 준다는 이미지가 필요해요. 그게 있어야, 나중에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합류할 다른 직원들도 최선을 다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겠죠. 지금의 수익보다, 회사가 그걸로 업계 사람들에게 얻을 수 있는 이미지를 생각합시다. 분명 그건 나중에 수천억 이상의 가치를 가진 물건이 될 테니까.”
상혁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버는 돈 대비 다른 회사보다 큰 보상이긴 하지만, 상혁의 말 대로 ‘다른 회사보다’ 더 큰 보상을 준다는 것 자체가 인재를 구하는데 좋은 메리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상혁은 이후에 몇 가지 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추가로 논의한 뒤 회의를 마치려 했다.
그리고 그때, 현주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상혁을 보며 무언가가 떠오른 듯 급하게 말을 꺼냈다.
“아, 맞다. 상혁아.”
“네?”
“논의할 사항이 하나 더 있어.”
“뭔데요?”
“방송국에서 우리 회사를 다큐멘터리로 찍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거든?”
“예? 방송국에서요?”
회사와 집만 왕복하는 상혁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번에 PTW에서 출시한 GOS는 상혁의 예측보다 훨씬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번에 GOS의 에니메이션을 방영했던 3개국의 방송사에서, 동시 협업을 통해 제작사인 PTW에 대한 특집 다큐를 기획할 정도로.
그리고 그것은, 중도 퇴사율0%의, 지금까지 단 한명도 퇴사하거나 잘린 직원이 없어 게임 업계 미스터리라고 불리는 PTW의 작업방식을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다큐멘터리였다.